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위기가 점입가경이다. 이는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지구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의 신문들도 온통 이와 관련된 기사도 도배되었다. 미국 대선의 초점도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에 대한 관심에서 다시 경제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MB정부는 정신 못차리고 있다. 한국 상황까지는 언급할 가치가 없을 듯하다. 무슨 말이 나와도 듣지 않을 넘들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고, 아래에서는 그 대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 기사들을 모아서 발췌하였다. 이런 짓을 하는 건 순전히 내가 답답해서이다. 덧붙여 레디앙에 실린, 미국발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좌파들의 시각을 담은 9월 17일자 가디언 기사도 참고할 만하다. 물론 이 중에 SWP의 활동가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 시장 '신'의 자리에서 내려오다 (2008년 09월 17일 (수) 18:47:04 레디앙 기자) '가디언', 미국 금융위기 보는 정치인-영화감독 등 좌파 시각 소개
세계에서 가장 큰 신자유주의 국가가 은행들을 국유화하기 시작할거라니... 우리는 믿지 못할 광경에 눈을 비비며 있을 따름이다.
시장이 신이라는 믿음은 끝났다. 이제 그것은 조절의 대상이다.
금번의 위기는 대안적 경제 모델들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나는 직접적인 사회적 결과들이 염려스럽다.
정부 개입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신성한 교리로 삼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는 정부 앞에서 손발을 빌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개입은 무엇이 있는가? 저렴한 사회주택 건설 같은 뭔가 말 그대로 지상의 구체적인 무언가를 할 수는 없는가? 민중들이 그러한 정책과 집행의 중심에 서면 안될 이유가 있는가?
보다 많이 국가개입으로 회귀해야 할 것이다. 상품의 교환과 분배를 위한 시스템으로서 우리는 시장을 뛰어넘을 수 없다.
실제 문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에게 필요한 국제적 구조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심지어 조지 부시도 현재 이 사태를 주목하고 있어서 우리가 국제적 조절 기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본시장에서 거래하는' 사람들과 행위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 있다. 영국에서는 현실화될 것이다.
자본주의를 타파할 수 없으며, 상거래를 폐절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좌파의 분석은 날카로우면서 견고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제 현실의 민중들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잘됐군, 인과응보야" 하는 식의 자족적인 언사들은 안된다. 은행가들 뒤에는 커다란 곤경에 처한 보통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의 고삐풀린, 제어되지 않은 자본주의를 끝내야 할 때다. 금융은 지구적 경제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의 역할로 돌아가도록 해야 하며, 금융 제도들을 보다 작은 단위들로 쪼개어야만 한다.
신용이 초래한 금융위기에 대해서 금융과 세제를 다시 규제해 들어가야 한다. 조세 피난처를 통제하고, 개인 은행업을 상업 은행 및 증권 시장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가속화하는 기후변화에 대해서 지구온난화에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유가 위기에 대해서, 우리는 피크 오일에 대응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시장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으며 자본주의는 불안정하고 난폭하다.
현 시기는 좌파들에게 또 다른 기회다. 우리는 절대로 그냥 보내서는 안된다.
자본주의 핵심 특질은 그것이 매우 융통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파괴불가능한 것으로, 한 머리가 잘리면 그 자리에 다른 게 자라나는 히드라와 같이 움직인다. 이 사태가 화폐와 신용에 사로잡힌 사회의 종말이라고? 터무니없다.
우리는 며칠 전 인류 역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국유화를 목격했으며 그걸로 끝이 아니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이 영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건 남아있는 우리다.
분명 좌파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두각을 나타내야 하고 자본주의 세계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어제 모든 매체 표지를 장식한 것은 리먼 브라더스 은행원들이 짐싸들고 떠나는 장면이었다는 것이었다. 진정 고통받고 있는 이들은 미화원들이고 비서들일텐데 말이다.
우리는 저항을 조직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문제들만 보았기 때문이다.
신노동당을 믿든 말든, 당신은 자본주의를 간병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동학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감각을 지닌 새로운 노동운동이 여기로부터 태어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올해 노동당 대회에는 일종의 대항 회의가 필요하다는 좌파의 합의가 존재한다.
이 점증하는 위기는 노동자들에게 공포를 의미할 것이고 우리가 그간 자유시장에 대해 말해왔던 모든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좌파는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 사람은 일할 권리가 있고 주택 위기를 겪고 있는데 왜 노동자들은 주택을 더 짓지 못하는지. 우리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또한 좌파들이 스스로를 개조할 역사적인 기회이다.
좌파들이 우려하는 대로, 자유민주당은 이번 주 사태에 직면하여 상당히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신노동당은 아주 오래 전에 자신들의 영역을 버렸다. 나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대중 속에서 보다 크고 넓고 진보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좌파가 여전히 극복해야 하는 게 있다. 일반 대중이 이해하는 언어로 말하는데 무능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죽은 러시아인들과 논쟁하는 걸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 "역사적 美 구제금융도 일본식 불황 못막을 것"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2008-09-08 오후 7:23:35) [해외시각]정실자본주의로 파국 맞나
미국의 양대 국책모기지보증업체로 불리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이 미국의 정부후원기업(GSE)이라는 지위를 내세워 결국 2000억 달러라는 공적자금을 보장받게 됐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적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안을 발표하면서도 당장 어느 정도의 공적자금이 실제 투입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구제책은 미국의 자본주의가 국가신용등급이 흔들릴 정도로 부실화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천문학적인 국가채무에 시달리면서 'AAA'라는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두 업체의 GSE라는 지위는 '이익은 주주와 경영진에게, 손실은 납세자에게'라는 '정실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다. 패니메는 1938년 공기업으로 출범했으나 1968년 상장, 민영화됐다. 1970년 출범한 프레디맥은 1989년 민영화됐다. 민영화된 뒤에도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는 국책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두 업체는 정부의 암묵적인 보장을 받는 업체로 인식됐다. 이에 따라 이 업체들이 발행하는 채권은 신용등급에서 미국 국채와 맞먹는 안정성을 누리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자금시장을 싹쓸이해갔다.
이처럼 이상한 형태의 업체가 수십년간 유지될 수 있는 배경에는 '정경유착'으로밖에 설명하기 힘들다. 미국의 학계와 시민단체, 심지어 상당수의 의원들도 이 업체들이 특혜 속에서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지만, 이 업체들은 상당한 자금을 들여 강력한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정부의 구제금융 조치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이번 사태는 정실자본주의, 특혜, 로비의 전형적 사례"라면서 "이 업체들에게 더 많은 규제와 감독, 투명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민간업체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유리한 조건을 갖춘 두 업체가 직접 매입했거나 보증한 채권규모는 급격히 불어나 5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규모는 미국내 모기지 시장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각 국의 중앙은행 등 해외투자자들도 그중 20% 정도인 1조3000억 달러 정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도 이런 채권을 380억 달러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유착'의 말로가 정부 관계자 업체, 그리고 투자자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되어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미국도 '시장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납세자의 눈물'을 요구할 뿐이다. 책임지는 정부 관계자도 없고, 업체는 사실상 국유화되고, 채권 투자자들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결정 소식에 안도하고 있다. 그나마 '납세자의 눈물'을 요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속죄양'이 이번 결정에 포함된 것이 '모럴 해저드' 논란을 누그려뜨렸다. 8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따르면, 이번 정부의 조치에는 경영진 전원 교체, 현재 주식 보유자에 대한 배당 금지 등이 포함됐으며, 구제책의 대가로 업체들의 경영상태가 호전될 경우 발행된 보통주의 80%를 주당 1달러 이하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의 주식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지난해만 해도 주당 60달러가 넘었던 이들 업체의 주가는 10달러 아래로 추락한 뒤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20% 넘게 폭락하며 1달러를 간신히 웃돌고 있다.
이와함께 정부는 이 업체들이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로 했다. 또한 공적자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로 매년 최소한 10%의 배당을 재무부에 지불하는 최우선주 1억 달러 어치를 발행하도록 두 업체에 요구하고, 투입된 공적자금에 대한 대가로 분기마다 상당액의 자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구제금융책 발표 직후 '월가의 현인' 워렌 버핏은 "폴슨 장관이 나라를 위해 아주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면서 "모럴 해저드 문제를 최소화하고,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을 위해서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구제책이 미국발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의 경기침체 속에 주택가격 거품이 꺼지고 있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조치가 주식시장에 단기 랠리를 제공할 수는 있겠으나 그 이상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8일 <뉴욕타임스>에 'The Power of De'이라는 칼럼에서 "정부의 구제책이 올바른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더 큰 싸움에서 이미 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현행 금융위기는 1980년대말 일본을 강타한 위기와 매우 닮았다"면서 "부채를 갚기 위해 자산을 앞다퉈 매각하는 사태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되고, 다시 더 많은 자산이 매각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일어나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실물성장 없는 거품 ‘신자유주의의 모순’ (경향,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2008년 09월 16일 18:30:39) 시장의 방종-정부 방관 맞물려 ‘파국’
리먼브라더스의 도산과 메릴린치의 매각,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의 도산 위기 등 월가를 덮친 3각 파도가 세계 경제를 다시 격랑 위에 올려놓았다. 지난 3월 미국의 제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도산과 지난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융기관인 패니메이·프레디맥에 대한 공적자금 투여에 이어 금융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16일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을 실물경제의 성장 없이 부동산과 파생금융상품 거품으로 아슬아슬하게 호황을 구가해온 월가에서 찾고 있다. 이날 리먼브라더스의 부채가 6130억달러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도덕적 해이에 가까운 거품 풍요를 누려온 월가에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위기와 현상에 대한 원인은 알면서도 누구도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세계화·신자유주의의 모순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파동이 촉발시킨 금융위기는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월가의 금융기술자들이 발명한 파생금융상품의 손실로 이어졌다.
2006년 금융부문이 벌어들인 돈이 미국 전체 기업들의 순익 가운데 차지한 비율은 3분의 1이었다. 하지만 실제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불과했다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설명(16일 독일 슈피겔 인터뷰)은 세계화의 허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시장의 방종은 홀로 성립되지 않는다. 정부의 방관과 맞물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영국 가디언 16일자 기고문에서 장사가 잘될 때는 정부 개입을 꺼리다가도 망하게 되면 어김없이 손을 벌리는 시장의 위선을 꼬집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는 물론 친기업적인 공약을 내세운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까지 “월스트리트를 청소하겠다”면서 뒤늦게 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리먼브라더스의 모토처럼 보통사람도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에 의한 정직한 게임의 룰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은 거듭 배우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와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던 미국의 대규모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무너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초단기간에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며 첨단 금융공학의 총아로 각광받던 이들 금융회사가 붕괴하면서 월가의 신화도 깨지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IB)들이 몰락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발생했고, 이것이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의 손실을 키우는 데로 연결되었다가 결국 신용위기를 증폭시켜 IB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투자은행들의 지나친 성장주의와 이에 따른 무모한 금융 파생상품 투자, 금융감독기관의 부실한 규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투자은행들은 무한경쟁 속에서 성장제일주의를 내세우다보니 위험을 감수한 고수익을 추구했다. 전통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기성향을 띤 것이다.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는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고수익은 반드시 고위험을 수반하지만 그 위험은 숨겨졌다”고 분석했다.
‘고위험 고수익’ 성향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낳았다. 투자은행들은 파생상품 전문가들을 동원, 첨단 금융공학이란 이름아래 복잡하기 그지없는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내고 또 투자했다. 금융시장의 또다른 ‘폭탄’으로 우려를 낳고 있는 ‘신용 디폴트 스와프(CDS)’, 모기지 은행들의 주택저당채권(MBS)을 묶어 투자상품으로 만든 부채담보부증권(CDO) 등도 대표적 파생상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의 진원지는 파생금융상품”이라며 “월가 금융기관들이 운영하는 파생상품 시장은 약 50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일반 상업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반면 투자은행은 필요할 때마다 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특성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은행들은 신용에 이상이 생길 경우 곧바로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파생상품 전문가들이 대접을 받으며 투자은행 내부의 파생상품 투자규모는 커졌지만 이에 대한 위험관리는 거의 무시됐다. 대부분의 파생상품은 그 구조나 운영이 워낙 복잡해 일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어서 경영진은 이를 이해하기 힘들다.
투자은행들은 또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감독당국의 규제도 덜 받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우 투자은행에 대해선 규제·감독 권한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또 증권거래위원회(SEC)도 투자은행 부도사태 등의 위험보다는 투자자 보호에만 관심을 가졌다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가디언에 “투자은행들의 부정직, 감독당국의 부실한 감독이 사태를 낳았다”며 “투자은행들은 이노베이션(혁신)이란 이름으로 감독당국의 규제를 거부·비판했지만 이들은 경제 전반의 건전성보다는 자신들의 고수익만을 좇았다”고 비판했다.
이제 월가의 5대 투자은행 중 3곳이 무너지면서 월가의 ‘빅2’로 불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시장의 우려 때문이다. TABB그룹의 래리 탭은 “산업모델로서 투자은행의 향후 운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골드만삭스가 12%, 모건스탠리는 13%나 하락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마켓워치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장래에 의문점들이 나오고 있다”며 “아직까지 양사는 신용위기를 잘 견디고 있지만 자금 사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 신자유주의 ‘금융권력’의 실패 (한겨레,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2008-09-16 오후 07:11:37)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촉발된 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미국 재무부가 부실 모기지 회사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약 2000억달러 상당의 구제 금융을 제공하기로 전격 발표하면서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미국 및 전세계 금융시장을 호령하던 리먼브러더스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고, 미국 3위 투자은행 메릴린치사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갔다는 소식은 전세계의 금융시장을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위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아직도 추가적인 손실 발생으로 부실위험에 노출될 금융회사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연쇄 부실과 파산 위기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번 금융위기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과 힘이 작용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한 미국 월가의 금융 권력과 금융세계화 경향이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주택융자를 받은 주택구입자, 주택융자의 제공자인 은행들, 주택융자전문회사(Mortgage Company), 그리고 주택구입자와 주택융자전문회사를 중개하는 주택융자브로커들이 동시에 부실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택금융 위기가 주택금융의 부실로 그치지 않았다. 주택융자전문회사나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주택융자를 사들여, 그것을 담보로 새로운 증권(자산담보부증권)으로 전환(증권화)시켜 다양한 투자가들에게 판매했던 투자은행이 부실해졌다. 나아가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 등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신용평가회사의 부실과 무능력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모노라인’과 같이 자산담보증권이나 파생상품에 대해 보증을 섰던 보증보험회사들도 대거 파산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아직도 주요 금융기관들의 신용디폴트스왑(CDS)과 같은 신용파생상품의 평가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의 추가부실과 도산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신자유주의적 금융화를 줄기차게 추구해 온 미국의 금융 권력이 심각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 스티글리츠 "美금융위기는 위선의 산물"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2008-09-16 오후 4:39:30) [해외시각]"FRB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단계"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전격 매각 등으로 끝장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16일 뉴욕증시에 이어 국내 증시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에 비해 90.17포인트(6.10%) 하락하며 1,400선이 붕괴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저치이며, 종가 기준으로 1,376.15를 기록했던 작년 3월5일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선물 가격의 급락으로 인해 오전 9시35분 무렵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5분 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의 사이드카 발동은 올해 들어 3번째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37.62포인트(8.06%) 내린 429.29로 마감,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전 거래일인 12일에 비해 유가증권시장 45조7천974억원, 코스닥시장 5조6천256억원 등 총 51조4천231억원이 단 하루만에 사라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이 6천7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일별 기준으로 올해 들어 7번째로 많은 순매도 규모를 나타냈다. 개인도 2천583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워 투매에 동참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500포인트 넘게 폭락하며 9.11 사태 직후인 2001년 9월17일 이후 최대치 하락폭을 기록했으며, 유럽 증시도 국가별로 3~4% 급락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 폭격을 가하고 있는 미국 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 금융업체들이 첨단상품이라며 세계에 수출해오던 파생상품이 원흉으로 꼽히고 있다. 주택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이와 연동된 파생상품 자산들이 급격히 부실화됐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이 금융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찬사를 보낸 앨런 그린스펀 전FRB 의장은 재임 중 파생상품 확산을 정책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금융위기를 초래한 전범'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얄밉게도 그린스펀은 최근 금융위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지적하며 마치 '남이 저지른 일'처럼 진단하고 있다. 그는 이미 지난달 초 영국 금융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위기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부도를 낼 것이라는 두려움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와는 다르다"면서 "한 세기에 한 두 번 나올 사건"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통상 파산 위기에 처한 대형 금융업체를 내버려둘 경우 금융시장 전체의 붕괴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있을 때 정부가 긴급자금을 투여해 극복할 수 있는 단계를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라고 한다. 몇몇 업체만 살려주면 다른 건전한 업체들까지 신용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은 그동안 '납세자의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용인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는 금융산업 전체가 '지급불능의 위기(Solvency crisis)'에 몰려있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업체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세계 제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지난 3월 파산위기에 몰렸을 때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JP모건에 인수하도록 했던 미국 정부가 세계 제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에게는 공적자금 투입을 거절해 파산신청을 하도록 내버려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정부가 갑자기 차가운 태도로 돌변한 데 화들짝 놀란 제3위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미련을 신속히 포기하고 불과 몇 시간만에 BOA에 본사를 매각해버렸다.
이렇게 전체 산업을 '위기의 운명공동체'로 묶어놓은 상품이 바로 '파생금융상품'이다. 진보진영의 많은 경제학자들이 "베어스턴스 때도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해결될 사태가 아니라고 그토록 얘기했는데, 미국 정부가 이제야 깨달은 거냐"고 한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미국의 양대국책모기지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사실상 국유화한 조치 역시 이 업체들의 특수성과 너무나 막대한 부채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게 중론이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선택했다는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부채상환 능력 부재의 위기'는 부살자산을 청산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특정 업체의 부실자산을 떠안는 방식은 위기 폭발을 지연시키는 조치일 뿐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그 손실을 최종적으로 떠안아야 하는데, 결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때문에 미국 경제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온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금융위기 사태에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다.
16일 영국의 진보성향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위선의 산물(The fruit of hypocrisy)'이라는 칼럼(원문보기)에서 스티글리츠 교수는 "1929년 월스트리트의 붕괴와 비교되는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업체들의 부정직과 정책결정자들의 무능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복잡한 금융상품 거래는 위험을 전가하고 자산가치 하락을 감추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면서 "현재의 금융위기는 금융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가 재앙적으로 붕괴된 데에서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신뢰의 위기는 금융권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확산됐다"면서 "미국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신뢰도 감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일본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때만해도 미국 정부는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 이후 정부 전문가들에 대한 국제적인 불신만 확인시켜주는 일만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그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1929년 대공황 같은 사태를 피할 많은 수단이 있다고 믿고 있으나, 이번 위기를 또다른 불황으로 끌고갈 행정부가 있다면, 이라크 전쟁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에서 보듯 신뢰하기 어려운 정책을 드러낸 바로 부시 행정부"라고 성토했다.
벌써부터 이번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미국이 일본식 복합불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당장 부실자산 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는 FRB가 개입하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명분으로 특정업체를 선별 구제하는 방식은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모럴 해저드를 방치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파산 위기에 몰린 AIG에 구제금융을 해준다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 3사에게는 왜 안해주느냐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의회가 나서서 1980년대말 저축대부조합 사태 때 등장했던 정리신탁공사(RTC)를 통해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동시에 금융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입법을 할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자산 정리를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의 문제가 또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의 재정적자가 천문학적이며, 국제금융계에서의 신뢰도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에 외부 자금 수혈도 여의치 않고, 그렇다고 기축통화국의 특권을 발휘해 통화 남발을 감행하기에는 인플레이션 위협이 크다면서 '불황에 대응할 수단이 고갈됐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던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등의 거대 투자은행(IB)들이 맥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감독기관의 허술한 규제와 감시,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시스템 부재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는다. 투자은행의 속성 자체가 큰 위험을 감수하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인 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연관 파생상품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분석한다. '대량살상무기'로 불릴 만큼 고위험에 노출된 파생상품이 결국 ‘사고’를 쳤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이 운영하는 파생상품의 규모는 50조달러로 추산된다.”면서 “전문가조차 파생상품의 구성과 운영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난해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스위스의 금융기업 UBS가 작성한 흥미로운 내용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안정적 자산운용으로 유명한 UBS는 미국의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했다가 올 초 무려 380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후 감독 당국인 스위스연방은행위원회(SFBC)의 요구에 따라 UBS는 20명의 변호사를 동원해 내부조사를 진행, 4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UBS의 내부에서 투자은행 부문의 과욕, 그리고 리스크 관리에 대한 허술한 내부 통제시스템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처음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30∼40%의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터지자 35∼40명에 불과한 한 부서가 지난해 회사 전체 손실의 3분의2인 무려 120억달러를 잃었다. 이들은 주로 손실 위험이 매우 낮은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했지만 상황이 악화될 때까지 위험성을 간파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내부 직원 사이의 신뢰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도 재앙의 한 원인으로 들었다. 철저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대신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상황이 괜찮다.”고 하는 직원들의 말을 너무 믿었다고 한다.
------------------------------------------- 단기 40% 수익 ‘파생상품’ 되레 위기주범으로 (한겨레, 김진철 기자, 2008-09-17 오후 02:28:09) 5년전 ‘버핏 경고’ 현실화
복잡한 구조 탓에 담보 부실 생기면 ‘연쇄 위기’
통제 시스템 허술…최고위층도 부실 인지 못해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이 세계 금융의 대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생상품은 주식·채권 등의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변형하거나 이를 근간으로 창출된 상품으로, 선도거래·선물·옵션·스와프 등이 대표적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파생상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우를 받았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소수의 파생상품 전문가들을 통해 단기간에 30~40%의 높은 수익을 거두며 승승장구해 왔다.
세계 금융시장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더 큰 혼란을 예고하는 에이아이지(AIG) 위기도 모기지와 관련된 파생상품에서 비롯됐다. ‘리먼 쇼크’로 이어진 대표적 파생상품은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부채담보부채권(CDO)이다. 에이비에스는 채권·담보물을 바탕으로 발행되고, 시디오는 일반대출과 에이비에스 등을 섞어 만든 유동화채권이다.
담보에 부실이 생기면 손실이 커지는데다, 복잡한 구조 탓에 담보 채권 파악이 어려워 손실은 여러 회사들을 거쳐 연쇄적으로 확대된다. 주택 거품이 꺼지면서 집주인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못하게 되자, 부실화된 은행·모기지회사 등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잇따라 이들 회사의 채권과 채권을 활용해 만들어진 다양한 파생상품들의 값이 폭락하면서 전체 금융시장으로 신용위기가 퍼져나가는 구조다.
에이아이지의 위기와 깊이 얽힌 ‘신용 디폴트 스와프’(CDS)는 ‘숨어 있던 폭탄’이라 불린다. 에이아이지는, 채권을 사들인 뒤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증권인 시디에스를 대규모로 팔았다. 신용위기로 채권이 부실화된 탓에 에이아이지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탓에 에이아이지에 긴급 자금이 수혈되지 못하면 시디에스 매입 기업이 부실채권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해 손실은 크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해 금융회사에서조차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어 통제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건 더욱 심각하다.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미국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했다가 올해 초 380억달러 손실을 낸 유비에스(UBS)가 지난 4월 낸 보고서를 보면, 소수의 파생상품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회사의 최고위층마저 부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 금융감독 당국의 느슨한 규제·감독은 부실을 방조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리먼의 파산 처리 과정에서나 에이아이지가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우려도 더욱 높아진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분석가는 “리먼의 파산 처리 과정에서 6천억달러 규모의 부채 중 상당 규모의 부실채권이 발생하면서 전세계 금융권 전반의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에이아이지의 시디에스 금리 추이가 사상 최고 수준이어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리먼과 같은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美 연준, 850억불 공적자금 투입해 AIG 구제 (프레시안, 이대희/기자, 2008-09-17 오전 11:54:22) 예상 깨고 금리 동결…"직접 유동성 공급 결정"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RB)는 16일(현지시간) 그 동안 부정적 입장을 뒤집고 세계 최대 보험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에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또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당초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는 연준이 결국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AIG는 덩치도 덩치인데다 보험산업의 특성상 실물경제와 직접 연결돼 있어 도산할 경우 리먼브러더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장을 미국 경제에 몰고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준은 사태의 심각성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85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브리지론 제공을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연준의 조치가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평가한다. 자산운용사 페이든 앤 라이겔의 톰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동결은 올바른 판단이었다. 대출 담보를 확대하고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현 신용위기 타개에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음에도 이번 금융혼란이 끝났다고 평가하는 이는 없다. 당장 상대적으로 자산건전성이 취약한 지방은행이 부실화 위험에 처해 있다. 게다가 AIG까지 공적자금으로 살려놓은 마당에 다른 부실 기업도 정부에 손을 벌릴 가능성이 생겼다. 당장 심각한 실적부진과 빚더미에 허덕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GM이나 미국 최대 저축은행조합 워싱턴뮤추얼은 '다음 희생자'로 꼽힐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 이제 단 둘만 남은 투자은행(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도 여전히 실적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앞으로 연준의 행보는 '선택적 유동성 공급'과 '추가 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AIG의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공적자금으로 살려놔야만 하는 상황이었지만 모든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연준이 직접 나서지 못하는 부분은 시장에 인수합병(M&A)을 유도해 가닥을 잡아나갈 수도 있다.
---------------------------------------- AIG와 리먼브라더스는 다르다?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2008-09-17 오후 4:25:35) [해외시각] "FRB의 결정은 정실자본주의의 소산"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세계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구제금융 요청은 거부하고, 세계 최대의 보험업체 AIG에게는 850억 달러를 긴급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명분은 '미국 정부와 납세자를 위해서'다. 이번 결정은 AIG가 파산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은 리먼브라더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는 금융업계의 협박과도 무관하지 않다. AIG는 사실상 전세계 모든 금융기관들과 거래를 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은 채 급성장한 신용부도스왑(CDS) 시장의 최대 큰손이기 때문에 비록 민간업체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구제해줄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대마불사' 케이스라는 것이다. CDS는 채권이 부도났을 때 투자금을 돌려받을수 있는 '파생상품' 보험으로 현재 시장 규모가 60조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AIG는 그중 4410억 달러의 CDS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는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지급불능의 위기'로 진단하는 진보진영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상당한 전제조건이 따르지 않는 한 FRB의 AIG 구제금융 결정은 '정실자본주의'와 '정경유착'의 소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성토하고 있다.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원칙도 포기한 채 구제를 한다고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지급불능의 위기'로 치닫는 대형 및 중소업체들이 즐비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때문에 AIG에 대한 FRB의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업계 측에서도 리먼브라더스는 버리고, AIG에게는 손을 내미는 FRB의 일관성 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특히 유럽 정치경제학계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런던정경대(LSE) 교수 윌럼 뷰이터(Willem Buiter)는 16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Should AIG be funded by the Fed?'라는 칼럼(원문보기)을 통해 AIG에 대한 FRB의 지원에 따르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AIG는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FRB 등 은행감독 대상이 아니다. 뷰이터는 "파산할 경우 전세계적인 타격을 줄 정도의 금융업체가 뉴욕 주의 몇몇 지방관리들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니, AIG가 알래스카에 등록된 업체가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느껴야 하나"라고 개탄했다. 실제로 FRB가 특정 보험업체에 구제금융을 결정한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AIG가 파산 위기에 몰린 이유는 정상적인 보험계약들이 주변의 상황악화로 부실화된 때문이 아니라, 각종 파생상품 계약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다가 엄청난 부실이 발생한 자업자득의 측면이 크다. 따라서 미국이 내세우는 시장원리에 따른다면, 연방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만일 세계적인 보험업체인 AIG가 계약자들의 자금으로 그토록 방만한 투기를 일삼은 것을 그동안 방기해왔다면, 이는 규제를 피하려는 AIG의 로비에 FRB가 무력화됐다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이때문에 뷰이터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FRB가 AIG 파산이 초래할 시스템 리스크에 책임을 느껴 개입한다면, AIG에 대해 징벌적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면서 "경영진과 주주는 물론 채권자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뷰이터 교수는 "시장의 실패를 제대로 묻지 않고, AIG에 대한 FRB의 지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득력 있는 논리도 없이 이뤄진다면, 미국의 정치경제는 정실자본주의와 부자와 특수관계자들에 대한 사회주의 체제가 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논객 존 잰슨도 AIG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이 납세자를 위해서라는 FRB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납세자를 위해 좋은 조치가 되려면, 어디까지나 민간 영역의 거래여야 했다"면서 "FRB가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사기업도 이런 대출이 신중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전한 민간기업인 AIG의 채권은 최근 몇 푼이면 살 수 있었는데, 그 채권을 계속 들고 있었던 자들은 횡재를 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 [시장의 실패 국가의 귀환] 미국 ‘신자유 시장’에 혈세 수혈, 깨어나면 과연… (한겨레, 류이근 기자, 2008-09-18 오전 08:00:10) 금융시장 ‘월가 쇼크’
기업 국유화·구제금융 지원 ‘구원 투수’ 등판
시장, 불편한 국가 개입에 ‘고삐’ 넘겨 줄까
불과 두 달여만에 미 금융시장에서는 짐 버닝 공화당 상원의원이 걱정했던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9월 들어서 미 정부는 민간 주식회사였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소유·경영을 아예 국가가 맡는 ‘국유화’를 단행했다. 16일에는 민간 보험사인 에이아이지(AIG)에 850억달러를 투입하면서, 정부관리체제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 연방은행은 신용이 경색된 금융시장에 500억달러를 풀었다. 정부가 금융시장의 실패와 낙오자들의 구원자로 나선 것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2월 파산을 앞둔 모기지 업체 노던록을 국유화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이런 일련의 사태의 공통점을 “국가의 귀환”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30년동안 미국 경제를 지배한 건 민영화·자유화·탈규제의 3가지 주문이었다. 그동안 정책결정자들은 국가의 역할을 축소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정책을 답습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앵글로-아메리카식의 자본주의가 심하게 금이 가”(<파이낸셜타임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 “미국 경제의 커다란 부분이 (과거 정부의 간섭을 꺼렸던) 관련 업계의 열광적인 호응 아래 정부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며 “월가의 도산이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고삐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공고화시켰다”고 전했다.
국가의 역할은 금융시장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일 미 상원은 고속도로 건설에 자금을 조달하는 ‘유에스트러스트펀드’에 8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승인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뉴스>가 보도했다. 도로·교량·철도 등 사회기반시설 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인 셈이다. 생존의 기로에 선 지엠 등 미 자동차 3사는 이달 들어 의회에 500억달러의 특혜성 자금의 지원을 요청했다.
지금 시장의 실패는 역설적이게도 오랫동안 정부의 개입 축소를 일종의 절대선으로 여겨온 시장이 자초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 진보성향의 주간 <네이션>은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1930년대 뉴딜(정책)로부터 내려온 규제의 틀을 거세하거나 파괴했다”며 “그들의 탈규제 정책은 경제적으로 시민사회에 가장 위험한 죄수들이 수감된 감옥의 문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8일 지적했다. 금융시장 실패의 중요한 원인으로 탈규제가 지목되는 이상, 앞으로 시장실패 예방을 이유로 국가의 시장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1930년대 월가가 몰락했을 때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붕괴한 은행산업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감독을 강화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느슨한 금융규제 시대의 종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예상했다.
앞으로 국가의 입김이 커지면서, 시장만능론자들의 목소리는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인디펜던트>는 “2008년 시계추가 1930년대식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향해 다시 방향을 틀고 있다”며 “오는 11월 존 매케인이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1980년 레이건이 집권할 수 있었던 보수적인 움직임이 ‘김이 다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바꿀 순 없다”고 전했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꽃’이라 하는 투자은행(IB)의 파산을 두고 금융자본주의가 종착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침소봉대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따지고 보면 작금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산유동화에 따르는 위험의 성격과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다소 비장한 어투로 대변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본래 자산유동화에는 신용위험, 유동성위험, 구조위험과 같은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컨대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모기지론이 부실화되면 모기지론을 기초로 하여 발행한 유동화증권(MBS)의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져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치고(신용위험), 일시적으로 유동성시장이 위축되어 신용을 경색시키며(유동성위험), 유동화 과정에 참여한 금융기관에 법적 책임을 물어 경제적 손실로 연결시키게 된다(구조위험). 이때 신용위험의 규모는 비교적 손쉽게 파악될 수 있지만,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은 구분하기 어렵고, 구조위험은 실현되기까지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투자은행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신용위험, 즉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손실에 있지만, 아직까지 구조위험이 실현되지 않아 잠재부실의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기지론의 손실률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손실을 대신 지불하는 조건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계약을 상업은행 등과 체결한 바 있는데, 이 손실은 상업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론을 대차대조표에서 차감하거나 부외처리하여야 비로소 실현되는 성질을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위험이 실현되는 과정에서는 상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론의 부실규모가 드러나 자칫 유동성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과유불급’이란 사자성어로 축약할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자산유동화시장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급자족 경제를 추구하지 않는 한, 우리 역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약소국의 비애라고 자학할 것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사항에는 유념해야 한다.
첫째, 국내 투자자나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발 금융위기의 요인과 파급 채널을 분석하여 잘못된 루머가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즉, 신용위험이 유동성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거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을 엄밀히 구분하여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을 꾀하며, 구조위험을 보완하거나 경감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준법 감시·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둘째, 국내 경제의 중장기 불안요인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부풀리는 빌미로 작용하지 않도록 안정화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되 불필요한 과잉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예컨대 고물가·저고용의 딜레마를 치유하기 위해 대체에너지원 등을 개발하여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유발형 첨단산업을 육성하며, 자산가격 거품의 붕괴, 신용경색 및 양극화 확산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되, 경기대책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 [사설] 시장만능주의 사고 버릴 때 (한겨레, 2008-09-17 오후 08:22:34)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적한 대로, 1929년 월스트리트 붕괴와 비교되는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회사들의 부정직과 정책 결정자들의 무능이 빚어낸 산물이다. 지난 7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8개국 정상회의 때만 해도 미국은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고 했으나,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는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시장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율적 기능을 갖췄다는 논리에 근거해 지난 20여년 구가해온 신자유주의 신화가 여지없이 깨진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좇아 시장만능주의를 추앙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가던 미국에서 시장은 스스로 국가를 불러들였고 국가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스티글리츠는 “장사가 잘될 때 정부 개입을 꺼리다가도 망하게 되면 어김없이 손을 벌리는” 시장의 위선을 통렬히 지적했다. 감세,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같은 시장주의 정책은 하나같이 그러한 위선과 위험 요인을 내포하고 있는 것들이다.
미국에서 보듯 시장 영역을 확대하는 감세와 작은 정부는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2 대 8의 불평등사회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 규제 완화와 금융 규제 완화도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시장의 절대 강자이면서 내부 투명성은 떨어지는 재벌을 풀어주면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으며 재벌기업마저 부실화될 수도 있다. 국내 은행·증권사들은 내년으로 예정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미국식 투자은행을 꿈꿔 왔는데, 이제 시장 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이 급선무가 됐다. 금산 분리 완화도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시장만능주의로는 시장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위기 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9월 위기설'을 넘기자마자 미국 리먼브러더스 부실 문제가 우리 금융시장을 강타했지만 정부는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때까지 경고는 물론 어떤 대비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금융위기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란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대외 악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던 것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장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유독 컸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시아 주요 국가에 비해 환율 급등락이 컸고, 주가도 대폭락했다. 시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이다. 신흥국 증시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거래량이 많아 외국인이 주식을 쉽게 팔고 쉽게 살 수 있는 구조 때문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이런 정부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진 뒤 베어스턴스 파산 등 서너차례 대형 악재가 터질 때마다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해왔다.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국제 금융가에서 지난 3월부터 유포된 리먼브러더스 위기설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산업은행이 리먼의 파산 직전까지 고가로 인수를 검토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으며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다음날 코스피지수는 6% 이상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을 꼽는다. 대표적인 것은 오락가락한 환율정책.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투기세력이 오히려 정부의 시장 개입 방향성을 예단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된 것이다.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 관련 부처와 기관간 관계도 유기적이지 못하고 뒷북치기에 급급하다. 정부는 금융시장이 한바탕 혼란을 겪은 뒤인 17일에야 '금융시장안정대책팀'을 구성했다. 이는 각 부처가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부처 이기주의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 등이 경제부총리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괜찮다'는 시그널에 집중하기보다 정확한 사태 파악과 일관된 정책 시행으로 정부의 리더십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 “시장근본주의 붕괴…규제 아닌 재설계 필요” (경향,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2008년 09월 18일 18:09:41) 노벨경제학상 스티글리츠 교수의 충고
“CEO 단기성과 집착 관행 버려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17일 헌팅턴포스트 인터뷰와 CNN 온라인 기고문을 통해 “세계화의 아젠다는 시장근본주의자들과 긴밀하게 연계돼왔지만 자유시장과 금융자유화의 이데올로기는 끝났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가라앉고 있다”면서 “지난 5년 간 집값 거품이 미국경제를 떠받치면서 부의 양극화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시켰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어 “지금은 단순히 시장 규제의 재조정이 아니라 규제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월스트리트의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6가지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는 우선 현재 매년 지급하는 금융기관 경영자들의 인센티브를 5년 정도의 장기간으로 묶어 단기간 과도한 리스크를 좇는 관행을 없앨 것을 제안했다. 금융상품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위원회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점검할 위원회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정보 제공 없이 자유로이 영업을 해온 월가의 영업방식에 족쇄를 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에서부터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위기는 대출의 급속한 증가에서 온다면서 ‘과속방지 턱’을 만들 것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위기의 또 다른 원인으로 금융기관간 경쟁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덩치가 너무 커서 실패해선 안된다”는 대마불사론이 문제라면 큰 금융기관을 잘게 쪼개야 할 것이라고 처방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시장은 어떠한 규제책을 내놓아도 교묘히 우회할 것”이라면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론을 펼쳤다. 다만 “위기의 개연성을 줄이거나 피해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들이 반 시장주의적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그는 세계화 시대를 열었던 클린턴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내면서 최고의 호황을 일궜던 인물이다. 스티글리츠는 “월가 금융기관들이 전세계로 위기를 분산하지 않았으면 미국 경제의 타격은 더 컸을 것”이라면서 “세계화된 시장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 도넘은 금융규제 완화 ‘실패한 美’ 답습 우려 (경향, 서의동기자, 2008년 09월 18일 18:04:08) 산업은행 민영화, 수입원 고갈·中企지원 약화
금산분리 원칙 무시 비금융 회사 허용 무리수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돼온 금융규제 완화 흐름을 계승, 한국에서도 글로벌 금융플레이어가 나오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목표이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모델로 추종해온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몰락하면서 정책추진의 타당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일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금융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일단 파이를 키우고 보자는 산업정책적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전철 밟을 우려 큰 금융정책=산업은행을 민영화,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미국 투자은행들의 몰락 이전에도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에는 투자은행의 주 수입원이 되는 인수·합병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데다 주식이나 채권발행시장도 활발하지 않는 등 투자은행의 토양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우선 제기된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할 경우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정책금융 기능이 약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지분매각으로 조성되는 한국개발펀드(KDF)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금융 등 정책을 간접금융(On-Lending)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독일식 주거래은행 등 간접금융의 토양이 없는 상태에서 도입할 경우 중소기업 지원금융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신용파생계약을 활용한 유동화 등 다양한 자산유동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금융위의 방침은 미국 금융위기에서 드러나듯 신용리스크(위험)를 키워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활성화도 단기 투기성 자본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넘는 금융규제 완화=이명박 정부는 비은행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비금융회사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통해 재벌기업의 금융 및 비금융계열사 동시지배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뒤흔들 것으로 지적된다. 세계 100대 은행중 산업자본이 실제 은행경영을 지배할 정도로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4개에 불과해 금산분리는 대다수 국가에서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정책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키로 한 것도 과도한 규제완화의 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금융정책에 대해 금융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금융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성장론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 금융 당국자의 진단과 해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임승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 사태는 이제 마무리 단계, 즉 끝 물의 출발점에 섰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미국 정부가 AIG에 850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한 것을 ‘금융위기의 마무리’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임 사무처장의 이같은 지난달 26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후반전으로 접어들었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후반전’과 ‘마무리 단계’는 명백히 다른 것으로 ‘후반전’은 끝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임 사무처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섣부른 낙관론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에 나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후반전에 돌입했지만, 일단 회복 조짐이 보이면 회복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것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투자은행의 몰락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했지만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90포인트 급락하면서 1400선이 무너지는 ‘검은 화요일’이 연출됐다.
반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불안이 이제 다 지나갔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한승수 총리가 “시장에 혼란을 준다”며 비공개 경고를 했지만 이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에 출석해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더 지속될 것이고, 실물경제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 [몰락하는 신자유주의] ① 셀(sell) USA (내일, 박준규 김선일 기자, 2008-09-18 11:33) 부동의 AAA<미국 국가신용등급>가 흔들린다
정부 배척한 투자은행 백기 … 달러자산 매도
미국에서는 ‘셀 유에스에이(Sell USA)’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제 투자자들이 미국 통화, 채권, 주식 등을 팔아치우고 있다. ‘셀 USA’가 장기화되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기축통화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게 된다.
7월 한달간 미국 시장에서 빠져나간 투자액만 약 748억달러에 달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화된 작년 8월(-1625억달러) 이후 최대폭이다. 지난 5월 41억달러 순유출에서 6월에는 599억달러 순유입으로 전환했지만 결국 한달만에 순유출로 되돌아갔다.
‘해외의 대미 증권(증권과 채권) 투자’가 256억달러 순유출을 보였다. 특히 채권투자는 -198억달러로 199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주식에서도 6월 18억달러에서 7월 58억달러로 순유출 규모가 커졌다. 666억달러의 대규모 예금 인출도 일어났다.
----------------------------------------- [몰락하는 신자유주의]‘대마불사’ 부추기는 미 정부 (내일, 박준규 기자, 2008-09-18 오전 11:59:59) 부실 커지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메꿔
재정투입·금리인하 ‘양동작전’
기업 개인, 정부 개입 기대 확산
미국은 80년대이후 10년마다 금융위기에 빠져들었다. 미국정부는 이때마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진화에 나섰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동시에 퍼붓는 융단폭격에 금융쇼크는 진압됐다. 달러공급통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버티고 있어 자금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만병통치약 ‘공적자금’은 그러나 미국정부와 기업, 개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도덕적 해이를 심어줬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기대감이 확산됐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부실 금융기관 처리는 ‘안일한 대응에 이은 공적자금 투입’ ‘금융사를 활용한 지원’ ‘규제 완화’ ‘금리 인하’라는 측면에서 80년대와 90년대 금융위기를 모두 합한 정부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