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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 관련기사 5 - 스티글리츠의 견해

새벽길 2008. 10. 20. 23:51

 

끝모를 금융부실 … 30년 신자유주의 몰락 (경향, 경제부 금융팀=서의동·오창민·김주현·김준일·박수정기자, 2008년 09월 25일 18:20:05)
‘모기지사태’ 이후…10문10답 
 
미국 4위 투자은행(IB)인 리먼 브라더스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파산신청을 낸 지 열흘이 됐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1년 반이 넘도록 세계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 차례 충격 이후 진정되는 ‘대폭발’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여진이 되풀이되는 지각변동의 양상을 띠고 있어 파장이 장기화되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로 세계 금융시장이 큰 거미줄처럼 촘촘히 엮여 있고 첨단 파생금융상품이 위험을 곳곳에 흩뿌려 놓은 탓에 부실이 어디에 얼마만큼 숨겨져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의 한계와 모순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30여년간 전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몰락을 예견하게 했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던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경로를 거쳐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됐는지를 알아본다.
    
 1 미국발 금융위기의 발단이 된 서브프라임 사태는 어떻게 시작됐나.
주택경기 침체로 모기지 부실

 
2001년 9·11사태 이후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연 1%까지 낮췄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사람들이 이자 부담없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쉽게 집을 살 수 있게 되자 집 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금융기관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렸다. 소득이 적거나 빚이 많아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라고 한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금리가 오르자 이자를 제 때 갚지 못해 연체율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처음 2년은 낮은 고정금리로 돈을 빌려주다가 이후 28년간은 변동금리로 전환하게 돼 금리가 오르자 대출자들이 빚을 갚기 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미국 2위의 주택담보대출 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신규대출을 중단한 것을 기점으로 1년 6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표면화됐다.
 
2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왜 꼬리에 꼬리를 무나.
신용연결 금융사 붕괴 도미노

 
모기지 업체들은 대출자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확보한 채권을 할인해서 현금으로 바꾸는데 이를 유동화라고 한다. 모기지 업체는 대출채권들을 자산유동화 회사(SPC)에 할인해 팔고 대신 현금을 받는다. 자산유동화 회사들은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이나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을 만들어 은행들에 판매한다. 투자은행들은 이를 일반 투자자들이 가입하는 펀드형태로 만들어 전 세계의 투자자에게 판다. 신용의 연결고리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셈인데 대출자들이 착실하게 빚을 갚는 구조라면 문제없지만 어느 한 고리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고금리와 주택경기가 나빠지자 대출자들이 빚을 갚을 수 없게 되면서 담보대출로 시작된 파생금융상품 전체가 연쇄적으로 부실해지는 결과를 빚게 됐다. 결국 주택가격 하락→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헤지펀드 도산→국책 모기지회사 위기→대형 금융기관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3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지 1년반이 넘었는데 왜 부실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나.
위험 파생상품 전세계 판매

 
파생금융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보통의 채권은 발행한 회사나 금융기관의 경영이 건실한지, 부실한지를 보면 안전성 여부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채담보부증권(CDO)과 같은 파생상품은 수십개의 채권들을 분리해 내 위험도별로 묶는 경우가 많아 안전한지 알기 어렵다. 본래의 기초자산이 어느 상품에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첨단금융공학자들은 이렇게 쪼개고 합치는 과정을 통해 위험성이 ‘제로’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위험을 잘게 쪼개긴 했지만 기초자산이 부실화되면 결국 위험은 모두에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위험을 없앤다는 첨단금융공학의 이론은 현실에선 ‘폭탄 돌리기’ 게임이 돼 버린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파생된 CDO를 만들어 팔며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헤지펀드들은 특히 위험이 큰 대신 그만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CDO들을 대거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투자은행에 돈을 빌려 새로운 투자에 나서고, 투자은행은 헤지펀드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는 등 여러 투자자 간에 얽히고 설킨 금융거래가 발생했다. 여기에 채권의 위험만을 따로 떼어내 상품화하는 식의 첨단금융기법으로 본래 채권의 값어치와는 무관한 금융상품들이 속속 등장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도 부실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4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내 금융기관들이 입은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초대형 IB 잇따라 간판내려

 
5 파산은 리먼 브라더스가 했는데 왜 한국 주가와 환율이 요동을 치나. ‘9월 위기설’과 관계있나.
국내 외국인들 주식 팔아치워

 
6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피해는 얼마나 되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투자액 7억2천만달러 물려

 
7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규모는 얼마나 되나.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美 2년간 7천억달러 투입

 
미국 행정부는 앞으로 2년간 7000억달러의 자금을 들여 금융회사를 사들이기로 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도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 등을 통해 도산위기에 처한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 등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모두 168조5000억원으로 1997년 국내총생산(GDP)의 28.7%에 달했다. 미국이 투입할 공적자금 7000억달러는 지난해 미국 GDP의 5%로 그 비중은 훨씬 낮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위기는 한국의 외환위기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부실 규모를 추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8 유럽·일본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공동대응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럽·日, 신용경색 차단 합심

 
전세계 금융시장이 촘촘히 엮여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부실이 터지면 다른 나라로 전파되게 마련이다. 이른바 금융 세계화의 영향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진 것은 세계 각국 금융기관들이 리먼 브라더스와 다양한 형태로 거래해 추가 피해가 예상됐던 탓이다. 선진국들이 공조에 나서는 또다른 이유는 미국의 자금경색이 자국으로까지 확산돼 중소기업의 대규모 도산과 경기침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 정부가 달러화를 지나치게 많이 풀면 달러가치 하락이라는 새로운 위기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각국 은행이 파국을 막기 위해 함께 공조할 수밖에 없다.
 
9 금융위기는 언제쯤 마무리되나. 부실의 남은 ‘뇌관’은.
피해액 정확히 몰라…장기화 조짐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안이 발표되면서 금융위기가 가닥을 잡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구제금융 효과가 회의적이라는 지적과 재정적자 확대 등에 따른 부작용이 거론되면서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 불거진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우리의 저축은행에 해당)의 부실처리에 6~7년이 걸렸던 점을 감안한다면 위기해소에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더구나 과거 국제 금융위기는 충격이 한차례에 그쳤고, 부실 규모도 어렵지 않게 파악됐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오랜 시간을 두고 간헐적으로 충격이 불거지고 부실규모 파악도 어려워 장기적인 전망이 쉽지 않다.
 
10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어떻게 달라지나.
각국 정부, 시장·자본 규제확산

 
지난 30여년간 세계경제는 시장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 방식이 주류로 자리잡아 왔다. 특히 실물경제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던 금융산업이 우위에 서는 금융 자본주의가 경제질서를 변화시켰다. 강도높은 금융 자유화와 인수·합병 등을 통해 초대형 금융기관에 권력이 집중되고, 이들이 제조업 등 실물경제를 쥐고 흔드는 일이 많아졌다. 금융이 권력화되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는 양극화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자금을 끌어들여 손쉽게 돈을 버는 ‘머니게임’이 확산되면서 기업도 본래의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나 금융투자자에게 수익을 전달하는 통로로 전락했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가 작동불능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리처드 실러 뉴욕대 교수는 “과거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정신은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문제’였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거꾸로 ‘시장이 문제고 정부가 해결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벌써부터 주식시장의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에 착수했다.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던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투입으로 국영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중국의 인민일보가 최근 사설에서 “세계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금융질서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듯이 새로운 금융질서와 경제질서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근본적인 틀이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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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프레시안, 황준호/기자, 2008-10-20 오후 6:58:34)
스티글리츠 "보이지 않는 손, 없어서 안 보인 것" 
 
진보주의 경제학자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16일 영국의 주간지 <뉴 스테이츠맨> 기고문 '보이지 않는 손'(Guided by An Invisible Hand)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맹신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 왔다며 국가와 시장 간에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수하지 마라. 지금 우리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보고 있다. 아니 그 때보다 더 안 좋은 점이 있다. 대공황 때는 워렌 버핏이 금융의 대량살상무기라고 부르는 이 복잡한 파생상품들이 없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의 규모도 비교가 안 된다.
  
내가 비관적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신용 경색 상황이 온 것은 은행들이 자본을 손실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모기지, 그리고 다른 복잡한 금융상품들의 가치는 지금도 불확실하다. 미국 경제에 힘을 불어넣어 왔던 것은 소비의 향연이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자산 규모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빌려 썼고, 평균 저축률은 제로였다. 대출을 줄이면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지탱해왔던 미국의 경제는 숨이 막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영국식 해법은 훨씬 낫다. 손실을 막기 위해 우선주를 매입하고 상승 잠재력이 있는 지분을 보증하는 식으로 은행에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것이다. 폴슨도 영국식을 따르려 하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미국 경제학자들 대부분, 그리고 조지 소로스 같이 현장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미국도 그같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폴슨은 우리의 말은 듣지 않더니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말은 듣는 것 같다.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은 경제 모델을 잘못 사용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단순한 경제 모델(시장 참여자들 모두에게 완벽한 정보가 주어진다는)을 받아들였고, 그걸 경제 정책의 기본으로 삼을 수 있다고 여겼다. 많은 중앙은행들은 오직 인플레이션에만 관심을 둬야 한다는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적용하고 있다. 인플레가 올라가면 이자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이다. 중앙은행은 한 나라 경제의 안정을 지켜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통화 당국이 가격 안정에만 신경을 쓰면서 금융계가 리스크를 떠안게 됐고, 그것이 결국 경제를 위태롭게 했던 것이다.
 
위기는 전환점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경제를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는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두가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5년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시장 참여자들에 완벽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라면, 애덤 스미스의 결론은 들어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것은 모든 시장, 특히 금융시장의 속성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은 거기에 그게 없기 때문이다. 엔론과 월드콤의 사적 이익 추구는 사회의 행복을 가져오지 않았다. 금융계의 사적 이익 추구는 우리 경제를 벼랑끝으로 몰고 왔다.
 
정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근대 경제 체제는 없다. 지금은 자유시장주의자들까지도 정부를 바라본다. 그러나 지금의 붕괴를 막는 조치를 미리 취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금융 부문은 이익을 챙겨가고 대중들이 손실을 떠안는 것은 공공 부문과 사적 부문 간에 맺어진 새로운 관계다. 우리는 시장과 정부의 새로운 균형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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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수상자가 제시한 금융위기 5대 해법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2008-10-21 00:41)
 
스티글리츠의 '금융위기 5대 해법'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10/21 10:55)
보다 근본적인 해법 필요…은행 자본 확충 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문을 싣고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5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자본주의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경제시스템이지만, 지난 30년간 시장경제는 100차례 이상의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정부 규제와 감독이 필수적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규제와 감독이 없다면 시장은 지속적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정부가 일정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정부가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돕고 지분 매입을 통해 구제금융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전세계로의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지만 자신이 제시한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따른다면 신뢰 회복과 함께 미국의 잠재력을 회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스티글리츠 교수가 제시한 5가지 해법.
 
1.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라
은행들은 손실로 자본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며, 신용경색으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자본을 공급할 필요가 있으며, 필요하다면 투표권이 있는 보통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리고 자본 주입은 채권 보유자들도 구제해야 한다. 디폴트 위협으로 채권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뒤늦게나마 자신이 당초 주장했던 은행 부실자산 매입 방안은 하자가 있으며 은행의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 새로운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2. 주택압류 사태를 막아라
폴슨이 당초 구상했던 구제방안은 심각한 내부 출혈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대규모 수혈을 해주는 것과 같다. 그러나 주택압류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환자를 구할 수 없다. 구제금융안에 대한 의회의 수정 이후에도 여전히 부족함은 남아있다.
모기지 금리와 재산세 공제를 현금화할 수 있는 세금 감면으로 전환하고, 주택시장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도록 파산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통해 주택 소유자들이 자기 집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주택가격이 모기지 대출금 이하로 떨어지면 모기지도 낮아지도록 하거나 정부 자금의 저금리 대출이 저소득층과 중산층 주택소유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3. 효과적인 부양책을 실시하라
월가를 돕거나 주택압류를 막는 것은 부분적인 해법일 뿐이다. 미국 경제는 심각한 침체로 향하고 있어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 실업보험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돕지 않는다면 실업자들은 지출을 줄일 것이고 이는 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나 미니애폴리스 다리의 붕괴는 미국 사회기반시설이 얼마나 낡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반시설과 기술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4. 규제개혁을 통해 신뢰를 되돌려라
이번 금융위기는 은행의 잘못된 결정과 이에 대한 규제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에게 관대한 보상 시스템을 비롯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이끌고 있는 잘못된 기업지배구조 역시 변화해야 한다. 이는 보상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투명하지 못한 스톡옵션은 많은 부실과 문제를 야기한다.
 
5. 효율적인 다자간 기구 창설
전세계 경제의 연계가 심화됨에 따라 더 나은 글로벌 감독체계가 필요하다. 50개 주의 감독 시스템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미국의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런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우리에게 족쇄가 풀린 시장이 위험하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상호의존적인 경제의 세계에서 일방주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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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금융기법, 규제와 세금 회피에 치중"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2008-10-23 오후 6:14:38)
[해외시각]스티글리츠 "금융위기는 신뢰 상실로 초래된 것"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최근 유엔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총책임자로 임명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22일 영국의 <가디언>에 쓴 'A crisis of confidence'라는 칼럼에서 금융위기의 본질을 '신뢰의 위기'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없이 구제금융이나 퍼붓는 대책을 비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시장 실패의 원인을 3가지로 꼽았다. 기형적인 인센티브 제도, 사실상 독과점화된 경쟁체제, 그리고 부실한 투명성이 그것이다. 그는 이들 요인이 함께 얽히면서 금융시장에게 부여된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됐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없이는 금융시장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은 저축을 장려하고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위험을 부담할 능력이 적은 쪽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쪽으로 이전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금융시장은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낭비를 부추겨 저축률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이끌었다. 자본 분배도 엉망으로 했다. 리스크를 관리하기는커녕 엄청난 리스크를 초래했다. 금융업체들의 실패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 일반 미국인들에게 그 리스크를 떠넘겼다. 금융시장의 실패는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실패의 원인에는 서로 얽혀있는 3가지가 있다. 기형적인 인센티브 제도, 사실상 독과점화된 경쟁, 그리고 부실한 투명성이다. '대마불사'의 지위를 획득한 대형 금융업체들이 군림하게 되면서 이들은 매우 위험한 상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인센티브 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형적인 인센티브 제도는 잘못된 행태를 부추긴다. 금융업체의 경영진들이 막대한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 그런 인센티브가 주어지느냐도 큰 문제다. 과도한 리스크와 단기 목표에 몰두하게 만들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금융위기의 핵심 요인은 불투명성이다. 금융업체들은 만든 사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상품을 만들었다. 금융시장이 발휘한 첨단기법이란 것의 상당 부분은 규제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회계방식도 너무 '창의적'이어서 은행조차도 제대로 문제를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금리가 오를 때 자기 집을 계속 소유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 보통사람들이 직면하는 현실적인 리스크를 다루는 혁신은 하지 않았다.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던 혁신은 사실상 방해했다.이처럼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인 혁신을 억제함으로써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규젝개혁이라는 과제는 광범위하다. 하룻밤 사이에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을 시작할 때까지, 그리고 그럴 때에만 금융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