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907 기후정의행진 관련 기사를 훑어보았다. 나도 907 기후정의행진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생각했던 것만큼 만족스런 집회는 아니었다. 그래도 다들, 특히 행진에 참여했던 어린 벗들이 참여 경험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사진들을 보니 그 때 생각도 나고...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7450.html
“지금 바꿔야”…강남 한복판에 3만명 모였다, 왜? (한겨레, 박고은 기자, 2024-09-07 17:46)
오후 1시부터 ‘907 기후정의행진’
강남역 시작해 역삼·선릉·삼성역으로
“우리 집은 텃밭을 하는데 상추랑 옥수수를 키웁니다. 상추는 너무 더워서 다 녹아버렸고, 옥수수는 말라 비틀어져서 딱 한 개밖에 못 먹었어요. 엄마한테 여쭤보니 지구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엄마 손을 꼭 붙잡고 7일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고은아(8)양이 말했다. 은아양은 행진에 참여한 이유로 “사람들에게 지구가 아파한다는 걸 알리고 같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부터 청소년,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 백발의 노인까지.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지금 말하고, 지금 바꿔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기후정의행진이 열린 서울 강남대로 일대는 오후 1시께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를 주최한 ‘90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애초 예상한 참석 인원 2만명을 넘겨 3만여명이 행진에 동참했다”고 추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강남역에서 시작해 역삼역·선릉역·포스코사거리를 거쳐 삼성역을 향해 행진했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대기업 본사가 즐비한 곳이다. 이들이 종이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손팻말에는 “지구는 한 개, 기후위기는 한계”, “지구야 그만 변해, 이제 내가 변할게”, “나는야 녹색전기를 선택하는 소비자” 등의 메시지가 적혔다.
정록 907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동, 인권, 여성, 환경, 반빈곤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세상을 일구기 위해 분투해온 우리는 ‘기후정의운동’으로 서로를 넘나들며 연결됐고 이렇게 모였다”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기후 불평등·부정의에 맞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이들은 곳곳에서 현실화한 기후 재난 앞에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이 좁은 국토에 전국 15개의 공항도 모자라 10개의 공항을 더 지으려 한다”며 “삶의 지속성을 방해하는 생태계 파괴를 멈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임희자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세종보 재가동 정책을 비판한다”며 “세종보 수문의 재가동은 금강의 죽음”이라고 규탄했다.
‘부정의한 에너지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석헌 홍천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동해안 강릉과 삼척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거기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며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 농촌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통과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자로 꼽히는 ‘미래 세대’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는 한층 거셌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 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사실을 언급하며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우리 삶을 지킬 최전선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서울 목동에서 온 이재인(14)양은 “기후위기가 더 심해지면 어릴 적부터 봐왔던 코카콜라 마스코트 북극곰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가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친구와 함께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친구 차하윤(13)양도 “학교 수업 시간에 아마존의 나무가 계속 사라지는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올해 여름이 너무 더워 기후위기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란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강조한 것은 결국 정부와 기업의 결단이었다. 11살·9살 자녀와 참여한 이윤경(36·대구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해바라기방과후 소속)씨는 “기후정의행진에 3년째 참여하고 있는데 매해 참여 인원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건 정부가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오렌지빛 작업복(방진복)과 방독마스크를 착용한 채 집회에 참여한 임용섭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사내하청 광양지회 지회장은 “분진과 대기 오염 탓에 이 옷과 마스크를 써야만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오염물은 바깥으로도 다 새어 나가 기후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인데 정부와 포스코는 전혀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907_0002879681
"기후 아닌 세상 바꾸자" 강남 일대에서 펼쳐진 기후정의행진 [뉴시스Pic] (서울=뉴시스, 김근수 조성하 기자, 2024.09.07 21:09:00)
서울 강남 일대에서 기후·노동 시민단체 등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기후위기와 관련한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했다.
기후·노동 시민단체 615여곳이 참여한 '907 기후정의행진'은 7일 오후 강남역을 시작으로 논현역·역삼역·선릉역 등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일대에서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기조 아래 열린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기후재난과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함께 행진하자"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이익과 경제성장이 자연생명보다 우선인 세상이 자리 잡았지만 이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쏟아지는 폭우와 녹아내리는 폭염, 우리는 오늘도 재난을 마주한다"면서 "우리 일상을 책임지는 노동과 돌봄이 오히려 불평등한 기후 재난의 맨 앞에 서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편리함을 지탱하는 택배노동자가, 안전함을 책임지는 건설노동자가, 자원순환을 연결하는 소각시설 노동자가, 먹거리를 보살피는 농민, 3D업종 노동을 감당하는 이주노동자가 기후재난의 당사자이자 우리"라며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은 "국제노동기구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자 2만여명이 폭염에 목숨을 잃었다"며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발생하는 피해는 특정세대와 특정 지역, 특정산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피해를 우리 모두가 담당하겠다고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데 대해 "기후위기의 장기적인 위험 속에서 국가의 기후 대응이 우리의 삶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났다"면서 "이 판결은 우리 사회의 최선이 아닌,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9일 2030년까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해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원칙, 법률유보원칙 등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이 결정은 청소년기후행동이 지난 2020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4년 만에 나왔다.
이들은 본집회를 마치고 삼성역까지 행진을 하며 땅에 누워 죽은 듯이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편 집회가 열린 이날은 푸른 하늘의 날로, 대기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19년 국제연합(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제안으로 제정된 최초의 국제연합 기념일이자 국가기념일이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457
"'착한 자본'으로 기후위기 극복할 수 있다는 거짓과 위선 떨쳐버리자" 기후정의행진 (노동과세계, 조연주 기자, 2024.09.07 22:29)
기후정의행진 강남서 "기후 대신 세상을 바꾸자" 2만여 명 참가
석탄발전소폐쇄 속 발전노동자들, "공공재생에너지로 고용보장"
“쏟아지는 폭우, 녹아내리는 폭염, 우리는 오늘도 재난을 마주합니다.”
9월 7일 오늘,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의 선언문은 기후재난이 일상화된 세계를 떠올리게 했다. 올해 여름에도 역대 최고 평균 기온이라는 ‘재난 기록’이 경신됐다. 기후 재난이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며 오늘 기후정의행진에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포함한 2만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매해 9월 유엔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국제적 기후행진은, 한국에서는 2019년부터 시작되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각각 3만 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진행됐다. 올해 907기후정의행진은 전국 615개 단체가 참여해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서울 강남 일대를 비롯, 대전·부산·제주·포항·지리산(산청) 5곳에서도 동시에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에서 열린 기후행진에는 자체 행사가 열리지 않은 전국의 참가자가 모였다. 자체적으로 참가단을 조직한 21개 지역에서는 버스·열차를 빌려 상경하기도 했다.
정록 907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여는 발언에서 “노동, 인권, 여성, 환경, 반빈곤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세상을 일구기 위해 분투해온 우리는 ‘기후정의운동’으로 서로를 넘나들며 연결되었고 이렇게 모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착한 자본이, 녹색 기술이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거라는, 지난 30년 국제기후체제의 거짓과 위선의 역사가 우리를 이 곳에 모이게 했다”며 “기후정의운동의 다양한 현장들을 조직합시다. 일터에서, 지역에서, 거리에서 동료들과 시민들을 만나며, 다른 세계를 열어가는 대중투쟁을 조직”하자고 호소했다.
집행위원장의 발언처럼 907 기후정의행진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기후 불평등·부정의에까지 맞서는 기후정의운동을 천명했다. 행진의 세 기조 역시 ‘기후위기 시대 존엄한 삶을 위한 투쟁’부터 ‘탈핵·탈화석연료·공공재생에너지 전환’, ‘신공항·국립공원 케이블카·4대강 개발사업 등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에 이르기까지 기후정의의 폭넓은 의제를 포괄했다.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신도시, 신공항, 발전소 등 개발행위를 내심 바래야 하는 것이 건설노동자들이기에 이 자리에 서는게 망설여질 수 밖에 없”다면서도 “부정한 개발이익 앞에 서있는 나쁜 굴착기가 되지는 않겠다. 건설과정에 폐기물 무단투기와 같은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바라만 보지는 않겠다.”고 연대의 말을 전했다.
신지연 여성농민회총연합 충남연합 사무처장은 “정부의 농업을 살릴 정책이란 자본의 스마트스토어산업에 농업예산을 투여하고, 농산물 수입을 늘여가는 것뿐”이라고 비판하고 “농업은 하나의 ‘산업’ 아니라 생명이 이어져온 우리 역사 그 자체”이며 “공장에서 생산하고, 다른 나라에서 돈주고 편리하게 사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재난의 대안도 우리 여성농민에게 있다. 우리가 지난시간 꾸준히 해왔던 토종지키기와 농생태는 상시적인 기후재난에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발언을 마쳤다.
마리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활동가는 “기후정의는 인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가자지구의 해방은 그저 군사점령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필요한 땅, 물, 공기를 되찾는 것”이라고 또 기후위기 시대의 존엄과 평화로운 삶을 위한 연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90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기후정의운동의 폭넓은 확장을 위해 지난 2달 동안 노동계·지역·대학 등 제 단체와 39회의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로 사전에 기후정의행진 참가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한 단체가 19곳이었고 행진 당일에만 7개의 사전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2부 발언에 나선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이 좁은 국토에 전국 15개의 공항도 모자라 10개의 공항”이 더 지어지려 한다며 삶의 지속성을 방해하는 생태계 파괴를 멈춰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임희자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세종보 재가동 정책을 비판하며 “세종보 수문의 재가동은 금강의 죽음”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그는 사대강 사업과 세종보 재가동을 추진한 이명박, 윤석열 정부의 범죄를 강력히 규탄하기도 했다.
한편, 혜리 새벽이생추어리 운영활동가는 축사에 갇혀 도살될 예정에서 구출된 돼지 ‘새벽이’의 이름을 부르며 “동물이 기후위기의 피해당사자이자 투장하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환기했다. 그는 기후정의행진이 차별적인 체제를 전환하고자 하는 운동이라면, “이 투쟁 현장에 올 수 없는 이들”, 동물을 기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 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사실을 상기하며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길 선택”한 청소년 기후운동의 역사를 회고하며 “우리 삶을 지킬 최전선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진 에너지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박진영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전기한번 쓰자고 나오는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되돌아가는 복원을 생각해볼 때”라며 윤석열 정부의 핵폭주 정책을 막아내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기후정의를 위해 탈핵을 앞당길 것을 주장했다. 이어 강석헌 홍천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동해안 강릉과 삼척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짓고, 거기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면서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 농촌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는 부정의한 에너지 시스템을 비판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박규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장은 “석탄발전소폐쇄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발전노동자들이 있다”면서도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석탄발전소폐쇄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총 고용보장을 요구한 정의로운전환의 국내 첫 파업”이 성사되었음을 알리고 연대를 요청했다.
907 기후정의행진은 본집회·행진 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와 퍼포먼스를 통해 요구사항을 표현했다. 36개 단체가 사전부스를 운영했고, 사전 오픈마이크에서 다양한 참가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이 위치한 역삼역(구글코리아·GS 칼텍스)에서는 이윤에 의한 생태파괴에 맞서는 행동이, 선릉역(쿠팡로켓연구소)에서는 기후재난과 불평등에 맞서는 행동이, 포스코 사거리(포스코) 앞에서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요구하는 대형 만장을 펼치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기도 했다. 행진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전체 참가자가 함께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밖에도 907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조직위원회는 2,000여 명의 개인 추진위원을 모집하고 전국 400여 곳에 거점공간을 마련해 행진을 홍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는 행진 참여를 제안하는 각 언론사들의 칼럼·기고 등도 37건 이상 게재되며 세상을 바꿀 기후정의에 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전국의 시민들이 도심 곳곳에 포스터를 부착하고 서울 지역의 대학생 참가단은 사전 기자회견·다이인 퍼포먼스를 벌이는 액션을 진행하며 오늘 행진을 준비하기도 했다.
https://www.news1.kr/society/general-society/5535187
[뉴스1 PICK]"기후 아닌 세상을 바꾸자"…'미래 세대' 위해 2만 명 모였다 (뉴스1, 이재명 기자, 2024.09.08 오전 11:16)
615개 시민단체 및 개인 참여…611개 단체 2만명 참가 추산
강남역 집회 후 삼성역으로 행진…쿠팡 신사옥서 한때 소동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1808
서울 운집 3만 시민 "기후위기 주범은 바로 자본주의" (오마이뉴스, 24.09.08 14:42 l 정수근(grreview30))
한국 자본주의의 심장 강남서 열린 907기후정의행진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꿔!"
https://www.khan.co.kr/opinion/yeojeok/article/202409081815001
[여적] “기후 아닌 세상을 바꾸자” (경향, 정유진 논설위원, 2024.09.08 18:15)
앞으로의 모든 여름은 2024년과 비교될 것이다. 이전까지 폭염의 ‘바로미터’였던 1994년과 2018년의 여름을 제치고, 올해가 가장 더운 여름의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올여름 전국 평균 열대야는 20.2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평년 6.5일의 무려 3.1배에 달한다. 전국 평균기온(25.6도)은 평년보다 1.9도 높았다. 이는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1973년 이래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이 기록 역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 같은 기후변화 추세대로라면, 올해가 우리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란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지난 7일 서울 강남역 앞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2만여명의 시민들은 이렇게 외쳤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의 방식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기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네번째를 맞는 ‘기후정의행진’이 예년과 달리 종로·광화문이 아닌, 강남으로 무대를 옮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남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추동하는 자본의 중심을 상징한다. 이곳에는 국내 온실가스의 10분의 1을 뿜어내는 포스코센터, 구글코리아같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전력을 끌어다쓰는 빅테크 기업,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택배 배송과 물류센터 작업을 강행하다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한 쿠팡이 있다. 현재의 자본 성장 구조 자체가 생태계 파괴 원인인 동시에, 노동 약자를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한 구조로 몰아넣는 기후불평등의 원인이다. 이날 모인 2만여명의 시민들은 “착한 자본이, 녹색 기술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장밋빛 위선을 깨뜨려야 한다고 외친 것이다.
흔히들 ‘지구를 지키자’고 말하지만, 사실 한낱 인간이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오만한 일이다. 인간은 기후를 바꿀 수도 없다. 자연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후가 아니라, 이 세상을 바꾸는 것뿐이다. 성장을 위해 화석·원자력 에너지로 회귀하려 하는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57550.html
강남대로 뒤덮은 거대 황새들…“미래가 아닌 지금, 변해야 할 때” (한겨레, 윤연정 박고은 박기용 기자, 2024-09-08 19:19)
907 기후정의행진 참가한 청소년들
멸종위기 황새·흰수마자로 분장 “멸종위기종, 우리의 모습 같아”
“멸종위기종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모습 같아서요.” 전날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진행된 ‘907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해 황새 탈을 쓰고 춤을 춘 김서은(14)양은 8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도,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도 점점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거 같아서 그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경북 영주 영광여자중학교 2학년생인 김양은 이번 행진에서 국내 대표적인 멸종위기종 황새의 인형탈을 쓰고 1m 장다리 위에 올랐다. 역시 황새로 분한 다른 중학생 친구들과 힘찬 날갯짓을 하다 바라본 강남대로의 행진 풍경이 놀라웠다. 김양은 “장다리 위에서 보니 앞뒤로 저 멀리까지 사람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환경 연극을 하는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공연예술 캠프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경북 영주·상주 지역 청소년들은 이날 황새와 함께, 역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와 2급수 이상에서 사는 한국 고유종 물고기 흰수마자의 모습으로 변해 행진했다. 모두 김양의 영주 집 인근 내성천에서 과거 흔히 볼 수 있던 생물들이다. 내성천은 원래 모래가 흐르는 깨끗한 강이었지만, 4대강 개발 사업으로 영주댐이 생기면서 옛 모습을 잃었다.
김양은 “집 앞 내성천에서 놀다 피부병에 걸린 친구가 있다. 내성천이 예전과 달리 구정물로 변하는 걸 보면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있고, 크게는 기후위기와 관련 있다 느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기후정의행진에 꼭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양이 황새로 변한 이날 강남대로 일대엔 3만명에 이르는 시민이 모였다. 행사를 주최한 90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애초 예상한 참석 인원 2만명을 훌쩍 넘겼다”며 이렇게 추산했다. 오후 1시께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참가자들은 강남역에서 시작해 역삼역·선릉역·포스코사거리를 거쳐 삼성역을 향해 행진했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대기업 본사가 즐비한 곳이다. 행진에서,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자로 꼽히는 ‘미래 세대’인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는 한층 거셌다.
행진에 참여한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사실을 언급하며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우리 삶을 지킬 최전선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서울 목동에서 온 이재인(14)양은 “기후위기가 더 심해지면 어릴 적부터 봐왔던 코카콜라 마스코트 북극곰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가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친구와 함께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친구 차하윤(13)양도 “학교 수업 시간에 아마존의 나무가 계속 사라지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올해 여름이 너무 더워 기후위기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란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2019년에 처음 시작돼 올해로 네번째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청소년들의 참여는 부쩍 늘고 있다. 이영경 조직위 기획팀장은 “예년보다 올해 청소년 참가자가 확실히 늘었다. 특히 기후환경 동아리나 아예 학교 단위로, 청소년 단체 차원에서 참가한 이들이 늘고 있다”며 “원래 학교 단위 참석은 대안학교가 많았는데 이젠 일반 학교에서 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직접 만든 펼침막에 학교 이름을 써서 들고 온다”고 말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한해 전 단순 참가자로 왔다가 올해 집회에선 깃대를 드는 등 자원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봤다. 청소년 참가자들이 확실히 늘어난 느낌”이라며 “특히 이번 기후소송 때 국민 참여 캠페인을 하면서 보니, 본인이 사는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거나 실질적 변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청소년들이 많더라. 캠페인 참가자 5천명 가운데 90%가 10~20대였다”고 했다.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은 아무래도 당사자성과 관련돼 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기후가 변화한 지구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곧 인권의 위기다. 행진에 앞서 발표된 ‘청소년인권 기후정의선언문’ 작성에 참여한 수영(17)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활동가는 “기후위기 최전방에 있는 우리는 미래 세대가 아니라 지금 함께 변화를 만드는 시민들”이라며 “청소년 인권도 결국 기후정의와 연결돼 있다. 인간이 자연과 자원, 동물을 착취하는 구조를 멈추는 것이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409082120005
“기후위기 숙제 왜 안 하나요?”…달궈진 도심 속 뜨거운 외침 (경향, 김기범 기자, 2024.09.08 21:20)
‘907 기후정의행진’ 현장
어린이·청소년 등 다수 포함
주최 측 추산 3만여명 모여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될 것”
빅테크·쿠팡·포스코 등 향해
항의 표시로 ‘다이인’ 시위도
“윤석열 대통령은 왜 기후위기에 대한 숙제를 안 하고 있나요? 헌법재판소가 어린이들이 위기를 겪을 것이라 판단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정부·국회가 정말 답답합니다.”
지난 7일 각양각색 손팻말을 든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서울 강남대로에 모였다. 주최 측 추산 3만여명, 경찰 추산 7000~1만명이 모여 “세상을 바꾸자”고 외쳤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615개 시민단체와 정당, 노동조합, 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907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이날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강남구 신논현역~강남역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을 개최했다. 매년 9월 유엔총회를 앞두고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이들이 참여하는 기후행진이 열린다. 한국에서는 2019년 시작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을 제외하고 올해 네 번째로 진행됐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기후위기가 이미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정부·국회·기업에 분노했다.
전남 곡성에서 왔다는 노송이씨는 “우울하다 못해 위협적인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앞으로 투표하라는 얘기를 못할 것 같다”며 정치권에 대한 답답함을 표시했다. 두 자녀와 함께 참여한 노씨는 “아이들과 함께 행진 때 사용할 손팻말을 만들었는데 ‘여러분 멸종위기종이 지나갑니다. 우리는 멸종위기종입니다’와 ‘대통령은 왜 기후위기 숙제를 안 하나요’라는 문구를 적었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 많은 어린이, 청소년과 가족 단위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이전에는 학교나 지역아동센터, 동아리 등에서 단체로 참가한 사례가 다수였는데 올해는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스스로 모여 두세 명씩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
서울 목동 신목중학교에 다니는 차하윤양(13)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친구랑 행진에 참가했다”면서 “지난해 923기후정의행진 직전 학교 수업에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면서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했었다”고 말했다. 함께 참가한 이재인양(14)은 “북극곰들이 죽어가는 모습 등 기후위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작년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뒤 느낀 바가 많아서 환경동아리에도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행진은 서울뿐 아니라 대전·부산·제주·포항·지리산(산청)·통영 등 6개 지역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서울에는 전국 참가자가 모였으며, 자체적으로 참가단을 조직한 21개 지역에서 버스·열차를 타고 상경하기도 했다.
행진에 앞서 열린 본집회에서 정록 907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동·인권·여성·환경·반빈곤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세상을 일구기 위해 분투해온 우리는 ‘기후정의운동’으로 서로를 넘나들며 연결됐고 이렇게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착한 자본이, 그리고 녹색 기술이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거라는 지난 30년 동안 국제기후 체제의 거짓과 위선의 역사가 우리를 이곳에 모이게 했다”며 “기후정의운동의 다양한 현장들을 조직하자. 일터에서, 지역에서, 거리에서 동료들과 시민들을 만나며 다른 세계를 열어가는 대중투쟁을 조직하자”고 외쳤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달 29일 헌재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며 “위기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이 삭제된 기후 대응은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규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장은 “석탄발전소 폐쇄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발전노동자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국내 첫 파업이 성사됐다”면서 각계각층의 연대를 요청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테헤란로를 거쳐서 삼성역까지 행진하면서 도로 위에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die-in)’ 시위를 벌였다. 행진 코스로 역삼역 인근 구글코리아, 선릉역 인근 쿠팡 로켓연구소, 포스코사거리 인근 포스코센터 등을 지나갔다.
기후정의행진 조직위는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빅테크 기업, 기후재난 속에서 소속 노동자들이 잇따라 죽어가고 있는 쿠팡,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포스코 등에 대한 항의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20116
[아침을 열며]나는 왜 눕는가 (경남도민일보, 박기헌 치과의사, 2024.09.08 23:52)
'기후위기는 삶의 위기' 퍼포먼스 하며
보다 실천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
서울 강남대로에 누워버렸다. 기후위기로 모든 생명이 죽어간다는 심각성을 알리고자 죽은 듯이 눕는 '다이 인' 퍼포먼스다. 하늘을 보면 무한해 보이지만 우리는 지구라는 닫힌 행성에 살고 있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강남대로에서 열렸다. 포스코, 삼성 등 기후악당국가 한국을 대표하는 초국적 화석연료체계 기업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2019년 7000명으로 시작한 행진이 지금은 환경, 교육, 생활협동조합, 보건의료 등 400개가 넘는 단체,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진으로 진화했다. 기후행진은 '류대(fluidarity)'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연대(solidarity)가 동질성의 딱딱한 모임이라면, 류대는 물 흐르듯 우연한 마주침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창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탈중심적 만남이다. 오픈 마이크로 많은 사람이 각자의 위기와 정의를 말한다. 생존의 절대적 조건인 지구 자체 위기는 삶 자체의 위기이며, 그만큼 위기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생명위기, 미래세대 위기, 먹거리 위기 등 일상이 위기다. 이 많은 정의와 위기의 말 조각들을 모아 주최 측은 논의를 거쳐 한 문장으로 만든다.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이질적인 단체들이 만나는 류대에서는 차이와 마찰이 있게 마련이다. 너무 많은 정의, 너무 많은 위기는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모호하다. 독일 히틀러의 생태 파시즘에서 보듯, 모든 사회문제를 생태위기로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 부문, 특히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택과 집중이다. 재앙을 막고자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아야 하고, 2050년 탄소 중립과 함께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을 40% 이상 줄여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탄소를 8%씩 줄여야 하며, 이 수치는 코로나 '셧다운 시기'에 줄인 수치와 같다. 매년 코로나 때처럼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탄소배출은 다시 늘고 있다. 한국은 독일·영국보다 전기료는 몇 배 싸고, 전기 사용량은 몇 배 많다. 전기 1㎾h를 줄이면 탄소배출 1㎏을 줄일 수 있다. 1인당 연간 전기 소비량이 영국은 4100㎾h이지만, 한국은 1만 1000㎾h로 값싼 전기를 펑펑 쓰고 있다. 영국·독일 수준은 아니더라도 1인당 8000㎾h 정도로만 줄여도 석탄발전소 59개를 다 없앨 수 있고, 빠르게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전기소비를 줄이려면 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기후위기를 막는 데 공짜는 없다. 유럽 선진국들처럼 성숙한 인내로 탈성장·탈소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느 정도는 이끌어 내야 한다. 이것이 기후행진의 목적이기도 하다.
기후위기가 증폭될수록 조급함과 혐오에서 나오는 반기업, 반국가, 반인간, 인종주의 같은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기후문제는 지구에 사는 모두가 공동으로 협상해서 대처해야 할 문제다.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 비상시국에 국가의 중심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은 필요하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말은 범위가 넓고, 관념적이다. 남은 시간이 7년이고, 좀 더 실천적이고 임팩트 있는 슬로건이 필요하다. 신학자 존 카푸토는 '내가 나의 신을 사랑할 때 나는 어떻게 사랑하는가?'라고 질문한다. 좋은 질문의 대명사라는 이 질문을 베껴보자. 내가 강남대로에 누울 때 2030년 탄소감축 목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좋은 질문에는 답이 있다.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479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강남에서 기후정의행진 이어져 (노동과세계, 유혜지 기자 (서울본부), 2024.09.10 19:07)
지난 7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 집회는 참가자들의 열정과 결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다. 집회는 오후3시부터 시작되었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다양한 발언과 함께 진행됐다.
여는 마당에서 첫 번째 발언에 나선 정록 907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여서 반갑다”고 인사한 후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있는 힘껏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투쟁과 저항이 다른 세계를 열어낸다”고 밝히며 “이곳 강남에서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바로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는 3부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첫 번째 부문에서는 ‘기후재난의 폭력과 우리의 존엄’에 대한 이야기를, 두 번째 부문에서는 ‘기후위기와 기후부정의에 맞선 투쟁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 부문에서는 ‘기후정의를 향한 우리의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기후위기 기후재난의 가장 대표적 문제는 이상 기후일 것”이라면서 “폭염과 폭우, 폭한 등 이상기후 앞에 온열질환 사고로 현장에서 쓰러지는 건설 노동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건설과 환경은 공존할 수 없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하지만 “용산 참사와 같은 부정한 개발 이익 앞에 서 있는 나쁜 굴착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현욱 가덕도 신공항반대시민행동 활동가는 “부산 엑스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특단의 조치라고 했던 국토부는 부산 엑스포가 무산되고도 특별법을 핑계로 신공한 건설의 모든 문제 제기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가 균형 발전,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허울 좋은 명분은 정치인들의 야욕이 빚어낸 기만적인 수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집회는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강남의 한복판을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시민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집회는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기후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40913.22018004491
[강동묵의 디톡스] 기후문제에도 정의로와야 할까? (국제신문,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2024-09-12 19:18:31)
지난 9월 7일은 어떤 날이었을까? 나무위키에 따르면 이날은 사회복지의 날, 곤충의 날, 푸른 하늘의 날이라고 한다. 이 중 ‘푸른 하늘의 날’은 우리 정부가 제안해서 UN에서 채택된 최초의 UN 기념일이자 국가 기념일이라고 하니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2019년 9월 뉴욕에서 개최된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최초로 제안하고, 같은 해 12월 UN 총회에서 채택된 이 기념일은 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전 세계가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정식 명칭은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이다. 올해 환경부와 외교부 주최로 기념식을 개최했으며, 환경부 소속기관과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와 대비되는 기후정의행진의 ‘세상을 바꾸자’라는 전국적 집회가 언론의 주목을 더 받았다. 이 집회는 2022년 9월에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수 많은 ‘기후시민’이 ‘기후부정의(氣候不正義)’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기후정의행동’을 중심으로 매년 9월 7일에 3년째 실시하고 있고, 푸른하늘의 날 제정 이전인 2019년에도 행진이 있었다. 올해 서울에서는 강남에서 30도가 넘는 땡볕에도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고, 전국에서 동시다발 행진이 있었다.
예전 집회는 서울시청 앞 등 도심에서 열렸던 데 비해 이번에는 강남 테헤란로를 거쳐 삼성역까지 행진하면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의미로 도로 위에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행진 코스에 구글코리아, 쿠팡 로켓연구소, 포스코센터 등이 포함되었는데,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빅테크 기업, 기후재난 속에서 노동자가 잇따라 죽어가고 있는 쿠팡,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포스코 등에 대한 항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기후문제에 관한 행진에 노동문제를 포함한 것은 ‘정의’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올해는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어린이·청소년이 스스로 모여 둘 셋씩 참가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청소년의 환경운동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촉발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시위’가 전세계로 확산한 바 있어 우리에게도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올해 어린이·청소년이 기후문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한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원고가 됐고, 그 이후 2022년 62명의 ‘아기기후소송단’ 등 4건의 소송이 묶여서 진행됐다.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지 못한다며 ‘탄소중립기본법’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지난 8월 29일 정부의 기후 대응이 헌법에 일부 어긋난다는 판결을 받았다. 헌재는 한국 정부가 2030년 이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해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실효적으로 감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따라서 탄소중립기본법의 조항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고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새로운 기후대응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법적 기준으로 탄소 배출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헌재에서는 2030년까지의 목표치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으니, 대체적으로 일반인 입장에서 합의가 가능한 수준의 정부의 문제는 2030년 이후 2050년까지의 구체적 목표가 없다는 점과 함께, 제시한 목표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 들어 강릉과 삼척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건설·가동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하향조정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 관련 내용도 기본계획에서 사라져버렸다. 2030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할당된 예산인 연 18조 원도 외국 기관에서 추산한 78조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석탄발전소 폐쇄나 내연기관 자동차 축소로 인해 해당 산업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노동자는 기후위기로 인한 석탄발전소 폐쇄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지역이나 산업을 지원하면서 일자리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필요하며 또한 가능하기도 할 것이라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커져가고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정부가 새롭게 설립해야 할 기후대응 대책은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미래 세대인 어린이·청소년과 산업전환에 따라 피해를 입게 될 지역과 노동자를 배려하여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1111190002407?did=NA
[젠더살롱] 전례 없고, 유례없고, 이례적인 지구에서 (한국일보, 서영한교 작가, 2024.09.14 04:30)
<182> 기후위기 해법으로 저항을 꺼내 든 시민들
"지구의 대멸종 시대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 그레타 툰베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 중에서
2017년, 아이가 지구에 와서 맞은 첫 번째 봄. 뉴스에서 미세먼지 소식이 연일 계속됐다. 미세먼지는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폐암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했다. KF80 이상 되는 마스크를 쓰라고 했다.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처음으로 공기청정기를 샀다.
그해 여름, 이르게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열돔 현상이라고 했다. 일사병, 열사병, 온열질환에 주의하라고 했다. 물을 자주 마시라고 했다.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처음으로 에어컨을 들였다. 겨울은 온통 북극한파였다. 북극에서 부는 바람이 제트기류를 타고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저체온증, 동상, 한랭질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으로 유리창에 단열재를 붙였다.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그 뒤로 매해 전례 없고, 유례없고, 이례적인 기후는 위기 상태의 지구를 경신했다. 돌봄 생활자로서 엄마-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의 사회적 신체는 전례 없고, 유례없고, 이례적인 기후 신경통이 생겼다.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세요
돌봄과 기후위기는 직렬로 연결되어 '움츠러'들게 했다. 현관문 앞에서 자기 신발을 들고 "나가, 나가자"를 외치며 문을 두드리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야 했다. 현관문(동), 창문(서), 베란다 문(남), 냉장고 문(북)으로 배치된 4대문 안으로 '움츠러'들었다. 기후위기 서사가 돌봄에 포개어지며 기후변화는 기후위협으로 돌변했다. 공기청정기, 에어컨, 단열재 안으로 더욱 '움츠러'들었다. 기거할 장소를 협소하게 만들고, 몸의 이동성을 제한하게 만드는 '움츠림의 지리학'이 활성화됐다. 위협의 감각적 서사 속에서 돌봄을 수행하는 나의 사회적 신체는, 미래에 발생할 고통과 피해를 미리 예감하며, 세계에서 멀어지고 더욱 좁은 공간으로 움츠리게 했다.
국가와 기업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 않는다'라는 불만은 '어떻게 해도 세계는 바뀌지 않는다'라는 절망으로 이어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무력감으로 손쉽게 이어졌다. 과거는 녹아 사라져갔고, 미래는 종잡을 수 없는 혼돈의 시대가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아이를 하나 낳았을 뿐인데, 나의 세계감은 이례적이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기후위기로 인해 돌봄노동 시간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36%의 응답과 돌봄노동을 여성 혼자 부담했다는 87.7%의 숫자 속에는 불쾌감, 짜증(29%)과 무기력(19.8%)의 성분도 포함된다(여성환경연대, 2022). 기후위기에 움츠러든 신체 중 81%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한국리서치, 2024)"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미래를 먹어 치우는 자들
19세기 유럽인이 오스트레일리아를 식민화할 무렵, 일부 선주민들은 이 낯선 이방인들을 "미래를 먹는 자들"(Future eaters)이라고 불렀다. 그들에게 서구의 약탈자들이 먹어 치우는 것은 다름 아니라 '미래'였다. 2018년 8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수업 거부 시위를 시작한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당신들이 미래를 훔치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에 동조한 전 세계의 환경운동가들은 "미래가 불타고 있다, 미래가 녹아내리고 있다, 미래가 침몰하고 있다, 미래를 약탈해가고 있다"고 이어 말했다. '미래'는 고위험 멸종위기종인 셈이다.
그리고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겠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젖어 있지 않겠다고,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말했다. "더 이상은 참지 않습니다."
과학적 해결책, 저항하라
2012년 미국 지구물리협회의 학술대회에서 공학자 브래드 웨너는 "아무런 걸림돌 없이 자원을 고갈시키는 바람에 '지구-인간 시스템'의 응답이 위험할 정도로 불안정해지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유일한 과학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하며 단 하나의 결론을 내놓았다. 그것은 바로 "저항하라(Revolt!)"였다. 무수한 보고서와 논문, 통계와 숫자, 그래프들의 '지금 당장' 화석연료 중심의 탄소 체제를 '긴급히' 멈추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결론에 꿈쩍도 하지 않는 국가와 기업을 향해 저항하는 것이 유일한 '과학적'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이 저항의 깃발에 '기후정의'(Climate justice) 이름이 펄럭인다.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가 불평등한 사회의 위기이고 민주주의의 위기임을 명시한다. 기후정의운동은 불평등과 차별, 혐오와 배제라는 사회적 기후와 멸종이 임박한 생태적 기후가 교차한다. 인권학자 조효제는 한 인터뷰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지구 환경도 못 지키는 것"이라며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논리가 그대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논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후정의운동은 자연보호운동, 친환경운동과 달리 아주 정확하게 '불평등'을 가리키며 '저항'을 활성화한다.
기울기의 정의
Climate(기후)의 어원은 '기울기'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Klima'에서 유래됐는데, 기후재난은 바로 이 '불평등의 기울기'에 따라 가장 낮은 곳부터 차별적으로 차오른다. 2022년 여름,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방에서 벌어진 참사는 여성-장애-빈곤-돌봄이 교차하던 그곳에 '기울기의 정의'가, '기후정의'가 가장 절실했음을 드러냈다.
불평등의 기울기에 따라 기후위기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에게, 부자들보다 빈자들에게, 사람들보다는 비인간 생명들에게 가혹하게 기울어져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상 기후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재난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죽음들이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기후지옥이 된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신 '더 천천히, 더 가까이, 더 관용적이고 생태적으로' 사는 수많은 방법을 상상하고 찾아"(기후정의선언) 나갈 "정의로운 전환"(파리기후협약)은 '저항' 없이는 가닿을 수가 없다.
춤을 추고, 노래하며
저항의 사회적 감각을 익히는 우리 가족행사 중 중요한 하루로 9월 기후정의행진이 있다. 여성의 날,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퀴어퍼레이드와 함께 우리 가족 4대 사회적 명절이다. 올해에도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참가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를 구호로 한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대기업 본사들이 줄지어 선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돌며 3만 명이 함께 행진했다. 올해 공식 기후정의행진 노래는 산울림의 '개구쟁이'를 개사했는데 어린이-반려자도 아는 노래여서 노래가 나올 때마다 따라 부르며 흥겹게 박자를 탔다. 전례 없는 지구의 박자, 유례없는 절망의 박자, 이례적인 저항의 박자, 모두가 정의로운 박자를 함께 탔다. 원곡의 후렴구인 '개구쟁이!'의 자리에 '기후정의!'로 개사한 부분에서 어린이-반려자와 함께 엉덩이를 실룩이며, 오른손을 높이 들고 '기후정의'를 함께 외쳤다.
기후비상사태라는 이례적인 박자 속에서, 불안과 무기력에 짓눌리지 않기 위한 저항의 박자감을 익혀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삶의 박자를 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린이-반려자와 함께 주먹 쥔 오른손을 높이 뻗으며 함께 춤추고, 행진하며 함께 노래 불렀다. "우리 같이 싸워요. 춤을 추고, 노래하며 싸워요/ 재난과 불평등, 민영화 난개발/ 모두 다 멈추고, 정의롭게 전환해/ 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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