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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 현장조직들, 노조위원장의 임금교섭권 회사위임선언에 강하게 반발 / 900억 원으로 전용 비행기 사면서 250명 해고한 현대차 (09-02-23)

새벽길 2009. 2. 23. 17:55
지난 20일자 중앙일보 1면에는 현대중공업의 오종쇄 노조위원장이 임금 교섭권을 회사에 위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크게 나왔다. 현대중공업노조가 갈 때까지 갔구나, 자기 사업장을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전체 노동조합운동을 말아먹으려 작정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되는데 싶었는데, 현대중공업 현장조직들이 공동명의 성명서를 내고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민주노조의 불씨가 남아있구나.
 
그런데 네이버 포털에 뜬 관련기사의 댓글에는 다른 기업에서 일자리나누기, 임금삭감을 하는 판국에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현중 노조 현장조직이 지X을 한다고 격렬한 비난이 올라왔다. 역시나 일자리나누기 이데올로기가 심각하다는 것이 여기에서도 잘 드러난 셈이다. 노동기본권은 안중에도 없고, 무엇을 위한 일자리나누기인지에 대해서도 머리를 쓰려 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듯 싶다.
 
박점규 부장의 기고글은 좋은 선전글이라고 본다. 미국 자동차회사의 CEO들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러 가면서 전용기를 사용해서 문제가 되었는데, 한국의 CEO들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다. 얼마 전에 이건희 전 회장 등 삼성전자의 사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5명에 대한 퇴직금지급액이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기사를 보고 열받았었는데, 정몽구 회장의 900억원대 전용기 구입은 이를 능가한다. 자본가들이 어떠한 넘들인지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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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쇄 위원장 역적 같은 행위 중단해야" (레디앙, 2009년 02월 23일 (월) 13:29:34)
현대중공업 현장 조직들, 임금 교섭권 회사 위임 선언에 강하게 반발
  
현대중공업 현장 조직들이 오종쇄 노조 위원장의 임금교섭 회사 위임 발표와 관련 이를 격렬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23일 공동명의 성명서를 통해 지난 2월 18일 오종쇄 노조위원장이 “현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해 2009년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회사가 이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는 노조 존재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노조가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조차 무시한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독단”이며 “임금동결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4만5천여명의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고통전담이며 자본가의 배만 불릴 뿐”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흑자를 지속했으며 지난 98년, 외환위기 시기는 물론 최근 2~3년간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할 정도였다“며 ”이렇게 잘 나가는 기업에서 노조위원장이 앞장서서 임금동결을 전제로 한 교섭권 위임을 선동하는 것은 어리석은 반노동자적 행위일 뿐이며, 이후에 어떠한 모종의 약속이 되어있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노사의 사전 담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조선, 현대호텔 등을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에는 군산에 조선소를 설립할 정도로 기업 확장을 단행”했고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국회의원에게 엄청난 배당금을 안겨 그를 정재계에 가장 돈 많은 사람으로 알려지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제 공황이라는 진단은 옳으나 교섭권 위임과 임금 동결이라는 처방은 부적절하며, 반노동자적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은 본질적으로 임금삭감이며, 이는 구매욕구 상실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임금동결의 고통이 “2만여 사내 하청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종쇄 위원장의 이번 선언은 “일제하 역적 친일분자들이 민족과 나라를 팔아먹은 행각”이라며 “조합원들의 고용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나왔다는 이 선언은 “하청노동자들에게 청천병력과 같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해 10월에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사업부 사내하청 노동자 250여명은 중장비의 판매가 부진해서 일자리를 잃은 상태이며, 지난해 사상 최대 흑자 속에서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성과분배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해 턱없이 적었다. 이들은 “사태가 이러한데, 원청 조합원의 임금이 동결될 때 예상되는 하청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며 “더구나 일감이 줄어들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가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노조에 대해 “교섭권 위임 방침을 철회하고 조합원들의 요구에 근거한 임금인상 요구안을 마련”하고 노조 대의원들은 “위원장의 반노동자적 행위를 노동자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항의행동을 조직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성명서 발표에 동참한 현장 조직은 다음과 같다. 현대중공업 전진하는 노동자회, 청년노동자회, 분과동지회연합, 현중노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하청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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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900억은 직원 250명 20년치 월급이요!" (프레시안,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2009-02-23 오후 2:10:16)
[기고] 900억 원으로 전용 비행기 사면서 250명 해고한 현대차
 
월급 103만 원
지난 2월 15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일하는 김모(47) 씨의 통장에 찍힌 월급이다. 그는 월급 통장을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네 식구가 한 달을 살아갈 생각에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2001년부터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했다. 10년 동안 그가 만든 엔진을 단 소나타와 산타페는 미국와 유럽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현대기아차는 세계의 자동차회사가 됐다.
 
그는 10년간 자신이 만든 소나타와 산타페를 한 번도 사보지 못하고 낡은 프라이드를 끌고 다녔지만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엔진공장에서 주야 12시간, 휴일 특근을 하며 받았던 월급 250만 원은 적지만 네 가족의 목숨이었다.
 
10년 일했는데…"비정규직 130명 나가라"
지난 주 현대자동차는 차가 안 팔린다는 이유로 엔진공장에서 일하는 13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했다. 차가 안 팔린다는 이유로 비정규직만 강제 퇴근을 시키고, 비정규직만 강제 휴무를 하더니, 급기야 비정규직만 해고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나이 마흔 일곱인데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이 있겠어요?"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고, 강제 퇴근과 강제 휴무로 반토막이 난 월급으로 간신히 버텼던 그와 동료들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경제가 어려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900억 원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전용비행기를 구입했다. 미국 보잉사의 비즈니스 제트기(BBJ) 737-700기다. 구매에 따른 모든 절차를 마치고 지난주 초 김포공항으로 들어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도 이미 채용했단다.
 
BBJ 737기는 조종사·승무원을 포함해 최대 20명까지 탈 수 있다고 한다. 최대 비행거리는 1만140km로 미국까지 직항이 가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간 전용기가 없어 해외공장 방문 등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전용기 도입으로 비행 스케줄 조정과 해외 출장 기간 단축 등 이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245명의 비정규직 20년 연봉
정몽구 회장의 전용비행기 값인 900억 원은 현대차가 아산공장에서 해고하려는 비정규직 노동자 130명에게 연 2000만 원을 35년간 줄 수 있는 돈이다. 울산공장에서 에쿠스를 만들다 해고된 115명을 포함해 24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으로 정년이 될 때까지 2000만 원씩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정몽구 회장 전용비행기 값 900억 원은 1조9468억 원의 주식을 가진 정 회장에게는 4.6%밖에 안 되는 '껌값'일 지 모르지만 평균수명 13년을 단축한다는 야간노동을 하면서, 연봉 2000만 원도 받지 못하면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고, 정작 자신이 만든 소나타와 산타페는 평생 사보지도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평생의 일터를 지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다같이 살자 총고용보장"
현대차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출근 선전전과 점심시간 공동집회를 열며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공장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매일 아침 공동 선전전과 연대 집회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경제 위기를 빌미로 한 구조조정에 대해 "공장 및 라인운영 관련 협의시 총고용보장을 전제로 비정규직 의제 상정를 상정해 우선해고와 차별을 저지한다"고 결정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워 모두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다짐이다.
 
프랑스 사르코지는 기업의 이윤을 노동자에게 배분하라고 했고, 미국 오바마는 '사장님'의 연봉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노동자와 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월급 150만 원이 아까워 비정규직을 해고하면서 900억 짜리 전용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정몽구 회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