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는 건 아닐까? 난 앙코르와트에도 가보고 싶은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스캠 범죄가 행해지지는 않는 것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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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515490001296
"말레이 사무실서 면접 후 캄보디아로… 그곳은 '완전한 감옥'이었다" (한국일보, 최동순 기자, 2025.10.19 07:00)
['캄보디아 범죄단지' 앰네스티 보고서 재조명]
납치·감금 피해자 진술 상세 기록… 다시 주목
할아버지 병원비 벌려던 中 소년 '강제 밀입국'
미성년자 고문… "아내 집단성폭행" 협박까지
현지 경찰 소극적… "韓정부 외교력 발휘해야"
"저는 면접을 두 번이나 봤어요. 그 중 한 번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면접이었어요. 당연히 합법적 회사인 줄 알았죠. 하지만 캄보디아에 도착해 (범죄)단지의 문과 경비원을 보자마자 '내가 갇혔다'는 걸 알았어요."
캄보디아 범죄단지 피해자 '아담'(국제앰네스티 보고서)
'아, 속았다. 갇혔구나' 하는 깨달음.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석한다"고 말한 뒤 출국한 대학생 박모(22)씨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박씨는 3주 후쯤인 8월 8일 싸늘한 주검으로 현지에서 발견됐다. 범죄단체에 납치·감금돼 고문을 받던 끝에 숨진 것이다. 이 사건은 두 달여 만에 뒤늦게 이슈화했고, 한국 사회도 큰 충격에 빠졌다.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이뤄지는 국제 온라인 사기 범죄에 한국인이 동원되고 납치·감금·착취 피해를 당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 실태와 심각성은 이제서야 공론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재조명을 받은 보고서가 하나 있다. 박씨 사망 1개월여 전인 6월 말, 국제앰네스티가 캄보디아 범죄단지 실상을 상세히 기록해 펴낸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는 제목의 보고서다. 발간 당시 그 내용을 전한 한국 언론 보도는 5건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캄보디아 사태를 다룬 기사에 수없이 인용되고 있다. 242쪽 분량인 이 보고서에는 캄보디아 범죄단지 31곳에 구금돼 있다가 탈출한 7개 국적 피해자 58명(남성 43명·여성 15명)에 대한 인터뷰가 담겨 있다. 아직 국내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피해자들 진술을 중심으로 보고서 내용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고액 알바' 미끼로 입국 유도… 목표 미달성 땐 전기 고문
납치 피해자 '아담'(가명)은 일자리를 구해 출입국 심사를 직접 받고 캄보디아에 입국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고액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회사'에 연락한 뒤, 캄보디아 인접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사무실에서 면접을 봤다. 범죄조직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각국의 구직 사이트 등에 구인 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모집했다. 대상자들 국가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은 월급 1,200~1,500달러에다 성과급도 제안했다. '먹잇감'의 신병 확보 전까지는 합법적 회사로 보이려 노력한 탓에 사기임을 알아채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캄보디아 입국 후 회사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아담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위치한 범죄단지 'SI02'(앰네스티가 범죄단지 구분을 위해 지역별로 부여한 번호)에 도착하자 관리자에게 휴대폰과 여권을 압수당했고,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언제 나갈 수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담은 당시 분위기에 대해 "공포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단지 내에는 수십~수백 명 이상의 경비원이 있었고 검은색 소총을 소지한 조직원도 있었다. 그들은 일을 시키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3초간 전기 충격봉으로 쇼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일 구하는 미성년자 납치 후 '밀입국'도
"여름 방학이라 학교는 문을 안 열었어요.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임금이 높은 중국 장시성의 공장 일자리에 지원했어요. 공장에서 온 차를 탔는데, 운전사는 '그 공장은 파산했고, 난닝 지역에 아직 문을 연 공장을 안다'고 했어요."
16세 중국인 소년 '하오유'(앰네스티 보고서)
원래 살던 나라에서 '도시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사실상 캄보디아로 '밀입국을 당한' 사례도 많았다. 중국에 살던 16세 소년 '하오유'(가명)가 그런 경우다. 할아버지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그는 지난해 여름 방학을 맞아 구직 활동에 나섰다. 구인 광고를 보니 마침 적당한 일자리가 있었다. 과거에도 일한 적이 있는 장시성(省)의 한 공장이었다. 연락을 취했고, 운전사가 데리러 온다고 했다. 그런데 직접 만난 구인 업체 측의 운전사는 "(장시성의) 그 공장이 파산했으니, 난닝에 있는 공장으로 가자"고 설득했고, 하오유도 동의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난닝으로 향하던 운전사의 태도는 돌변했다. 하오유는 "옷도 없고 물건을 좀 사야 하니 차를 잠시 세워 달라고 했더니, 운전사는 '조용히 하라'고 윽박질렀다"며 "(일하러 온 다른) 사람들을 추가로 태운 뒤 휴대폰을 모두 압수하는 걸 보고 '인신매매범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도망칠 엄두를 못 냈다"고 증언했다.
중국 내에서 일할 줄 알던 하오유에겐 당연히 여권이 없었다. 그런데도 운전사를 비롯한 조직원들은 하오유를 중국 국경 마을로 데려간 뒤 보트에 태워 베트남으로 밀입국시켰다. 그 이후 다시 한번 국경을 지나 캄보디아 바벳의 범죄단지 'BA11'로 보냈다.
도착한 곳의 관리자들은 타자 치는 법을 모르고 나이도 어린 하오유를 보고 난감해했다고 한다. 결국 "2주 동안 타자를 배우라"고 한 뒤, 일단은 단지 내 음식 배달일을 시켰다. 그러나 그 역시 끔찍하긴 마찬가지였다. 관리자들은 하오유가 실수를 할 때마다 발길질을 해 댔다. 또 음식 배달을 위해 찾은 곳이 고문 현장이기도 했다. 하오유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길래 음식을 두고 도망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닳을 때까지 전기 고문"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각종 온라인 사기 업무를 시키며 "빚을 갚을 때까지 이곳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범죄단지 도착 때까지 들어간 비행기 삯, 비자 수수료 등이 첫 명분이었다. 나중에는 화장실 사용 비용이나 작업 목표 미달 벌금 등도 요구했다. 심지어 피해자가 일하는 장소의 바닥이 훼손됐다는 이유를 들어 '바닥 마모 비용'을 매기기까지 했다.
단지는 감옥, 그 자체였다. 경비원 수백 명이 감시탑과 감시카메라를 통해 단지를 지켰다. 그들은 수갑은 물론 전기충격기, 전기충격봉, 심지어 소총까지 휴대했다. 높은 벽에는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는데, 몇몇 단지의 철조망에는 전기가 흐르기도 했다.
지시를 따르지 않는 피해자들은 '다크룸'(암실)이라고 불리는 방으로 끌고가 수시로 고문을 가했다. 주로 전기가 흐르는 몽둥이로 구타했다. 중국인 피해자 '진'(가명)은 앰네스티에 "중국인 관리자들이 전기가 다 닳을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전기 충격을 가하며 나를 때렸다. 그들은 때릴 때마다 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SI35'에 갇혀 있던 말레이시아인 '시티'(가명)는 "열 명 정도가 베트남인 한 명의 몸이 보라색이 될 때까지 덤벨로 때리고, 전기봉으로 감전시켰다. 더 이상 소리를 지를 수 없을 때까지 20~30분가량 때렸다"고 말했다. 'BA05' 구역에 아내와 함께 감금된 엘리아스(가명)는 "말을 듣지 않으면 아내를 집단 강간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뒤, 허위 공문서 작성 등 사기 업무를 맡게 됐다. "죽여 버리겠다"거나 "(이곳이) 캄보디아가 아니라 미얀마였으면 (너는) 이미 죽었다"는 위협이 다반사였다. 아담은 "시신이 추락해 아래 건물 지붕에 부딪힌 것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고문은 미성년자에게도 자행됐다. 앰네스티와 인터뷰한 미성년 피해자 9명 가운데 5명은 폭행 또는 어두운 방 격리 등 방식으로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16세 나이로 감금된 태국인 나롱(가명)과 16세 베트남인 반(가명)은 온갖 협박, 가혹 행위와 함께 전기충격봉 고문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캄보디아 정부·경찰, '공모 혹은 방조' 의혹
이런 범죄단지가 버젓이 운영되는 건 캄보디아 정부의 '방조'나 '묵인'으로 가능했다는 게 앰네스티의 결론이다. 시티는 "관리자들이 '이 건물은 나라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소유'라고 했다. '뭔가(탈출)를 하려고 생각만 해도 너희를 배에 던져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증언했다. 정부의 비호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경찰이 연계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등에 했던 구조 요청이 되레 관리자들의 구타로 귀결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OS01'에 구금됐던 베트남인 디에프(가명)는 자신의 이름과 위치를 경찰에 알린 직후, 관리자들로부터 "여기 머물지 않으면 감옥에 갈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을 당했다. 바벳 'BA13'에 갇혀 있던 중국인 홍시(가명)도 마찬가지다. 경찰에 신고했더니 관리자가 "경찰에 위치를 알린 대가"라며 그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때린 것이다. 대부분의 구조 사례에서 경찰은 범죄단지 정문을 방문한 뒤, 관리자들에게 요청해 구조 신고 당사자만 인계받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캄보디아 정부 노력이 관건" "악마화 안 돼"
인권침해 현장이자 무법천지인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납치·감금돼 있는 한국인의 정확한 인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일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정부가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꾸린 합동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그들 모두를 무사 귀환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캄보디아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과 외교적으로 가깝지 않은 나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경찰을 캄보디아에 파견한다고 해도 현지에선 수사권·사법권이 없는 만큼, 납치 피해 한국인들의 안전과 조속한 송환은 결국 캄보디아 정부의 노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캄보디아 경찰 내에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하는 것도, 어떤 역할을 부여받게 될지도 전적으로 캄보디아 정부 의지에 달렸다"며 "외교를 통해 캄보디아 정부의 확실한 의지와 약속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한국에 유리한 요소는 있다. 캄보디아의 경제가 한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캄보디아는 한국이 가장 많은 공적개발원조(ODA)를 계획(올해 예산 4,353억 원)하고 있는 나라다. 또 2024년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은 6만3,681명에 달한다. 납치 한국인 구조·송환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 정부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만한 요인이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캄보디아를 지나치게 악마화하거나 압박을 가하려는 모습보다는, 다자적인 틀 안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 나가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24225.html
대 캄보디아 군사 작전·ODA 중단…설익은 해법에 ‘반한감정’ 고조 (한겨레, 프놈펜/정인선 기자, 2025-10-19 20:44)
정부 ‘여행 금지’ 조처에 교민 사회 뒤숭숭
‘범죄국가’ 낙인에 캄보디아 여론 반발
“한국인+중국인 범죄에 우리가 욕먹나”
“1000명이요? 너무 보수적으로 잡은 숫자 아닌가요? 한 단지에 3∼10%가 한국인이라고 치면, 적어도 남은 한국인은 2000명이 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9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겨레와 만난 정명규 재캄보디아한인회 회장은 현지에 아직 남아 있는 범죄조직 가담 한국인의 수가 정부 추산보다 두배는 많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범죄조직들이 국경으로 도피하거나 도심 주상복합 건물에 점조직으로 흩어져서 연루된 사람들을 찾아내는 작업이 훨씬 어려워졌어요.” 최근 시아누크빌 등의 ‘웬치’(범죄단지)에는 컴퓨터와 각종 장비를 싸들고 야반도주하는 이들이 수백명씩 목격되고 있다. 정 회장은 “한국인들이 탈출하기 더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캄보디아가 ‘범죄국가’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1만626명의 교민들의 삶에 들이닥친 위기는 ‘현재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프놈펜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데 이어, 16일 보코르산·바벳 등 일부 범죄단지 밀집지역에 여행 금지를 발령했다. 한국인의 캄보디아 여행 자체를 막아 피해를 줄이겠다는 구상이지만, 당장 교민들에게는 어려움이 닥친다. 정 회장은 “프놈펜에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80여곳 있는데 단체관광 예약이 줄취소되면서 큰 지장이 생겼다”고 했다.
현행법상 여행금지 지역은 예외적 사유를 제외하고 외교부 장관의 허가 없이 방문·체류가 금지된다. 캄보디아 보코르산에서 대규모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프놈펜에 발이 묶인 채 지인 집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외교부는 이날 “교민들에게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절차를 진행해 복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허가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아 사업장 접근이 어렵다는 게 교민들의 이야기다.
정치권과 유튜브에서 쏟아지는 ‘군사작전, 공적개발원조(ODA) 중단’ 등 설익은 해법들로 캄보디아 내부의 ‘반한감정’도 심상치 않다. 캄보디아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국인들이 캄보디아에 와서 중국인들과 불법을 저지른 일인데, 왜 캄보디아가 욕먹고 범죄 도시가 되어야 하느냐’는 성토 글도 올라온다.
온라인 범죄에 연루돼 정아무개씨 등 한국인 청년 3명이 감금 상태로 지내다가 지난 19일 밤 구조된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 겸 레지던스.
온라인 범죄에 연루돼 정아무개씨 등 한국인 청년 3명이 감금 상태로 지내다가 지난 19일 밤 구조된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 겸 레지던스.
‘감금 피해자’이자 ‘범죄 가해자’인 한국 청년들과, 이들을 ‘구출’했다며 정치적 치적 쌓기에 나선 일부 정치인들을 향한 교민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전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인 청년 3명을 ‘구조’했다는 소식에 한 교민 사업가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발 이 상황을 이용하지 마시라. 교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아누크빌에서 대사관과 협력해 올해에만 한국인 범죄 연루자 50여명을 찾은 오창수 선교사는 “취업 사기에 속은 상당수 청년은 범죄 조직에 이용된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직접 대포 통장을 준비해서 오는 등 불법 행위를 사전에 인지하고 가담한 가해자이기도 하다”면서 “이들이 그저 피해자로만 그려진다면 유사범죄 근절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민들은 한국-캄보디아 정부가 구성한 합동대응태스크포스(TF)에 그나마 희망을 걸었지만, 애초 논의됐던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설치 무산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생업과 직계된 ‘여행 금지’ 조처 완화 역시 절실하다. 이날 한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여행금지 지역에서 각각 건설업과 농업을 하는 교민 2명의 한탄 섞인 전화가 정 회장의 휴대전화를 울렸다. 정 회장은 “아직 이곳에 남은 범죄 연루자들을 찾아내 송환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애먼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seoul.co.kr/news/editOpinion/opinion/ytg_situation/2025/10/20/20251020029001
캄보디아 사태는 ‘흙수저’ 청년 문제이자 국제 문제[윤태곤의 판] (서울신문, 윤태곤 공공전략컨설턴트, 2025-10-20 00:21)
캄보디아 사태 5개의 논점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인화성이 높은 이슈는 캄보디아 사태다. 외교 당국에 신고된 캄보디아에서의 우리 국민 납치·실종·감금 신고는 지난해 220명, 올해 8월까지 330명에 이른다. 이 중 80여명은 여전히 안전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와 사건 연루자들의 국내 송환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방안과 자원을 최대한 즉시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외교부, 경찰청, 법무부, 국정원 등 유관 기관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납치·실종·감금된 인원의 구출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겠지만, 이 사태는 구조적이고 중첩적이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태는 동북아에서 파생된 범죄 풍선 효과를 드러내는 것으로 우리의 외교 역량은 물론 신종·다국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 역량을 시험대에 올려 놓고 있다.
① 국민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80여명 여전히 안전 확인 안 돼
피해자 일부 불법 알면서 가담
사회적 경종·예방 교육도 중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재외국민 안전과 보호다. 천재지변이나 전염병 발생, 전쟁과 내전 등으로 위험 지역에 대한 우리 당국의 여행 제한 조치 등은 철저한 편이다. 물론 일반 관광객이 불의의 교통사고나 범죄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많은 한국인이 조직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게다가 피해자의 일부는 스캠(사기), 대포 통장을 이용한 자금 세탁 등에 관여하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캄보디아에 입국했다는 증언이 많다.
셈 속헹 캄보디아 한국관광가이드협회장은 최근 프놈펜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희생자들은 대부분 불법 일자리에 지원한 사람들”이라며 “한국 정부가 할 일은 자국민에게 온라인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 특히 고액 일자리 제안을 미끼로 한 사기, 그리고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을 더 잘 교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당국자들도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타국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거친 후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라도 납치·감금, 고문, 갈취, 살인 범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물론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런 사례를 다룬 지 오래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우리 관계 당국의 책임이 크다. 소 잃고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② ‘괜찮은 집 자제’는 없는 이유
학력·수도권 후광 없는 이대남
고액 미끼에 낚여 범죄 소굴로
‘사회 약자’ 그들 탓만 할 순 없어
캄보디아 관광가이드협회장의 주장은 책임 떠넘기기 성격이 강하지만 일부 ‘팩트’를 담고 있다. 그 팩트는 한국의 청년 문제와 연결된다. 현재 캄보디아 사태 피해자들은 대체로 청년들이다. 대다수는 남성이다. 피해 사례를 전하는 뉴스 속에는 예천·상주·경주·광주·여수 등의 지명과 ‘충남 모 대학’ 선후배 같은 문구가 등장한다.
학력 자본, 수도권의 후광 등에서 배제된 이른바 ‘흙수저 이대남’들이다. 이들이 해외 고액 일자리 제안 뒤에 범죄 내지는 불법이 자리잡고 있으리라는 점을 짐작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캄보디아인들의 훈수나 “자업자득이다. 세금 들여 구해 줄 필요 없다”와 같은 온라인상 험담까지 나온다.
그런데 수도권의 버젓한 일자리는 엄두도 못 내고 지역에는 일자리 자체가 없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언감생심이니 알트코인에 올인하다가 빚이라도 지면 캄보디아로 간다. 캄보디아 사태는 IMF 이후 기세를 올렸던 다단계 열풍, 인터넷 시대의 양면성 중 음지를 대변하는 불법 토토(스포츠 도박), 온라인 도박과 청출어람 관계다. 캄보디아로 간 청년들만 탓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들 비명문대 혹은 대학 미진학-지방 거주-20대 남성은 사회적 소수자이며 약자다. 일이 이렇게 커지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내로라 하는 집안 자제가 피해자였다면? 이번 사태도 여권 실세 중 한 사람인 박찬대 의원의 개입에 의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측면이 크다.
③ 중한일 연계된 다국적 범죄 조직
상당한 기술과 자본·인력 필요
中 큰손 아래 조폭·야쿠자 참여
동료나 하수인 중 한국인 포함
이 사태는 국제적 이슈이지만 인종주의, 정치·종교적 갈등과는 무관하다. 오직 돈을 위한 범죄가 원인이다. 그래서 불편한 사실들이 꽤 많다. 이 대통령은 피해자 보호는 물론 ‘사건 연루자의 신속한 국내 송환’을 지시했다. 그 직후 우리 경찰은 “캄보디아 당국의 수사로 현지 범죄 단지 등에서 검거·구금된 한국인 63명 중 인터폴 적색수배 완료자부터 신속히 송환을 추진해 1개월 내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캄보디아 내무부 대변인은 “이민국에 한국인 80여명을 구금 중이지만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길 거부했다”고 발언했다. 동남아 고수익 일자리를 약속하거나 통장을 비싼 값에 사 주겠다고 피해자를 직접 유인한 사람들, “캄보디아에 가면 빚 탕감해 준다”고 협박한 불법 대부업자는 한국인들이다. 캄보디아 현지의 범죄 단지는 중국인 큰손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들의 동료 내지 하수인 중에는 한국인도 포함돼 있다.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캄보디아로 도피한 이들도 합류하고 있다.
강도나 절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마약을 만들어 파는 것은 혼자 하지 못하듯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해킹 등도 기술·자본·인력이 필요한 조직 범죄다. 규모의 경제가 구현되는 큰 사업이다. 인터넷 환경, 여행과 이동의 용이성, 가상화폐로 인한 환전·송금·자금 세탁·은닉의 편의성을 바탕으로 중국 큰손 아래 한국 조폭, 일본 야쿠자 등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국제 프로젝트다. 해킹의 경우 북한도 주역 중 하나다. 그 주요 무대가 캄보디아인 것이다.
④ 범죄 거점의 ‘풍선 효과’가 핵심
엄벌주의에 中 범죄자 국외로
치안 약하고 부패 만연한 나라
캄보디아·라오스 등 새 무대로
2023년 방영된 드라마 ‘모범택시2’와 2024년 개봉한 영화 ‘시민덕희’는 해외에서 대규모 도박 사이트 및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하는 범죄 조직과 감금 상태에서 노예 노동을 하는 젊은 남성 청년들을 다뤘다. 캄보디아 사태와 똑 닮은꼴인데 그 무대는 각각 가상의 한 베트남 도시와 중국 칭다오였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이 ‘범죄 공장’의 원조 격이었는데 지금은 캄보디아와 주변 일부 국가로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엄벌주의와 강력한 치안력 때문에 중국 범죄자들이 국외로 진출한다는 것. 태국이나 베트남도 군과 경찰이 강한 나라다. 필리핀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때부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새 무대로 등장하는 나라들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이다. 치안과 각종 시스템이 취약하고 부패가 만연할뿐더러 중국과 육로 국경이 접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 한국, 홍콩, 베트남, 일본 등의 조직범죄자들이 ‘선진 기술’을 지닌 채 이 나라들로 모이고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생산된 헤로인을 시칠리아 마피아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프렌치 커넥션’이 1970년대 미국 닉슨 정부와 프랑스 정부의 대대적 단속으로 와해된 이후 중남미 마약 카르텔들이 그 빈자리를 채운 것과 같은 이치다.
⑤ 핵심 당사국인 중국 협력 미지수
‘국제공조 협의체’ 계획하지만
中, 신종 범죄 대응 공조 미온적
‘아시아판 펜타닐’ 사태 될 수도
자국이 범죄 무대가 된 캄보디아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국제적 조직범죄가 활개 칠 환경을 만들어 준 당사국의 책임은 크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 14일 캄보디아 등을 근거지 삼아 불법 스캠센터를 운영해 온 조직이 보유한 21조원어치 비트코인을 몰수하고 중국계 총책을 기소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압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 외교력, 국제적 역량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이란, 북한, 미얀마, 러시아 등에 제재를 가한 바 있지만 이는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에 동참한 형식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기에 일본과의 상호 제재 공방 정도가 독자적 판단이었다.
당장 정치권에선 올해 기준 4300억원에 달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연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국제 제재 전문가인 법무법인 율촌의 신동찬 변호사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캄보디아 입장에서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즉각적 해결 요구는 무리이고 영사 인력, 경찰 파견 증원 승인이나 공동 수사, 조사 참여, 우리 국적 범죄자 즉각 송환 등 아주 구체적인 요구 조건과 시한을 내건 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외교 당국이 미국식 용어로는 ‘론드리 리스트’(laundry list, 세탁물 목록)를 만들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한 캄보디아 대사 초치는 이미 했고, 입국 비자 요건 강화나 근로자 쿼터 축소 등 ‘제재’라고 부르지 않아도 제재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조치의 목록을 제시하면 충분한 실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걸 당해 본 경험은 많은데 시행해 본 경험은 거의 없다”면서 “이런 것도 우리 외교 역량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캄보디아 측에선 총리가 유감을 표하는 등 어쨌든 적극 협조를 약속하고 있다.
그런데 캄보디아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공조가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경찰은 캄보디아 내 범죄 조직이 다국적 범죄자로 구성된 점을 고려해 올해 안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과 아세안 10개국, 중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공조 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다.
다만 캄보디아 이슈의 가장 핵심적 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이 적극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역시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 진출한 자국 조직범죄자들을 적극 단속하고 사형 등 엄벌에 처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가 피해를 입고 있는 스캠, 보이스피싱, 해킹 등 디지털 기반 신종 범죄에 대한 협력적 대처에는 미온적이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홍태화 연구원은 필자와의 대화에서 “중국의 경우 기후변화나 마약 퇴치조차 자연스러운 협력 어젠다가 아니라 지정학적·지경학적 양보를 얻어 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펜타닐을 둘러싼 미중 갈등, 펜타닐 수출 규제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번 일도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910460000425
"캄보디아가 현대판 노예제 묵인… 범죄단지 단기간에 안 사라질 것" (한국일보, 권정현 기자, 2025.10.20 04:30)
[몬세 페레르 국제앰네스티 연구 책임자 인터뷰]
18개월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 실상' 조사 총괄
범죄단지 97곳 확인, 감금 피해자 58명 인터뷰
"캄보디아 협조 기대보다 국제 공조 법적 조치"
"한 남성은 일주일 동안 어두운 고문실에 갇혀 전기충격봉으로 고문당했어요. 컴퓨터 키보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유였죠."
캄보디아에서 이뤄진 납치·감금·착취 피해의 심각성이 공론화되면서 국제앰네스티가 6월 발간한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I Was Someone Else’s Property)' 보고서가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 전역에 최소 50여 곳의 사기·인신매매 단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이 감금·폭행을 당하면서 각종 범행에 동원된다고 폭로했다. 또 캄보디아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보고서 작성의 토대가 된 실태조사를 18개월간 총괄한 몬세 페레르(41·스페인) 국제앰네스티 동남아·태평양 지역 연구 책임자와 17일 서면 인터뷰를 했다. 국내 언론과 인터뷰는 처음이다. 그는 "현대판 노예제를 방조하는 캄보디아 정부가 사태의 중심에 있다"며 "당국의 묵인이 범죄 산업을 이미 고착화시켜 절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레르는 국제 형사·인권 분야 전문가로, 컬럼비아대 정치학과를 졸업해 로펌과 국제기구를 거쳐 2020년부터 국제앰네스티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기업범죄 및 인권침해 조사를 맡고 있다.
감금부터 채찍질까지... "사망자 훨씬 많을 것"
페레르가 이끄는 조사팀은 2023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위성 영상 분석과 현장 조사를 통해 캄보디아 전역의 범죄단지(의심단지 포함) 97곳을 확인하며 구조와 운영 실태를 추적했다. 동시에 감금·강제노동 피해 생존자 58명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했다.
조사는 캄보디아 정부의 책임을 규명해 달라는 현지 인권단체와 피해자들의 요청, 제보로 시작됐다. 페레르는 "범죄 단지에 처음 들어섰을 때 감옥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공포감을 느꼈다"며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만 두려움에 입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페레르가 만난 피해자 58명 가운데 40명은 범죄단지에서 폭력을 직접 겪었거나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대부분 고액 일자리를 미끼로 한 구인 광고에 속아 현지로 간 뒤 여권을 압수당하고 감금된 채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 범행을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페레르는 "공개 구타, 암실 감금, 전기 고문, 대나무 채찍질, 굶기기 등 다양한 학대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조사팀이 직접 확인한 사망 사례는 16세 중국인 소년 1건뿐이지만, 그는 "알려지지 않은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페레르는 피해자들을 범죄에 가담한 '자발적 공범'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는 위험을 인지하고도 갔을지언정, 스스로 인신매매나 고문을 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이들에게는 ①무장 경비가 있는 단지 안에 갇혀 사기를 치거나 ②다른 단지로 팔려 가거나 ③거액을 내고 나가는 선택지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캄보디아, 피해자 보호 의지 없어"
페레르는 현지 경찰의 '보여주기식 단속'이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조단체나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이 단지에 오더라도 관리자와 대화만 하고 떠나고, 방문 직후 신고자로 찍힌 이들이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행태가 반복됐다"며 "캄보디아 경찰은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가해자를 처벌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배경에는 정부의 방치와 부패가 자리하고 있다. 일부 경찰과 공무원은 범죄단지 운영에 가담하거나 조직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정황도 발견됐다고 한다. 페레르는 "조사 과정에서도 팀원들이 정부와 범죄 세력으로부터 지속적인 감시와 위협을 받았다"며 "캄보디아 내 범죄는 정부가 수년간 독립 언론과 인권 활동가들을 억압해 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을 방치하는 당국의 협조를 기대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공조해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캄보디아의 비협조로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조사나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각국이 현지 구조단체를 적극 지원하고, 국제 공조 법적 조치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202242005
[세상 읽기]스캠 단지 인신매매, 정치와 미디어의 ‘아무 말’ (경향, 최성용 청년연구자, 2025.10.20 22:42)
사람 본모습은 그가 바닥을 칠 때 드러난다는 말처럼, 한 사회의 성숙함은 충격적 사건 앞에서 공동체가 보이는 모습에 달려 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스캠 단지에서 일어난 감금·폭행·강제노동 등 인신매매 범죄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치권은 이때가 기회라며 짐짓 분노한 표정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 아예 외교를 포기한 듯하다. 미디어도 이를 제목으로 삼아 자극적 보도를 일삼는다.
“ODA(공적개발원조) 환수”를 외치는 정치인은 캄보디아에도 인신매매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알까? 캄보디아는 한국전쟁 당시 물자 지원국이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재고”를 말하지만, 정작 가장 많은 스캠 피해를 겪고 범죄 근절에 갖은 수단을 다하는 것도 중국인이다. 한국은 “군대 투입” “전쟁 선포”를 선동하며 “범죄도시”라 혐오하지만, 한류 덕에 캄보디아 사람도 그 글자들을 읽을 줄 안다.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으로 캄보디아 사람들은 킬링필드의 기억을 떠올리며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과 미디어는 피해자 비난과 ‘순수한 피해자’ 찾기에 열중한다. 피의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라는 주장은 조직적 범죄가 구축한 폭력 시스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피해와 가해, 자발성과 강제성의 경계는 선명하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군속으로 자원해 포로감시원으로 배치됐던 조선인들은 전쟁 직후 포로 학대를 이유로 B·C급 전범으로 기소돼 처벌받았다. 아사자가 속출한 열악한 환경에서 연합군 포로의 강제노동 관리 임무를 맡은 최말단 조선인들은 거부할 수 없던 명령의 피해자일까? 아니면 임무를 수행하고자 폭력을 가하기도 했던 가해자일까?
분명한 것은 ‘순수한 피해자’란 가해자가 구축한 폭력의 합리화 논리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인신매매의 경우,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피해자의 동의 여부가 가해자의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피해자가 행한 범죄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했다.
정치와 미디어가 선동하는 지독한 자국민 중심주의와 피해자 비난은 공통의 인식에 기반한다. 스캠 단지 인신매매는 평화로운 일상을 갑작스레 침범한 외부 위협이고, 그 위협과 연관된 모든 것을 비난하며 자신과 무관한 일처럼 여김으로써 일상 안전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조차 이주민 성매매와 강제노동 등 인신매매가 일상화돼 있다. 안온한 일상은 타인의 고통을 무시할 때 가능한 것이다.
스캠 범죄는 한국인을 모두 구출하고 강력히 단속한다 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범죄조직은 항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고, 범죄 원인은 복잡하기 때문이다. 사라지지 않는 인신매매 관행, 글로벌 불평등, 규제 없는 플랫폼 산업, 세계적인 청년 실업과 경제난 등이 뒤섞여 있다. 더욱이 헤게모니를 잃어가는 미국과 대안 제시에 실패한 중국 사이에서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혼란은 지금처럼 공동체와 삶을 위협하는 ‘인간 안보’ 위기의 토양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지역질서를 향한 비전 부재가 사회의 혼란을 낳는다. 한국 정치가 혐오와 ‘아무 말’을 쏟아내는 것도, 사태를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할 전략과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국인 구출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떻게 인간 안보의 지역질서를 구축할 것인가? 스캠 범죄를 추적하고 그에 연루된 권력을 견제하려면 현지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성장이 필수다. 스캠 범죄가 보여주듯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이에 대응할 아시아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아시아가 되어야 하는가? 내전, 분단 등은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 글로벌 사우스의 역사다. 그 역사를 딛고 가장 멀리 나아간 민주주의와 한류,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한국은 이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2009260000518
"캄보디아 사기 단속은 '연극'… 정부 권력 유지 원천" [단독 인터뷰] (한국일보,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2025.10.21 04:30)
제이콥 심스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연구원
"캄 정부, 스스로 산업 포기하지 않을 것"
하급 조직만 단속하고 주요 조직은 방관
“캄보디아 정부의 범죄 조직 단속은 개혁이 아닌 ‘보여주기식 쇼(show crackdown)’에 불과하다. 이 나라는 지금 정권이 운영하는 사실상의 사기 국가로 변질됐다.”
초국가 사이버범죄 전문가인 제이콥 심스 미국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방문연구원은 20일 한국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캄보디아가 인신매매·사기·자금세탁을 정권의 생존수단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스 연구원은 미국 민간단체 국제정의사절단(ISJ) 캄보디아 지부장을 지낸 인물로, 현지 인신매매와 온라인 사기 산업 실태를 오랫동안 추적해 왔다. ISJ는 그가 현지 권력층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2023년 그의 캄보디아 복귀를 금지했다.
“단속은 범죄 근절 아닌 이익 재편”
심스 연구원은 캄보디아 사이버 사기 산업을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고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이 산업은 이미 국가 경제에 버금갈 정도로 비대해졌다. 최소 15만 명이 범죄에 동원되고, 연간 125억~190억 달러(약 17조7,000억~27조 원)의 수익을 올린다.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60% 수준이다. 그는 “왕국 역사상 유례없는 이윤 구조”라며 “이익이 막대한 만큼, 정권은 스스로 이 산업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기 산업의 급격한 성장 배경에는 정부 비호와 유착이 있다. 고위 관료, 경찰, 군, 사법부가 범죄 조직과 얽혀 불법 행위를 눈감아 온 결과다. 물론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 18일 한국으로 송환된 64명 중 59명은 정부의 웬치(범죄 단지)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 이들이었다. 겉으로는 단속 성과처럼 보이지만, 심스 연구원은 이를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정치적 연극”이라고 단언했다.
“단속 목록이 지방 경찰에 미리 내려간다. 주로 뇌물을 덜 낸 소규모 범죄 단지나 버려도 되는 사업장이 표적이 된다. 정치적으로 연결된 대형 사업장에는 사전에 정보가 흘러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보여주기식 단속이 오히려 범죄 산업을 더욱 중앙집권적이고 은밀한 형태로 강화 시킨다고도 덧붙였다.
“수익은 정권의 비즈니스 모델”
캄보디아 사이버 사기 산업을 ‘정치적 비즈니스 모델’이라고도 규정했다. 집권 엘리트의 가장 안정적인 수익원이자 외화 조달 수단, 통제의 근원이 된 만큼 근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한 핵심 제도로 ‘시민권 투자 프로그램’을 꼽았다. 약 25만 달러(약 3억5,000만 원)만 내면 최소한의 심사로 캄보디아 시민권을 얻을 수 있어, 중국 등지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수사 대상이 된 인물들이 캄보디아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심즈 연구원은 “많은 사기 단지 운영자들이 이 제도를 통해 입국해 은행 계좌를 만들고 회사를 등록하면서, 캄보디아는 불법 자본이 합법 투자로 세탁되는 ‘법적 세탁소’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범죄자들은 돈을 합법화하고, 정부는 세수와 정치자금을 합법화하는 상호의존적 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산업적 규모의 인신매매와 고문, 사기 범죄를 벌인 혐의로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정부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출신 사업가 천즈(38) 프린스그룹 회장도 이 중 하나다. 천 회장은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 정권의 ‘금융 파이프라인’을 관리하는 인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천 회장처럼 캄보디아 사기 산업의 상당 부분은 중국계 자본과 인물이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도 자국민 피해와 국제 비판을 의식해 개입에 나서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캄보디아 정부가 중국의 압박으로 대응위원회를 출범했지만, 이 역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하다. 게다가 중국의 접근방식도 일관되게 선택적이다. 하급 범죄자만 단속하고 상층부는 건드리지 않는다.”
“국제사회 함께 압박해야”
심스 연구원은 캄보디아 사기 산업이 ‘국경 간 금융 접근’과 ‘새로운 피해자 공급’이라는 두 축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국제 사회가 힘을 합쳐 행동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 △표적 제재와 자산 동결을 통한 돈줄 차단 △사기 단지 실태 공개 및 폐쇄 압박 △피해자 보호·본국 송환 강화 △정권 브로커에 대한 초국경 기소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 국제사회가 캄보디아 정부를 ‘선의의 파트너’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도 못 박았다. “정부의 연극(보여주기 단속)에 박수를 보내기보다는 범죄 산업이 이들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이 정권을 개혁 의지가 있는 국가로만 대한다면 또 다른 ‘쇼’가 반복될 뿐”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https://www.seoul.co.kr/news/editOpinion/column/moonsoyoung/2025/10/22/20251022030001
[문소영 칼럼] 캄보디아 사태와 청년 일자리 (서울신문, 문소영 대기자, 2025-10-22 00:42)
해외 구인 사기, 비판하지만
2030세대 절망도 돌아봐야
‘프리터족’ 구조적 실패 상징
양질 일자리 마련이 예방책
“월 900만원 수입, 숙식 제공, 왕복 항공권 지원.” 고소득 해외 알바가 있다는 허위 구인광고에 속아 캄보디아로 간 취업자들이 있다는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 의아했다. 월 900만원 수입이면 연봉 1억원이 넘는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을 모른단 말인가. 보이스피싱에 활용될 대포통장까지 만들어 갔다는 대목에서는 범죄에 동원될 줄 알고 갔으니 100% 개인의 책임, 자업자득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속보를 지켜보니 ‘선을 넘었다’ 싶은 정황들이 나왔다. 무엇보다 현지에 도착한 사람들이 여권과 휴대폰을 빼앗기고 감금된 채 강제 노동에 시달렸거나, 구타와 협박이 일상이었다는 대목이었다. 20대 대학생은 멍투성이인 상태로 지난 8월 사망한 채 발견됐다. 지난 6월에 캄보디아 현지에서 사망한 50대 남성 최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로맨스 스캠 조직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한 혐의가 있지만,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찾아 귀국 지원을 호소하던 중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이자 5300%의 불법사채에 시달리던 청년이 ‘캄보디아에 가면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출국했고 납치·감금됐다”고도 했다. 시작은 자의였지만, 과정에서 자의가 무시됐다.
캄보디아 사태의 관련자들 대부분이 2030세대라고 한다. 여기서 질문이 필요하다.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상당했음에도 도대체 왜 한국의 젊은이들이 캄보디아의 허위 구인광고를 수용했는가 하는 것이다. 개인 윤리의 부재인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실패인가.
다 동의하긴 어렵지만, 청년들의 절망과 좌절에 대한 분석은 일리가 있었다. 질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기 어려운 지역의 청년들이 자산불평등이 심화된 탓에 일탈임을 뻔히 알면서도 일확천금의 헛된 꿈에 뛰어든다는 주장이다. 청년의 불안과 절망은 숫자와 데이터로 나타난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서 29세 이하 청년 고용률은 45.1%에 불과하다. 17개월째 연속 하락 중인데 ‘그냥 쉬었다’는 20대 청년이 39만 9000명이다. 괜찮은 대기업의 일자리도 코로나 시기 전후부터는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는 시장으로 변화했기에 청년에게는 기회가 거의 없다. 게다가 인공지능(AI)이 등장한 후로 청년의 취업시장에서의 지위는 더 취약하다. 내 주변에도 인간 직원 대신 AI를 직원처럼 부리는 사무실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지역에는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사실도 치명적이다.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자 중 2030세대의 비중은 2023년 현재 전체 신청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학자금 대출을 비롯해 주식과 가상자산, 부동산 등에 ‘영끌’과 ‘빚투’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무리한 투자를 한 탓에 채무 불이행에 빠진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비교되는 삶의 수준 역시 청년을 불안과 불행으로 초대한다. 이런 이유들로 미래의 불안을 감당하지 못한 청년들이 캄보디아를 탈출구로 삼았다고 주장하는데,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2000년대 일본에 ‘프리터족’이 있었다. 정규직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나 임시직 등 비정규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본 20대들이었다. 나약한 일본 청년이라고 손가락질 받았지만, 사실 프리터족의 탄생은 일본 젊은이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1985년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 후 시작된 거품경제로 일본 사회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진 탓에 프리터족이 탄생한 것이다. 프리터족은 당시 일본 사회와 경제의 구조적 실패를 보여 주는 상징이다.
2030세대는 물론 사회 전체가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할 방안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미중 패권 전쟁 중에 관세 협상까지 걸렸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앞으로 한국 대기업의 질 좋은 일자리는 미국에서 생겨난다. 이 사실을 정부도 기업도 알고 있다. 사회적 압력이 거세야 정부 여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고 재계와 함께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를 굳건히 지켜낼 방안을 찾아볼 것이다. 참담한 캄보디아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한국에서 한국 청년에게 기회의 문이 열려야 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231947025
[에디터의 창] 혐중·혐캄보디아, 그 뒤에는 혐한이 온다 (경향, 박병률 탐사기획에디터 겸 경제에디터, 2025.10.23 19:47)
영국 리버풀.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도시다. 내 기억은 다르다. ‘혐오’의 도시로 남아 있다. 학창 시절 영국에 1년 머문 적이 있다. 당시 리버풀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며 아시아인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이 많을 때였다. 봉변을 당할 수 있다며 밤에는 홀로 다니지 말라는 권고가 한국 학생들 사이에 공유됐다. 리버풀은 1900년대 초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항만도시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구조가 바뀌고 컨테이너선이 보급되면서 리버풀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1970년 수만명의 항만노동자와 조선소, 창고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1981년에는 폭동까지 일어났다.
이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한국인 등에게 돌렸다. 노동자를 쥐어짠 저임금, 광범위한 정부의 수출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아시아 개도국이 불공정 경쟁을 한다고 봤다. 이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 당시 당국에 신고한 공화당원 토리 브래넘의 생각과 같다. 그는 “(구금이) 한국인들에게도 좋다. 그들은 (최저임금도 제때 받지 못하는) 노예 같은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우리의 성취를 ‘밤잠 자지 않고 일한 근면·성실’에 두었지만 리버풀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에게 자기 밥그릇을 반칙으로 빼앗는 ‘어글리 코리안’일 뿐이었다. 비단 리버풀뿐 아니었다. 맨체스터, 버밍엄 등 쇠락한 공업도시의 분위기는 다 비슷했다. 그즈음 영국에서는 실직한 전직 철강소 노동자들이 스트립쇼를 공연한다는 영화 <풀몬티>가 화제가 됐다.
서울 명동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지는 혐중 시위는 그때의 기억을 소환시켰다. 분노에 찬 목소리, 혐오스러운 구호는 한쪽으로는 위협으로, 다른 한쪽으로는 억울했던 그때 그 느낌을 되살렸다. 혐오스러운 문구와 음모론에 기댄 팻말과 노골적인 집단행동은 그때를 능가한다. 특히 거대 여당의 주요정치인까지 참전해 혐오정서를 퍼트리는 것은 전례 없던 일이다. 최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코스피 상승이 ‘희한하다’며 그 배후로 중국 자본을 지목하기까지 했다. 물론 ‘증거는 없다’고 했다. 당시 영국 정치인들은 혐오정서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는 했다.
싫어하고 미워함. 국어사전이 정의한 혐오다. 30년 전 리버풀의 혐한이나 지금 한국의 혐중은 닮은꼴이다. 자신이 쇠락할 때 느끼는 상실감과 두려움을 상대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혐오가 무서운 것은 전염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은 한 명의 마녀를 사냥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군중은 다음 대상을 찾게 마련이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한국 대학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혐캄보디아가 부상하고 있다. 캄보디아 내 발생한 한국인 상대 범죄에 대한 분노가 캄보디아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달리 그 기저에는 ‘우리의 공적개발원조까지 받는 나라가 감히’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 한국 관광객 대상 납치사건이 아닌 범죄조직이 연루된 사건이라는 데서 들여다볼 것이 많다. 캄보디아는 ‘피의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혐오는 혐오로 되돌아온다. 이미 중국에서 혐한도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국민적 자존감이 높아졌고, 여기에 사드배치까지 맞물린 결과다. 캄보디아에서도 캄보디아를 혐오하는 동영상들이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혐한류 정서가 꿈틀대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는 한류의 주요 소비국 중 한 곳이었다.
‘K’의 힘으로 어느 때보다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졌다지만 ‘혐한’이 존재하는 곳은 여전히 많다. 일본 서점가 한쪽에는 혐한 서적이 비치돼 있다. 최근 한·일관계가 다소 해빙이 되어서 그렇지 언제고 혐한은 전면으로 부상할 수 있다. 미국에 연수 중인 지인은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 여성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속상해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마가(MAGA)가 기승을 부리면서 미국 내 혐오 흐름이 요즘 심상치 않다.
세계를 무대로 먹고살아야 하는 한반도의 운명상 ‘혐오’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 될 것이 하등 없어 보인다. 하물며 우리가 그 진원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급성장하는 상대를 경계하고 견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대응이 혐오는 아니다. 혹시나 그 기저에 몇 줌 안 되는 국내정치의 이익이 달려 있는 것이라면 심각한 자해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외국인 혐오 끝에 브렉시트를 택한 영국이 딱 그랬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25948.html
캄보디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한겨레, 박노자 |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2025-10-28 17:24)
최근 캄보디아의 현지 조직폭력배들이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취업 사기를 벌여 캄보디아로 유인한 뒤, 그곳에서 감금과 폭행, 고문을 가하며 각종 사이버 범죄에 동원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러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캄보디아’라는 국명은 지금도 거의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러한 수법으로 범죄에 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만 해도 적어도 수천명에 이르며, 기업형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폭력배들의 범행 수법이 극도로 잔인하기 때문에, 전 국민적 ‘충격’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범죄에 대한 ‘공분’과는 별도로, 캄보디아에 대한 너무나 이상한 담론들이 국내에서 급속히 퍼져나가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범죄자의 상당수가 중국계라는 사실이 대서특필되면서, 캄보디아에 대한 공격들이 국내 극우들이 상습적으로 부추기는 혐중 정서와 종종 겹쳐 나타난다. 캄보디아를 ‘중국의 속국’으로 멸칭하고,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조폭들이 마치 중국 공산당의 하수인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한다. 사실 53개로 알려져 있는 캄보디아 내 범죄 단지에 갇혀 있는 약 10만명의 각국 피해자 중 다수는 바로 중국인들인데, 국내 극우들에게 ‘중국’은 오로지 ‘가해자’로만 보이는 것이다. 동시에 캄보디아는 ‘우리’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열등한 사회인 것처럼 간주된다. 이런 인식이 확산된 결과, 최근 국내를 찾은 캄보디아인들이 숙박이나 택시 승차를 거부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결국 길거리 차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가 가난한 건 맞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한국의 10분의 1이 안 된다. 하지만 60년 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캄보디아보다 불과 30% 정도 높을 뿐이었다. 이후 캄보디아를 황폐화하고 한국을 부유한 국가로 만드는 데 크게 작용한 세계사적 사건이 뒤따랐다. 바로 베트남 전쟁이었다. 베트남 유격대들이 캄보디아의 일부 변경 지역 영토를 보급 통로로 이용했기 때문에, 미국은 1969년부터 캄보디아에 대한 불법적 대규모 폭격을 시작했다. 23만회가 넘는 공습을 통해 270만톤 이상의 폭탄이 투하되었고, 이로 인해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으며 200만명 이상이 피난민이 되었다. 사회가 혼란에 빠지자 반미 감정의 폭발을 이용해 극단적 마오주의 조직인 크메르루주가 1975년에 집권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초급진적 마오주의자들의 집권이 ‘킬링필드’의 비극과 베트남의 무장 간섭, 내전 등으로 이어져 캄보디아는 1970~80년대에 철저하게 황폐화한 것이다. 한데 캄보디아의 비극을 낳은 베트남 전쟁은, 한국에서는 ‘월남 특수’로 기억된다. 캄보디아가 폐허가 되는 사이에 침략국 미국의 편에 가담한 박정희의 한국은 직간접적으로 적어도 50억~60억달러의 외화 수입을 올려 공업화를 가속화할 수 있었다.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저들’이 가난해지고 ‘우리’가 부자가 된 경로만큼은 정확히 기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캄보디아 당국이 자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중대한 문제다. 하지만 캄보디아인과의 관계에 있어 한국의 국가와 자본은 과연 떳떳한가? 그 고통스러운 현대사의 여정을 거쳐 저개발 국가가 된 캄보디아는 외국 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캄보디아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 중 약 11%(약 80억달러)는 한국 기업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일부 국내인들은 캄보디아를 ‘중국의 속국’이라며 멸칭하지만, 실제로 한국 역시 캄보디아의 주요 투자국 중 하나다.
2000년대 이후 특히 봉제공장을 캄보디아에 설립한 한국 업체들이 많았다. 저임금 국가인 캄보디아에서 이들이 노동력을 착취하며 벌어들인 이윤은 한때 막대한 수준이었다. 2009년 캄보디아개발연구소(CIDS)가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노동자 한명이 회사에 가져다주는 월 순이익은 280달러 정도였다. 한데 그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임금이란 80달러 정도의 박봉으로, 생존선 이하였다. 기아를 면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잔업을 해야 했고 지속해서 과로에 시달렸다. 약진통상 등 한국 회사들은 노조 탄압 논란에 올랐고, 한국 대사관은 2014년 대대적 노동자 파업의 국면에서 캄보디아 정권에 ‘조치’(진압)를 주문한 의혹을 받고 있었다. 지난 수십년간의 한국-캄보디아 경제 관계사는 이처럼 착취와 부당노동 행각으로 점철되어 있다.
착취와 부당한 대우는 국내에서도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속되어왔다. 현재 국내에는 6만5339명의 캄보디아인이 체류 중이며, 이들 대부분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노무자들이다. 다수는 대우가 매우 열악하지만, 특히 농업 부문에 종사하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처우는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경우가 많다. 2020년 12월 영하 20도의 한파 속에서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사망한 캄보디아 노동자 누온 속헹씨를 기억하는가? 속헹씨의 동사는, 캄보디아 노동자와 한국 자본 사이의 관계 맺기 방식을 그대로 상징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갇힌 이들을 언론들은 종종 ‘노예’라고 표현하지만,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캄보디아 등지 출신의, 특히 농업 부문 노동자들도 국제사면기구 등이 ‘현대판 노예’로 규정했다. 캄보디아와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아주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납치, 감금 등 흉악한 강력 범죄에는 캄보디아 당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앞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 협력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캄보디아에 대한 아류제국주의적인, 우월감에 가득 찬 잘못된 시각을 버리고, 캄보디아와 좀 더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관계를 구축하려면 우리가 캄보디아 당국에 한국인의 안전 보장을 정당하게 요구하는 동시에, 국내외 한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도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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