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현장에서

성신여대 투쟁 승리, 학생연대에서 시민-노조연대로...

새벽길 2008. 9. 22. 19:59
추석 전에 마무리되었던 성신여대 투쟁은 연이어 좋지 않은 소식만이 전해지던 차에 희망을 던져다주었다. 학내의 청소용역직 노동자들의 해고에 대해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연대를 하고, 여기에 시민들과 노조가 연대하여 승리로 이끌어내었던 것이다. 특히 대학가의 보수화 경향에도 불구하고 휴학하거나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는, 총원 9000명 중 6500여명의 학생들이 복직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한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고, 학교를 크게 압박하여 투쟁에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꽤 시일이 지났지만, 레디앙에 성신여대 투쟁을 평가하는 좌담회 기사가 실려 있어 이를 발췌하여 담아오면서 성신여대 투쟁을 다룬 기사들을 링크한다. 
  
 
-----------------------------------------------
학생연대에서 시민-노조 연대로 (레디앙, 2008년 09월 21일 (일) 22:47:58 정리=정상근 기자)
[좌담-성신여대 투쟁] "'성신모델' 큰 의미…확산은 쉽지 않아"
 
- 학내 어떤 노조가 어떤 투쟁을 할 때, 학생회에서 이를 ‘함께 할 싸움인가’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데서 차이를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 외대 학생들은 그 사람들의 투쟁이 정당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함께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우리의 경우는 학교에서 학우들과 연대해 집회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미화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 측면에 주목했다. 이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문제도 있지만 특히 이 분들이 학교 교직원들로부터 받는 여성노동자로서 박탈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때문에 연대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투쟁의 목적에 대한 고민들을 분명하게 했고, 이 과정에서 연대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이번 투쟁에서 교내 대규모 집회를 2번 했는데 그때마다 학생회 간부들이 강의실에 들어가 “다소 시끄럽고 불편하겠지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싸움이다. 학생들도 함께 지지하는 만큼 집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 총원 9,000명 중 6,500명이나 서명에 동참한다는 것은 취업과 학점관리에 1차적 관심이 있는 현대 한국 대학생들의 분위기에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6,500명 서명했다는 것은 학교에 안 나온 학생들을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학생이 서명 했다는 것이다. 이 서명운동이 합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인데, 하나는 어머니들께 실질적 도움을 주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 서명운동도 그렇지만 언론에서도 이 문제가 많이 나왔고 무엇보다 학교 전역에 붙은 선전물의 영향도 컸다. 모든 건물, 모든 층, 엘리베이터 속까지 대자보가 붙었고 학교 입구부터 모든 길에 플래카드가 붙었다. 이렇게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자 학교에도 긴장하고 초조해했으며, 결국 3일째 되는 날부터 저녁에 실무교섭 요청이 있었다. 추석 즈음해서 승리할 것 같았다.
 
-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이번 승리가 중요한 사례인 것은 사실이다. 승리가 가능했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인은 노사, 즉 학교와 노동자의 관계에 있어 학생이라는, 노사에 직접 연관이 안되는 제3자가 보여준 모습이었다. 이 상황을 일반화시켜 보통 기업체로 연관해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일반 기업체에서 제3자를 차지하는 역할을 국민이 해줘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문제는 학생들이 성신여대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과 같이 일반 국민들과 시민들이 비정규직 문제 얼마나 더 열심히 참여하고 연대하느냐라는 것이 되겠다.
 
- 당장 일반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대학생들의 경우에만 적용하면 성신여대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일반 학생들의 지지는 확실히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도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데,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자신의 부모님들도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이런 사회 분위기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미화노동자들이 조직화되기 이전에도 여성의 날 등에 미화 노동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많이 마련 해왔다. 또 하나, 다른 대학들과 달랐던 것은 여대라는 특수성이었다. 여대에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렇게 내치는데 대한 충격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여대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본다. 댓글을 봐도 ‘저 아주머니 우리 건물 청소 하시는 분 같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왜 오랫동안 일해왔던 이런 사람들이 한 번에 잘려나가야 하는지’ 충격이 있었던 것이다. 덕성여대에서도 상관인 소장의 폭력과 폭언의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여대생들을 자극하는 ‘무엇’으로 다가 온 것 같다.
 
- 성신여대 투쟁과 같은 이런 움직임들이 학생들의 보수성을 움직이는 작은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싶지만 실제로 기대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 승리의 경험을 주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것이 대학생들의 주체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지 불분명하다. 나는 학생들이 보수화되었다기보다 자기 주관이 없어지고 사물과 현상에 대한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수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성신여대 학생회의 여성주의적 움직임과 같은, 독특한 것을 일반적으로 확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원청과 합의는 경우는 처음은 아니지만 부당해고 요구, 고용승계 노력과 같은 부분까지 포함된 경우는 우리도 처음이다.
 
- 노동조합 합의문은 어디 가서든,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판례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투쟁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
 
- 지난해 어떠한 부당한 사안에 대한 분노를 느끼는 것을 시작으로 노조를 만들겠다고 결심하시면서 학생회실 문을 두드리고 함께 해달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그 첫 시작이었다. 그 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나 환경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어떻게 말을 건네고,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특히 미화 노동자 분들은 다른 교직원들처럼 그 존재감이 와닿지 않았다. 우리가 오기 전이나 다 간 후에 청소해주시니 마치 자판기처럼 우리가 필요한 것을 즉각 내어주는 분들로만 인식이 되어 왔던 것 같다.
 
노조를 만들면서 그 분들의 목소리가 학내에 퍼졌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도 부당한 상황에서 일하시는 미화 노동자 분들의 노동환경을 공유하게 되었다. 작년부터, 이런 과정에서부터 이 승리의 투쟁이 시작된 것 같다. 저는 어머니들이 도와주어서 고맙다고 말하시면 도운 것이 아니라 함께 싸운 것이라고 말한다.
 
- 당연히 대학조직화 사업은 노조 중심이 아닌 학생들의 연대를 통해하려고 하고 있는데 우선 학생단위와 간담회를 시작하고 있다. 의외로 여기에 학생들이 많이 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노학연대가 어려워진 조건에서 학내 대중연대와 노학연대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세대에서도 ‘살맛’이라는 학생운동 단위가 조직되면서 학내 임금체불 사례들이 많이 드러났다. 결국 학생회가 비권임에도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학생회의 지지까지 끌어낸 것이다. 준비를 잘 해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겠다.
 
- 우리는 ‘조직된 노동자, 또 노조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끔 되었을까’라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은 직접 당하거나, 직접 해고의 위험이 오거나, 정작 당사자가 싸우기 전에는 민주노총이라든지 조직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직접 당하고 싸울 때가 되어서야 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총에 참여하면서야 민주노총에 호의적이 되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내가 겪지 않아도 노동자로서 이런 연대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