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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 못 받았다' 신고하니 소작지 빼앗더라", 쌀 직불금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새벽길 2008. 10. 19. 22:22
2008/10/18 21:49
아래 프레시안 기사에 쌀 직불금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농민들이 왜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고, 지금 왜 그렇게 분노하면서도 속앓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관련 기사들 몇 개도 담아놓는다.
 
예전에 학부시절 불렀던 민중권력쟁취가의 아지(선동구호)가 생각난다.  
"노동자에게 공장을! 농민에게 토지를! 민중에게 권력을!"

 
추가.
이번 쌀 직불금 사건과 관련하여 강기갑 의원의 활약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노힘의 성명에 나온 것처럼 토지문제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양도소득세 문제 뿐만 아니라 이행강제금 회피 목적으로 쌀 직불금을 받아내려 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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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 못 받았다' 신고하니 소작지 빼앗더라" (프레시안, 양진비/기자, 2008-10-17 오후 5:03:35)
[현장] 분노에 속앓이까지…통곡하는 농민들  
 
"직불금 못 받았다고 신고하니까 소작하던 땅을 바로 뺐겼습니다. 소작하는 다른 논에도 누가 쇠꼬챙이를 6개나 꽂아놨어요. 그것 때문에 콤바인이 고장나서 수백만 원 손해를 봤습니다. 땅 주인과 실랑이한 건 말로 다 못합니다. 이제 누가 자기 땅 소작하라고 나한테 땅을 주겠습니까?"
  
처음으로 쌀 직불금 문제를 감사원에 알렸던 농민 조종배 씨의 말이다. 수확이 한창인 10월 중순. 손 하나가 아쉬운 농번기이지만 농민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불법적으로 쌀 직불금을 타간 숫자가 28만 명. 고위공직자는 물론 국회의원까지 끼어 있었다. 직불금을 떼어간 땅 주인들은 그 사실을 알린 소작농의 일까지 빼았아 갔다.
  
농민들의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17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 농민 15명은 서울 청계광장 앞에 모여 준비해 온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이들은 '농민들의 피땀과 같은' 볏단을 지게에 지고 "차라리 다 죽여라"고 외치며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를 향해 나섰다. 그러나 경찰은 몇 걸음 떼지도 않은 이들을 인도에서 막아섰다. 한 여성농민은 "법을 어겨 잡아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여기 와서 이러냐"며 급기야 통곡을 했다. 경찰은 물러서지 않는 농민을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결국 한 시간 동안 전경에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던 농민들은 도로 건너 동아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직불금 못 받은 거 하루이틀 아니다"…땅 뺏길까봐 말도 못해
15명의 농민이 기자회견에 나서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많은 수의 소작농들이 직불금을 떼이고 있지만 신고한 걸 알고 지주가 땅을 빼앗아갈까봐 나서지 못했다. 농사를 짓는 농민이 직불금을 손에 쥐지 못한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쌀 소득 보전 직불제가 도입된 지난 2005년 이후 농민들 사이에서는 직불금을 받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농민들 얘기가 전해졌다.
  
"소작농이 많으니까 직불금 못 받는다고 신고를 하면 지주가 다른 사람을 세우면 그만이니까. 땅 주인이 땅 내놓으라고 할까봐 그거 무서워서 직불금 못 받아도 꾹 참고 있는 거죠." 조종배 씨의 말이다. 쌀 직불금을 받은 경우엔 임차료를 그만큼 올려받았다. 실제 조종배 씨 외에 다른 농민들은 직불금을 못 받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은 받았다며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나 심문희(41) 씨는 "지금 여기 올라온 사람들 중에도 직불금 못 받은 사람이 수둑룩한데 다들 익명으로라도 나가는 게 두려워 아무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나라 농민 중 95%가 소작농이다. 심문희 씨는 "땅을 갖고 있어봤자 피땀 흘려 경작해도 은행 이자만도 못하니까 사람들이 땅을 팔아 은행에 넣어두고 자기는 소작농이 되는 거다"라며 "지금 땅 가진 사람도 농지 값이 많이 올라 빨리 팔아버렸으면 좋겠다고들 한다"고 설명했다. 심문희 씨는 "땅은 한정되고 소작농의 수는 많으니까 소작농끼리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심지어는 직불금을 받지 않고라도 농사만 짓게 해달라는 소작농들까지 있으니 직불금 달라는 말 했다간 땅 뺏길까봐 말도 못 꺼낸다"고 말했다.
  
"사료값 올라 3할도 손에 못 쥐는데…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지 않나."  
농민들은 최근 사료값 폭등과 농기계비 상승으로 인해 그나마 버는 돈도 못 받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농사가 작년보다 풍년이지만 생산비는 더 올랐고, 농산물 가격은 되려 하락했다.
  
"논 200평 경작하면 세 가마니 정도가 나와요. 그럼 그 중에 땅을 이용한 돈(도지)을 지주한테 내야하는데 그게 한 가마니에요. 그리고 한 가마니는 비료랑 기계, 기름값에 들어가고 나머지 한 가마니가 농민한테 돌아오는 거에요. 1:1:1 이렇게 되는 건데, 요새 비료, 기름값 이런 게 엄청 오르면서 그 한 가마니도 농민한테 안 돌아와요."
  
논 1000평 당 30만 원의 직불금이 주어진다고 할 때, 1만 평이면 300만 원에 이른다. 농민들의 일년벌이가 고작 1000~1500만원인 걸 생각하면 농민들에게 적지 않은 돈이다. 고건영(40대) 씨는 한탄했다. "지주 입장에서는 그냥 정부에서 주는 공돈이라고 생각하겠죠. 농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착취하는 건 도둑질이고 사기치는 거 아닙니까. 근데 농민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정말 딱 죽지 않고 살 만큼만 남게 하면 어떡합니까." 
  
"양도소득세 안 내겠다고 농민 직불금 가져가는 파렴치한"
지주들이 직불금을 떼어가는 이유는 돈도 돈이지만 자경농으로 인정받아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8년 동안 자경농의 신분을 유지하면 오른 땅값의 60% 이상씩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런 게 있는지도 잘 몰랐다. 특히나 공무원들과 국회의원이 이런 짓을 앞장서서 했다는 데 대해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농민들이 직불금 떼이고 있는 거야 알고 있던 거지만 공무원들이 4만 명, 또 국회의원들이 그랬다는 거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또 그 부재지주가 20%가 넘고 직불금 못 받고 떼인 돈이 7000억 원이나 된다니…. 사회지도층이 오히려 앞장 서서 농민 피멍 들게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또 뼈 빠지게 농사져서 땅 투기하는 사람들한테 뺏기고…."
  
임은주 씨는 말을 하다 분이 삭이지 않는지 연신 숨을 가다듬었다. "큰 거 바라는 거 아니에요. 그냥 내년에도 농사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거죠. 매년 먹고 살기 힘들다고 자살하는 농민이 1000명인데. 농민으로서의 자부심 뭐 이런 거 말하면서 자식한테 농사지으라는 말 못합니다. 기자님 같으면 자식을 농민으로 키우겠어요? 평생 해온 농사일 남의 땅에 들어가 소작이라도 하는 것 그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