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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혐오에 맞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새벽길 2022. 3. 24. 04:14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73

인수위 다시 찾은 전장연, “청와대 이전보다 장애인권리예산 먼저” (비마이너, 이슬하 기자, 2022.03.22 22:18)
윤석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당선 열흘 만에 “1696억 원 들여 대통령 집무실 옮기겠다”
21년 장애인 외침은 무시하더니…
전장연 “23일까지 약속 없으면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재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를 다시 찾았다. 지난 14일 첫 방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이후 두 번째다.
이들이 인수위를 찾은 건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전장연은 윤석열 당선자의 후보 시절부터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윤 당선자는 줄곧 외면했다. 한편 최근 윤 당선자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도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당선 열흘 만에 ‘초스피드’ 용산 이전, 21년째 해결 안 된 ‘초슬로’ 장애인권리예산
지난해 12월 8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학로에서 유세를 펼쳤다. 전장연은 유세현장을 찾아 윤 후보를 만났고,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내용이 담긴 정책요구안을 윤 후보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 자리에는 이제 여당 대표가 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장애인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전장연은 당시 주요 후보 4명을 향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TV 토론회에서 약속하라고 요구하며 지하철 타기 투쟁을 진행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만이 토론회에서 장애인권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두 후보는 함께 인수위에서 새 정부를 꾸리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장애인권 외면’은 당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인수위 출범 첫날이던 지난 14일 전장연은 인수위를 찾아갔으나, 정문 100m 밖에서부터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들은 경찰에 막혀 전달하지 못한 요구안을 찢고 당선 축하난을 바닥에 던져 부쉈다.
이렇듯 장애인권리예산에는 줄곧 무관심하던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임기 첫날인 5월 10일부터 용산의 국방부 청사에서 업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시일이 촉박해 무리한 계획이라는 등 우려를 표했지만, 윤 당선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당선자가) 이렇게 결단력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장애인권리예산에는 왜 이렇게 우유부단한가? 용산 이전 결정은 이렇게 ‘초스피드’로 하는데, 21년 동안 외친 장애인 권리보장은 왜 이렇게 느린가?”라고 꼬집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는 당연히 세금이 든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20일 집무실 이전에 496억 원이 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합동참모본부 연쇄 이전 비용으로 1200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실토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2주도 안 돼 집무실 이전에만 1696억 원을 쓰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하철 투쟁할 때 시민의 욕설과 혐오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2일) 이 자리에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도 무수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너희(장애인들) 복지 다 잘돼 있는데 왜 이러냐. 너희가 세금 다 낭비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윤 당선자가 청와대를 이전하는 비용도 세금이고 장애인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세금입니다.
우리(장애인들)가 윤 당선자에게 얘기하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십시오. 비장애인보다 더 잘 살게 하라는 거 아닙니다. 비장애인처럼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라는 겁니다. 우리가 왜 욕먹어야 합니까? 우리가 왜 세금 축내는 나쁜 인간입니까? 당선자의 답변 받으러 이 자리에 또 왔습니다. 반드시 약속하십시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지금까지 장애인권리예산은 기획재정부 앞에서 막혔다. 끈질긴 투쟁 끝에 장애인권 보장을 담은 법률 제·개정안이 발의돼도 기재부가 예산 편성을 반대해, 장애인권 보장이 축소된 제·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요지부동인 기재부를 움직이기 위해 인수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제는 새로운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재부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고 준엄하게 명령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역시 지난 14일과 마찬가지로 인수위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진행됐다. 경찰은 벽과 바리케이드로 전장연의 통행을 막았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대통령 집무실까지 옮기는 행보와는 상충하는 대목이다.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인수위 관계자가 나타났다. 전장연은 지난번에 전달하지 못한 당선 축하난과 요구안을 전달했다. 박경석 대표는 “(윤석열 당선자에게) 용산 이전보다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이 먼저라고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타기’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차기 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23일까지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약속이 없으면 24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인수위가 23일까지 약속하지 않으면 전장연은 다음 날인 24일부터 경복궁역에서 1박 2일 농성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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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20. 00:40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있었던 지난 50여일 동안 이른바 보통사람들의 의견이라는 여론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 혐오가 얼마나 만연한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장애인들이 지하철역에서 승하차 시위를 진행한 것은 그 절박함을 공유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절박함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물론 시위 방식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이유로 장애에 대한 혐오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비장애인이 대부분인 '시민'들에게 괜찮은 장애인은 아무 소리 않고 자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며, 불편함과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장애인인 듯하다. 이럴수록 장애인 단체들은 더 극단적인 시위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토록 뿌리깊고 넘쳐나는 장애 혐오를 어떻게 완화시키고 없앨 수 있을까. 
서울교통공사의 행태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 걸림돌 또한 만만치 않기에 장애 혐오에 맞서기 위한 노력 또한 더욱 커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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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22316570001690
전장연 시위 '일단 멈춤'...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남긴 것은 (한국일보, 박지영 기자, 2022.02.24 04:30)
"소수자 배려하는 감수성 떨어지는 사회" 지적
"왜 출근길 지연 방식 택했는지 돌아봐야" 목소리도
교통약자 담론으로 확대 못한 것은 아쉽다는 평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잠정 중단했다. 다만 대선후보들이 사회분야 TV토론이 예정된 다음 달 2일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시위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이번 시위를 계기로 소수자의 목소리를 막는 사회 구조와 그간 외면해 왔던 교통약자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장연, 지하철 승하차 시위 두 달 만에 잠정 중단
전장연은 23일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21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필요한 예산 확보 필요성을 언급한 점을 감안했다. 전장연은 다만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는 응답하지 않았다. 사회분야 토론이 예정된 2일까지 답하길 바란다"며 시위에 다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장연 회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휠체어를 타고 출근길 지하철에 탑승하는 승하차 시위를 29차례 진행했다. 해당 시위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면서 이목이 집중됐고, 시민들의 관심 밖에 있던 장애인 이동권 문제도 자연스레 이슈가 됐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도 맞았다. 열차 지연으로 출근길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시위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다. 일부 시민들이 시위대에 혐오성 발언과 욕설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2일까지 전장연 시위로 인한 불편 민원은 총 2,559건, 지하철 요금 반환 건수는 4,717건이었다.
"소수자에 대한 빈약한 감수성 재확인...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계기 돼야"
전장연 시위는 일단 멈췄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번 시위 과정에서 표출된 장애인 혐오는 반드시 우리 사회가 성찰과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사회"라며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왜 권리 보장을 위해 단식·시위 등의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 그 사회 구조를 돌아보는 게 먼저 아니겠냐"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교통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며 "성찰적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교통약자 이동권 문제 전반으로 논의를 확대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등은 노인, 임산부, 유아차 등 교통약자 배려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라며 "시위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런 논의들은 소외됐다"고 분석했다.
이형숙 전장연 상임대표는 "지하철에서 만난 비장애인 대부분은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은 분들이었다"고 시위 과정을 돌아봤다. 이 대표는 "시민들의 혐오 발언이 개인적으론 속상하고 상처가 됐지만, 우리 사회가 보편적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해 나가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228010030
[오늘의 눈] 지하철 시위 잠깐 불편에 민낯 드러낸 장애인 혐오 (서울신문, 곽소영 사회부 기자, 2022-02-28 10면, 2022-02-27 20:40)
이들이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승하차 시위를 진행한 것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는 저상버스 도입과 장애인 콜택시 보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국비 사용을 ‘의무’가 아닌 ‘임의’ 조항으로 만드는 바람에 예산 지원이 불투명해졌다.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지켜본 장애인들은 대선후보로부터 약속이라도 받아 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시위 중단을 선언하면서 다음달 2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후보들이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약속해 달라고 조건을 내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32895.html
[왜냐면] 우리가 지하철을 막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한겨레, 김상희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2022-02-28 15:43)
많은 사람은 이동권 투쟁이 과격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진 것이라곤 장애가 있는 몸밖에 없는 장애인 활동가들은 이 비장애 중심주의 사회를 멈춰 세우지 않으면, 우리의 요구는 메아리보다 못한 목소리에 그친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버스를 막고 지하철을 세웠다.
지하철은 대중교통이고 빠르고 안전하며 일정한 시간대에 운행되어 대부분 이동 시간을 예측 가능하게 해준다. 이 당연한 삶의 각본이 장애인에게도 해당이 될까? 지금도 나는 지하철로 낯선 곳에 가려면 도착역이나 환승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위험한 리프트만 설치되어 있다면 그 시간까지 계산해서 1~2시간 먼저 움직여야 한다. 이동권 투쟁 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에게 이동의 목마름은 여전하다.
영상에 쏟아진 댓글을 읽으면 언제 어디서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깊은 혐오가 느껴졌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투쟁을 멈출 수가 없다. 혐오와 협박과 신변의 위협까지 당하고 있지만, 묵묵히 견디고 있다. 그리고 이 투쟁이 언젠간 모두를 위한 투쟁이었음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22812100003101?did=NA
[36.5˚C] 출근길 지하철에는 장애인이 없다 (한국일보, 전혼잎 기자, 2022.03.01 04:30)
휴일을 제외한 5일 내내 지하철과 버스의 인파에 시달렸지만 단 한 명의 장애인도 마주치지 못했다.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시(市)에 통근하는 장애인이 없을 리가 만무할 텐데 말이다.
의문은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가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보고 저절로 풀렸다. 시위라지만 장애인들은 딱히 지하철을 멈추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휠체어를 탄 채 출근길이나 퇴근길 지하철에 탑승하려고 했을 뿐이다. 지하철에 타고 내리는,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적인 행동을 장애인이 하자 시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저마다의 목적지를 위해 지하철에 자리한 대중 사이에 장애인의 자리는 없었다.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은 장애인에게 여전히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이다.
대중교통에서 대중의 의미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리'다. '사람'에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포함되지만 현실은 달랐다. 비장애인은 별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매일같이 타는 대중교통에 오르려 장애인은 20년간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고 도로와 철로에 드러누워야 했다. 적지 않은 이들은 목숨마저 잃었다. 수많은 장애인의 희생 후에야 지하철에는 하나둘씩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저상버스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정작 장애인은 같은 대답을 수십 년간 반복해서 들어왔다는 사실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도 지하철에서 이동권 시위를 한다는 보도에는 거기서 그러지 말고 장애인 콜택시나 버스를 타라는 댓글이 달린다. 장애인 콜택시는 평균 대기 시간만 48분이고, 버스 역시 언제 올지 모르는 저상버스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된다.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 기준 28%로, 10대 중 7대는 장애인이 아예 탈 수 없는 버스다. 서울 지하철역 중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환승용 포함)이 22곳이나 된다.
장애인에게 들어가는 피 같은 세금을 줄이고 싶다면 확실한 방법이 있다. 이들의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면 된다. 집 밖으로는 마음대로 다닐 수조차 없는데 어떻게 스스로 돈을 벌겠는가. 장애인도 자립을 위해 출퇴근하려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이 필요하다. 하나 인파 많은 시간대에 대중교통에 타는 일만으로도 시위의 딱지가 붙는 현실에서 장애인의 자립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이 '이동권은 생존권'이라고 외치는 이유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04
‘접근권 제한한 정부 책임 묻는다’ 장애계, 항소 진행 (비마이너, 이슬하 기자, 2022.03.03 18:54)
장애계, 편의시설 설치 의무 기준 유지는 “역사적 범죄”
법원 ‘장애인 접근권 막는 조항 위헌적’이라면서 국가 책임 인정 안 해
장애계, 국가 책임 묻는 항소 진행 알려 
법원 판결 무시한 채 개악안 강행하는 복지부, 장애계 규탄
지난 2018년 4월, 장애계는 GS리테일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차별구제소송과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2월 10일, 소를 제기한 지 3년 10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GS리테일이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개선 명령을 내렸다. 바닥면적을 기준으로 편의점 등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해주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도 내놨다. 그러나 정작 그 시행령을 만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했다. 한편 정부는 장애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닥면적 기준을 남겨놓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이번 소송을 함께 준비했던 ‘장애인의 생활편의시설 이용 및 접근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1984년에 ‘거리에 턱을 없애 달라’는 편지를 당시 서울시장에게 남기고 음독자살한 김순석 열사에 대해 얘기하며 “너무 오래 참아왔다”라고 분노했다.
- 장애인은 편의점도 못 가는 게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은 아니라는 법원
- 장애인 출입 불가 구역 남겨놓겠다는 정부
바닥면적 기준을 폐지하라는 장애계의 요구에 정부는 엉뚱하게 응답했다.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반드시 둬야 하는 건물의 바닥면적 기준을 기존의 300㎡에서 50㎡(약 15평)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에 장애계는 개정안을 ‘개악안’으로 규정하며 즉각 반발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의 약 22.5%가 50㎡ 미만이다. 이곳들은 여전히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나머지 77.5%에 편의시설이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조치는 바뀐 시행령이 시행된 이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따라서 장애인이 지금까지 못 들어갔던 곳은 앞으로도 계속 못 들어간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정부의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장애계와의 소통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국가의 정책을 수립할 때 장애인단체와의 협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시행령 개악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성실한 협의도 청해오지 않았다. 장애인단체들의 절대다수가 반대했음에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라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처리를 꼬집었다.
장애계는 시행령 개정안 저지를 위해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박경석 대표는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엄벌하면서, 정작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의 범죄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애초에 이 사회는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다. 장애인의 접근권조차 막아놓은 역사적 범죄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갖고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3040300055
죄 없는 시민은 죄가 없는가 (경향,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2022.03.04 03:00)
‘21년 50일’의 이동권 투쟁서 장애인이 시민들 발목 잡았을까
제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남의 인권 함부로 침해한 존재는 장애인 아닌 어리석은 시민이다
지난 1월 국회에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버스를 대차하거나 폐차할 때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고 국가가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게 했다. 2001년 ‘버스를 타자’며 장애인들이 뛰쳐나온 지 21년 만에 통과된 법이었다. 그런데 이 기쁜 소식은 그렇게 기쁜 소식이 아니었다. 문구와 실행 사이에 그놈의 문턱이 또 있었던 것이다.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은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규정임을 기획재정부가 일깨워주었다. 예산을 아끼려는 마음이 차별에 대한 무지와 결합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박탈인 이동권 문제를 예산에 여유가 있을 때 제공하는 서비스 같은 걸로 생각한 것이다. 지난 50일의 출근길 시위는 21년을 이어온 이동권 투쟁이 무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평상시 장애인들은 출근 시위는커녕 이 시간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조차 피하고 싶어 한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만원 버스나 지하철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만장일치로 유죄를 선고하는 그 원망 어린 시선을 어떤 장애인이 견딜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기어 나오는 것만으로도 유죄인 시간에 시위까지 하고 말았다.
나는 선량한 시민들로부터 욕설을 뒤집어쓴 이들을 오랫동안 존경해왔다. 이들이 착한 장애인이어서가 아니다. 이들 중에는 ‘나쁜 장애인’을 자처하는 사람도 있고 전과자도 있다. 특히 이번 시위 주도자 중 한 사람은 무려 전과 27범이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중에도 점거 농성을 벌였다. 그곳 화장실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시위가 금지된 경찰서에서 농성을 벌인 이 나쁜 장애인 덕분에 해당 경찰서는 수십 년간 문제를 인식하지도 못했던 화장실을 수리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한 장애인 학생은 내게 “착한 장애인으로 살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착한 장애인으로 살아온 삶에 대한 반성에서 그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성깔’은 배움과 각성의 표시였다.
이번 일을 장애시민과 비장애시민의 ‘불행 배틀’로 보지 말아야 하며, 문제는 장애인 이동권 제약을 해결하지 않는 정부에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그럼에도 선량한 시민들이 쏟아내는 참혹한 욕설들을 듣고 있노라면 내 안에서 오래된 질문 하나가 뛰쳐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죄 없는 시민은 죄가 없는가. 선량한 시민은 전과 27범의 장애인 앞에서 저렇게 당당해도 좋은가. 과연 장애인들이 죄 없는 시민의 발목을 잡았는가. 오히려 시민들이야말로 장애인들의 발목을 잡아온 건 아닌가.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50
장애인 이동권은 정말 나아졌을까 (비마이너, 다슬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22.03.16 11:42)
인권으로 읽는 세상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향한 출발선
지난겨울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 행동이 이어졌다. 인터넷에서 “예전보다 나아졌는데 왜 이렇게 시민을 불편하게 하냐”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 경기도에서 서울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나는 휠체어 이용자를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일상에서 숱하게 이동할 때 장애인을 동료 시민으로 마주칠 기회가 이토록 없다는 것은 이동권이 정말로 보장되고 있는가를 질문하게 한다.
- 21년 전 시작된 이동권 투쟁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2001년 1월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본격화됐다. 그전에도 몇 차례의 추락 사고가 있었지만, 해당 역사에 대한 처방에만 그쳤다. 목숨 걸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은 개인에게 갑자기 닥친 불행한 사고가 아니었다. 사건의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구성한 ‘오이도역 장애인 수직형 리프트 추락 참사 대책위원회’는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장애인도 버스를 타자” 외치며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드러내고 확장했다. 점거, 단식, 농성 수년에 걸쳐 계속된 투쟁으로 서울시에 지하철 승강기 설치, 저상버스 도입 약속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보편적 권리로서 이동권을 세우고 이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새기는 법 제정 투쟁을 이어갔다. 그 결과,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동권을 명시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2005년 제정된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21년을 맞는 2022년, 이제 대다수 지하철역엔 승강기가 설치되었고 저상버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장애인콜택시도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권은 보장되고 있나
서울 시내버스 중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저상버스 비율은 지난해 기준 65.6%로 이제야 절반을 넘었다. 반면, 지역의 경우 저상버스 도입률은 27.8%로 여전히 형편없이 낮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내버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시외·고속버스에는 2019년에야 휠체어 탑승설비가 갖춰진 버스의 시범운행이 시작됐다. 그조차도 2석의 휠체어 좌석을 둔 단 10대를 시범운행했는데, 그중 3대 노선이 운행을 중단해 현재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외·고속버스는 고작 7대에 불과하다. 사실상 버스를 이용한 지역 간 이동이 불가능한 것이다.
버스도, 지하철도 없는 지역에선 장애인콜택시만이 유일한 이동수단인데 이 또한 법정대수에 미달하는 지역이 많다. 수요를 뒷받침할 만큼 운영되지 않으니 배차되기까지 대기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역마다 운영 기준도 제각각이다. 심지어 전날에 예약해야 하는 지역도 부지기수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위한 개별적 이동수단에 대한 실태조사’는 저상버스 도입률은 높아졌지만 그것이 곧 이동권 보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낸다. 탑승하고 나서 휠체어를 안전벨트에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서, 하차 시 경사판과 보도 사이 단 차이가 심해서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특히 버스 승하차 시 경사로를 이용하고 탑승하여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버스 배차 간격을 맞추는 것이 우선인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하게 된 이유는 고스란히 장애인의 부담으로 떠넘겨진다. “불편한 시선 때문”에 이용을 주저한다는 답변이 여전히 높다는 것은 이동권이 물리적인 교통수단의 확보만으로 뒷받침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2015년 서울시는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도 미설치된 역사가 21곳에 이른다. 이 중 5곳은 공사 중이고 13곳은 공사를 예정하고 있지만 3곳은 아직 설치를 검토 중이다.
2018년에는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았던 신길역에서 장애인이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다가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는 승강기 도입의 유예가 불편함을 감수하면 될 차원이 아니라 언제든 안전과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월 서울시는 모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을 2025년으로 미뤘다.
-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향한 출발선
21년 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시혜나 배려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선언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동이 봉쇄된 현실은 고립과 단절 속에서 생존 그 자체의 문제였고, 어렵게 문을 열고 나와서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위태로운 리프트라는 것은 일상에서의 이동조차 결국 또다시 삶을 거는 문제로 만들었다. 이렇게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을 고발하며,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의 변화를 추동해왔다.
이동할 수 있는 수단만 놓고 말한다면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면 여전히 멀기만 하다.
작년 말, 모든 지역에서 차별 없는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싸워온 끝에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저상버스 의무도입 대상에 또다시 시외·고속버스는 제외되었다.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을 확보하고 이를 연계할 이동지원센터 운영에 필요한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은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으로 뒤바뀌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필수조건으로써 이동권 보장은 ‘이 정도면 됐다’거나 ‘비용을 따지는’ 식의 접근에 한정될 수 없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행동이 시민의 통행을 가로막는다는 비난도 있다. 언론은 시민과 장애인을 대립 구도에 놓은 보도들을 쏟아낸다. 이는 이동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시민의 모습에 여전히 장애인은 포함하지 않는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동권 투쟁에서 장애인들은 온몸으로 싸우면서 끊임없이 말하기를 통해 장벽을 허물며 공간을 열어왔다. 교육받고 일하며 일상을 일구어가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으로서 이동권을, 이를 보장할 국가의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
이동을 가로막고 있는 건 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듣지 않고 있는 정부가 아닐까.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향한 출발선을 단단하게 새기는 여정, 이동권 투쟁이 만들어왔고 만들어갈 사회에서 동료 시민으로서 장애인과 함께 마주칠 공간이 더욱 열리고 확장되길 바란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203170601539360
[단독] 서울교통공사 "장애인 단체는 싸울 상대"...'언론 플레이' 정황까지 (YTN 황보혜경 이준엽 기자, 2022년 03월 17일 06시 01분)
장애인단체 지하철 출근길 시위…"이동권 보장"
서울교통공사, 시위 ’대응지침’ 만들어 사내 공유
"지피지기 백전불태…싸울 상대부터 파악하자"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3171420001
‘장애인 혐오’ 드러낸 서울교통공사···내부 문건 논란 (경향, 윤기은 기자, 2022.03.17 14:20)
“약자는 선하다” 진보 언론 보도 행태 비판도
공사 측 “직원 개인이 업무 페이지에 올린 것”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6597
사회적 약자와 맞서 싸우는 ‘서울교통공사’ (참세상, 박다솔 기자 2022.03.17 17:16)
장애단체‧언론을 ‘적’으로 삼고 투쟁 전략 세워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직원이 작성한 한 건의 문건에 장애계가 분노하고 있다. 이 문건은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최근 더 잦아지고 있다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받는 지하철이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 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진보적 장애인언론 <비마이너> 등을 싸워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실수나 무리수 등을 약점 삼아 디테일하게 공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러한 실수를 “‘공식적으로’ 물고 늘어지기 어려워 ‘또 다른 스피커’도 고민 중”이라고 한 대목에선 포털 뉴스 댓글까지 여론전에 동원한 것은 아닌지 의심도 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해당 문건에 대해 홍보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홍보팀 직원의 업무와도 밀접한 관련이 돼 있는 만큼 개인적 일탈로 쉽게 치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문건은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라는 제목의 ppt 파일로 지난 3월 4일 직원 내부 게시판에 올라왔다. 작성자는 ‘개인적 의견’으로서 지하철 내 시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싶다고 밝혔다. 25p에 달하는 ppt에서 그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와 이에 대한 공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론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어 ‘지피지기 백전불태’ 등의 표현을 인용해 “전장연과 맞서 싸우려면 우선 어떤 단체인지 알아야” 한다며 단체의 연혁과 주요 활동, 투쟁 전략, 전장연을 중심으로 둔 장애계 지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는 인식을 뜻하는 ‘언더도그마’라는 표현을 열 차례 가까이 써가며 “우리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야” “힘든 싸움이지만 ‘디테일’ 찾아내기로 승부, 선 넘는 쪽이 진다”라며 구체적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 실점은 최소화하면서 상대방이 실점 또는 무리수를 둘 때까지 기다리면서 ‘디테일하게’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는 ‘차별 발언 등으로 빌미 주지 않기’ 등이 거론됐다.
문건 작성자는 보도자료 작성 업무도 담당하고 있었는데, 문건에서 그가 꼽은 장애인 단체의 ‘실점’ 사례 등이 보도자료 작성에 그대로 쓰였다. 한 예로 지난 2월 있었던 전장연 이동권 시위에서 한 시민이 ‘할머니 임종을 보러 가야 한다’라고 말한 데에 대해 전장연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식으로 대꾸하자 이를 문제로 키우기 위해 나섰다. 그는 이 사건을 ‘결정적 미스’로 꼽으며 “여론전 위한 보도자료 준비 중 해당 사건 제보 정보를 확인한 뒤 사실임을 확인하고 시민 피해상황을 알리는 소재로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몇몇 보수언론에 의해 의도대로 기사가 나가자 그는 “2월 23일 보도 후 화가 난 사람들이 전장연 라이브 영상에서 해당 장면을 찾아 유튜브 등에 영상을 확산하기 시작했고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라고 전했다.
여론전 피해자들 “개인적 일탈로 꼬리자르기 말아야”
비마이너에 대한 악의적인 분석도 눈에 띈다. 서울교통공사는 비마이너를 ‘장애인 전용 언론’, 전장연의 ‘당 기관지’라고 표현하며 약자는 선하다는 기조의 기성언론과 함께 비마이너와 싸워야 한다고 밝힌다. 마이너한 매체이지만 언론사이기에 장애계의 목소리를 담는 여론전 용도로는 충분하다는 평가까지 담았다. 전장연과 비마이너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 가족 관계라든가, 창립멤버가 동일하다는 등의 관계성도 드러냈다.
강혜민 비마이너 편집장은 “비마이너는 장애와 빈곤 이슈를 다룰 때 나침반이 되는 언론사로, 많은 기자들이 해당 이슈를 작성할 때 비마이너를 참고한다”라며 “이러한 언론사로서의 위치를 깎아내리고, 폄하하는 식의 표현이 굉장히 모욕적이었고 화가 났다”라고 밝혔다.
강 편집장은 문건의 기조 아래 여론전을 위한 댓글 작업도 진행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강 편집장은 “이번 문건을 확인하고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이 가능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문건 작성자가 언론에서 했던 인터뷰, 이번 문건의 기조와 내용이 장애인 이동권 시위 기사에 달린 댓글들과 매우 유사했다. 시민이 알기 어려운 구체적인 지형까지 파악하고 있어 의아했던 댓글이 있었는데 비공식적인 창구 등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문건에 기재된 것으로 봐서 실제 그것을 이행한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됐다”라고 밝혔다. 해당 댓글은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15일 수정된 뒤 삭제됐다.
전장연 또한 17일 성명을 내고 서울교통공사의 행태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전장연은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명시된 교통공사가 이행해야 할 의무를 요구한 것으로, 공사는 이제까지 이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수많은 역사에서 발생한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라며 “공사가 지난 과오에 대해 빠르게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히면 되는 문제였지만 공사는 이를 ‘장애인과 시민의 싸움’으로 편가름하는 언론플레이 전술을 짜는 데만 급급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언론공작 문건 작성은 홍보실 언론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님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라며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공식적인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7일 공식입장을 내고 “2022년 3월 17일 YTN ‘“장애인 단체는 싸워 이길 상대”…서울교통공사 대응 논란’ 등의 보도에 대하여 시민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라며 “방송에서 문제 삼은 문건은 한 직원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사내 자유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공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라고 해명했다. 공사는 “직원 개인의 의견에 불과할지라도 그 내용은 적절하지 않았다. 직원의 미숙함은 곧 공사의 미숙함이다. 머리 숙여 사과 말씀 드린다”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조직 차원의 여론전에 대해서도 “사실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부인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홍보직원이 몇 명이나 된다고 조직적 여론전이 가능하겠나”라며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대응할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서울교통공사 5호선 답십리역에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공식 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완전 보장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비마이너 역시 18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교통공사에 공식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31815020005142?did=NA
"약자 혐오 조장한 서울교통공사, 개인일탈로 꼬리 자르기" (한국일보, 박지영 기자, 2022.03.18 18:00)
전장연, 서울교통공사 사장 공식사과·사퇴 요구
"같은 인간으로 여겼다면 이런 문건 없었을 것"
공사 사과문 "공식 문건 아냐... 직원 개인 일탈"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해온 장애인들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려고 '대응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애인단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공공기관이 약자 혐오를 조장했다”며 공사 사장의 공식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사 차원의 공식 문건이 아니라 직원의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해명했다.
전장연은 18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전장연이 문제 삼은 문건은 서울교통공사 홍보팀 직원이 이달 초 작성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전날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작성자는 “상대의 미스나 무리수를 디테일하게 찾아내고, 필요할 때 이를 소재로 물밑 홍보에 나서야 한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장애인단체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이해한다’는 태도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공사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형성 방법도 담았다. 특히 전장연을 배수의 진을 친 '우크라이나'에, 공사를 뭉쳐도 할 게 없는 '러시아'에 비유하며 “공사가 여론전에서 유리하지 않다”고 적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이들은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가 사회적 약자 혐오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장애인들이 지하철 타려는 것을 막으려고 공공기관이 조직적으로 문건을 만들어 언론대응을 했다는 게 너무 슬프다”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영봉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도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공공기관에서 이런 식으로 대응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통공사는 문건은 공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공사는 사과문을 통해 “문건은 한 직원이 개인적 생각을 정리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것”이라며 “조직 차원에서 여론전을 전개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해당 직원은 홍보 업무에서 배제됐으며, 앞으로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사내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공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장연은 공사의 해명은 작성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이 사건은 개인 일탈이 아닌 명백한 조직의 잘못”이라며 “문건 작성자 역시 공사의 조직 문화와 방침으로 인해 인권 감수성 파괴를 요구받은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장연이 이날 사무실이 위치한 혜화역부터 서울교통공사 인근인 답십리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5호선 열차 운행이 일부 지연되기도 했다. 전장연 회원들이 답십리에서 하차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가자, 비장애인들의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고, 일부 승객은 휠체어를 밀치기도 했다. 이형숙 전장연 상임대표는 “결국 서울교통공사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51549
'을들의 싸움 이용'한대도…멈출 수 없는 장애인 시위 (JTBC, 임지수 기자, 2022-03-18 20:29)
[앵커]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달라'는 장애인들의 구호는 오래 이어져 왔지만, 현실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출근길 시위를 하면서는 시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는데, 이런 여론을 이용해서 장애인들의 호소를 덮자는 주장까지 알려지면서 오늘(18일) 시위 현장 분위기는 더 무거웠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붐비는 아침 출근길,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줄지어 지하철에 오릅니다.
[지하철 이용 시민 : 왜 출근길에 이러세요. 남에게 피해 주잖아요.]
이따금 거친 욕설도 듣습니다. 
[지하철 이용 시민 : 이해는 하는데 몇 달째예요 몇 달째. 몇 달째 XX인데, XXX.]
장애인 단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아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다소 과격한 선택을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20년 넘게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구호를 외치고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오가며 읍소 해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이영봉/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 : 왜 우리보고 과격하냐고 그러죠? 당신들이 약속을 안 지키니까 우리가 과격해질 수밖에 더 있습니까.]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오르다 다치고 리프트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는 매년 발생해 왔습니다. 6년 전 서울시는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 약속했지만 아직 지키지 않았습니다. 불편을 준다는 걸 알고 욕설이 날아들 걸 예상하지만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피켓을 드는 이유입니다.
[박경석/전국장애인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저희들은 이동할 수 있어야지만이 교육도 받고 일도 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 여론전으로 장애인 단체를 누르자는 서울교통공사 한 직원의 주장을 알게 된 뒤엔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장애인 단체의 말실수나 약점을 찾아내 여론전을 펼치자는 글을 홍보실 직원이 지난 8일 게시판에 올린 겁니다.
[지오/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 정말 오랫동안 싸워왔는데, 이런 시선을 어떻게 이용해먹을까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공사는 사과했고 직원을 징계할지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이동권 보장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고 장애인들은 매일 붐비는 지하철역으로 나서야 합니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62
[기자칼럼] 서울교통공사는 정말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습니까? (비마이너, 하민지 기자, 2022.03.18 23:02)
언론플레이 권력 쥐고 장애인 시위 악마화한 공사
내부 문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공사의 민낯
공기업이 훼손시킨 사회적 신뢰, 회복하려면?
안녕하세요. 서울교통공사(아래 공사) 내부 문건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에 “장애인 전용 언론”, “당 기관지”, “여론전 용도”로 언급된 비마이너의 하민지 기자입니다. 만드신 문건은 잘 봤습니다.
- 문건 놀랍지 않다… 장애인 시위에 언제나 적대적이었던 공사
문건은 지난 4일, 공사 내부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문건에서 공사는 서울시 지하철에서 진행되는 장애인권리보장 시위를 게임이나 경기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론전 승부는 디테일이 가른다”(0쪽), “불리한 상황에서 빌미를 제공하면 바로 실점으로 이어진다”(14쪽), “상대방도 언제든 실점할 수 있으니 꼼꼼히 잡아내자(Catch)”(17쪽) 등의 표현이 그렇습니다.
공사는 시위 대응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비유하기까지 했습니다(13쪽). 이런 인식은 당황스럽지만, 장애인 시위 현장이 전쟁 같기는 합니다. “씨발년아” 같은 욕설, “병신들이 지랄하네” 같은 혐오, “죽여버린다” 같은 협박, “지들이 불쌍한 줄 알아” 같은 모욕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지하철 시위를 자주 취재했던 제가 볼 때, 공사 직원들은 현장에서 혐오와 모욕을 부추겼습니다. 개인 휴대전화 카메라를 활동가들 얼굴 코앞에 대고 촬영하며 대놓고 불법 채증을 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아닌 공사가 채증을 하는 이유는 손해배상 소송 용도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활동가들을 향해 “예, 대단한 일 하시네요. 정말 멋집니다” 같은 말을 하며 시위를 조롱했습니다.
어떤 날은 휠체어 이용자가 지하철 내에 탑승하려던 것뿐이었는데, 공사 직원이 비장애인 시민에게 다가가 “장애인들이 또 시위를 해서요. 한두 번도 아니고 저희도 너무 힘들어요. 죄송하지만 옆 칸으로 이동하셔야 편하실 거예요. 장애인들이 시끄럽게 할 거라서요”라고 말하며 시민을 갈라치기 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여론전”인지요?
공사는 시위 현장에서 장애인을 언제나 적대시하며 장애인과 싸워왔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문건이 만들어진 건 한편으론 당연한 듯합니다. 공사 내부에 장애인 시위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직원이 이 같은 문건을 만들 수 있었겠단 생각도 듭니다.
내부 게시판에 달린 댓글이 이를 짐작케 합니다. 비마이너가 입수한 문건이 올라온 내부 게시판 캡처 화면에는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정치적 강자인 것만은 확신한다”는 직원의 댓글이 있습니다.
- 사실 조작한 보도자료 배포해 언론플레이 해놓고 “안 했다”
이렇듯 문건은 장애인 시위에 적대적인 내부 분위기를 등에 업고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강자인 장애인의 약점을 잡아 언론플레이를 잘해서 약자인 공사가 여론전에서 승리하자.’
YTN의 17일 보도(관련 기사: 서울교통공사 “장애인 단체는 싸울 상대”...‘언론 플레이’ 정황까지 ) 이후 공사는 ‘직원의 개인적 의견이며 공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언론플레이 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문건 17~19쪽은 다른 얘길 합니다. 여기에 나온 언론 대응 방법대로, 공사는 이미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공사의 보도자료를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출입처 기자들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즉, 문건에 나온 “상대방 실점을 소재로 물밑 홍보를 펼치는”(22쪽) 언론플레이 계획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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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내부 문건 17쪽. “앞으로의 대응은 어떻게? 상대방도 실점은 언제든 할 수 있다! 꼼꼼히 Catch. 전장연도 ‘사람’이 있는 조직. 선 넘는 미스는 충분히 한다. 과거와 달리 정보 노출할 수단이 풍부해진 현재는 사소한 미스가 여론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임. 이번 시위에서 공사가 Catch한 전장연 측 미스. 바퀴를 열차-승강장 틈 사이로 끼워넣기+휠체어 문 ‘가로막기’. 사진 확보 후 ‘자연스럽게’ 알리면서 고의적 열차 운행 방해 증빙하는 것이 됨”이라고 적혀 있다. 밑에는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의 휠체어 바퀴가 승강장과 열차 사이 넓은 틈에 빠져 있는 사진이 있다.
먼저 17쪽입니다. 문건을 작성한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담당자는 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실수(미스)를 꼼꼼히 잡아냈다고(Catch)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의 휠체어 바퀴가 승강장과 열차 사이 틈에 낀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 대표가 일부러 바퀴를 끼워 넣고 지하철 운행을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그날 이상하게 ‘장애인 활동가가 일부러 휠체어 바퀴를 끼웠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당일 현장에 취재 갔던 제가 본 장면과 달랐습니다. 이규식 대표는 틈이 이렇게 넓다는 걸 보여주려고 지나가다가 실제로 바퀴가 껴버렸습니다. 일부러 바퀴를 끼웠다 하더라도 끼워지는 넓은 간격 자체가 문제인 건데, 언론들이 이상하게 보도하길래 좀 의아했습니다. 저라도 사실을 말해야겠다 싶어 그날 쓴 칼럼에 적기도 했습니다.
오보 사태의 원인은 공사가 뿌린 보도자료에 있었습니다. 지난 1월 16일에 방영된 KBS1 〈질문하는 기자들 Q〉에 따르면 뉴스1, KBS 등 언론사 기자들은 장애인 단체에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공사 보도자료를 베껴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8쪽에서 공사는 “시위 주제의 거대화”를 지적합니다. 지하철에 와서 이동권 시위를 하는 건 이해하는데, 다른 권리를 이야기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걸 왜 지하철에서 주장해?”라는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제시합니다.
이 내용 또한 공사가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지난 1월 28일 배포된 보도자료 〈연일 이어지는 장애인 단체 지하철 운행방해 불법시위… 서울교통공사 “시위 자제 호소… 시민 불편 최소화 노력 다할 것”〉 4쪽에는 “탈시설 등은 공사가 어쩔 도리 없어”, “공사는 탈시설과 교육권 등 지하철과 관련이 없는 기타 주장을 펼치는 것에 난감한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봅시다. 지하철에서는 왜 시위를 하면 안 될까요? ‘시민 불편 때문에’라는 말이 바로 튀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시위라는 게 가능한 것일까요?
시위의 본래 목적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여론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여론을 형성해야 권력자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현재 장애인에게 출근길 지하철 연착 투쟁만큼 좋은 시·공간은 없습니다. 현재 많은 언론이 이 시위를 앞다퉈 보도하고 시민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 이를 증명합니다. 즉, 지하철이라는 장소는 문제될 게 없습니다. 단지 공사가 이를 문제적으로 만드는 전술을 짰고 그에 성공했을 뿐입니다.
19쪽은 많은 분이 보셨을 ‘할머니 임종’ 동영상 건입니다. 공사가 먼저 보도자료에 ‘할머니 임종’ 사건을 언급해 배포했고 이를 통해 장애인 시위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22일 공사가 보도자료를 뿌린 이후, ‘할머니 임종’을 다룬 언론 보도가 22일과 23일에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조회 수 12만 회를 넘긴 문제의 유튜브 영상은 23일에 게시됐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나 또한 이동 수단이 없어 어머니 임종을 못 지켰다. 정말 죄송하다’고 울먹거리며 한 말은 삭제된 편집본만 돌아다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공사는 이미 보도자료를 통해 장애인 시위를 악마화하며 시민의 부정적 여론을 끌어내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부 문건과 실제 배포된 보도자료 내용의 짝을 맞춰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공사는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듯한 이미지만 챙기기 위한 언론플레이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문건 16쪽에는 “교통약자 위한 서비스는 실효성이 있든 없든 언플용으로 좋은 소재”라 명시돼 있습니다. 교통약자에게 큰 효과가 없어도 “언플용(언론플레이 용도)”으로 괜찮은 서비스라 이야기하는 걸 보니, 공사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제공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 언론플레이를 정말 하지 않았습니까?
공사는 문건에서 언더도그마(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는 인식) 때문에 여론전에서 불리하고, 장애인복지법 등 법적 근거와 서울시가 발표한 두 차례의 이동권 약속때문에도 불리하다며 공사를 “실질적 약자”라 표현합니다. 그러나 공사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는 공공기관입니다.
그럼에도 공사는 단 한차례도 책임진 적이 없습니다. 리프트 추락 사고 피해자의 유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 승강장과 열차 간 넓은 간격과 높은 단차로 인한 공익소송 등에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이 변호인을 선임해 적극 대응했습니다. 문건 9쪽에 나온 대로, 2018년 신길역 휠체어리프트로 한경덕 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도 공사는 책임을 회피하다 끝내 패소했습니다.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는 공공기관인 공사가 그동안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얼마나 무책임했는지를 끈질기게 보도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인권 광고 게시 불허, 서울역 홈리스를 배제하는 행위 등도 성실히 보도했습니다. 공공공간인 지하철 안과 역사 안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누군지를 조명했습니다.
그런데 공사는 이런 비마이너 보도를 공사의 불리한 점으로 지목합니다. 비판을 비난으로 듣고, 유불리를 따지며, 극악무도한 약자와 힘 없는 강자의 싸움으로 프레임을 짜는 공사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잘못된 인식 속에서 보도자료가 작성됐고 출입처 기자단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썼다는 점입니다. 관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를 해당 출입처 기자단이 검증 없이 받아쓰는 행태는 한국 언론계의 오랜 병폐입니다.
이런 구조로 인해 관은 언론을 제 입맛에 맞게 쥐고 흔들 수 있는 권력을 지녔습니다. 실제 공사는 이런 권력을 활용했습니다. 공사의 입장이 담긴 수많은 기사가 매일 보도됐고, 이후 사람들은 공사가 기획한 방향대로 악플을 달았습니다. 바퀴를 왜 일부러 끼우냐, 왜 노동권·교육권까지 지하철에서 말하냐, 할머니 임종을 막다니 싸이코패스냐 등.
공사에 묻습니다. 언론플레이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한 것입니까, 공사가 한 것입니까? 공사는 정말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습니까?
-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지하철을 위해
이런 공공기관의 행태는 시민이 사회에 갖는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킵니다. 따라서 이후 시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공사의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사가 무엇보다 공공공간 운영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서울 지하철은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시민의 생활공간이 됐습니다. 화장실이 급할 때 사람들은 가까운 지하철역부터 찾습니다. 지하철역은 현금인출기를 비롯한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며, 역사 상가에서는 밥도 먹고 옷도 사고 여러 생필품도 살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 자체가 커다란 광장이자 도시공간인 셈입니다.
그러나 공사는 이 공간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소외시켜 왔습니다. 지하철은 서울시 전역에 미세혈관처럼 뻗어 있지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반쪽짜리 도시에서 존재가 지워진 채 살아온 것입니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다”, “우리를 모욕하지 말라”는 외침은 생존하고 싶다는 절규입니다.
현재와 같은 ‘언플용’ 사과로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시민사회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전에 없던 구체적인 사과와 예산 반영을 통해 지하철을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것만이 공사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날, 비마이너 또한 기쁘게 취재 갈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