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을 건설사를 왜 국민 세금으로 살려야 하나 / 6만개 건설사를 다 살리는 방법은 없다
새벽길2008. 11. 19. 09:12
2008/10/18 21:14 소위 말하는 시장원리에 충실한 경제학자들은 건설사 문제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까. 이런 건설사들이 망하면 지역경제가 무너진다고 아우성이겠지. 사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황 아닌가.
현 정부의 건설업 지원 대책,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의 글을 담아온다.
--------------------------------------- 문 닫을 건설사를 왜 국민 세금으로 살려야 하나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17일 (금) 09:00:33 이정환 기자) [경제뉴스 톺아읽기] 정부 건설업 지원 대책 실효성 의문… 새우깡 안 팔리면 새우깡 다 사주려나
건설회사 최고경영자 출신 대통령은 역시 다르다. 정부가 건설업계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어디 어려운 데가 건설업 뿐일까. 과연 건설업이 무너지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일까. 만약 건설업을 지원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 것일까.
정부는 5조 원에 이르는 건설업 종합지원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미분양 아파트를 환매 조건부로 매입하는 방안, 부동산 펀드를 조성하고 공공택지를 매수하는 방안, 담보 대출과 자산 유동화 증권 발행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조6천억 원 규모의 기업 어음에 대해 만기 연장을 유도하기로 했다.
물론 미분양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은 맞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6만595세대로 1993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4만562세대나 됐다. 아직 짓기 전에 분양이 안 되는 상태라면 크게 신경 쓸 바 아니지만 다 지은 멀쩡한 아파트가 주인이 안 들어온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업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미분양 물량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미분양 추이. 국토해양부.
일부에서는 12월 대란설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도 결국 수요가 없는데 공급이 한없이 늘어날 수는 없다. 팔리지 않는 아파트를 계속해서 더 짓지는 않을 것이고 미분양 증가 추세도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전체 미분양 물량 가운데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둔화하는 추세다. 수도권은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인데, 수요자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방은 이미 공급 과열이 해소되는 추세고 수도권은 수요가 급격히 둔화하는 국면이다. 실제로 정부가 우려하고 일부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는 것처럼 위기 국면이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상식적인 질문이지만 안 팔리는 아파트를 왜 정부가 사줘야 하나. 금융권에서 우스갯 소리로 하는 이야기지만 새우깡이 안 팔려서 농심이 부도 위기에 직면하면 정부가 새우깡을 다 사줄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한국일보는 17일 "외국은 어떤 대책 쓰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집을 짓기 전에 분양을 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발생해도 다 지을 때까지 분양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면서 정부에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 미분양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건설업체의 부도를 막기 위한 은행권의 일시적인 채무 만기 연장, 미분양 펀드에 보증업체가 보증을 서도록 유도하는 등 정부의 건설업체 금융지원은 오히려 금융 부실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향신문도 16일 "건설업체 도덕적 해이 부추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적기 시행도 중요하지만 모럴 해저드의 문제없이 경쟁력 있는 업체를 구제하는 실효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기업 이해를 대변해 왔던 매일경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 신문은 15일 "건설사 묻지마 지원 모럴 해저드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위기를 빌미로 한 퍼주기식 지원이 나와서는 곤란하다는 정책 오버슈팅에 대한 경계심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다같이 어려운데 건설업에만 천문학적인 정부재정 투입을 압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견이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금융권에서도 건설업체의 부실을 덮어두려고만 하지 말고 도태될 업체는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분양 사태가 금융권은 물론이고 전체 금융시장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뇌관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당수 언론이 건설업체의 부실보다는 건설업체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부 건설업체의 부도가 불가피하지만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이들의 실패를 국민들 세금으로 보전해주거나 한발 더 나가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오히려 부실을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금융위기가 과도한 부동산 거품 때문이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건설업 지원방안은 부실을 확대재생산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그러나 머니투데이는 16일 "건설업자들의 절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찔끔찔끔 규제를 풀거나 단기적인 금융지원을 해주기 보다 시장 실패를 가져온 각종 규제를 풀고 건설사들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건설사들에 한번 더 기회를 줘 앞으로 그들이 시장에서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해 다른 신문들과 다른 논조를 보였다.
2008/08/25 20:56 이명박 정부의 8.21 부동산 대책을 평가하는 기사들 중 읽어볼 만한 것들을 담아온다.
------------------------------------ 미분양 넘쳐나는데 신도시 더 짓겠다고? (미디어오늘, 2008년 08월 22일 (금) 08:56:06 이정환 기자) [경제뉴스 톺아읽기] 건설경기 살리면서 집값도 잡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자충수
이명박 정부가 건설경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 대통령의 출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건설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건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 취업자 수 비중도 7.9%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불황이 확산되고 국제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 등으로 내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건설경기 부양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안이다.
정부가 21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서는 일단 고심의 흔적이 읽힌다. 간단히 정리하면 첫째, 신도시 건설과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고 둘째, 수도권 전매제한을 완화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셋째,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해 건설회사 연쇄 부도를 막는다는 등이다. 그러나 정부는 당초 논란이 됐던 금융규제는 당분간 풀지 않기로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이었다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다. 그 과정에서 투기 수요가 몰려들고 집값이 뛰어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투기 광풍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건설회사들을 모두 안고 가면서 동시에 부동산 거품을 빼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여러 대책을 종합하면 이명박 정부는 일단 건설경기를 부양하되, 집값이 폭등하는 사태는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강부자 정부라고 하더라도 경기 침체 국면에 집값 폭등이 가져올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투기 수요를 뿌리 뽑지 못한 상태에서 공급을 늘리고 집값이 안정되길 바란다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천과 김포 등 신도시 건설 계획은 일단 일산이나 분당에 비교할 때 입지조건이 너무 안 좋은데다 가뜩이나 이 지역에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몹시 우려스럽다. 재건축 규제 완화 역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전매 제한 완화는 투기적 수요를 부추길 우려가 있고 미분양 매입은 건설회사들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면서 정작 집값 거품 해소를 지연시키게 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차이를 굳이 정리하자면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해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이명박 정부는 세금을 줄여 거래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 불로소득을 억누르기 보다는 시장 원리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수·경제지들은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금정책을 부동산 부자들, 그리고 집 가진 사람들 전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사실 부동산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없고 다만 들어가서 살 집 한 채만 있으면 된다는 사람들에게는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은 결코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주택경기는 살리되 투기는 차단해야 한다"는 22일 세계일보 사설은 이런 딜레마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신문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각종 규제를 가하고 중과세하는 등 공세를 가한 결과 집값은 안정됐지만 거래마저 끊기는 부작용을 낳았다"면서도 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 신문은 "중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지나친 규제를 풀어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고육지책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좋지만 어렵사리 안정세를 찾아가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흔들릴까봐 심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부동산 거래가 끊긴 이유가 과도한 세금 때문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세금을 깎아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거래를 활성화시키려면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깎아줄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하는 것이 바른 해법이다. 핵심은 투기 수요를 뿌리 뽑아야 집값이 내려가고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게 되고 그때 비로소 건설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출 받아 비싼 집을 산 사람들이나 재건축을 기다리면서 강남에 터무니 없이 비싼 아파트에 버티고 있는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또 건설회사들 폭리 구조도 한계를 맞게 되고 일단 지어놓기만 하면 무조건 팔려나가던 시절이 끝나면 건설회사들 연쇄 부실과 도산도 불가피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집값 폭등을 막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투기 수요에 의존해 경기침체를 넘어서려 한다. 금융규제까지 풀지는 못했지만 보수·경제지들은 더 비싼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조만간 이마저도 풀릴 가능성이 크다.
-------------------------------------------- MB, '녹색성장' 일주일 만에 다시 '삽질성장' (프레시안, 전홍기혜/기자, 2008-08-25 오후 5:26:16) 국토부 "신도시 지정권 지자체로"…"제2의 뉴타운 우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 비전의 축으로 제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평소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를 핵심 대선공약으로 할만큼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성장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이 구체적인 준비 없이 선언적인 차원에서 나온 구호이다보니 관계부처에서는 "언론을 통해 이 말을 처음들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 '고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녹색'과 '성장'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일주일만인 지난 21일 2곳의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녹색성장'이 허울좋은 말에 그쳤음을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는 더 나아가 25일 신도시 지정권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주택 개발의 영역은 원론적으로는 지자체의 몫이라는 것은 맞지만 현 상황에서 지자체로 신도시 지정권을 넘길 경우, 신도시 개발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난 4.9 총선에서 '뉴타운 광풍'이 불었던 것처럼 지자체 선거 때마다 '신도시 광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
또 지금도 경기지역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3만여 개로 공급 과잉 상태인데, 추가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미 장기적으로 인구통계학적인 변화를 고려할 때, 5-10년 후 도심에서 떨어진 신도시부터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신도시 건설을 들고나온 이유는 '성장'에는 건설경기 부양 이상 효과적인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국토부 "가능한 빨리 신도시 지정권 지자체에"
국토해양부는 25일 신도시 지정권을 지자체에 넘기는 내용으로 택지개발촉진법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권은 면적이 20만㎡ 미만은 지자체에 있지만 20만㎡ 이상일 경우에는 정부에 있다. 특히 신도시로 구분되는 330만㎡ 이상은 정부가 지정뿐 아니라 개발계획, 실시계획 등도 승인해 주고 있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 면적에 상관없이 택지지구 지정권을 지자체에 넘길 계획이다. 다만 면적이 330만㎡ 이상인 신도시의 경우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가능한 빨리 시행하기 위해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 중에 시행될 전망이다.
"무분별한 개발…개발정보 유출 등도 우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신도시 지정권을 지자체로 넘겨주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주택 영역은 지자체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는 게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문제는 수도권 지자체"라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변 교수는 "그동안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국가 공사가 개발을 과도하게 주도해왔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지자체가 개발과 성장 우선주의에 빠져있는 현실에서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권을 지자체로 넘길 경우 더 무분별한 개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임기 중 매년 1곳에 명품신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마구잡이 개발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변 교수는 지적했다. 변 교수는 또 "국가공사는 오랜 노하우가 있어서 그나마 개발정보를 통제하는 게 가능했다"며 "지자체가 신도시 지정권을 가져갈 경우 개발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개발정보를 둘러싼 지자체의 비리와 부패도 부작용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뉴타운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될 것"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지자체게 신도시 지정권을 주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광역단체들이 지금 개발공사를 다 만들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없어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특히 지자체 선거와 맞물릴 경우 제대로된 비전과 계획 없이 마구잡이로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과 마찬가지로 단체장은 단체장대로, 의원은 의원대로 너도 나도 신도시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단체장 임기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선심성 신도시 개발'은 후임 단체장에게는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시작한 뉴타운 사업이 오세훈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2008.11.19 추가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설사 구조조정은 행해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현 시기에 좌파적 대안은 아니지만 시장을 통한 부동산 거품 해소라는 처방이 타당한 것 같다.
도덕적 해이, 역선택 등 최근10여년 만에 미시경제학에 들어온 용어들이 거침없이 전방위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 6만개 건설사를 다 살리는 방법은 없다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21일 (화) 21:26:25 이정환 기자) "과장된 건설업 위기는 보수 언론과 강부자 정부 합작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또 내놓았다. 올해 들어 여섯 번째다. 투기지역을 해제하고 부동산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건설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 주택과 토지를 매입하는 등 모두 9조원 상당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대책이다. 정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먼저 돌아볼 문제는 과연 정부와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처럼 건설업 위기가 심각한 상태냐는 것이다. 미분양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나고 있고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 위험도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분양가가 시장의 기대보다 높고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탓이다.
부동산 담보 대출 부실 역시 세계적인 금융 불안 영향이 크지만 결국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과도한 부채를 끌어들인 개인과 이를 방조한 금융회사들 책임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투기적 거래를 늘려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고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와 금융 부실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순철 국장은 "정작 위기의 근본 원인인 건설사들 구조적 부실을 뿌리 뽑는 대책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언제든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도 "개별 기업들 경영 실패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말하는 위기의 근본 해법은 부실한 건설사들을 퇴출시키고 분양가를 강제로 낮추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건설사들 재무구조를 엄격히 규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강화하면 된다. 국민들 혈세를 퍼붓는데 건설사들도 구조조정의 성의는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윤순철 국장의 이야기다.
최근 인천 청라지구에 참여한 하도급 업체들이 받은 건축비가 280만원 수준이라는 사실은 그동안 분양가 거품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도 5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는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30%만 분양에 성공해도 손해는 안 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윤 국장은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과 달리 건설업의 위기는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건설사들 6만개를 모두 안 망하게 하는 방법은 없다. 후분양제와 최저가 입찰제, 직접 시공제 등을 도입하고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것이 거래를 늘리고 침체된 건설경기를 살리는 유일한 해법이다."
입찰만 받아 하도급을 주고 이윤을 챙기는 페이퍼 컴퍼니들도 분양가 거품의 주범이다. 10년 전보다 건설사 수가 3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이들을 먹여 살린 것은 300조원 이상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끌어다 쓰며 투기 열풍에 동참했던 국민들이다. 혹독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인데 정부의 대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와 언론은 왜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시장원리에 맡겨둬야 한다면서 가격이 떨어질 때는 개입을 하고 나서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충격은 피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결국 부실이 터져 나올 것이고 훨씬 더 심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21일 건설 부문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주택 수요 위축과 건설부문 자금경색 심화 해소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건설경기 부진과 미분양 적체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건설사의 경영 잘못까지 국민의 돈으로 메워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기가 살아날 경우 잠자는 투기세력을 깨워 부동산 거품 확대에 따른 집값 급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 불패´ 정부가 뒷받침해주는 꼴
정부는 위기에 빠진 건설사를 구하기 위해 건설사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미분양 아파트도 사주고, 땅도 사들이는 등 가능한 모든 카드를 빼들었다. 이를 바라보는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미분양 아파트 등 건설업체가 떠안고 있는 부실은 과도하게 높은 분양가 등 건설업체의 방만 경영이 단초가 됐다는 진단이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설업계가 지나치게 몸집을 불리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것인데 정부가 국민 혈세로 지원하는 것은 건설사에 대한 특혜”라면서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어긋나는 원칙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실물경제 악화를 바로잡아야 하는 측면에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이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는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정부가 나서서 뒷받침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거품 확대… 경제 큰 짐 될 것
민간업체의 경영 부실을 정부가 도와주는 지원 방식은 건설사의 체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주택시장 붕괴 원인은 비싼 분양가와 수요예측을 잘못한 공급확대, 투기 수요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수요자들이 등을 돌린 탓”이라면서 “‘원죄’(고분양·폭리)를 덮어두고 건설사의 엄살을 들어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조치가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제의 큰 짐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박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이 당장 침체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 “오히려 나중에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우리경제가 호전되면 부동산 거품이 확대되는 등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국소 한 연구원은 “투기세력의 ‘학습효과’를 키울 수 있어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면서 “지금 필요한 부동산 거품 해소의 연착륙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분양 할인매각, 비핵심 자산매각 등 건설사들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지원한다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아픈 ‘채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 교수는 “투기적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한 업체에는 강도 높은 ‘페널티’를 부여해 업계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기업 보유 토지 매입도 시가보다 충분하게 낮은 가격으로 매입해야 도덕적 해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시장 살아날지도 의문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이 당장 살아날지 의문도 남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가 바닥인 데다 실질적인 구매능력이 떨어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체 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인위적인 지원보다는 근본적인 시장 살리기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다. 아랫목을 데우면 윗목이 따뜻해지고 방안 전체에 온기가 퍼지는 것처럼 개인간 거래를 늘려 청약시장을 살리고 자연스럽게 미분양 아파트 소진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호 부동산랜드 사장은 “개인간 주택거래 규제는 모두 풀어도 문제가 안 된다.”면서 “건설사 지원에 앞서 일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집을 살 사람이 없다.”면서 “거래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확대해야 시장이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처분조건부대출 연장,1가구2주택 중복보유 허용기간 일시적 확대 등의 조치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구매자의 실질 소득 하락으로 구매욕구와 구매능력이 떨어진 데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서는 수요자 지원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현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소비자들이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금 이자를 감내하지 못해 달려들지 않고 있다.”며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회사채 유동화 대책도 중견 건설업체에는 그림의 떡이다. 중견 건설업체 회사채는 수요가 많지 않고 발행도 적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 건설업 퍼주기 대책, 조중동도 시큰둥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22일 (수) 09:02:11 조현호 기자)
조선일보는 3면 머리기사 <'건설발 위기' 불끄기…근본해법 될까 의문>에서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와 미분양 아파트 구입을 골자로 한 '10·21 부동산 대책'에 대해 "건설발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의견과 투기 조장정책·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정부는 미분양 주택이 16만 가구를 넘어선 데다 건설업체에 대한 은행권 대출이 대부분 중단돼 자칫 건설업계의 연쇄 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긴급대책을 마련했다"면서도 "시민단체들은 투기지역 해제를 통한 대출 규제 완화 조치는 자칫 버블을 키워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담았다. 5면 머리기사 <꽉 막혔던 부동산 시장, 투기지역 해제로 '대출' 풀어준 셈>에서 "경기가 워낙 안 좋아 대출 규제 완화가 수요 확대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그래서 당장 효과는 없고, 잠재적으로 금융 불안 요인만 키우는 악수를 뒀다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4면 머리기사 <금리 내리고 만기 늘리고…주택 대출 부담 줄인다>를 통해 이번 정책의 의미와 평가를 내린 뒤 이 기사와 함께 오른쪽 하단에 배치한 <"세금으로 업계 부실 메워" 도덕적 해이 논란>이라는 기사에선 우려는 담기도 했다. 동아는 이 기사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부실의 책임을 져야할 건설사가 자구노력을 하기보다는 정부지원에만 의지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3면 머리기사 <투기억제 장치 풀어 '주택 거품 부메랑' 우려>에서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제를 대폭 완화한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풀게 되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을 때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사설 <부동산 부양책인지 건설사·투기 부양책인지>에서도 "글로벌 장기불황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가 정교한 경기부양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러나 건설사에 세금을 퍼주고 투기규제를 푸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5면 머리기사 <'부동산 거품' 인위적 지탱…'연착률 효과' 의문>에서 "정부의 부동산 관련 10·21 대책은 거래 활성화와 유동성 지원을 통해 건설 위기를 살려 전반적인 금융과 실물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차단하자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런 정부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급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문제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도 사설 <특혜성 건설부문 지원 재고해야>에서 "다른 부문과 비교해 특혜조처일 뿐 아니라 자칫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울 수도 있는 잘못된 대책들"이라고 규정하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귀결될수 있는 건설부문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재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혈세로 유지되는 '건설사-MB정부 카르텔' (프레시안, 이대희/기자, 2008-10-22 오후 6:16:59) "잘못된 공적자금 투입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와"
정부 대책이 '거품으로 경기 부양하기'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근본 원인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 있어 한계가 명확한 만큼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다. 특히 정부의 지원 방식이 결국 국민 세금을 건설사에 퍼주는 방식인데다 관치금융의 냄새마저 짙게 배어 나온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가 경제위기시 자주 써먹던 방법이었으나 큰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날 파격적인 건설업 지원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건설사가 처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불안한 건설경기를 부양시켜 돌파구를 찾자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한국의 역대 정부가 모두 큰 애정을 쏟은 곳이 건설사다.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전후방 연관효과가 커 정책지원에 따른 경기활성화 효과가 높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애정에 따라 한국은 건설업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큰 국가가 됐다. 지난 1995년부터 2006년 사이 건설업이 생산한 평균 부가가치 비중은 OECD 30개 회원국 전체 평균이 5.48%였으나 한국은 무려 8.80%에 달했다. 전체 30개 국가 중 8%가 넘는 나라는 한국과 스페인(8.15%)이 유일했다. 건설투자의 GDP 대비 비중 역시 한국이 27개국 중 가장 높았다. 1995년에서 2006년 사이 한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평균 19.22%로 OECD 평균 11.67%보다 1.6배가 많았다.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 유혹을 느끼지만 최근 외국에서는 건설업 비중이 높았던 국가들이 유독 경제위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조사에 따르면 1995년에서 2000년 사이에 비해 2001~2006년에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난 나라는 호주(13.43%→15.16%), 캐나다(10.76%→12.59%), 아이슬란드(12.49%→14.64%), 아일랜드(12.81%→17.77%), 스페인(12.19%→15.92%), 영국(7.42%→8.29%), 미국(9.16%→10.19%) 등이다.
이들 국가는 최근 특히나 큰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고 아일랜드와 영국은 공식적으로 경제 침체(Recession)를 인정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유럽에서도 가장 심각하다는 스페인은 3년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이민자에게 4만 달러에 달하는 실업수당을 한꺼번에 안겨주고 해외로 돌려보내고 있다. 치솟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건설업이 급격하게 붕괴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설업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10·21대책을 보면 건설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건설 경기를 살리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건설업체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마저 무시하려는 듯하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발표안의 큰 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가계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주택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 정권 때 만들어진 부동산투기 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건설업체 지원 방안이다. 토공이 직접 건설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과 대한주택보증과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공기업을 동원해 유사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금융기관에 건설회사에 대한 채권회수를 자제하도록 요청하는 대주단협정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민간 건설사의 부실을 공기업으로 전이할 뿐이라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만에 하나 보증을 선 민간기업에 문제가 생긴다면 고스란히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 사례가 과거 벤처붐이 꺼진 후 큰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른 기보를 통한 벤처기업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P-CBO) 보증 사태다. 부실한 공적자금 투입 조치는 기보의 지원 능력을 갉아먹어 국민의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적자금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라며 "특히 예금보험공사나 캠코 등을 통한 공식 공적자금과 달리 이번 정부의 방식인 유사 공적자금 투입은 국민적 통제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공적자금 투입이 당근이라면 대주단협정은 반(反)시장적인 관치금융 조치다. 오히려 금융기관에 채권행사 유예와 신규자금 지원을 '독려'하는 정부의 관치금융적 접근은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건설업계 부실 확대는 건설사는 물론, 적절한 여신심사 없이 관련 대출을 확대한 금융기관과 감독 책무를 방기한 금융감독당국, 건설경기 부양을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한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대주단협약은 결국 관련주체들이 모두 자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카르텔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처럼 관련 책임자 사이에 카르텔이 만들어짐에 따라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에도 적절치 않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기초체력이 튼실한 건설사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역선택의 문제(adverse selection)가 발생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 가능성이 있는 기업 중 우량한 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의 부도유예협약과 부도방지협약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며 "관치금융에 따라 건설업 불황 장기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의 정확한 정보를 시장에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고 경제개혁연대는 강조했다. 회생 가능 기업과 불가능 기업을 구분할 수 있는 세밀한 정보가 모두 시장에 공개돼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져야만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건설업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복안을 내놨지만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이를 실현시키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지금처럼 정부가 개별 부실기업을 살리려고 시장기능을 더 왜곡시켜서는 안 되며 시장기능을 복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정부의 직접 지원이나 관치금융이 당장은 부실기업 채권이 금융권에 정상채권으로 분류돼 도산을 막을 수 있겠지만 이는 결국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적 낭비·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더 큰 비용을 치러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정상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경제개혁연대는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법률의 틀 내에서 건설업 자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21일 건설사 지원방안과 함께 발표한 ‘건설부문 구조조정 방안’이 ‘빛좋은 개살구’로 그칠 전망이다. 인원 감축이나 회사정리 등 구조조정 대상은 소수에 불과해 구조조정이란 말이 무색한데다 사실상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을 지원하는 방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신용위험평가 등급은 정부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결정한다. 신용등급이 높은 A·B등급은 채권은행이 만기 연장이나 이자 감면, 신규자금 지원 등을 해주고, C등급은 워크아웃 등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한다. D등급은 대출 만기 연장과 신규자금 지원 없이 퇴출된다.
그러나 이는 모든 건설사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 자금 지원을 신청하는 회사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당초 “일시적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는 모든 건설사에 대해” 구조조정 방안을 적용한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선별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폭이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구조조정 방안이 자금 지원 신청 회사에 한해 선별적으로 적용되면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 건설사들은 이 프로그램을 회피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의 경우 평가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거의 없어 구조조정이나 워크아웃, 또는 회사정리 절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퇴출등급 기업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건설업체 도급순위 기준 100대 건설업체의 유동성과 부도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27개 기업이 유동성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부 대책으로 이들 기업이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및 보유 토지 매입과 건설사별 대출만기 연장 등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 일반건설업체나 신용등급조차 매기기 어려운 일부 전문건설업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구제되는 만큼 구조조정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실련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정부의 이번 구조조정 방안은 건설업체 퍼주기란 비난을 피하기 위한 양념식 대책일 뿐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 ‘시장 역주행’, 부동산 ‘거품’ 인위적 떠받치기 (한겨레, 송창석 기자, 2008-10-22 오전 08:01:41) 건설부문 위기 해소될까
‘거품’ 터질 지경에 이르자 시장에 ‘고통’ 떠넘겨
미분양중 1만5천채만 구제…‘언발 오줌누기’
분양계약자 보호용 ‘주택보증기금’ 투입도 문제
정부가 21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경기와 건설업체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공 등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들을 통해 건설업체에 대규모 유동성을 지원하고, 투기적 수요까지 다시 끌어들여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게 정부 대책의 뼈대다. ‘가계 주거부담 완화’라는 명분도 내세웠지만, 서민 주거복지 확대나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비용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 고강도 처방의 배경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이에 따른 금융권 파급 위험은 상당히 심각하다. 미국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져 건설업체들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대부분 건설사들의 재무상황을 보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에서는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돈을 초과한 지 오래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낫다는 대형 상장건설회사들조차 유동성 위기에 놓일 정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동산과 건설업 실물부문의 어려움을 방치했다간 곧바로 금융권 부담으로 옮겨져 실물과 금융의 동반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면 다시 건설 투자가 살아나 고용과 내수 등 경기 전반을 진작시키는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정부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듯
정부가 대대적으로 공공자금을 쏟아부으며 건설사 구제에 나서면 당분간 대량 부도 사태는 피할 수 있다. 또 이번 10·21 대책으로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대부분 허물어진 만큼 공격적인 주택수요도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장에선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시장 상황에선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지고, 건설사들로서는 재고 누적에 따른 자금난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대한주택보증이 2조원을 들여 미분양 주택을 사주더라도 많아야 1만5천채 정도다. 공식적으로 16만채의 미분양 주택을 가진 건설업체들한테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근본적으로는 지금의 국내 집값은 수요자들의 구매 능력을 한참 벗어난 수준에 있다는 게 문제다. 국민은행 집계로는, 지난해 우리나라 주택구입자들의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비율(PIR)은 전국 평균 6.6배, 서울은 11.6배, 강남권은 12.3배에 이른다. 유엔 정주권회의가 제시한 적정 비율 3~5배를 웃돌고, 특히 서울은 뉴욕(2006년 기준, 7.9)과 런던(6.9), 도쿄(5.6) 등 세계 주요 도시들에 견줘 훨씬 높다. 집값이 너무 부풀어올라 수급 균형을 맞추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 대책을 내놓으며 “미분양 문제는 공급과잉과 고분양가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며 건설사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촉구했다.
■ 또다른 부작용 나타날 수 있어
공공자금으로 건설사들의 미분양 주택이나 토지를 사는 것은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 정부와 업계가 강조해 온 ‘시장원리’에 맡겨두면 땅값과 집값이 저절로 내려갈 텐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떠받쳐 건설사들로 하여금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를 배경으로 건설사와 금융회사들이 집값에 잔뜩 거품을 끼게 해놓고서 터질 지경에 이르러서는 고통을 시장과 사회에 떠넘기는 꼴이다. 참여연대 김남근 민생희망본부장(변호사)은 “결국 서민 복지를 희생양 삼아 투기를 조장하고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주택보증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건설사 지원은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정작 공적 보증을 받아야 할 계층의 수혜기반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가령 주택보증의 가용자금 3조8천억원 가운데 지급준비금 1조8천억원을 뺀 실질 가용자금 2조원을 미분양 주택 매입에 써버리면, 건설사 부도에 대응하기 힘들 수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주택보증 본연의 기능은 건설업체 부도 때 입주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부 대책은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 분양계약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건설기업 살리기에 두 팔 벌리고 나섰다. 8월21일에는 재건축 규제 합리화와 분양가 상한제 개선 등 상위 1%만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더니, 다음달 9월19일, 그린벨트를 풀고 도심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0월21일, 정부는 9조2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건설기업 살리기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대출 만기 연장과 자금 지원 등, 현재 건설기업 유동선 위기를 해소하고 100대 건설기업을 모두 살리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건설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금융자본의 도덕적 해이를 방관하고 민중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는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악화는 건설사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4~5년 동안 미분양이 속출해 수요가 없는데도 무작정 주택을 지어 비싸게 분양하고, 20%정도 낮게 분양해야 하는 ‘분양값 상한제’를 피하고자 건설사들은 ‘밀어내기 고분양’을 했다.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 ‘모든 것은 시장 논리에 맡기라’더니 어려울 땐 정부에 손을 벌리는 건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정부는 각성해야 한다.
오늘날, 민중들에게는 살만한 집이 아니라 삶을 짓누르는 ‘집’만이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부추겨 집을 투자 상품으로 만들 던 건설기업은 이제 그들의 투기가 한계에 다다르자 정부에 손을 내밀었고,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가진 자들을 위한 세금 완화와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하지만 각종 부동산 정책으로 경제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민중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진다. 건설기업의 투기로, 정부의 반인권적인 개발정책과 부동산 정책으로 우리네 삶은 더욱 위태로워지고 건설기업의 투기, 개발 등으로 삶의 자리를 빼앗긴 민중들은 이제 건설기업의 부채마저 떠안게 되었다.
정부는 건설기업 살리기에 급급해선 안 된다. 기업 스스로가 자초한 위기를 민중들의 피와 땀으로 매 꾸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뉴타운 추가지정, 무분별한 마구잡이식 개발로 인한 부동산 시장 폭등으로 인해 민중들의 주거권은 점점 침해되고 있다. 9조2천억원이라는 공적인 자금으로 건설기업을 살린다면 이 후, 또 다시 주거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부는 당장 주거권 침해의 가해자인 건설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무분별한 개발을 중단하고 민중들을 위한 공공주택 건설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 "부실 건설사 살리려다 다 죽는다" (프레시안, 성현석, 전홍기혜 기자, 2008-10-28 오후 2:29:13) [인터뷰]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저자 선대인
그는 '전문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시장에 찬바람이 몰아치는 결정적 이유는 정책 당국자의 실력 부족이라는 뜻이다. 그는 "한번 이야기해보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갈아치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나"라고 되물었다. 경제 수장 개인의 무능을 넘어, 지난 정권부터 쌓여온 구조적 문제를 봐야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계속 곪아왔다. 그가 쓴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가 이야기하는 '구조적 문제'는 다름 아닌 부동산 거품이다.
은행 돈을 빌릴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빌려서 부동산을 사야한다는 게 '재태크 상식'으로 통했다. 이런 흐름에 은행들 역시 호응했다. 은행들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의 비율)을 140%(올해 8월 기준)까지 늘리면서, 대출을 늘렸다. 물론, 은행에 들어온 돈보다 빌려준 돈이 더 많은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이렇게 가계 부채는 늘어났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660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는 거대한 '화약고'가 됐다. 이런 불안한 상황이 주가를 떨어뜨리고, 외국인들로 하여금 원화를 팔게 한다는 것. 그런데 하필, 정부는 이날 기준 금리를 0.75%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선대인 :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다. 거품이 주식 시장과 외환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거품을 빼기보다,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서 거품을 유지하려고 한다. 물가 인상으로 서민들이 겪는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됐을 때, 디플레이션 대책을 써야 한다. 거품 붕괴는 이제 시작인데, 정책 수단을 미리 다 써버리면 어쩌자는 건가. 정부는 벌써 금리를 인하하고, 세금을 줄이고 재정 지출을 늘렸다. 곧 본격적인 침체 국면이 올텐데, 그때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재정 지출이 필요할 때는 국고에 돈이 없게 된다. 금리를 이미 낮췄으니, 금리 인하도 효과가 없다. 아껴둬야 할 정책 수단을 모조리 낭비해버린 형국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화약고에 불이 붙는다. 화약고는 가계 부채다. 언론에서는 흔히 건설업체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cing)을 문제 삼는다. 물론, PF도 큰 문제다. 하지만 전체 66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그 중 330조 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다.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구조를 봐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환율과 금리가 다 부동산 담보 대출과 얽혀 있다. 금리가 뛰는 이유는 예대율(예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총대출이 총예금을 넘어섰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지나치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 추세가 계속 이어져서 올해 8월에는 예대율이 140%까지 치솟았다.
한국 경제에서 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은 외국 투자기관 보고서에서 이미 여러 번 나왔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품이 터지기 전에 한국을 떠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외국인들은 지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한국 자산을 팔아 치우고 있다.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거품 붕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 고통스럽더라도, 망해야 할 건설업체는 빨리 문 닫게 해야 한다. 그게 시장 원리다. 경쟁과 시장 원리를 늘 입에 달고 다니는 현 정부가 왜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감싸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일본처럼 건설업 구조조정을 질질 끌기만하면, 경제 전체가 죽는다.
정부는 가계가 계속 부동산에 미련을 갖도록 부추긴다. 이렇게 하면, 가정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시기만 연장될 뿐이다. 계속 뛰어 오르는 이자 내면서, 주저앉는 부동산을 붙잡고 버티는 게 언제까지 가능하겠는가. 금융권에 돈이 씨가 말랐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부 재태크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다시 띄울 수 있다고 떠들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선대인 : 아무래도 대통령이 건설업체 출신이라서, 옛날 경험에 더 강하게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과거에는 건설업이 갖는 산업 연관 효과가 매우 컸다. 그래서 경제가 침체되면, 건설 경기 부양이라는 게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도 공식으로 통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은 첨단기술과 지식이 경제를 움직인다. 불필요한 공사 일으켜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다. 과거에는 도로를 지으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됐다. 물류가 원활해지니까.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지방에 가보라. 차 없이 빈 도로가 얼마나 많은가. 또, 경기 한 번 열리는 적 없는 종합운동장도 수두룩하다. 이런 낭비적 사업에 수천억 원을 들이고 있다.
젊은이들의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지내는 판국에, 공사판만 만드는 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이런 상황은 결국 부동산 시장에도 부메랑이 됐다. 지금이라도 빨리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더 이상 콘크리트에 돈을 쏟아 부어서는 안 된다. 대신,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 세대도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에서 실패한 건설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쓰는 돈을 지식과 기술을 위한 투자로 돌리는 게 시급하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건설업계에 재정과 규제완화 카드를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건설고용의 질은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어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정부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통해 세제지원과 추경편성, 금리하향안정과 규제개혁 등을 통해 3%내외로 예상되는 내년 성장률을 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고용과 관련 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취업자가 7~8만명 증가하는 정책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재정지출 확대분 11조원 중 5조6000억원이 건설부문에 투자되는 만큼 취업자 증가의 상당수는 건설부문에서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여기에다 재건축 활성화,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수도권 규제완화 등이 추진되는 만큼 정부는 건설고용 증가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설부문 고용의 질이 열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일자리가 늘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소비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루평균 노동 10.1시간, 임금은 근로자 평균 이하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근로자 고용안정 실태 및 정책 방안(2007)’에 따르면 건설생산 과정은 겨울철과 장마철 등 기후적 요인에 의해 생산이 중단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은 계절적 실업을 반복한다.
실제 지난해 5월 건설업종 사업주와 노동자 653명을 대상으로 조사결과 3~5월, 8~12월에 걸친 평상시 건설노동자의 한달 평균 노동일수는 21.5일이었지만 장마철(6~7월)에는 16.3일, 겨울철(1~2월)에는 15.8일로 줄어든다. 특히 2005년 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24개월 동안 건설노동자 수는 166만명에서 196만명을 오르내렸다. 30만명 가량이 ‘롤러코스트 고용시장’에서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장상황은 더 열악하다. 식사시간을 제외한 건설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도 평균 10.1시간이나 된다. 11시간 이상 노동비율도 22.3%에 달한다. 반면 숙련수준이 높은 팀·반장의 월평균 임금은 237만원, 조공·일반공은 169만4000원에 불과하다. 비교적 숙련도가 높아야 하는 플랜트공사의 경우 260만3000원으로 높았지만 대부분 건설노동자들은 2006년 기준 근로자 월평균임금 247만6000원의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금액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대로된 비정규직 통계도 없어 = 이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은 △항상 일자리가 불안하다 20.9% △아무런 노후대책이 없다 18.7% △연간 임금이 너무 낮다 17.2% 등의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이 건설현장을 기피하는 원인에 대해서도 사업주와 건설노동자 모두 △직업전망이 없다. △항상 일자리가 불안하다 △아무런 노후대책이 없다고 진단했다. 고용의 질이 낮다는 점은 현장에 일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건설현장에서 20~30% 이상의 단순노무인력을 외국인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건설고용이 늘어난다 해도 외국인노동자 의존비율이 높아지면 소비진작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하지만 정부 공식통계에는 이 같은 특성조차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9월 고용동향)은 8월말 현재 건설업 노동자 162만6000명 중 비정규직은 47.2%인 76만7000명으로 집계했을 뿐이다. 대부분 비정규직인 기능원·기능종사자와 단순노무종사자가 전체의 66.3%를 차지한다는 경제활동종사자 통계가 있긴 하지만 정확한 비정규직 규모와 현장 상황을 보여주는 정부 공식통계는 아예 없다.
경기부양을 통한 고용창출도 중요하지만 고용시장에 대한 분석이 없는 상태에서는 투입대비 최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 누구를 위한 부동산 경기부양인가 (프레시안,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2008-11-12 오전 11:49:12) [창비주간논평] 부동산 거품 해소, 시장에 맡겨야
최근 부동산 거품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거품붕괴를 막으려는 정부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부동산대책인 소위 '8·21대책'부터, 9·1 감세안, 9·19 500만호 주택공급대책, 9·22 종합부동산세제(이하 종부세) 개편안 등이 잇따랐다. 이도 모자라 10·21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방안'과 11·0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까지 나왔다.
이들 대책의 공통점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금 및 대출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건설 및 부동산경기 부양'과 '집값거품 떠받치기'로 일관한 정책들이다. 더구나 정부가 이들 대책을 내놓는 속도와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이 주목된다. 부동산 거품붕괴와 한국경제의 위기가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이제는 활용 가능한 부동산 및 건설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국내외 거시경제구조를 볼 때 현정부의 이같은 부동산 부양책으로도 거품붕괴를 막기 어렵다.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를 제외하고 웬만한 부양책은 다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이 꿈쩍도 않는 게 그 증거다. 그동안 집값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쎄븐'의 집값은 정부의 부양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급속도로 빠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매물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대출규제가 풀린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구조적으로 심각한 외화 및 원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이 과거처럼 선뜻 대출을 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자기자본비율(BIS)이 하락하고 있는 은행권으로서는 제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금융권에서 대출제한을 넘어 본격적인 대출회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및 건설 부양책은 거품붕괴의 시장압력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단지 시간을 약간 지연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중구난방식 대책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우리가 1991~97년까지 부동산 경기침체를 겪은 것은 80년대말~90년대초 2백만호 건설에 따라 급증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사상 최고의 미분양 물량이 쌓인 현재로서는 90년대보다 더 깊고 더 긴 부동산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시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도록 놔둘 경우에도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부는 당장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해소해준다는 명목으로 정부예산을 동원해 주택사업을 벌이게 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스스로의 조절메커니즘을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건설경기 부양용 주택공급 확대책은 2010년대 이후 이미 꺼져 있는 주택시장을 '확인사살'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의 미분양 물량이 쌓인 상태에서 2008년 이후에도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지속적으로 막대한 물량이 공급된다. 주택 공급물량이 늘더라도 충분한 수요가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 2013년을 전후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신규 주택시장에 유입될 인구의 급격한 감소(출생자 수는 71년 101만에서 80년 87만, 90년 66만, 2000년 64만, 2005년 44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로 상징되는 신규 주택수요층의 구매력 약화 등은 유효 주택수요층의 급격한 감소를 예고하고 있다.
건설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부지기수로 '좀비기업'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 초기의 줄도산 행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그다지 줄지 않았다. 부실기업이 제대로 퇴출되었더라면 살 수 있었던 기업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예산이라는 호흡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건설사의 부실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 금융권의 부실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정부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공급과잉 신호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억지로 주택공급을 늘리려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부동산 거품기에 세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위기론을 떠들어대는 가운데도 건설업계 전체의 부도율은 1%대를 조금 상회하는데, 이는 5~7%대였던 90년대 중반보다도 낮은 수치다.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부실은 그들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전체의 55%에 이르는 비정규직, 자금난에 시달리다 못해 도산하는 중소 제조업체, 사실상 폐업 직전인 자영업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등 정부예산이 가야 할 곳은 천지다.
이미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악성 부동산 거품을 만들었던 탓에 연착륙은 어려워 보인다. 사실상 거품을 키우는 연착륙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전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단기적으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장래 돌아올 한국경제의 충격을 키워서는 안된다. 물론 한국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겠지만, 당분간은 냉철한 시장경제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집값을 떠받치기보다는 집값이 떨어지도록 해서 유효수요가 살아나게 하는 것이 부동산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길이다. 또 부실 건설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게 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볼 때 건설업계와 한국경제 전반에 돌아올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건설업계 복지'에 퍼붓는 예산들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거품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주는 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정부가 가는 길은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치닫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 정부 ‘건설 구조조정’ 난맥 (한겨레, 안선희 김경락 기자, 2008-11-18 오후 07:00:36) 금융·실물 동반부실 우려
자구책 요구 없이 지원책만…은행·건설사 갈팡질팡
정부가 건설사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은행들에는 건설사 지원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건설사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자구 노력 요구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실물경제와 금융권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8일 은행연합회는 건설사 관계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은행·증권사 등으로 구성된 건설회사 채권단 모임인 ‘대주단 협약’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건설사의 구조조정이나 자구 노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건설사들이 가장 궁금해한 선별 기준도 제시되지 않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 적어도 채권은행간 컨센서스는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런 기준이 없다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옥석을 가리겠다’는 원론 외에 건설사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액션 플랜을 내놓은 적이 있느냐”며 “이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건설사를 정리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옥석을 가려야 하겠지만 중간지대, 한계기업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지원해서 살려줘야 한다”며 “건설사 하나가 쓰러지면 얼마나 많은 고용이 없어지고 경제에 대한 타격이 크냐”고 말했다. 고용유발 효과, 경제 심리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면 건설사들을 되도록 많이 살려야 한다는 의미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과)는 “전세계적인 거품이 꺼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거품을 터뜨리지 않고 가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은행의 잠재부실만 키울 수 있다”며 “이는 외국인의 국내 은행에 대한 불신을 높여 외채 회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회사에 대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인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엊그제로 잡았던 대주단 협약 가입신청의 마감 시한은 아예 없애고, 도급순위 100대 건설사로 했던 자격 조건도 풀었다. 이번주 시작됐어야 할 건설사 구조조정이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대주단 협약은 우량 건설사는 살리고 부실 건설사는 퇴출시키고자 마련됐다. 가입 신청을 한 건설사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더라도, 우량한 업체면 채무 상환을 유예해 주고 자금을 지원한다. 부실 정도가 심하면 가입을 받아주지 않아 회생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대주단에 가입 신청을 하는 것 자체가 유동성 위기 기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수주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건설사들이 주저하고 있다.
부실 건설사들을 마냥 내버려둘 만큼 우리 건설업계의 재무상태는 건전하지 못하다. 건설업체의 부실은 은행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국가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더 시간을 끌다간 건설사 부실이 금융권에 전이돼 동반부실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하루빨리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적 금융위기 영향도 있지만 많은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상가가 쌓이는 와중에도 무리하게 확장에 나선 탓에 부실을 자초했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일차적 책임은 채권은행에 있다. 건설업종은 재무제표 등에 부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다지만, 여신 기준을 엄정히 적용해 과감히 털 것은 털어야 한다. 부실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거나 정치권 등의 외압에 영향을 받아 문제를 키우며 안고가서는 안 된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문제없다며 건설사들이 채권단에 매달리는 배경에는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구조조정 지침을 명확히 주지 않은 채 대주단 협약의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라며 건설사들의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건설사는 물론 은행들로선 구조조정이 아니라 지원 신호로 받아들일 법하다. 정부가 단기 경제지표에 연연해 부실사까지 끌고가려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건설사 구조조정은 경제 위기 극복의 시험대이자 앞으로 있을 저축은행, 조선업체 구조조정의 선례가 될 것이다. 정부와 은행이 신속·공정·투명의 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에 더해 부실을 키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