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현장에서

현대차 1천만원 지급, 운동원칙 실종…통상급 인상 중심 돼야 (변혁산별, 08-10-08)

새벽길 2008. 10. 8. 16:11

성과급보다 통상급에 집중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는 글이다. 여러 사례를 들기는 했지만, 사실 뻔한 이야기 아닌가 싶다. 현대차지부 노동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왜 현대차지부 노동자들이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를 밝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성과급 수용을 노사영합주의로 모는 것은 비약이다. 
 
글의 마지막에 변혁적 정치적 산별노조운동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 또한 뜬금없다. 아무리 변혁산별에서 내는 글이기로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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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금 좋아하지마, 길게 보면 손해 (레디앙, 2008년 10월 08일 (수) 08:53:11 변혁산별)
현대차 1천만원 지급, 운동원칙 실종…통상급 인상 중심 돼야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이자 한국 노동운동의 대표선수를 자부하는 현대차지부가 주간2교대제의 노동강도 강화를 ‘일시금’과 맞바꾸었다. 집행부가 스스로 주장했던 임금손실, 고용불안, 노동강도 강화가 없다는 3무(無)원칙은 실종됐고, 추가협의가 남아 있지만 조합원들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운동의 원칙이 사라진 것이다.
 
사리진 원칙
현대차 조합원들은 1차 투표에서 61.2%라는 사상 최고의 반대표로 임금과 주간2교대 합의를 부결시켰으나, 100만원과 수당 3천원에 찬성함으로써 합의안 부결에 이은 집행부 총사퇴 그리고 새 집행부(비대위)의 전면 재협상이라는 기회가 사라졌다.
 
임금협상의 결과는 기본급 85,000원(호봉승급 포함), 직무수당 3,000원 인상, 성과급 300%에 일시금 400만원이다. 1990년 입사해 19년차를 맞는 3공장의 한 조합원은 합의 직후 성과급 200%와 일시금 400만원인 850만원이 나왔는데, 세금 125만원이 빠졌다. 연말에 지급될 성과급 100%를 포함하면 약 1천만원에 이르며, 실수령액은 850만원 가량이다.
 
금속노조 67차 중앙위원회(2008.10.1)에 제출된 2008년 임단협 현황보고에 따르면 금속노조 임단협 협상이 타결된 139개 사업장 중에서 79개 사업장이 성과급 또는 일시금을 받았다. 56.8%다. 최하 15만원에서부터 1000만원까지 격차가 난다. 일시금이 없는 사업장은 60개였다.
 
이 중에서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의 교섭 결과가 눈에 띈다. 호봉승급과 수당을 포함하면 110,960원이 인상됐다. 성과급, 일시금은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고, 상여금이 700%에서 750%로 늘어났다. 통상급 기준으로 현대차보다 25,960원을 더 받았다.
 
현대보다 통상급이 높은 사업장들
'금속노조 조합원 기초실태조사보고서'(2008.5.21)에 따르면 발레오의 통상임금은 2,012,232원으로 현대차 1,868,066원보다 144,166원이 많았다. 올해 임금인상 차이인 25,960원을 더하면 2008년 10월 현재 170,126원이 많은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발레오와 함께 만도(1,908,207), 한라공조(1,893,930)가 현대차보다 통상임금이 높았다. 두원정공(1,848,994), 캄코(1,856,820), 다이모스(1,822,684), 대원산업(1,809,000), 현대로템(1,847,854) 등 부품업체들의 통상금은 현대차에 육박했으며, 대우차(169만원), 기아차(168만원), 쌍용차(179만원) 등보다 훨씬 높았다. 대우조선(196만원), STX조선(184만원), 두산중(197만원) 등 호황인 조선업종은 높은 편이었다. 
 
완성차보다 임금이 높은 부품사업장이 많고, 10년 호황인 조선업종보다 자동차 부품사나 금속기계 등의 사업장이 높다는 것은 회사의 규모와 지불능력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조합원들의 어떻게 싸웠느냐가 더 의미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 일시금과 달리 통상임금은 진정한 노동자의 생활임금이다. 월 통상임금 1만원은 연 12만원이다. 여기에 상여금 750%를 더하면 195,000원이다. 잔업과 특근을 빼더라도 발레오 조합원들은 현대차보다 1년에 3,317,457원을 더 받게 되는 것이다.
 
통상급이 일시금보다 중요한 이유
평균연령이 43세인 발레오 조합원들은 정년인 60세까지 17년간 현대차보다 56,396,769원을 더 받게 된다. 기아, 대우차에 비하면 1억원 이상 더 받는다.(표 참조)
 
여기에 잔업과 특근 등을 포함한다면 액수는 훨씬 커지게 된다. 통상임금은 해고수당, 잔업, 특근, 연월차수당, 상여금을 계산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차는 매년 300% 이상의 성과급 또는 일시금을 받아왔기 때문에 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현대차의 임금총액은 통상임금이 높은 부품사나 조선사업장보다 높을 수도 있다. 올해 1천만원의 일시금을 받아낸 현대차는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 중에서 올해 받는 임금총액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상임금과 달리 일시금이나 성과급은 매년 노사협상을 통해 따내야 하기 때문에 노조가 제대로 싸우지 못하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예 없어지거나 액수가 급감할 수 있다. 1998년 IMF 시절 대부분의 노조가 성과급, 상여금 등 일시금부터 빼앗겼던 사례를 보더라도 생활임금의 성격인 통상임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2002년 2기 5차 중앙집행위에서 "조합의 임금정책 방향은 성과급을 인정하지 않는 것"임을 확인하고, 매년 "기본급을 높이고 성과급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임금인상 방향을 결정해왔다. 그러나 일시금, 타결금, 생산장려금, 성과급, 위로금 등등 갖가지 이름을 붙인 돈들이 점점 늘어났다.
 
2년 전 충남지부 대한칼소닉지회는 노조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회사가 성과급을 주겠다고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성과급이나 일시금을 주면 기본급을 조금만 올려도 별 불만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사용자들이 돈 보따리를 풀어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이 일시금을 좋아하는 이유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이 있었던 2005년 12월 1일. 파업이 충분히 가능했던 경남지부 3개 사업장이 파업에 불참했다. 연말 성과급 때문이었다. 조합원들은 파업하면 물량이 줄고 성과급도 줄어든다고 생각했고, 간부들은 조합원을 핑계로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다. 주간 연속2교대의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삭감을 이유로 1차에서 모두 부결됐지만 기아 60만원, 현대 100만원의 일시금으로 2차에서 가결된 것처럼 자본에게 일시금은 '타결독촉금'인 것이다.
 
금속노조 이상호 연구원은 <레디앙>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총액임금 대비 고정급의 비중을 최대한 낮추어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회사의 경영성과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현대차 자본의 임금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며 "핵심적인 교섭의제의 관철을 막기 위해 충분히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도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은 주간2교대, 중앙교섭, 비정규직 문제, 한미FTA 등 조합원들의 미래의 이익, 진정한 이익을 막기 위해 당장 큰 돈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미래의 이익이 아닌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고 회사와 영합하는 운동의 결과는 현대중공업노사나 한국노총 어용노조, 일본노동운동 등 노동운동의 종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사영합주의는 노동운동의 종말
발레오 조합원들도 일시금이나 성과급을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 간부들은 '눈앞의 이익'보다 '내일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설득했다. 지회는 2001년 기본급 106,460원 인상을 시작으로 118,160원까지 매년 11~12만원 가량의 기본급을 인상해왔다. 그 결과 10월 현재 619명의 조합원 중에서 상용차의 부품을 생산하는 200여명의 조합원은 물량이 없어 야간과 특근을 하고 있지 않지만 통상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아 생활임금이 유지되고 있다. 잔업, 특근, 심야노동이 아니라 주40시간, 주5일 근무로 생활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운동의 원칙을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노사영합주의 운동은 노사화합주의 운동과 똑같은 말이다. 눈 앞의 이익으로 조합원들의 눈을 속이는 노사영합주의를 극복하고 내일의 이익, 노동계급 전체의 이익을 위한 변혁적 정치적 산별노조운동을 지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