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 93

미나리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한예리에 주목했다. 그녀는 예전부터 왠지 끌렸고, 그녀가 계속 좋은 연기를 보여주길 바랬는데, 미나리에 출연한 거다. 미나리는 너무 기대를 하고 봐서인지 처음에 볼 때에는 생각만큼 괜찮지가 않았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최고였고, 미국의 평론가들과 관객들이 환호한 이유가 있을 텐데 싶어, 그게 뭘까 궁금해했다. 리뷰들을 봐도 그럴싸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고... 한국에서 환호하는 거야 미국에서 상을 받았다니 제2의 기생충을 기대하며 국뽕 때문에 그런 거겠지 싶었다. 마지막에 윤여정이 집에 화재가 난 이후 사망하고 남은 한국인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지 않는 대목도 좀 이해가 안 되었다. 더욱이 이 영화는 80년대 한국계 미국 이민자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것에 불과한데, 미..

내러티브 경제학(로버트 쉴러 지음)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나의 관심을 끈 책. 읽어보면 썰을 푸는데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 듯... (물론 아직 책을 사지도 않았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내러티브 경제학’의 사례 가운데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밝혀 감세정책을 이끈 ‘래퍼 곡선’에 대한 것은 공감대를 넓혀준다. 로버트 쉴러는 “얼토당토 않은 경제이론”인 래퍼곡선이 “레스토랑에서 냅킨 위에 그려진 그래프라는 이미지”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입김 덕에 유명해졌고, 결국 이들 ‘이야기’는 전염병과 같은 양상으로 퍼져 경제를 움직이기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딱 맞는이야기 아닌가?우리나라의 경우 심심하면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에서 읊어대는 '재정건정성', '세금폭탄'의 신화 또한 이런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영화 '러브레터', '윤희에게'

영화 '라스트 레터'를 보려고 하다가 그 전에 영화 '러브레터'를 다시 보기로 했다. 라스트 레터가 러브레터의 속편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얼마 전에 김 모씨와 대화를 하는 도중 일본여행 얘기가 나오고 나중에 러브레터 배경이 되는 도시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때는 그 도시 이름이 생각이 안 났다. 김희애가 주연한 영화 '윤희에게'의 배경이 되는 도시라고도 했고, 이 두 영화 때문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샷포로 옆에 있는 그 도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던 이유는 뭘지... 지금은 당연히 오타루가 떠올랐고, 러브레터와 윤희에게에 나왔던 장소들을 구글맵의 '가고 싶은 장소'에 표시를 해두었다. 그런데 언제나 가볼 수 있을지... 영화 러브레터 속 후지이 이츠키가 살던 집은 오타루..

봄에 해파랑길 1코스 걷기

지난해 가을 스카이민가 모임 번개가 부산에서 있었을 때 여유가 되면 해파랑길을 걷고 싶었다. 하지만 부산 자체에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감천문화마을, 송도구름산책로, 오륙도 스카이워크, 자갈치시장, 태종대 등을 가는 걸로 만족했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가능한 한 기사에 나온 것처럼 봄에 해파랑길 1코스를 걷고 싶다. [ESC] 부산, 여름 말고 봄! 해파랑길 1코스 걷기 (한겨레, 부산/김선식 기자, 2021-02-26 09:34 오륙도 해맞이 공원~미포 약 18㎞ 숲, 절벽, 해변, 항구, 도심 잇는 길 부산을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 봄바람 부는 날, 부산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북적이는 여름 해변에선 볼 수 없었던 도심 풍경과 자연을 만나는 길이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미포 약 18㎞를 잇..

백기완 선생을 추모한다는 것 (천정환)

네이버 포털의 이 칼럼에 딸린 댓글을 보니 백기완 선생을 추모해야 하는 현실이 어떠한지를 절감한다. [정동칼럼]백기완 선생을 추모한다는 것 (경향, 천정환 민교협 회원·성균관대 교수, 2021.02.25 10:13) 심장병으로 백기완 선생님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신 후 어느 선배한테서 놀라운 말을 들었다. 선생님은 “나는 병원에서 누워 죽지 않겠다, 거리에서 데모하다 죽겠다”고 하셨단다. “…그렇지, 누워만 있다 가면 백기완이 아니지….” 그는 이렇게 삶 자체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셨다. 재작년 한내 노동자 역사 자료관 개소식에서 뵀을 때 이미 백 선생님은 많이 쇠약해져 계셨다. 부축을 받고야 한 걸음씩 옮기셨다. 그러나 막상 마이크를 잡자 특유의 쇳소리로 나름 한국 노동운동사를 공부하고 생각한다는 청중을 한..

자신을 사랑하라 - 마이 미씽 발렌타인

1초 빠른 여자 샤오치와 1초 느린 남자 타이의 만남을 그린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영화. 패티 리는 은근히 매력이 넘친다.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밝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당연하겠지만, 해피엔딩이어서 나에게 적당한... 영화 초반 "자신을 사랑하라.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에서 영화 마지막에 "자신을 사랑하라. 누군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로 바뀐다. 왜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지 그 이유만 다른데, 이해가 된다. 나도 후자가 되었으면... 발렌타인에 이렇게 의미부여하는 것만은 조금 나와 맞지 않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날로 생각하면 된다. 시간이 멈춘 사이에 샤오치와 타이가 가서 사진을 찍은 대만의 해변에 가보고 싶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 My Missing Valentine, 消失的..

일본 오사카, 교토 여행(2017) 2

2017년 5월 14일(일) (4) 긴테츠라인을 타고 긴테츠나라역으로 가고 있다. 거기서 구모 동지와 조인하기로 했다. 긴테츠라인은 특급, 보통, 급행이 있다. 특급은 간사이쓰루패스로 안된다 하여 10분을 기다렸다가 급행열차를 탔다. 어차피 같은 노선이니 특급을 타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급행에도 승무원이 돌아다닌다. 물론 표검사를 하진 않지만 잘못 이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 물론 모른 척하고 탈 수도 있겠지만, 이용 팜플렛에 그런 내용이 나오니까 실수는 용납 안된다. 난바역에서 난카이 공항 급행전철을 내려 10분 정도 가면 긴테츠라인이 나온다. 그 10분동안 드디어 사람들 얼굴을 볼 여유가 생겼다. 다들 평범하다. 한국인들과도 잘 구별이 안될 듯하다. 속보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유가 ..

일본 오사카, 교토 여행(2017) 1

예전에 여행 다닐 때 끄적였던 글을 덧붙였다. 시점은 여행 당시다. 돌아다닐 때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메모장이나 내 자신에게 보내는 카톡 메시지, 심플노트 등에 적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오타가 많다. 그런 부분만 수정하고 여행 당시의 기억이므로 그대로 두고 추가 보완한 내용은 별도로 표시했다. 페이스북에는 이런 글을 올리기 거시기했는데, 블로그를 재개하니 이런 글도 올리고 좋구나. ---------------------------------------- 2017년 5월 14일 (1) 현재 김포공항 국제선. 오사카로 출발하기 위해 대기중이다. 김포공항에서 국제선은 처음이다. 비행기표를 받는 것부터 출국수속까지 원활하게 진행되어 시간이 남았다. 그래도 만약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조금은 서두르는 게 낫다...

프리런치-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박정은·김진미 옮김/옥당/2만1900원

과연 이 책을 한국의 정책입안자들이 볼까.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쏟아지던 날 기획재정부는 주요 공공기관장과 관계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을 열고 공기업개혁으로 포장된 공기업사유화(민영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합리적 노사관계라는 명목하에 노조에 친화적인 기관장은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자신들의 딸랑이가 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도록 하였다. 저들은 과연 우리들이 낸 세금 걱정을 하고는 있을까.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실린 신문들의 논설위원들은 이 책이 고발하고 있는 미국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까. 나는 조중동문과 경제지에 실린 서평들을 보면서 의아할 때가 많다. 지은이는 다수로부터 빼앗아 소수의 부자들에게 부를 나누어주는 사회는 붕괴될 것이라면서 시..

'삶과 사랑'에 초점 맞춘 <전태일 평전> 신판 발행

전태일 평전이 새롭게 나왔나 보다. 이 평전이 처음에 나왔던 만큼 감동을 줄 수 있을까.사람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를테니 좋은 쪽으로 바뀌었기를 바란다.관련해서 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관련글들도 담아놓았다.  ----------------------------------------------------------"전태일, 이제 그의 죽음보다 삶을 먼저 읽자"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9-04-17 오전 10:40:00)[화제의 책] '삶과 사랑'에 초점 맞춘 신판 발행 이 새로 나왔다. 출판사 돌배개로부터 판권을 넘겨받은 전태일기념사업회(이사장 장기표)가 일부 내용을 고치고 다듬어 다시 내놓은 새 (조영래 지음, 아름다운전태일 펴냄)이다. 1983년 암울한 시대 상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