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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세계경제의 위기와 한국경제 (프레시안, 장시복, 08-12-01)

새벽길 2008. 12. 1. 15:38

프레시안에 실린 장시복 교수의 글은 미국발 세계경제의 위기와 한국경제의 현실 및 전망을 잘 정리하고 있다. 대안을 제시하진 않지만, 이러한 흐름만이라도 정부가 잘 파악하고 대처해주면 좋으련만 그럴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는 어디로 갈까. 
그 와중에 진보진영의 대안 및 실천방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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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스토리'의 서막이 올랐을 뿐이다" (프레시안, 장시복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2008-12-01 오전 10:36:23)
[기고]미국발 세계경제의 위기와 한국경제
      
1. 들어가는 말
"우리는 백년 만에 한번 일어날만한 신용 쓰나미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한 때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면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전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미국 하원의 '감독과 정부개혁 위원회'에서 시장이론의 허점을 인정하고 파생상품의 규제를 소홀히 한 점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며 한 말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 명명했던 것처럼 '금융대량살상무기'로 불렸던 파생상품이 부동산시장과 연동된 금융시장에서 폭발하면서 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에 나온 그의 표현은 이번 위기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2006년 하반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에서 발발한 위기는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을 휩쓸고 실물경제로 번져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위기의 진정한 참모습은 부동산시장, 금융시장, 그리고 실물경제의 위기가 복합적으로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상황을 통해 보다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이번 사태는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 심대한 부정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위기는 세계경제의 중심 동력 중 하나인 미국경제에서 발발해서 자본의 세계화의 영향으로 미국경제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이 곧바로 세계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금융시장에 준 충격은 급속하게 세계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었으며 미국의 실물위기는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를 낳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는 다시 미국경제의 실물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경제도 이번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심각하고 현 정부가 위기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시되면서 세계경제의 위기가 심화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한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점점 커질 것이다. 
 
2. 이번 위기의 성격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번 위기는 자본주의에서 발발한 위기 중 자본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며 새로운 전환점을 야기할 위기이다. 위기의 강도, 범위와 지속성에서 천차만별이기는 했지만, 자본주의는 늘 위기에 시달려왔으며 이 중 몇몇 위기들은 자본주의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고 이후 자본주의 발전경로를 새롭게 재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20세기 이후 자본주의가 경험한 위기 중 가장 심각했다고 평가되는 '대공황(Great Depression)', 1973~75년 세계적인 규모의 위기는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기존의 자본주의 운용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든 심각한 수준의 위기였다.
 
그런데 이번 위기도 자본주의 위기의 역사에서 대공황과 1970년대 초중반의 위기에 필적하는 위기로 보인다. 이번 위기는 위기의 강도, 지속성과 범위에서 1929년 대공황이후 발발한 위기 중 가장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이번 사태의 실물위기의 강도는 이미 1990년대 이후 경기침체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1990년 7월부터 1991년 3월의 경기 침체는 8개월 지속되었고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정점(peak)'을 100으로 놓고 불황의 '저점(through)'에 산업생산이 어느 정도 떨어졌는지로 측정한 산업생산 지수의 하락폭은 3.75를 기록했다. 또한 신경제 호황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2001년 3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진행된 경기침체는 8개월 지속되었고 산업생산의 하락폭이 3.87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불황 기간에 대한 공식적 발표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2008년 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산업 생산 하락폭은 4.72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수치를 비교해 보면 이번 위기는 1990년대 이후 일어난 경기침체를 이미 능가했으며 아직 불황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 이제 출발점에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 위기는 1973년 11월에서 1975년 3월의 불황을 맞먹는 수준이거나 이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한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와 불황이 동시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위기이며 금융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금융위기라는 측면에서 이번 위기는 경제 시스템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이번 위기의 손실규모와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투입된 구제금융의 크기를 다른 위기와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80년대 발발한 저축대부조합 위기의 손실규모는 1530억 달러로 당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달하는 것이었다. 또한 구제금융으로 투입된 공적자금은 약 1230억 달러였다. 또한 1998년 러시아의 불량채권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파산위기에 몰렸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ong Term Capital Managment: 이하 LTCM) 사태의 손실규모는 1000억 달러(미국 GDP의 1.1%)였으나 투입된 구제금융 액수는 약 350억 달러였다.
 
이에 비해 이번 사태로 인한 지금까지의 손실액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약 1조 달러가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이는 2007년 미국 국내총생산의 8.7%에 달한다. 또한 이번 사태에 투입된 구제금융 액수도 1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따라서 손실규모나 구제금융의 규모를 보면 이미 사태는 이전 두 위기의 규모를 능가했다. 사실 이번 사태 이후 아직까지 손실 규모가 정확하게 추산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위기의 충격은 1970년대 이후 미국 경제에서 발생한 위기 중 가장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은 명백해 보인다. 게다가 현재까지 자산시장의 붕괴에 따른 금융자본의 손실이 커진 이후 실물의 불황이 확산되면서 발생하고 있는 신용·화폐 위기와 은행위기의 재발에 따라 금융위기의 손실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본주의 역사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를 보면 선진국이든 신흥공업국이든 간에 금융위기가 존재했던 불황이 더욱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 이 점에서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와 불황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불황의 심각성은 클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 위기는 대체로 선진국(특히 미국)으로부터 시작되어 전 세계적인 규모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대공황이나 1970년대 초중반의 위기는 미국경제에서 발생해서 이후 세계경제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에 비해 1997년 동아시아 위기나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은 사태가 심각했고 세계경제에 심대한 충격을 주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규모에서 발생한 위기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위기는 미국경제에서 발발했지만 거의 동시적으로 전 세계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세계적인 규모의 위기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게다가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발발한 중요 위기들은 새로운 레짐의 변화를 통해 해결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도 새로운 레짐의 필요성을 제기할 정도의 위기로 보인다. 이번 위기는 규제 없이 작동할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운용의 종언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위기 이후 위기 극복과정에서 케인스주의적 국가개입의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지만 이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식으로 사용된 케인스주의적 국가개입이 지속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대공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케인스주의적 국가개입이나 1970년대 초중반의 위기를 통해 새로운 경제원리로 들어선 신자유주의적 국가개입이 자본주의 역사의 새로운 레짐을 형성했던 것처럼 이번 위기도 새로운 레짐의 변화를 필요로 하며 이는 신자유주의와 케인스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어떤 레짐의 안착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위기가 위기의 강도, 지속성과 범위가 역사적인 위기와 비교될 수 있다는 점, 금융 위기와 경기침체가 복합되어 있다는 점, 미국경제에서 발생했고 세계경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이번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그리고 이번 위기가 자본주의의 새로운 레짐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위기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3. 위기의 원인, 전개과정과 현재 상황
이번 사태의 성격과 함께 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한 분석은 이번 위기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향후 위기의 극복과정을 이해하는데도 좋은 시금석을 제시해 준다. 우선 위기의 원인과 관련해서는 미국경제의 발전과정, 특히 1990년대 이후 미국경제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모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경제는 호황을 경험했다. 이 호황은 1990년 초반 경기침체 이후 이윤율이 회복되고 정보통신과 관련한 투자가 증가하고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다시 이윤율이 상승하면서 시작되었다. 또한 미국의 노동자계급의 실질임금이 정체되면서 이윤율 상승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런데 이 호황은 1997년 이후 이윤율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2001년까지 지속되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소비붐과 투자버블이었는데, 이는 금융 시장의 활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시세차익을 얻은 사람들이 이를 바탕으로 소비를 늘리고 기업공개를 통해 주가차익을 노린 벤처 캐피탈 투자가 증가하면서 자본축적이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투자가 증가하는 투자버블이 양산되었다. 이로 인해 이윤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호황은 지속될 수 있었다. 
 
사실 호황이 양산한 버블은 2001년 경기침체와 함께 붕괴되었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대응해서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해고를 통해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켰고 연준은 금리를 1%까지 낮춰 유동성을 공급하며 주가를 부양하는데 노력했다. 또한 금리가 1%로 하락하자 주식시장의 폭락에 따라 갈 곳을 잃었던 유휴자본들이 주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주택투자가 증가했고 미국경제의 국내총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하락하지 않으면서 미국경제는 2001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01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미국경제가 1990년대 호황으로 양산한 구조적인 모순의 폭발을 지연시킨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2004년 이후 석유가격과 원자재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자 연준은 이자율을 높였고 이로 인해 주택시장의 버블의 붕괴로 주택가격이 급전직하했고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자상환의 부담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빈민들에게 모기지를 대출해주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에서 위기가 촉발되었다. 위기가 발발하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원금과 이자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게 되어 집에서 쫓겨나 길거리에 내앉게 되었다. 다른 한편 모기지 대출회사들은 주택을 차압해서 경매에 내놓아 손실을 만회하지 못하고 2007년 상반기 이후 줄줄이 파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위기는 금융시장으로 번졌다. 모기지 회사들이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모기지론을 판매했고 이를 구매한 금융 기관들은 증권화된 상품을 바탕으로 '주택저당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 MBS)'이나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채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CDO)'과 같은 구조화된 채권을 만들어 연기금, 보험회사, 뮤추얼 펀드, 투자은행, 헤지펀드와 같은 금융자본에 판매했다. 그런데 모기지 대출연체율이 높아지고 대출회사들이 손실을 보면서 파산하자 금융시장에서 모기지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금융상품들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와 관련된 금융기관들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에서 발발한 위기가 부동산시장을 넘어 금융시장으로 전면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투자은행들의 붕괴였다. 모기지와 관련한 파생상품을 다루던 투자은행들은 위기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8년 9월 14일 메릴린치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500억 달러에 인수되었고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해서 상업은행의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게다가 구조화된 채권과 관련된 보험상품인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CDS)'을 다량 보유하고 있던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다 연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위기는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하게 되었다.
 
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자 연준의 대응도 강화되었다. 위기가 발발한 초기 연준은 금리인하에 주저했으나 점차 위기가 확산되자 시장에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금융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하면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연준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더욱 심각해진 투자은행 붕괴 전후에 연준은 유동성 공급을 통한 위기 해결을 넘어서서 구제금융을 통해 지불불능 위기에 빠진 기업을 일관된 원칙도 없이 구제했다.
 
연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미국 금융시장 전체를 마비시킬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게다가 금융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된 상황에서 위기는 세계화되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금융기관들도 이 위기로 큰 손실을 보게 되었고 전 세계 은행들은 신용연쇄가 깨어지면서 파산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출을 회수하고 새로운 대출을 늘리지 않으며 화폐보유에 혈안이 되었다. 더욱이 신용·화폐 위기와 은행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등의 나라들이 '떼도산'할 정도로 위기는 엄청나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 국 중앙은행은 국제 공조를 통한 금리를 인하하고 예금자 보호와 구제금융의 범위를 확대했으며 급기야 은행의 국유화를 통한 금융위기 해소라는 극약처방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각국의 노력으로 금융시장의 붕괴 위험은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붕괴와 금융시장의 혼란과 함께 실물경제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경제는 이미 실물위기로 고통 받고 있으며 향후 장기간의 불황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의 진앙지였던 미국의 부동산시장의 회복이 요원해 보이고 현재 겉으로는 금융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물위기의 여파에 따라서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경제의 실물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동산시장이나 금융시장의 위기가 복합적으로 다시 미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도 이미 실물위기나 경기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실물위기가 현실화되었으며 세계경제의 생산의 중심축인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한 자리수로 내려가는 경기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경기침체는 동조화되며 악순환의 연쇄를 만들어 내고 있다(미국경제의 실물위기->세계경제의 동반 실물위기->미국의 불황 심화->세계경제의 동반침체 심화->…).
 
4. 세계경제 위기 속의 한국경제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발한 위기가 세계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이 여파로 한국경제는 이번 사태를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다. 이미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위기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큰 홍역을 치렀다. 특히 10월의 한국 경제는 주식 가격의 대폭락과 일시적인 반등,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최근에 미국 연준과 원화와 달러를 맞바꾸는 통화스왑 거래를 체결하면서 국가부도의 공포로 부터는 벗어난 듯 보이기는 하지만 이도 단지 일시적인 효과만을 가져왔을 뿐이며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혼란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가 장기화될 공산이 큰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은 너무 심각해 보인다. 부동산시장에서 이미 건설회사들이 도산하고 있으며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금융권의 위기도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가계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으며 주식형 펀드와 같은 금융 자산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따라서 위기가 심화되면 가계에 미칠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로 인한 한국경제의 내수침체와 수출저하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한국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부실이 증가하고 도산이 확산되면 한국경제가 감당해야할 고통은 1997년 위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 아주 심각한 상황임에도 이명박 정부의 위기 관리능력의 부재와 경제정책의 비일관성보이며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은행은 돈을 풀어야 한다"는 발언에서처럼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거나 건설사의 부실을 은행에 떠맡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잦은 실언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 위기에 대한 발언들(촛불시위로 위기가 올 수도->9월 위기설 진화를 위한 위기 없다 발언->10월 다시 위기는 없다->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달러 모으기 운동을 하자->이후 위기를 기정사실로 함)이나 "지금 주식을 사두면 1년 후에 부자된다" 등의 발언은 신뢰 상실을 야기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KBS 사장 교체문제, 역사교과서 수정문제, 감세정책, 남북문제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편향적이고 부자중심의 정책으로 사회분열만 야기하고 있다.
 
만일 미국발 세계경제의 위기의 여파로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들이 폭발하고 이 정부의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한국경제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아 휘청거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세정책이나 종부세 논란, 비지니스 프렌들리 정책 등 지금까지 추진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볼 때 위기로 인한 고통은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 농민들, 빈민들, 사회적 약자들이 짊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그리고 장기화되면 될수록 감내해야할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며, 이로 인해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은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로 한국경제는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다면 이를 피해갈 방법이 없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의 삶은 암울해 보일 뿐이다.
 
* 이 글은 미국발 세계경제의 위기의 성격, 원인, 전개과정, 그리고 이번 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여 『황해문화』에 실은 글인 「세계경제의 위기와 한국경제」를 필자가 수정·보완한 것이다. 이 글을 실을 수 있게 게재를 허락해주신 『황해문화』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