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 탄핵 정국 때문에 가려졌지만, 위기의 삼성은 여전하다. 계속 반도체특별법 군불을 떼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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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 ① 이건희 회장 '프랑크푸르트 선언'의 유산은 어디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24.10.28 11:00)
1993년 '질적 성장' 강조하며 일하는 방식 변화 지시
'위기' 여론 커지는 삼성전자, 근본적 체질 개선 요구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키워드의 뉴스가 연일 경제·산업면을 도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토록 위태롭게 보였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여론의 걱정이 큰 상황이다. SNS에서도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망하는 거 아니냐"라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확실히 지금의 삼성전자는 이전에 느꼈던 '세계 초일류 기업'의 위압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반도체 사업 실적은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고 스마트폰과 가전에서도 해외 기업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데 창립 55주년을 앞둔 삼성전자에게, 위기가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삼성전자는 그동안 숱한 위기를 겪으며 오늘날의 위치에 이르렀다. 이들에게는 위기를 극복할 DNA가 내재돼있다. 본 연재기사는 삼성전자의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찾아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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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 ② 이재용 회장 발 묶은 '사법리스크'···해소는 언제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24.10.29 11:00)
2017년 이후 국정농단·불법승계 재판 이어져
5대 그룹 중 미등기 임원 오너 이재용 '유일'
등기이사 복귀 강행할 수도···내년 1월 '고비'
https://www.etoday.co.kr/news/view/2414279
[논현로] 위기의 삼성? 경로는 ‘사회’였다 (이투데이,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2024-10-29 19:12)
TSMC 성공 뒤엔 거국적 기업지원
한국선 노조파업·기업 때리기 골몰
위기 자초한 사회 함께 반성문 써야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DS) 부문 대표 명의로 ‘반성문’을 함께 내놨다.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상황을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위기 극복 방안으로는 기술경쟁력 회복과 조직문화 개선을 제시했다.
삼성의 반성문이 나오자 각계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비전의 상실, 혁신의 실종 그리고 리더십의 부재를 꼬집었다. 특히 거의 동시에 실적이 발표된 대만 TSMC와의 비교는 삼성에게 뼈저린 지적이었다.
TSMC의 3분기 실적은 32조3000억 원, 전년보다 37% 늘어났다. 반면 삼성전자의 매출은 79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TSMC가 13조80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 12조7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9조10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10조9000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한마디로 TSMC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즐긴 데 반해 삼성전자는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시가총액 대비는 극명하다. 10월 22일 기준 삼성전자는 344조5000억 원, 반면 TSMC는 1445조5000억 원으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경쟁은커녕 비교 상대로도 여기지 않았던 TSMC의 약진을 보며 삼성전자가 반성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반성문을 내고 더욱 노력한다면 이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까? 위기를 삼성전자가 자초했으니 극복도 삼성전자가 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있을까? 물론 일차적으로는 삼성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사람이 열병을 앓을 때는 감염된 부위도 중요하지만 경로도 중요하다. 위기의 경로는 우리 사회였다.
우선 한국 경제를 보자.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에 비해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0.2%였던 2분기의 역성장에 이어 ‘제로성장’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은 0.4% 줄고 수입은 1.5% 늘었다. 삼성이 위기라면 우리 경제의 위기는 삼성보다 몇 배나 더 크고 깊다 할 수 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데 한국의 경제 체력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2.0%, 우리보다 15배나 덩치가 큰 미국(2.1%)에도 뒤졌다. 이런데도 저성장 탈출을 위한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TSMC는 거저 된 것이 아니다. 지난여름 대만 타이중 시(市)는 TSMC가 도시 전체 전력의 38%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전기는 삼성이 알아서 확보하도록 했던 우리와 대비된다. 가뭄이 심했던 2019년에 대만 정부는 농사에 쓸 물까지 TSMC 공장이 있는 신주과학단지로 몰아줬다. 당장의 쌀농사보다 반도체가 더 중요하다는 데 주민들이 공감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반도체 공장에 쓸 용수를 가져오려 하자 일 년이나 승인을 질질 끌어온 곳이 우리나라다. 대만은 일찌감치 반도체 입문교육을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도입했다. 당연히 관련 학과가 많아지고 인재 규모가 커졌다. 온 국민이 의대에만 매달리는 우리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오랫동안 실천하자 대만의 주가지수는 1년 사이 43% 올랐다. 온 국민이 기업성장의 과실을 향유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끊임없이 기업에 매질을 한 우리의 결과는 삼성전자의 손실 투자자 비중을 95%까지 올렸다. 기업을 때려대니 그 고통을 국민이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나라의 비전이 실종되고 있으니 기업 내부에서도 총질이 계속된다.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내내 가동되어야 하는 특수시설임에도 삼성전자 노조는 보너스 미지급을 이유로 파업을 하기도 했다. 반면 TSMC는 1987년 창업된 이래 파업은 물론 노조 자체가 아예 없다. TSMC 직원이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반성문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삼성이 반성문을 쓴다면 우리 사회도 반성문을 같이 써야 한다. 그래야 삼성의 위기가 극복되고 그 성과를 우리 사회가 같이 누릴 수 있다.
일본의 시가총액 1위 간판기업인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금의 일본은 힘내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일본을 사랑하는 내가 탈출을 고려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핵심기업 ASML은 지난해 본사의 해외이전 의사를 내비쳤다. 혁신 인재를 데려올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삼성전자의 혁신이 최후의 수단으로 본사 해외이전으로 귀결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반이 넘는 외국인 지분율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기업 두드리기에 지친 경영진이 선택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우리는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사회 모두의 반성문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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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 ③ '사업리스크' 톱 레벨 한계?···미래 보이는 인적쇄신 주목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24.10.30 11:00)
삼성의 실세'는 어떤 책임을 졌는가···정현호 부회장은?
이건희 최측근 이학수·최지성, 비자금·뇌물 책임지고 물러나
재계,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 부진 원인 정 부회장 지목
AI 반도체 투자 적기 놓치고 노사갈등 촉발···'TF 책임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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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 ④ 노조리스크 도화선 된 '성과급'···SK하이닉스와 무엇이 달랐나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24.10.31 14:00)
반도체 특성상 성과급 기준 '대외비'···'영업익 기준' SK하이닉스와 대조적
실적 악화에 직원 성과급 '0원'···3년 이상 임원들 TLI 연간 수천억 챙겨가
'갈 길 바쁜 삼성' 인재 확보 '난항'···RSU 등 성과급 체계 개선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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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 ⑤ 만물상이 돼 버린 삼성전자, '시그니처' 제품이 없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24.11.01 11:00)
시장 변화에 더 기민하게 대응했어야...적기 놓쳤나?
스마트폰 수직계열화, 플래그십 모델서 시너지 어려워
인텔과 글로벌 대표 IDM 우뚝···고객 유치 경쟁력 약화
애플·TSMC, 주력 사업 역량 집중···"구조조정 고민 필요"
https://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537320
[위기의 삼성] ⑥ AI 앞세운 삼성전자, 체질 개선 속도 낸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24.11.02 11:00)
세트 전 부문 AI 도입···SW 앞세운 생태계 확장 모색
"미래 10년 주도할 패러다임···품질 경쟁력 확보해야"
의료·로봇·전장·공조 신사업 역량 집중···하만 성장세
"포트폴리오 재편 필수"···부진한 사업부 정리할지도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41105500701
[위기의 삼성, 골든타임 잡아라](1)세대교체 없이 혁신 없다 (메트로신문 구남영 기자ㅣ2024-11-05 17:10:59)
이정배, 최시영 사업부장 선임 3년 째에도 "사업 부진"
삼성 인력 고령화 문제 심각 "CL3 차부장급 직원 급증"
사장단 전원 물갈이 유력…세대교체 이뤄지나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세대교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삼성전자는 인재 제일 주의를 중심으로 희망퇴직 등 대규모 인력조정은 피해왔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부진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 내부서도 팽배한 패배감과 과도하게 많은 수석 (C3) 인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며 인력 고령화가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재용 회장이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고 고강도 쇄신에 돌입할 지 주목된다. 30년 전 이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주문하며 혁신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력 고령화 심화"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반도체 실적 악화 여파로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전 사업부에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쇄신 방안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선 대대적인 인사 정비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내부서도 인력 고령화가 주요 실적 부진으로 꼽히며 사장단을 중심으로 임원진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한국CXO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3~4년 사이 CL3(차·부장급)에 해당하는 40대 이상 직원이 늘고 20대 직원의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전 부회장은 최근 사과문을 통해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반도체 수장의 이례적인 사과는 고강도 쇄신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연말 임원 인사에서 30%가량 인원 감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사장단 전원 교체 유력
삼성의 고강도 쇄신의 일환 가운데 하나로 DS부분의 사장단 전원 교체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선임된 지 3~4년이 지났다. 하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라는 결과를 초래해서다.
현재 이정배(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시스템LSI사업부장),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5명의 사장단이 모두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후임으로는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제조&기술담당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윤태양 안전보건책임자(CSO) 이 물망에 오른다.
한진만 부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디램 설계 연구원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는 스타트업 창업과 미국 반도체 기업 근무했다. 이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임원으로 합류, 설계·개발·기획 등을 두루 거쳐 2022년부터 북미 사업부를 맡고 있다. 한부사장은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석우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연세대 세라믹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해왔다. 파운드리에서 TSMC와 벌어진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장덕현 대표는 반도체 개발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삼성전기 대표직을 맡으면서 다양한 제품의 기술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대학원과 미국 플로리다대학에서 석·박사로 학업을 마쳤다. 이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시스템 LSI사업부 LSI개발실장, SOC개발실장, 센서사업팀장 등을 역임했다.
다만, DX(완제품)부문은 상황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3분기 실적에서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이 선방하며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사내이사 중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오는 2026년 3월까지 임기이다.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과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정배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41106500628
[위기의 삼성, 골든타임 잡아라](2)혁신은 내부부터…'소통의 벽' 제거해야 (메트로신문 김서현 기자ㅣ2024-11-06 16:50:34)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 위에서 위험부담이 크다며 핀잔을 주는데 어떻게 앞서 나갑니까?"
삼성전자가 경직된 사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신청 받고 대대적인 조직 쇄신에 나선다. 그러나 내부 인력들은 더 근본적인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안전주의와 보고를 위한 회의, 보고서 작성으로 점철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6일 <메트로경제>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삼성전자가 CL4 이상 인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것과 동시에 통상 12월 진행하던 사장단·임원 인사를 11월 중 진행한다.
삼성전자가 예년 보다 이른 인사를 진행하는 데에는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처절한 현실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올해는 앞서 DS 부문 수장을 2022년부터 DS 부문장을 맡아온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진행했다.
잦은 인사교체에도 이번 3분기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을 주요인으로 어닝쇼크(EarningShock, 예상치 보다 낮은 실적)를 빚어 결국 임원 사과까지 발표했다. 전영현 DS 부문 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8일 3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기술경쟁력과 회사 앞날에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CEO가 실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분기 어닝쇼크를 전후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전 부문장은 지난 1일부터 취임 이래 첫 DS 소속 임원과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한 소통 강화와 쇄신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 됐다. 전 부회장은 지난 8월 사내 공식 메시지에서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부서 간 소통의 벽',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만 반영된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 확산' 등을 꼽으며 토론 문화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전 부문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내 분위기는 다소 암울하다. 사내 구성원들이 지적한 고위직 인력적체로 시작한 CL4(8년차 이상) 이상 희망퇴직 신청 개시에도 별 기대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내 구성원의 현 연령대 구성은 경쟁사 등과 비교해도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9월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20대 임직원 수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21년 8만9897명에 달하던 20대 직원 수는 지난해 7만2525명으로 1만7372명(19.3%)이나 줄었다. 20대 비중이 33.7%에서 27.1%로 하락했다. 반면 40대 이상은 증가세를 보이는 등 구성원 고령화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내 고령화 분위기를 두고 대졸 공채를 통해 입사해 9년째 근무 중인 A씨는 "이미 떠날 사람은 다 떠났다"고 지적했다. 부서별로 다르나 CL2(5년차 이하)까지도 비공식적으로 희망퇴직이 가능한 상황으로 고령화와 인력 적체에 대한 해결 보다는 사실상 인력 다이어트를 통한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희망퇴직 또는 자진사퇴한 유망한 임직원들은 경쟁사로 모두 떠났다는 증언을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9월 현재 기준 엔비디아 내 3만 명의 직원 중 약 400~500명 가량이 섬성전자 출신이다.
B씨는 "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가 있을 수밖에 없고, 여러 번의 실패와 도전 속에서 비로소 결실을 맺지만 현재 삼성은 실패를 용납하지 못한다"며 "안전제일주의와 보신주의가 상부에 팽배한 현 상황 속에서 단순히 희망퇴직만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영입한 세바스찬 승(승현준) 전 삼성리서치 글로벌연구·개발 (R&D) 담당 사장(소장)도 보수적인 사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난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AI 기반 사업 환경에서는 나 혼자 잘해서는 안 되며 생태계 내에서 협력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조직 문화,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내부 유보 자금을 어떻게 활용해 이 생태계를 빠르게 조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6232.html
삼성전자 위기론을 경계한다 [뉴스룸에서] (한겨레, 김경락 | 경제산업부장, 2024-11-07 08:00)
국정 지지도가 20%를 밑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지난 한달간 불거진 위기 담론의 중심에 삼성전자가 섰다. 지난달 초 ‘어닝 쇼크’라는 평가를 받은 3분기(7~9월) 잠정 실적 공시와 뒤이어 나온 전영현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가 계기였다. 바닥 모를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건 수개월 전부터였다.
‘삼성전자 위기’란 표현은 참으로 생소하다. 고인이 된 이건희 회장(2020년 작고)이 생전에 자주 위기론을 꺼내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좀 더 나아가기 위한 조직 다잡기 차원이거나 여러 불미스러운 스캔들에서 벗어나려는 여론 전환용 성격이 짙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삼성전자 위기론은 지난 30여년 새 이번이 처음이다.
담론은 그 속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고 넓어진다. 삼성전자 위기론도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메모리 반도체의 한 부분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납품 여부나 파운드리 강자 티에스엠시(TSMC)의 지배력 확대, 반도체 굴기를 수년 전 선언한 뒤 놀라운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도전 등이 주로 거론됐다. 이후 위기 담론은 해이해진 조직 문화, 재무·법무 중심의 사내 권력 지형, 퇴임한 특정 고위 경영자의 판단 착오, 총수 리더십과 사법 리스크 등으로 나아갔다. 최근에는 ‘52시간 근무제’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갉아먹은 핵심 원인으로 등장한다. 위기 담론에 참전한 이들도 다양하다. 반도체 분야 학계 인사나 전직 경영진, 자본시장 참가자는 물론 익명의 엔지니어들이 레거시·뉴 미디어 할 것 없이 매체에 등장했다. 상업적 이해나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깊이 투영된 듯한 분석과 주장도 더러 눈에 띄지만, 담론 시장의 속성이 애초 그러하니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론 홍수 속에 담긴 공통 정서와 전제는 선뜻 공감이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만년 1등을 해야 한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의아했다. 판이 바뀐 상황에서도 1등을 해야 한다는 위기론자의 멘털리티는 ‘1등 강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과거의 1등이 비단 삼성전자 힘으로만 이룩됐다는 식의 위기론 전제는 당혹스러웠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에서 우뚝 서게 된 건 임직원의 땀과 눈물의 힘이 크지만, 1985년 플라자 합의와 뒤이은 공세적 산업 정책 개입과 같은 아이티(IT) 강국 일본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그에 따른 삼성전자의 반사 수혜라는 국제질서 변화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한때 ‘삼성 공화국’이란 조어가 수시로 쓰일 정도로 정치·행정·사법·언론 등의 노골적인 자원 몰아주기도 ‘삼성전자 신화’의 불편하지만 실재하는 배경이다. 심지어 직업병으로 여러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취약한 노동 환경과 무노조 방침 등 노동권 경시도 ‘삼성전자 경쟁력’으로 이해된 게 사실 아닌가.
이런 맥락에서 나는 현재 삼성전자를 둘러싼 현상을 설명할 때 ‘위기’보다 ‘제 위치 찾아가기’란 표현이 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미-중 갈등 심화와 보호무역주의 발호로 요약되는 현재의 국제질서 변화, 후발 주자의 빠른 성장, 높아진 노동 의식, 권위에 대한 순응보다 자율을 선호하는 노동 문화, 한층 목소리가 커진 자본시장 등은 과거의 1등 삼성전자가 부대낀 상황과 다르다. 이런 여건은 삼성전자가 바꿀 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 되는 것들이다. 특히 변화한 환경 일부는 사회·경제 발전의 산물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기후위기와 저출생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오늘날, 과거처럼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라고 채찍질할 수도, 더 많은 전기와 더 많은 물을 반도체 공장에 몰아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싶다.
마찬가지로 정부와 정치권이 투자가 부진하고 일자리가 위축될 때마다 에스오에스(SOS)를 치고 권부 출신 낙하산을 받아달라고 암암리에 삼성에 요구하는 것도 이젠 자제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국가 대표 기업’이란 권위를 부여하며 그에 상응하는 짐을 요구할 일도 아니다. 삼성전자가 상법과 노동법, 자본시장법 등 한국 사회가 합의한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주주와 임직원의 이해를 도모하고 번 만큼 세금 내고, 공동체의 사랑을 받으려 한다는 의미에서 ‘정상 기업’으로 거듭날 시간과 기회를 우리 사회는 줘야 한다. 위기론 과잉은 삼성전자를 다시 빛난 만큼 그림자도 짙었던 그때 그 모습으로 몰아갈 수 있다.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41110500319
[위기의 삼성, 골든타임 잡아라](3) "인재유출 심각" 인력부터 성과급까지 고령화 (메트로신문 구남영 기자ㅣ2024-11-10 16:01:30)
인력고령화, 인재유출 야기시켜
40대 이상 직원 7만명, 20대 직원 추월
EVA 성과급 산정 기준 불합리해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비해 2배 이상 적게 산정
삼성전자의 젊은 인재들이 국내외로 빠르게 유출되면서 혁신력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 인재유출의 주요 원인은 삼성의 인력고령화와 경쟁사에 비해 2배 이상 적게 받도록 설계된 성과급 산정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히 늘어난 임원진들의 보여주기식 성과와 불합리한 성과급이 동기부여를 떨어트린다는 지적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핵심 인력들이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물론 글로벌 기업인 엔비디아 등으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보상체계에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력 저하는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간부급 필요이상 확대 "조직정체 원인"
10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가운데 40대 이상이 20대 이하 직원 수를 앞지를 정도로 사내 인력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까지만 해도 20대 인력이 전체 인력의 절반을 넘어섰지만 10년 만에 40대 이상 직원이 추월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20대 직원 수는 2017년 17만1877명, 2019년 12만4442명, 2021년 8만8911명, 2023년 7만2525명으로 줄었다. 반면 40대 이상 직원은 크게 늘었다. 2010년에 2만명대에 그쳤으나 2018년 5만2839명, 2020년 6만1878명, 2022년 7만5552명으로 늘었다.
특히 인력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간부급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17년 기준 일반 직원이 80%, 임원을 포함한 간부급은 10%대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부터 간부급 비중이 30%를 넘어서며 작년에는 일반 직원이 전체 65%에불과했다.
문제는 삼성의 인력고령화로 인해 젊은 인재들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버 담낭이가 삼성전자 현직자를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한 결과 응답자들은 '임원의 보여주기식 성과'가 기술혁신의 정체원인으로 꼽았다. 담낭이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미국 AMD로 이직한 유튜버다. 그는 현직자 24명, 전직자 7명 등을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직 문화가 보수적으로 고착화되면서 젊은 인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성과급 산정 EVA 기준 "불합리"
성과급 산정 기준도 인재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삼성의 성과급은 목표달성장려금(TAI), 연 1회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연 1회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 재원을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EVA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뜻하는데 이는 순이익을 뜻한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이 500억이더라도 이를 달성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 499억이라면 성과급은 1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이로 인해 삼성의 성과급 규모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2배 이상 적게 책정되기도 한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재원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생산성 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구분되며 이와 별도로 격려금을 지급한다.
이에 올 상반기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상반기 PI 성과급을 상한선인 월 기본급의 최대 150%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 2회 PI와 연 1회 PS도 역대급이 될 전망이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75%에 그쳤다.
문제는 삼성의 보상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 핵심 인재가 국내외로 빠르게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채용 플랫폼 링크트인에 따르면 엔비디아 임직원 중 삼성전자 출신이 515명 가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에는 엔비디아 출신 직원이 약 270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이직률은 TSMC보다 약 두 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경력 채용에도 삼성전자 출신 직원들이 대거 몰렸다.
이에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은 지난달 18일 성명을 내고 "현재 OPI 제도는 회사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 전락했다"며 "기본급을 높이고 초과이익성과급(OPI)이 진정한 성과급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봉 구조를 개선하고RSU(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같은 새로운 보상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은 수평문화 등 조직 쇄신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 사옥에서 타운홀 미팅 'DX 커넥트'를 주재하는 등 사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그는 "수평적 호칭 문화가 정착되고, 올해부터는 직급 표기도 없어진다"면서 "앞으로 부회장님 대신 JH라고 불러달라"고 제안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7143.html
위기의 삼성에서 바뀌지 않은 것 [한겨레 프리즘] (한겨레, 이완 | 산업팀장, 2024-11-13 07:00)
“우리는 더는 모바일칩 사업에서 독보적인 기여를 할 수 없습니다. 철수합시다!”
엔비디아도 실패한 적이 있었다. 최근 출간된 책 ‘젠슨 황 레볼루션’을 보면, 엔비디아는 4억달러를 투자한 모바일칩 사업을 2014년 포기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곤혹스러웠던 그 상황에 대해 2023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독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비전에 전념해야 합니다.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로서는 철수하거나 포기하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 열쇠입니다.”
달이 차면 기우는 법. 성공한 모든 기업은 ‘성공의 역설’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성공에 기대다 보면 시장 변화나 경쟁자 추격을 포착하지 못한 사례는 숱하게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시장에서 패퇴하면서 위기론이 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삼성이 금방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뒤쫓을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많았다. 그런데 엔비디아의 납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 대신 들려온 것은 올해 5월 경계현 디에스(DS·반도체)부문장의 갑작스러운 경질이었다. 반도체 설계와 고객 서비스에 대한 이해 부족, 세부 사항까지 통제하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에 따른 복지부동, 수요를 제대로 예측 못한 미국 파운드리 공장 과잉투자 등 그동안 쌓여온 문제가 드러났다.
그런데 삼성의 선택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데 맞춰졌다. 퇴임 수순을 밟아가던 전영현 삼성에스디아이(SDI) 부회장이 현역으로 다시 복귀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메모리사업부장을 지낸 전영현 부회장은 조직 문화를 바꾼다며 1980년대 만들어진 ‘삼성 반도체인의 신조’를 소환했다.
사실 멈춰져 있던 것은 삼성의 경영이었다. ‘관리의 삼성’은 그동안 삼성 경영을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옛 회장 비서실(이후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사업지원티에프(TF)로 이름이 바뀜)의 수장은 재무 출신이 맡고, 사업부문은 엔지니어 출신이 맡아 인사와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삼성의 성공 방식이었다.
이재용 회장도 이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10년 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쓰러져 경영 주도권을 잡은 뒤에도, 그가 2017년 뇌물 제공 혐의로 유죄를 받아 경영 일선을 떠난 뒤에도, 그리고 2년 전 회장 직위에 오른 뒤에도 이 구조는 바뀐 적이 없다. 여전히 한쪽은 이학수-최지성에 이어 정현호 사업지원티에프장이 이끌고 있고, 또 한쪽은 엔지니어 출신 권오현-김기남-경계현에 이어 전영현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46살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를 발탁하는 깜짝 인사도 없었다. 자신이 전기차·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로 바뀌는 자동차산업의 격변기를 이끌기엔 옛 세대라면서 젊은 경영자를 발탁하고 뒤로 물러난 2023년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의 사례를 따라가지도 않았다.
이런 선택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 아니 모르겠다.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훈련하고 준비해 전세계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던 제너럴일렉트릭(GE)도 세계 최고 제조업체의 자리를 내주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반도체 제국 인텔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던 패트릭 겔싱어를 2021년 다시 최고경영자로 데려왔지만, 파운드리 사업을 구조조정 해야 할 상황에 내몰려 있다. 다만 인텔이 엔비디아에 자리를 내주고 미 다우지수(30개 종목)에서 퇴출된 것이 연구개발 인력이 밤새워 일하지 않은 탓이란 분석은 없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 스타일’ 유튜브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게서 경영에 관해 무엇을 배웠는지 질문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 도전하고, 당신이 갖지 못한 기술을 갖고, 그것에 자신감을 가진 최고의 사람들을 고용하라. 그리고 새로운 것이 제시될 때 내 과거 견해에 매몰돼 판단하지 않고 마음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을 배웠다.” 세상 쉬운 말처럼 보이지만, 세상 어려운 말이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292
4년5개월만에 ‘4만전자’ 추락… 신문들 ‘공포’ ‘붕괴’ ‘패닉’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2024.11.15 15:29)
‘과거의 영광’ 삼성 내부 지적한 한겨레, ‘트럼프 쇼크’ 강조한 조선·동아
삼성전자의 주가가 4년5개월 만에 5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15일자 아침신문들은 ‘추락’, ‘붕괴’ 등의 표현과 함께 삼성전자가 끝 모를 부진의 늪으로 들어섰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중앙일보는 1면, 동아일보는 10면에 ‘4만전자’ 소식을 다뤘다.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1.38% 하락하며 4만9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0년 6월15일 종가와 같은 수준이다. 시가총액도 297조 8922억 원으로 300조 원을 하회했으며 외국인들이 4772억 원어치를 순매도해 하락세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장중 8만 8800원으로 고점을 찍었으나 넉 달 만에 시총 230조 원이 증발한 상황이다.
경향신문은 15일 1면 <삼성전자 ‘4만전자’ 추락> 기사에서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반도체 수요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않으며 업황 부진이 이어진 여파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대중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반도체 지원을 축소할 것이란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한겨레도 1면에 <‘4만 전자’ 주저앉은 삼성전자>을 내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 수준에 머문다. 보유 자산을 모두 팔아 확보한 현금액이 시가총액보다 많을 정도로 삼성전자가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1면에 <끝내 ‘4만 전자’ 됐다…시총 300조원 깨져>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10면에서 ‘4만전자’ 소식을 다루며 ‘트럼프 쇼크’를 강조했다. <4년5개월만에 ‘4만 전자’… 반도체 공급망 덮친 ‘트럼프 스톰’> 기사에서 한 반도체 대기업 임원은 동아일보에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을 통제하면 글로벌 반도체와 테크 시장 전반에 연쇄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수출 의존도가 큰 만큼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5일엔 조선경제(B면)에, 14일엔 본 지면 1면에 삼성전자 소식을 실었다.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쇼크’를 강조했다. 14일자 1면 <‘4만전자 공포’, 코스피 덮친 트럼프 패닉>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것”이라고 했다.
대외적 상황보다 삼성전자 내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칼럼도 있었다. 이완 한겨레 산업팀장은 13일자 <위기의 삼성에서 바뀌지 않은 것> 칼럼에서 “삼성의 선택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데 맞춰졌다. 퇴임 수순을 밟아가던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현역으로 다시 복귀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메모리사업부장을 지낸 전영현 부회장은 조직 문화를 바꾼다며 1980년대 만들어진 ‘삼성 반도체인의 신조’를 소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반도체 특별법’ 시행을 촉구했다. <주 52시간 근로 예외 ‘반도체 특별법’, 국회 서두르길> 12일자 사설에서 서울신문은 “(트럼프의 집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기로 한 보조금과 세금 혜택이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똘똘 뭉쳐 총력전을 벌여도 시원찮을 판에 여야가 뜻이 달라 반도체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167791.html
위기의 삼성전자, 7년 만에 꺼내든 ‘자사주 매입’ 카드 통할까 (한겨레, 이재연 기자, 2024-11-17 17:31)
부양 효과엔 ‘갑론을박’
삼성전자가 7년 만에 꺼내든 깜짝 ‘자사주 카드’는 성공 사례로 남을까. ‘4만전자’ 위기에 빠진 삼성이 자사주 10조원어치를 매입하는 방안을 들고 나오자 시장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본격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든 가운데, 근본적 해결책은 아닌 만큼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삼성전자 자료를 보면, 회사가 앞으로 3개월간 매입·소각하기로 한 자사주는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유통주식의 0.8% 규모다. 이를 포함해 약속한 10조원어치를 향후 1년간 모두 이행하면 유통주식의 2% 이상이 증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2017년(보통주 2.7%, 우선주 4.8%)과 견줄 만한 규모다. 증권가에서 주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투자자들이 중요시하는 주요 지표도 소폭이나마 개선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통상 기업이 가진 자본에 견줘 얼마큼의 성과를 내는지 보는데, 자사주를 매입하면 그만큼 회계상 자본이 줄어든다. 기존과 똑같은 성과를 내도 각종 지표가 더 좋아진다는 얘기다. 자본이익률(ROE)이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주가 하락세를 촉발한 것으로 평가되는 원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 이름으로 낸 메시지에서 스스로 ‘위기’를 언급하며 그 원인으로 ‘근원적 경쟁력’을 지목한 바 있다. 당시 전 부문장은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했으나 한 달 넘게 지난 최근까지도 후속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대량 납품한다는 소식도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란 카드가 등 돌린 투자자의 발길을 완전히 되돌리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실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측면에서도 자사주 매입의 효과를 둘러싼 의구심이 적잖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2017년은 반도체 초호황을 누리던 시기다. 회사가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2017년 53조6450억원, 2018년 58조8867억원으로 삼성전자의 역대 1·2위 기록이다. 당시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배경에는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실적 호조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36조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며, 내년에도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 실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9079
‘반도체 추격 허용’ 초유 상황 [위기의 삼성 어디로 가나·(上)] (경인일보, 이상훈 기자, 2024-11-18 21:08)
거듭된 난관 뚫고 가다듬는 ‘사업보국(事業報國)’
3분기 DS 영업익 2조5900억 감소
AI 메모리 주도권, 경쟁사에 뺏겨
4만전자 추락에 자사주 매입 강수
오늘 故 이병철 회장 37周 추도식
초격차 경쟁력 확보 조치 취할 듯
[편집자 주]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뺏겼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50% 이상 벌어졌다. 절대 강자였던 D램과 낸드 분야에서도 2위권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주가는 올해 7월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해 최근에는 고점 대비 40% 이상 떨어지며 한때 ‘4만 전자’로 주저앉기도 했다. 여기에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하면서 대외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7주기를 맞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약화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창사 이후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7주기를 맞아 그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되새기며 반도체 위기를 타개해 나간다는 의지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9조1천834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10조원대)를 밑돌았다. 그중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설루션) 영업이익은 3조8천600억원으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6조4천500억원) 보다 2조5천900억원이 줄었다.
여기에 반도체 부문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실기하면서 SK하이닉스에 3분기 기준 영업이익 1위 자리도 뺏겼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7월 최고점 8만8천800원을 찍었던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4만9천900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 6월 이후 4년5개월만의 ‘4만전자’ 추락이었다. 530조원에 육박하던 시가총액도 4개월 만에 230조원 증발해 300조원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가가 4만원대로 추락하자 사측이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AI 가속기 선두인 엔비디아에 대한 HBM 납품이 예상보다 지연되는 데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도체 업계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은 지역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생산 캠퍼스가 있는 경기도 내 일선 지자체에선 법인지방소득세를 걷지 못해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또한,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기존에 계획한 공장 증설을 중단한 탓에 인력 감소로 인근 상권과 부동산까지 깊은 침체기를 겪는 등 지역사회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가 어렵다는 걸 정말 몸소 느끼고 있다”며 “반도체 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건 사실이지만, 초일류 기업인 만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 창업회장의 기일을 맞아 19일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추도식을 열고, 그의 ‘기술 중시’ 철학을 재확인하며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선 특단의 조처가 없다면 이번 위기는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의 삼성전자가 아니다. 반도체 부문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이제는 리더십과 결단력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68230.html
삼성전자가 위기를 넘기 위한 6가지 비책은 [전문가 리포트] (한겨레, 이용우 전 국회의원, 2024-11-20 07:00)
어딜가나 삼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고대역 메모리(HBM)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파운드리 사업도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티에스엠시(TSMC)와의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주가는 ‘4만 전자’가 되었다가 최근 반등했으나 향후 흐름은 불투명하다. 에이치비엠·파운드리에서 문제가 드러났지만 삼성전자의 위기 원인은 보다 근원적인 곳에 있다.
1등 기업의 함정
지난 20년간 삼성이 이룩한 혁신은 무엇인가. 바로 떠오르는 게 없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삼성전자가 1등 기업이 항상 빠지는 함정에 걸려들었다고 본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기업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반도체산업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리던 인텔은, 1980년대 그 모체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버리고 시피유(CPU)에 집중한 덕택에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이 됐다.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는 인텔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인공지능 등장과 함께 빠르게 확대된 지피유(GPU)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탓에 인텔은 ‘다우 30’에서 탈락했다. 1등 기업이 계속 변신하지 못하면 2등으로, 나아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인텔이 잘 보여준다.
1위 기업엔 벤치마크 대상이 없다. 경영자는 이기적인 존재로 자신의 보상이나 임기연장을 추구하는 존재다. 1등 기업 경영자도 ‘현재 1등’을 만들어 준 성과를 극대화하려 한다. 새로운 시도에 따른 성과는 후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실패할 경우 책임만 뒤따르기에 새 도전을 꺼린다. 에이치비엠 사업에서 삼성전자에서 일어난 일이 바로 이것이다. 에이치비엠도 삼성이 앞서가는 분야였지만 수요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앞서가는 메모리 분야에 회사 자원을 집중투자하고 에이치비엠 사업을 철수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삼성전자를 따라잡아야하는 2등기업 에스케이하이닉스나 3위 마이크론과는 다른 1등 기업 경영자의 입장이다. 새로운 변신은 스스로의 성공요인을 파괴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삼성전자 경영진의 결정은 이해할 만하다.
에이치비엠의 핵심 공정 기술은 ‘패키징’이다.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한미반도체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초반 설립 이후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벤더로 삼성전자와 같이 성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한미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려 다른 회사를 만들려 하자 한미반도체와의 갈등이 불거졌고 급기야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이 소송에서 삼성전자는 패소하면서 한미반도체의 선진적인 패키징 기술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한미반도체를 우회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현재 위기는 이 생태계 구축이 더디거나 완성되지 않아서라고 나는 본다. 특히 에이치비엠이 주문자 ‘맞춤형’ 상품이라는 점에서 ‘표준’ 상품 공급에 익숙한 삼성으로선 새 생태계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생태계 구축 문제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도드라진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을 함께 한다. 이런까닭에 휴대전화 사업과 반도체 설계업을 하는 애플은 삼성전자에 고객이자 경쟁자가 된다. 이런 삼성전자의 이중적 지위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업부 분사 혹은 분리 매각이 정답이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런 이중적 지위에 따른 생태계 구축 난망은 현재의 위기를 낳은 또다른 배경이다.
위기를 넘기 위한 6가지 비책
위기의 본질이 이러하다면 이를 넘어서기 위한 대책도 가늠해볼 수 있다. 나는 그 중심에 주주가 있다고 본다. 우선 누가 경영진에게 리스크를 감내하고 변신을 유도해야 하나. 바로 주주다. 우리는 ‘재벌‘의 창업주(최대주주)에게 이런 정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임자, 해봤어?”할 때,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에 도전할 때 100% 확신을 가졌을까? 결과를 알 수 없어도 경영진에게 권한을 주며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도전해 보자고 채근질했다. 이것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실패는 두렵지만 그래도 가다 보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주주가 경영진에게 책임을 따지지 않을 것이니 리스크 있는 사업에 회사 자원을 얼마나 투입할지를 결정해 줘야한다. 삼성의 주주가 경영진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면서 책임도 지웠기 때문에 경영진은 안전한 선택만 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내가 생각하는 구체적 방책은 이렇다. 첫째, 이사회와 집행임원 역할을 구분하고 집행임원의 과제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사회는 위임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고, 이에 따라 책임을 집행임원에 물어야 한다. 회사가 투자할 자산 중 얼마를 기존 제품의 고도화에 활용하고 나머지 얼마를 새로운, 미래를 위해 투입할 것인지를 집행임원에게 정해줘야 한다. 둘째 보상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핵심은 회사의 중장기 가치 증가와 집행임원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양도제한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 등 주식보상제도를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다만 지배주주는 주가 상승을 통해 성과를 보상받기 때문에 지배주주에게 주식보상을 해줄 필요는 없다.
셋째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회사 내외부를 망라하여 미리 선정하고 전략에 걸맞는 후보를 선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이사회를 산업의 방향을 이해하는 사람들로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 경쟁기업과 다른 산업의 경영진에게까지 개방하여 기술융합과 흐름을 이사회에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유사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는 자명한 일이 다른 분야의 사람에게는 이상한 경우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분야 사람의 의문 제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보면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혁신은 다른 분야이 성과를 변형하여 자기 분야에 적용할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고정관념의 틀을 깰 수 있는 다양한 이사진 구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섯째 이재용 회장도 바뀌어야 한다. 이 회장은 주주의 한 사람이지 오너(소유자)가 아니다. 본인이 모든 결정을 해야한다고 강박에 빠질 이유가 없다. 이사회의 집단지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자율적 의사결정이 활성화되는 조직문화 구축이다. 의사결정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고 이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전에 강구한다고 할지라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장애를 해결하는 의사결정을 보고하고 결정을 받는 기업에서는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장에서 스스로 결정하여 해결하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의심이 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쓰는 사람 의심하지 말자.”(疑人不用 用人不疑). 이병철 선대회장의 어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P.S 삼성전자 위기론 중 공감하지 않는 내용은 이렇다. 일부에선 삼성전자의 위기가 기술인력보다는 재무관련 인사가 중용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이 주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 사례만봐도 지나친 일반화라고 생각한다. 나델라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나델라는 기술 흐름에 밝은 재무 인력, 재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술 인력이다. 또 일부에선 옛 미래전략실 같은 그룹 콘트럴타워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발상은 회사가 주주의 것이 아니라 소수지분을 가진 지배주주의 것이라는 발상에서 유래된 것으로 주주와 이사회, 나아가 집행임원의 관계를 혼동한 것에 불과하다.
회사는 지배주주의 것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것이다.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은 성장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의 도움을 받은 기업이다. 반도체산업은 인공지능 기술경쟁에서 국가적으로 핵심이 되는 산업이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보조금 등을 통해 지키려는 산업이다. 필자는 이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삼성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삼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주주를 지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회사와 지배주주를 구분하고 지배주주도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가 이런 인식을 가진다면 오늘날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여는 시작점이고, 한국기업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일 것이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9741
반도체 부진에 수원·용인·화성·평택시 세수 휘청 [위기의 삼성 어디로 가나·(中)] (경인일보, 이상훈 기자, 2024-11-24 20:54)
지역경제 몰락 부채질
직원 발길 끊기며 폐업 고려 상인
‘노른자 입지’ 상가엔 공실 현수막
정부 차원 대책 마련 시급 조언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가 기둥 사업인 반도체 부진으로 ‘빨간 불’이 켜지면서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수원, 용인, 화성, 평택지역의 상권이 붕괴되면서 지역 경제마저 휘청이고 있다.
‘삼성이 먹여 살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던 수원은 본사가 있는 주변 상권마저 삼성맨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상인들마저 늘고 있다.
수원 매탄동과 인계동에서 만난 상인들은 “삼성 보너스날이면 북적였던 지역상권은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삼성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가 멈춘 평택지역은 초상집 분위기다. 한때 수만명이 투입됐던 현장에 인력이 급격히 줄자 점심시간이면 건설 노동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했던 식당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이젠 문을 연 식당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노른자 입지로 꼽혔던 상가마다 공실을 알리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내걸렸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증설 개발 호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아파트들은 미분양으로 남거나 분양가보다 낮은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로 부동산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법인지방소득세의 중요한 세원인 삼성전자가 흔들리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기업은 국세인 법인세 중 10%를 관할 지자체에 지방세로 납부하는데, 이를 각각 본사와 지점(사업장)이 소속 종업원 수, 해당 사업장 면적 규모 등을 지역별로 계산한 비중만큼 관할 지자체에 낸다.
지난 2022년 삼성전자는 수원시 1천517억원, 용인시 636억원, 화성시 2천억원, 평택시 1천393억원을 법인지방소득세로 납부했다. 삼성전자의 법인지방소득세가 줄어들수록 지자체의 재정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실제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올해 이들 지자체에서 지방세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면서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도 계속되자 내년 역시 지자체의 재정 여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위기로 경기지역 전체의 경제가 휘청이는 모습이다.
한 경제계 전문가는 “대기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기 때문에 평택 등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장이 있는 지역은 사업 성과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회복이 큰 관건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9898
인적쇄신 등 조치 시급… 노사간 관계 정립도 과제 [위기의 삼성 어디로 가나·(下)] (경인일보, 이상훈 기자, 2024-11-25 20:46)
이재용 회장의 결단 필요한 삼성
경영승계 관련 사법리스크 여전
‘자사주 매입’ 주가 5만원선 회복
기술경쟁력·파운드리 발전 필요
삼성전자가 위기 극복을 위해 최근 자기주식(자사주) 매입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연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와 함께 이 회장의 인사혁신을 통한 조직 쇄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검찰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이 회장 등에 대한 경영권 승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었다.
수년 동안 이어졌고 또한 종결 때까지 얼마가 더 걸릴지 모르는 오너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이 회장 개인은 물론 인공지능시대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삼성전자를 위기로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사혁신을 통한 조직 쇄신도 삼성전자가 서둘러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1년간 10조원(시가총액 대비 2.8%)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우선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장내 매수를 통해 1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소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보통주 2조6천827억원(5천14만4천628주), 우선주 3천172억원(691만2천36주) 등 총 3조원 규모다. 이런 소식에 ‘4만전자’로 추락했던 주가는 5만원선을 회복했다.
자사주 매입에 이어 차세대 반도체 선점을 위해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반도체 초석을 다졌던 용인 기흥캠퍼스 내 구축 중인 10만9천㎡ 규모의 최첨단 복합연구개발단지에 오는 2030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기흥캠퍼스는 지난 1983년 2월 도쿄선언 이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상징적인 곳으로, 1993년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 등을 이뤄낸 반도체 성공 신화의 산실이다.
그러나 재계에선 삼성전자 수장인 이재용 회장이 인적 쇄신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예년보다 빠른 인사 발표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함은 물론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노조와 생산적인 노사관계 정립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업황 개선 등 중장기적으로 기술경쟁력 회복 및 파운드리 부분의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돌파할 리더의 ‘뉴삼성’ 화두가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2025년 삼성전자 사장단 정기 인사가 곧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https://vop.co.kr/A00001664430.html
“삼성전자, 근본적 인적쇄신 없어...이대로 가면 노키아처럼 몰락”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2024-12-02 17:01:03)
경실련, 삼성전자 인사 지적...“팹리스 매각 등 지배구조 개혁해야”
삼성전자의 최근 정기인사를 두고 "인적쇄신이 없는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최근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 매각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메모리 등 각 사업을 분사하는 등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삼성전자 위기와 사장단 인사의 문제점 및 개혁 방안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현실 인식도 못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위기를) 타개해야 될지 결단도 못 내리는 등 삼성전자 회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2025년 사장단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대표이사(부회장)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메모리사업부장과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을 겸임하면서 메모리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도록 했다. 파운드리 분야에는 한진만 DS 부문 미주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신임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맡겼다. 또 파운드리 사업부 내에 사장급 CTO 보직을 신설하고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 담당 사장을 배치했다. 전 부회장을 비롯해 정현호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장(부회장), 한종희 대표이사(부회장) 겸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DA사업부장도 자리를 지키면서 3인 부회장, 2인 대표이사 체제는 그대로 유지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신설된 품질혁신위원장 직책이 더해졌다.
경실련은 "삼성전자의 위기의 근본적원인은 기술력이 아니라 기술력 격차를 가져오게 만드는 소유지배구조에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생산 등 전방위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기술 유출 우려로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 말 기준 8만원대를 보였으나, 11월 중순 5만원 이하로 최저가를 찍고, 11월 말 5만원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가가 4만원9천원대까지 내려가자 지난달 15일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하기도 했다. 이에 주가가 다시 5만8천원대까지 올랐으나, 11월 말 다시 5만4천원대까지 내려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실련은 이번 삼성전자의 인사에 대해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 부문을 매각하고, 각 사업부문을 독립적인 회사들로 분사하고 전문경영인 영입을 통해 과감한 경영을 해야 함에도 이재용 회장과 과거 미래전략실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 TF가 이러한 구조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경영을 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 잘못된 방식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음이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도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사업지원 TF는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삼성의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경실련은 삼성전자가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RE100 달성 준비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분 매각 ▲사업지원 TF 해체 ▲사업부분별 독립분사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삼성전자의 위기는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의 문제, 사업 구조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얽혀져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고 이러한 부분을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이 이번 사장단 인사에도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이재용 회장과 특히 과거 사업지원TF에 의한지배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인사, 현상 유지하겠다는 것...이재용 회장에 기대할 게 없어"
삼성전자가 근본적인 인적 쇄신 및 사업구조 개편을 하지 않는다면 과거 산업의 선두에 있다가 물러난 노키아, 소니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이대로 가면 노키아, 소니처럼 몰락과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인 교수는 이번 삼성전자 인사에 대해 "(과거에서) 하나도 바꾸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업지원 TF는 과거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 내·외부에서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며 "그런 사업지원 TF를 그대로 유지하고, 모바일 중심의 DX부분에 한종희 부회장, 반도체 중심의 DS 부분에 전영현 부회장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삼두체제를 유지하겠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파운드리 사장으로는 오히려 메모리 쪽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를 앉혔다"면서 "그리고 메모리에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구관이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사에서 파운더리사업부장으로 한진만 DS부문 DSA(디바이스솔루션아메리카)총괄이 사장으로 승진·선임됐다. 한 사장은 메모리사업부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을 맡는 등 메모리반도체 설계 분야 출신이다. 메모리사업부장에는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맡도록 해 구관을 복귀시켰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도 점유율을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는 HBM 부문에서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다음에 3위 사업자다. 레드오션에 들어간 원오브뎀(one of them·여러 사람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지금 제일 먼저 해야 될 것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부분을 매각하는 것"이라며 "그리고 (팹리스 부분을) 다시 안 하겠다는 그런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기 위해서 징벌적 손해배상과 디스커버리 제도의 입법 청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유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기술유출 피해기업에 증거공유와 현장조사를 허용하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기술 유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가 지금 HBM을 잘하려고 해도 파운드리하고 HBM을 같이 하는 것 자체가 이해상충에 들어간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설계 부분, 그리고 메모리하고 파운드리들이 이해상충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수주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각 부분들을 독립된 회사로 분산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운드리는 애플, 퀄컴 등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들의 위탁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분야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시스템 반도체인 '엑시노스'를 설계하고 있어, 경쟁관계인 애플, 퀄컴 등에서 수주를 주기 꺼린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또 현재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분에서 경쟁하고 있는 HBM의 경우에도 기술 유출 우려 등 파운드리와 이해상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독립된 회사로 분사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서 실권을 가지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조직도 작아지고 관료화됐다는 문제점도 없앨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번 인사 결과를 보면은 사업지원 TF를 유지하는 거다. 사업 지원 TF 같은 컨트롤 타워를 강화시킨다는 말은 독립된 경영을 안 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재용 회장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삼성전자 삼성그룹의 구성원인 직원들과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야 된다. 실패한 경영진 리더십을 대폭 물갈이하고 삼성전자가 출자 구조를 바꿔서 분사할 수 있도록 하는 주주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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