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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김용균 사망’ 원청 무죄 판결 관련 글

새벽길 2023. 12. 17. 23:48

난 12월 11일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5주기였다. 그에 앞서 지난 7일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김용균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 등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원청 대표는 죄가 없다는 것이다. 김용균의 죽음을 용인하고, 위험의 외주화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김용균의 죽음으로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기에 뭔가 나아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그게 잘못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 동안의 판례에서 진전된 게 하나도 없는 거다. 중대재해법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히려 중대재해법을 더욱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법적용을 2년 유예해 주었던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 그 기간을 다시 2년 더 연장해야 한다는 것인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도 이에 합의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곁가지인데, 민주당은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친다. 최근 가스, 전력, 의료, 철도 등의 우회적 민영화 시도에서 민주당이 보조를 맞추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유사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경제신문들에서는 애초부터 무리한 기소였다며, 사용자와 원청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식으로 중대재해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중대재해법의 후퇴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법이 왜 필요한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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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19729.html
“아들 죽인 회사가 어떻게 무죄냐”…김용균 5주기 추모제 (한겨레, 고병찬 고경주 기자, 2023-12-09 19:19)
오는 12월11일 김용균씨 사망 5주기
이틀전 대법원 산재 책임자 ‘무죄’ 확정
“이틀 전 대법원은 그동안 우리의 피나는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놨습니다. 아들을 죽인 회사가 어떻게 무죄일 수 있습니까?”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산업재해 책임자들에게 무죄를 확정한 이틀 전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비정규직의 처우를 바꾸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지만, 억울한 죽음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24살 청년의 삶을 끝내버리고 그 부모의 인생까지도 말아먹은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잣대를 거부한다”고 했다.
이틀 뒤인 11일은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씨가 지난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2인 1조’ 작업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은 가운데 김씨는 홀로 밤샘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김용균재단,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 102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김용균 5주기 추모대회’를 열고 “안전과 생명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며 차별이 있을 수 없다”며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날 추모대회엔 이태원 참사 유가족, 산재 피해 유가족 등을 포함한 500여명의 시민이 광장을 꽉 채웠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대회 중간중간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대회에선 산재 책임자들에게 무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7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용균씨의 주검을 최초로 발견했던 이인구(68)씨는 “사장이야말로 안전을 중요시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사장은 산재가 발생할 위험을 몰라도 된다는 것과 같다”며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온 정만승(71)씨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걸 김용균씨가 혼자 하다가 사망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이 아무에게도 없다는 것 아니냐”며 “말도 안되는 무죄 판결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했다.
최근 정부·여당이 내년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을 2년 유예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재 현황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정한 법을 ‘기업 투자를 막는 킬러규제’라고 낙인찍더니 끝내 중소기업 사장들을 앞세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안전을 우선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자 했던 우리 사회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등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철근 생산 공장에서 일한다는 유상이(55)씨는 “지금도 산재를 당해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일들이 일어나는데,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뉴스를 접하면서 너무 화가 난다”며 “윤 대통령은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금영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하루빨리 공포돼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 없는 보상과 처우가 이뤄지는 노동환경이 만들어지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저녁 6시20분께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있는 서울시청 광장으로 행진해 합동 분향을 한 후 추모대회를 마쳤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19808.html
[사설] 김용균 5주기, 여전히 ‘일하다 죽지 않게’를 외치는 현실 (한겨레, 2023-12-10 18:16)
꼭 5년 전인 2018년 12월11일 새벽, 한 청년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스물네살 김용균씨였다. 주변에 동료가 한명만 있었더라면 기계를 멈춰 목숨을 구할 수 있었겠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입사 3개월차 신입 노동자 홀로 위험한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위험의 외주화’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후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의 안전 확보 의무를 지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황망한 ‘일터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재계의 주장만 수용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오히려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5년 전 청년 노동자의 참혹한 죽음을 통해 얻은 교훈을 이렇게 무위로 돌려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엄한 법적 책임을 물어, 경영자가 스스로 위험을 줄일 방안을 찾도록 하자는 취지로 2021년 1월 제정됐다. 당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을 하며 한달 가까이 곡기를 끊었다. 그는 단식농성을 하면서 주변에 “이 법이 통과된다고 용균이가 살아오는 것도 아니지만, 나 같은 엄마는 다신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1년 뒤인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50명 미만 사업장은 2년의 유예기간을 둬 2024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법 제정 뒤 도합 3년간의 준비 기간을 준 것이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644명이 산재로 숨졌는데, 이 중 60%가 50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였다. 상당수 일터의 죽음을 사실상 방치하는 ‘반쪽 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또다시 2년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유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여당 시절 입법을 주도한 정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다.
지난 9일 열린 김용균 5주기 추모대회에서 시민들은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를 외쳤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수용해야 할 상식적인 요구다.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 언제까지 유보해야 하는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38889&ref=A
김용균 떠난 지 5년…‘중대재해법’은 또 유예 기로 (KBS 뉴스 황다예 기자, 2023.12.11 19:19)
앵커: 5년 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 24살 고 김용균 씨가 일터에서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김 씨의 사망을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는데, 산재 사망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또 다시 법 적용을 유예할지 기로에 섰습니다. 황다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새 양복을 입고 해맑은 표정으로 면접 준비를 하던 24살 청년 김용균 씨. 김 씨는 취업 3개월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보고 싶은 아들 용균아. 너를 못 본 지 어느덧 5년이 되었어."]
[김미숙/故 김용균 어머니 : "세계 경제 강국이라고 자랑하면서 이렇게 (근로자를) 많이 죽이나 이런 생각이 들고. 우리 유족들이 하는 말이 다, 내가 당할지 몰랐다라고 하거든요."]
김 씨의 죽음은 28년 만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졌고, 산업 현장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태성/故 김용균 씨 동료 : "많이 바뀌기는 했어요. 저희 (하청) 현장에서도 보이지 않던 원청의 간부들이 현장을 나오기 시작합니다. 2인 1조가 된 것이 (한국서부발전) 현장에서는..."]
하지만 산재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하루당 2.3명이 일터에서 사망했는데, 특히, 사망자 10명 중 8명은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습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그동안 법 적용을 유예받다가 내년 초 유예가 끝나는데, 경제계 등에선 2년 추가 유예를 요구해왔습니다.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등, 중소기업 80% 이상이 준비가 안 됐다고 응답했습니다.
[서정현/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 "원칙적으로 정말 공감을 하는데, 지금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유예해 달라는 거고."]
정부와 여당의 2년 추가 유예 방침에 대해 야당은 노동계 반발에도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 시행 후 아무런 준비 없이 2년이 지났고, 오늘 또 다른 김용균이 일터로 향하고 있습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6182
'김용균 사망' 원청 대표 무죄 확정...현장서 유가족 절규 쏟아져 (노동법률 2024년 1월호 vol.392, 이지예 기자, 2023-12-12 15:42:11)
선고 직후 눈물바다 된 법정...노동계 "기계적으로 법 해석한 결과"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근로자 고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원청 대표이사가 하청 근로자가 일하는 현장의 구체적인 안전 조치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판단이다.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노동계는 법을 기계적으로 협소하게 해석한 결과라고 규탄했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하청 근로자 김용균 씨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 등의 상고심에서 검사와 피고인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원청 대표는 책임 없어"...확정된 무죄
김 전 대표와 당시 한국서부발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하청업체 대표인 백남호 한국발전기술 대표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국서부발전 임직원과 한국발전기술 임직원들에 대한 유죄도 확정됐다.
김용균 씨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로 2018년 작업현장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 신체 일부가 끼인 것이 사망 원인이었다. 사망 당시 김용균 씨는 24살으로 출근한 지 3개월 된 신입사원이었다.
검찰은 김용균 씨 사망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있다고 보고 원하청 대표와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원청 대표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원청 대표이사는 현장의 구체적인 안전 조치에 대해서까지 책임이 없다는 이유다. 
2심은 "김 전 대표이사는 태안발전본부 이외에도 한국서부발전의 본사와 그 산하 발전본부를 포함한 회사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로 그는 안전보건 방침을 설정, 안전보건매뉴얼 승인, 안전보건활동을 위한 자원 제공 역할을 담당하고 산하 발전본부별 안전보건관리계획의 수립과 이행 등은 각 발전본부의 안전보간관리책임자에 위임하고 있다"며 "김 전 대표가 태안발전본부 내 개별적인 설비 등에 대해서까지 작업환경을 점검하고 위험 예방 조치 등을 이행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사업주, 고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원심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절규 쏟아진 선고 현장..."개정 전 산안법 탓 말라"
선고 결과가 나오자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절규했다. 짧막한 선고를 마치고 퇴장하는 대법관들을 향해 "사람이 죽었는데 말이 되는 판결이냐,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옷 벗어라"라고 외쳤다. 김미숙 이사장과 동행한 활동가들과 변호인단의 부축을 받고 겨우 걸음을 옮겼지만 법정을 나서기도 전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지켜보는 이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대법원 앞에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김미숙 이사장은 "사고 후 정부 차원에서 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현장의 문제가 밝혀졌지만 대법원 거꾸로 판결을 내렸다"며 "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고 여기서 안 된다면 다른 곳에서 더 크게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의 동료인 이태성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발전비정규직대표자회의 간사는 "용균아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고는 눈물에 말을 잇기 어려워했다.
한편, 원청 대표에 대해 무죄가 나온 것은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균 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됐다. 원청에도 하청 근로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하고 안전 문제는 대표이사가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김용균 사건을 계기로 2020년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고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조치 의무가 무거워졌지만 김용균 사건은 개정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당시 법률로는 원청 대표에게 하청 근로자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나 유족을 지원한 박다혜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변호사는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만을 탓할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더라도 법원 해석에 따라서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는 취지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검찰이 열심히 수사해 원청까지 기소된 사건으로 원청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충분한 증거와 법리가 있었다"며 "오늘 판결은 단순히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로 인한 것이 아니라 법원이 그 실체를 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선고 직후 성명을 내고 "원청의 고용관계를 형식적이고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전과 후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가른 기계적 판결"이라며 "노동자의 죽음을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 이번 판결은 김용균 씨를 죽어서도 준감지 못하게 한 잔인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태안화력 현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에게 직접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있는 사업장으로 사고 원인에 대한 신속한 현장조사, 동료 증언, 특조위를 통해 밝혀낸 한국서부발전의 범죄행위를 밝혀낸 증거는 차고 넘쳤다"며 "대표이사 취임 후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몰랐다고만 하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법원 판결을 누가 이해할 수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539
[기자수첩] 더 많은 ‘김용균’을 만들 수 없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2023.12.12 16:22)
김용균재단을 비롯한 노동계는 “노동자·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판결”이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법원이 이번 판결로 ‘위험의 외주화’가 산업현장에 만연하는 불평등 산업구조 형성을 조장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용균씨의 사망은 노동계의 큰 변화를 안겨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김씨의 죽음 이후 위험하고 힘든 일은 하청업체에 모두 떠맡겨 버리는 산업 현장의 만연한 부조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는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018년 하청 근로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 즉, 김용균법이 통과돼 지난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이어 원청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까지 하청 근로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까지 제정됐다.
이처럼 김용균법과 중대재해법의 마중물이 된 김씨의 사건은 정작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못하게 됐다.
김씨 사망 당일 컨베이어 벨트의 안전 덮개는 열려 있었고, 야간 근무임에도 조명이 꺼져 있었으며, 비상정지 장치까지 불량이었다. 이에 더해 2인 1조로 진행해야 할 작업을 혼자서 감내했다. 이에 대법원도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지만 결국 원청 대표가 아닌 현장 실무자에 그 책임을 돌렸다.
두 법안이 김씨의 사고 이후 시행된 터라 소급 적용할 수 없어 과거 산안법만 적용됐더라도, 이번 법원 판결은 원청의 책임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인정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산안법, 중대재해법 모두 사업장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누구나 열악하고 고된 중소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인 공감대에도 우리나라에서 정작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은 거꾸로 가고 있다. 심지어 ‘외면’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이는 노동자보다 기업과 사용자의 사정을 우선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행보로 인해 많은 노동자는 열심히 일하다 중대재해를 입어도 누구 하나 그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는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 앞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설치돼 있다. 다른 국가의 여신상과 다르게 두 눈을 안대로 가리지 않은 채 법원을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다. 이를 두고 사건을 제대로 살펴보고 판결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곤 한다. 
하지만 이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는 건 법원의 모순적인 판결 때문이다. 법을 위반했고, 그에 따른 피해자가 있음에도 법이, 이를 다루는 사법부가 알맞게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제 역할을 다 할 때, 더 이상 일하다가 소중한 목숨을 잃는 다른 ‘김용균’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0814270001547?did=NA
[36.5˚C] 무죄 기업 앞에 '유죄' 부모만 (한국일보, 진달래 기자, 2023.12.14 04:30)
딱 5년 전 오늘(14일)이었다. 보통 아무런 표정 없이 일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입술을 깨물어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근무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죽은 아들을 떠올리며 마지막 힘을 짜내 발언을 이어가던 김미숙씨를 처음 봤다. 사고 현장을 직접 본 그녀는 "후회를 많이 했다"며 울었다. "내가 이런 곳에 아들을 맡기다니."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았다면) 아무리 일자리 없어 평생 놀고먹어도 이런 데 안 보냈을 거다." 한탄에는 자책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마땅하지 않은 그 마음에, 황망한 그 죽음에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눈물은 흘렀다.
2018년 12월 11일 새벽,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사망 사고 이야기다. 입사 3개월차 신입직원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묵직한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김미숙씨는 거리로 나섰다. 투사가 된 어머니를 보고 수많은 국민이 공분했다. 그 힘으로 일명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되고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제정됐다. 기업, 특히 원청이 안전한 노동환경에 제대로 책임지도록 한 법들이다. 일터의 죽음이 예사인 잔인한 사회에서, 그래도 조금씩은 벗어나고 있다고 믿게 한 움직임들이다.
그 무심한 환상은 통렬하게 깨졌다. 보도사진으로 김씨의 눈물을 다시 대면한 지난 7일이었다. 그녀는대법원 앞에서 "원청의 책임"을 외치며 울고 있었다. 판결의 요지는 2인 1조 근무 등 안전조치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한 것을 사측, 특히 원청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단 것이다. 중처법 시행 전 기소된 재판이었다. 하청이 안전에 소홀한 건 원청에 소위 가성비를 보여줘야 살아남는 불공정한 구조 때문인 실상이 법리적으로 얼마나 가뿐히 외면당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국회로 고개를 돌렸더니 더 절망적이다. 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자고 모인 여야 대표들이 중처법 유예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2021년 1월 시행 후 벌써 3년이다. 그런데도 준비 미흡을 이유로 중처법의 50인 미만 사업체 적용 시기를 2024년에서 2026년으로 2년 더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그저 놀랍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자의 무려 84%(지난해 기준)가 50인 미만 사업체인데도 말이다.
2년을 유예한다고 가정하자. 지난 5년간, 그러니까 김용균씨 사망 이후 적어도 2명이 매일 일하다가 숨졌다. 그럼 앞으로 2년은 또 얼마나 더 많은 부모가 무죄가 된 회사 옆에서 본인이 유죄인 것처럼 마르지 않는 눈물을 흘리게 될까. 또 얼마나 더 많은 부모가 자식이 겪은 사회적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투사가 될까. 유예는 쉬운 후퇴일 뿐 전진을 위한 것일 수 없다.
"미국 국적 친구를 기다린다 / 심야 공항 터미널은 지나치게 환하다 / 그녀에게 이 도시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왼쪽 옆으로는 불매운동 중인 제과업체의 체인점이 있다 / 빵공장 기계에 끼여 숨진 노동자의 얼굴이 어른거리고…" ('입국장')
최근 출간된 김이듬의 시집을 읽다가 고민했다. 이 나라를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를. 매일 일터로 향할 때는 유언장 하나쯤은 남겨둬야 하는 나라라고. 저출생과 인구감소를 걱정하면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터에는 무감각한 나라라고. 그런 소개말만 맴돈다. 그냥 가볍게 'BTS의 나라' '손흥민의 나라'로만 말하기엔 허망하게 떠난 생명이 너무 많다. 뭐가 됐든 한참 잘못된 일이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062313
[기고]김용균 판결과 중대재해법 적용유예 연장 (노컷뉴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2023-12-14 05:45)
예상했던 대로였다. 정확히 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법원은, 그 동안의 판례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원청의 대표이사와 고위관리직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은 물론 업무상 과실치사죄도 인정되지 않았다. 처벌된 것은 원청의 중간직 이하 관리자들과 하청의 대표이사 및 중하위급 안전관리자들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산안법 위반의 요건인 '고의'가 없고 업무상 과실 인정에 필요한 '직접 주의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태도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자의 책임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 해경 지휘부에 대해서도 이태원 참사에 대한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도 똑같이 되풀이되었다.
심지어 지금 재판 중인 사건의 관계자인 해병대 사단장에 대한 대통령의 '격노'에서도 마찬가지 인식이 확인된다. 요컨대 어떤 조직의 최고위관리자는 현장의 구체적인 위험을 알지 못했거나 알 수도 없었으므로 재해의 결과에 대해서 적어도 법적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년 천여건 가까이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와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는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유사시에는 이것이 잘 작동하도록 할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기업에는 안전담당 부서가 있고 국가에는 경찰,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가 있으므로, 이들이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현장의 안전관리자나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할 수 없는 안전 전담인력과 예산의 확대, 대규모 안전시설과 장비의 구입, 재해 발생시 대응 매뉴얼의 수립과 훈련 등은 누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것인가?
바로 이런 생각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 기존의 산안법으로 경영자 처벌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다. 다만 위와 같이 검찰과 법원이 이 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경영책임자만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법에 못박았다. 중하위관리자, 심지어 피해 노동자의 과실에 관계없이 경영자는 자신만의 안전관리의무를 다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그 책임을 지라는 것이 이 법의 핵심 내용이다.
국민 10만명의 청원을 받아 제정된 이 법은, 그러나 시행 2년이 다 돼가도록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 대상 사건이 600건이 넘는다는 노동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검찰은 31건만을 기소했을 뿐이고 그 가운데 11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리고 그 중 피고인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단 1건이다.
이전의 산안법 위반과 별다를 것이 없는 이런 결과는 기업들에게 중대재해법이 '종이 호랑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을 뿐이다. 법 시행 직후 대형 로펌에 비싼 자문을 하고 안전전담 조직을 편성했다던 대기업들은 이제 이 법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기에 법적용을 2년 유예해 주었던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 그 기간을 다시 2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물론 경영계와 여당에 의해 제기된 것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도 이에 합의하려 하는 기색이 보인다. 본래 이 법이 대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하청 노동자의 재해에 대해서 원청 경영자의 책임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중소기업 경영자가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처럼 계속해서 이들을 제외한다면 법의 실효성은 반감되고 말 것이다. 중대산업재해의 80%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 녹록치 않은 경영사정 등 중소기업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래서 2년의 시간을 더 주었다. 또 법에는 (중소)기업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하여 정부가 예산까지 지원하도록 하였다. 또 그 이행상황을 반기마다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두었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와 국회에 물어야겠다.
법 시행 이후 2년간, 공포 시점부터 따지면 3년간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인가? 또 이를 감시하겠다던 국회는 무엇을 했는가? 이제 시간을 또 2년 연장한다고 이런 무관심이 과연 달라질까?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809.html
죽음의 위험 몰랐다고 사업주 용서하는 시대 끝나야 (한겨레21 1493호, 강은희 변호사·중대재해학자전문가네트워크 집행위원, 2023-12-14 19:15)
중대재해처벌법, 이미 규정된 의무 시행하는 것… ‘이번엔 내가 아니길’ 죽음의 룰렛, 50명 미만 사업장도 멈춰야
누구는 쉽게 죽는다.
여러 활동을 하다보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형사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을 유심히 따라가게 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들은 자세히 볼수록 참담한 경우가 많다. 사람이 너무나 어이없는 이유로 죽는다. 11m 아파트 4층 높이에 안전걸이를 걸 안전대가 설치되지 않아 노동자가 추락해 죽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안전난간대가 부식된 선박에서 일하다 10m 높이에서 추락해 죽었다.
1t 중량물을 들어 올리는 섬유벨트가 적정하중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낡아도 그냥 사용한다. 그러다 벨트가 끊어져 노동자 다리를 덮쳤다. 노동자는 그 자리에서 출혈성 쇼크로 죽었다. 기계의 자동 멈춤 장치가 고장 난 것을 알면서도 노동자더러 쓰게 한다. 노동자 머리가 기계 사이에 끼여 두개골 파열로 죽었다.
충분히 ‘죽음’이 예상되는 장소에서…
이런 사건들을 보다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사업장에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는 말은 도무지 믿지 못하게 된다. 안전대가 없는 10m 높이 작업장, 다 낡아 해진 섬유벨트 밑, 안전장치가 고장 난 기계 앞. 언제든 누군가의 목숨을 잡아먹을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장소들이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죽을 수 있는 자리에 다시 사람을 몰아넣었고 언제든 발생할 수밖에 없던 일이 일어났다.
안전대를 설치하는 것이, 섬유벨트를 교체하는 것이, 고장 난 기계를 쓰지 않는 것이 부담일까? 현장에 이런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 정말 큰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일까? 언제까지 노동자는 ‘이번 죽음의 장소에서 잡아먹히는 사람이 내가 아니기를’ 바라는 죽음의 룰렛을 해야 할까?
중대재해처벌법이 2024년 1월26일부터 50명 미만 사업장, 그리고 50억원 미만 공사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법은 2021년 1월27일 제정됐으니 3년을 기다려서야 비로소 찾아온 시간이다.
그런데 정세가 심상치 않다. 2023년 9월에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발의한 50명 미만 사업장, 50억원 미만 공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미루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가더니, 이제 법 적용이 목전에 오자 정부와 여당은 50명 미만 사업장, 50억원 미만 공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미루는 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힘을 보탰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어째서인지 말이 없다. 그 와중에 중대재해처벌법 소규모 사업장 적용 유예가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거래 대상이 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그 소문이 사실이 될까 두렵다. 이제 겨우 한 달 조금 넘게 남았으니 간절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이 고비를 넘기길 바란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사고 사망자 수는 874명이다. 그중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재 적용되지 않는 50명 미만 사업장 소속 사망자는 707명(5명 미만 사업장 제외하면 365명)이다. 고용노동부 통계는 유족급여 승인자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이 중에서 유족급여를 받을 가족이 없는 사람, 합의 등의 이유로 유족급여 신청이 되지 않은 사람,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못한 사람, 일하다 죽었지만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벌써 9월 말까지 50명 미만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가 466명(5명 미만 사업장 제외하면 264명)이다.
50억원 미만 사업장의 의무, 대규모 사업장과 달라
다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미루면 2024년에 또 2023년만큼 사람이 죽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추진하는 이유가 50명(억원) 미만 사업장의 준비와 여력 부족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실상 사업주 등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람이 죽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있거나, 직업상 질병자가 1년 동안 3명 이상 발생해야만 적용된다. 모든 산업재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사고가 다수에게 반복해서 일어나야 겨우 적용된다.
사업을 진행하며 사람 목숨을 지킬 여력이 없다면 해당 사업은 더는 진행해서는 안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40년 넘게 존재했지만 항상 이윤에 밀리는 이빨 빠진 법으로 존재했다. 안전보다는 이윤이, 목숨보다는 경영이 중요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떤 이윤보다 어떤 필요보다 목숨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을 우선으로 두겠다는 염원을 담은 법이다. 입법자인 국민의 의사를 국회의원이 대리해서 제정하는 ‘법’은 무엇을 우선시하고 무엇을 지킬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을 반영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최소한의 안전은, 목숨만큼은 지키자는 선택이었다.
정부1여당은 50명(억원)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 유예를 논의하며 ‘사업장에 경영 부담을 준다’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50명(억원)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의무는 결코 대규모 사업장과 같지 않다. 위험을 확인해야 할 사업 규모도, 이행해야 하는 의무 수준도 분명한 차등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복잡하고 새로운 의무를 사업장에 부과하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칙적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이미 사업장 규모별로 규정된 의무를 사업주 등이 위반해 노동자 사망 같은 중대한 사고(중대재해)가 일어난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의무들에 더해 안전에 관한 종사자의 의견을 듣고 안전에 대한 사업장의 목표 정도를 정하길 요구한다. 이미 여러 사람이 누누이 말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과하다는 주장은 사실 40년 넘게 존재했던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자인하는 것이다.
4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자인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이 부담스럽다고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궁극적으로 법이 그 누구도 아닌 경영책임자, 사장이 자기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영책임자가 현장 말단 관리자에게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의 안전 책임을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을 ‘경영상의 부담’을 이유로 이해한 것이 우리 사회였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7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사망한 김용균씨의 죽음에 원청 대표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원청 대표는 작업장의 위험을 몰랐으므로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판결은 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요한지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없다면 경영책임자는 안전을 모를수록, 현장에서 멀어질수록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사업장 규모가 어떻든 사업을 운영한다면 자기 사업장에서 죽음이 도사리는 것을 모르는 게 용서되는 시대는 그만 끝내야 한다. 이제 살았어야 하는 사람이 죽는 상황은 그만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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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3750
대법원, 김용균 노동자 죽인 원청·대표 무죄 판결 (노동과 세계, 송승현 기자, 2023.12.07 15:15)
민주노총, “산안법의 한계와 중재법 정당성 필요성 재확인”
공공운수노조, “재판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외면”
대법원이 고 김용균 노동자를 숨지게 한 원청 한국서부발전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산업현장에 만연하는 불평등 산업구조 형성을 법원이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대법원 2부는 7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했던 고 김용균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과 하청 관계자들 사건에서 모두 상고를 기각했다.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와 서부발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오는 10일은 고 김용균 노동자 5주기다.
고 김용균 노동자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상하탄설비 운전원으로 일했다. 안전장치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던 고 김용균 노동자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안전덮개는 열려 있었고 2인1조 작업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던 점이 사고원인으로 지적됐다. 
검찰은 지난 2020년 8월 원하청기업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으나 김병숙 전 대표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청노동자인 고 김용균 노동자와 실질적인 관계가 없고 산재위험을 몰랐다는 게 이유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 “1심과 2심 재판부는 ‘책임은 있으나 처벌하지는 않는다’라고 서부발전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오늘 대법원은 ‘법리 오해나 이유 모순의 잘못이 없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라며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몰랐다고 처벌하지 않겠다는 판결을 누가 이해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은 ‘중대재해는 노동자·시민의 과실이 아니라 기업의 구조적인 범죄행위’란 사회적인식에 등을 돌리고 구태의연한 관행대로 선고한 것”이라며 “오늘 선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처벌의 한계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정당성, 엄정한 법 집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또한 성명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하기 전 5년간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는 59명이 죽거나 다쳤고 이들 중 57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발전소 산재사고의 97%가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됐다”라며 “고용관계나 규모에 관계 없이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더욱 강화돼야 하고 노조법 2조와 3조 또한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선고 뒤 대법원 앞에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단 증거 아닌가. 그런데도 무죄라고 한다면 앞으로 다른 기업주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안전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김미숙 대표는 대법원을 보며 “용균아 미안하다” “대법원은 잘못했음을 인정해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1207065153004
'故김용균 사건' 원청대표 무죄 확정…"중대재해법 필요한 이유"(종합2보)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2023-12-07 16:58)
김병숙 전 사장, 1·2심 이어 대법원 무죄…임직원 대부분도 실형 피해
원청기업·경영자 책임 입증 한계…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계기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7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8년 12월 11일 오전 3시20분께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검찰은 사건을 수사한 뒤 2020년 8월 원·하청 기업 법인과 사장 등 임직원 14명에게 사망 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이 인정된다며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김병숙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표이사는 안전보건 방침을 설정하고 승인하는 역할에 그칠 뿐, 작업 현장의 구체적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 책임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태안발전본부장에게 있었다는 이유였다. 
2심 법원은 "피고인이 컨베이어 벨트 설비의 현황이나 운전원들 작업방식의 위험성에 관해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태안발전본부 내 개별적인 설비 등에 대해서까지 작업환경을 점검하고 위험 예방 조치 등을 이행할 구체적, 직접적 주의의무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권모 전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김씨 사망의 원인이 된 석탄 취급설비와 위탁용역관리 관련 업무는 기술지원처가 담당해 김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직접적·구체적 주의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서부발전 법인 역시 김씨와의 실질적 고용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사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 밖에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기술지원처장, 연소기술부·석탄설비부 책임자들, 백남호 전 발전기술 사장, 태안사업소장 등 10명과 발전기술 법인은 이날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최소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돼 대부분 금고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2심 법원은 "이 사건은 피고인 중 누구 한 명의 결정적인 과오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각자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결과가 서로 중첩돼 중대한 결과에 이르게 된 것으로 개개인의 과실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집행유예 이유를 밝혔다.
김씨가 숨진 뒤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2020년 1월 시행됐고, 그에 더해 중대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작년 1월27일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씨 사건에는 옛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돼 원청기업과 그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묻지는 못했다. 새 법안이 소급 적용되지 않은 탓이다. 김 전 사장과 권 전 본부장의 경우 입증이 까다로운 업무상과실치사죄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까지 무죄 판단을 받았는데, 김씨와 원청기업인 서부발전 간의 실질적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옛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는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 법원은 채용 절차와 업무 지시·감독 등이 모두 하청업체인 발전기술의 권한이었으므로 종속적 근로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 업체가 하청 근로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충실히 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처벌받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사업주가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라면 형사 책임이 인정돼 이전보다 인정 범위도 더 넓어졌다.
노동계에서는 이날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존재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53)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이날 선고 뒤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용인했다"고 규탄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19482.html
‘김용균 사망’ 원청 무죄확정…“법원이 위험의 외주화 부추겨” (한겨레, 장현은 기자, 2023-12-07 15:54)
노동계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 논의 중단하라”
대법원이 7일 김용균씨 사망사고 관련 판결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당시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확정하자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를 조장하는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씨 사망을 계기로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정당성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정부가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선고 뒤 성명을 내어 “원청의 책임을 묻지 않음으로써 위험의 외주화라는 갑질이 산업현장에 만연하는 불평등 산업구조 형성을 법원이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판결”이라며 “이날 대법원의 선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처벌의 한계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정당성, 엄정한 법 집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현실에 눈감고 50인(건설업은 50억원) 미만 사업장의 적용유예 연장을 앞세워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강행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노총도 “원청의 고용관계를 형식적이고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판결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전과 후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가른 기계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온전한 시행만이 김용균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국회가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논의를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성명을 내어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위험의 외주화’를 다시 가중하라는 신호를 주는 꼴”이라며 “고용관계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으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더욱 강화돼야 하고, 노조법 2조와 3조 역시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현장 노동자들은 수차례 사용자 측에 위험요인 개선을 요구해왔으나 묵살됐다. 발전소 사업장의 시설과 설비가 원청사 소유이기 때문에 하청업체의 의지만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며 “그런데도 원청사가 무죄라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19504.html
“위험 몰랐다”…안전 불감증이 ‘김용균 사건’ 무죄 근거가 됐다 (한겨레, 이지혜 기자, 2023-12-07 17:55)
대법원 상고 기각…2018년 산재사망 뒤 5년만
원청의 하청노동자 ‘실질적 고용관계’ 부정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과 관련해 원청의 사법적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는 ‘원청이 실질적인 사업주이므로 산업재해의 책임을 져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위반)’와 ‘사업주가 아니라 해도 위험을 인식했으므로 주의의무가 있다(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는 두 갈래로 이뤄졌다. 7일 대법원이 사건 발생 5년 만에 내놓은 답은 ‘두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였다. “실질적으로 고용하지 않았고, 위험성도 몰랐다”는 원청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대법원은 원청과 김씨 간 ‘실질적 고용관계’부터 인정하지 않았다. 운전원들의 업무교육 및 안전교육이 모두 하청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됐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고용관계가 인정되어야 원청이 ‘사업주’ 지위를 갖게 되고,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1심 법원만 원청의 일부 간부와 원청 법인의 산안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2심부터는 원청 대표이사와 간부, 원청 법인 모두 산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원청 대표이사의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되려면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1·2·3심 법원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 조치인 설비 개선과 인력 증원이 (원청) 최고경영자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는 원청 최고경영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씨 사고 이전에도 태안화력발전소는 재해가 빈번하고 산재 피해자 대다수가 하청노동자였는데도, 법원이 원청 대표의 “몰랐다”는 변명을 인정한 것이다.
‘실질적 고용관계’가 인정되는 하청업체 대표이사에게도 산안법 위반 혐의는 끝내 인정되지 않았다. (하청 대표이사가) 사업소의 인사·노무·안전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사업소장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운전원들의 작업 방식이나 위험성을 잘 몰랐다고 본 것이다. “(위험할 거라는 점을 알면서도) 고의로 안전조치 의무를 방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하청업체 대표이사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일터의 안전 확보 실패로 노동자가 숨진 대표적인 사건이지만 산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건 하청 법인(벌금 1200만원)과 하청 소속 사업소장(징역 1년2개월, 집행유예 2년)이 전부다.
앞서 법원은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구의역 김군’ 사고에서 원청인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 대표이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김용균씨 사망으로 산안법이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되기 전의 일이다. 당시 법원은 “원청 대표이사는 하청업체를 만연히 신뢰할 것이 아니라 관리·감독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19508.html
[사설] ‘김용균 사건’ 원청 대표 무죄, 면죄부 삼아선 안 된다 (한겨레, 2023-12-07 18:02)
김씨의 일터인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모든 설비에 대한 소유와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다. 사업장의 설비가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안전설비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관리할 책임은 원청에 있다. 그런데도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사업장의 산재 위험을 몰랐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니, 이런 판결을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 논리대로라면 사업장의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게 아닌가. 노동계는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산재 책임에 대한 법원의 소극적인 판단을 지목한다. 사법부는 이런 지적에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검찰은 원·하청 기업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지만, 무죄와 집행유예가 선고돼 실형을 받은 이는 단 한명도 없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은 하청노동자 산재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명시해 ‘솜방망이 처벌’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4월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로 주목받은 사건에서 원청사 대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돼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이번 대법 판결이 사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20719121
[사설] 김용균 사건 원청 무죄 확정…애초부터 무리한 기소였다 (한경, 2023.12.07 18:03)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312071826001
[사설] 김용균의 죽음, 이제 누구에게 책임 물어야 하나 (경향, 2023.12.07 18:26)
생산 현장에서 남발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에 사법부가 경종을 울려주기를 기대한 시민과 노동자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판결이다. 사업주가 용역이나 도급 형식으로 업무를 외주화하면 그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조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구에게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나.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서부발전은 분리가 불가능한 공정을 인위적으로 떼어 용역을 줬다. 비용 절감 목적의 불법 파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인을 비롯한 하청 업체 노동자들은 설비 운전·점검 의무만을 질 뿐, 시설 변경이나 개선에 관한 권한 자체가 없었다. 만일 당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었다면 참사 발생 확률도 낮추고, 이런 식으로 면죄부를 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필요성과 중요성을 새삼 다시 일깨운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50988_36199.html
고 김용균이 남긴 중대재해처벌법, 실제 처벌된 11건 살펴보니‥ (MBC뉴스 김상훈 기자, 2023-12-07 19:51)
앵커: 김용균 씨의 죽음에 대해 우리 사회는 '위험을 외주화'했던 원청업체의 책임을 끝내 묻지 못했습니다. 다만, 더 이상 젊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작년부터는 원청업체의 책임도 물을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김용균 씨가 남긴 법인데요. 그렇다면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겠다는 이 법의 취지는 제대로 실현되고 있을까요.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1심, 11건의 판결문을 김상훈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어머니는 또 다른 김용균은 없어야 한다며 아들의 이름을 딴 '김용균 재단'을 만들어 제도 개선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2020년 산업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새 산업안전법, '김용균법'이 시행됐습니다. 어머니는 이듬해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켜 달라며 한 달간 단식농성도 벌였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어떻게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 법으로 제정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탄생해 작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업체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경영책임자는 모두 29명. 1심 판결이 나온 11명은 전원 유죄였습니다. 작년 2월 제주도의 대학 기숙사 굴뚝을 해체하다 일용직 노동자가 숨진 사건에 대해 원청업체 대표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원청업체도 처벌받게 된 겁니다.
11건 가운데 하청업체 직원의 사망 등 재해에 대해 원청업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은 건 모두 7건이었습니다. 판결문 속 죽음의 원인은 사소했습니다. 법원은 작년 5월 경남 창원의 공사현장 굴착기 옆에 안전시설만 있었다면, 작년 9월 대구의 철강제품 공장에 안전통로만 있었다면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정학/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중대재해 사건의 거의 대부분은 아주 간단한 의무들의 위반입니다. 이거 고치는 데 무슨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갑니까?"
11명 중 10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였습니다. 하청 노동자가 철판에 깔려 숨져 재판을 받는 도중에도 또 안전조치를 어겨 벌금형을 받은 한국제강 대표에게만 유일하게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10명을 선처한 이유는 사망 사고 뒤 진지한 반성과 재발방지 노력, 유족과 합의였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19540.html
중대재해 인식 깨운 김용균…정작 그 비극을 벌하지 못하다니 (한겨레, 김해정 장현은 이지혜 기자, 2023-12-07 20:43)
대법원, 원청·원청 대표 무죄 확정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7일 오전, 아홉 글자 짧은 선고가 끝나자 대법원 1호 법정에 탄식과 흐느낌이 가득 찼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꼭 맞잡고 있던 손을 풀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왜 법정이 이럽니까. 힘없는 약자들을 왜 보호해주지 못하는 겁니까.”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 죽음의 책임을 가리는 최종심이 7일 열렸다. 대법원은 김용균씨 죽음의 책임을 물어 기소된 원청과 원청 대표의 무죄를 확정했다.
김씨의 죽음은 지난 5년 동안 ‘일터의 차별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원청과 최고 경영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한국 사회에 심어 놓았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의 죽음에선 원청의 책임을 묻지 못했다. 이날 선고 뒤 방호원의 제지를 받으며 법정을 나서던 김미숙씨는 결국 법정 입구에 털썩 주저앉았다.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켜 세워 법정을 나선 뒤 김미숙씨가 읊조렸다. “(우리가) 지나 봐라. 여기서 져도 다른 데서 이길 거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를 숨지게 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하청 기업과 임직원(직책은 당시 기준) 13명에 대해 검사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과 당시 대표였던 김병숙 대표이사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것은 원청의 안전 관련 실무자와 하청업체 및 대표이사, 실무자들이다. 이들조차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대표이사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근천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장은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없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상하탄설비 운전원으로 일하던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10일 밤 10시35분~10시55분(추정)께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홀로 낙탄 제거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당시 컨베이어벨트의 안전덮개가 열려 있었고 ‘2인1조’ 작업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다. 야간 근무인데도 컨베이어벨트 통로 부근에 조명이 꺼져 있었고, 비상정지장치(풀코드 스위치)도 불량이었다. 법원도 인정한 죽음의 경과와 원인이다. 일터 곳곳에 위험이 널려 있었다.
김용균의 죽음은 수많은 산재사망사고 가운데 하나로 묻히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라는 중대재해의 근본적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와 어머니 김미숙씨의 끈질긴 투쟁이 힘이 됐다. 김용균 사망 4개월 뒤인 2019년 4월 국무총리실 소속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꾸려져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조위가 그해 8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짚은 것이 ‘원·하청 구조’다. 발전소가 비용 절감을 위해 다른 업무와 ‘연속 공정’인 상하탄 작업을 하청업체에 무리하게 떼어 맡겼고, 이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는 사실상 원청의 지배 아래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에서만 소외됐다는 것이다. 특조위는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업주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의무화 등 22개 개선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정부는 특조위 권고안을 수용했지만, 권고안의 핵심 내용인 발전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뒤 그의 비정규직 동료였던 이태성씨는 “용균아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죽도록 싸웠는데 여기까지인가 보다”라고 울면서 말했다.
다만 그의 죽음을 딛고 사업장 안전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쪽으로 법이 고쳐지고 만들어졌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김용균씨가 숨진 지 17일 만인 12월27일 국회를 통과했다. ‘김용균법’이다.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라면 원청이 무조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지도록 했다. 2021년엔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 예방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때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다.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위해 어머니 김미숙씨는 2020년 12월, 29일 동안 단식했다.
김용균을 통해 세상은 바뀌어갔지만, 정작 그 자신은 실질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좌우하는 원청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데 실패한 셈이다. 이날 확정된 2심 판결은 “(원청 대표가) 운전원들 작업 방식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김병숙 대표를 무죄로 봤다. 위험한 일터가 문제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은 위험의 근본 배경인 원·하청 구조를 해소하거나 안전한 설비를 구축할 수 있는 원청 대표가 아니고, 현장 실무자에게만 있다는 논리다. 김용균씨 유족을 대리한 박다혜 법률사무소 ‘고른’ 변호사는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대법원 선고는 그저 의사 결정자의 책임을 비좁게 해석한 법원의 실패”라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중대재해 피해자들의 곁에서 함께 목소리를 높여온 어머니 김미숙씨는 또다시 좌절하는 대신 사과하고 다짐했다. “지금은 대법원의 부당한 판결로 인해 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후 역사는 김병숙 사장이 잘못되었음을 판단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민들께도 죄송합니다. 힘이 없다는 게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다른 길로 사람들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사진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김용균 5주기가 코앞이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312072142104202
'김용균 사망' 원청 책임 불인정..."법원이 죽음 용인" (YTN 부장원 기자, 2023년 12월 07일 21시 42분)
함께 기소된 원청 법인과 임직원 2명 역시 무죄가 확정됐고, 하청업체 임직원 등 10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사고 발생 5년, 결국, 김용균 씨 사망에 책임을 물어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김미숙 / 김용균 씨 어머니] : 현장을 잘 몰랐다고 한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다는 증거 아닙니까? 다른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 안전 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용균 씨 죽음을 계기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이른바 '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어졌지만, 정작 김 씨에겐 소급 적용할 수 없었고, 비슷한 끼임 사고와 '죽음의 외주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2072145015
‘위험의 외주화’에 면죄부 준 법…“중대재해법 필요성 방증” (경향, 조해람 기자, 2023.12.07 21:45)
원청 서부발전이 관리감독…대법, ‘고용관계’ 협소하게 해석
유죄 받은 임직원 10명, 벌금·집유로 가벼운 형…실형은 전무
노동계 일제히 “사업주 처벌 않으면 누가 법 지키겠나” 비판
대법원이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당시 24세) 산재 사망 사건 재판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김병숙 전 대표에 대한 무죄를 7일 확정했다. 노동계는 법원이 ‘위험의 외주화’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원청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낸 성명에서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지난 5년간 소송을 이어간 유족의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저버렸고, 제2, 제3의 김용균이 없기를 갈망한 노동자 시민의 염원을 끝내 외면했다”며 “위험의 외주화라는 갑질이 산업현장에 만연하는 불평등 산업구조를 조장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죽음을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 이번 판결은 김씨를 죽어서도 눈감지 못하게 한 잔인한 판결이며, 한국노총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법원이 ‘김씨와 원청은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중대재해법이 김씨 사고 이후 시행돼 소급적용할 수 없더라도, 김씨가 일한 공정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관리·감독을 받은 만큼 김씨와 원청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김씨의 사망은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결과”라며 “원청의 고용관계를 형식적이고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판결로, 개정 산안법과 중대재해법 적용 전과 후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가른 기계적 판결”이라고 했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발전소 사업장의 시설과 설비가 원청 소유이기 때문에 하청업체의 의지만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한데, 원청사가 무죄라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인가”라며 “하청과 원청 구분 없이 사업주는 사업장 안전예방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고용관계가 아니라서 몰랐다고 발뺌하는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는가”라고 했다.
노동계는 원청의 안전보건 관련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집행돼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젊은 노동자가 밤에 혼자 일하다 사고가 나서 목숨을 잃었음에도 결국 원청의 책임은 없다는 이번 판결은 왜 중대재해법이 필요한가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김씨와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법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산안법 처벌의 한계와 중대재해법 제정의 정당성과 엄정한 법 집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50인(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연장을 앞세워 법 무력화를 강행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울 것이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법 적용 유예 연장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9YFIR8HF2
[사설] 대법 “원청 대표 책임 못 물어”…중대재해법 보완 시급하다 (서울경제, 2023-12-08 00:05:17)
지난해 1월 법 시행에도 적용 대상 사업장의 사망자 수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중대 재해 발생 건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에 머물렀다. 과잉 규제와 처벌 중심의 산업재해 예방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증이다. 더구나 대법원은 김 씨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원청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유죄를 확정했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중대 재해와 관련해 처벌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는 얘기다.
중대재해법은 국회의 입법 논의 때부터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의가 아닌 사고에도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데다 관련 규정이 모호한 탓이다.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보니 법적 대응에만 급급해 정작 안전 관련 투자는 소홀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는 살리되 사용자와 원청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등 관련 법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0618060002868?did=NA
故김용균 어머니 "억만금보다 소중한 아이, 일하다 죽으면 벌금 432만 원뿐이라니" (한국일보, 최나실 기자, 2023.12.08 04:30) 
[5주기]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인터뷰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세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졌다. 늦은 밤 홀로 석탄 이송용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설비에 끼여 머리와 몸통이 분리돼 사망했다.
사고 직후 엄마 김미숙(53) 김용균재단 대표가 회사로부터 들은 말은 '용균이가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하다 죽었다'는 책임 전가였다. 그러나 진상 규명을 위해서 꾸려진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에서 748쪽 보고서로 밝힌 사실은 '명백한 원·하청의 안전관리 부실 책임'이었다.
현실의 벽은 아직 높다. 용균씨를 죽음으로 내몬 원청 한국서부발전과 하청 한국발전기술의 책임자들은 7일 대법원에서 줄줄이 집행유예나 무죄를 받았다. 김 대표는 "원청 전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다는 증거 아니냐. 근데 무죄면 앞으로 다른 사업주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안전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용균씨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산재 사망 유족들이 함께 나서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었다. 김 대표도 아들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고 적극 동참했다. 그러나 최근 경영계의 요구에 정치권이 부응하면서 산재 사망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전면 적용은 2년 더 유예될 위기다. 김 대표는 "중처법을 아예 무력화하겠다는 것이고, 법안에 동의한 72%의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들의 죽음 후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용균이처럼 위험하게 일하는 청년'들이 눈에 밟혀 노동 현장을 떠날 수 없다는 그를 용균씨 생일(12월 6일) 하루 전이자, 대법원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만났다. 
안전 장비 지급 않고 5일 만에 현장에 투입
태안화력발전소는 아들의 첫 직장이었다. "(경북 구미에서 충남 태안으로) 타지로 가서 기숙사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밥은 잘 챙겨 먹을지, 선배들이랑 어울려 잘 지낼 수 있을지, 일은 잘 배울지나 걱정했지 그렇게 위험한 곳일 거라고는 생각을 전혀 못 했죠."
안전 시스템은 총체적 부실이었다. 2인 1조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위험 시에 컨베이어벨트를 멈추는 풀코드(비상정지장치)가 있었지만 작동시켜 줄 동료도 없었던 것이다. 사전 교육도 미비했다. "보통 몇 주간 안전교육을 받고 투입돼야 하는 건데, 기존 인원이 빠지는 바람에 용균이가 입사 5일 만에 급하게 현장 투입됐어요." 석탄 분진이 날리고 조명도 없어 앞이 온통 컴컴한 컨베이어 밀폐함 점검구에서, 용균씨는 회사에서 랜턴 하나 지급해주지 않아 휴대폰 불빛으로 시야를 밝혀가며 일했다.
사고 후 머잖아 '김용균법'이라는 별칭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자 유해·위험 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도급인에게 산재 예방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유가족의 싸움으로 국회에 죽어 잠자던 법을 살려냈다.
2018년 12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앞 복도에서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마이크를 빌려 외쳤다고 했다. "국민이 얼마나 당해야 법을 바꿀 겁니까!" 법이 통과됐다는 기쁨도 잠시, 정작 용균씨 동료들이 일하는 발전소를 비롯해 지하철·철도·조선업 등은 산안법 도급 금지 대상에서 빠진 것을 알게 됐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었다.
중처법 유예 추진에 "지금 안전 다잡아 가야"
슬프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해 산재 유족인 김 대표와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는 한 달 가까이 단식을 했다. 그리고 2021년 1월 8일 중처법이 통과됐다. 인터뷰 내내 물기 어린 눈이던 그는 통과 당시를 떠올리는 순간만큼은 얼굴에 옅은 빛이 돌았다.
"영국의 기업살인법(중처법 모태)을 산재 사망자 유족이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유족이 앞장서 만든 법이라고. 아, 내가 해야 할 일이 그거구나 했어요. 단식농성 때 (산재 사망자) 유족들이 함께해준 것에 너무 감사했고, 72%(KBS 2021년 신년조사)나 되는 국민이 법안에 찬성해줬다는 게 저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었어요. 그때 참… 감명 깊고 고마웠죠."
최근 정부와 여당은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중처법 2년 유예를 추진 중이다. '준비 미비'를 이유로 법이 통과된 지 5년이나 지난 2026년 1월에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야당마저 조건부 유예 동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내 전체 사업체 98.8%는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달리 말해 현재 중처법을 적용받는 사업장은 1.2%뿐이다. 산재 사망 80%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이미 법 통과 후 3년의 준비 시간이 있었는데, 2년을 더 미룬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봐요. 기업들의 의도는 이 법을 무력화시켜 아무것도 안 하겠다, 이전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거겠죠. 법안에 찬성해주셨던 국민들을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계속 죽고 있고, 지금 다잡지 않으면 이 법은 계속 유예될 수밖에 없어요."
사망 사고 사업주 벌금 평균 고작 '692만 원'
"용균이 같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으면 기업에서 벌금으로 평균 432만 원(2016년 기준)만 내면 됐어요. 내가 죽었을 때 '500만 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기가 막히잖아요. 나는 내 자식의 목숨이 내 목숨보다 소중한데. 천만금, 억만금을 줘도 용균이랑 비교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데…"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된 2019년 이후에도 평균 벌금액은 692만원이다.
"기업주가 그렇게 (노동자가 죽게끔)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법이 어떻냐에 따라 사람 목숨 몇백만 원하고 안전 투자에 드는 돈을 저울질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죠. 자기 회사에서 사망 사고 나는 게 아무리 싫어도 결국 그렇게 되잖아요. 그래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중처법을 만든 거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빨리 적용돼야죠."
역설적이게도, 용균씨를 사고로 내몬 원·하청 책임자들의 재판에는 중처법이 적용될 수 없었다. 중처법 시행 전인 2020년 검찰 기소가 이뤄져서다.
"재판정에서 원청이 그래요. 자기들이 '저기 낙탄(떨어진 석탄)이 쌓였다'라고 말한 것은 지시가 아니라 요청이라고. 사고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고, 사고를 목격한 증인도, 물증도 없어서 아이가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지요. 반대로 말하면 그런 현장을 누가 만들었나요. 본인들이 제대로 안전설비를 마련하지 않은 것을 왜 적반하장으로 용균이 탓을 하는지…"
7일 대법원 선고로 원·하청 책임자들은 줄줄이 무죄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원청이 내야 하는 벌금은 없고, 하청 법인은 벌금 1,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사실 대법원 판결 이틀 전 만났을 때 김 대표는 대법원 결과에 큰 기대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1심, 2심, 3심까지 재판을 지속한 이유는 명확했다.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법원이나 정부 인식을 조금씩 바꿔 나가야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법원 가봤자 질 게 뻔해, 이런 무력감이 만연한 사회잖아요. 하지만 저라도 재판을 계속해 사람들에게 '지금의 노동환경과 산업안전 현실은 문제다. 법과 재판도 잘못됐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김미숙 대표가 용균씨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상고심 선고가 나온 7일 대법원 앞에서 ‘원청의 책임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법부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 조치인 설비 개선과 인력 증원은 (원청) 최고경영자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원청 대표는 “컨베이어벨트 위험성이나 원하청 계약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1

'저출생의 현실도 결국 희망 없는 일터 때문'
김 대표는 이 시대 청년들의 모습에서 용균을 본다.
"지난 5년 쉴 새 없이 달려왔죠.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편지도 많이 받고, 현장에서 얘기도 많이 듣고요. 특히 청년들이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위험에서 목숨을 겨우겨우 부지하고 살고 있는지 편지를 보내면, 다 용균이 같은 거예요. 그들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아닌가 막 마음이 조급해지고, 아프고, 울다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편지 읽고 그랬어요.
용균이가 졸업 후에 1년간 여러 자격증 시험을 따고, 그다음 7개월 정도 전국 사방팔방 다니면서 취업을 하려고 했어요. 그 오랜 시간 이력서 내고 면접 보러 다니며 '일자리가 이렇게 없구나', '이 위험한 일도 내가 그냥 붙들고 살아야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양질의 일자리는 많이 없고, 힘든 일자리는 거의 비정규직 몫이잖아요."
저출생의 현실도 결국 '희망 없는 일터'에서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제가 용균이에게 '용균아,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걸. 너도 한번 그런 기분을 느껴봤으면 좋겠어.' 그랬더니 용균이가 취업 후에 와서 하는 말이 '엄마, 나 엄마처럼 결혼 못 할 수도 있어. 너무 그거 바라지 마.' 비정규직은 나도 못 지키는데 가족을 어떻게 책임지겠냐고, 다 불행해지는 길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이게 용균이만 그런 게 아니고 우리 사회가 그러잖아요. 너무 가슴이 아프죠. 아이를 갖고 행복을 꿈꾸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됐다는 게."
그는 5년째 먼저 떠난 아들을 매일 떠올리며 제 속을 후벼파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이유를 물었다.
"좀… 쉽지가 않아요. 자식 잃고 맨날 다니면서 내 아이와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얘기한다는 것이. 정말 트라우마 속에서, 계속 그 속을 긁고 있는 상태잖아요. 그럼에도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이런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면 나의 삶이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특히 용균이에게, 사회가 일터가 안전을 담보해 주지 않아 너는 그렇게 억울하게 갔지만 그래도 엄마가 조금이라도 나서서 (다른 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으면 나중에 엄마 만날 때 서로… 얘기할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오는 10일 용균씨의 사망 5주기를 앞두고 최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 이번 5주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들 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정부와 정치권, 사회의 관심에도 시효가 있을 것이라는 쓸쓸한 말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산업안전,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김용균, 김미숙은 잊혀서는 안 될 이름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0714400005873?did=NA
[사설] 중대재해법 필요성 일깨운 김용균 사건 대법원 판결 (한국일보, 2023.12.08 04:30)
고(故) 김용균(당시 24세)씨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단죄가 5년 만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책임은 모두 면책되고 누구도 실형 선고를 받지 않은 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씨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기폭제가 된 사건으로, 이 사건의 결말은 중대재해법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7일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권모 전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그 외 10명의 실무 책임자는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인정됐으나 집행유예, 벌금 700만 원 등이 확정돼 실제로 형을 산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한 하청 노동자의 이 비극적 사건은 원청 경영자까지 안전의무 조치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법정 형량도 높였다. 올해 3분기까지 통계를 보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는 192명으로 작년 대비 10명 감소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법 시행(지난해 1월 26일) 직후인 2022년 1년 동안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가 256명으로 전년보다 8명 증가했다는 이유로 예방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입맛에 맞는 과거 자료만 내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도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기간 연장을 적극 추진하며 노동계 반발을 부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오히려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사안도 법원이 집행유예, 벌금형을 남발해 법 취지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억만금을 줘도 못 바꿀 자식인데, 일하다 죽으면 벌금 몇 백만 원”이라고 분노하는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의 분노에 숙연해진다.
법원은 중대재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헌법상 명확성·과잉금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기각한 바 있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중대재해법의 후퇴가 아니라, 기업의 안전조치 마련을 지원하며 법의 효용성을 높이는 일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12080600005
죽음으로 새긴 ‘김용균법’…결국 묻지 못한 ‘원청 책임’ (경향, 강은 기자, 2023.12.08 06:00)
중대재해법 도화선 된 ‘고 김용균씨 사건’…대법, 서부발전 법인·대표에 무죄 확정
“실질적 고용관계 인정 어렵다”
개정 전 산안법 적용, 상고 기각
노동계 “지나치게 보수적 판결”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당시 24세)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그 대표인 김병숙 전 사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김씨의 사망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시행되는 도화선이 됐으나 정작 해당 사건 재판에선 바뀐 법이 적용되지 못했다. 10일은 김씨가 숨진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하청 관계자 사건에서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원청 법인과 대표 등에게는 무죄, 그 외 원·하청 직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상·하탄 설비 운전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2018년 12월11일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지 4시간 만에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컨베이어벨트 점검구 덮개가 제거돼 있었고, 위험 상황에서도 ‘2인 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았다. 검찰은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아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2020년 8월 원·하청 기업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개정 전 산안법을 적용한 이 재판에선 원청과 하청노동자 사이의 ‘실질적 고용관계’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1·2심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의 산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원청이 하청에 인력을 요청하거나 근무자들의 근무시간 등 인력 운용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하청업체의 조직 체계와 업무 특성 등을) 종합하면 실질적 고용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이나 하청업체와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서부발전 법인과 권유한 전 태안발전본부장 등 원청 직원 2명도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원심에서 유죄를 받은 이들의 형도 확정됐다.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사장과 이근천 전 태안사업소장 등 원·하청 임직원 10명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산안법이 요구하는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이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1심에서 모두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며, 그마저도 항소심에서 대부분 감경된 터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받은 이는 아무도 없다.
그때 ‘중대재해법’ 있었다면
원청 법인·대표 처벌 가능성
‘위험의 외주화’의 상징으로 주목받은 김씨 사망사고는 원청 사업자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사고 직후인 2018년 12월27일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안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산안법은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망사고 발생 시 원청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법도 지난해 1월27일 시행됐다.
김씨 사망 당시 중대재해법이 있었다면 원청 대표인 김 전 사장은 형사처벌을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50인(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또다시 2년 유예하려고 한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아닌 개정 전 산안법을 기준으로 봐도 지나치게 보수적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060182
잘못은 있는데 책임은 없다? '원청 무죄' 계속될까 (CBS노컷뉴스 양형욱 기자, 2023-12-08 06:20)
'김용균 사건' 대법 '무죄'…'노동자 안전' 무관심한 대표, 처벌 가능성은 낮다?
중대재해 '솜방망이' 처벌하는 法…중처법·개정 산안법 취지 살릴지 의문
'중처법' 후퇴시키려는 정치권…大法 판결 이후 오히려 강화 필요
하청 노동자가 산재 사망사고를 당했을지라도 안전 관리 업무를 소홀히 한 원청업체 경영책임자까지 산재 예방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김용균법). 그의 죽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정작 그에게는 마지막 재판에서도 구현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사법부가 중처법이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후 산재 사망사고 재판에서도 이러한 형식적인 법리 해석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날(7일) 오전,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법 전문가들은 법률 불소급 원칙에 따라 김씨 재판에서 구(舊) 산안법이 적용됐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과도하게 소극적인 법리 해석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쉽게 말해, 법원이 원청업체가 안전 관리 업무를 소홀히 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도급인(원청)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한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책임은 수급인(하청)이 진다'는 과거 법리를 형식적으로 따랐다는 주장이다.
김씨 사망 이후 제·개정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원청업체의 산재 예방책임 범위가 '도급인(원청) 사업장 전체' 등으로 확대돼 직접 고용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원청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산재에 대한 책임을 원청업체 경영책임자가 물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산재에 대한 원청업체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에서도 사법부가 여전히 산재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조차 아닌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원청의 일부 중간관리자 급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일부 인정됐고 하청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일부 인정된 게 있다"며 "문제는 원청 고위 임원이거나 대표이사는 '그러한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산재 예방책임이 없다'라고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법리로) 발생하는 문제는 안전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한 대표이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계속된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업장 안전을 도모하려는 대표나 임원들은 위험성을 인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처벌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책임자가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거나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이 서류상으로만 이뤄지더라도 (법원이) 계속 형식적으로 법을 판단하게 되면 법이 바뀌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사법부가 중처법과 개정 산안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입법부가 입법 보완에 나설 가능성은 요원하다.
앞서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처법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나왔다. 여권에서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중처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데 비용, 안전관리자 인력 확보 등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중처법 적용유예와 관련해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여당과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고려대학교 김성희 노동대학원 교수는 "사법부의 판례를 바꾸려면 정치권이 입법적 개입을 하는데 (이번 판결이) 정치권에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경종을 울렸다"며 "다만 정치권이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고, 지금 정치권의 흐름은 (중처법의 입법 취지와) 정반대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 정부에 대해서도 시행령 등을 통해 (중처법을) 강화해야 할 필요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행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신성장경제연구소 최병천 소장은 "정치권에서 입법적 보안을 논의는 할 수 있겠지만 '노동자의 부주의와 무관하게, 경영책임자의 고의 여부와 무관하게 반드시 처벌해야 된다'라고 입법을 보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법원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할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정치적인 촉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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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49915_36199.html
"'원청 무죄' 1·2심 바로잡아야"‥김용균 씨 5주기 앞둔 대법원 판단은? (MBC뉴스 제은효 기자, 2023-12-04 20:05)
앵커: 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세상을 떠난 고 김용균 씨. 돌아오는 일요일은 김 씨의 5주기인데요. 당시 사고 책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는데, 사흘 뒤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은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늘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 5년 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칩니다.
"원청이 책임자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사흘 뒤면 당시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내려집니다.
[현정희/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책임을 져야 할 대표이사는 몰랐다고 발뺌하고, 처벌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 수상한 1심, 2심 재판에 대해 대법원이 꼭 바로잡아 주어야…"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당시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원청 업체와 하청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원청 대표로서 사고 현장과 설비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입니다. 올해 초 2심 역시 "안전 관리 계획과 작업 환경 점검 의무가 원청 대표에게는 없다"며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용균이 동료들은 28번 위험 시정 요구했지만 원·하청 모두가 묵살시켰고… (원청 대표가) 위험 인지 못했다면 오히려 관심 가지도록 엄중 처벌해야…"
함께 기소된 원·하청 관계자 13명 가운데 실형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일부 하청업체 대표 등도 2심에서 감형됐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경영자들이 자기가 몰랐다는 이유 모두 (처벌을) 회피하게 된다면 이 죽음들을 계속 허용해주는 국가가 허용해 주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김 씨가 숨지기 전 5년간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는 59명이 죽거나 다쳤고, 이들 중 57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최 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 "하청 회사에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시설과 설비가 원청 소유이기 때문에 개선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도 원청이 무죄라면 한국에서 어느 누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려 하겠습니까."
오는 10일 김용균 씨의 사망 5주기를 맞아 시민단체들이 집중 추모에 돌입한 가운데, 당시 책임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용균 5주기 - 릴레이 기고] ‘안전책임 외주화’ 면죄부 준 1·2심…대법, 모든 작업자 보호할 판결을
여전히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보장되지 않는 사회
2018년 12월10일 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당시 24세)가 석탄 이송용 컨베이어벨트 상태를 점검하다 벨트와 롤러 사이에 끼여 숨졌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면서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오는 10일은 김용균씨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그가 숨진 뒤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부 개정됐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다. 하지만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사고 또는 질병으로 숨진 노동자가 하루에 6명꼴로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2년간 유예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또다시 유예하려 한다. 노동계에서는 김용균씨 사망 이후 더디게라도 진행돼 온 변화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김용균 5주기’를 맞아 2019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권영국 변호사, ‘또 다른 김용균’인 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영훈씨,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의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2042135005
‘안전책임 외주화’ 면죄부 준 1·2심…대법, 모든 작업자 보호할 판결을 (경향, 권영국 변호사, 2023.12.04 21:35)
① 권영국 변호사(전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 간사)
옛 산안법, ‘실질적 고용관계’ 초점
원청에 책임 묻는 것조차 불가능
법, 모든 노무제공자 보호할 의무
직접 근로계약 맺었는지 여부 아닌
사업주의 위험 관리 의무 평가해야
오는 10일은 24세의 김용균 하청노동자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이송용 벨트컨베이어 밀폐함 점검구를 통해 컨베이어 설비를 점검하다 벨트와 롤러 사이에 협착돼 사망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공교롭게도 대법원은 오는 7일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기소된 한국서부발전(원청)과 한국발전기술(하청) 그리고 임직원들에 대해 상고심 판결 선고를 한다.
2018년 12월11일 김용균 노동자가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 한국서부발전은 “기계 안쪽으로 고개를 넣고 점검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곳에 들어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고인은 사내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직원으로 한국서부발전 직원이 아니라고 했다. 이 두 가지 언급은 사고가 개인의 부주의한 행동 때문이고,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엔 책임이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5개월에 걸친 진상조사 결과, 벨트컨베이어 점검구와 점검대상인 롤러의 위치가 일치하지 않아 점검구 안으로 몸을 들이밀지 않으면 점검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석탄의 공급부터 발전·후처리까지 모두 연속공정시스템으로, 공정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도 확인됐다. 독립적 분리가 불가능한 공정을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인위적으로 떼어 용역을 줬다. 필요한 설비나 시설은 모두 한국서부발전의 소유인 반면 고인이 속한 한국발전기술은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인력만을 공급할 뿐이었다.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은 설비 운전 및 점검 의무만을 질 뿐 시설 변경·개선에 대한 권한은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았다.
발전소의 연속공정 특성상 한 부분이 중단되면 연결된 선후의 공정도 바로 영향을 받아 중단되거나 다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러한 연속공정시스템에선 전체 공정을 관장하는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업체가 담당하는 연료환경설비 운전공정도 지휘·감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시업·종업시간, 연장·야간근로, 교대제 운영 여부, 작업속도도 서로 연동된 구조이기 때문에 원청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연속공정 중 일부분에 대해 도급을 준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하며 구조적으로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용균 사망 당시의 옛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안전조치 의무 주체는 사업주이고 대상은 노동자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산안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책임을 묻기 위해선 사업주와 재해를 당한 노동자 사이에 ‘실질적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다 보니 사업주가 ‘용역’이나 ‘도급’이라는 명목으로 업무를 외주화해 원청업체와 하청노동자 간 실질적 고용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설비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업무 결정권을 행사하는 원청업체와 그 경영자 및 관리자들에 대해 시설위험에 따른 산안법상 책임조차 묻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원청업체가 업무 외주화를 통해 안전책임의 외주화까지 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준 셈이다. 그 결과 김용균 사망사건의 형사재판 1, 2심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그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직원들에게 산안법 위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결론이 과연 산업안전 영역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산안법은 사업주의 사업에서 유래하는 위험에 노출된 모든 작업자를 보호하는 것을 기본철학으로 하는 법이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 해도 사업에 따른 위험에 노출된 노무제공자들을 모두 동일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무를 제공하는 계약의 형식이 결코 안전조치 의무의 존재 여부나 내용을 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산업안전 영역에서 실질적 고용관계란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과 유사한 관계이냐’가 아니라 ‘작업자 보호를 위해 위험을 발생시킨 사업주에게 그 위험을 관리할 법적 의무를 부여할 관계가 성립하느냐’를 평가하는 법리가 돼야 한다. 산안법 전면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계기를 만든 김용균 사망사건에서 산안법 기본철학에 부합하는, 대법원의 전향적 판결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2042135015
“서부발전 책임, 법이 인정했다…원·하청 상급 관리자도 엄중 처벌해달라” (경향, 전지현·최혜린 기자, 2023.12.04 21:35)
7일 대법 판결 앞둔 김용균재단
회견서 ‘책임 있는 판단’ 촉구
“중·하위 관리자에만 유죄 인정
정의로운 판결로 죽음 멈춰야”
“아들 용균이를 못 본 지 벌써 다섯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2400명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도록, 대법원은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사장을 엄중 처벌해주길 바랍니다.”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산재로 숨진 사고와 관련해 기소된 원청 회사 관계자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오는 7일 내려진다. 김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와 재단 활동가들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하청 상급 관리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1·2심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사장의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위반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권유환 전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은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으나 2심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태안발전본부의 중하위급 관리자만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됐을 뿐 원·하청의 임직원들은 아무도 산안법 위반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
이날 김 대표는 “한국서부발전이 아들을 죽인 것을 법이 인정했음에도 처벌을 안 하겠다는 1·2심 재판부의 이상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 “서부발전이 1029건의 산안법을 무시해 ‘총체적 난국’이라 불릴 만큼 많은 법을 어겨도 회사는 아주 적은 벌금으로 퉁치면 된다고 하면 기업주 어느 누가 법을 지키려 들겠냐”며 “용균이의 동료들은 28번의 위험 시정 요구를 했는데 원·하청이 모두 묵살시켰다”고 했다. 그는 울먹임을 참으며 발언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사고 현장은 사업장 전체를 뒤덮은 탄가루가 아수라장이었다”며 “밝기가 조도 1㏓밖에 안 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1~2㎞나 되는 거리를 혼자 개인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하며 일을 해야 했던 것이 아들의 비참한 비정규직 처우였다”고 했다.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11일 오전 3시20분쯤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60여명의 시민들이 재판부를 향해 온·오프라인으로 쓴 편지가 일부 공개됐다. “김용균씨가 살아보지 못한 서른 살이 되었다”는 고태은씨는 “태안화력발전소 중간급 관리자에게만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결과인가. 일터 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촉구했다.
2017년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의 미수습자 허재용씨의 누나 허영주씨는 “용균이가, 그리고 제 동생이 갑자기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는데 진짜 책임져야 할 자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책임은 있으나 처벌은 받지 않는다면, 그것이 과연 진짜 책임이겠나”라고 물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의로운 판결로 죽음을 멈춰라” “책임 있게 판결하라”고 외친 뒤 시민들의 편지 및 호소문을 대법원 민원실에 전달했다. 편지 전달을 마치고 나온 김 대표는 “60여통의 편지를 모두 읽어보았다”며 “슬프고 좋지 않은 우리 용균이 일에 이렇게 마음을 써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미안하기도 든든하기도 감사하기도 하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2052131035
소모품 취급되는 비정규직…삶 잃지 않게 ‘정의로운 전환’을 (경향, 김영훈 발전소 노동자, 2023.12.05 21:31)
② 김영훈 발전소 노동자(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
다단계 하청·현장 위험 여전
발전소 폐쇄 땐 바로 ‘해고’
대체 산업 통해 실직 막아야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추운 겨울을 앞둔 이맘때쯤이면 김용균 동지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노동악법, 불법파견을 없애고 정규직 전환, 직접고용을 이루기 위해 함께 나섰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그의 의지를 이어 우리는 멈추지 않고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과거로 돌아가야 합니다. 고 김용균 동지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는 2016년 완공됐습니다. 이에 2016년에서 2018년까지 상업운전에 필요한 기술자들도 많이 고용됐고 저와 김용균 동지도 그 수많은 기술자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발전소 또한 제조업,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해 있습니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입니다. 거칠고 위험한 일을 외주화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을 중간업자에게 갈취당하며 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가장 바탕이 되는 국가기반시설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로 현장의 위험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 달라 요청해도 사장은 경제적 이유로 회피합니다. 우리는 해줄 것이 없으니 너희들 스스로 목숨을 지키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고가 나면 스스로 목숨을 지키지 않은 ‘당신들 책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2018년 12월, 우리처럼 노래와 치킨을 좋아하며 밝고 열정적이었던 김용균 동지는 추운 겨울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의 뜻을 이은 투쟁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김용균 동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그의 사망 연도는 2018년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시기는 지난해 1월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난 2023년 말, 처벌받아야 할 이들은 모두 무죄로 판결이 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킬러 규제’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여전히 발전소는 다단계 하도급과 불법파견이 만연하고 현장에선 위험의 외주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새로운 위기’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바로 그것은 탄소중립에 의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입니다. 오랫동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해온 노동자들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일이 얼마나 사람과 환경에 유해한지 잘 알고 있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비정규직으로 고통받아온 이들에게 대책 없는 폐쇄는 ‘해고’라는 시한부 선고와 마찬가지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합니다.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체 산업을 통해 일자리와 삶을 잃지 않는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미 보령, 여수, 삼천포 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절없이 해고됐습니다. 비정규직이라도 세상에 빛을 준다는 보람을 느끼며 버티던 기술자들을 국가가 실업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계 부품도 소모품도 아닙니다. 발전소가 폐쇄된다고 그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도 폐쇄될 순 없습니다. 언제든 비정규직을 해고하기 쉽게 만든 발전소의 하도급 구조를 이용하여 폐쇄라는 명목하에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면 과거 탄광촌의 역사가 되풀이될 것입니다. 실패한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지역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왔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연이은 실직으로 노동자들이 가족과 지역을 떠나고, 퇴근 후에 술 한잔 기울일 사람이 없는 도시에서 소상공인들은 폐업할 수밖에 없었고 학교와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는 광경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이제 비정규직의 투쟁은 우리 지역사회의 투쟁이 될 것입니다. 김용균 동지의 투쟁은 아직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발전소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김용균들이 되어 시민들과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내려고 합니다. 봄이 되면 걱정 없이 웃으며 안녕하기 위해 오늘도 여러분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83737
"7일, 대법원이 용균이를 살려내야 한다" (오마이뉴스, 23.12.06 18:24 l 신문웅(shin0635))
선고 하루 전 고 김용균 5주기 추모제... "수천명이 해마다 죽는다" 어머니 김미숙씨 눈물
"다치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던 고 김용균 노동자의 5주기 행사가 열리기 2시간 전, 인근 충남 당진에서 또 한 명의 5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끼임 사고로 숨진 발전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5주기 추모제가 열리기 전인 6일 오전 11시 30분.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정문 앞에서 만난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가 한숨을 쉬며 기자에게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52분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원료공정 공장에서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시설관리작업을 하다가 7.5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실을 <오마이뉴스>가 첫 보도했다. 정문 앞 추모공원에 설치된 김용균 조형물, 그리고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추모제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현장에 온 노동자들 사이에선 또 다시 불안해하는 모습도 감지된다"고 전한 그는 "용균이 목숨 값으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두고 정부여당이 또 2년 유예까지 거론한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태성 간사는 "내일(7일) 대법원 선고가 용균이를 살려내야 한다"며 "선고 전 많은 노동자들이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선고도 직접 방청하러 갈 예정이다"라고 했다.
"기업 사기를 아무리 꺾는다 한들 자식 잃은 부모에 비할 수 있겠나"
고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공공운수노조가 주관한 '김용균 5주기 추모제'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낮 12시부터 열렸다. 
김용균씨 산재사망 사고와 관련해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등 원청 회사 관계자들의 대법원 선고를 하루 앞두고 열리는 추모제여서, 현장에선 재판부를 향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달라'는 호소가 터져 나왔다. 업무상 과실치사·산언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사장의 경우 1·2심에서 무죄를 받은 바 있다.
변하지 않는 노동현실을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김용균씨의 5주기를 앞두고 72개 단체는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아래 김용균 5주기 추모위)'를 구성하면서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는데도, 일터는 여전히 위험하고, 위험은 '외주화'됐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는 박탈당한 상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균씨와 같은 일을 하는 금화PSC 태안지회 김일권 회장은 추모제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동악법과 불법파견을 없애고 정규직 전환·직접고용을 이루기 위해 함께 나섰던 김용균의 뜻을 이루려 우리는 멈추지 않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발전소 현장의 모든 분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일을 하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감전, 폭발, 질식, 추락, 깔림, 절단 등 여전히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지회장은 "'위험의 외주화'로 현장의 위험은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 달라 요청해도 경제적 이유로 회피하는 사장들도 있다"며 "'우리는 해줄 것이 없다', '너희들 스스로 목숨을 지켜라' 강요하고, 사고가 나면 스스로 목숨을 지키지 않은 '당신들 책임'이라고 이야기한다"고 서글픈 현실을 전했다.
추모제에 이어 참석자들은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등을 선두로 사고 현장까지 추모행진을 하며 "비정규직 철폐", "중대재해법 즉시 시행" 구호를 외쳤다. 행진 후엔 사고 현장에 설치된 김용균씨 영정에 조문을 했다.
조문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김미숙 대표가 유족 발언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들이 처참히 죽어갔던 이곳에 왔다. 아무도 구해줄 수 없는 어두운 현장에서 이윤을 위해 목숨까지 삼켜버린 야만의 현장이었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과 현장 밝기, 최신형에 맞는 물청소 도구만 갖췄어도 죽지 않았을 거다. 28번의 위험 시정요구와 2인1조만이라도 시행됐더라면 아들 용균이는 제 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 김 대표는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적용이 기업들 사기를 아무리 꺾는다 한들 자식 잃은 부모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으며 "수천 명이 해마다 죽는다. 그 유족들은 날마다 피눈물을 흘린다. 기업 살리는 것 이상으로 사람 살리는 것에 더 치중해야 할 중차대한 명분"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7일 오전 10시 20분 대법원에서는 김용균 죽음의 책임을 묻는 재판이 1심, 2심을 거쳐 최종 대법원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1심과 2심 법원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을 유지될지 파기 환송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452293
김용균과 어머니의 5년…우리는 나아졌나 (SBS뉴스, 엄민재 기자, 2023.12.06 20:52)
<앵커> 지난 2018년 12월, 새벽 시간 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던 20대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던 당시 24살 김용균 씨입니다. 이 사건은 힘들고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에 떠넘겨버리는 산업 현장의 부조리를 극명하게 드러냈는데요.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됐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산업 현장은 얼마나 변했을까요. 엄민재 기자가 현장 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에게 태안은 늘 불편한 곳입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며칠 전부터 그런(불편한) 마음이 들죠, 계속…. ('꿈에도 나온다' 이런 얘기도 하시던데.) 이제 지금은 5주기가 되니까 (용균이가) 꿈에도 잘 안 나와요.]
아들의 죽음은 사회가 안전해야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각성으로 이어졌고, 엄마는 활동가가 됐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용균이처럼 위험하게 일하고 있다는 걸 보고 듣고 하다 보니까 용균이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의 문제구나, 막는 역할을 해야 되겠구나….]
지난 2021년 작은 섬 둘레길 공사를 하다 굴삭기에 깔려 숨진 노치목 씨, 지난 8월 부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유리창을 교체하다 추락해 숨진 강보경 씨, 아들과 같은 또래의 하청 노동자들의 비극은 계속됐습니다. 김 씨는 그들에게 달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하청 노동자들에게서) 용균이를 보게 되거든요. '그래 잘 왔다. 이 사람들한테 힘을 주기 위해서 왔지만, 나도 힘을 얻고 가는 거다'라고….]
청원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불을 지핀 김 씨에게 최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의는 퇴보일 뿐입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으로 기업들 사기를 아무리 꺾는다 한들 자식 잃은 부모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수천 명이 해마다 죽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내일(7일)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 2심에서 무죄를 받은 원청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전 사장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립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엄마 또 올게, 외롭다고 힘들어하지 마.]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2062212045
온 힘을 다해 싸울게, 일터에서 더는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경향, 태안 | 권도현 기자, 2023.12.06 22:12)
③ 어머니 김미숙씨(김용균재단 대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위해
재단 만들고 쉼 없이 달렸어
비정규직이 위험 몰리지 않는
더 안전해진 사회를 꿈꾼다
너를 못 본 지 벌써 5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구나. 여러모로 너에게는 부족한 부모였지만 네가 태어나 자란 25년 동안이 엄마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어. 하나밖에 없는 너를 잃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어. 너를 잃는다는 것은 동시에 엄마도 삶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 늘 차 조심하라며 건강만 걱정했었지, 어떤 부모가 자식이 들어간 회사가 위험한 환경이란 걸 알 수가 있었겠어.
그런데 그토록 두렵던 일이 갑자기 벌어진 거야. 네가 다니던 서부발전 하청 한국발전기술 이사라는 사람이 처음 만난 빈소에서 나에게 “네 잘못”이라 했던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어. 아직 수사 결과도 없는 상태에서 어떤 근거로 자식 잃은 나한테 함부로 말하는지 의심투성이였어. 그래서 사고 현장도 갔지만 이미 회사가 물청소해서 사고를 은폐해버린 상태였어.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회사가 하는 행태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지.
그때 치를 떨며 다짐했어. 내가 살아서 꼭 해야 할 숙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야지 내가 너를 볼 면목이 조금이라도 설 것 같았어. 그래서 먹기 싫은 밥도 먹어가며 악착같이 온 힘을 다해 싸워야만 했어.
힘들었던 것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너를 냉동고에 두고 싸워야 했던 거야. 너는 바로 나인데 말라가는 시신을 생각하면 현실이 너무도 비참했어. 그런데도 네가 원하는 것과 내 생각이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우여곡절 끝에 합의도, 진상규명도 국가 차원으로 해냈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었어.
원·하청 회사 모두가 아무도 안전을 책임지지 않은 것이 너를 잃게 만든 가장 심각한 모순이라는 것을 듣고 가슴 아팠어. 비정규직, 하청, 가장 취약한 말단 직원이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더 위험에 내몰렸던 아들을 생각하니 이 땅의 모든 비정규직의 비애에 더욱 공감이 갔어. 그런데 1·2심 재판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났어. 잘못은 맞지만, 처벌할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하는 거야.
이미 약자에게 더 가혹한 나라가 되어 있더라.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잘못된 구조가 대다수 국민의 삶을 허덕이게 만드니 살아내기가 얼마나 힘들겠어. 대법원 선고 기일이 12월7일로 잡혔는데, 마음 같아서는 너를 죽게 만든 사람들 모두 감옥행으로 응징하고 싶다마는 지금의 사회가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다보니 별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어.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열어가면 되니까. 우리 너무 낙담하지 말자. 그리고 엄마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네가 하늘의 별이 되어 반짝반짝 빛내며 지켜봐주길 바란다.
네가 떠나고 네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서 더 이상 비정규직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쉼 없이 달려왔어.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올해까지 미루면서 지금까지 산재 사망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산재로 참 많이 돌아가시는 걸 보는 게 너무 힘들고 나를 지치게 만드는구나. 그렇지만 처참히 죽어간 너를 생각하며 마음 다잡을게.
지금 엄마가 관심 가지고 하는 일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막는 일이야.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막는 것도,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것도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일이기에 무엇이든 다 하고 싶은 심정이야. 지금은 민주주의가 뒷걸음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우리에게 머지않아 기회가 올 테니까 잘 준비하면서 숨 고르고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사랑하는 나의 아들 용균아! 그곳 어디선가 엄마, 아빠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너무 사랑하는 내 아들 용균아. 너를 지키지 못한 못난 엄마라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아낌없이 사랑을 줬던 그때가 지금도 너무 그립다. 우리 사회 모두가 안전해질 그날까지 엄마는 힘낼 테니까 너도 지켜봐주었으면 좋겠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19387.html
김용균 재판 오늘 최종심…‘김용균 원칙’ 구현될까 (한겨레, 김해정 기자, 2023-12-07 06:00)
원청 경영자 산재 예방 원칙
원청 의무 강화됐지만 1·2심 무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 5주기를 사흘 앞둔 7일 대법원이 사고 책임자의 형사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놓는다. 그의 죽음 이후 법 제도 개선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원청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통한 산재 예방책임이라는 중대재해의 기본 원칙이 김용균 자신의 재판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018년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을 하던 김용균씨를 숨지게 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원청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전 대표 등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7일 한다. 지난 2월 대전지법에서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10개월 만이다.
서부발전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은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김용균법),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지며 위험의 외주화, 경영자의 책임 회피 등으로 흐르던 중대재해 흐름을 뒤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사고 이후 도입된 이른바 김용균법은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라면 원청이 무조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지도록 했다. 이는 ‘원청’의 책임을 넓혔지만, 책임의 주체를 경영책임자(사업주)가 아닌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한정한 한계가 있다. 이에 새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강화된 처벌 규정과 함께 명시했다. 원청이 ‘중대재해 예방’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경영자 처벌이 가능해, 책임 회피를 좀 더 어렵게 만든 것이다.
김용균법 이전의 옛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 앞선 재판에선 이런 원칙이 힘을 잃었다. 원청인 서부발전의 김병숙 전 대표는 ‘사고 발생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용균재단은 항소심 직후 “더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알 수 없음’ 등의 이유로 책임을 면해줬다”며 안전에 무관심한 경영자일수록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모순을 비판했다.
서부발전이 김용균씨의 실질적 사용자임을 부정한 앞선 판결이 바로잡힐지도 관건이다. 검찰은 대법원에 낸 상고이유서에서 “한국서부발전과 피해자(김용균)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 관계를 (증언과 증거들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1·2심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적었다. 옛 산안법으로도 원·하청 간 실질적 고용 관계를 따져 원청에 산재 사망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논리다.
김용균씨 유족을 대리한 박다혜 법률사무소 ‘고른’ 변호사는 한겨레에 “과거 산안법이 적용된 사건이라 하더라도, 항소심은 원청의 책임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인정했다”며 “대법원은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원청 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에 맞춰 전향적인 판결을 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