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 93

윤석열·이재명·심상정 세 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 (김누리, 2022-03-23)

20대 대선은 우리에게 무엇이었고,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김누리 교수가 잘 정리했다고 본다. 다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윤석열, 이재명, 심상정 세 후보에게만 무슨 말을 했다는 것, 심상정 후보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아쉬움의 말 또한 필요한데, 이를 전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35782.html [김누리 칼럼] 윤석열·이재명·심상정 세 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 (한겨레, 김누리ㅣ중앙대 교수·독문학, 2022-03-22 14:08)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만큼 발전한다 원래 ‘환멸의 시대’라 했다. 달리 무엇으로 이 시대를 칭할 수 있겠는가. 출판사에서 답이 왔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나는 출..

미싱 타는 여자들 Sewing Sisters, 2020

미싱 타는 여자들 Sewing Sisters, 2020 개봉 2022.01.20, 다큐멘터리, 한국,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감독: 이혁래, 김정영 출연: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 1970년대 평화시장에는 가난해서 혹은 여자라서 공부 대신 미싱을 타며 `시다` 또는 `공순이`로 불린 소녀들이 있었다 저마다 가슴에 부푼 꿈을 품고 향했던 노동교실 그곳에서 소녀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노래를 하고, 희망을 키웠다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청춘이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온 편지 “전태일 말고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이름들” ? 봉준호 감독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초청작! 국내 유수 영화제가 선택한 2022년 첫 필람 다큐멘터리! 다큐였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의미 있..

프렌즈: 더 리유니언 Friends: The Reunion, 2021

프렌즈: 더 리유니언 Friends: The Reunion, 2021 로맨스/멜로/코미디, 미국, 러닝타임 104분 감독: 벤 윈스턴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매튜 페리, 커트니 콕스, 매트 르블랑, 리사 쿠드로, 데이비드 쉼머 한마디로 추억팔이였다. 물론 오랜만에 뉴욕 맨해튼의 그리니치 빌리지 세트장을 재현하여 거기서 레이첼, 모니카, 피비, 조이, 챈들러, 로스 6명을 한자리에 모두 볼 수 있어서 반가웠지만, 그들의 만남 자리를 영화로까지 만들 것은 무리였다. 더욱이 그 중에 69년생으로 가장 어린 제니퍼 애니스톤에게서 과거의 그 레이첼 느낌이 전혀 나지 않고 중년의 여성이 그냥 나와 있는 듯해서 넘 안쓰러웠다. 오히려 다른 배우들은 나이든 게 어색하지 않은데 말이다. 여기에 프렌즈로 영어공부를 한 ..

열두 번째 용의자, 2019

열두 번째 용의자 The 12th Suspect, 2019 개봉 2019.10.10, 미스터리, 한국,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감독: 고명성 출연: 김상경, 허성태, 박선영, 김동영, 장원영, 정지순, 김지훈, 남연우, 나도율, 김희상, 한지안, 남성진, 동방우, 고한민 한국전쟁의 전운이 채 가시지 않은 1953년 가을 밤, 남산에서 유명 시인 ‘백두환’이 살해당했다. 다음날, 그가 자주 출몰하던 ‘오리엔타르 다방’에 사건수사관 ‘김기채’가 들이닥치고, 다방 안 모든 이들을 용의자로 지목하는데… 점차 밝혀지는 살인사건의 진실, 누가 진짜 범인인가? 의외로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영화. 예상은 했지만, 마지막의 반전도 그럴싸하다. 김상경과 허성태의 연기도 훌륭하고... 영화에서 내뱉어지는 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한겨레 3월 2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하종강 샘의 칼럼을 보고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보여준 김학철 선생의 자서전 내용이 생각나서 담아온다. 하종강 샘의 칼럼에는 역사학자 박준성 선생이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노동운동사 강의 중에 “원산 총파업 당시 항구에 정박해 있던 일본 상선의 일본인 선원들이 ‘조선 노동자들 파업 승리 만세!’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는 장면을 김학철의 에서 읽은 뒤로 저는 ‘일본 놈들’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김학철 선생의 자서전 (문학과지성사, 1995)에도 유사한 대목이 있어서다. 부두 노동자들이 일으킨 파업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삽시간에 원산 일대의 공장 제조소와 모든 작업장들이 완전히 마비가 돼버렸다. 명석동에..

애신 Fall In Love, 愛神, 2013

애신 Fall In Love, 愛神, 2013 드라마, 중국, 러닝타임 98분 감독: 화명 출연: 종한량, 왕자문, 임중, 장려, 오흔 愛神이 뭔가 했는데, 사랑의 여신 쯤 되는 것 같다. 영화 도입부의 회식 장면 중에 나오는 왕자문의 독백은 영화의 핵심을 드러낸다. "我们每一天平常的生活 日子过的波浪不惊 偶然出现一个小小插曲 也算做算一个有故事的人生 我们每一天会和许多陌生人擦身而过 从未想过 你一直在期待的那个人 也许早已经出现在你的生活中 只是你没有发现 우리의 똑같은 하루에 매일이 파도처럼 지나가고 우연히 작은 에피소드가 생겨나니 이야기가 있는 인생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매일 모르는 사람들과 스치듯 지나가고 그 사이 생각지도 못했던 당신이 늘 기대하던 그 사람이 이미 당신 생활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당신이..

윤석열의 ‘혐오 세일즈’, 그리고 우익포퓰리즘 (경향, 김민아, 2022.02.08)

생각해보면 윤석열 후보의 혐오 세일즈는 전형적인 우익포퓰리즘이라 할 만하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2072223005 윤석열의 ‘혐오 세일즈’, 그리고 우익포퓰리즘 (경향, 김민아 논설실장, 2022.02.07 22:2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하 윤석열)가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를 바라볼 때 자세를 바꾸지 않고 고개만 돌리는 모습을 보여 지적받았다. 이를 두고 “누군가의 제스처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쓴 글을 소셜미디어에서 접했다. 공감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은 모르는(혹은 알면서도 못 고치는) 습관이 있게 마련이다. 그 습관은 신체 조건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경우가 많다. 검증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몇 가지 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이틀동안 몰아봤다. 이른바 K-좀비의 탁월성을 보여주었달까. 오징어게임이나 지옥만큼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도 많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하고는 있지만, 정작 주인공들은 이런 문제들과는 무관하게 보이고, 또한 피상적인 수준의 문제제기에 머무르다 보니 별 것 아닌 듯이 취급되는 것 같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폭력이 정당화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건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는 있다. 다만, 초반에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학교폭력과 성폭력이 자세하고 현실적인 것처럼 묘사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황진미 샘의 지적에 동의. “문제 제기를 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어떤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

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 1940

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 1940 개봉 1988.11.19, 재개봉 2015.04.16, 코미디, 미국,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 126분(재개봉) 감독: 찰리 채플린 출연: 찰리 채플린, 폴레트 고다르, 잭 오키, 레지날드 가디너, 헨리 다니엘, 빌리 길버트 평화를 사랑하는 평범한 유태인 이발사 vs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명 높은 독재자 힌켈 ‘같은 얼굴, 다른 생각’ 운명 같은 두 남자가 펼치는 코믹 정치 풍자극!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토매니아국에 힌켈이라는 독재자가 나타나 악명을 떨친다. 한편, 힌켈과 닮은꼴 외모의 이발사 찰리는 국가의 유태인 탄압정책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지만 병사로 참전했던 전쟁에서 우연히 구해줬던 슐츠 장교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한다. 독재자..

파란 하늘을 보여주마

파란 하늘을 보여주마 “인간, 멸종 직전의 생물.” 20년도 전에 읽었던 어느 과학소설의 자못 충격적인 첫 문장입니다. 외계 종족에게 점령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나 멸종 단계에 이른 인류를 사냥하러 나가기 전 한 외계인이 혼자말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소설 속이 아니라 실제에서, 인류 스스로 이 말을 상기해야 할 지도 모르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6차 보고서는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으로서의 1.5°C 상승이 2018년 예상했던 것보다 10년 가까이 앞당겨졌다는 경고를 발표했습니다. 3년 전 바로 우리나라의 인천 송도에서 결론으로 냈던 것보다 더 심각해졌다는 겁니다. 이렇게 계속 탄소를 배출하여 기온이 올라가다간 도저히 막을 수 없게 되는 시기가 약 10년이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