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규제,안전,행정통제,반부패

해외 직구 규제 철회 관련 글

새벽길 2024. 5. 24. 14:17

외 직구를 규제한다고 할 때 과연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사흘만에 철회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혼선, 정책실패, 아마추어 행정, 정책 시행착오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물론 이런 사례가 해외 직구 규제 철회만 있는 건 아니다. 아무튼 검토해볼만한 사례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126
해외 직구 규제 철회에 조선일보 “국민이 실험 대상인가”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2024.05.20 07:35)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해외 직구 규제’ 사흘만에 철회
중앙일보 “C커머스 공습에 섣부른 대책 내놨다가 혼란만”
예산 깎더니 예타 폐지, R&D 정부 정책에도 ‘오락가락’ 비판
尹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예고에 “국가지도자 자격 의심”
정부가 80개 품목에 국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 제품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사흘 만에 뒤집어 논란이다.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라는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셈이다. 정부의 반복되는 정책 시행착오에 20일 아침신문에선 고민없는 대책으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보수·진보 성향 관계없이 ‘탁상행정’, ‘우왕좌왕 국정’, ‘졸속 추진-철회’ 등의 단어가 관련 지면을 채웠다.
정부는 지난 16일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 우려가 커지자 국내 안전 인증인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직구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값싼 해외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정부는 19일 발암물질 등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만 직구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 번복에 신문들은 정부가 스스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정책 실패 교과서 된 ‘직구 금지령’>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해외 직구 금지령’ 번복은 ‘정책 실패’ 교과서에 대표 사례로 들어갈 만하다”고 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1면에서 “‘C커머스(중국 e커머스) 공습’에 정부가 섣부른 대책을 내놨다가 혼란만 부추겼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로 1면에서 “정책 수요자인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 입안과 발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되레 소비자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1면에서 “섣부른 정책 발표와 번복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했고, 한겨레도 1면에서 “중국계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시장 침투를 의식해 설익은 규제를 내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실질적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결국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해외 직구는 기존처럼 제한 없이 가능하게 됐지만,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과다 검출되는 해외 초저가 제품의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됐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위해성이 검증되면 직구를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금도 하는 조치”라며 “이미 위해 상품을 구매한 피해자가 나온 이후에야 대응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위해성 검사를 확대하고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국민 불편이나 규제의 실효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닥치고 금지’와 같은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 삶과 밀접한 정책을 졸속 추진하거나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일이 잦아 비판을 받아왔다”며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아마추어 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고 했다.
유승민 전 국회의원, 나경원 국회의원 당선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SNS에서 해외 직구 규제 방안을 연달아 비판하자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를 “뒷북 비판 경쟁”이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책 발표 때는 가만히 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늦게 한마디씩 보태는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예산 깎더니 예타 폐지, R&D 정부 정책에도 ‘오락가락’ 비판
정부의 연구·개발(R&D) 분야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전면 폐지 방침에 대해서도 ‘방향성 없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지난해보다 4조6000억 원 일괄 삭감했다. 경향신문은 “과학계에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학 이권 카르텔을 잡겠다’며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부가 갑자기 R&D 예타 폐지로 급선회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예타 전면 폐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목소리가 나온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조 정책위원장은 경향신문에 “오히려 예타를 일괄 폐지하면 엉망진창인 사업들을 걸러낼 수 있는 거름망이 사라진다”며 “이는 예타를 내실화하라는 과학계나 시민사회의 요구와도 맞지 않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이 같은 방침은 11개월 전 같은 회의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과 180도 달라진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과 4년 뒤까지의 중기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에서의 대통령 발언이 이렇게 뒤집히면 정책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기술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예타 규제를 손보는 것은 필요하지만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묻지 마 사업’에 대한 통제 대책 없이 덜컥 예타부터 폐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모든 예산 사업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모순된다”며 “지난해 R&D 예산을 삭감할 때와 마찬가지로 예산 증액과 예타 폐지 과정이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 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도 문제”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부가 긴축재정과 재정지원 확대 사이에서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무턱대고 예산을 깎았다가 반발이 커지면 원상 복구하거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가 돈이 없다며 무르는 식”이라며 “정부의 널뛰기식 경기 대응을 경제학에선 ‘샤워실의 바보’라고 빗댄다.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끝까지 돌렸다가 뜨거운 물이 쏟아지면 깜짝 놀라 찬물을 트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R&D 정책이 딱 ‘샤워실의 바보’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반복되는 정책 시행착오, 국민이 실험 대상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해외 직구 금지 규제 철회와 R&D 예타 폐지 방안을 함께 언급하며 정부의 정책 번복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백년대계 정책이 이렇게 냉·온탕을 오가도 되나”라며 “정부의 정책 설계가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빚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1182.html
‘해외직구 금지’ 3일 만에 없던 일로…어김없이 나온 ‘국민 오해’ 해명 [5월20일 뉴스뷰리핑] (한겨레, 권태호 기자, 2024-05-20 09:20)
① 차이의 발견 : ‘해외직구 금지’ 3일만에 철회
1. 직구 금지, 3일 간 무슨 일이 일어났나?
-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80개 품목에 국가통합인증마크(KC) 없으면 직구 원천금지(16일)
- 온라인 커뮤니티 등 소비자 반발 => 정부, “지금 당장 금지 아니다”(17일)
-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80개 위해 품목 해외직구 사전적 전면 금지·차단은 사실이 아니다”(19일)
2. 직구 금지를 왜 하려 했나?
- 이번 ‘금지 조처’는 갑작스럽게 나온 건 아닙니다. 이미 지난 3월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 14개 기관이 함께한 ‘해외 직구 종합 대책 TF’가 구성돼 논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소비자 보호와 국내 기업 보호라는 2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 관세청은 지난달 30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플랫폼 해외 직접구매 물품 가운데 초저가 어린이제품 38종에서 카드뮴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어 보름 뒤, ‘해외직구 KC마크 없으면 원천금지’ 발표가 나왔습니다.
- 애초 이번 조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해외직구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동시에 해소하겠다는 목적에서 비롯됐습니다.
3. 소비자들은 왜 반대하나?
- 유아용품을 국외 직구로 사는 부모들의 반발이 거셌고, 컴퓨터·전자기기 커뮤니티 등에서도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정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 처음에 해외직구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국내에 팔지 않는 해외물품을 사는 것에서 시작돼 이후 국내에도 판매하는 수입제품을 훨씬 싼 값에 곧바로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중국 유통업체를 통한 해외직구가 더해지면서, 이젠 똑같은 제품을 훨씬 더 싸게 해외플랫폼을 통한 직구로 구매하는 용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 게시물에 올라온 성토 글들을 보면, “해외 플랫폼에서 1만원 정도 하는 부품을 국내에서 4만원은 주고 사게 됐다”, “소비자들이 직구를 찾는 근본 원인은 값이 싸기 때문인데 국내 유통 구조는 바꾸지 않고 규제만 한다” 등이 많습니다.
- 정부는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네이버 용어사전 : 한참 단잠 자는 새벽에 남의 집 봉창을 두들겨 놀라 깨게 한다는 뜻으로, 뜻밖의 일이나 말을 갑자기 불쑥 내미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격이었던 것입니다.
4.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
1) 국민을 애 취급하기 때문이다.
- 군사정부 때부터, 정부는 국민을 보호 또는 계도의 대상으로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 전통(?)이 당국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 힘이 막강한데다, 이전 엘리트 관료시대의 문화로 인해, ‘국민들은 뭘 잘 모르니, 똑똑한 우리들이 제대로 판단해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오랫동안 영화·음반 사전검열이 있었고, 지금은 엉뚱하게 보도에 사후제재를 남발하는 것에도 그 잔재가 남아있습니다. 중국 쇼핑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장난감에 위해성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성인들이 구매하는 피규어 제품까지 일괄 규제하는 식입니다.
2) 관료사회가 늙었기 때문이다.
- 관료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관료 사회는 사고가 늙었고, 사회변화에 둔감합니다. 그래도 되기 때문입니다. 일반기업과 관료 사회의 본질적 차이 중 하나는 `마케팅'이 없다는 것입니다. 경쟁자가 없는 독점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외부의 정책소비자보다 내부의 결정권자의 생각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더 잦게 됩니다. 또 일반기업과 달리, 망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외부 변화를 쫓는다고 하지만, 긴장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인식의 변화가 아주 천천히 진행됩니다. 그렇게 되면, 바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관료주도 사회였던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번 조치 이후 소비자 반발에 대해 당국의 첫번째 반응이 “이렇게 반발이 거셀 줄 몰랐다”입니다. 아마도 ‘직구’를 해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해외직구 대책’을 논의했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해외직구는 2030 등 젊은층에서 더욱 일반화돼 있다는 점에서 정책결정권자들과 소비자들의 간극이 더욱 컸을 것입니다.
3) 처음부터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 3월에 TF를 만들 때부터 ‘중국산 플랫폼 해외직구 제재’라는 방향이 정해져 있었을 것입니다. TF는 이에 대한 통계를 정리하고, 제재 논리를 세우며, 실행 플랜을 다듬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 달도 안 되는 기간동안 그 바쁜 14개 기관들이 얼마나 밀도있는 제로베이스 회의를 할 수 있었을까요.
- 그리고 불쑥 발표했다가 곧바로 없었던 일로 되돌리는 식의 조처가 윤석열 정부에서 왜 이렇게 잦을까요? ‘초등학교 5살 입학’, ‘주 69시간 근로’, ‘R&D 예산 감축’, ‘의대정원 2000명’ 등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갑자기 무능해지거나 경솔해진 걸까요?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공직사회는 더욱이 윗선의 시각에 입장을 맞춥니다. 윗선이 하자는대로 맞춰주고, 논리도 개발하고, 문제가 생기면 또 그때 가서 수습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윗선이 하자고 했으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정상적인 피드백이 일어나지 않고, 그러니 계속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아무도 문책받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리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관료들은 그렇게 또 학습하게 될 것입니다. `윗사람 하자는대로 하면, 문제가 잘못 돼도 탈이 없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문제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4)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이다.
- 내부 이견이 일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것인데, ‘답답한 사람’ 취급받았을 수 있고, 또 그 이견이 그리 강하지도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상황을 반추하면서, 그때 제기된 ‘내부 이견’이 어떻게 나왔으며, 어떻게 묵살됐으며,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볼 것을 제안합니다. 이런 ‘망신’을 피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5) 제일 쉬운 게 ‘규제’이기 때문이다.
- 해외직구를 규제하기에 앞서, 당국은 ‘소비자들이 왜 이렇게 해외직구를 많이 하는가’라는 구조적 원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건 위험하니까 사지 마’라는 식은 너무나 일을 쉽게 하는 것입니다. 유통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우리 제품의 경쟁력은 해외직구 제품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나아가 세계적 흐름이 소비의 국경이 사라지는 것인지 등을 살펴야 했습니다.
6) ‘기업 보호’가 ‘소비자 마음’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 추정입니다. 그러나 해외직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봅니다.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당국의 DNA에는 늘 ‘기업’이 ‘소비자’보다 앞에 있습니다. 소비자가 겪는 불편, 반응보다 하루빨리 우리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던 건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7) ‘중국 견제’가 앞섰기 때문이다.
- 이 역시 추정입니다. 만일 알리, 테무가 미국 회사였어도 이런 조처를 이렇게 급박하게 내릴 수 있었을까요.
8) ‘국민 오해’와 언론 탓을 잊지 않는다.
- 그래도 이번에 발빠른 입장 변화를 하고, ‘사과’한 것은 그나마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라고 여겨집니다.
- 그러나 이번에도 ‘국민 오해’라는 말을 잊지 않았고, 보도자료에는 MBC, JTBC 보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음 달에 갑자기 이 모든 품목에 대해서 법률로 다 사전적으로 차단·금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정부에서는 이러한 대안조차 검토해 본 적이 없다. 첫 번째 브리핑 때 설명이 많이 부족하고, 자세히 설명 못 드리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이 정도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16일(목) 발표 때부터 얘기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반발이 거세진 이후인 19일(일)에야 무마 브리핑을 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개인이 아닌, 당국이나 언론의 경우, 발표나 보도 내용을 국민들이 잘못 이해했다면, 이는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말로 ‘셀프 면죄부’를 줄 게 아니라, ‘왜 오해하게 됐는지, 발표나 보도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계속 ‘오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5. 여당 내부 비판
- 이번 조처 발표 이후, 소비자 반발이 거세지자, 정치권이 앞다퉈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위치에 따라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여권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 그중에서도 오는 7월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고 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비판이 더욱 주목됐습니다.  “해외직구는 이미 연간 6조7000억 원을 넘을 정도로 국민이 애용하고 있고 저도 가끔 해외직구를 한다. KC 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 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
-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유승민 전 의원)
-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나경원 당선인)
- “‘차이나 침공’이란 거대한 파도를 ‘KC인증’으로 막을 수는 없다. 소비자 불만도 불만이지만 실효성도 떨어진다. 통관에서 걸러내기도 어렵고, KC인증이라는 수단에 대한 국내의 신뢰성도 낮다. (중요한 건) 우리 제품과 유통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윤희숙 전 의원)
6. 언론보도
- 언론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4곳이 사설을 썼습니다.
한겨레 = 해외직구 규제도 오락가락, 정책 신뢰 허무는 정부
경향 = 사흘 만에 접은 해외직구 KC 의무화, 졸속행정 책임 물어야
동아 = ‘직구 KC 인증’ 政은 졸속 추진-철회, 黨은 뒷북 비판 경쟁
조선 = 반복되는 정책 시행착오, 국민이 실험 대상인가
  
https://www.naeil.com/news/read/510791
‘직구 금지’ 뒤집기가 재소환한 ‘무능’ 키워드 (내일신문, 김형선 이재걸 기자, 2024-05-20 13:00:02)
정부, 여론 비판 거세지자 “사후 관리 위주로 진행”
만5세 입학-주69시간 근로 등 오락가락 정책 재판
R&D 예산 예타 폐지 등 냉온탕 정책 기조 이어져
여 당권주자들도 비판 … 야 “무책임·아마추어 국정”
국내 안전 인증 없는 제품의 해외직구 금지령을 정부가 철회하면서 ‘아마추어 정부’ 논란이 재점화됐다. 기존에 뜬금없이 발표했다가 단시간 내 철회됐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69시간 근로제, 외국어고 폐지 등을 줄줄이 상기시키며 여론 악화에 한몫을 하는 분위기다.
여권 내에선 총선 패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애써 쌓았던 점수를 이번 논란으로 다 말아먹었다는 한탄이 나온다. 여당 당권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현 정부와 거리를 벌리고 나섰다. 
19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국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2차장은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안전성 관리 관련해선 “사후관리 위주로 진행하고, 위해성이 확인된 확인된 경우에만 반입을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어린이용품,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으면 해외 직구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같은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유아용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안전우려가 커지자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비판적인 입장이 나오자 사흘 만에 ‘직구 금지령’을 철회했다.
정부의 냉온탕식 기조변화는 연구개발(R&D) 정책에서도 지적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전면 폐지하고, 투자 규모를 대폭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R&D 예타 완화나 선별적 면제는 정부 차원에서 거론된 바 있지만 R&D 부문에 한해 예타를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은 예상을 벗어난 고강도 조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같은 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올해 R&D 예산이 삭감되면서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예타 자체를 폐지하는 것는 예산낭비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푸는 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R&D 예산 삭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증액과 예타 폐지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밖에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하며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도 두 달 이상 유예되면서 공정성·형평성 훼손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19일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이행 여부와 관련해 “전공의들의 행동변화 여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법원의 결정을 통해 집단행동을 한 이유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공의들이 내년도 전문의 자격시험을 치르려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 이내에 복귀해야 한다. 집단행동 시작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20일이 복귀 시한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개별적인 사유 소명에 따라 개인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전공의 행정처분은 이런 시점(이탈 3개월)을 전후로 한 전공의들의 행동 변화에 달려있다”며 “정부는 처분의 시점, 수위, 방식 등에 대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2월 29일을 시한으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및 고발 등 사법절차를 예고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행정처분을 유예해준 상태다. 20일부터는 자격시험 응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전공의들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같은 정책 혼선은 윤석열정부 초기에 홍역을 치렀던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주69시간 근로제 등의 기존 뒤집기 사례도 재소환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책 뒤집기가 이어지면서 준비 안 된 정부, 아마추어 정부라는 낙인이 찍혔다가 좀 나아지는가 했더니 또 시작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총선 민심을 강타한 ‘무능’ 키워드가 이번 사태 때문에 또 한번 동력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야당도 “무책임한 아마추어 국정은 어느새 윤석열 정권의 특질이 됐다”(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정부 정책을 잘못 설계하는 무능, 뒷일은 나 몰라라 일단 발표만 하고 보는 무책임”(배수진 조국혁신당 대변인)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콕 집어 비판했다.
이번 논란이 당권 경쟁을 앞둔 여권에선 현 정부와 ‘차별화’ 쪽에 힘을 싣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당권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 글에서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면서 “적용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위원장에 앞서 유승민 전 의원도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건 무식한 정책”이라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자도 정부의 정책 철회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41269.html
직구 ‘국내업체 역차별’ ‘안전인증’ 후속 대책은? (한겨레, 유선희 기자, 2024-05-20 15:47)
정부가 케이시(KC)인증(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국내 반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하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금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뿐, 안전성 담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을 정부가 내놓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20일 업계와 소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국무조정실이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케이시 미인증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 정책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앞서 지난 19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80개 품목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해 나가겠다”면서도 안전성 조사의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았다. 당장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해외 직구 제품을 걸러낼 수 있냐는 회의론이 나오는 까닭이다.
5살·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정아무개(37)씨는 “어린이 완구류 한 품목만 해도 수백·수천 가지 제품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어떤 순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무작위 샘플링 조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인이 낱개로 직구하는 상품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부 송아무개(35)씨 역시 “소비자 선택권도 중요하지만 안전성도 중요한데, 정부가 설익은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에 밀려 정작 원래 목적인 안전성 확보에 대한 대책은 내놓은 게 없다”며 “넥스트 스텝이 뭔지 구체적 복안이 전혀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통관 물량은 약 4133만건이다. 하루 46만건에 이르는 물량을 하나씩 검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부가 “(케이시 인증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케이시 인증’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케이시 인증이 안전성을 100%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냐는 것이다. 맘카페 등에서는 “과거 라돈 매트리스, 가습기 살균제, 슬라임 등은 케이시 인증을 받았음에도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는 취지의 글이 쏟아졌다. 지난해부터 비영리 기관에서 영리 기관으로 확대된 케이시 인증에 대한 보완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업계에서는 자칫 이번 논란으로 인한 정책 표류가 값싼 중국 제품에 대한 제재를 더디게 해 국내 중소기업과 셀러에 대한 ‘역차별’을 더 강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반발로 정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책이 유야무야될 경우, 국내 기업과 셀러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국내 유통을 위해 ‘케이시 인증’이 필수인 국내 중소기업과 셀러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혹시 모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성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41313.html
“윤 대통령에게 직구 규제 보고 안 됐다”…신속 사과하면서도 선긋기 (한겨레, 이승준 서영지 기자, 2024-05-20 17:29)
대통령실 밝혀…윤 대통령, 한덕수 총리와의 오찬 취소
정부가 안전인증(국가통합인증마크·KC)을 받지 않은 국외 직접구매(직구) 제품 원천 차단 방침을 밝혔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20일 “정부의 대책 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반복되는 정부 정책 혼선을 지적하면서 “사과 한 마디로 끝낼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책 혼선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께서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정책설명 강화,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전날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 16일 발표한 정부 대책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사과한 데 이어 대통령실도 나선 것이다.
성 실장은 “정부의 정책 대응에 크게 두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첫째,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애쓰시는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서 송구하다”고 했다. 둘째, “정책을 발표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제 계획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해 혼선을 초래한 점 역시 죄송하다”고 했다.
이는 ‘직구 차단’ 정책에 ‘싸게 구매하는 것까지 정부가 막냐’는 소비자 반발이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정책 번복으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며 정부 정책 신뢰가 흔들리자 거듭 진화에 나선 것이다. 특히 4·10 총선 여당 참패 뒤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민생·소통’ 기조가 이날 사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당도 정부에 ‘경고’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의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반드시 당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번 논란이 윤 대통령으로 옮겨붙는 것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해외직구 부처) 티에프(TF)에 참여하지는 않았고, (정부 대책이) 대통령께 보고된 바는 없다”고 했다. 이날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오찬 주례회동이 갑자기 취소됐는데, 여권에서는 정책 발표를 주도한 총리실에 대한 질책 성격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만 5살 초등학교 입학’(2022년)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2023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2023년) 등 정책 혼선이 되풀이되는 것은 국정 운영 시스템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들 사례를 나열하고 “반복되는 정책 혼선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수행 프로세스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윤 대통령은 지키지도 못할 ‘재발 방지 약속’에 앞서 즉흥적인 정책 추진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5202106015
대통령실 “소비자 선택권 제한 과도” 정책 혼선 사과 (경향, 유설희 기자, 2024.05.20 21:06)
윤 대통령, 전면 재검토 지시
여 “당과 반드시 사전 협의”
대통령실이 20일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정부 대책을 내놨다가 백지화한 것과 관련해 사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며 대통령실 차원의 사과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해외 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 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KC 인증을 받아야만 해외 직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침이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애쓰시는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이에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또한 “법 개정을 위한 여론 수렴 등 관련 절차가 필요하고, 법 개정 전에는 위해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차단한다는 방침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6월부터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가 금지된다고 알려져 혼선을 초래한 점 역시 죄송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해외 직구 KC 인증 도입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성 실장은 전했다. 성 실장은 “국민 불편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계부처는 KC 인증과 같은 방법으로 제한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안전성을 보다 균형 있게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마련해 나가도록 했다”고 했다. 또 “대통령은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해외 직구 관련 정부 대책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해외 직구 물품에서 심각한 물질이 검출되는 등 문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3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정책 검토가 이루어졌으나 대통령실이 TF에 참여하지는 않았다”며 “대통령에게 보고된 바는 없다”고 했다.
이날 성 실장의 사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부처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시정 조치를 내린 것이고, 국민 불편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라고 해서 사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오에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주례회동이 전격 취소된 것도 한 총리에 대한 질책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앞으로 정부 각 부처는 각종 민생 정책, 특히 국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주요 정책의 입안 과정에서 반드시 당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5202107005
작년에만 1억건 넘는 해외직구…관세청서 ‘안전’ 감당할 수 있나 (경향, 김윤나영 기자, 2024.05.20 21:07)

‘유해성 검사’ 80개 품목, 통관 보류 땐 환불 등 소비자 피해
반입금지 상품 사이트, 적발·차단해도 주소 바꾸면 못 걸러
전국 세관 인력 289명 불과…‘짝퉁’ 관리만도 버거운 현실
정부가 국내 안전 인증인 국가통합인증마크(KC) 없는 80개 품목에 대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원천 금지 방침을 철회한 뒤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80개 품목 중 발암물질 등 유해성을 확인한 제품만 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조차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세청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후 모니터링·위해성 검사 등을 통해 유해성이 확인된 어린이용 제품, 전기·생활용품 등에 대해 소관 부처의 반입 차단 요청이 있을 경우 관세법에 근거해 통관을 보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파는 80개 품목에 대한 위해성 조사에 돌입한다. 조사 결과 유해물질 등이 발견되면 해당 제품의 반입을 금지한다.
만약 소비자가 금지 물품을 구매해 통관이 보류되면 별도의 환불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24’ 온라인 사이트 등에 금지 물품 목록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가 발암물질 검출 여부까지 사전에 검색해 해외직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해외 결제를 마치고도 상품을 받아보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사전 판매 차단보다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직구 플랫폼의 자율 규제에 의존하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관세청은 유해 성분이 검출된 물품이나 ‘짝퉁’의 판매 중지를 해당 플랫폼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관세청은 올 1분기 적발한 1586건의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에 대해 해당 해외직구 플랫폼에 판매 페이지 차단을 요청했다. 관세청은 실제로 해당 페이지 전체가 차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문제는 불법·유해 상품 판매자가 판매 사이트 주소(URL)만 바꿔 해당 플랫폼 내 다른 페이지를 개설하면 여전히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은 상품 바코드 등으로 상품을 식별하기에, 판매자가 플랫폼 내 다른 페이지를 개설해 (다른 바코드를 받아) 같은 물품을 팔면 통관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89명에 불과한 전국 세관의 해외직구 물품 검사인력이 연간 1억건이 넘는 물품 전체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건수는 1억3144만3000건이다. 이 중 중국발 직구는 8881만5000건으로 68%를 차지했다. 중국발 직구는 2020년 2748만3000건에서 2021년 4395만4000건, 2022년 5215만4000건 등 해마다 늘고 있다.
해외직구 증가 비율 대비 관세청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일례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품만 담당하는 평택세관 특송통관과의 직원은 34명에 불과하다. 평택세관에서 지난해 처리한 물품 통관 건수는 3975만2000건이다. 근무일(310일) 기준 직원 1명이 하루에 3771건을 처리해야 한다. 관세청은 ‘짝퉁’ 물품을 관리하기도 버거운 처지다. 지난해 관세청에 적발된 중국산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은 6만5000건으로 전년(6만건)보다 8.3% 늘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0647
정부의 실력, 이대로 괜찮습니까 (중앙일보, 조민근 경제산업디렉터, 2024.05.21 00:34)
이 정도면 가히 ‘정책 참사’다. 사흘 만에 해프닝으로 끝난 ‘해외 직구(직접구매) 차단’ 얘기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내용도 허술했지만, 혼란이 빚어진 이후 대응도 당장의 면피에 급급했다.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휴일인 19일 정부는 부랴부랴 브리핑을 열었다. 그리고는 “80개 품목에 대한 해외 직구를 사전 차단·금지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진의’는 소비자 안전에 위험을 주는 제품을 조사해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제대로 설명을 못 해서 오해가 빚어졌다는 취지였다.
C커머스 공습에 꾸린 정부TF
불쑥 ‘직구 차단’ 내놨다 철회
내수용 ‘안방 호랑이’의 참사
정말 그럴까. 지금도 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 떠 있는 16일 자 보도자료를 다시 읽어봤다. 대책의 가장 첫머리에 어린이 제품(34종), 전기·생활용품(34종), 생활화학제품(12개) 80개 품목을 언급하고 “국내 인증(KC)을 받지 않은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한다고 명시해놨다. 참고자료에는 80개 품목에 들어가는 구체적 제품까지 상세히 기술하고 있고, 시행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표기해놨다. 뭘 하겠다는 건지 너무 명확해 오해를 일으킬 만한 대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번 대책 마련을 위해 3월부터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고 한다. 국무조정실이 총괄하고 산업부, 환경부, 식약처, 공정위, 관세청 등 14개 부처가 참여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TF는 “두 달간 20여 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분야별로 면밀한 검토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회의를 연 뒤 발표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핵심 정책의 ‘진의’가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 과정에서 그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정부가 실제로 의도했다는 ‘위해성 확인 시 차단’은 지금도 하는 일이다. 그걸 좀 더 열심히 하겠다는 걸 무려 14개 부처가 참여한 TF의 최우선 대책으로 내세웠다는 건데, 정책의 생리를 안다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그보단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하려 차라리 무책임을 택한 형국이다.
물론 TF가 맞닥뜨린 문제가 복잡하긴 했다. 알리·테무를 필두로 한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C커머스)은 초저가를 앞세워 폭발적으로 이용자를 늘렸다. 갖가지 문제가 속출했다. 유통업체는 물론 중소 상인,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이대론 다 죽는다”는 아우성이 빗발쳤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의 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건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과잉생산한 공산품을 전 세계로 밀어내는 이른바 ‘디플레 수출’에 나서며 지금 전 세계는 홍역을 앓고 있다. 문제는 그렇다고 무작정 막을 순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소비자와 생산자, 무역 상대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계 각국 정부가 규제의 명분과 함께 실효성을 갖춘 수단을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예상과 달리 너무나 쉽게 해답을 꺼내 들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문제라면 국내 정식 수입 업체들처럼 직구 상품도 KC 인증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소비자 선택권보다는 업계 보호에 중점을 둔 셈인데, 정작 업계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해외 직구로 국내에 들어오는 상품이 하루 수십만 건인데 무슨 수로 인증 여부를 일일이 가리겠냐는 것이다. 명분은 물론 실효성도 부족한 답이란 얘기다. TF가 소비자나 업계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지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늘 하듯이 거칠게 규제부터 들이댔고 망신을 자초했다.
결국 이번 소동은 우리 정부의 실력이 여전히 ‘안방 호랑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뼈아픈 현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산업정책 시대로의 회귀’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역할과 경쟁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다. 정부가 일으킨 혼선을 놓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잇따른다. 하지만 정작 우리 유통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푸는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말이 없다. 이래서야 경제와 안보 논리가 뒤섞인 ‘라인 사태’ 같은 새로운 갈등에 어떻게 제대로 대응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문제 제기가 세간에 화제가 됐다. “과거에 해왔던 대로 계속해서 가면, 대한민국은 괜찮은 겁니까”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세상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재래식 사고만으로 해법이 나오겠냐는 얘기다. 글로벌 무한 경쟁의 최전선에 선 기업인이 오죽하면 이런 철학적 화두까지 던졌을까 싶다. ‘직구 금지’ 소동을 보면서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정말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4/05/21/QCOTQAON5NFQVGPGVJCPGV2SZE/
[사설] 해외직구 금지 소동, 만약 당정 협의 했더라면 (조선일보, 2024.05.21. 00:20)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정부 부처는 국민 일상에 영향이 큰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당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KC인증(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금지를 추진하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을 두고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도 “해외 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발표로 국민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정부의 대응이 크게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도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했고, 저렴한 제품 구매에 애쓰는 국민 불편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을 미흡했던 부분으로 꼽았다. 대통령실이 신속하게 정책 오류를 직접 사과한 것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나열한 것 모두가 이례적이다. 총선 참패 이후의 현상이다.
그동안에도 당정 협의가 없었던 게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문제나 R&D 예산 삭감 같은 굵직한 정책 사안에서 ‘선(先) 조치, 후(後) 수습’ 같은 뒷북 대응을 해왔다. 대통령의 연구비 카르텔 비판 발언이 나온 지 두 달 만에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일방통행을 했다. 대통령의 지시나 정책 목표가 제시되면 당정 협의는 이를 걸러내기보다 사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됐다. 정책은 대부분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국회를 책임진 당과 협의도 없이 해외 직구 금지 발표를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한편으로 지금의 국민의힘 고위직 인적 구성으로 설사 당정 협의를 했더라도 ‘해외 직구 금지’ 발표를 막을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모두가 엘리트 출신이지만 민심 감수성이 떨어지고 대통령 눈치를 살피는 것이 체질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민의힘은 원내 부대표 13명 전원을 초선으로 임명했고, 이 중 10명은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으로 구성했다. 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럴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인터넷 카페나 각종 동호회 같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 흐름과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정부도 정당도 버텨내기 힘들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0521/125025808/1
[단독]직구 금지, 당정협의도 여론수렴도 없었다 (동아일보, 김준일 고도예 이상헌 기자, 2024-05-21 03:00)
정책 불쑥 발표뒤 반발 커지자 철회
만5세 입학-R&D 예산 등 혼란 반복
대통령실 사과… 尹, 재발방지책 지시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정책을 내놨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가운데, 이 대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검증하는 당정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월 7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해외직구 종합 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정부는 관련 회의를 20여 차례 열고도 ‘소비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10총선 참패 뒤 정부·여당은 “민생과 정책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정 소통 부재, 관료식 탁상행정 등이 맞물린 총체적 난맥상이 윤석열 정부 출범 3년 차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지시했다고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이 전했다. 성 실장은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회의에서 “정책 발표 전 정책이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질책의 의미로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국무조정실 보고 자리에서 “정책 의도가 왜 제대로 전달이 안 됐느냐”며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들의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 뒤 ‘당정 사전 협의’ 질문에 “나는 처음 들었다”고 했다. 당정 협의가 없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책 혼란이 벌어진 뒤 뒤늦게 대통령실과 여당이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여당에선 “철저히 당정 협의를 거친 정책들만 발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 69시간 근로제’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 설익은 정책 강행에 따른 현장 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구조적 원인인 수직적 당정 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즉흥적인 정책 추진부터 고쳐야한다”고 비판했다.
주69시간-만5세 입학 혼란 겪고도… ‘당정 소통 부재’ 되풀이
[직구금지 철회 후폭풍] 직구금지, 당정협의 없었다
TF “소비자 반발 예상” 우려에도… 정부, 20차례 회의때 의견수렴 안해
추경호 “협의 종이쪼가리 왔을수도”… ‘주1회 고위당정 정례화’ 흐지부지
“정부·여당이 집권 3년 차에도 당정 협의를 시스템화하겠다는 뒷북 지적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둘러싼 ‘오락가락 탁상행정’ 난맥상을 두고 20일 여당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당정 협의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여당 지도부가 뒤늦게 문제 제기 방식으로 수습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수직적 당정 관계 속 여당이 정부로부터 정책을 보고받고 정책 도입에 따른 파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정무적 기능이 상실됐다”는 말이 나온다.
● “고질병처럼 반복되는 당정 소통 부재”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정부는 국민 민생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과 충분히 협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정 사전 협의’를 묻는 질문에 “당에 종이 쪼가리가 왔을 수 있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협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에 익숙한 국민들이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고 반발하자 뒤늦게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당연히 당정 협의를 거쳤어야 했는데 보고 대상인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이 교체 시기여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정책 수립 기간과 22대 총선 일정이 맞물리면서 당정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정책 도입 과정에서 “당정 소통 부재가 고질병처럼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 뒤인 2022년 7월 정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방침을 내놨다가 “유아 발달을 고려 안 했다”는 역풍에 정책을 철회했다. 이후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철저히 당정 협의를 거친 정책들만 발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의 근로 시간 개편안 등 설익은 정책 발표로 ‘69시간 근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여당도 주 2회 고위 당정 정례화를 대안으로 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정은 또 ‘주 1회 고위 당정 정례화’를 들고나왔지만 총선 국면이 다가오면서 없던 일이 됐다. 고위 당정협의회도 1월 14일 이후 4개월 가까이 열리지 않다가 총선 이후인 이달 12일에 재개됐다.
● 소비자 반발 우려에도 의견 수렴 과정 無

정부가 올해 3월 7일 출범한 해외직구 종합 대책 태스크포스(TF) 내부에선 직구 금지 정책에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부 관계자는 TF에서 2017년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 당시 소상공인이나 소비자의 반발이 거셌던 사례를 거론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의류나 장신구 등에 KC 인증을 의무화한 ‘전안법 개정’이 예고되자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은 “KC 인증 비용 부담이 늘어 가격 인상 우려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TF가 출범 뒤 정책 발표까지 2개월 동안 20차례 회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 수렴’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 구상 단계에서 소비자와 소상공인 등을 상대로 여론 수렴 공청회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장 여론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민심과 괴리된 정책을 밀어붙인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6일 정책 발표 당시 뒤늦게 “법 개정 전에 공청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위해성이 큰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으면 해외직구 금지” “6월 중 반입 차단 시행” 등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반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구상한 정책 의도와는 별개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주요 정책 결정 및 발표 과정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4/05/21/5RKPZTUL5RBFDDTQLCKSFILVDY
“국내가 더 비싸, 글로벌 호구”...해외 직구는 한국판 ‘소비자 운동’ (조선일보, 석남준 기자, 2024.05.21. 05:05)
해외 유명 브랜드 직접 뚫는 등
유통 구조 불신, 직구 열풍 낳아
대통령실은 정부의 해외 직접 구매(직구) 대책 발표로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20일 공식 사과했다. 이날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최근 해외 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 발표로 국민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가 도대체 뭐길래 정부의 대책 발표 직후 반발이 순식간에 확산되고 사흘 만에 정부가 정책을 사실상 철회한 데 이어 대통령실까지 사과의 뜻을 밝혔을까.
한국은 ‘글로벌 유통 업체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국내 유통 기업이 막강했다. 하지만 2010년대 해외시장의 문이 열리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사면 싼 걸 왜 한국에선 비싸게 사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이 생긴 것이다.
해외 직구는 ‘글로벌 호구’라고 불릴 정도로 과도하게 마진이 붙은 한국 가격에 분노하고, 손품을 팔아 한 푼이라도 싼 물품을 사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뚫어낸 새로운 유통 루트다. 해외 업체가 한국 소비자의 접근을 막으면 소비자운동을 하듯 항의하고, 현지에서 대신 구매해 주는 사람들을 찾는 등 해외 직구 시장을 개척해나갔다.
한국의 해외 직구 시장은 2009년 251만건에서 작년 1억3144만건이 돼 52배로 커졌다. 유통 불신의 구조는 그대로인데, 해외 직구 환경은 확 바뀌었다. 한국이 세계 직구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 유통 공룡들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무료 배송, 간편 구매 등의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손품 팔 필요 없이 편리해졌고, 선택의 폭은 늘면서 해외 직구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분유 사는 엄마, 오디오 사는 아저씨처럼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해외 직구라는 주제 앞에선 동질성을 보인다”며 “정보 공유에 익숙한 직구족 사이에서 불만이 확산하는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한국의 해외 직구 시장이 2010년대에 본격화됐다고 본다. 2010년을 전후해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 때 직구하는 방법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다. 소비자들은 ‘미국에서 사면 저렴하다’는 정보를 공유했고, 복잡한 절차와 긴 배송 기간을 감수하며 직구에 나섰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택하는 이유는 같다. ‘왜 한국에서만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이다.
◇中 8만원 커피콩 연마기, 한국선 38만원
2012~2013년에는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가 한국 업체와의 계약 등을 이유로 한국에서의 홈페이지 접속과 한국 신용카드 사용을 막자, 소비자들이 들고일어났다.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 본사에 항의 이메일을 보내고,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집단 반발했다. 결국 미국 브랜드인 폴로, 짐보리 등이 한국 카드를 쓰게 해주는 등 한국 직구족(族)의 집단 반발에 백기를 들었다.
해외 직구는 “한국을 봉으로 안다”는 불만이 만들어낸 시장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 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한국에서 300만원대에 팔리는 삼성·LG TV가 미국에선 180만원대에 팔리는 등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저렴한 제품을 사려고 해외 직구를 택하는 건 지금도 같다. 중국에서 8만원에 파는 커피콩 연마기는, 한국에서 사려면 38만6700원을 줘야 한다. 미국 아마존에서 1만7000원에 파는 장난감이 한국에선 최저가가 5만원이다. 위스키 마니아들은 해외에서 원래 가격의 2배 이상을 세금, 배송료 등으로 내고도 직구를 하고 있다. 그래도 한국보다 싸다는 것이다.
해외 직구는 한번 배송받을 때 150달러(미국발 200달러) 미만이기만 하면 관세·부가세를 면제해 준다. 국내 유통 업자들은 “관세, 부가세에 각종 안전 인증을 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 인건비를 더하면 해외 직구와 가격 경쟁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해외 이커머스의 공습에 한국 산업 생태계가 멍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에게는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직장인 이모(41)씨는 “소비자들이 손품을 팔아가면서 뚫어놓은 해외 직구 시장 아니냐”며 “정부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며 해외 직구를 막으려고 하는지 화가 났다”고 말했다.

◇”49달러 이상 대한민국으로 무료 배송”
작년 한국인이 해외 직구로 거래한 금액은 역대 최대인 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이커머스 전체 시장 규모로는 한국이 5위이지만, 인구를 따져보면 한국인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이커머스를 많이 이용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해외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손품을 팔 필요도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 아마존의 경우 현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49달러 이상 주문 시 대한민국으로 무료 배송”이라고 떠있다. 지난 3월 국내 앱 사용자 수 1위에 오른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입 절차가 국내 쇼핑몰과 차이가 없다. 카카오톡, 네이버 계정으로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고,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도 있다. IT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는 평이 나온다. 일부 해외 직구 제품은 인천공항에 물류 센터를 만들어 주문 다음 날이면 도착하기도 한다.
◇정보 공유에 익숙한 직구족, 불만도 들불처럼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발표 직후 반발이 순식간에 확산된 것도 직구족의 특징에서 찾는다. 직구족은 태생적으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불만을 표출하고 확산하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좀처럼 조직화하기가 어려운데 직구족은 좀 다른 모습”이라며 “정부의 해외 직구 정책 철회는 소비자운동으로서 역사적인 한 장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4/05/21/OPRIUM3BEVGZRMAW2MBVRAPF3M/
배송 막혀도, 결제 막혀도… 다 뚫어낸 K직구족 (조선일보, 신지인 기자, 2024.05.21. 05:05)
폴로 등 해외 유명 브랜드 본사가 결제창에 한국 주소 못 넣게하면 직구 대행업체 주소로 물건 받아 
韓 카드 막으면 美 페이팔로 결제
몰테일, 아이포터, 지니집…. 미국과 일본, 독일에 있는 의류와 가전제품, 식료품을 파는 해외 직구 전문 대행업체다. 흥미로운 것은 주 고객이 한국의 해외 직구족이란 점이다. 이 몰들은 해외에서 파는 물건들을 한국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결제와 배송까지 대행한다. 해외 유명 브랜드 등은 한국으로 정식 수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구족이 등장하면 수출이 어려워져 사실상 ‘영업 방해’라며 반발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상대로 홈페이지에서 결제를 못 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매를 막기도 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이런 반발에 직구족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회 통로를 뚫어냈다. 폴로 랄프로렌을 비롯한 해외 브랜드가 홈페이지 결제창에 한국 주소를 입력하지 못하게 하자, 직구족들은 현지에 있는 직구 대행업체의 주소를 빌려 국내로 물건을 배송받았다. 또 이후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결제 시스템으로는 구매할 수 없도록 막자 미국의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을 이용하는 식으로 응수했다. 또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현지 IP처럼 우회 접속하거나, 로그인을 하지 않고 비회원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직구가 가로막힐 때마다 한국 소비자들이 뚫고 또 뚫는 이유는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직구 물건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한국에 입점한 유명 브랜드는 자국보다 할인 행사도 적게 할 뿐더러 유통 마진도 더 크게 남긴다. 해외 직구 대행 업체에 비싼 수수료를 낸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는 훨씬 싼 것이다.
직구족이 늘자 자국민을 상대로 물건을 팔아오던 해외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도 한국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미국 아마존과 아이허브 등이다. 최근에는 개인이 해외 직구대행업 사업자 등록을 하고 소규모로 직구 제품을 파는 한국인들도 늘었다. 이렇게 직구 업체가 급격하게 늘자 2022년 관세청은 해외구매대행업체의 등록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직구가 활발해지자 국내 물류 업체도 덩달아 진화했다. 한진, CJ대한통운 등은 직구 물품 당일 배송에 심지어 일요배송도 하고 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68216&ref=A
‘직구 금지’ 거센 반발에 사과…남은 불씨는? [뉴스in뉴스] (KBS뉴스, 박대기 기자, 2024.05.21 12:42)
앵커: 대통령실이 결국 'KC 미인증 품목에 대한 직구 제한'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완전 철회인지 애매한 부분도 남아있습니다. 왜 이런 정책이 추진된 것인지, 혹시나 재추진 될 경우 문제점은 없는지 박대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간단히 '직구 금지 사태'라고 부르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짧게 정리해주시죠.
기자: 시작은 지난 16일이었습니다. 정부가 68개 제품에 대해 KC 안전 인증이 없다면 직구를 금지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혹은 취미생활을 위해서 나만의 물건을 사겠다고 해외 직구를 해온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 정책이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했다는 것입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도 일요일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직구 금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달과정에서 과장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론이 가라앉지 앉자 어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직접 나서서 "혼란과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앵커: 직구 금지가 사실이 아니라고 정부가 말했었는데 진실이 뭡니까?
기자: 68개 품목의 직구 금지를 위해서는 법률 제정이 필요한데 그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한다는 말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방침을 세우고 추진한다는 점 자체에 반대 여론이 컸던 것이고 결국 대통령실도 사과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 정책 폐기된 겁니까?
기자: 사실상 그렇지만 애매한 점도 있습니다. 성태윤 실장이 "전면 재검토하겠다"라고 말하면서도 "KC인증으로 제한하지 않고 선택권과 안전성을 균형있게 고려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마련해나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즉, 보완을 하겠다는 것인데 다른 식으로 직구가 불편해지는 정책이 또 나오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정부는 또, 정책 철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용품과 전기 제품 등을 검사해서 위해성이 확인된 경우 차단하겠다고 했는데요. 문제는 지금도 하루 수십만 개씩 밀려들어오는 직구 상자에서 이걸 검사하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또 막상 해당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가 통관이 안되는 피해를 보는게 아닌지 우려가 있습니다.
그 밖에 지난 16일 직구 금지 발표를 하면서 정부가 1인당 하루 150달러인 면세 한도를 조정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연간 한도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제한하게 되면 또 다른 소비자 반발이 나올 것입니다.
앵커: 왜 많은 사람들이 직구금지 정책에 화를 냈을까요?
기자: 소비자의 선택권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겁니다. 올해 1분기에만 1조 6천억원어치를 해외 직구로 사들였는데요. 의류가 많지만 가전, 화장품과 스포츠용품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산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해외 곳곳에서 싸고 독특한 물건을 찾아서 사는 것은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됐습니다.
그렇게 누리던 것을 갑자기 빼앗으려고 하니까 화가 난 것입니다. 특히 소비자들은 정부가 결국은 국내 유통업자나 편만 드는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국 싸이트에서 몇 천원에 팔리는 전자제품을 그대로 수입해와서 국내에서 두세 배 가격에 파는 업자도 있습니다.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직구를 막으면 중국 물건 떼와서 파는 업자들만 이익을 본다는 것이 소비자의 불만입니다.
앵커: 직구는 주로 중국이 많죠?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1분기 통계를 보면 57%가 중국발이고 그 다음이 미국, 유럽 순입니다. 1년 전에는 40%가 중국발이었는데 중국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앵커: 실제로 검사를 해보면 어린이 용품 가운데 위해성이 있는 제품도 상당수 나오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만 KC 인증이라는 우리만의 기준으로 접근했던 것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른 국가에서 쓰는 품질 인증은 인정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보완이 필요합니다. 또, 국내에 대량으로 수입된다든지 문제가 될 것을 표본 조사하는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앵커: 해외직구가 계속 성장하면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들은 피해를 보지 않나요?
기자: 물론 그런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자유무역이고 우리나라가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사실도 잊으면 안됩니다. 직구가 많으니까 단순히 직구를 일단 막자는 식으로 정책을 만드니 소비자들의 반발이 컸습니다. 다른 방법 예를들어 국내 유통시장의 독점 해소나 중소 제조업 육성 등을 통해서 그 문제는 풀어야 할것입니다.
 
https://www.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2405211413011
직구 금지, 대통령 몰랐다?···야권 “대통령 패싱인가, 꼬리 자르기인가” (경향, 이유진 기자, 2024.05.21 14:13)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는 장식인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대통령실이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해외직구 차단’ 정책을 사흘 만에 철회하며 ‘대통령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하자 “대통령 패싱 혹은 꼬리 자르기”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논란이 된 직구 대책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마련돼 윤 대통령은 이를 보고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정부 정책을 대통령이 몰랐다니 국기문란의 아마추어 정부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만 5세 학제 개편, 주 69시간제 등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추진하다 거센 반발이 일면 책임을 회피하는 윤석열 정부의 못된 버릇이 또 도졌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의 책임은 없으니 따지지 말라는 것이냐. 윤 대통령의 책상에 있다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는 그냥 장식일 뿐이냐”며 “느닷없는 직구 금지 정책도 어이없지만 대통령실의 꼬리 자르기식 회피가 국민을 더 화나게 한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국민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얼토당토않은 변명에 실소만 나온다”며 “정말 몰랐다 해도, 대통령이 14개 부처가 참여해 결정한 정책을 보고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이 정부가 대통령을 패싱하고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국기문란 정부라는 것을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배수진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 패싱인가, 아니면 여론이 무서워 꼬리 자르기를 하는 건가”라며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 윤 대통령이 아니라면 누가 보고받고 누가 결정을 했다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논란이 불거진 뒤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이 해명과 사과를 내놓은 것을 두고는 “불통의 마이웨이 정부가 이렇게 신속 대응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라면서도 “아니나 다를까 ‘윤 대통령이 이번 정책을 직접 보고받지는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어안이 벙벙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 말대로 대통령 패싱이라면 중대한 감찰 사항”이라면서 “이 뜬금없고 설익은 정책의 입안, 수립, 발표, 철회, 해명과 사과의 전 과정을 빠짐없이 조사해 낱낱이 공개하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그러면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따르면 당정 협의도 없었다는 것인데, 집권 여당도 모르고 대통령도 모르는 정부 정책이 어떻게 탄생하고 국민 혼란만 일으키게 된 것인지 소상히 밝히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5211641001
‘해외직구 금지’ 정책은 왜 소비자들을 화나게 했나 (경향, 남지원 기자, 2024.05.21 16:41)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차단하려다 사흘 만에 철회하는 소동을 빚은 배경에는 정부의 해외직구에 대한 ‘오판’이 있었다. 해외직구는 이미 젊은층을 넘어 상당수 국민들의 주요 소비 채널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데, 정부가 이를 간과하고 무리한 계획을 밀어붙여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21일 통계청의 온라인 해외직구 동향 자료를 보면, 2018년까지만 해도 2조원대이던 해외직구 액수는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도 9.4% 증가한 1조6476억원을 기록해,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해외직구액은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관세청은 20~50대 중 해외직구 이용 인원이 1308만명으로 해당 연령대 전체 인구의 43.2%에 이른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사용자 수가 쿠팡에 이어 2~3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 시점에 ‘직구족’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직구금지 조치가 피부에 와닿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광범위하단 뜻이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품목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구 품목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의류 및 패션상품(45.7%)이고, 음식료품(22.2%), 가전·전자·통신기기(6.3%), 생활·자동차용품(6.2%), 화장품(4.8%), 스포츠·레저용품(3.8%) 순이다. 전자제품 등 고가 품목을 구매할 때는 해외와 국내 판매가를 비교해 보고 가격 차이가 크면 직구를 선택하는 소비 패턴도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위해 제품을 타깃으로 한 규제가 아니라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생활화학제품 등 80종을 뭉뚱그려 ‘KC 인증을 받지 않으면 직구를 금지한다’고 발표하자 소비자들은 ‘저렴한 쇼핑채널이 차단된다’고 여기게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 미국 플랫폼 등을 활용해 유아차와 전자제품 등을 직구해왔던 직장인 A씨(35)는 “유해성이 큰 제품이 있다고 판단했으면 해당 제품을 차단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줘야 할 텐데 기준이 너무 애매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정부 대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 1분기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에 반입된 통관 물량은 4133만건에 달한다. 하루에 46만건이 들어오는 꼴이라 일일이 검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전문의약품 등 통신판매가 금지된 제품들이 버젓이 해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것이 현실이다. e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검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가 전혀 제시한 바가 없어서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대책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수백만원대의 비용이 들어가는 KC 인증을 해외 영세 판매자에게 강제할 방법도 사실상 없었다.
일각에서는 위해 제품의 무분별한 유통 등을 단속할 필요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섣부른 대책으로 혼란을 자초해 중국발 e커머스에 대한 규제 논의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중국 e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초저가 어린이용품과 장신구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국내 유통 소상공인과 중소 제조업체들에만 안전 규제가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후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관에서 위해 제품을 모두 적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위해 제품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해당 사업자에게 책임을 포괄적으로 물을 수 있는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41450.html
‘직구 금지’와 천공 가짜뉴스가 말해주는 것 [아침햇발] (한겨레, 정세라 | 뉴스서비스부 기자, 2024-05-21 15:50)
정부가 어린이제품·생활용품 등에 대해 케이시(KC·국가통합인증마크) 인증 없이는 6월부터 직구를 차단한다고 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했다. 맘카페, 취미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는 부르르 끓어올랐다. 직구한 카시트가 6월 전에 못 올 듯한데 취소를 알아봐야 하는 거냐? 케이시 인증이 미국·유럽·일본 글로벌 인증보다 대단한가? 직구는 뭐든 저렴하게 사려고 그러는 거다. 이게 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그런 건데, 어쩌란 거냐. 알리에서 직구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취미용품을 국내에선 ‘택갈이’만 해서 몇배 비싸게 판다. 중간 유통업자들 배만 불려주고 소비자는 호구 되라는 거냐. 중국 알리·테무만 못 막으니 미국·유럽 직구까지 다 막겠다는 건데, 이런다고 내수 경제가 활성화되나.
충분히 온당한 문제 제기들이다. 14개 관계부처가 이름을 올린 이번 정책을 발표하기까지 공무원들의 머릿속에는 저런 질문들이 전혀 안 떠올랐을까. 정책 예측가능성 부재, 케이시 인증의 한계, 소비자 편익 불균형, 국내 중소 유통업체와 소상공인 보호 대책으로 직구 금지가 적절한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장삼이사들의 아우성에 틀린 말이 별로 없다.
몇년 새 중국 직구 플랫폼의 진격이 워낙 빨라서 소비자 민원이 늘고 위해 제품 유입 같은 부작용을 막을 장치가 미처 준비돼 있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중간 유통업자나 소상공인의 불만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촘촘한 소비자 보호 행정과 산업정책, 구조조정 과정의 실업·고용 대책이 필요한 자리에 21세기 흥선대원군이 나선 셈이 됐다. 국민의 일상 소비생활을 틀어막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
워낙 황당하니 일각에선 음모론도 고개를 든다. 케이시 인증기관 영리법인화가 지난해 발표됐는데, 이권을 둘러싸고 누가 크게 해먹으려고 한 거 아니냐? 천공 강의에 직구 관련 내용이 있다는데, 천공 말 듣고 한 거 아니냐?
이는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바닥을 찍었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 직구 금지 철회 브리핑 때 ‘오해 소지가 있었다’는 당국자 변명에 ‘이게 국민들이 잘못 알아들었다는 건지, 기자들이 잘못 알아들었다는 건지, 정부가 설명을 잘못했다는 건지 얘기 좀 해달라’는 말이 나오는 판국이다. 대통령실은 부랴부랴 사과를 하면서 대통령한테 직접 보고된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집권 3년차에 국정 운영이 얼마나 아마추어급인지 감추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니 사태와 무관한 9년 전 천공 강의 캡처본까지 돌아다니며 국정 비선이니 뭐니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권력과의 밀월 의혹이 무성한 ‘천공스승’은 이번 정책과는 정반대 얘기를 했다. 천공의 ‘정법강의 4548강 증가하는 해외직구’ 편에선 “해외 쇼핑몰 직접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는 만족도가 높지만 국내 산업의 위축과 세수 감소라는 부정적인 영향도 주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는지…”란 질문이 나온다. 천공은 답한다. “기업을 키워주기 위해 국산품 애용하는 짓 하지 마라… 세계 어디든 좋은 거 있으면 그걸 갖다 써라.” 직구 금지를 승인한 고위공직자 머릿속은 몰라도, 천공은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결이 다른 생각을 했다는 얘기다. 천공스승의 설법은 문득문득 헛웃음이 나지만, 못지않게 기상천외한 정부 탓에 ‘직구 지지자’ 천공이 받는 오해가 일순 안쓰러워진다. 이도 오지랖일까.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41505.html
[한겨레 프리즘] ‘직구 파동’에 날아온 돌직구…“어떻게 이렇게 서민 못살게 하는 데 진심인지” (한겨레, 이완 | 산업팀장, 2024-05-21 18:58)
국민들이 화가 났다. 이번엔 대파가 아니다. 유아차다. 전자제품이다.
구독자가 254만명인 유튜버 잇섭이 올린 동영상 ‘사상 초유의 해외직구 금지’를 보면 200만회 조회(21일 오전 기준)에 댓글이 2만3천여개나 달렸다. 가장 인기 댓글은 “어떻게 이렇게 서민들 못살게 하기 위해 진심인지”였다. 유아차나 분유를 해외 직접구매(직구)하는 집이나, 전자제품 등을 직구하는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정부 발표 뒤 뒤집어진 상태였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발표 사흘 만에 이를 주워담았다. 용산 대통령실도 20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해 사과했다. 사과도 이해할 수 없었다. 국무조정실이 주관하고 14개 부처가 참여해 만든 정책인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처에서 이뤄지는 모든 정책을 대통령실에서 다 관할해 결정하지 않고 있다”고 발뺌했다. 이전 청와대 시절엔 정책실에서 각종 정책을 조율하고 점검했는데, 대통령실은 일을 안 하는 것인가, 무능하다고 고백한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향할 화살을 피하기에 급급할 따름이다.
지난해 한국의 직구 시장 규모는 6조7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10년 전인 2014년 1조6400억원 규모였는데 그동안 역성장 한번 없이 직구 구매액은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이 간편해지면서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접속해 ‘클릭’ 한번 하면 국경 장벽이 허물어졌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 같은 대폭 할인 쇼핑 시즌은 국내 소비자들을 전세계 가격 정보에 눈뜨게 만들었다. ‘에누리 없이 판다는 게 이런 거지!’
정부가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참에 직구를 하는 이들에게 물으니 모두가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주로 캠핑용품을 알리에서 산다는 30대 여성 권씨는 “직구로 사는 건 싼 이유가 있겠거니 감안하고 사는 거고, 안전성이 염려되는 아이 관련 제품은 직구로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트북 배터리를 직구로 교체했던 30대 남성 채씨는 “전자기기나 관련 부품 쪽에서는 직구를 이용하는 게 훨씬 저렴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품을 팔아 자발적으로 지구촌 곳곳을 뒤졌는데 정부가 일률적인 규제로 발목을 잡은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소비자 안전 확보’를 내세웠지만 정책 배경으론 ‘기업 경쟁력 제고’를 꼽을 수 있다. 중소 유통·상공인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소액 수입물품 면세제도를 개편해 한번에 살 수 있는 직구 물품을 줄이고, 케이시(KC) 인증을 의무화하는 등의 정책 방향은 정부가 안전보다 유통업자들의 시장을 지켜주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오죽했으면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유통업자 배 불리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냐 (하는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해명까지 했을까. 
정부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과거엔 국민의 안전과 산업을 지킨다는 취지라면 이해해줬으니까. 최근 전세계가 안보를 이유로 산업정책 시대로 회귀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에 힘을 싣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소비자는 회귀하지 않았다. 세계화의 단맛을 본 소비자에게 저가 공산품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기차와 스마트폰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하면 쉽게 동의를 받을 수 있을까. 과거처럼 한국 기업이 국외 시장에 진출할 체력을 만들어주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값을 내고 제품을 사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는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만든 안전 인증에 대한 불신도 확인했다. 수출형 통상국가인 우리가 미국처럼 관세를 높여 기업을 보호할 수도 없다. 결국 다 아는 정답이지만 한국 기업이 기술력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 기업 지배구조에 있어 차별화된 제품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공법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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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116
해외직구 KC인증 의무화…한동훈·유승민 “과도한 규제” “무식한 정책”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2024.05.19 12:00)
정부, 어린이 제품 및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 해외직구 금지 발표
“어린이 안전 방패 삼아 직구 금지 합리화” “애먼 소비자 잡아” 비판
정부가 어린이 제품?전기용품 등 80개 품목에 국내 안전 인증(KC인증)이 없는 해외제품 직구(직접구매)를 금지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16일 국무조정실은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국민 안전?건강 위해성이 큰 해외직구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가 금지된다. 해외직구 차단 대상 품목은 어린이제품 34개(물놀이 기구?유모차?킥보드 등), 전기?생활용품 34개(전기온수매트?스위치?전선 케이블 및 코드류), 생활화학제품 12개(가습기용 생활화학제품?살충제) 등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국민의 비판이 쏟아졌다. 언론 보도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유통업체를 잡아야지, 애먼 소비자를 잡냐”, “어린이 안전을 방패 삼아 직구 금지를 합리화하나”,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휴대폰이나 전자제품 배터리를 내가 직접 사서 바꾸겠다는데 이걸 정부가 막나”, “한국 모든 커뮤니티가 아주 대폭발이다” 등 반응이 나왔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18일 자신의 SNS에 “개인 해외직구시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며 “해외직구는 이미 연간 6.7조 원을 넘을 정도로 국민들이 애용하고 있고, 저도 가끔 해외직구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품의 안전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5?16 발표처럼 개인의 해외직구시 KC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도 “제품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것과 KC인증을 획득한 것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규제는 필요한 곳에만 정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다. 값싼 제품을 해외직구 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하면 국내 소비자들이 그만큼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알리?테무 등 중국 쇼핑앱 서비스 사용량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해외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구제 또는 법적제재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해외플랫폼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해외직구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 3월부터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 TF를 구성해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관계부처는 산업부, 환경부, 관세청, 방통위, 공정위, 특허청 등 총 14곳이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41105.html
‘국내 안전인증 없는 제품’ 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한겨레, 선담은 기자, 2024-05-19 14:23)
국무조정실 “현실적으로 불가능…국민께 혼선 끼쳐 죄송”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정부의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접구매 금지 조처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발표 사흘 만에 정책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이 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가 브리핑을 열어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품목) 80개를 일시에, 한꺼번에, 사전에 해외직구를 차단한다거나 금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해서 알려드린다는 것이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중 관세청·산업부·환경부 등이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위해성 조사를 실시해 문제가 발견된 특정 제품에 한해서만 해외직구를 차단하되, 그렇지 않은 품목은 원래대로 직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또 해외직구 품목의 안전성 확보 기준으로 제시했던 케이시(KC) 인증과 관련해선 “케이시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 사용 제품 △화재 등 사고 우려가 있는 전기?생활용품 △유해성분 노출 때 심각한 위해가 우려되는 생활화학제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해외 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해외직구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으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국민 선택권 제한’이라는 비판이 퍼졌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119
‘해외직구 차단’ 사흘만에 철회 “혼선 죄송…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2024.05.19 15:00)
16일 어린이 제품 및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 해외직구 금지 발표
국민 반발 거세… 국무2차장 “사전적 전면 금지?차단 아냐, 위해성 조사”
정부가 어린이 제품?전기용품 등 80개 품목에 ‘국내 안전 인증’(KC인증)이 없는 해외제품 직구(직접구매)를 금지한다던 발표를 사흘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19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먼저 지난 16일 저희가 해외직구 대책 방안을 발표했다. 좀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일단 이유 여부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시작하겠다”고 운을 뗐다.
앞서 지난 16일 국무조정실은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 안전·건강 위해성이 큰 해외직구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직구 차단 대상 품목은 어린이제품 34개(물놀이 기구?유모차?킥보드 등), 전기?생활용품 34개(전기온수매트?스위치?전선 케이블 및 코드류), 생활화학제품 12개(가습기용 생활화학제품?살충제) 등이라고 했다. 그러자 국민적으로 반발이 거세졌다.
그러나 이정원 국무2차장은 브리핑에서 “결론적으로 저희가 말씀드린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사실상 앞선 자료의 내용을 철회했다.
이 차장은 “기본적으로 물리적으로, 법적으로 이게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서 학용품 같은 어린이 제품이 있다. 이게 제품 종류가 수천, 수만,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도 잘 안 되는 것들, 예를 들면 또 조명기기 이런 게 있다. 그게 제품 종류가 굉장히 많다. 그런 거 80개를 일시에 한꺼번에 사전에 해외직구를 차단한다, 금지한다, 이거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발표한 내용은 해외직구 차단이 아니라 제품의 위해성을 미리 조사해서 위해성이 높은 제품들을 위주로 직구를 차단한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위험할 것은 품목에 대해서 관계부처와 함께 관세청, 산업부, 환경부 등과 함께 집중적으로 위해성 조사를 할 것”이라며 “잘 아시겠지만 기존의 조사한 것 중에 발암물질이라든가 화학물질이 어린이 제품에서 몇 백 배가 초과됐다.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았나. 이런 거를 국민이 쓰셔서는 안 되고 그거를 본인들이 모르고 구매를 해서 쓰면 안 되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조사해서 ‘아, 이거는 위해성이 높은 제품이니까 차단 조치를 하겠다’ 그 작업을 하려고 시작을 한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위해성이 전혀 없는,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 제품들에 대한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다. 막을 수도 없다”며 “저희가 혼란을 드리기는 했는데 정부의 확실한 입장은 그렇게 국민 안전을 미리 지키고 알려드리기 위해서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시작을 하는 것이다. 그 위해성 조사를 관계부처와 함께 집중적으로 해서 차단할 건 차단하고 위해성 없는 것들은 직구가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거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정부는 해외직구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 3월부터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 TF를 구성해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관계부처는 산업부, 환경부, 관세청, 방통위, 공정위, 특허청, 개인정보위 등 총 14곳이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41114.html
‘이랬다저랬다’ 직구 금지…정치권 “설익은 정책 마구잡이로 던져” (한겨레, 손현수 기자, 2024-05-19 15:23)
정치권, KC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철회 비판 
민주 “무계획·무대책” 조국당 “아니면 말고식” 
국힘 안에서도 “과도·졸속” 비판 나와
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 국외 직구’를 금지했다가 사실상 철회한 것을 두고 19일 정치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무대책·무계획 정책을 발표했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접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의대 증원 논란에 이어 해외 직구 금지에 이르기까지, 설익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정책 돌직구’는 국민 불편과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턱대고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정부는 안전한 상품을 확보하고 피해를 구제할 정책부터 내놨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수진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국정운영에 기가 찬다”며 “이랬다저랬다, 갈팡질팡,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인가. 제발 정책 발표할 때 국민에게 미칠 영향까지 검토하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국가인증통합마크를 받지 않은 제품의 국외 직구 금지 방침을 밝혔으나,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안전성 조사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며 발표 사흘 만에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
철회 발표에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국민의힘 안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밤 페이스북에 “개인 해외직구 때 케이시(KC)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적었다. 4·10 총선 참패 뒤 한 전 위원장이 정부 정책 관련 생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품의 안전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면서도 “개인의 해외직구 시 케이시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 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18일 페이스북에 “제품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것과 케이시 인증을 획득한 것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규제는 필요한 곳에만 정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며 “(소비자의) ‘선택할 자유’가 줄어들면 시장경제의 장점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자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차근히 준비해 국민의 안전을 제고하면서 소비 선택의 자유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썼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41138.html
[사설] 해외직구 규제도 오락가락, 정책 신뢰 허무는 정부 (한겨레, 2024-05-19 18:23)
정부가 19일 해외 직접구입(직구) 금지 논란과 관련해 “국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런 방안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도 했다. 지난 16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발표된 이후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 사안을 면밀한 검토 없이 불쑥 던졌다가 논란이 일면 허겁지겁 주워 담는 오락가락 행보가 현 정부의 고질병이 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해서 알려드린다는 것이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관세청 등이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위해성 조사를 벌여 문제가 발견된 제품에 한해서만 해외 직구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안전인증 없는 해외 직구 원천 금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정부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위해 우려가 큰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서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위해 제품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책무임이 틀림없다. 최근 관세청과 서울시 등의 안전성 검사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파는 일부 어린이용 제품과 장신구 등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발암가능물질과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이 검출돼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안전성 강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위해성 검사를 확대하고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민 불편이나 규제의 실효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닥치고 금지’와 같은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 삶과 밀접한 정책을 졸속 추진하거나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일이 잦아 비판을 받아왔다.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주식 공매도 금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유예 등이 그 예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아마추어 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405191827001
[사설] 사흘 만에 접은 해외직구 KC 의무화, 졸속행정 책임 물어야 (경향, 2024.05.19 18:27)
정부가 19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가 없으면 해외 직접구매를 원천 금지하려던 방침을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해외직구 상품의 안전성에 대해 규제를 마련하려다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반발이 커지자 접은 것이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섣불리 발표하고 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키다 백지화시킨 졸속행정이 도대체 몇번째인가.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유아차를 비롯한 어린이 제품, 안전사고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과 생활화학제품 등 80여품목에는 KC 인증이 있어야 세관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쇼핑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을 통한 해외직구가 급증하고, 인체에 해롭거나 위험한 제품 반입도 덩달아 늘어나자 해외직구 제품도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해외직구 완전 봉쇄’라는 혼란이 커졌다. 주말 사이 정치권까지 논란에 가세하자 부랴부랴 휴일 브리핑을 열어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라며 발을 뺐다.
윤석열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은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과학기술 분야 카르텔을 잡겠다며 연구·개발(R&D) 예산을 33년 만에 삭감시키더니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R&D 예산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이 냉·온탕으로 극과 극을 달려 어제 다르고 오늘 달라서야 신뢰성을 얻을 수 있겠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이나 ‘외국어고 폐지’도 발표한 지 일주일도 못 가서 정책 방향이 뒤집혔다. 주 52시간 근로제 역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며 바쁠 때는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늘리려다 노동자들의 반발에 백지화됐다.
대통령의 말 한미디에 정책 근간도 곧잘 바뀌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5개월 전 윤 대통령이 지시한 ‘킬러 문항’ 배제 지침은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트려 사교육비를 증가시켰고, ‘준킬러’ 논쟁으로 이어지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끝났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도 공감하는 여론이 높지만, 부실한 정책 추진으로 의·정 대치 출구를 못 찾고 있다.
정부 정책은 그 목표가 시급하고 합리적 타당성을 갖췄더라도 실효적인 세부 대책과 민주적 합의하에 이뤄져야 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첨예한 정책일수록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은 우왕좌왕하는 졸속행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519508764
“유모차·피규어 직구까지 막다니…” 젊은층 들끓자 ‘백기’ [뉴스 투데이] (세계일보, 박지원·윤솔·권이선 기자, 2024-05-19 18:39:01)
해외직구 규제 뒤집은 정부 왜?
“해외기업 KC인증 실효성 떨어져
사실상 직구 금지” 소비자 ‘부글’
골프채·향수 등 사치품은 ‘제외’
전자제품·취미용품은 규제 받아
“젊은층 타깃… 소비 선택권 뺏어”
정부가 사흘 만에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품목 해외 직구 금지를 사실상 철회한 데에는 현실을 외면한 규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과 이런 심상찮은 여론을 반영한 정치권의 거센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무조정실은 19일 ‘해외 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통해 “(직구 전면 금지는) 물리적으로, 법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정책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은 지난 1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처음 제시됐다. 발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자 국무총리실은 이틀이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관세청과 공동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품목 소관 부처가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위해성 검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한 뒤 6월 중 실제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의 반입을 차단할 계획”이라며 “반입 차단 시행 과정에서도 국민의 불편이 없도록 세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소비자의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물품을 매입할 때 관·부가세는 물론 KC 인증 취득 비용까지 부담해야 해 해외 쇼핑 플랫폼 기업에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국무조정실도 앞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해외 직구 물품은 관·부가세 면제로 국내 일반 제조·수입업체 물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선점해 형평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독자 250만명을 보유한 유명 IT 유튜버 ‘잇섭’은 “달리 말하면 국내 업체가 (같은 물건을) 비싸게 팔았다는 말 아니냐”며 “직구와 한국 정식 발매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면 많은 사람들은 정식 발매품을 구매한다. 직구를 하는 경우는 가격 차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많이 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C 인증은 안전·보건·환경·품질 등 여러 분야를 단일화한 국가인증통합마크로 한국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에 부여된다. 취득을 위한 비용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으로 높은 데다 정기적으로 갱신해야 해 해외 기업이 KC 인증을 취득하고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로 인해 KC 인증 의무화 조치가 사실상의 직구 금지 조치로 여겨지는 것이다.
시민들은 규제 대상이 불명확한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 시행 계획을 발표하며 어린이 안전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각종 전자제품과 취미 용품 등도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소비자의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골프채·향수 등 상대적으로 기성 세대가 애용하는 사치재로 여겨지는 품목은 예외로 분류되며 비판이 거세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번 해외 직구 금지 조치가 저렴한 물건을 찾아 직구를 애용하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17∼18일 서울 광화문과 용산 등에서 직구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해외 직구 규제 관련 발표 이후 피규어·인형·프라모델 수집 등 ‘키덜트(Kidult·어린이의 감성을 즐기는 어른)’ 취미를 다루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자칫 수입하려는 물건이 아동용 물건으로 분류돼 국내에서 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중국 공장에 인형 300여개를 주문제작한 대학생 김모(23)씨는 “아이돌 팬들이 공동 구매하는 물품이라 실구매자 대부분은 20대”라며 “구매처에서 ‘성인용’이라고 제품명에 적어 주겠다고 했지만, 인형이기 때문에 아동용 물품으로 분류돼 통관이 제한될까 봐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 피규어 커뮤니티에서는 “피규어는 국내 시장이 작아 공식 수입되지 않는 제품이 많은데 앞으로는 더 물건을 구하기 어렵게 되고 값도 오를 것 같다”며 “키덜트 같은 팬덤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컴퓨터 하드웨어 커뮤니티 ‘퀘이사존’에는 “해외 플랫폼에서 1만원 정도 하는 부품을 국내에서 4만원은 주고 사게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외 유아용품을 해외 직구했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도 자율적인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맘카페에서 “유럽산 유모차나 카시트를 한국에서 구하려면 가격이 비싸 직구로 30% 정도는 저렴하게 구매했었다. 중국산 저가 상품 막겠다고 소비자 선택권을 빼앗은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왜 직구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 없이 쉽게 내놓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여당 내에서조차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인 해외 직구 때 KC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고,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자도 SNS에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41149.html
탁상행정이 부른 ‘직구 금지’…불쑥 발표했다 없던 일로 (한겨레, 홍대선 선담은 기자, 2024-05-19 19:01)
“세밀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해명
“위해성 없으면 직구해 써도 된다”
정부가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국외 직접구매(직구) 제품’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사흘 만에 뒤집었다. 이 정책에 대해 과도한 소비자 선택권 제약이라는 소비자와 정치권의 반발이 커지자 뒤로 물러선 것이다. 정부가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계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시장 침투를 의식해 설익은 규제를 내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저희가 말씀드린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원 국무2차장은 “80개 품목에 대해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과 함께 집중적으로 위해성 조사를 하고, 위해성이 없으면 직구를 금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지금대로 직구해서 쓰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의 경우, 신속한 차단 조치를 통해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어린이 용품과 전기·생활용품 80개 품목에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으면 해당 제품의 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금지 품목이 공개된 뒤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유아차 등 유아 용품을 국외 직구로 사는 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정부가 국민 안전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소비자들이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는 게 합당한 정책이냐”는 것이다. 배터리나 충전기 등 일상 전자제품도 금지 품목에 포함되면서 컴퓨터·전자기기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도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개인용 컴퓨터 하드웨어 커뮤니티 ‘퀘이사존’에는 “해외 플랫폼에서 1만원 정도 하는 부품을 국내에서 4만원은 주고 사게 됐다”, “소비자들이 직구를 찾는 근본 원인은 값이 싸기 때문인데 국내 유통 구조는 바꾸지 않고 규제만 한다”는 성토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반발이 확산되자 정부는 “해당 품목의 직구 전면 차단·금지가 사실이 아닌데도 대책 발표 때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며 한발 뺐다. 이 차장은 “(직구 차단은) 물리적으로, 법적으로 이게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며 제대로 정책을 준비하지 못하고 발표한 것도 사과했다.
애초 이번 조처는 알리, 테무 등 국외 직구 제품에 대한 안전 규제와 국내 중소업체의 역차별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안전인증 없이 들어온 일부 국외 직구 제품에서 유해성 물질들이 나온다는 국내 검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한 종합대책 격인 6쪽짜리 정부 보도자료의 큰 제목은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이었다.
하지만 주무 부처에서 어떻게 제재할 건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었다. ‘원천 차단’을 위한 법률은 물론 해당 규제를 위한 지침과 시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처음부터 규제 기준과 범위가 모호할 뿐 아니라 법적 뒷받침이 안 된 설익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무조정실 쪽은 “반입을 차단할 품목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며 “반입 차단 시행 과정에서 국민의 불편이 없도록 국회 논의 등 공론화를 거쳐 세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주류, 골프채 등이 제외돼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어린이가 사용하거나 신체 위해 우려가 높은 제품들이 우선 고려됐다”며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들도 위해성이 확인된다면 반입 차단 등 대책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케이시 인증과 관련해선 “케이시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탁상행정에 대해 여권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해외 직구는 이미 연간 6조7천억원을 넘을 정도로 국민이 애용하고 있고, 저도 가끔 해외 직구를 한다”며 “개인 해외 직구 때 케이시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적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케이시 인증이 없는 80개 제품에 대해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소비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규제는 필요한 곳에만 정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405192052005
‘직구 규제’ 사흘 만에 철회…우왕좌왕 국정 (경향, 김세훈 기자, 2024.05.19 20:52)
소비자 반발·정치권 논란 확산에 국무조정실 “사후 관리 위주”
섣부른 정책 발표 후 번복 이어지며 혼란…정책 신뢰도 떨어져
정부가 19일 해외직구(직접구매) 제품의 국내 반입과 관련해 “안전성 검사와 같은 사후관리 위주로 진행하고, 위해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반입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국내 안전 인증인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직구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지 사흘 만에 이를 철회한 셈이다. 소비자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것인데, 섣부른 정책 발표와 번복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80개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를 막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최근 어린이 제품 등 해외직구 제품의 위해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에 하던 위해성 검사 등을 강화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대책에 포함된) 학용품 품목의 경우 종류가 수천, 수만 가지다. 이를 한꺼번에 차단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도 아니고 검토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기존 위해성 검사를 통해 유해물질 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차단할 뿐 품목 전체에 이를 확대 적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에서 판매하는 유아용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안전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 16일 KC 인증을 받지 않은 일부 제품의 해외직구를 원천 차단하는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관세법을 근거로 6월 중 반입 차단을 시행하고, 향후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고물가 시대에 값싼 해외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발로 이어졌고,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정부가 결국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해외직구는 기존처럼 제한 없이 가능하게 됐지만,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과다 검출되는 해외 초저가 제품의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됐다.
이 차장은 “KC 인증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며,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법 개정을 할지 말지 자체를 다시 검토하겠다”면서 “국민께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405192058005
“고물가에 어떻게든 아끼려는데 선택권 제한” 질타…“최소한의 안전성 보장 말해놓고 철회하나” 반대도 (경향, 김기범·김보미·박홍두 기자, 2024.05.19 20:58)
육아카페 등서 거센 비판
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해외직구 차단’ 대책을 두고 사흘 만에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금지하겠다”며 19일 사실상 철회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국내보다 저렴했던 해외직구 물품 소비가 막힐까 우려하며 대책을 비판했다.
정부의 이날 사실상 철회를 두곤 ‘오락가락’ 정책 행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소비자 안전 보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육아카페 회원들이 목소리를 크게 냈다. 국내보다는 해외직구가 싸 옷이나 유아차, 장난감 등 직구를 자주 해온 소비자들이다. 한 회원은 “가뜩이나 고물가 시대에서 어떻게든 아껴보려고 해외직구를 한 건데 물가는 낮춰주지 못할망정 이것까지 막으려 한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반발했다. 안전성 확보가 의무인 아동용 제품과 같은 ‘상품코드’로 분류되면 다른 제품도 포괄적으로 규정이 적용돼 성인 등 주 소비자층이 구매할 길이 막힌다는 내용의 우려가 많이 나왔다. 엑스(옛 트위터)에는 “(최근 문제가 된) 중국 쇼핑몰만 막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의 모든 물품 직구가 막혀 각종 ‘굿즈’를 살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국내 복잡한 유통산업 구조 탓에 값이 올라간 품목들이 직구 경쟁으로 가격이 조정되는 상황을 정부가 막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품질에 대한 기대 없이 가격을 우선순위에 둔 ‘가성비 소비’도 많은데 이를 일괄적인 기준에 맞춰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취지의 의견이다.
이날 사실상 차단 대책 철회를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육아카페의 다른 회원은 “비판이 일자 다시 정책을 주워 담는 거냐”며 “뭐가 문제인지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정책을 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비판 여론이 뜨거우니 눈속임으로 사실상 철회하는 식으로 발표했지만 결국 6월에 차단 조치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6월 이후에 차단이 이뤄지면 혼란이 다시 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6월부터 제품 위해성 검사와 여론 수렴을 한 뒤 관련법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KC 인증을 영리기관이 할 수 있게 확대하면서 KC 인증 민영화를 해 돈을 벌려는 것이냐”며 “이 정책 뒤에 누가 있는지 캐봐야 할 것 같다”고 의심했다. 민영화 의혹을 두고 정부는 이날 “KC 인증 기관을 비영리기관에서 영리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은 인증 서비스 개선 등 기업 애로사항 해소 차원일 뿐 해외직구 대책과 관계없다”고 했다.
기준치의 수십~수천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최소한의 위해성 검증 절차조차 마련되지 못하는 것에 실망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많았다.
영유아 자녀를 둔 한 서울 거주 30대 여성은 “직구를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소비자 안전을 보장하자는 정책이라고 설명해놓고는 일부 소비자들이 반발한다고 해서 손바닥 뒤집듯 철회하는 정부를 앞으로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SNS에는 “KC 인증조차 받지 않고 국내에 반입된 해외직구 제품을 사용하다가 해를 입으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냐”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https://www.chosun.com/politics/goverment/2024/05/19/ELD6FVEQYFBXNDUWB5UNLGKHS4/
정책 실패 교과서 된 ‘해외직구 금지령’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2024.05.19. 21:52)
정부가 KC 인증(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금지를 추진하다가 19일 철회했다. 지난 16일 어린이용 제품과 전기·생활용품, 생활 화학제품 80품목에 이 조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가 사흘 만에 물러선 것이다. 연 거래액이 6조7000억원(2023년)에 이르는 등 MZ 세대를 중심으로 해외 직구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
앞서 정부는 14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해외 직구 종합 대책 TF’를 구성해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국내 소비자 반발이 이처럼 거셀 줄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외 직구 금지령’ 번복은 ‘정책 실패’ 교과서에 대표 사례로 들어갈 만하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안전성 조사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며 “80품목에 대해 사전적으로 해외 직구를 차단·금지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사흘 전인 16일 정부는 ‘KC 미인증, 80품목의 해외 직구 금지’를 발표하면서 이 조치를 내달 중 실시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당초 내놓은 ‘해외 직구’ 대책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대거 수입되면서 소비자와 국내 기업,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의 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이른바 ‘알테쉬’)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급증했다. 일부 중국산 제품에서 인체 유해 물질이 잇따라 다량 검출됐다.
정부는 지난 3월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관세청 등 14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해외 직구 종합 대책 TF’를 구성해 대책 수립에 나섰다. 이때 정부가 초점을 둔 것은 ‘소비자 안전 확보’와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 강화’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였다.
해외 직구로 들어오는 중국 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고, 직구 수입을 제한하는 방향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직구로 들어오는 외국산 제품에는 한국 세제와 인증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국내 유통업계와 소상공인들이 역차별로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TF에서는 80품목을 골라 직구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대책을 세웠다. KC 인증을 받은 제품은 반입을 허용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이런 조건은 개별 소비자들의 직구를 막는 효과가 나올 수 있었다. 정부는 14일 브리핑에서 “개인적으로 혼자서 사용하기 위한 물품의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분들도 KC 인증을 받은 제품을 직구할 수 있지만, 사업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비용, 절차, 시간을 들여 KC 인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가성비’ 좋은 중국산 제품이 저가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고 국내 수입 물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이 우선”이라는 논리가 우세했다고 한다. “물품의 자유로운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으려는 시도가 반드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KC 미인증 80품목 직구 금지’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대책이 발표되자 80품목을 개인적으로 싼값에 해외 직구한 소비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 강도는 정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해외 직구 시장의 상황과 국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라며 “전형적 정책 실패”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해외 직구 차단’까지 계획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국내 소비자 안전에 초점을 두고 추진된 것으로, 국민들이 이를 ‘직구 전면 금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관은 19일 브리핑에서 “(16일) 첫 발표 때 안전을 부각해서 설명하다 보니 실제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께 혼선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4/05/19/6AP3O5L2VZAFBG3H3VDEI5YAPA/
직구 막히자... 맘카페 이어 커피·오디오 동호회까지 반발 (조선일보, 석남준 신지인 기자, 2024.05.19. 21:48)
놀란 정부, ‘직구 금지령’ 바로 철회
정부가 지난 16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뒤 소비자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육아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맘카페에서 시작된 반발은 커피, 문구, 오디오, 전자 기타 동호회를 거쳐 DIY(직접 제작) 취미를 가진 사람 등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정부가 ‘소비자 안전 강화’를 내세웠지만, 소비자들은 정부가 ‘선택의 자유’는 물론 고물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손품’을 팔아가는 서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맘카페와 각종 커뮤니티에선 ‘K 갈라파고스 정책’ ‘21세기판 쇄국정책’ ‘직구 계엄령’ 등 정부의 발표를 조롱하는 신조어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같은 제품 더 비싸게 사라고요?” 분노한 사람들
◇”중국 잡으려다 美·유럽 시장도 막았다”
‘해외 직구 원천 금지’ 품목이 취미 생활과 연결되는 사람들도 분노의 대열에 합류했다. 어린이 제품에 연결되는 피규어 동호회, 문구 마니아들과 전기·생활용품을 통해 직접 전자제품을 만드는 DIY족이 분노에 가세했다. 해외에서 저렴하게 부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전자 기타 마니아들, 커피 애호가 등에게도 확산됐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519/125006301/1
[사설]‘직구 KC 인증’ 政은 졸속 추진-철회, 黨은 뒷북 비판 경쟁 (동아일보, 2024-05-19 23:30)
해외 직접구매 규제 논란에 대해 정부가 어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어린이 제품과 생활용품 등 80개 품목 중 안전성 조사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6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는 80개 품목 중 KC 인증(국가통합인증마크)이 없는 제품은 해외 직구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는데 “KC 인증 의무화는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3일 만에 철회한 것이다.
해외 직구 시장이 연간 7조 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정식 수입품과 달리 안전 인증을 거치지 않는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관세청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404개를 분석한 결과 24%의 제품에서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 서울시의 해외 직구 제품 안전성 조사에서는 어린이 장식품에서 기준치의 270배가 넘는 환경 호르몬이, 어린이용 장난감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한해 유통을 금지하고 쇼핑몰 업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면 될 일이다. KC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구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정부가 어제 인정한 대로 “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과잉 규제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더구나 1만 원을 줘도 냉면 한 그릇 사 먹기 힘든 고물가 시대여서 싸게 해외 직구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대책의 파장이나 부작용을 두루 검토하지 않은 채 덜컥 발표부터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철회하면 어떻게 정책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해외 직구 금지 논란이 일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셜미디어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도 “무식한 정책”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맹비난했고 나경원 국회의원 당선인은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책 발표 때는 가만히 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늦게 한마디씩 보태는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40520/125007250/1
KC인증 없으면 직구 금지, 사흘만에 사실상 철회한 정부 (동아일보, 고도예 이상헌 기자, 세종=송혜미 기자, 2024-05-20 03:00)
‘해외직구 원천 차단’ 혼란 커지자
“위해성 확인된 제품만 반입 제한”
정부가 유모차, 완구 등 80개 품목에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은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사흘 만인 19일 사실상 철회했다.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한다는 16일 발표를 놓고 ‘직구 원천 차단’ 논란이 불거지자 “안전성 조사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6월부터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 입안과 발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되레 소비자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위해성이 없는 제품에 대한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정부는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 차단하려고 계획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해성이 확인된 특정 제품에 한해 직구를 차단하려 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직구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한 KC 인증에 대해서도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소비자는 지금과 같이 유모차, 완구, 피규어 등을 직구로 살 수 있고, 정부가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을 추후 공개하면 해당 제품만 직구가 금지된다.
앞서 정부는 16일 어린이용(34개), 전기·생활용품(34개), 생활화학제품(12개) 등 80개 품목에 KC 인증이 없으면 직구를 금지한다고 보도자료에 명시해 “개인 해외 직구 상품에 KC 인증을 의무화해 사실상 직구를 차단했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직구 못하나” 탁상행정 논란 커지자, 정부 “발표에 오해 소지”
[KC 미인증 직구 금지 사실상 철회]
‘직구 금지’ 사흘만에 사실상 번복…소비자 “금지 품목 범위 모호” 비판
“6조원 직구시장 민감성 모른채
韓기업 보호하다 혼란 키워” 지적도
“국민 안전과 위해(危害) 차단을 강조하려다 보니 (16일 정부 발표) ‘워딩’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사과드리고 바로잡는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사실상 철회하며 몸을 낮췄다. 소비자와 정책 수요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외 직구 문제를 놓고 정부가 중국발 이커머스에 대응하고 국내 산업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에 집중하다 되레 국민 혼선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 사흘 만에 철회…‘졸속 정책’ 지적에 혼란 가중
국무조정실은 이날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정부가 추진할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발표 이튿날인 17일 정부가 “해외 직구가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규제”라는 논란이 더 커지자 일요일인 19일 추가 브리핑으로 진화에 나선 것. 여론의 반발이 거세고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계속되자 대통령실도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직구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막을 이유도 막을 수도 없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해서 알려 드린다는 것이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16일 유모차·완구 등 어린이 제품(34개), 전기 온수매트 등 전기·생활용품(34개)에 대해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한다고 했다. 가습기 소독제 등 생활화학 제품 12개 품목은 신고·승인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직구도 금지한다고 했다. 이는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한 국내 반입 차단으로 해석돼 “개인의 해외 직구를 원천 차단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에게 프렌들리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규제를 위한) 체계적인 근거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또 “소비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있었다”며 “향후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관련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직구 금지’ 정책 발표 사흘 동안 소비자들은 ‘혼란’
16일 정부 발표 자료에는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관련 산업의 충격 완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 노력을 강화한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를 차단하고 국내 유통·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이번 정책이 되레 소비자 혼란만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으로부터 국내 유통·제조업체를 보호하는 명분에 집중하다 6조 원대에 이르는 직구 시장에 대한 민감성을 인식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 발표 뒤 사흘 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선 금지 품목의 범위를 두고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만화영화 캐릭터의 피규어를 사 모으는 게 취미인 ‘키덜트’(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 직장인 윤모 씨(34)는 “같은 피규어라도 성인용 제품은 직구할 수 있고 어린이용 제품은 직구할 수 없다고 하는데, 소비자로서 두 제품의 차이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정부가 추진한 ‘KC 미인증 직구 금지’는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직구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을 보호할 수 있었던 수단”이라며 “무작정 80개 품목을 규제한다고 발표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안전·보건·환경·품질 등과 관련한 13개 부처 법정 강제 인증 마크를 하나로 통합한 국가통합인증마크(KC·Korea Certification)를 뜻한다. 다양한 인증 마크로 인한 소비자 혼란을 해소하고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들은 KC 인증을 받아야 국내에 유통될 수 있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520/125007051/1
직구 80개품목 검사 강화… 위해성 확인땐 반입 금지 “일일이 검사 어려워” 지적 (동아일보, 세종=송혜미 기자, 2024-05-20 03:00)
[KC 미인증 직구 금지 사실상 철회]
알리-테무, 상품 성분도 표기 안해
안전 인증을 받지 못한 어린이 장난감이라도 지금처럼 계속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가능하다. 다만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확인되면 국내 반입이 금지된다. 정부는 위해성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개할 계획이지만 위해 물품을 걸러내기 위해선 정부가 통관 물품을 일일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정부는 6월 중 안전성 우려가 높은 80개 직구 품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위해성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유모차, 장난감 등 어린이 제품 34개와 전기온수매트·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용품 34개, 생활화학제품 12개가 대상이다. 이들은 16일 정부가 안전 인증 없이는 국내 반입을 금지하겠다고 한 품목들이다.
정부는 위해성 검사를 통해 기준치를 넘는 유해물질이 나오는 등 국민 건강과 안전을 해칠 만한 제품이 적발되면 직구를 차단할 계획이다. 사전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라 사후 관리를 통해 위해 물품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위해성 없는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건 전혀 변화가 없다”며 “위해성 제품들이 자꾸 축적이 되면 정부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위해성 검사 결과를 ‘소비자24’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그러나 연간 6조 원어치 규모로 쏟아지는 직구 물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판매 페이지를 모니터링해 국내 유통이 금지된 위해 성분이 들어 있지 않나 살펴볼 방침이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상품은 구체적인 성분 정보를 알리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가 직접 구매해 위해성 검사를 해야 한다.
안전 인증을 받지 못한 어린이 제품 등의 해외 직구를 원천 금지하려면 어린이제품법을 비롯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당초 올해 안에 이들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법 개정 여부 자체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 차장은 “위해성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중심으로 여론을 수렴해 법 개정을 할지, 다른 수단으로 차단할지 결정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0373
“직구 금지? 흥선대원군이냐”…소비자 마음 몰라 역풍 맞았다 (중앙일보, 세종=정진호 기자, 최은경 기자, 2024.05.20 05:00)
‘C커머스(중국 e커머스) 공습’에 정부가 섣부른 대책을 내놨다가 혼란만 부추겼다. 19일 장난감ㆍ전자제품 등 일부 품목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사전 차단 방침을 ‘철회’하면서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80개 품목의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지 단 사흘 만이다. 결국 정부는 발암물질 등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만 직구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직구 금지” 사흘 만에 뒤집어
19일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은 해외 직구 대책 관련 브리핑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80개 품목의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ㆍ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므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C 인증은 국내 안전 인증으로, 직구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정식으로 판매하는 제품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 때만 해도 어린이ㆍ전기ㆍ생활용품 등에 대해 “KC 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직구를 금지한다”고 했다. 사흘 만에 다시 브리핑을 열고 “혼선이 있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당초 정부는 KC 인증을 받지 않은 일부 품목의 직구 금지를 법제화하려고 했다. 이 같은 방침을 원점 검토한다. 다음 달 이후 위해성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직구 차단 방침을 폐지할지, 일부 품목에 대한 직구 금지를 다시 추진할지 논의한다. KC 인증이 아닌 다른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맘카페 등서 “현대판 쇄국정책” 비판
정부가 물러난 건 소비자 반발에다 규제 실효성 논란까지 일면서다. 16일 정부 발표 이후 주말 내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어린이 제품과 관련해 맘카페를 중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가 달아올랐다. 한 네이버 맘카페엔 “옷은 뭐가 위험한 거냐”, “흥선대원군도 아니고 멋대로 외국 물건 (직구를) 닫아버리는 게 어딨느냐”와 같은 게시물이 이틀 새 수십건씩 올라왔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미인증 직구 금지 품목엔 전선ㆍ케이블 등 전자제품도 포함됐던 만큼 전자기기 마니아층이나 피겨ㆍ비비탄총을 수집하는 ‘키덜트족’까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해외에서 싸게 살 수 있는 부품을 국내에서 몇 배 비싸게 사게 됐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정치권에서도 날 선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개인 해외 직구 시 KC 인증 의무화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안전 문제, 역차별 논란 여전
당초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초저가 중국산 제품이 밀려들며 국내 유통업체는 물론 중소 제조업체들까지 타격을 받으면서다. 국내 유통업체와의 역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현행법상 국내 업체는 중국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려면 KC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인증에 품목당 수십~수백만 원이 들다 보니 KC 인증이 필요 없는 직구 상품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왔다. 제품의 안전 문제, 가품의 범람, 개인 정보 유출 우려도 날이 갈수록 커졌다.
하지만 정부가 설익은 대책을 꺼내놨다가 바로 접으면서, 새로운 논란이 이어질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국민 안전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며 규제 이유를 밝혔는데 결국 위해성 물질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것 외엔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위해성이 검증되면 직구를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금도 하는 조치다. 이미 위해 상품을 구매한 피해자가 나온 이후에야 대응이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기존에 하던 것보다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위해성 검사는 계속하고 있긴 했다”며 “안전 문제가 발견된 제품은 해당 제품에 대해 직구를 금지하는 것이고, 그 제품 관련 품목 전체를 금지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위해성 발견 때 차단하는 조치 외에 추가로 직구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KC 인증 사태로 논란을 겪은 상황에서 추가 대책을 내놓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 정책 신뢰 잃어…업계선 “실효성 없어”
정부가 고민 없이 대책을 내놔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또 당초 계획대로 KC 미인증 직구 금지를 법제화한다고 해도 통관 단계에서 이를 걸러내긴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어린이용 섬유제품(의류)의 미인증 직구를 금지했을 때 제품이 수천개가 넘는데 인증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실효성은 떨어지는데 논란만 자초한 모양새다.
업계에선 모니터링을 통해 위해성이 드러난 이후 대처하겠다는 데에 의문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80개 품목에 대해 위해성 조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같은 제품이어도 생산 일자나 모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가령 중국에서 어린이용 손 선풍기가 들어온다고 하면 일부는 브랜드가 명확하지 않기도 하고, 모델이 제각각인데 정부가 수시로 검사해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체 임원 역시 “해외 직구가 매일 수십만 건씩 일어나는데 정부가 전체 직구 제품을 일일이 검수할 수 있겠나”라며 “위해성이 확인돼도 제조사가 중국 업체라면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구나 대책을 알린 지 3일 만에 내용을 바꾼 것은 고민 없이 졸속으로 했다는 방증 아니겠냐”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윤태 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은 “해외 업체들은 규제에서 빠져나가고, 국내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만 초래할까 걱정하는 업계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쟁력 강화가 우선”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업계를 중국산 저가 공세로부터 지키기 위해선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효성 떨어지는 규제를 추가하기보다는, 정부가 풀기로 약속했던 대형마트 새벽 배송 규제를 완화하고, 유통 산업 지원책 마련 등으로 C커머스 공습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내 유통업계를 고려했을 텐데 이를 위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건 반발만 살 뿐”이라며 “국내 유통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정공법이다. 중국 외에 상품을 들여올 수 있는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유통 효율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산 제품의 안전 문제 자체도 간과할 수 없다”며 “KC 인증이 아니라 국제적인 표준을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직구를 금지하거나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정부가 처음에 제시한 KC 인증은 국내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중국 반발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5200600005
KC 미인증 금지 → 위해성 확인 제품만 차단…현실 못 본 행정 (경향, 김윤나영 기자, 2024.05.20 06:00)
‘직구 규제’ 사흘 만에 철회
정부 “혼란에 죄송” “안전인증, KC 인증 유일 방법 아냐”
소비자 반발에 한발 물러서…‘사후 규제’ 실효성도 의문
정부가 19일 국내 안전 인증인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제품에 대한 해외 직접구매 금지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은 소비자 반발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가 분출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력한 ‘사전 규제’를 예고했던 정부가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사후 규제’로 급선회하면서 소비자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해외 초저가 제품의 안전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어, 사후 규제의 실효성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KC 미인증 제품 80개 품목의 해외직구 금지 조처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차장은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80개 품목에 대해 관세청, 환경부와 함께 합동 위해성 검사를 하고 위해성이 높은 제품은 차단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 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으면 해외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해외직구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유아차·완구 등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과 전기 온수매트·전기 욕조 등 전기·생활 용품 34개 품목 등에 대해 KC 인증을 받지 않으면 해외직구를 금지하기로 했다.
해외직구 제품의 경우 정식 수입되는 제품과 달리 별도의 안전 인증을 거치지 않고 국내에 들어와 기준치의 수백배에 달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는 등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육아카페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육아카페 등에는 “아동용 옷도 해외직구가 금지되나”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때도 KC 인증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연합(EU)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도 직구가 막히나”라는 글이 올라왔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 17일 밤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차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부가 사전 차단 규제 방침을 포기한 데는 통관 과정에서 일일이 KC 미인증 제품을 걸러내기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이 차장은 “80개 위해 품목을 일시에, 한꺼번에, 사전에 해외직구를 차단한다거나 금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알리·테무에서 파는 물건이 100만개가 넘는데 통관에서 일일이 KC 인증을 받았는지를 걸러내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KC 인증을 유일한 안전 기준으로 두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서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선회로 소비자 혼란은 가중됐다. 사후 규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 처장은 “중금속 오염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뒤에 사후 규제하겠다는 것은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위험 제품을 걸러내는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며 “발암물질 등으로 인한 소비자 건강 피해가 나오면 퇴출에 준하는 강한 규제를 가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