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현장에서

이랜드 일반노조의 장기파업, 510일만에 타결, 절반의 승리

새벽길 2008. 11. 13. 19:38
이랜드일반노조가 홈플러스와 합의를 했다. 500일이 넘었던 장기파업이 일단락된 것이다.
아쉽다. 그리고 미안하다. 내가 이러한데, 노조임원들과 조합원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14일 저녁에 상암에서 있을 문화제는 아마도 마지막 투쟁문화제가 될 것이다. 여기에라도 참여해야겠다.
 
이랜드투쟁과정에서도 노동조합을 상대한 한 손배소 소송이 역시나 투쟁의 걸림돌이었다. 민주당과 노무현 정권의 성격에 대해 뭐라고 해도 이랜드 투쟁을 보면 그들의 본질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손배가압류 문제로 목숨은 끊은 사람이 몇명이던가. 그런 그들이 자신들은 이명박 정권과 다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면 열불이 난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그들은 이랜드 투쟁 과정에서 투쟁을 책임지기는커녕 훼방을 놓았고, 어떻게든 투쟁을 접게 만들려고 하였다. 나는 기억한다. 작년 추석 이전에는 반드시 끝내겠다고 약속했던 이석행 위원장과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의 발언을... 이랜드 일반노조가 점거투쟁에 들어갔을 때 서비스연맹의 간부들이 점거농성을 철회하라고 압박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김경욱 위원장의 인터뷰에 보면 서비스연맹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것처럼 말한다. 하기야 그렇게 별로 한 것도 없이 손배소 소송을 당했으니 억울할 만도 하다. 그래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들은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김경욱 위원장, 홍윤경 사무국장, 그리고 이남신 부위원장 등 이랜드 일반노조 집행부의 헌신적인 활동가들은 결국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사측과 합의를 했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이랜드에서 홈플러스로 회사가 바뀌면서 그나마 전향적인 합의안이 나왔다. 외주화를 막은 것은 가장 큰 성과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노조는 많은 양보를 하였다고, 홈에버를 인수한 테스코 또한 노조를 부정적으로 파악하고 약화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이랜드의 노조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가들은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이 투쟁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보다 밖의 연대세력들의 심도 있는 평가가 있기를 바란다. 이제 회사도 바뀌었고, 노조도 분리되기에 이랜드 일반노조라는 말도 사라지겠지. 질긴 놈이 끝내 승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승리한 것인지... 관련 기사를 담아놓는다.
 
 

돌아보면 아득한 시간들
동지들과 어깨 걸고 버텨온 나날들
이제 분노와 환희, 고통과 상처, 갈등과 좌절을 넘어
희망의 전령사가 되어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늘 함께 해 주신 연대 동지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이들 오셔서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투쟁
우리들의 희망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투쟁!
 
 
박준 - 질긴 놈이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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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실력 없어도, 결국 아줌마가 이겼다"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8-11-17 오전 7:25:41)
[인터뷰]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김경욱 위원장은 "아름다운 희생이 아니라 안타까운 희생"이라고 말했다. "교섭 타결을 위해 결단을 내려 준 간부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지만, 결코 미화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조 투쟁에 제일 열심히 앞장 섰던 사람들이 투쟁을 끝내는 시점에서 희생 당해야 한다는 전례가 될까 걱정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노조 활동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희생이 아니라 역부족이이었기 때문에 나온 결론이다."
 
"회사가 힘이 셌다기 보다는 노조가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가 힘으로 노조를 누르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가 해고자 복직까지 얻어낼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다 소진돼 있는 상태였다. 투쟁을 이어갈 돈을 마련하는 것도 벽에 부딪힌 상태였고, 조합원 개개인의 생계 문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를 압박할 만한 투쟁 전술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도 어려웠다."
 
김경욱 위원장은 "노사의 대결에서 노조의 힘이라면 결국 매장을 멈출 수 있으냐 없느냐, 얼마만큼 멈출 수 있느냐인데 지금 우리 힘으로 홈플러스 매장 한 개라도 멈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힘이 모자라' 간부들이 복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간부들의 자발적 희생 덕분에 가능했던 합의였다. 동시에 또 홈에버의 주인이 바뀌면서 가능했던 타결이기도 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삼성테스코는 이랜드와는 질이 달랐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테스코는 첫 교섭에서 바로 외주화 철회와 비정규직 고용 보장을 수용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것이 지난 8월이었다. 이랜드를 상대로 무려 1년이 넘게 싸워도 안 됐던 그 '핵심 쟁점'이 삼성테스코와의 첫 만남에서 사라진 것. "그 순간 모든 쟁점이 사라졌다.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해고자 문제와 손해배상 소송 등만 얘기하면 되게 됐다. 이랜드는? 말이 안 통했다. 삼성테스코는 그렇게 무식하지 않았다. 예의 바르고 세련됐다."
 
삼성테스코의 이런 태도는 이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한 철저한 연구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이랜드 조합원의 얘기를 다룬 책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를 수백 권 사서 전 관리자에게 읽히고 개선 과제를 보고서로 제출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장도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5번이나 읽었다고 직접 얘기했다.
 
"노사관계 경험이 전혀 없는 사측이 처음에는 노조를 많이 의심하고 낯설어했지만 급속도로 연구를 많이 해 나중에는 전문가가 다 됐더라. 노동법은 물론이고 조합원 심리 상태까지도 철저하게 분석을 했다. 그런 점에서 인정할 만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각자의 입장들이 팽팽하게 맞설 때 회사가 노조를 배려하고 인내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삼성테스코는 이날 이들의 문화제에 "복귀를 축하한다"며 떡과 음료수를 보내 왔다.
 
"매장에서는 가장 순종적인 아줌마들도 싸울 조직이 있고 공간만 열리는 얼마든지 저항할 수 있고, 때로는 남자보다도 정규직보다도 더 잘 싸운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가 보여 준 그 가능성이 이후에 차별받는 노동자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합의문 내용은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500일을 올 수 있었던 힘도 거기에 있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것을 보면서 이랜드 그룹에게 가졌던 아줌마들의 분노가 "아직도 미처 사그러들지 않았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그가 꼽은 또 하나의 힘은 '연대'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에서 이들의 싸움을 지지하고 지원해 준 사람은 참으로 많았다. 월드컵점, 면목점, 인천점 등 주요 매장이 있는 곳마다 '지역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이들과 함께 했다. 마지막 문화제에서 조합원들은 한결 같이 함께 해 준 사람들에게 "말로 다 못할" 고마움을 표현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이 땅에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여겨질 때에도, 어느 순간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 받지 못한다고 여겨질 때에도, 이 땅의 국민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헤매던 순간에도 우리가 사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문화제에서 '연대 동지에게 드리는 글'을 읽어 내려간 월드컵분회 소속 황선영 조합원의 말이었다.
 
"이랜드 투쟁을 승리하지 못하면 깃발을 내리겠다"고 장담했던 민주노총에 대해 김경욱 위원장은 "의지는 있되 실력은 없다"고 혹평했다. "비판이 아니라 실체를 얘기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실력이 그 정도다. 총연맹 지도부가 최선을 다해도 현장이 움직이지 않고 조직이 동원되지 않는 것은 현실이다. 당연히 언론 플레이나 이벤트성 투쟁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는 "결국 민주노총 지도부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정규직 조합원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랜드일반노조의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을 놓고도 날카로운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돈 가지고 장난을 쳤다"고 얘기했다. "조합원 생계비 명목으로 서비스연맹 조합원에게 1인당 2000원 씩 걷은 돈도 우리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이나 일본 노동단체에서 보내 온 이랜드 투쟁 특별 지원금 수 천 만원도 어디에 썼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에서 이랜드일반노조가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을 어기고 진보신당에 비례 대표 후보를 낸 이후 이른바 서비스연맹의 '자금 탄압'은 심해졌단다.
 
"1주년 문화제 때도, 홍콩 원정 투쟁 때도 말도 안 되는 이유도 돈을 못 준다고 했다. 그러다 한두 달 지난 뒤에 슬그머니 돈을 입금하곤 했다. 문화제 비용 200만 원을 서비스연맹이 못 준다고 나왔던 1주년 문화제 때는 정말 분노로 치를 떨었다." 김 위원장은 "그때 이 투쟁이 끝나면 민주노총을 탈퇴해야겠다고 까지 생각했었다"고 털어놓았다.
 
"항상 뭔가에 짓눌려 있었다. 내일은 뭐하지? 다음 주엔? 다음 달엔?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할까가 늘 고민이었다. 카드빚은 어떻게 막지? 아들 치료는 어떻게 하지? 그런 것들로 늘 힘들었다."
 
조합원들은 월드컵 점거 했을 때가 "따스한 봄날 같았다"지만, 그는 "그때도 하루하루가 초 긴장이었다"고 회고했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해방구였으니까 조합원들은 점거 농성 때가 좋았을 것이다. 그동안 제대로 자기 목소리도 못 내던 사람들이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으니. 지도부는 결과가 예측되니 하루하루가 조마조마 했다."
 
그는 "그래도 외로웠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남신 수석부위원장, 홍윤경 사무국장, 이경옥 부위원장을 얘기했다. "510일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는 그들과도 이제는 '안녕'이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이랜드노조와 홈플러스 노조로 나눠진다. 홈에버 소속이었던 이경옥, 김경욱은 이번 합의안에 따라 퇴사하지만, 2001아울렛 등 다른 회사 직원이었던 홍윤경, 이남신은 다시 이랜드를 상대로 복직 투쟁을 해야 한다.
 
"복직을 못한 9명의 지도부는 많이들 얘기하는데, 이랜드 투쟁 과정에서 징계 해고된 이남신, 홍윤경 등 6명은 사실 잊혀져 있다. 그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들의 복직을 위해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을 상대로 계속 싸울 것이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조합원들에게 남긴 김경욱 위원장의 당부였다.
 
다음 달 있을 새 홈플러스노조의 위원장 선거에 그는 "출마할 수는 있지만 안 한다"고 했다. "힘없는 위원장이 되기 때문이다. 위원장은 현장에서 조합원과 같이 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어쨌든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받고 성공이라면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전임 활동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떠난 지 몇 십 년이 된 노조 간부들이 현장 노동자의 심정과 요구를 어떻게 아나. 그 사람들은 노동자 아니다. 노조 활동가나 노조 관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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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의 밤, 눈물은 바다가 되고, “510일 투쟁하며 우리는 행복했다” (레디앙, 2008년 11월 15일 (토) 03:32:52 손기영 기자)
[현장] 이랜드 마지막 금요문화제’…"사실 대단한 싸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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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린 날들은 다시 돌아와요 (참세상, 박병학 / 2008년11월17일 9시59분)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홈플러스지부 마지막 금요문화제, 그리고 그날 새벽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