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

21세기 상징 사회분야 온라인 집단지성 아고라 (2008 09/23 뉴스메이커 792호)

새벽길 2008. 10. 20. 09:37

뉴스메이커에서 21세기 상징 중 사회분야에서는 온라인 집단지성으로 명명된 아고라를 뽑았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과연 아고라를 집단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깊어간다. 분명히 올해 촛불집회는 새로운 집회양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운동의 진보인지에 대해서는 검토해야할 바가 많고, 특히 아고라의 역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다음의 운영방식에 따라 좌우될 수 있으며, 어쩌면 정세적 여건에 의해 정권에 의해 열려진 공간에서 나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파악할 수도 있는 아고라의 한계는 너무 쉽게 간과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윤소영 교수는 강연에서 아고라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명쾌한 설명도, 분명한 답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집단지성이라면 이런 것도 풀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는 한계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한 순간, 한 사례의 경험으로 집단지성을 말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지나치게 미화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쪽수의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여유가 되면 집단지성에 관한 글들을 모아 덧붙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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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21세기 상징 사회분야 온라인 집단지성 아고라 (2008 09/23 뉴스메이커 792호, 정용인 기자)
네트워크가 스스로 주체로 진화 
 
“확실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운동이나 여론이 조직의 힘에 의해 드러나거나 주도됐다. 주체의 개념이 명확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고라와 같은 온라인 집단지성의 흐름을 보면 주체라는 개념보다 ‘참여다중’의 힘이 굉장히 커졌다. 아고라의 참여자들은 익명이지만 개체적이며, 행동도 집단으로 발현하는 특성을 갖는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지난 5월부터 촉발된 촛불시위. 연행자 조사에 나선 형사는 당황했다. 당시 자발적으로 연행되는 소위 ‘닭장투어’에 나선 임선영(37·주부)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찰조서를 받는데, 정해진 형식에 따라 질문한다는 느낌이었다. 이를테면 조서를 쓰는데 당신은 다음 아고라의 회원인가라고 묻는다. 알다시피 아고라는 게시판이지 어떤 멤버십이 필요한 공간이 아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그냥 나왔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이 집회·시위에 참석한다면 반드시 소속한 단체나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게 지난 세기의 인식이었다. 물론 임씨의 경우 ‘단순가담자’라는 분류가 존재한다. 경찰당국은 배후와 중심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촛불시위 초기,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대개 ‘단순가담자’이자 ‘주도자’였던 것이다.
 
촛불시위 단순가담자이자 주도자
과거 네트워크는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집단을 연결하는 연결자로서의 의미를 지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넷 자체가 스스로 주체화해서 개인과 집단·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 아고라가 보여주는 모습이 단적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해석이다. 아고라와 같은 온라인 집단지성의 출현은 네트워크 통신 기술 발달 덕분이다. 김 교수가 보기에 온라인 집단지성의 가능성은 이제 막 ‘발견’됐을 뿐이다. 촛불시위 국면에서 아고라는 또 다른 비인격적 주체인 오프라인 법인이나 시민단체의 활동량을 뛰어넘었다. 김유진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몇 개월간 누리꾼이 자발적으로 벌인 언론소비자운동은 지난 10년간 벌어진 언론시민단체의 안티조선운동 성과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아고라의 특성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논의 구조다. 한 개인이 의견을 올리면 동시 접속한 누리꾼의 토론·평가를 거쳐 삽시간에 다중의 행동지침이 된다. 김 교수는 “이 주체는 고정화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한다”면서 “누군가 글을 올리는 순간 모든 사람이 접속해 그 글을 읽고 동조하거나 비판하고 다시 행동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여론의 부정적 효과, 소위 ‘정보 전염병’을 우려하는 시각은 총체적으로 보면 단면적 진단이라고 말한다. 배 교수는 “‘긍정적 기억’은 이미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에 부각이 안 되는 반면, 나쁜 기억은 축적되어 남아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이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과거에 현재 아고라와 같은 온라인 집단지성의 단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출현한 PC통신이 그것이다. 플라자(plaza)로 대표되는 PC통신의 온라인 공간은 시사정치 문제에서 사회문화·경제까지 전반적인 내용를 논의했다.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유니텔 등의 온라인 공간은 정보 수용자에 불과하던 시민들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했으며, 이 과정에서 교수·문필가와 같은 전통적 오프라인과 다른 새로운 지식 집단이 출현했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대중화하면서 PC통신의 논객들은 자연스럽게 인터넷 각 영역으로 진출했다. 천착할 만한 것은 촛불시위 국면에서 왜 굳이 아고라가 누리꾼의 주목을 받았는가라는 점이다. 김유식 DC인사이드 대표는 “인터넷에서 의사소통 방식은 게시판을 이용하는 방식이 가장 강력하다”면서 “이미지나 동영상, 리플 등은 좀 더 원할한 소통을 위해 게시판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아고라나 DC인사이드와 같은 게시판이라는 형식이 토론과 참여를 유도하는 데 최적의 형식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또 포털에 집중되는 한국 누리꾼의 인터넷 이용 습성과 정치사회가 제 역할을 못한 데서 온 불신 등도 아고라가 대두한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최진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는 “인터넷의 아고라에 모인 저변의 철학은 자유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쓰고 공유하려는 21세기 시민 마인드”라면서 “여기에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중간점에 서서 그런 담론을 수용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언론이 자기 역할을 못했던 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아고라의 미래는?
 
“다종다양한 참여형태로 진화할 것”
이준영 트레이스존 컨설팅 대표는 “엄밀히 말해 아고라는 ‘온라인 군중’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고 군집의 의지를 외연화하는 플랫폼으로 의미가 강하지, 플랫폼 자체의 성격으로 볼 때 집단지성의 장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김중태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는 IT칼럼니스트 김중태씨는 “아고라와 같은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구현할 수 있는 수많은 참여 형태의 하나”라면서 “힘들게 참여하지 않더라도 시민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서비스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전문가는 아고라와 같은 온라인 집단지성은 현재의 한계를 넘어 더 진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배 교수는 “촛불시위 국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회 이슈가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 같은 큰 이야기부터 쇠고기 문제와 같은 일상생활 속 문제가 공감을 얻으면서 순식간에 확산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1년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것이 인터넷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아고라와 같은 온라인 집단지성의 역할은 앞으로도 증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