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현장에서

부정으로 얼룩진 민주노총 경남본부 6기 임원선거, 원칙을 세워야 한다

새벽길 2008. 12. 12. 15:48

민주노총 경남본부 6기 임원선거는 민주노총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측의 개입과 부정선거로 얼룩진 KT노조 선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를 동원하는 국민파의 행태가 선거를 좌우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한석호 선배는 민주노총 직선제와 연결시켜 얘기하고 있다. 솔직히 나 또한 내년으로 다가온 직선제 민주노총 임원 선거가 걱정된다. 민주노총이 박살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한석호 선배 또한 그러한 측면에서 "선거논리와 집행논리에 빠져 직선제를 수용했던 중앙파와 국민파가 정당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내 자신이 비겁했다고 평가한다. 민주노총 직선제의 후유증을 예상했고, 그 후유증을 슬기롭게 극복할 만큼의 내공이 민주노총에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동의했다"고 말한다.

  
선거도 제대로 못치르는 '민주노조' (레디앙, 2008년 12월 12일 (금) 09:35:38 한석호)
민주노총 직선제, 죽음에 이르는 길? 
[노동운동과 나] 법정으로 간 부정 시비…"나는 비겁했다" 

 
현장파는 직선제를 주장했다. 그 근거는 '의결 및 집행단위의 핵심을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직선제가 조합원의 민주 소양과 참여를 증진시킬 것'이며, '민주노총이 80만 조합원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고 소수 상층 간부의 관료주의와 패권주의에 지배되고 있는 상황을 전체 조합원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등이었다.

이와 달리 중앙파와 국민파는 대체로 반대했다. 그 이유는 '직선제만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는 것'과 '조합원이 직접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산별단위가 가입하는 내셔널센터로서의 민주노총의 조직구성 원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는 것', 또 '준비 안 된 상태에서의 직선제는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선거인단제를 주장하고 선호했다. 

 
나는 직선제만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간선제가 직선제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었다. 직선제 주장이 근간으로 하고 있는 총회 민주주의가 독재정권과의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의 참여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기제로서 작용한 역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파가 모여있는 전진의 성원이지만, 상대적으로 직선제에 동의하였다. 
 
현재로서는 그 직선제가 많은 문제를 가져올 것이 틀림 없다. 준비 안된 상태에서의 직선제는 민주노총 분열 등과 같은 커다란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 운동의 수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장파의 판단이 옳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선제가 노동자 민주주의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침체된 현장의 동력을 상승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만드는 노력이다. 그러할 때 직선제의 후유증도 극복할 수 있다. 선거를 통해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이 처한 상황이 전체 노동자들 사이에 공유되고 광범위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파업만이 아니라 선거 또한 노동자의 학교가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활동가의 임무이다. 
 
더욱이 국민파뿐만 아니라 중앙파, 현장파의 자기반성도 필요한 것 아닌가. 자신이 집행부를 장악해야 대중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나름대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방책을 짜내온 것이 사실이다. 선거는 그간의 현장활동을 평가받는 자리가 되지 못했다. 이것이 '전진은 선거 때만 활발하게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그간의 평가에 대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한석호 선배의 글이 몇 %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이유이다.
 
그건 그렇고 민주노총 경남본부 임원선거는 법정에서 부정선거 여부가 가려지게 되었다. 사실 대우조선 지부의 조합원 자격이 문제시될 때부터 여영국 선본은 원칙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그 나마 지금이라도 당락과는 관계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뿌리뽑기 위한 여영국 선본의 열의에 지지를 보낸다.
 
이를 통해 당선될 수 있는지 여부나, 양 후보 사이의 표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바로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노동운동에서 비열한 행태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청교도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노동운동이 그마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도덕성이 아니었던가. 
 
부정투표를 저렇게 저질러놓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양 하는 행태는 정말 역겹다. 이윤추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서슴치 않는 자본가와 다를 바가 뭔가. 이렇게 당선된 이들이 그 누구를 대표할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KT노조야 쌩어용이니 그렇다치더라도 한참 권력으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는 전교조 경남지부에서 부정투표를 행하고, 이를 일상적인 관행으로 생각하는 것에 좌절한다. 
 
하긴 그 지역의 국민파, NL세력들은 이미 민주노동당 당직선거 과정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왔기 때문에 이번 민주노총 경남본부 임원선거의 부정투표 의혹은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았다. 그러하기에 더욱더 원칙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다만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안하무인 격으로 이를 무시하고 밀어부치는 국민파의 행태에 대해 부정투표의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간 것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다. 노조 내부의 문제인 만큼 바로 아래로부터의 문제제기를 통해 이를 교정할 수 있었으면 최선이었을 텐데 말이다.
 
덧붙여, 이번 부정투표 의혹에 대해 경남도민일보가 사실보도를 하자, 이에 발끈한 똘아이들이 '경남도민일보의 편파보도 저지를 위한 경남네티즌 대책위'를 구성하겠다고 꼴갑을 떤단다. 경남도민일보가 어떠한 신문인가. 그나마 지역에서 현장의 투쟁을 전달하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확산시키려는 매체가 아닌가. 아무튼 자신들의 치부는 무조건 감추려고하면서 노동운동을 말아먹는 저 세력이 퇴출되지 않는 한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아래 덧붙인 글들은 주로 민주노총 경남본부 웹사이트 자게에서 퍼온 것으로, 부정선거의 진상을 말해주는 글들이다. 당연히 내가 동의하는 글과 기사들이므로, 한쪽으로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