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지역에서 변혁을

우상호, 박영선 캠프를 보아라 (21.02.18.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논평)

새벽길 2021. 2. 22. 01:55

서울이라는 지역에 대한 입장이 빠져 있는 게 아쉽고, 또한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면 그 대안은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한계는 있지만, 여성의 시각에서 민주당의 우상호, 박영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비판하고 있는 점은 의미가 있다.

 

[논평]우상호, 박영선 캠프를 보아라. 민주당이 대변할 수 있는 시대정신은 끝났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성·노동자의 삶을 세우는 정치의 시간을 열 것이다. (2021.02.18.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선거캠프에 누가 모이냐가 오는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의 또 하나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상호 후보는 대표적으로 민주당의 86그룹 정치인들과 한준호(2018년 서울시장 경선 대변인 출신), 박홍근(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천준호(2014년 서울시 비서실장 출신), 기동민(2012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 등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피해자 피소사실 유출에 연루된 남인순 의원 등의 지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 

자신이 곧 박원순이고, 박원순을 계승하겠다고 말하는 우상호 후보를 중심으로 박원순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무엇을 뜻하겠는가. 박원순 권력 수혜자들이 카르텔의 계승과 재창출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이 위력 성폭력 가해자 혐의를 받자마자 사망하여 발생하게 된 재보궐 선거에 정치적 책임의 자리는 완전히 지워버리겠다는 것이다. 선거의 근본적 의미를 퇴색시키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일사분란 한 의지의 표현이다. 서울시청의 여성 노동자 한 사람도 성폭력 피해로부터 지키지 못한 그들이 말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일상은 바람 앞의 촛불과 같다. 지난 16일 직장갑질 119는 3 년간의 상담사례 중 구체적 사건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364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직장내 성희롱 피해의 89%는 수직적 위계관계에서 발생했고, 가해자가 사업주거나 대표이사인 경우는 29.4%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피해자의 68.7%는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동시에 겪었으며, 피해 여성의 37.4%만 신고를 했고, 어렵사리 신고한 이후 불이익을 당했다고 한 이들은 무려 90.4%였다고 밝혔다. 한편, 2021년 1월 여성 구직 단념자는 35만 9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 증가한 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늘어난 구직단념자 10명 중 6명은 여성이었다. 

여성의 노동할 권리, 여성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 여성이 안전하게 살 권리, 여성이 생존할 권리. 여성이기 때문에 더 쉽게 침해받는 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호할 책무는 정치에게 있다. 스스로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 여성 노동자의 인권을 말살한 결과 발생한 재보궐 선거에서 가해자 연대를 이끌고 있는 우상호 후보는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누구를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가. 

같은 정당의 박영선 후보라고 더 낫지는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물러나고 후보로 나선 박영선 후보는 정경두(전 국방부 장관), 조명래(전 환경부 장관), 박양우(전 문체부 장관) 등 장관 시절 국무회의 동료들을 모은 한편 친노로 분류되는 문희상 전 의장과, 대표적인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건영, 고민정 의원 등 당내 인사들을 캠프에 영입했다. 

원조 친문임을 강조하며 나선 박영선 후보가 국무회의 동료들과 함께 이뤄낸 장관으로서의 마지막 정치적 성과가 무언가.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청와대와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든 것이다. 함께 하는 고민정 의원은 삼성보호법이라 불리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여 통과시킨 자이기도 하다. 매일 매일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저버리고 기업을 대변하기 위한 팀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바로 화답하듯 박영선 후보는 ‘원스톱 헬스케어 서비스’를 내세우며 ‘서울을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센터로 만드는 것’에 대한 구상을 드러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부터 원격의료 제도화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치며 의료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받았다. 이번 박영선 후보 캠프에 자문위원단으로 의사출신인 신현영, 이수진 의원에 전현직 민간병원장과 의과대학 교수들을 영입하고 있는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공의료와 건강한 노동환경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 의료민영화와 기업을 대변하는 정치를 이끌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더한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 노동자의 무너진 자리를 세워야 하는 선거이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들에게 여성. 노동자를 위한 정치는 없다. 대신 기존에 맺고 있는 이해관계와 권력 카르텔을 공고히 하는 데 충실할 뿐이다. 

민주당이 대변할 수 있는 시대정신은 끝났다. 죽을 것 같이 힘들고 절박한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미투’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 적합한 주인공들이 되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재보궐 선거를 미투 선거로 규정하고, 여성. 노동자의 삶을 세우는 정치의 시간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