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사회, 문화예술, 일상

블교계의 분노

새벽길 2008. 8. 22. 17:44
불교계가 정말 열받은 모양이다.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듯하다. MB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던 걸까. 그런 사람을 지지했던 불교계의 업보라고 하면 지나친 걸까.
 
물론 종교적인 이유로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한다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종교보다 정치적인 신념이나 입장, 경제적 이해관계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신정국가가 아닌 이상, 최소한의 것을 지킬 수 있는 이들 지지했어야 했다.
 
이러한 불교계의 분노를 보면서 법정스님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다. 그나마 법정스님은 '무소유'라는 산문집을 통해 나에게 불교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준 이이기 때문이다. 생각난 김에 법정스님의 말씀과 글을 담아놓는다. 불교계가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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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깊은 배신감…산문 박차고 서울 복판으로 (한겨레, 조현 종교전문기자, 황준범 기자, 2008-08-22 오전 08:38:46)
27일 서울광장에서 범불교도대회 열어
정적인 불교계가 서울 한복판서 대회 ‘일대사건’
“계속되는 종교 편향 못참아” 20만명 참여 목표
 
 
개신교와 달리 정적인데다 무게중심이 도심보다는 산중에 있는 불교계가 서울의 한복판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여는 것은 그 자체가 ‘일대 사건’이다. 조계종 관계자들은 그만큼 불교계의 분노가 크다는 징표라고 설명한다.
 
불교계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때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고, 부산에서 전국의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한 예배에 축하 영상을 보내고, 청계천 복원공사를 하나님의 역사라고 발언했지만, 정작 대통령이 되어서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고 토로한다. 불자들의 상당수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기에 이런 배신감은 더욱 크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은, 태어난 것은 언젠가 한 번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 그런 것인 줄은 뻔히 알면서도 노상 아쉽고 서운하게 들리는 말이다.    
내 차례는 언제 어디서일까 하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 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이니까."
 
"편향된 시각과 제한된 소견으로 세상과 인간을 보게 되면, 마음에 안 들고 미운 것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는 비난과 다툼의 원인이 된다. 물론 사람은 익숙하고 당연한 것에 머물기를 좋아해서 거기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의 ‘탈출’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