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지역에서 변혁을

진보정당의 활동과 지역운동과의 관계 (박경원, 08-10-12)

새벽길 2008. 11. 30. 15:39

아래 글은 지난 10월 12일에 있었던 북부 지역운동 토론회의 첫번째 토론, '서울 북부 지역운동의 평가와 과제'에서 진보신당 성북 집행위원장인 박경원 동지가 발표한 글입니다. 지역운동과 진보정당의 관계를 나름대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물론 조금은 구체적이지 못한 느낌입니다. 박경원 동지가 쓴 '새로운 지역운동의 방향'에서도 그런 느낌이 들고요.
 
북부 지역운동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사회진보연대와 연관이 있는 듯한 활동가들입니다. 사회진보연대가 지역활동을 고민해온 단체 중의 하나이고, 그 구체적인 할동지역이 서울북부지역이기 때문에 이러한 토론회가 마련된 듯 합니다. 이러한 토론회가 다른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지만, 서울은 이랜드공대위에 결합했던 서대문, 마포, 은평 지역을 제외하고는 별로 보이지 않네요. 그래서 북부 지역운동 토론회에 관심이 생겼구요.
  
새로운 지역운동의 방향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지역운동은 우경화된 지역 NGO 운동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변혁의 기초가 될 급진적인 지역운동이다. 노동자가 활동의 주체라는 계급적 성격을 분명히 하고, 주민들을 삶을 씨줄과 날줄로 이어주는 공동체주의 지향을 갖으며,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대안적인 생활양식을 만들어 내는 문화/생태주의가 우리가 나가야할 방향이다.
 
지금까지 지역운동 또는 주민운동 속에서 노동자는 한 번도 주체가 된 적 없다. 87년 이후 지역노동조합협의회가 있었지만, 지역을 노동조합운동의 일부로서 사고했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기업별노조가 안착되고 전노협이 해체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운동은 지역을 매개로 노동자운동과 급진적인 지역사회운동, 정치운동이 짬뽕되는 지역사회운동이다. 특히 산별노조가 갈피를 잡고 못하고 지역의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들의 증가와 사회공공영역이 해체되는 바로 지금, 지역은 또 하나의 투쟁 공간이 될 수 있다. 지역이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넘쳐나는 해방의 공간이 될지 착취와 억압의 공간이 될지는 향후 몇 년 동안의 지역운동의 성패에 달려 있다.
 
지역주민운동단체들은 유연한 신자유주의 지배시기를 거치면서 운동단체로서의 활동보다는 사회복지전달체계의 말단기관 역할 밖에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주민조직형 사업보다는 주민대변형 사업이 대부분이며, 관의 지원 없이는 고정비용조차 조달하고 있지 못한 단체들이 수두룩하다. 사회의 변화시키려는 담대한 포부와 의지도 없고, 독립적인 활동을 지속할 만한 자생력도 없다. 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지역운동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율적인 운동이다. 우리 운동은 자본과 권력에 대한 적대를 기본으로 하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주민들을 각종 기관과 단체로 조직하고, 기관과 단체들의 소통체계를 만들고 더 나아가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도록 조력하는 것이 새로운 지역운동의 나갈 방향이다. 그 과정에서 특히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운동이 생활협동조합이다. 현재 생협 운동을 더 적색으로, 더 공동체주의적으로 만드는 것도 향후 우리 운동의 중요한 임무다.
 
노동자들이 지역에서 새롭게 투쟁하고, 생활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라면, 또 대안 사회 운동으로 지역운동을 재구성하는 것은 두 번째 과제다. ‘노동을 거부하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못 하더라도 노동중독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지역에서 기획하고 전파해야 한다. 타인과 우리 후손의 삶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자신이 가진 가치를 최대한 발현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문화운동과 생태주의운동의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본주의사회의 수동적인 소비자가 될 것인지, 또 다른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능동적인 생산자이자 대안 사회의 주체가 될 것인지는 문화운동의 몫이다. 또 현 자본주의체제의 문제는 발전과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 그 자체다. 생태주의적인 접근을 통해 지역운동을 평가하고 반성함으로써 지역운동의 급진성과 반자본주의성을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동자들을 지역으로 이끌어 내고 지역의 사회운동과 정당운동을 급진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의 임무는 그러한 과정이 원활하게 때로는 급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이다. 또한 별개의 부문으로 사고하던 노동-문화-생태 운동을 결합하면서 지역 공동체운동을 복원하는 것이 우리 운동의 또 다른 목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