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9 20:32 한겨레에 '1사 1조직'이 번져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자마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서 비정규직의 직가입 허용안을 부결시키는 결정이 행해졌다. 그것도 현장파라는 민투위 조직이 집행부를 맡고 있는 가운데 작년보다 찬성률이 더 낮게 나왔다. 이를 단지 대공장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다고 몰아부쳐서는 안되겠지만, 그리고 1사 1조직이 최선의 방안인지에 대해 검토가 더 필요하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현자의 윤해모 집행부는 임단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고, 현장조직들은 다가올 보궐선거에 정신이 쏠려 있다고 한다. 아마 친전진이라고 평가받는 현장노동자회 소속의 현자 현장조직인 민주노동자회도 마찬가지의 상황일 것이다.
사회운동노조가 필요하고, 결국은 이념이 중요하다는 윤소영 교수의 언급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비정규직에 노조 가입을 허용한 정규직 노조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보수언론에서 노동귀족 운운하며 비아냥대는 것을 보기 전에 운동진영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짚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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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에 비정규직과 함께하기를 거부한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비판하는 전진의 성명이 올라왔다. 다른 조직에서는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때에 한마디 해주어서 반갑다. 말 그대로 이번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의 결정은 산별노조 건설의 정신을 송두리째 훼손한 것이었고, 특히 그것이 비정규직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었다. 그 만큼 현대차지부가 가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산별노조라면 조직편재권 또한 본조가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지회와의 통합 결정조차 지부차원에서 행해지는 상황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식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좀더 지켜보고 싶다. 전진의 성명에 나온 것처럼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지부 해소가 반드시 이행되어 금속노조가 제대로 된 산별노조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정규직 지부와 비정규직 지회를 통합하는 1사1조직 안건이 부결되었다. 이번이 세 번째 부결이다. 더구나 일부 후퇴한 안건임에도 또다시 부결된 것이다.
1사1조직 원칙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지침이다. 지부 대의원대회가 산별노조의 지침을 거부했다는 것도 심각한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과 함께하기를 거부했다는데 있다.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것은 한국 노동운동이 나가야할 방향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래로 급격히 성장한 민주노조운동은 그간 임금 상승과 사내 복지(사회복지가 아닌)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넘어서야할 대상이 되었다. 민주노조운동 태동기부터 시작된 기업별노조 체계는 부득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운동으로 고착되어 노동운동의 분열과 고립을 심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간에 획득한 성과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울타리에 갇혀있는 한에는 노동운동의 고립을 피할 수 없다. 갈수록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고용불안이 심화하는 현실에서 지금의 틀에 갇혀있다면 분열과 고립은 깊어질 것이다. 광범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하지 않고는 노동운동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으며 ‘노동계급은 하나’라는 명제는 실현될 수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산별노조 운동이 시작되었고 금속이 그 선두에 서서 최초로 15만 산별노조를 완성했다. 그러나 조직 형식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기업별 노조의 관성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노동자를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산별노조의 존재의미다. 그럼에도 금속노조의 최대 사업장이며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인 현대차에서 이 원칙이 또다시 거부된 것이다. 이는 일개 사업장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선례가 되어 타 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산별노조 운동을 후퇴시키고 노동운동의 분열을 심화할 이번 결정을 규탄한다. 또한 기업별 체계가 존속하는 한에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 조합주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음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절감한다.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지부 해소가 후퇴 없이 이행되어야 하며, 산별노조 본연의 지역 중심적 성격이 실현되어야한다는 우리의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다.
------------------------------------------- “우리는 하나”…번져가는 ‘1사 1조직’ (한겨레, 홍세화 기자/기획위원, 2008-10-12 오후 09:53:23)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비정규직에 노조 가입 허용한 타타대우상용차
‘동반’ 고용불안 걱정하는 정규직 설득이 관건
금속노조 ‘맏형’ 현대차지회 참여할지 주목
지난 8일 전북 군산 군장산업단지에 있는 타타대우상용차를 찾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북지부 타타대우상용차지회의 김근규 부지회장과 명창권 기획부장이 맞아 주었다. 4.5톤 이상의 대형 트럭을 생산하는 업체로, 3분의 1 가량은 국내에 팔고 나머지는 동남아, 중동 등에 수출한다. ‘대우’ 앞에 붙은 ‘타타’는 인도 자본이 인수했음을 말해 준다.
최근 이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34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지회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금속노조의 ‘1사 1조직 규약’에 따라 조합원 자격 조건을 비정규직에게도 개방했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비정규직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그러나 아직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익숙한 사례가 아니다. 1사 1조직에 비정규직도 간혹 의혹의 눈길을 보냈지만 무엇보다 정규직을 설득해야 했다. 지회의 조직확대위원회가 두 차례 내놓은 문답집에도 선연히 드러난다.
“질문: 비정규직을 모두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면 우리(정규직)의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 아닌가요?
답: 본질적으로 고용 악화 시 고용 문제는 비정규직의 조합 가입과는 상관없이 똑같은 상황입니다. 오히려 고용 불안 시 비정규직 조합원에게서 투쟁 전선이 먼저 형성되고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특히 다음 질문이 국외자의 눈길을 끌었다. “비정규직을 받아들이면 정규직도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규직의 60% 급여 수준임은 잘 알려진 일, 그런 비정규직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 고된 일도 도맡아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비정규직 철폐’가 구호에 머물고 있는 동안, 노동 현장은 직·간접 고용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 등 자본에 의한 노동 분할 통제에 익숙해졌다. 정규직들이 자본이 던져 주는 떡고물에 취해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에 눈을 감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부메랑으로 돌아온 예로 동희오토라는 업체가 있다. 기아자동차와 동희산업이 합자해 ‘모닝’ 차를 생산하는 이 업체의 생산직에는 정규직이 단 한 명도 없으며 최저시급으로 시작해야 한다. 오늘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자식들의 장래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타타대우상용차지회는 건강한 지회다. 대구에 있는 삼우정밀처럼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껴안은 지회도 있고, 케피코처럼 식당, 경비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끌어안고 정규직화하는 곳도 있다. 기아자동차지부도 최근 비정규직을 받아들였다.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의 눈길이 현대자동차지부를 향하고 있다. 오는 15일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1사 1조직 안건이 상정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이며 민주노조 운동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엔 정규직 노동자가 4만5천여명인데 비정규직이 2만명에 이른다. 비정규직 비율도 기아자동차의 3배를 넘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 대의원대회가 규칙을 개정해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다면 1사 1조직은 대세로 굳혀질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에 미치지 못하지만, 실사구시적인 비정규직 연대운동의 초석이 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충남 서산 표지판이 보였다. 동희오토가 있는 곳이다. 민주노조가 없는 사업장, 비정규직은 그나마 비빌 언덕조차 없다. “어떻게 하면 되지요?” 동행한 금속노조 활동가에게 물었다. “하나뿐이죠. 저는 요즘 가는 곳마다 ‘모닝’ 불매 운동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 현대차 노조 ‘비정규직과 연대’ 또 무산 (한겨레, 울산/김광수 기자, 2008-10-17 오후 11:13:43) 대의원대회서 ‘직가입 허용안’ 세번째 부결
‘1사1노조’에 찬물…대우차 통합에도 영향
현대자동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이 또다시 무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는 17일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현대자동차 문화회관 2층 강당에서 316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101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직가입을 허용하는 안을 두고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부결됐다. 노조 규약에는 참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153명(48.4%)만 찬성해 가결요건인 212명에 59명이 모자랐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1월과 6월에도 비정규직의 직가입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이날 투표에선 집행부가 가결을 끌어내기 위해 정규직 노조에 가입하는 비정규직 대상을 애초 포함했던 판매대리점과 정비사업소(옛 그린서비스) 비정규직을 빼고 울산·아산·전주공장 안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으로 좁혔다. 또 투표 직전 윤해모 지부장이 “경영위기가 닥치면 경영진이 고임금의 정규직을 먼저 해고한다”며 만장일치 가결을 호소했으나 일부 대의원들의 반대로 무기명 투표를 벌였으나 부결됐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동료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부결의 배경엔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정규직 노조원들의 이기심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규직에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대신해 더 위험하고 노동 강도가 센 곳에서 일을 하는 현실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조가 통합되면 정규직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구조조정 때의 ‘안전판’이 없어진다는 정서가 강하다. 단일 노조로 묶이면 정규직의 60~70% 수준에 지나지 않는 비정규직의 임금과 각종 복지 문제 등을 정규직 노조와 원청회사와 논의해서 개선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됐다.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세번째 단일 노조 구성에 실패함으로써 ‘1사 1 노조’를 통해 전국 160만명의 금속 노동자를 조직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금속노조의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올해 국내 완성차 4사 노조 가운데 처음으로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통합한 기아자동차에 이어 통합에 나서려던 대우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작업도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며 판매·정비분야 비정규직을 정규직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정규직의 의견을 받아들였는데도 또다시 부결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 현대차 정규직에겐 '삼고초려'도 안 통했다 (프레시안, 여정민/기자, 2008-10-19 오후 3:23:18) '비정규직도 우리 조합원으로' 3번째 부결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면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의 규약변경안이 3번째 부결되면서 또 다시 실패한 것이다. 1사 1조직 원칙 아래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강조해 온 금속노조의 '삼고초려'도 현대차 정규직에겐 통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윤해모)는 지난 17일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이 같은 규약 변경안 통과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전체 대의원 486명 가운데 316명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 163표, 찬성 153표로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 규약 변경을 위한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도 못 미쳤을 분 아니라, 찬성이 50%를 넘겼던 지난해 6월의 투표보다 더 낮은 수치였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대원칙에 대한 산하 최대 사업장의 반기였다. 같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기아자동차지부는 최근 같은 내용의 규약 변경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현대차에는 정규직이 4만5000여 명, 비정규직이 1만500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1, 2, 3차 협력사 비정규직이 1만2000명, 식당·청소·경비 등 시설관리 비정규직이 3000여 명 수준이다. 이들 1만5000명은 지난해 1월과 6월, 두 차례의 부결에 이어 다시 한 번 정규직 노동자들의 '외면'을 바라봐야했다.
윤해모 지부장은 이날 투표에 앞서 "경영위기가 닥치면 경영진이 고임금의 정규직을 먼저 해고한다"며 만장일치 가결을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전국의 노동자가 보고 있다"는 말도 소용 없었다.
여기에는 정규직 노동자의 '밥 그릇 지키기' 심리가 이미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경우, 매년 임단협 때마다 이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정규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다. 조합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상태에서 구조조정의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반대표를 던진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의 경제위기도 이 같은 불안감을 키웠다. 또 규약 변경이 "힘든 일은 비정규직, 쉬운 일은 정규직이 한다"는 완성차 업계의 악습에 제동을 걸까 염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결국 정규직 노동자들은 굳건했던 반면, 이를 깨기 위한 지도부의 노력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이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한 노동계 관계자는 "현장 조직들의 관심은 규약 개정보다는 오히려 며칠 전에 나온 집행부 사퇴 문제에 쏠려 있었다"고 털어놨다.
금속노조는 일단 현대차지부의 다음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다시 한 번 '1사 1조직' 관철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지부의 차기 대의원대회는 빠르면 올해 12월에서 내년 1월 경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껴안고 간다"는 산별노조의 정신이 현장에는 전혀 스며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재차 확인된 상황이어서 빠른 시일 내에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꿈쩍없다, 울산큰바위 ‘정규직’ 노조 (한겨레21 2008.10.31 제733호, 울산=이순혁 기자) 세 번째 부결된 비정규직과의 통합안…
회사와 정규직 공모 속 야금야금 높여온 비정규직 비율, 책임은 없이 이기심만
153 대 163. 조직 통합안에 찬성한 대의원 수는 반대한 대의원 수보다 10명 적었다. 이를 두고서 우선 정규직들의 이기심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차에서 20년가량 근무한 금속노조 이익재 교섭국장은 “정규직들 사이에 ‘비정규직과 노조를 합하면 고용 안전판이 사라진다’ ‘나중에 자를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같은 비율로 한다’는 말들이 돌았다더라”며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표를 먹고 사는 대의원들이 그 정서를 무시할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조합원 100명에 한 명꼴인 지부 대의원들은 조합원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된다. 실제 10월23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에서 만난 정규직 조합원 최아무개(44)씨는 “사실 (비정규직과의 통합안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 합치면 (비정규직들의) 말이 많아질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정규직들의 이기심이 심한 것으로 본다’는 지적에 “(그런 지적을) 인정하지만 아직은 차이가 있으니…(무작정 함께할 수는 없지 않냐)”라며 말을 줄였다. 이날 공장 주변에서 만난 다른 정규직 노동자들도 대부분 “별 관심 없다”거나 “잘될 수 있겠냐”며 조직 통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조직 통합안 부결에는 더 많은 요인들이 작용했다. 우선 이번엔 통합안 반대표가 더 많았지만 지난해 6월 2차 통합 시도 때는 찬성 대의원(211명)이 반대 대의원(210명)보다 근소하게나마 더 많았던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수도 2차 시도 때보다 100명 이상 줄어들었다. 노동계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인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에 대해 대의원 상당수는 더 무관심해지거나 반대 성향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 악화’의 원인으로는 노조의 준비 부족 또는 지도력 약화가 우선 손꼽힌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근무형태 변화를 둘러싼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금까지는 낮 근무조와 밤 근무조로 나뉘어 각각 10시간(기본 8시간+잔업 2시간)씩 일해왔는데, 내년 9월부터는 밤 근무를 없애고 주간 연속 2교대로 전환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된 것이다. 업무를 넘어 삶의 기본 틀을 바꾸는 중요한 일인 만큼 현대차 모든 노동자의 지대한 관심이 쏠렸는데, 일반 조합원 상당수는 현대차지부의 협상에 실망감을 보였다. ‘임금 저하 없는 철야근무 폐지’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어떻게든 생산물량을 유지해야 하는 회사 쪽 요구를 절충시켜가는 ‘지혜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노사공동위 설치 등 광범한 의견 수렴이 필수인데, 현대차지부는 회사 쪽과 직접 협상 끝에 결국 회사 쪽 안에 가까운 ‘새벽반 기본 8시간’, ‘오후반 기본 8시간+잔업 1시간’으로 타결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는 임금하락은 없다고 하는 한편 회사 쪽과는 근무시간이 전체적으로 3시간 줄어드는데도 생산물량은 유지하기로 협상한 것을 두고, 집행부의 주간 연속 2교대제 추진 의지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노사관계론 박사)은 “(비정규직과의 조직 통합에 적극 반대하는) 실리주의 조합원 30~35%가량은 고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머지 조합원들을 모으고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설득 작업과 함께 조직 통합 뒤 어떻게 할 것인지 비전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여러 여건상 현재 현대차지부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도부가 일반 노동자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직 통합 방안을 추진하다가 부결이라는 ‘예상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 6~7개에 이르는 노동운동 현장조직(정파) 상당수도 통합안 상정·의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의 또 한 축인 비정규직들의 무기력함은 또 다른 문제점이다. 우선 조직력이 너무 낮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생산라인 사내하청 노동자는 6천~7천 명가량(2·3차 하청 노동자 2천여 명 제외)인데, 이들 가운데 비정규직지회 가입자는 1천 명에도 못 미친다. 비정규직이 1천 명이 넘는 아산공장에서도 사내하청지회 가입자는 200명가량에 불과하고 전주공장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연대의 손을 내밀지 않는 이면에는 비정규직 스스로 조직화와 연대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는 셈이다.
이같은 모습은 동종 업계이면서 계열사인 기아차와도 비교된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지난 4월 지부 안에 비정규직분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과의 조직 통합을 이뤄냈다. 기아차는 정규직 2만7천여 명에 생산라인 비정규직 3800명가량으로, 정규직 4만3천여 명에 생산라인 비정규직 1만5천 명가량(모비스 포함)인 현대차보다 적은 규모다.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숫자는 적지만 기아차 비정규직들은 올해 초 라인을 세웠을 정도로 주체적으로 잘 활동해왔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조직은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현대차는 라인에서 정규직들과 비정규직들이 함께 섞여 일하는 데 반해 기아차에서는 비정규직들이 보수와 도색 등 별도 라인에서 따로 근무하는 차이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조직 주체의 역량과 업무 여건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이익재 교섭국장의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놨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고 1998년 현대차에서 1만여 명이 희망퇴직을 하고 1천여 명이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그런데 1999년 EF쏘나타가 대박이 나면서 인원이 크게 부족해졌다. 이 과정에서 회사 쪽이 노조에서 요구한 무급 휴직자 조기 복직과 고용보장 선언을 받아들이는 대신 IMF 이전부터 쓰고 있던 도급업체 직원 비율만큼 비정규직 사용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결국 노조에서는 기존 비정규직 비율인 16.9%라는 상한선을 인정해줬다. 그런데 점차 공정이 단순화되고 모듈화가 진행되면서 하청업체 직원들이 진행하던 단순작업이 상당 부분 사라졌고, 새로 충원된 비정규직들은 이제 정규직들이 하던 업무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업무 구분이 무너지면서 정규직 라인에 비정규직들이 쏟아져 들어왔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노조가 2000년 합의해준 ‘16.9% 기준’은 비정규직의 과거 수준 복원을 넘어 비정규직 확대의 물꼬를 터준 셈이 됐다. 당시 합의를 주도한 현대차노조 위원장은 현 정갑득 현 금속노조 위원장이다.
이같이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일상화된 복잡한 배경 속에서, 각 주체들의 파편화와 이기적인 태도가 더욱 심화되면서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은 요원해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정된 일정을 보면, 되레 갈등이 폭발하거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우선 내년에 금속노조 차원에서 기업체별 지부를 해소하고 지역별 체제로 전환하기로 돼 있어 현재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차지회’로 구조가 바뀔 전망이다. 여기에서 현대차 정규직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기업별 노조를 포기한 데 이어 기업별 지부까지 해소한다는 것은 연대라는 노동계 전체 대의를 위해 기업별 노조의 기득권을 버리고 산별화를 가속화하자는 얘기인데, 지금처럼 현대차지부의 실리주의적인 태도가 강하다면 이 방안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9월 시작될 예정인 주간 연속 2교대제에 따라 정규직들의 업무 방식·배치와 임금 수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또 그에 따라 비정규직들에게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도 변수다.
회사는 회사 나름대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바깥에서는 우리가 사내하청 업체 직원들을 크게 차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몇 년 사이 처우가 크게 향상돼 똑같은 연차에 똑같이 잔업·특근을 열심히 하면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80~85% 수준까지 된다”며 “잔업과 특근을 했을 경우엔 납품업체 정규직보다 임금 수준이 높아 4년제 대졸자들도 서로 일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