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재미/노래도 부르고

서대노예련 - 꽃병을 만든다

새벽길 2009. 1. 21. 18:34

예전에 꽃병을 제조한 적은 있지만, 던진 적은 없었다.
몰로토프 칵테일이라고 불리우는 이 염병은 최후의 저항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제는 이를 사용하는 이들이 거의 없고, 용산의 재개발 현장에서 출현한 염병도 26개월만이라고 한다. 
더 이상 꽃병이 나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참혹하게 죽은 그들이 왜 꽃병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 그 처지를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떠올린 노래 하나.
물론 이 노래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구호를 직설적으로 노래로 만든 것은 너무 어색하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만든 집단은 서대노예련(서울지역대학생노동해방예술가연맹준비위)으로, 백무산이 노동해방문학 1990년 5월호에 쓴 [꽃병을 만든다]에 곡을 붙인 것이다. 노해문 5월호의 백무산의 시에는 아이를 업은 아줌마가 꽃병을 만드는 장면이 사진으로 나와 있다. 이는 90년대 초반 당시 꽃병을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웠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교내에서, 노동현장에서는 사라졌지만, 철거현장에서 자신을 지킬 무기가 없던 이들에게 꽃병을 준비한다는 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이 노래를 만들었던 이의 심정이나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 꽃병을 들었던 이들의 심정을 담아 살인정권을 응징할 뭔가를 하고 싶다. 설사 꽃병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꽃병을 그리워하지 않게 될 날은 언제쯤일까. 
 


서대노예련 - 꽃병을 만든다 
 
싸늘한 분노에 액체를 부어 꽃병을 만든다
이불솜 뜯어 울분을 틀어막아 꽃병을 만든다
억울함도 순종으로 다스리고 복받치던 서러움도
눈물로 씻었지만 이제는 못참아 이제 더는 못참아
더이상 맥없는 가슴앓이 않으리 당신을 구하는 길이라면
싸늘한 분노에 액체를 부어 우리 울분도 서러움도 틀어막는다
분노가 날아가 화염을 뿜는 꽃병을 만든다
오랜 인내 가운데 터지는 분노의 파편 날아가
날아가 네놈들 가슴팍에 꽂혀 네놈들 가슴팍에 꽂혀
네놈들 아가리에 박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