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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하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과 노동조합의 대응방안

새벽길 2009. 1. 24. 03:05


아래 글은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정책국장이 비정규노동센터에서 내는 월간 비정규노동의 청탁으로 작성한 원고이다. 올해의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투쟁방향과 관련하여 나름의 정보를 주고 있다고 생각되어 담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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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하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과 노동조합의 대응방안
- 공공기관 정책의 변화 양상과 공공운수연맹의 투쟁 
 
0. 들어가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인가, 체계의 일시적인 오작동인가, 신자유주의의 실패인가, 자본주의의 근본적 위기인가? 
 
2009년을 맞이하면서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기로에 선 세계경제라는 말이다.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진행과 이에 대한 처방이 향후 자본주의 세계체계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이와 함께, 기로에 선 노동운동이라는 말 역시 타당한 지적으로서 들려온다. 2009년 정세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이 향후 노동운동의 양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정세 변화는 경제위기에 대한 총자본과 정부의 대응과 분리되지 않는다.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에서, 2009년을 준비하는 우리의 대응 태세 정비도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1.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
 
2006년 하반기 미국의 주택가격 폭락과 뒤이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와 금융시장의 혼란은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가히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나아가 공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여전히 단지 금융 시스템의 결함과 오작동으로 초래된 유동성 위기로서, 각국 정부 정책상의 적절한 대응과 협조를 통해 구조조정 등을 거쳐 정상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가 자본시장 자유화, 개방과 탈규제화, 작은 정부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신자유주의 자체가 이윤율 저하에 직면한 자본주의 세계경제 체계의 탈출구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위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역사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공황이며, 무정부적 과잉생산에 따른 이윤율 하락 현상이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위기, 나아가 1929년의 그것에 맞먹는 파괴력을 지닐 공황이 엄습해오는 상황 속에서 정부의 역할, 좁게는 공공부문의 존재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 또한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먼저 이명박 정부의 협의의 공공부문 정책의 변화와 그 문제점을 일별하고, 경제위기 국면 속에 2009년을 맞는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대응 방향을 짚어보자.
 
2.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사실 그 이전 정부부터 지속되어오던 공세의 연장선 상에 있다. 때가 되면 터져 나오는 방만 경영 이데올로기는 MB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고, 그 흐름 속에 경영혁신 공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상업화 공세는 2008년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더욱 구체화되었다. 대선 때부터 공공부문 사유화의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은 감지되었지만, 2008년 상반기 촛불 정국 속에 주춤했다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우회적 방식으로 추진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흐름은 경제위기에 편승하여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고통분담에 앞장서야 한다는 언설로서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1) 공기업 선진화
당초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 4대 원칙을 발표하고, 청와대 직속으로 공공기관개혁자문회의를 운영하면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2008년 상반기 거세게 타오른 촛불 정국 하에서 공기업 민영화의 시기와 수위를 조절하게 된다. 촛불이 잦아들기 시작한 7월 공기업 선진화 추진 원칙을 발표하고 8월 11일부터 1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기 시작, 10월 10일에는 3차 선진화 방안으로 일단락하고, 12월 19일 4차 선진화 방안으로 인력감축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경영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게 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를 포함하여 모두 319개 검토 대상 기관 중 108개 기관에 대해, 38개를 민영화하고, 2개에 대해서는 경쟁을 도입하고, 통합으로 38개를 17개로 줄이고, 5개는 폐지, 20개는 기능 조정, 8개를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영화, 통폐합, 기능 조정, 경영효율화라는 선진화 추진원칙은 무분별한 공기업 매각 및 향후 민영화의 토대 마련, 그리고 공공서비스 후퇴에 아랑곳 않는 일률적 구조조정 등의 내용으로 선진화 방안 속에 녹아들었다. 공기업 매각의 경우 그야말로 무원칙이다. 인천공항처럼 흑자가 나는 수익성이 좋은 공기업은 흑자이기 때문에 민영화로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주장을, 공항공사의 경우 적자가 나서 비효율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자 공항을 매각하겠다는 주장을 들이대는 것이다. 민영화 대상 중 자산 총액이 1조원을 넘는 대형기업이 16개로서, 사실 이들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재벌 대기업과 해외 초국적자본 밖에 없다. 소위 ‘주인 없는 공기업, 주인 찾아주기’로 친자본 정책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3차 선진화 방안의 경우 그 내용은 가스, 철도, 전력, 지역난방, 전력기술 등 주요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민영화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가스 도입 부문의 민간 참여 허용, 철도의 경우 적자 해소를 통한 민영화 기반 마련, 지역난방, 전력기술 지분 매각 등으로 기간산업으로서의 공공성 보전에 대한 고민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2)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공세와 인력감축
공기업 선진화의 보다 구체적인 형태는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방안이었다. 2차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던 작년 8월 26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방안’ 지침을 발표한다. 그리고 9월 10일까지 공적자금 투입기관 14개를 제외한 305개 공공기관으로부터 각 부처를 통해 경영효율화 계획을 제출받는다. 11월 말까지 기획재정부의 개별 심의를 거쳐 12월 말 4차 선진화 방안의 형태로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방안이 발표되기에 이른다.
 
1단계로 6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총원의 약 13%에 해당하는 19,000명의 인원을 감축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 기관 연봉제 도입 유도,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 성과부진자 퇴출프로그램 도입 및 경영계약제 확대와 내부 경재 강화 등 성과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포함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인원 감축으로 ‘절감’되는 예산을 공공기관 청년인턴 채용 등에 쓰겠다는 것이다. 숙련된 노동자를 자르고 양질의 일자리를 없애, 저임금 단순노무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한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공기관의 본질적 특성으로서의 공공서비스 제공과 공공성 강화에 대한 우선적 고려 없이 기관별 10% 이상 일률적으로 진행되는 인력감축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필연적으로 서비스 향유자인 국민들의 생존권 악화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노사협조적 노사관계의 확산을 통해 이러한 기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2008년 10월 29일 노사정위에서는 한국노총 소속의 공공연맹과 전력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공동선언’이 발표된다. “공공기관 윤리경영 강화”, 그리고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등에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이었다. 소위 윤리경영이 무엇이었는지는 2008년 11월 12일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이 참석한 윤리경영 연찬회에서의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언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공기업 선진화 등과 관련하여 “노조의 부당한 요구에 절대 타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 차관은 120여 개 공공기관의 기관장들을 모아놓고 “공공기관의 정원과 임금 동결”, 그리고 “효율성 10% 향상 과 민영화 및 통폐합 등 공공기관 선진화 등에 대한 적극적 협조”를 주문했다. 이후 12월 2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농촌공사를 공기업 고통 분담의 전형이라 추켜세우며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다그쳤다. 농촌공사의 정원 15% 감축, 성과급 반납, 노사합의선언 등이 공공기관들이 따라야할 모델이라는 것이다. 이후 여러 사업장에서 비슷한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이 노사공동선언의 형태로 터져나온 것은 물론이다.
 
3) 공공기관 경영 압박 및 구조조정 충성 경쟁
공공기관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공세는 다각도로 이뤄졌다. 맨 먼저 권력 획득 후의 소위 ‘전리품’으로서의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진행되었다.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2008년 11월 4일 현재 신규 임명 기관장 180명 중 최소 58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선거캠프에 참여했거나 대통령직 인수위 등에 참여한 인사, 총선 낙천․낙선 인사, 현대건설 혹은 서울시 출신의 측근인사 등이 자리를 다수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스공사의 경우 1차 심사에서 떨어진 이명박 측근 인사가 사장추천위원을 교체하고, 관련 규정을 고치고 해서 다시 2차 심사에서 사장으로 임명되기까지 한다. 가스산업 선진화 등을 추진하기 위한 자기 사람 심기였던 것이다. 상임감사 등 임원진까지 조사한 공공운수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상임감사의 경우 2008년 12월 22일 현재 상임감사제도를 두고 있는 전체 92개 공공기관에서 공석인 2개 기관을 제외한 90개 기관의 상임감사 중 47%(64.4%)가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와 지지조직, 한나라당 인맥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을 동원한 표적감사, 기획감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방만 경영 등을 내세워 진행된 공기업 감사는 무엇보다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표적감사, 보복감사였고, 또한 공기업 민영화 및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무마시키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였으며, 노조활동에 대한 직접 개입까지 서슴지 않는 초법적 감사였다.
 
공공기관 압박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속속 마련되었다. 먼저 기존에 3년 단위로 경영계약을 체결하게 되어있는 공공기관장들에 대해 “공공기관 기관장 계약경영제”를 도입, 1년 단위의 경영계약 체결과 경영계획서 제출을 제도화했다. 매년 기관장들이 제출한 경영계획서의 이행 성과를 평가하여, 인사조치 등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제 기관장의 임기는 사실상 1년으로 단축되게 되었으며, 기관장에 대한 정부부처, 특히 기획재정부의 장악력이 획기적으로 제고되게 되었다. 또한 기관장들로 하여금 정치적 외압에 민감하게 만드는 한편, 해당 공공기관의 특수한 설립목적이나 공공적 성격을 무시한 채 주무부처 혹은 정권 차원의 단기적 정책목표 달성에 몰두하게 할 우려를 낳고 있다.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의 시장주의 경영, 전시성 행정이 강화되고 사유화, 구조조정 등의 경영합리화가 전면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것도 모자라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확실한 이행을 위해 기관장들을 중간평가하겠다고까지 나서고 있다. 경영효율화 방안 제출과 이행을 놓고 기관장들에게 충성경쟁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주요 공공기관의 2009년 업무계획 보고 시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 노조도 공적 조직” 운운하는 소리와 함께, “노조와 잘 지내 임기 보장받는 시대는 지났다”며 “혁신에 자신 없으면 떠나라”고까지 일갈한다.
 
4) 경영평가와 예산지침
필수유지업무제도와 함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요소가 바로 예산지침을 비롯한 공기업에 대한 정부지침이다. 2008년 11월 13일 확정된 2009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지침의 경우 호봉승급분 1.7%를 제외한 2009년도 총인건비 동결과 경상경비 5% 삭감을 명시하고 있다. 실질임금 삭감을 뜻하는 이러한 지침을 위반하여 이보다 높은 임금인상에 공공기관 노사가 합의할 경우, 해당기관은 감사원의 감사는 물론 예산상의 불이익까지 감수하여야 한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교섭권은 사실상 형해화돼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지침 이행을 비롯하여 노사관계를 포함, 기관의 운영 전반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대상으로서, 그 평가 결과는 기관장 평가와도 연동되며, 해당 기관의 예산 책정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이래의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서의 경영평가 강화 기조를 그대로 계승, 2008년에는 평가편람을 수정하고, 경영평가의 실효성을 확대한다. 2008년 경영평가 편람 수정에는 정부 권장정책 이행실적 지표의 변경이 포함되어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 형식적이나마 비정규직 대책이 정부 권장정책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나마도 삭제되었다. 작년 말 발표된 2009년도 경영평가 편람에는 공공기관 선진화 및 경영효율화 등의 추진계획에 대한 평가 내용이 신설되었으며, 정부 권장정책으로 이번에는 공공기관 청년인턴제 활성화가 포함되었다.
 
이제 경영평가는 기관장에 대한 인사조치, 예산 삭감 등을 가지고 공공기관에 대한 종합적인 징벌적 통제기구로 자리를 잡게 될 형편이다. 기존의 경영통제 및 경영혁신 차원에서 더 나아가 공공기관의 운영을 완전히 정부의 통제 하에 두고, 이에 불응하는 공공기관 및 종사자에게 구조조정이라는 위협을 가하는 통제장치가 된 것이다.
 
사실 2008년 12월 12일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여,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상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상시적 구조조정을 위한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개편방안은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시스템 결여가 현 공공기관 운영체계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공공기관 기능을 주기적(3~5년 단위)으로 점검하여 민간에서 수행 가능한 영역은 민영화하고, 존치기관은 경영효율화할 것을 밝히고 있다.
 
5) 일자리 정책
자고 일어나면 몇 만 개, 몇 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야심찬 계획 공표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공공부문 청년인턴제도의 시행은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말 공공기관에 2만 3천 명에 달하는 청년인턴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청년 실업 해소에 나서겠다는 취지이지만, 청년인턴제는 제대로 된 일자리 정책이라기보다는 이전 정부에서 시행되었던 청소년 직장체험프로그램의 확대된 형태일 뿐으로 보인다.
 
일단 청년인턴은 정규직 채용의 예비단계로 간주되는 일반적인 의미의 인턴이 아니라, 정규직 채용과 관련성이 전혀 없는 단기 채용의 단순 노무 일자리일 뿐이다. 또한 정부 스스로 “비정규 기간제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급여를 받을 뿐인 인턴 채용 확대는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 확대를 부추기는 것이다. 더구나 단순 노무, 행정보조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29세 이하․대졸 이상으로 채용기준이 정해지고 있음으로 인해, 채용 자격 제한 완화 등 차별 철폐 흐름에 역행하여 정부가 앞장서서 고용 차별을 조장하고 있기까지 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일자리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생애 첫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에게 주어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핵심 요인이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식으로 다그치거나, 청년인턴 등의 저임금 단순노무 일자리의 확대는 결코 청년실업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실업자 수 줄이기에 급급한 전시성 정책일 뿐인 것이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10% 정원 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공기업 구조조정과 정부 인력 감축 운영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에 정원 2~4%를 행정인턴으로 채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웃지못할 모순이며, 결국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불안정 노동의 확대를 뜻하는 것일 뿐이다.
 
3. 공공부문 노조의 대응 방향 
 
공기업 정책 변화를 중심으로 본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의 성격을 정리한다면, 수익성․효율성 중심의 시장주의 경영의 강화, 그 중요한 특징으로서 사유화의 촉진,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고려, 당사자로서의 공공기관 종사자의 의견 등은 전면 배제된 일방적 구조조정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경제위기 국면에서의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오히려 공공기관을 희생양 삼아 불리한 국민여론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공공부문 노조의 대응은 무엇일까? 먼저 경제위기 국면에서의 공공부문의 역할과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역할이 있을 수 있겠고, 이명박 정부의 구조조정 공세에 대한 대응 조직화가 있을 수 있겠다. 2009년을 맞이하는 공공운수연맹의 핵심 투쟁요구 네 가지는 1/ 공공운수부문 구조조정 저지, 총고용유지, 공공운수부문 일자리 확대, 2/ 비정규, 저임금, 실업노동자의 생존권 사수, 3/ 공공운수부문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4/ 민중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공성 확대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총노동,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전선 구축이 시급하다. 공공부문에 대한 압박은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무력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노동운동에 대한 전면적 공세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어느 부문이든 고립분산된 개별 투쟁으로는 각개격파를 면할 수 없다. 특히 경제위기 하에서의 조직된 대오로서의 노동운동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자각으로서의 민중생존권 방어 투쟁과 연결된다. 노동계급의 단결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투쟁의 조직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2009년의 싸움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진행되고 있는 소위 MB악법의 강행이나, 최저임금법 및 비정규 관련법 개악 시도 등 이명박 정부의 도발은 총노동 차원의 전선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진행될 근로기준법 개악 시도나 복수노조 도입․전임자임금지급금지 관련 법제 정비 등 역시 마찬가지이다. 투쟁전선의 조기 구축을 통하여 공세투쟁으로 전환할 때만이 그나마의 방어투쟁도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미 정부와 자본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건설노조나 운수노조에 이를 문제삼고 있다. 공공부문에서의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안착화는 올해 노동부 주요 사업계획 중의 하나이다. 전교조에 대한 총체적 공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합법화된 공무원노조의 활동 전반에 대한 통제가 시작되고 있다. 소위 정치파업에 대해서는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에 착수하고,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하겠다고 한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전임자임금지급금지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한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 개별 의제로 고립분산된 싸움으로서는 돌파할 수 없다. 노동기본권의 문제는 결코 한 부문의 개별 투쟁으로서 돌파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개별화된 여러 반대․저지 투쟁의 흐름을 한데 묶어 총노동 차원의 전면적 노동권 쟁취 투쟁의 전선을 구축하여야 한다. 개악반대가 아닌 노동관계법 전면 개정이라는 공세적 국면을 창출할 필요도 있다.
 
공공운수연맹의 경우 통합산별노조 건설이라는 과제가 또한 놓여있다. 단순히 상층 연합을 통한 형식적 틀거리의 완성이 아닌 공동투쟁 조직화를 통해, 투쟁하는 노조, 살아있는 현장으로 세워낼 때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산별노조 건설의 토대가 구축될 것이다. 이는 단지 공공운수연맹의 형식적인 조직적 전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2009년 정세 속에서 요구되는 투쟁과 현장의 재조직화 흐름 속에서 노정되는 것이다.
 
또한 올해 우리에게는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있다. 직선제는 단지 조합원이 직접 한 표를 행사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직선제 실시를 위한 준비는 단지 행정적,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는 것이 아니다. 어용노조로부터의 노조민주화, 조합원의 노조 활동 참여의 장 확대 등으로 직선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고비마다 중요하고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현장이 살아있음을 전제로 했다. 민주노총의 임원 직선제가 조합원을 단순히 표찍는 역할에 그치게 해서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지경에 이른 민주노조운동 내의 실리주리, 타협주의, 현실주의가 조합원 대중의 표심을 등에 업고 더욱 강화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되어버릴 수 있다. 직선제는 살아있는 현장의 역동성이 상층을 만들어가는 한판 투쟁의 조직적 실물화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2009년 투쟁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위기 하의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역할을 짚어보자. 공공운수연맹은 일단 경제위기 하에서 공공부문이 사회적 안전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즉 공공부문 축소와 관료적 지배구조 강화가 아니라, 공공부문의 전면적 확대와 공공서비스의 강화야말로 경제위기 하의 공공부문의 존재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업과 해고, 소득 감소와 빈곤 심화에 대응하는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공공서비스가 조명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공공서비스 영역의 확대,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의 확대는 물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문 자체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10% 인력감축이 아니라 당연하게도 인력 확충이 필요한 것이고, 이는 또한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투쟁은 곧 일자리 확대와 공공서비스 강화 투쟁이기도 하다.
  
공공운수연맹은 설 직후인 1월 29일부터 공공서비스 강화와 일자리 확대 요구를 걸고 공공기관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목요 촛불문화제를 가질 계획으로 있다. 이는 단순히 2008년 촛불을 되살려보고자 하는 몸부림은 아니다. 2009년 정세를 주체적으로, 또한 대중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선언이며, 공공부문에서의 한판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벼리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문제와 공공서비스 강화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속기획 정책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2월 28일에는 일자리 확대와 공공서비스 강화, 구조조정 반대를 걸고 수만의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4. 나오며
 
모두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인가, 체계의 일시적인 오작동인가, 신자유주의의 실패인가, 자본주의의 근본적 위기인가? 이명박 정부의 토목 건설 경기 부양을 통한 고용 창출이 실질적 해결책이라 볼 수 없는 것은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고용이,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일용 노동 중심의 불안정노동이라는 측면에서 통계 수치상의 실업자 줄이기에 급급한 전시성 정책이기때문이기도 하지만, 규제완화, 감세 확대 등 재벌과 가진 자들을 위한 경제정책과 모순되는 고용․공공․재정․복지 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며, 근본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내수 확대와 경기 부양이 현재의 경제위기의 근본적 해결 방향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단기적 경기 부양을 통해 현재의 경제위기가 극복될 수 있는가, 나아가, 자본주의 세계체계 자체가 과연 현실적 치유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필요한 것이다.
 
공공운수연맹은 2009년 사업 목표로서 신자유주의 체제 폐기와 반자본주의, 탈자본주의 전망 제시를 우선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정세인식으로부터 정세적 목표와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체계 자체의 본질적 문제로서의 경제위기와 공황이라면, 조직된 대오로서의 노조운동의 대응은 보다 근본적으로 사회적 격변과 이행에 대한 고민과 준비의 토대 위에서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보다 급진적인 요구도 제기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중적 대안으로서 부문별 대안정책 수준을 넘어 대안 체제 모색의 토대 구축에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