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경제, 재정, 예산, 금융
미국발 금융위기 관련 기사 2
할 일이 없는 건 아닌데,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서 되는대로 관련 기사를 발췌하여 담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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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만능 ‘미국’ 신뢰를 잃었다…위기 사태 발전 과정 (경향, 구정은기자, 2008년 09월 18일 18:02:04)
“시장 살릴 자금 있긴 있나…美정부도 못믿겠다”
2000년대이후 실물경제 뒷받침 없이 ‘거품’만 축적
미 금융당국이 850억달러를 투입하면서까지 파산 위기에 몰린 AIG를 살리기로 결정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의 위기’에 있기 때문에 몇몇 기업을 살리는 것으로 시장 시스템을 구해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금융자본주의의 축인 ‘자유시장’과 그 뒷받침이 됐던 ‘미국’ 자체가 불신의 대상이 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장 책임론’에서 ‘대마불사론’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미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구제금융은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정부에 시장을 살릴 자금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CBS방송은 올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4000억달러에 이른다면서 “당국이 AIG를 살릴 재원을 갖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금융 위기를 불러온 것은 역설적이지만 시장 그 자체다. 2000년대 이후 미국 경제는 신용 부실과 리스크를 쌓아올리는 과정이었다. 출발점은 1990년대 정보통신(IT) 거품이 빠진 뒤 부동산으로 돈이 몰린 것이었다. 2000~05년 미국의 주택 시가총액은 50%나 뛰었다. 돈의 흐름은 대부분 대출을 통해 이뤄졌다. 1997~2006년 10년 동안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유동성 흐름은 9조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성장은 받쳐주지 못했다. 임금상승이 안 따르고 대출이 시들해지자 주택시장과 월가의 합작품인 ‘변동금리모기지’(ARM)라는 것이 탄생했다. 대출자들이 2년간 낮은 금리를 누린 뒤 다른 대출로 갈아타게 만든 이 상품을 이용해 은행들은 수수료를 챙겼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신용등급을 웃도는 저금리 혜택을 봤다. 리스크가 큰 대출은 금리가 높아야 정상인데, 신용시장의 기본 룰이 깨진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부동산 거품이 금융시장으로 옮아갔다.
금융기관들은 신용 위험을 낮추기는커녕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이란 것을 만들어 부실대출을 제도화했다. 그러고는 리스크가 높은 대출채권을 ‘부채담보부증권(CDO)’이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팔았다. 은행의 채권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놓고 투기하는 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이 같은 ‘증권화’ 과정이 반복되면서 CDOⅠ과 CDOⅡ까지 나왔다. 이 시장들이 애초의 부동산 대출 규모보다 몇배나 커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그 동안 금융회사들은 수수료를 챙겼다.
증권화 광풍은 신용디폴트스와프(CDS)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파생상품시장을 창출했다. 원래 CDS는 90년대 유럽에서 은행들 간 채권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포트폴리오 기법이다. 그런데 이것이 투자은행들과 헤지펀드의 투기상품으로 변질됐다. CDS 발행규모는 총 42조6000억달러로 추정된다. 미국의 연간 GDP가 13조8000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이 사상누각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 해 6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부도를 내면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투자은행들은 CDO 가치가 떨어지자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라는 것을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부동산 대출의 신용이 무너진 상태여서, 대출채권과 관련된 돈줄은 모조리 말라갔다. 그런데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펀더멘털(기초여건)은 괜찮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에만 치중했다. 결과는 금융회사들의 연쇄 도산이었다. 모기지증권에 투자하고 모기지증권 보장상품을 판매한 보험사 AIG까지 위험에 처하게 됐다.
문제는 이 사태가 어디까지 가느냐다. 부실 채권이 파생금융상품으로 이어져 있는 탓에, 부실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소비위축 등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근본적인 대책은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시장에 적절한 규제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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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신자유주의] ② 탐욕으로 깨진 신뢰 (내일, 박준규 김선일 기자, 2008-09-19 오후 1:27:07)
미국 ‘나홀로 잔치’ 부실은 세계에 전가
저금리로 과소비·투기 즐겨 … 쌍둥이적자 각국서 분담
미국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가 첨단 금융상품으로 무장한 금융자본주의로 옷을 갈아입은 후 투자은행들은 세계 각국을 휘저으며 돈을 쓸어담았다. 미 정부는 저금리 정책을 펼치며 자국민들에게 호화로운 소비와 과도한 투기를 부추겼고 아시아국가들은 외환보유액으로 미 재무부 채권을 사들이며 ‘미국인들만의 파티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만들어낸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문제가 확산되자 세계 경제는 미국보다 더 큰 수렁에 빨려들었다. 결국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대규모 자금공급에 나섰고 상당기간 침체국면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6대 투자은행들은 2006년까지 대규모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이 2002년부터 5년간 얻어낸 순이익만 2153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2002년 246억달러에서 2003년 368억달러로 급증했다. 2004년엔 373억달러로 주춤거렸던 이익증가율은 2005년 519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되살아났고, 2006년 순이익은 644억달러에 달했다. 서브프라임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7년 7월부터 부실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절반이하로 줄었다.
미국 정부는 저금리를 향유해 왔다.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위기 이후 2000년 들어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6.5%에서 1%까지 낮췄다. 미국인들은 저금리로 돈을 빌려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나섰고 IT버블과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냈다.
자산가치 상승은 미국인들의 과소비를 부추겼다. 중국의 싼 소비재를 대거 수입해 저물가까지 누렸다. 이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폭 확대로 이어졌다. 쌍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기축통화인 달러발행권을 가진 미국은 파산하지 않았다. 미국민들이 즐기던 골디락스(고성장 저물가) 시대는 세계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버블을 만들었고 결국 서브프라임부실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수석 투자전략가인 샘 스토벌은 “신용위기도 문제지만 신뢰상실이 훨씬 더 큰 위기”라고 말했다. 미국의 신뢰상실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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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 ''대한민국 경제, 빈곤의 카운트다운’의 김재인씨 (내일, 장병호 기자, 2008-09-19 오후 2:07:04)
내수 살려야 공멸 막는다
가계 부실로 인한 금융위기 경고 … 적극적 대북협력 살길
AIG는 구제금융을 요구했지만 FRB는 2년후 회수하는 조건으로 주식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2년 동안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2년후 다시 부도가 날 수도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자금지원을 반대했다. 하지만 부시행정부가 대통령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중심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의 최고 첨단 제품이 금융이다. 하지만 금융, 즉 파생상품은 너무 어렵다. 조지 소로스도 너무 어려워 안한다고 할 정도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파생상품을 만들면 다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다. 미국은 한 단계 높은 금융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했다. 하지만 이게 돈 놓고 돈 먹기인데 끝까지 갈 수가 없다.
투자은행이란 소매은행이 하는 것처럼 예대마진 5% 정도로는 양이 안차서 30~40%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로 설립된 은행이다. 그러면 반드시 헤지상품(파생상품)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미국 사태에서 보듯이 세계에서 오직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것도 망하지 않았나. 절대 따라가면 안된다. 이번에 태산엘시디 등 중소기업이 대거 물린 키코 상품도 파생상품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뛰어들었다 당한 것이다.
금융위기가 재앙이 되는 것은 실물경제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시민들이 소비를 줄일 것이고,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나 중국 등 동아시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빨리 서민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민들이 최소한 낭떠러지도 떨어지지 않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부동산 값을 올린다면 누구에게 득이 되겠나. 재벌이나 가진 사람들의 부가 축적되지 서민에게 가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야 금리도 떨어지고 그래야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은 필요하다. 하지만 비정규에 대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전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해야 내수시장이 살아나 공멸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그의 결론은 미국이 개발해 낸 신자유주의가 붕괴하고 있다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예전의 경제위기는 경기순환론에 근거한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나타나는 경제 위기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바로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다. 이것이 붕괴의 첫째 징후이다. 이 문제야 말로 향후 세계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라는 게 필자의 시각이다. 달러화 가치 하락 문제를 빼놓고는 현재 진행중인 세계 정치, 경제, 외교적 질서를 그 어떤 것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달러화의 가치하락이 의미하는 바는 세계 무역의 결제수단으로서 기축통화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달러의 가치 하락은 물가의 상승으로 귀결된다. 최근 유가가 치솟는 것도 달러 가치 하락이 큰 몫을 했다. 뿐만 아니라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 경제를 깊은 장기 침체의 수렁에 밀어 넣고 있다. 달러를 마구 찍어서 위기를 넘겨 왔는데 이제 달러를 아무도 사려고 하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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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신자유주의]10조원씩 순이익 챙겨 서브프라임 터지자 적자 (내일, 박준규 김선일 기자, 2008-09-19 오후 1:50:30)
리먼 파산신청, 아시아 증시 추락
중앙은행 긴급자금 지원 불가피
투자은행의 미국 CEO들은 단기 성과를 낸 후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받아 챙겼다. 회사가 CEO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JP모건에 팔린 베어스턴스의 CEO 제임스 케인은 2006년 4000만달러, 2007년 720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부실을 숨기다가 결국 내놓은 리먼부라더스의 CEO 딕 풀드는 지난 5년간 3억5403억달러의 봉급을 챙겼다. 회사는 파산신청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에 교체된 메릴린치 CEO 스탠리 오닐씨는 서브프라임 투자로 251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1억6000만달러의 연봉을 챙겼고 회사가 BOA에 팔려 1년도 안돼 사임한 존 테인 사장도 2500만달러를 확보했다.
미국 정부가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850억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한 AIG의 로버트 윌리엄스테드씨는 최대 4500만달러의 봉급을 얻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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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반지를 모을 것인가? (참세상, 장화식(투기자본 감시센터) / 2008년09월19일 8시10분)
[기고] 탐욕과 부패의 금융시장,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1980년대부터 유행한 ‘투자은행과 금융상품화’ 모델이 붕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기관이 산업의 혈맥으로 기능하는 단계를 넘어 투자은행이 되면서 회사 자체가 거대한 투자를 해 왔다. 그리고 차입자본을 활용해서 엄청난 ‘레버리지’를 일으켰고, 투자은행의 임직원들은 금융이익과 이에 동반한 성과급으로 엄청난 보너스를 받으면서 금융시장은 거대한 ‘탐욕의 도박장’이 되었다. 서브프라임사태도 결국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택을 사도록 하고, 이를 첨단 금융기법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파생상품으로 부풀려진 결과가 초래한 파국인 것이다. 결국 현재 금융위기는 탐욕으로 뭉친 카지노 자본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 이유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이름으로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관료들과 금융기관 수장들은 미국의 위기를 반성하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더 탐욕을 부채질하고 금융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민유성 산업은행 행장은 “리먼브러더스가 8월 산업은행과의 협상에 합의했다면 절대 부도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를 위해 미국에 갔을 때 아무런 정보도 없어 상대에게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면박만 당하고 돌아왔다.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지냈던 그가 50억 달러를 들여 부실규모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리먼 인수에 집착한 것은 결국 그 자신이 보유는 6만여 주의 스톡옵션 때문이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적이익 때문에 5조원을 날릴 뻔했고, 국민경제를 ‘파멸의 특급열차’에 태울 뻔 했다.
언론도 위험한 도박판을 부추기고 나섰고, 특히 조선일보는 앞장서서 투기를 권장했다. 8월9일 송희영 논설실장은 칼럼 ‘누가 월스트리트를 두려워하랴’에서 “100년래 최악의 지옥이라는 월 스트리트부터 돌아보자, 우리는 세계 일류 브랜드를 손에 넣은 후 단번에 몇 단계 뛰어 올라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희생은 피할 수 없고 수업료를 치르는 셈 쳐야 한다”고 선동했다.
다시 8월27일자 조선 데스크 칼럼에서 ‘월스트리트를 울리고 웃긴 산은’이라는 제목으로 김기훈 경제부 차장 대우는 “리먼을 인수하면 서울과 월스트리트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고속도로’가 생긴다”고 주장하면서 “만년 금융후진국인 우리가 요즘과 같은 가격에 세계 일류를 인수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리먼의 위험만큼 기회가 커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고 도박판을 벌렸다. 또한 조선일보는 9월4일자 사설에서 ‘산은의 리만브러더스 인수는 철저한 손익계산 위에서’라는 제목으로 찬반을 소개하면서 “리먼 인수야말로 세계 금융 중심 월스트리트로 가는 직행열차에 올라탈 기회”라는 찬성론에 방점을 찍었다.
이윤과 탐욕을 추구하는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있는 지금, 위험을 관리하고 국민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인사들의 투기권유와 도박에 가까운 발언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들이 금융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적 이익의 추구다.
한때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해 법률과 회계의 지식을 제공한 자들이 국가 관료가 되었다. 김앤장과 함께 국제 투기자본의 이익을 위해 헌신한 딜로이트 회계법인 출신의 금융위원장, 리먼브러더스 한국대표라는 지점장 지낸 산업은행장, 이들이 한국 금융의 요직을 차지했다. 언론은 월스트리트를 찬양하고, 이들의 행동을 선진금융 운운하면서 미화하고 있다. 언론과 투기자본, 관료사회를 넘나드는 브로커들이 합창하면서 도박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들은 ‘영혼 없는 군상’들이며, 이들의 목표는 ‘사적 이익’이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에서도 버티는 것은 기축 통화국이기 때문이다. AIG와 패니메이, 프레디맥의 경우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에 역행한다고 비난받을 국유화를 단행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조치가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금융시장이 혼란하거나 우리시장이 불안하면 바로 외환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점을 망각하고 ‘몇 단계 뛰어 올라가는 급행열차’를 잡기 위해 도박을 한다면 그 피해는 누가 감당할 것이며, 누구에게 돌아올 것인가? 외환위기 이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전가된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기축통화국 미국마저 어찌할 바를 모르는 ‘금융세계화의 위험열차’에 우리가 동승해서는 안된다. 내년부터 시행될 ‘자본시장 통합법’은 미국식 투자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전 세계 금융상황은 ‘탐욕과 부패의 시장’에 대해 ‘규제와 감시’, 그리고 ‘견제’가 얼마나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경제위기’라는 것이 누구에게 부담을 떠넘길 것인지를 정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한다고 금반지를 모은 것은 한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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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이 리먼 살리겠다는 건 코미디, 미국식 미련 못 버리면 한국도 위험" (오마이뉴스, 김종철, 2008.09.19 11:31)
[인터뷰] '신자유주의 비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충고
"하루라도 늦기 전에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죠. 그렇게 맹종했던 미국식 경제가 하수도로 저렇게 빨려들어가고 있는데, 우리가 거기에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톤은 이미 올라가 있었다. 그동안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날선 비판을 해왔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는 1시간에 걸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심의 금융자본주의의 허상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최소한 2~3년간 금융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현 금융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 시도, 정부의 각종 금융관련 규제 완화 등에 대해 특유의 어조로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리만을 인수했을 경우 파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그는 한마디로 "희극"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장 교수는 "산은보다 덩치도 크고 경험도 많은 회사들이 손사래치면서 도망간 회사를 두고, 산은이 무슨 재주로 살리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면서 "왜 미국에서 잘못한 회사를 우리가 가서 구해야 하는지, 그것도 개인 돈이 아닌 납세자(국민)의 돈인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거의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일본처럼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금융규제 완화 등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 시작될 자본시장통합법을 비롯해, 금융시장 선진화, 산업은행 민영화 등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금융정책들은 이미 실패로 끝나고 있는 미국식 금융모델"이라며 "국민들이 잘못된 정책의 피해를 받기 전에 심각하게 정책 추진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내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더 충격을 받은 듯 하다.
"여기서 보니까, 한국이 굉장히 놀란 것 같은데, 아마 두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다. 하나는 미국은 절대 안 망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또 하나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국 금융부실 규모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다."
- 과소평가했다는 것은.
"(곧바로) 지난 2006년 말에 처음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나왔을 때 미국정부는 부실 규모를 500억~1000억 달러로 보고, 다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무너졌을 때 부실규모가 2000억~3000억 달러로 됐고, 작년 크리스마스 때면 해결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에 미국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만 9000억 달러 정도나 된다. 공적자금을 무엇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더라도, AIG 등에 직접 들어간 것만 4000억~5000억 달러, 유동성 공급한 것까지 하면 9000억 달러 이상 보는 사람도 있다."
- 미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두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부실 금융과 기업은 시장논리에 의해 도태돼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미국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해 왔던 논리였는데.
"그동안 여러 차례 책에서도 썼지만, 힘있는 나라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을 때는 시장논리를 펴면서 간섭받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어려워지면 곧바로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고, 도움 받아 해결하려고 해왔다."
"이중잣대도 보통 이중잣대가 아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나라처럼 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여전히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는 식으로…. 정부가 해야될 개입도 안하고 말이지…."
- 산업은행은 최근까지 리먼을 인수하려고 했었다. 민유성 행장은 오늘(18일)도 국회에 나와 산은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파산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웃으면서) 한마디로 희극이다. 산은이 인수해서 (리먼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쪽 이야기일뿐이다. 산은보다 훨씬 덩치도 크고, 경험도 많은 회사들이 손사래치면서 도망간 회사를 두고 무슨 재주로 산은이 살리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설령 살렸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나라가 봉 잡히는 것 아닌가? 왜 미국에서 잘못한 회사를 우리나라가 가서 구해야 하는지, 그것도 개인 돈도 아니고, 납세자(국민)의 돈을 가지고 말이지… 완전히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 정부에선 리먼쪽에 투자된 금액도 적고, 이번에 국내 시장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리먼에 들어간 돈만 생각하면 안된다. 미국, 영국 중심부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돈만 얼마인가? 미국이 침체에 들어가면 우리 수출도 곧바로 영향을 받고, 중국 수출쪽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으면서 2차, 3차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 한국에서도 미국같은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나. 물론 정부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고 있다.
"미국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거의 유사한 상황이라고 본다. 주택시장 거품이 빠지고 있고, 가계부채 엄청 나게 쌓여있고, (미국보다) 정도가 좀 덜하긴 하겠지만 미국에 비해 시장 개방도가 높고, 특히 자본시장 해외의존도 역시 높다. 오히려 미국보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많다. 정부가 '우리는 아니다'고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식 일 뿐이다."
"하루라도 늦기 전에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자본시장통합법 등 금융시장 선진화,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 산업은행 민영화 등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것들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모델인데, 그 본산지가 지금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 하지만 여전히 정부쪽 관료나 일부 언론 등을 보면 미국식을 쉽게 버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알고 있다. 아직도 무너져가는 모델(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 미련이 남아서, 어떻게 하면 비슷해질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측은한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같은 엘리트들에 의해 위험한 방향의 정책이 추진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점이다. 좀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정말 갈길이 미국과 같은 길인지 깊이있게 생각하고, 과감히 바꿔야 한다. 우리에겐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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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중심 세계 경제체제 기로에, MB정책 기조 안바꾸면 위기 필연 (레디앙, 2008년 09월 19일 (금) 14:42:11 변경혜 기자)
[한국 좌파 시각] 미, 과도한 금융규제 완화-소득 양극화가 발단
장상환 교수(경상대 경제학)는 미국 정부의 지나친 금융규제 완화가 현 사태를 불러왔다며 “1933년에 제정된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 Act)을 통해 증권-보험의 금융융합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융합을 막았는데, 지난 90년대 이 같은 규제가 풀리면서 부동산 거품을 발생했으며, 지금 꺼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9년 이 법을 폐지해 은행과 보험, 증권의 장벽을 허물고 금융회사의 대형화 겸업화를 허용했다. 장 교수는 이어 “가난한 사람들은 빚을 얻어 살고 부자들은 재산을 늘려 소비를 하는데,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이들이 집을 담보로 빌린 은행 빚을 못 갚아서 생긴 문제가 서브프라임모기지“라며 과도한 금융규제 완화와 함께 미국판 소득 양극화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우석훈 박사는 특히 "문제는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는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미국의 부실이 한국에선 더욱 확대돼 더 큰 부실을 낳고 있어 가만히 미국의 위기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한국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외국에서 많은 돈을 빌려왔는데 한국의 대외신뢰도가 떨어져 앞으로는 한국 이름으로 빌리기는 힘들고 외평채를 발행하기도 힘들어 질 것"이라며 "일부에서 몇 개월 지나면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는데 미국이 흔들리면 한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우리 경제구조에 대한 상당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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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위기와 매케인의 초절정 변신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2008-09-19 오후 6:19:33)
<ABC> "규제철폐 앞장섰던 사람이..."
최근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행태는 진보진영 뿐 아니라 미국 주류 언론의 공분을 살 정도다. 금융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모든 규제는 적을 수록 좋다면서 공개적으로 '규제철폐주의자'로 자처했던 매케인이 갑자기 '규제주의자'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케인은 18일(현지시간) 금융위기에 분노한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속죄양을 찾아내 반사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꾼'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날 매케인은 아이오와주 세다 래피드에서 가진 연설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크리스토퍼 콕스 위원장이 대중의 신뢰를 저버린 것 같다"며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콕스 위원장을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월가에서는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SEC 위원장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에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진보성향의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재러드 번스타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매케인은 대중들은 초단기 기억력을 갖고 있어, 너무나 뚜렷한 이런 얼룩들을 연결짓지 못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꼬집었다. <ABC> 방송은 매케인의 과거 행적에 대해 '옛날의 매케인은 이랬다'면서 상세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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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개입은 금융사회주의” (경향, 김민아기자, 2008년 09월 19일 17:59:11)
EU·美 공화당 하원의원 등 반발기류 확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호아킨 알무니아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18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을 ‘금융사회주의(financial socialism)’라고 지칭하며 “나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미국식) 금융사회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100여명도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보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최근 연방정부가 실시한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은 납세자들에게 수백억달러의 부담을 새로 안겨줬다”며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를 한 기업들을 처벌하는 대신 사면해줌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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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 태풍이 ‘감원 칼바람’으로 (경향, 구정은기자, 2008년 09월 19일 18:01:18)
월가 직격탄…IT 등 산업 전반 확산
유럽·아시아도 구조조정 잇따를 듯
가장 큰 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물론 월가다.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6월 모기지 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을 인수한 뒤 “향후 2년간 7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투자은행(IB)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추가로 3000명의 인력을 줄이는 작업을 해왔다. 여기에 직원 6만명의 메릴린치까지 합쳐졌으니 대규모 ‘칼바람’은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메릴린치 스스로가 BOA에 매각되기 전 ‘4000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었는데, 이제는 감원 규모가 몇만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리먼 브라더스는 지난해부터 3차례에 걸쳐 4000명을 해고했고, 얼마전 1200명을 더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라프는 18일 “로이즈TSB가 모기지회사 HBOS를 합병하면 두 회사에서 4만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즈TSB는 영국 내에 직원 7만명을, HBOS는 직원 6만5000명을 두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월가 위기로 영국 금융계에서 11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최대 IT 기업인 HP는 지난 15일 2만4600명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항공업계는 고유가에 경기침체로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8월부터 전체 승무원의 10%에 이르는 1550명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미국 항공운송협회는 미국 내 항공사들이 올해 총 3만6000명을 해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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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융위기’ 낙관론만…‘시장불신’ 자초 (한겨레, 권태호 기자, 2008-09-19 오후 09:09:08 )
대통령 “우리경제에 플러스”…금융위원장 “곧 안정”
당국자 말도 엇갈려…이성태총재 “실물쪽 위기 시작”
지난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이후, 지금까지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은 낙관론 일색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18일), “불확실성이 드러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19일)고 말하는 등 연일 낙관론을 이끌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빠른 시일 내 안정”),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시장 불확실성 제거돼 긍정적”), 김용환 금융위 상임위원(“우리 시장 영향 미미할 것”), 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마무리 단계”) 등도 힘을 보탰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금융불안을 우려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 “시장에 혼란을 준다”며 경고해, ‘다른 목소리’를 통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 총재는 17일에도 “(위기가) 실물 쪽은 시작이다. 어려운 시기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 당국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정작 경제 사령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7~18일 “앞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는 등 현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해 ‘경제 구심점’ 노릇을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속으론 걱정이 많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말’은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낙관론 일색은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이는 미국 시장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을 뿐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은 시장에서 아무런 반향도 못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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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전례없는 조처’ 사상 최대 공적자금 투입 (연합뉴스, 2008-09-20 오전 01:50:26)
부시 대통령은 정부의 조치에는 상당한 규모의 납세자의 돈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해 전례없는 조치'가 사상 최대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개별 금융회사가 차례차례 도산 직전의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정부가 사안별로 구제 혹은 방치하는 결정을 내려봤자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만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금융회사의 사정에 따른 대증요법을 쓰는 게 아니라, 전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환부'를 일거에 도려내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정부는 부실채권을 애초 원금에서 상당한 정도로 저평가해 인수한 후 시장이 안정되면 채권을 순차적으로 회수하거나 인수가격보다 높게 시장에서 매각,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회수가 여의치 않다면 이는 고스란히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가며 정부에게는 정치적 책임도 따른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로서는 일거에 부실을 털어낼 수는 있지만 최종적인 손실 상각이 불가피하며 그에 따른 출혈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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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세계금융-한국시장의 앞날] (상) 꺾이는 투자은행 대세론 (서울, 문소영기자, 2008-09-20 5면)
‘한국형 IB육성’ 위험한 도전
‘한국형 IB’의 모델로 삼고자 했던 IB들이 모두 몰락한 것이다. 미국의 금융산업이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금융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바뀌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한국형 IB 육성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에 따른 각종 규제완화 및 헤지펀드·사모펀드·정크펀드 육성화는 준비되지 않은 국내 금융산업을 위기에 몰아 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형 IB의 탄생이라는 산업은행 민영화 및 한국개발펀드(KDF)에 대한 우려도 높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9일 “이번 대형 IB의 몰락이 한국 금융시장에 주는 교훈은 IB가 허상이라는 것”이라면서 “마침 자통법이 시행되기 전에 미국 IB가 상업은행들에 인수·합병되면서 금융시장이 ‘유럽식 은행 모델’로 돌아가는 모습을 잘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도달 가능한 IB 모델’로 점찍어온 호주의 매쿼리 그룹의 주가가 연초와 비교해 60% 이상 하락하며 금융 위기에 노출되고 있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자통법 시행으로 IB가 중심이 돼 금융시장이 재편되고,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경우 현재 수준의 감독 능력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위험회피 파생상품인 ‘키코(KIKO)’ 거래로 중소기업들이 흑자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대표적인 부실화된 감독으로 지적된다.
JP모건의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수축기에는 IB들이 몰락하고, 경기 확장기에는 IB들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역사가 80년대 이래 지속돼 왔다.”면서 “금융산업을 안정적으로 꾸려 가기 위해서는 IB의 공격성을 제어하고, 높은 레버리지(신용창출)를 완충할 수 있는 상업은행과의 결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이에 대해 “자통법에서는 미국식 순수 IB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미국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상업은행+IB의 결합한 금융기관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창출 규모도 리먼이나 메릴린치처럼 자기자본의 30∼40배가 아닌 3∼4배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자통법 내에 건전성 강화는 물론 투자자 보호,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사후감독 강화 등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자통법 자체의 문제보다는 규제를 풀게 되면 금융기관들이 ‘뛰어가기’ 시작할 텐데 금융감독 당국이 과연 사후적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관리감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창출 규모가 3∼4배로 적다고 해도 빚이 결국 자기자본의 3∼4배인데 미국 IB보다 10분의 1이니까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신용파생상품의 성격이 규제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감독이 뒤쫓아가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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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이미 파탄난 신자유주의, 왜 뒷북치며 따라가나" (2008년 09월 20일 (토) 10:21:39 CBS노컷뉴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아무리 시장주의를 좋아하는 정부라도 구제금융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문제는 이렇게 해놓고 부담은 결국 납세자들이 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옳은 방법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규제를 제대로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건데, 규제완화는 규제완화대로 해서 금융가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 돈 벌 건 다 벌고, 그 다음에 일 어려워지면 정부가 납세자 돈으로 메워주는 건 장기적으로 보면 옳지 않죠.
미국의 금융위기가 아직 한참 남았죠. 지금 미국정부에서 너무 급하니까 악성부채들을 정부가 다 떠안겠다는 안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 문제는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형이지만 실물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 됐거든요. 이런 식으로 금융이 말려들기 시작하면 돈 빌리기 어려우니까 기업들이 투자를 못해서 일자리도 못 만들고, 금융기관이 망하면 거기서 해고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금융기관과 거래해서 먹고살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런 식으로 하면서 실물에서 소비가 위축되면 또 그게 다시 파급효과가 오는 거거든요.
특히 지금 어려운 건 지난 20년 동안 금융자유화가 되면서 굉장히 복잡하고 투명하지 않은 파생상품과 복합상품이 많이 생기고, 조세도피처나 역외자본 같은 게 생겨서 사실 지금 아무도 어떤 회사의 부실이 어떤 규모인지 알 수 없거든요. 본격적으로 터진 건 2007년 여름이지만 2006년 말에 처음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가 제기됐을 때 미국 정부는 부실규모가 500~1000억 불이니까 금방 해결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난 몇 달간 미국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만도 직접적으로 투입한 게 5000억, 간접적으로 시장에 유동성 푼다고 투입한 게 4000억 정도 돼서 총 9000억불 정도를 투입했어요. 처음엔 500~1000억 불을 얘기했는데, 그러니까 아무도 정확히 규모도 모르고 어디에 악성부채들이 숨어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루비니 교수의 "헤지펀드 수백 개가 떼도산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맞을 수도 있고요.
이런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은 기본적으로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금융규제완화와 자유화에서 문제를 찾아야죠. 금융이 고삐가 풀리면서 지금 금융기관이 하는 많은 부분의 일들이 실물경제와는 상관없이 금융자산 가지고 먹고사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다보니까 점점 실물과 금융이 괴리가 생기면서 자꾸 거품이 생기는 거죠. 미국도 90년대 후반에 닷컴 붐부터 시작해서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는데 그게 처음에 주식시장 나스닥에 끼었다가 빠진다고 하니까 경기 살린다고 이자율 내려서 그게 주택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말하자면 거품을 계속 돌려막기를 한 거거든요.
신자유주의가 가장 자랑했던 게 특히 금융 부분에서 규제를 완화해서 자본이 제일 수익성이 높은 데 왔다갔다하게 해야 경제가 잘된다고 주장했는데 그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거죠.
정부가 수출이 안 돼서 내수가 상대적으로 좋아지면 그게 좋은 거라고 하는 건 완전히 억지소리라고 보는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걱정하면 '세계화 시대에 촌스러운 소리 하지 말라'고 하던 분들이 이제 와서 언제부터 자기들이 내수 걱정했다고, 그것도 절대적으로 내수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수출이 찌그러지니까 상대적으로 좋아지는 건데 그런 식으로 해서 내수 비중이 올라가는 게 좋은 거라고 말하는 건 상황이 변하는 데 따라서 말을 바꾸는 거죠.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금융허브니 금융중심지니 하면서 계속적으로 우리 정부가 금융자유화와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노선을 추구해왔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계기로 해서 그런 노선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그걸 지지하는 분들도 지금 그렇게 엄청난 문제점이 드러난 모델을 왜 우리가 뒷북치면서 쫓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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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감독 강화 ‘칼 빼든 미 정부’ (한겨레, 황보연 기자, 2008-09-21 오후 09:33:47)
‘주식 공매도’ 단속 강화등 적극 개입 나서
폴슨 재무 “금융기관 부실채권 제거 필요”
미국 정부는 ‘공매도’(short-selling)에 대해 규제의 칼날을 세울 방침이다. 올 초부터 월가에선 시세차익을 노리는 공매자들이 악성 루머를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매자들에 대한 단속을 위해 18일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전담 기구의 설립도 빠르게 검토되고 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이날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들과 모임을 한 뒤, “미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한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구 설립엔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말 동안 의회 지도자들과 이 계획에 합의하기 위한 작업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전문방송 <시엔비시>(CNBC)는 당국의 구상이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위기 때 파산 기업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정리신탁공사’(RTC)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 전했다. 정리신탁공사는 금융기관 복구개혁법(FIRREA)에 따라 1989년 설치된 뒤, 95년 해산할 때까지 4천억달러를 들여 747개 기관의 부실채권을 해소했다. 설립 당시 정리신탁공사는 7천명의 직원을 둔 세계 최대 금융기관이었다.
19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한 대국민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우리는 전례없는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수천억 달러의 공적자금이 다시 투입돼야 하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조처를 미국 정부가 강요하고 있다”며 회의적 시각도 적잖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20여년 전 방식으로 한층 복잡해진 금융시장의 위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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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 “시장 규제 강화, 돌이킬수 없는 추세” (한겨레, 박민희 기자, 2008-09-21 오후 11:30:57)
에이아이지(AIG)에 구제금융을 투입한 뒤에도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버냉키 의장은 정부가 전면적으로 나서야만 할 때라고 폴슨 장관을 설득했다. 19일 미국 정부는 결국 부실채권 처리기구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미국 경제를 이끄는 두 사람이 ‘작은 정부, 큰 시장’ 원칙에 매달려온 공화당의 원칙을 깨고 ‘시장의 실패, 국가의 귀환’을 공식 선언한 주역이 된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21일, 미국 경제 수장인 버냉키와 폴슨이 지난주 하루 여덟아홉번씩 전화통화를 해가며 씨름한 끝에 어떻게 정부의 개입을 죄악시해온 오랜 도그마를 깨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 개입에 나서게 됐는지, 그 지난한 과정을 자세하게 전했다.
<블룸버그 뉴스>는 19일 전세계 증시는 회복됐으나 미국 금융시장에는 영원한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좌파는 물론 우파 유럽인들도 미국 금융위기를 “시스템 붕괴”로 규정하고, 규제당국의 ‘어리석은 태만’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일 ‘미국의 자본주의가 새로운 항로로 나아간다’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지난 일주일은 미국 자본주의 발전의 ‘결정적 전환점’이라며, 대공황 이후 최악인 ‘검은 9월’의 금융위기가 정부로 하여금 가장 강력한 시장개입에 나서도록 재촉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익과 손실을 내도록 하는 것이 번영의 지름길이라는 믿음, 시장이 과열됐을 때는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는 희망, 정부는 게임의 규칙만 정하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의 원칙이 이제 모두 폐기됐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대공황 때보다 훨씬 신속하게 대처에 나섰다. 리처드 실러 뉴욕대 교수는 이 신문에 “지난 20년간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젯거리’라는 레이건 행정부의 구호가 시장을 지배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시장이 문제이고 정부는 해결책’이라고 말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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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놓고 돈 먹는 금융의 파산” (한겨레21 2008.09.26 제728호, 임주환 기자)
연쇄 인터뷰 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1980년대 이전 실행해본 대안으로 돌아가야”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형 금융자본주의가 파탄을 맞을 확률은 높다. 그러나 크게 망하더라도 그 체제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질질 끌고 갈 수 있다.
=지금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하는 방식은 예컨대 한국이 외환위기 때 취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이런 게 바로 ‘사다리 걷어차기’다. 미국은 문제가 터지면 대부분 정부가 개입해왔으면서, 한국이나 제3세계에 대해선 그걸 못하게 막는다. 1980~9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저축대부조합 파산사태 때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공적자금을 은행과 금융기관에 부어넣었다.
=간단히 얘기하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는 ‘돈 놓고 돈 먹기’다. 실물경제와 관련 없이 금융이 돌아가는 것이다. 19세기 말 투자은행이 생겼을 때 이들은 일종의 벤처캐피털 회사였다. 100만달러를 투자할 테니 지분 30%를 달라 하고, 그 회사가 상장하면 지분을 팔아서 몇천만달러를 챙기는 게 주업무였다. 그런 기능을 하던 투자은행들이 인수·합병을 중개하는 것, 즉 장기적으로 기업을 키우는 게 아니라 단기적으로 비슷한 것들을 합치고 직원을 해고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그래서 이윤을 올리면 성과를 챙기고, 금융공학으로 투명성 없는 복합상품을 만들어 파는 존재로 바뀌었다. 또 보험은 원래 목적이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건데, AIG는 위험성 노출이 잘 안 되는 복잡한 금융거래를 보험해주다 당한 거다. 실물과 상호보완적인 금융이 아니라, 자기 증식 논리를 갖고 돌아가는 게 지금 미국·영국의 금융이다. 이건 틀렸다. 옛날처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금융허브론, 이명박 정부의 금융중심지론은 재검토돼야 한다. 금융자본의 중심지에서 그것의 꽃이라고 불리던 투자은행 모델이 붕괴됐는데, 그걸 계속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국내에서 여전히 그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하나는 상황 파악을 잘 못하는 거고, 또 하나는 나라는 망해도 자기는 이익을 보니까 그러는 거다. 산업은행 총재의 (리먼브러더스) 스톡옵션 보유 사례를 보자. 그런 식으로 항상 자기 이익이 관련된 사람이 있고 이들은 자기만 잘되는 일을 할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요즘 미국=신자유주의’라는 공식을 무조건 옳다고 철통같이 믿으니까 문제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 규제도 잘 안 되는 파생상품을 만들고, 역외 조세 도피처를 만들어 투명성도 없고 규제도 안 되게 만들지 않는가. 과거 소버린이 SK 경영권을 위협할 때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뜯어고쳐야 한다고 떠들었으면서 자기들은 이사회 구성도 밝히지 않았다.
=대공황이 났을 때 미국은 이른바 뉴딜 자본주의를 했고, 스웨덴은 조합주의를 했고, 독일·이탈리아는 파시즘을 택하며 다른 식으로 반응했다. 이번 사태가 계기가 돼서 금융을 억제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약한 사람들, 서민들을 더 몰아붙이는 식으로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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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돌출 발언’에 금융당국 당혹 (경향, 박병률기자, 2008년 09월 22일 02:50:55)
“보수적 금융감독 위기에 강해” → 정부 기조와 상반
“외환은행, 정부가 실기한 측면” → 책임론 부를 수도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긴급소집된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국회에 제출된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 규제개혁 법안들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당정간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하루 전에는 금융규제 완화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금융감독 체계가 다 갖춰져 위기 때는 우리의 보수적인 감독체계가 피해를 적게 하는 면도 있다. 미국은 (금융감독 영역이) 민간이니까 미리 대비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금융 규제완화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 대통령은 “(HSBC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협상이 결렬된 것은) 정부가 신속한 결정을 하지 못해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데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어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우리 금융당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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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세계금융 한국시장의 앞날 (중)] 우리 금융시스템의 갈 길 (서울, 김태균 이영표기자, 2008-09-22 4면)
[미국發 금융위기 수습되나] “투명한 리스크관리 바탕 금융선진화 필요”
우리 금융시스템이 대전환을 맞은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대표되는 외환위기였다. IMF는 빠르게 미국식 개방 금융경제를 요구했고 우리나라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당시로서는 IMF의 요구를 거부할 상황도 아니었지만 금융 선진화라는 목표에 가려 미국식 제도는 외환시장·주식시장 개방 등의 형태로 거침없이 국내에 수용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는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에 기반한 상업은행 모델은 후진적이고 IB는 선진적인 것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특히 내년 2월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은 대형 IB의 탄생을 가능케 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금융선진화 정책의 결정판에 해당한다. 권역별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금융상품의 취급을 허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 금융쇼크를 계기로 우리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진행돼온 큰 틀의 방향을 부정하기보다는 리스크(위험) 관리 등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이 많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방향은 맞았으나 구체적인 실행능력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바른 금융시스템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책 추진의 투명성, 공정성과 시장의 신뢰가 생명이지만 우리는 관치 금융이 개입했고 정실 인사가 판을 쳤다.”고 비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통상 미국·영국은 투자은행, 독일·일본은 상업은행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한쪽이 약한 나라들은 없다.”면서 “형식적인 논리 싸움보다는 개방적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투명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IB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데 시장 메커니즘이 항상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IB가 금융 선진화의 유일한 길은 아니며 미국이나 영국 이외의 다른 선진국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을 발전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해 우리에게 맞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해외 의존도는 70%가 넘지만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은 전체의 2.3%에 불과할 정도로 실물과 금융간 격차가 크다.”면서 “지금까지는 금융이 실물의 보조적인 역할밖에 못했지만 앞으로는 금융 자체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존의 금융선진화 제도들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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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미 위기 보고도 금융규제 허물기 ‘잰걸음’ (한겨레, 정남기 선임기자, 2008-09-22 오전 09:52:03)
산은 투자은행화·금산분리 완화 강행
미국은 금융 규제 강화로 긴급 ‘유턴’
전문가 “안전성이 먼저…재검토 해야”
섣부른 규제완화는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금융시스템 안전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관련 법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몇몇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현행 금융감독 시스템을 재검토하는 연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연태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금융회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이해상충을 막는 등 우선 위기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규제 완화는 이와 병행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재벌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거나 대주주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공정한 경쟁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것은 물론 위기가 닥쳤을 때 금융과 실물 경제가 함께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미국에선 금융위기 확산 경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마당인데, 감독 시스템이 훨씬 취약한 우리는 정작 거꾸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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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부시에 반기 드나? "나홀로 규제완화" (프레시안, 전홍기혜/기자, 2008-09-22 오전 11:06:56)
MB정부 "산업은행 민영화, 자통법 계획대로 추진"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 완화, 금융공기업 민영화, 파생상품 거래 활성화 등 금융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금융선진화' 방안을 계속 밀어붙일 태세다. 같은 우파 정부라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와 달리 부시 정부와 정책 기조를 공유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던 이명박 정부가 어찌보면 부시 정부의 '금융안정화'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포기한 '규제 완화 노선'을 여전히 맹신하고 있는 'MB노믹스'는 이런 점에서 "경제학이 아니라 신학"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에서 "규제개혁을 통해 금융산업 내 경쟁과 자율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자본시장통합법도 경쟁을 통해 금융투자업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는 만큼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산업은행 민영화를 통해 기업.투자금융 중심의 선도은행 위상을 마련함은 물론 금융산업의 재편을 촉진할 것"이라며 "10월 중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산은지주회사와 한국개발펀드(KDF) 설립을 위한 실무 작업도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 금융위기를 가져온 것이 CDO(부채담보증권) 등 과도한 파생상품 거래였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적절한 규제나 감독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활성화시키겠다 뜻을 밝히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합성 CDO 발행 등 자산유동화증권(ABS)를 활성화하기 위한 자산유동화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전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 선진화에 대한 반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처해 있는 금융상황은 전세계적인 호황 속에 누적된 과거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전세계적인 재조정 국면”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신자유주의 혹은 금융자본주의의 종말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모든 자동차 사고를 엔진(신자유주의) 결함으로 속단할 수 없다"고 미국식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변하지 않는 '믿음'을 표출했다.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 추진은 민영화와는 무관한 것 아닌가. 민영화되지 않은 정책금융도 가능한 상태의 산업은행이 한국경제를 흔들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했다는 것인 사실 아닌가 하는 점이다. 민영화되어 IB가 된 후의 문제는 리먼브라더스 인수 추진과는 무관하다고 본다. 실제 전 위원장은 리먼브라더스 인수 추진에 신중할 것을 요청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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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신자유주의] ③ 실패쫓는 ‘탈규제 만능론’ (내일, 박준규 김선일 기자, 2008-09-22 오후 12:31:42)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금산분리 완화하면 금융-산업 부실 전염 불가피
미국식 ‘자통법’ 독 될수도 … 금융위 감독 한계
미국 정부가 금융시장에서 ‘작은 정부론’을 포기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2조달러 가까이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공매도 제한 등 규제 강화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30년간의 신자유주의 실험을 접은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산분리 완화, 주요 정부소유 은행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미국 투자은행을 모델로 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5개월도 채 남겨놓고 있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탈규제와 민영화로 대변되는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78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항공규제철폐법에 서명한 이후 미국의 정책기조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국가의 귀환’이라는 기사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 키워드인 민영화·자유화ㆍ탈규제가 사라질 위기라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 역시 규제 강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적절한 규제가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며 종전 주장을 바꿨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론에 집착해 금융 규제를 잇달아 풀거나 풀려고 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의 정부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주의논리에 맡기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풀어야 할 규제와 그렇지 않을 규제를 구분해야 하며 규제 완화를 절대 선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의 의결권범위를 확대하고 연기금이나 PEF를 통한 은행지배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방식의 지배구조는 금융위기가 산업위기, 즉 실물위기로 곧바로 전염되거나 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옮겨갈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발전을 위해 금융자회사를 활용할 여지를 확대, 금융과 산업이 얽히는 구조로 왜곡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중소기업은행 등 정부소유 은행의 민영화와 투자은행화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든 정부소유 은행의 민영화로 시장실패 등 위기상황에서 충격을 흡수하고 중소기업 지원 등 정부 정책을 수행할 수단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내년 2월 시행하는 자본시장통합법도 우려를 낳고있다.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외치며 재정부 중심으로 만들어낸 자본시장통합법은 미국 투자은행을 모델로 삼고 있다. 특히 금융투자업을 허용해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완화한 금융위가 향후 커다란 잠재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센터소장(한성대교수)은 “정책과 감독을 동시에 하는 ‘기형적 구조’인 금융위는 이명박정부의 ‘규제완화’정책에 눌려 감독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투자업에 대해서도 은행과 같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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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신자유주의]금융위기로 기축통화 달러 ‘휘청’ (내일, 김선일 기자, 2008-09-22 오후 1:04:23)
미 공적자금 투입‘쌍둥이적자’확대
자금이탈, 유로·위안화 가치 상승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미 금융시장에 400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과 8000억달러의 이라크 참전비용 지출, 감내할 수 있는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인해 미국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체제가 위험한 상황이다. 경상수지 적자 보전을 위해 당분간 달러화 가치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달러 약세는 달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세계 각국이 다른 통화(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은 올 상반기 월 평균 223억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매입했으나 지난 7월에는 182억달러어치만 매입, 매입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 국채 매입을 더욱 꺼릴 것으로 보인다. 주식에서도 6월 18억달러에서 7월 58억달러로 순유출 규모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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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는 돈잔치, 납세자들은 빚잔치' (프레시안, 이대희/기자, 2008-09-22 오후 3:53:19)
'자본가의 천국' 미국의 공적자금 투입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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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투자은행시대’ 막 내리다 (한겨레, 류이근 기자, 2008-09-22 오후 07:42:59)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마저 은행지주회사로 전환
“금융시장 안정화”…75년만에 상업-투자은행 결합
“대공황 이후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큰 구조적 변화!” <에이피>(AP) 통신이 22일 미 5대 투자은행 가운데 월가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해 상업은행 업무를 취급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규정한 의미이다.
두 순수 투자은행이 문을 닫게 된 것은 세계 금융시장에 두 가지 커다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바로 정부 규제 확대와 금융시장의 안정성 강화 흐름이다. 일반은행들과 달리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상대적으로 덜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아왔다. 이제 두 은행은 은행지주회사가 되면서 엄격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감독과 규제 아래 놓인다. 일반 예·적금 등을 함께 취급하는 탓에 고객보호가 더욱 강화된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델인 투자은행이 보험이 든 안전한 예금을 지닌 금융기관과 합병을 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제 월스트리트는 상업은행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1933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미국은 금융시장의 안정화 조처로 ‘글래스-스티갈’ 법안을 제정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업무를 나눴다. 그러나 75년만에 같은 이유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결합된 모델을 다시 허용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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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균형감 갖고 봐야 (한겨레,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2008-09-22 오후 07:51:35)
이번 사태의 교훈은 명백하다. 부동산 거품은 언젠가 터진다는 상식을 다시 확인해 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는 실제로는 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라 경제를 파탄의 길로 이끌고 있다. 주택시장은 그동안 끼어 있던 거품이 조금씩 꺼져가는 중이다. 거품이 꺼지면서 우리 경제와 이해당사자들에 고통을 주고 있다. 지금은 그 고통을 참으며 거품이 가라앉길 기다려야 할 때다.
미국 금융위기가 시장의 실패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제 모든 것을 국가 규제로 묶을 것인가? 시장의 어떤 부분이 고장 났는지, 그리고 그것을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면밀히 검토한 뒤 시장의 작동 시스템을 수정·보완할 것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제도 중 시장만큼 효율적인 게 없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것을 시장 논리에 내맡기는 시장만능주의로는 시장 자체가 붕괴된다는 건 분명해졌다.
시장 논리에 맡기면 원천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경우는 당연히 국가 역할이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사회적 약자 보호나 공공성이 유지돼야 할 부문 등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국가 개입보다는 시장에 맡길 경우 훨씬 효율적인 분야에서 일시적으로 시장 기능이 망가졌을 때, 국가의 개입은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의 경우, 국가의 개입 강화는 또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명박 정부다. 더 깊이 들어가면 실질적으로 국가 개입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현 경제팀들이다. 이들에게 우리 경제에 좀더 개입해 달라고 요구한다? 끔찍한 일 아닌가?
우리와 미국은 금융시장의 규모나 행태, 그리고 규제 수준에서 천양지차다. 미국 금융시장이 왜 무너졌는지 그 원인을 따져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특히 미국 투자은행의 몰락은 산업은행 민영화를 통해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하려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의미와 그것이 주는 교훈은 되새기되, 긴 흐름 속에서 너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시장이야, 바보야! (한국, 이유식 논설위원, 2008/09/23 02:39:42)
지난 7월말 보수 성향의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눈에 띄는 기사를 하나 내놓았다. 2006년 미국의 국민총소득에서 상위 1% 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2%로, 같은 기준의 통계가 작성된 1988년 이래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같은 통계가 없어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 같은 1%의 소득비중은 1929년 이후 가장 높을 것이라고 신문은 추정했다. 이 신문은 또 상위 1% 부자들의 2006년 평균 세율은 22.8%로 5년 연속 하락했다며 미국사회가 갈수록 1%를 위한 나라로 흘러간다고 우려했다.
1930년대 뉴딜로 명명된 자유주의적 개혁으로 크게 개선된 미국의 소득 재분배가 개방과 세계화로 무장한 '신자유주의 30년 통치' 동안 어떻게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실증 분석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미래를 말하다(원제 The Consience of A Liberal)>라는 책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2005년 국민총소득에서 상위 1%와 10%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7%와 44%를 넘어 정확하게 1920년대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책에서 그는 지난 30년 뉴욕 월가가 전 세계에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점(Government is the problem, not the solution)"이라는 신자유주의 교리를 전파하며 얼마나 탐욕스런 성장과 그들만의 세상을 만끽해왔음을 까발긴다.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를 사상적 원류로, 규제 완화와 감세를 정책적 무기로 삼은 이 교리는 때마침 고안된 첨단 금융공학의 도움을 받아 전 세계에 위세를 떨쳤다. 시장을 키우고 거품을 만들며 그들이 창출하는 거대한 수익의 축복을 어느 누구도 거부하기 쉽지 않았고 '규제완화=성장'의 등식은 철옹성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는 신기루같은 월가식 금융자본주의의 몰락을 오래 전 예견한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말 방한해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것은 지속할 수 없다"는 선문답 같은 말을 던졌다. 당시 그는 대표적 사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몰고 올 재앙을 거론하며 주택시장의 과열과 금융자본의 탐욕을 방치 혹은 조장한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을 맹비난했다.
이들의 카산드라적 예언대로, 결코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엉클 톰 제국'의 영광은 자신들이 만든, 전염성 높은 내부의 바이러스에 의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그토록 신봉하던 시장이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자 월가는 2008년 9월19일 "문제는 시장이고 정부가 해결책"이라는 이교(異敎)로 재빠르게 개종했다. 세계의 유수 언론들이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고한 결정적 전환(decisive turn)'이라고 평한 미 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은 시스템 안정을 위한 대규모 국가개입이라는 점에서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부시판 뉴딜'이라고 불릴 만도 하다.
아이러니는 부시 행정부가 자가당착적인 조치를 "납세자인 미국인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포장한 점이다. 단기 수익에 어두워 시장을 뒤엎어 놓고도 유유히 '황금낙하산'을 타고 떠난 신자유주의의 사생아들의 패륜적 행태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혹자는 이번 금융위기로 시장규제와 감독이 대폭 강화돼 세계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월가의 도덕적 해이를 사면한 이번 조치는 결국 '1%의 승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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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세계금융-한국시장의 앞날] 따로 노는 경제부처 금융불안 더 키웠다 (서울, 문소영기자, 2008-09-23 4면)
(하) 정부 금융감독체계 개편해야
미국발 ‘금융공황’에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금융정책의 분리를 꼽는다. 이명박 정부는 재정부의 국내 금융파트를 떼어내 금융위원회로 넘겼다. 금융위가 국내 금융기관 및 금융정책 전반을 책임지도록 하고 재정부는 환율과 외환 등 국제금융만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서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을 정책적으로 따로 관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9월 위기설’로 국내 주식·채권·외환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댔지만 알고보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도화선이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나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추진 문제도 국내적이면서도 국제적인 금융 현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두(二頭)마차처럼 정책이 분리되다 보니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정보력과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청와대 내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국내외 금융 분리 6개월만에 “다시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금융위의 금감원에 대한 지휘·감독권 약화도 도마에 오른다. 과거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할 때와 달리 금감원이 과거 10년처럼 ‘빠릿빠릿하게’ 호흡을 맞추지 못한다고 금융위측은 비판한다. 위상이 추락한 금감원은 ‘재주는 곰(금감원)이 넘고, 이익은 상인(금융위)이 본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여기에다 금융위는 강남에, 금감원은 여의도에 서로 떨어져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금융을 금융위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여의도로 돌아가 금감원을 지휘·감독하도록 하는 등 금융감독 체계를 다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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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신자유주의 딜레마 (경향, 김정선기자, 2008년 09월 23일 05:18:10)
포기하자니… 정권기반 흔들 밀어붙이자니… 여론 역풍
美 금융위기로 규제 완화 · 민영화 등 MB노믹스 ‘암초’
일단 “차질없이 추진” 마땅한 묘안없어 속도조절 고심
미국발 금융위기는 ‘기업’ ‘자율’ ‘시장 중심’ ‘정부 개입 최소화’ 등을 뼈대로 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기치를 내걸고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이명박 정부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의 결정판이라 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양국 의회 통과를 위해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한 터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 금융위기는 작은 정부, 큰 시장정책을 추구해 온 신자유주의 붕괴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원내대표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 선진화 등 ‘MB노믹스’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온 ‘신자유주의의 종언’”이라는 격한 표현으로 가세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개혁 과제’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공언하는 것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이날 자본시장통합법을 비롯한 금융규제 개혁과 산업은행 민영화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금산분리 완화 등 금융규제 개혁법안 처리를 강조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적지않다. 신자유주의를 부정하자니 정권의 골간이 무너지고, 계속 밀어붙이자니 여론의 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통합 문제가 해결이 안돼서”라고 설명했지만, 24일 발표 예정이었던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1주일가량 연기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발표 강행 시 뒤따를 비판과 반발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선 ‘속도 조절론’도 나오고 있다. 규제완화, 민영화 등 정부의 ‘개혁’ 추진 입장은 분명히하되 세부적인 부분을 점검하고, 시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한·미 FTA는 금융 영역이 아닌 실물 경제의 영역인 만큼 ‘신자유주의 문제=한·미 FTA 문제’라는 등식을 깨기 위해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할 가능성이 높고, 그 여론을 막을 효과적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기는 결국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텐데 정부의 개혁정책이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추진될지 내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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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받지 않는 자본’이 ‘시장 불안정’ 키웠다 (한겨레, 정남기 선임기자, 2008-09-23 오후 02:36:15)
[시장신화의 몰락] ① 전환점에 선 신자유주의
과도한 금융자본 팽창, 과잉 유동성 위기 초래
규제 완화 통한 ‘작은 정부 큰 시장’ 제동 걸려
시장의 후퇴와 국가의 등장이 경제시스템의 지형을 어디까지 변화시킬지는 알 수 없다. 20세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 왔지만, 지금 전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하나로 통합된 상황이다. 과거와 같은 정부 주도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시장과 국가는 각각 실패를 반복하면서 서로 주도권을 내주며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왔다.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시장경제의 귀환은 자본의 배분을 담당하는 금융까지 시장원리에 내맡기면서 과도한 금융자본의 팽창을 가져왔다. 이는 과잉 유동성과 거대한 부동산 거품을 불러왔고, 금융위기의 씨앗을 잉태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학술세미나에서 이를 ‘신금융자본주의’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세계 금융자산의 규모는 1980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9%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317%로 급증했다. 미국은 400%가 넘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금융자본이 팽창하면서 통제받지 않는 자본의 이동과 증식으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 요인이 잠복해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금융위기를 파생상품 등에 대한 감독 부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오히려 과잉 유동성과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거품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 밑바닥에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비대해진 금융자본이 존재한다. 미시적인 금융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자체의 위기라는 얘기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적절한 정부 개입을 통한 시장설계가 필요하다”며 “그런 장치가 마련돼야 시장경제가 더욱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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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고수익 ‘유혹’…제조업체마저 ‘금융화’ (한겨레, 최우성기자, 2008-09-24 오후 09:22:39)
[시장신화의 몰락] ② ‘머니게임’의 함정
첨단 금융공학으로 무장한 투자은행들이 앞장서 멍석을 깔자, 뒤이어 증권·보험은 물론 각종 연기금 등 ‘주연급 조연’들도 고수익의 유혹에 사로잡혀 속속 게임판에 뛰어들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투자은행 중심의 금융자본주의 질서는 새 수익모델을 좇아 각종 금융규제를 피할 묘수를 찾던 일반 금융기관의 이해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규제·감독 기능 자체가 더욱 빠르게 무력화하는 상승작용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조복현 한밭대 교수(경제학)는 “어느덧 일반기업들마저 수익을 거두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는 설비투자보다는 단기 금융거래에 나설 유인이 커졌다”며, “제조업체의 순익 가운데 금융거래 차익 등의 비중이 높아지는 ‘금융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쇼크는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데다 금융당국도 건전성 감독을 느슨하게 해서 생긴 문제”라며 “투자은행 육성은 자본시장 발전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 말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감독 기능은 강화하되, 규제 완화나 투자은행 육성 자체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규제완화를 재고하라는 얘기가 모든 금융혁신에 반대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문제는 현 정부가 ‘시스템 리스크’가 있는 금융 부문의 관리·감독 질을 높이려는 모습이 안보인다는 데 있다. 금산분리 완화 등의 규제완화 조처는 오히려 리스크를 더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삐풀린 금융자본주의에 숨겨진 위험(리스크)는 분명하다. 최근 사태의 뇌관 구실을 한 파생금융상품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형 투자꾼들이 벌이는 머니게임 속에서 위험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떠넘겨질 뿐이다. 그 위험이란 한순간에 경제시스템을 무너뜨리는 ‘폭탄’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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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자본이동’ 20년만에 폐기 직면 (한겨레, 류이근 이정애 기자, 2008-09-24 오후 10:06:44)
미, 파생상품 규제 강화…유럽의회 “헤지펀드 등록강제” 촉구
‘워싱턴 컨센서스’가 개혁안으로 제시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겨온 신자유주의의 공식들이 월가의 금융위기 앞에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규제받지 않는 자본의 방종이 부른 재앙을 보고, 세계 각국은 앞다퉈 신자유주의에 대한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월가가 위치한 미 뉴욕주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62조2천억달러(약 6경2200조원)에 달하는 신용디폴트스왑(CDS·채권 발행자의 부도 위험을 바탕으로 설계된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에 22일 나섰다. 연준은 ‘중앙 파생상품부’를 창설해 신용디폴트스왑 등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중이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파생상품 거래 신고제를 도입해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영국과 미국이 18일 투기적 금융자본의 수단으로 활용된 공매도를 금지한 데 이어,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독일·프랑스·대만 등 세계 각국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내걸며 공매도 금지에 속속 동참했다.
신자유주의를 급속히 ‘세계화’ 시키는 데 일등공신 노릇을 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본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선물 거래에 대한 규제가 덜한 런던의 대륙간거래소(ICE)와 정보 교환 협정을 지난 6월 체결했다. 대륙간거래소를 활용해 미국산 원유 선물거래를 하는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독일은 최근 해외 거대자본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제한했다. 자본의 자유로운 월경을 자국 기업 보호와 시장 안정이란 명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국제통화기금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위협에 대처하는 쪽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유럽의회도 이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등록 의무화와 지분 공시 등을 강제하는 법규를 제정하도록 유럽연합 집행위에 촉구했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23일 “(큰 정부라는 도그마가 틀렸듯이) 자유시장의 힘에 맡기자는 도그마도 틀린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모든 거래의 투명성과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원칙 등에 따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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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력+금융엘리트+금융관료'의 합작품 (프레시안, 전창환/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2008-09-24 오전 10:25:28)
[창비주간논평] 미국발 금융위기,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과연 써브프라임 위기가 두 거대 투자은행의 매각과 파산 그리고 부시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수습되어, 많은 시장관계자들의 말대로 금융시장의 신뢰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을까? 문제는 써브프라임 위기가 두 거대은행의 파산으로 일단락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7천억달러의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금융기관의 추가파산을 막기에 충분한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이번 위기의 뇌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금융기관의 신용파생상품(CDO와 CDS)의 평가손이 두 은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씨티그룹, BoA(Bank of America), UBS, 모건스탠리 등 주요 거대 금융기관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평가손이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먼싹스만이 예외적으로 사전에 리스크를 최대한 제어함으로써 여기에서 비켜날 수 있었다.
써브프라임 위기의 발단은 주택융자를 받은 비우량 주택구입자들이 주택가격 하락과 금리인상으로 제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데 있다. 2008년 5월에는 원리금 상환이 계속 지연되어 발생한 주택압류가 26만건에 달했다. 이는 최근 주택차압 건수가 전후 최고 속도로 급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심각한 상황이라 하겠다. 이를 계기로 주택융자의 제공자인 상업은행과 저축기관, 주택융자 전문회사 그리고 주택 구입자와 주택융자 전문회사를 중개하는 주택융자 브로커들이 동시에 부실과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주택금융 위기가 주택금융의 부실로만 그치지 않았다.
한편 메릴린치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의 투자은행들과 씨티그룹, BoA 등 거대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자회사들은 주택융자 전문회사나 저축금융기관, 상업은행 등으로부터 주택융자를 사들여 그것을 새로운 증권인 MBS(자산담보부증권)로 전환시켰다. 이것이 바로 투자은행의 파산을 몰고 온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증권화(securitization)이다. 써브프라임 위기의 주범이자 두 거대 투자은행의 몰락을 초래한 가장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2차 증권화과정에서 새롭게 발행된 CDO(채무담보증권)의 부실이다. 투자은행들은 CDO를 발행·매각할 때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서로 앞다투어 CDO 발행과 인수·판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투자은행 입장에서 CDO가 고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최고 신용등급을 받을 필요가 있었고, 이에 신용평가회사의 CDO 평가는 상대적으로 아주 관대했다. CDO 발행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신용평가회사의 수수료 수입도 덩달아 늘어났다. 문제는 증권화가 2차 증권화(CDO의 발행)에 그치지 않고 투자은행이 이 CDO를 다른 자산담보부증권과 섞어 제3차 증권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여러차례의 증권화과정을 통해 원자산인 써브프라임론의 리스크가 은폐되고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고수익 추구는 필연적으로 높은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다. 투자은행들은 CDO 같은 고위험 증권화상품의 리스크를 헤지(hedge)하기 위해 금융보증보험회사를 상대로 CDS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은행이 보증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내면, CDO에 디폴트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보증보험회사가 원리금의 지불을 보증한다. CDO의 원자산인 써브프라임론에서 부실이 발생하여 디폴트가 발생하면, 금융보증보험회사의 원리금지불 보증금액이 증가하여 결국 금융보증보험회사의 부실이 늘어났다.
금융보증보험회사의 부실은 여러가지 연쇄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 우선 보증보험회사의 보증능력에 대한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보증보험회사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기 시작했다. 실제 2007년 이후 앰백(Ambac), MBIA 등 주요 보증보험회사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향조정되었다. 마침내 모노라인이라는 보증보험회사는 파산에 이르렀다.
보증보험회사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됨에 따라, 보증보험회사와 계약했던 CDS 계약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그것이 결국에 가서는 손실로 계상되었다. 이것이 바로 CDS의 평가손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아직도 주요 금융기관들에서 CDS 같은 신용파생상품의 평가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추가부실과 도산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이 지난 30여년 동안 줄기차게 추구해온 것은 증권시장(주식, 채권, 파생금융상품)에서의 금융적 축적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였다. 20세기초 미국의 금융자본주의가 20년대말∼30년대초 대공황 그리고 이에 대한 불완전한 제어인 뉴딜금융규제로 귀결되었다면, 신유주의적 세계화=금융화=미국화로 포장된 21세기초 금융자본주의와 금융화의 위기는 금융이 월스트리트의 금융권력과 금융엘리뜨들 그리고 이들을 든든하게 후원하는 금융관료의 전유물로 전락하여 사회적으로 제어되지 못할 때, 얼마나 심각한 파국적 위험이 초래될 수 있을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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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투자은행이 발전모델인가 (한겨레, 김경락 기자, 2008-09-24 오후 09:18:44)
“증권·은행업 겸업화는세계 금융산업 트랜드” 윤만호 산은 부행장
윤만호 산업은행 아이비(IB)담당 부행장은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투자은행은 증권계가 아닌 은행계 투자은행이다. 은행계 투자은행들도 서브프라임 사태에 노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파산했거나 매각된 메릴린치·리만브러더스·베어스턴스 등은 하나같이 증권계 투자은행 아니냐.” 도매금으로 모든 투자은행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윤 부행장은 “은행계 투자은행은 독자적인 예금 기반과 사업부문의 다각화로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잘 견뎌낼 수 있었다”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도 오랜 은행업의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증권계 투자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낫다. 여전히 우리가 배워야 할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체 수신에서 예금 비중이 18%에 불과한 산은이 수년내 40%까지 예금 비중을 늘릴 계획을 세운 것도 은행계 투자은행으로의 성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 1933년 제정된 글래스-스티걸법(증권업과 은행업의 분리원칙을 규정한 법)이 지난 99년에 폐기된 이후 상업은행이었던 씨티은행이나 유비에스, 체이스뱅크 등이 증권사 인수를 통해 세계적 (은행계)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며 “전세계 금융산업이 증권과 은행의 겸업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의 몰락이 아닌 어디까지나 ‘증권계 투자은행’의 몰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불도저식 올인은 곤란 건전성 규제강화 필요” 전성인 홍익대 교수
“미국·영국·스위스 같은 일부 국가, 그것도 유태계 자본이 주도하는 시장에서나 통하는 투자금융 분야보다는 지금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일반 은행업 등)를 더 잘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그는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투자은행업을 법으로 막기는 어렵다”면서도 “산업은행 일부 기능과 대우증권을 합쳐 투자은행으로 만든다는 정부 방안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교수는 투자은행 육성에 앞서 건전성 규제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과 달리 우리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증권 분야의 투자자 보호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 수신을 전제로 한 예금처럼 원금을 보장을 해줄 수는 없지만, 잘못된 권유에 의한 상품 판매(불완전 판매)나 사기 행위 같은 것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전 교수는 “미국은 증권업에 대한 규제 강화 쪽으로 금융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바로 그 점을 본받아야 한다”며 “정부가 금융 개혁을 한다며 뜬금없이 금산분리 완화안을 내놓고, 한편으론 관치금융이 필요한 듯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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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위기에 MB노믹스 밀어붙이기 (내일, 고병수 기자, 2008-09-24 오후 12:20:02)
보수진영 결집 “신뢰회복 위해 규제완화·공기업개혁 감세해야”
청와대 “금융선진화 계속추진” 금융당국 “신자유주의 종말 아니다”
23일 정부와 관련학계 등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정부정책 기조 변화를 촉구하는 진보진영에 맞서 보수진영들이 맞대응에 나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보수진영들이 금융위기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주최한 ‘공기업 개혁 심포지엄’에서 “이명박정부 초기의 정책은 방향성도 철학도 분명하지 않았고 정책 실패는 필연적이었다”면서도“이 대통령이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름대로 신뢰를 줄 수 있었던 것은 시장주의 원칙을 분명히 해 정책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불식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어 “공기업 개혁, 규제완화, 감세정책 등 민간 자율을 신장시키고 시장영역을 넓히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도 이날 ‘미국발 금융쇼크’ 이후 일각에서 새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기조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 미국 투자은행(IB)의 파산과는 별개로 금융선진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신자유주의의 파탄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며 “사후규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미국도 이에 대한 보정작업을 하겠지만 교각살우는 세계적 추세와 다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미국의 문제는 금융감독의 건정성 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지만 우리의 금융규제완화정책은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진출에 벽이 되고 있는 규제를 터준다는 의미”라며 이 같은 입장을 거들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 역시 간부회의에서 “미국 신용위기 여파로 부각되는 새정부 금융정책 기조에 대한 일부 회의적 시각에 대해 치밀하고 적극적인 논리정비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산분리 완화와 자통법 도입 등도 미국식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자는 것이 아니고 은행 소유규제의 개선이나 비은행부문의 경쟁력 제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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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금융위기] 美 신자유주의 경제이론 ‘종언’ (서울, 문소영기자, 2008-09-25 17면)
최근 20년간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미국식 경제이론들이 붕괴되고 있다. 좀더 정확하게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미국 경제·금융을 좌지우지해온 ‘시카고학파’의 경제이론의 붕괴이자 신자유주의의 철학의 붕괴다.
외환위기 때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국내 일부 경제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를 국내에 들여왔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했고, 외화유동성 경색을 돌파하기 위해 주요 은행들과 기업들을 해외 자본에 매각하며 ‘자본에 국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발생한 미국내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선진국 펀드들은 2007년과 2008년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가차없이 자금을 빼내갔다. 특히 지난해 25조원, 올 초부터 지난 19일 현재까지 28조원 등 53조원이나 유출해 갔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급상승하고, 채권시장도 망가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같은 값이면 모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만큼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고 말한다.
20여년 뒤 미국에 한국의 외환위기와 비슷한 부동산발 위기가 오자 미국 정부는 금융시스템 붕괴를 구한다며, 사기업인 AIG에 구제금융 850억달러를 비롯해 추가로 7000억달러(700조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미국은 이들이 파산할 경우 충격이 너무 커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잘난 척하던 미국도 대마불사로 돌아섰다.
2004년 신용카드 위기가 왔을 때 정부는 외국인 채권단 등에 ‘시가평가를 일시 정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미국 등 이른바 선진 금융들은 시가평가만이 시장에서의 실패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해 시가평가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시가평가는 미국의 기초자산인 주택 가격이 하락하자 모기지와 관련한 파생상품들이 폭락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이 쌓이고 다시 파생상품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며 위기를 증폭시키는 뇌관의 구실을 했다. 하 교수는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시가평가가 불가피하지만, 개선안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대형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 프레디맥에 2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결정은 민영화했던 이 두 회사를 다시 국유화하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세계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과거의 정설을 다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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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위기는 레이건-대처리즘의 종언"< FT >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2008/09/29 11:50)
'시장 개방이 살 길'이라던 미국의 개방 메시지가 힘을 잃고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개도국에게 상품과 서비스 시장 뿐만 아니라 외국자본을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가해온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아 월스트리트에 천문학적인 긴급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등 이율배반적인 행보에 나서면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9일자에서 이번 구제금융이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신자유주의 처방에 독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무 국제무역정책 담당 차관을 지낸 데이비드 로스코프 같은 전문가는 "세계경제는 전환점에 있다"며 "'시장에 맡겨라. 작은 정부가 낫다'는 25년간의 레이건-대처리즘이 종언을 고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특히 97년 아시아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을 앞세워 개도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개도국의 자본시장이 개방됐다.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말레이시아가 이를 거부하고 정부의 시장간섭을 유지했지만 혹평을 받았던 당시 조치에 대해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많아졌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후퇴는 미국의 금융위기 사태가 터지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게 사실이다. 미국의 시장개방 도구였던 IMF부터 구제금융이 투입된 나라에 대한 우월적 지위에서 점차 발을 뺐고, 개도국에 대한 세계은행의 금융시장 규제완화 압력도 줄어들었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특히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시장 규제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울러 적어도 각국의 자본시장 선진화 프로세스에서 미국의 모델을 따라하지 않는 수정 자유주의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은행자본 규제와 금융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강조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제한적 자본주의' 재건을 주창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공백을 대신해 싱가포르와 홍콩, 브라질 같은 국가가 미국의 실패한 금융시장 모델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세계 금융산업을 이끌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로 위기에 처한 자유시장과 금융공학이 "새로운 치어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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