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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불법파견에도 고용의제 인정 (참세상, 2009년03월10일)

새벽길 2009. 3. 10. 21:36

  

대법원 불법파견에도 고용의제 인정 (참세상, 안보영 기자, 2009년03월10일 17시52분)
경마진흥노조 대법원서 5년만에 해고무효 판결
 
공공운수연맹 경마진흥노조가 오랜 기다림 끝에 대법원에서 원심파기환송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2005년 해고된 후 5년만이다.
 
경마진흥노조 조합원들은 경마진흥회 소속이지만 일은 원청인 마사회에서 했다. 마사회 직원들과 같은 일을 똑같이 했다. 그러나 임금은 마사회 정규직과 2~3배씩 차이가 났다. 훨씬 적은 월급과 더 낮은 노동조건, 신분보장도 되지 않았다. 정구영 경마진흥 노조위원장은 “상대적 박탈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효도금이라는 게 100만원 정도 나오는데 마사회 직원한테만 나왔어요. 나는 참 뭔가... 갑자기 불효자가 된 것 같은 거예요.” 정구영 위원장은 그 마음으로 투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영신 경마진흥노조 조직국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고용형태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직원들 소속부터 노동환경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달랐어요. 이건 정말 비정상이다”라는 마음에 2004년 6월 노동부에 불법파견 진정을 냈다. 2004년 9월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마사회는 2005년 1월 계약만료의 이유를 들어 해고했다. 그때부터 지난한 법정투쟁과 현장투쟁이 이어졌다. 정구영 경마진흥노조 위원장은 비슷한 처지의 비정규직노조인 경찰고용직노조 연대투쟁에 갔다가 손가락 마디가 잘려나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천막투쟁, 1인 시위 등으로 1년을 거리에서 보냈다. 생계가 막막했다. 조합원들은 하나둘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을 알아봤다. 투쟁을 접을 수는 없어 법적투쟁은 계속했다. 박영신 경마진흥노조 조직국장과 정구영 경마진흥노조 위원장을 중심으로 노조 집행부들은 주기적으로 만남을 갖고 법정투쟁을 준비했다. 1년에 두차례 조합원들과 전체회의도 했다.
 
2006년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공기업에서 벌어지는 불법파견을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합법적인 파견이 아니라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파견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에 의거해 고용의제가 적용되지 않아 고용승계는 이유 없다”고 판결했고 경마진흥회 노조는 바로 항소했다.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패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2일 불법파견일지라도 “파견근로자보호법에 의거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 (중략).. 이는 파견사업주가 행하는 ‘적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5년만의 승소였다.
 
박영신 경마진흥노조 조직국장은 “우리 사례가 전체 노동자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법정에선 노동자가 사측의 잘못을 증명해야만 문제가 인정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싸움이다. 더구나 불법파견을 인정받는 게 진짜 까다롭다. 내용상 조금이라도 도급의 성격이 섞이면 불법파견으로 인정이 안 된다. 노동법이 노동자를 위한 법인지 정말 회의가 많이 들었다”라며 승소했는데도 사법부에 대한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구영 경마진흥노조 위원장은 “이제 시작이다. 이 판결에 대해 사측(마사회)이 어떻게 나올지 추이를 봐야하고 앞으로 원직복직과 불법파견이 아닌 적법한 고용관계를 만들기 위해 다시 싸움을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