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경제, 재정, 예산, 금융

미래에셋, “반토막 펀드는 투자자 탐욕 탓” 발언한 부소장 직위해제

새벽길 2008. 10. 18. 21:29
지난 목요일 문화방송 백분토론에 토론자로 참여했던 미래에셋의 부소장이 "반토막 펀드가 난 것은 투자자들의 탐욕 때문"이라고 발언했다가 부소장 자리에서 직위해제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또 하나의 백분토론 열사 나셨네 하고 가볍게 봤는데, 가만 보니 그렇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넘어갈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일종의 돈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대해 뭔가 제대로 된 글이 없나 찾던 차에 역시 미디어오늘의 이정환 기자의 기사에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해답을 찾았다. 물론 댓글로 이정환 기사를 비판하는 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정환 기자의 시각이 타당하다고 본다. 

 
-------------------------------------------
“반토막 펀드는 투자자 탐욕 탓” 발언 파문 (경향, 박수정 기자, 2008년 10월 17일 23:44:20)
한상춘 미래에셋 부소장 직위해제 
 

미래에셋, "개인 탐욕" 발언한 부소장 직위해제 (프레시안, 이대희/기자, 2008-10-17 오후 4:06:10)
미래에셋 "사견 피력"…누리꾼 반응 싸늘  
 
-----------------------------------------
개인 투자자들 비판, 한상춘 미래에셋 부소장 직위 해제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17일 (금) 17:15:54 이정환 기자)
낙관론 칼럼 쓰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탐욕 때문에 펀드 못 팔고 있다" 발언 논란 
 
반토막 난 펀드를 아직까지 들고 있는 투자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곧 바닥을 친다고, 이제 와서 팔면 오히려 손해라고, 정부는 물론이고 금융회사들과 언론은 한 목소리로 근거없는 낙관론을 확대 재생산해왔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부설 연구소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한상춘 부소장이 "지금까지 환매를 못한 것은 개인들 탐욕 때문"이라고 지적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인 한 부소장은 16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펀드가 반토막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질문에 "작년 12월 초와 올해 1월 초 이런 위험에 대해 사전에 많이 경고를 했다"며 "그런 상태에서 지금까지 환매를 못한 것은 개인의 탐욕이나 기대심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시골의사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경제평론가 박경철씨가 이에 반박해 "경고를 작년말부터 하셨다고 했는데 못 들은 사람 이 많았다"며 "목소리가 좀 작으셨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연구소 한상춘 부소장 방송에서"작년말부터 경고…환매 못한 것은 개인들 탐욕 때문"
한 부소장의 발언에 방청객이 술렁였던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 게시물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도 한 부소장의 발언을 질타하거나 비꼬는 글이 쏟아졌다. 미래에셋은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펀드 열풍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고 주가가 폭락한 뒤에도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며 환매를 하지 말 것을 앞장서서 외쳐온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현주 회장이 나서서 공격적인 성향의 인사이트 펀드를 설립, 중국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려 반토막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미래에셋은 17일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한 부소장을 직위해제했다. 가뜩이나 대량 펀드환매가 이른바 펀드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미래에셋으로서는 민감한 발언일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이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조치를 취한 것도 투자자들의 분노를 한 부소장 개인에게 돌리려는 의도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미래에셋은 한 부소장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일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본의 아니게 한 개인의 의견이 저희 연구소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비추게 됐다"면서 "연구소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개인적 의견을 피력해 투자자 여러분의 심려를 끼친 한상춘 부소장을 직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 소장은 "한 부소장이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미래에셋의 입장과 달리 부적절한 표현을 써서 투자자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 인터넷서 논란 확산되자 17일 곧바로 한 부소장 직위해제
사실 이날 한 부소장의 발언은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는 위험 징후가 쏟아졌고 일부에서나마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반등을 기다리다가 손절매할 기회를 놓쳤다. 이를 탐욕이나 기대심리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주가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손절매 원칙만 지켜도 과도한 손실은 피할 수 있다. 물론 언론이 과열로 치닫는 시장을 감시하고 제때 경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탓도 있다.
 
문제는 이런 비판에서 한 부소장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데 있다. 한 부소장이 지난해 말과 올해 1월 한국경제에 쓴 칼럼을 보면 한 부소장 역시 시장에 낙관론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일조를 해왔음을 알 수 있다. 한 부소장은 12월23일 "'MB 효과'와 코스피 5000 포인트"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꾸준히 올라갈 경우 코스피지수는 3000이 아니라 5000포인트 달성도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
 
미래에셋과 한 부소장, 시장에 낙관론 확대재생산 당사자
제목만 봐도 한 부소장이 강력한 낙관론자였음은 분명해진다. "한국 증시 '새 정부 출범하면 큰 장 선다'(12월9일)", "뭉칫돈, 새해에는 '펀드' 로 더 몰린다(12월30일)", "중국 증시 폭락설과 신 역발상 투자(1월6일)" 등 한 부소장은 철저하게 낙관론으로 일관해 왔다. 특히 "올 하반기 증시 '환율' 이 효자된다(1월20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올 하반기 이후 미국과 세계 경기가 안정되고 유리한 환율 움직임까지 겹칠 경우 수출업종이 우리 경기와 증시 안정에 크게 기여하는 효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현실과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 부소장의 칼럼과 별개로 토론회에서 한 소신 발언이 과연 직위 해제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한 부소장이 틀린 말을 했나. 개인 투자자들 또는 고객들은 아예 비판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인가. 한 부소장의 직위 해제 사유가 그가 그동안 주장했던 낙관론을 뒤집는 일관성 없고 무책임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주가가 아무리 빠져도 환매를 해서는 안 된다는 미래에셋의 영업 철학에 배치되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한 부소장의 직위해제는 석연치 않다.

이정환 기자의 댓글 2008-10-18 15:16:25  이정환 기자입니다
먼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독자님 말씀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적립식 투자와 거치식 투자를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립식 투자라면 요즘처럼 주가가 저점일 때가 평균 매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당연히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을 테고 최소 3년에서 길게는 5년 뒤를 보고 꾸준히 적립을 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거치식 투자의 경우 처음 투자할 때부터 손절매 구간을 정해두고 주가가 반토막이 나기 전에 환매를 했어야 합니다. 
 
좋은 주식 또는 펀드를 골라 묻어두는 것이 장기 투자의 기본 원칙이지만 최근 주가 하락은 기본적으로 기업 실적 전망이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장기 투자라는 것이 투자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한번 투자했으면 언젠가 오를 때까지 마냥 묻어두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치식 투자의 경우 손절매를 투자의 기본 원칙으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주가가 오르건 말건 계속 버텨서 주가 하락의 바람막이가 되는 것을 "성숙한 투자문화"라고 부른다면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펀드 투자의 목표는 결국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누구도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펀드에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고 성급하게 반응해서도 안 되겠지만 추세의 변화에 둔감해서도 안 되겠지요. 
 
손절매를 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과연 "성숙한 투자문화"를 업신여기고 투자자들을 모욕하는 것일까요? 장기 투자가 바람직하기 때문에 그런 주장은 아예 해서도 안 되는 것일까요? "탐욕"이라는 표현이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수익 회복에 대한 집착이 손실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돌아보면 "탐욕 때문에 환매를 못했다"는 지적은 그리 틀린 말이 아닙니다. 
 
반토막이 난 펀드들은 고점에 거치식으로 투자한 펀드들입니다. 적립식으로 투자를 했다면 고점 대비 수익률을 보지 마시고 투자 원금 대비 손실을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적립식 투자는 아직 반토막까지 손실이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히려 적립식 투자는 지금이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기회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한상춘씨의 발언이 적립식 투자를 모욕하거나 폄훼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충분한 발언이지만 적립식 투자의 경우 단기적인 등락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전망을 봐야 한다는 건 상식이니까요. 한씨의 비판은 고점에서 상투를 잡고 아직까지 손실을 키우고 있는 거치식 투자의 경우에 한정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사에도 썼지만 오히려 이날 한씨의 주장보다는 한씨가 평소 칼럼에서 막연한 낙관론을 부추긴 것이나 미래에셋이 투자자들에게 환매하면 안 된다고 다독거려 온 것, 그리고 언론이 이를 지지해온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탐욕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고 결국 다 같이 주가 하락의 볼모로 붙잡혀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독자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는 적립식 투자가 최선의 대안입니다. 다만 전망을 최소 3년 이상 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거치식으로 묻어두고 있고 손실을 키우고 있다면 반등을 노려 적절한 시점에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한씨가 이런 점을 명확히 구분해서 설명을 했으면 오해가 없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