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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조형물 ‘세웠다 없앴다’ 혈세만 줄줄

새벽길 2024. 5. 13. 17:25



https://www.naeil.com/news/read/508269
지자체 조형물 ‘세웠다 없앴다’ 혈세만 줄줄 (내일신문, 최세호·곽재우·곽태영·이제형·김신일 기자, 2024-04-23 13:00:01)
대구 80억원 들인 순종 조각상 철거
경남 거제 16억원짜리 거북선 폐기
전문가들 “잘못된 설치 책임 물어야”
찬반 논란 속에 무리하게 설치된 조형물이 잇따라 철거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에서는 역사왜곡 논란을 불러온 순종황제 조각상이 철거되고 있고, 경남에서는 짝퉁 지적을 받아온 16억원짜리 거북선이 폐기됐다. 인천에서는 15억원이 넘는 조명시설물이 철거되기도 했다.
2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중구에서는 80여억원을 들인 순종황제 관련 사업이 7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대구 달성공원 정문앞 진입로 중앙에 위치한 높이 5.4m의 순종황제 조각상과 보행섬이 2일부터 철거되고 있다. 지난 17일 대구 중구청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가 조형물 철거를 최종 결정했다. 중구는 올해 안에 4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각상 등 조형물 6개와 2차로의 달성토성 진입로를 4차로로 넓힌다.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사업은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진행됐다. 조각상은 2억5400만원을 들여 설치했고 달성토성 진입로 보행섬은 7억4200만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중구가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으로 추진했다. 10억여원을 들인 사업을 7년 만에 다시 4억원을 들여 철거하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중구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한 순종황제 어가길도 철거된다. 중구 수창동과 인교동 일원에 2.1㎞ 시설물을 설치해 순종황제 어가길에 숨겨진 구국·항일정신을 다크투어리즘으로 승화시켜 역사교육공간으로 활용하겠다며 진행한 이 사업에는 국비 35억원을 포함 70억원이 투입됐다. 이 길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대구 중구의 순종황제 관련 사업은 시행초기부터 역사왜곡과 친일미화로 논란이 됐다. 대한제국 2대 황제 순종이 한일병합조약 1년 전인 1909년 대구를 방문(남순행)한 것은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황제를 내세워 반일감정을 무마하고 통감정치의 정당성을 위한 치욕의 역사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대구학생들이 철길을 점거하고 남순행을 막으려 했다는 기록도 있다. 또 남순행 당시 순종은 제국군복 차림이었으나 국가의 중대한 의식 때 입는 예복인 대례복으로 설정해 만든 순종 조각상이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최근에는 달성공원 정문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어가길을 없애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기도 했다.
◆전국 곳곳에서 조형물 철거 논란
대구뿐만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조형물 설치·철거 논란이 이어진다. 경남 거제시는 길이 25m, 무게가 120톤이나 되는 거북선을 지난해 7월 폐기했다. 거제시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됐다. 하지만 제작 직후부터 ‘짝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거북선 제작 업체가 국내산 금강송을 쓰겠다는 계약과 달리 값싼 외국산 목재를 쓴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건조업체 대표가 사기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승선체험용으로 제작됐지만 바다에 뜨지도 않았다. 바닥에 물이 차오르면서 선체가 기울었다. 가라앉지 않게 하려고 펌프를 가동해서 24시간 물을 빼내야 했다. 결국 거제시는 2012년 거북선을 뭍으로 끌어올려 조선해양문화관 마당에 전시했다.
인천시는 2008년 송도국제도시 관문에 15억9000만원을 들여 설치한 폭 2.7m, 높이 17m 크기의 조명시설물 3개를 2018년 결국 철거했다. 2009년 세계도시축전을 앞두고 설치됐으나 잦은 고장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해 2800만원을 들여 철거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여러 형태의 조형물이 설치됐다 철거되기를 반복해 혈세낭비 논란이 일자 인천시는 2019년 국민권익위 권고에 따라 ‘인천시 공공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서울시는 한강에 설치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조형물을 철거하기로 했다.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있는 괴물 조형물은 영화에 나온 괴물을 재현한 것으로 2014년 만들어졌으며 제작 금액이 1억8000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높이 3m, 길이 10m 크기이며 한강에 스토리텔링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만들자는 취지로 조성됐다.
다소 흉물스런 디자인으로 그간 논란이 있어 왔기에 철거에 찬성하는 의견도 다수 있지만 문제는 철거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 든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괴물 조형물을 포함해 한강공원에 설치된 조형물 46개 전반에 대해 철거 및 설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철거비용 작가 동의 문제로 철거도 쉽지 않아
경기 이천시도 조형물 철거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천시는 지난 2001년 지역명물인 쌀과 도자기를 형상화한 ‘이래탑’을 만들었지만 유리가 깨지고 조명기구는 녹슬어 흉물이 됐다. 이천시가 지난 2021년 6월 시민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3%가 철거를 원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철거에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데다 작가의 동의를 받아야 해 쉽게 철거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시민 세금을 들여 조형물을 만들고 철거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 장소와의 유기적 관계성이 결여된 탓이라고 지적한다. 공공 조형물 철거를 무조건 문제 삼긴 어렵다는 관점에서 공공조형물에도 이른바 ‘수명’이 있어 역할을 다했다면 철거할 수 있는 탄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다만 단기간에 철거가 추진되거나 잘못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조형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8301
6억 말머리, 3억 꽁치 꼬리…이런 흉물에 세금 쓴 지자체 노림수 (중앙일보, 춘천·고령=박진호·김정석 기자, 2024.05.10 05:00) 
지난 7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농촌문화체험특구장. 농업전시관과 동물농장·캠핑장 등이 조성된 이곳에 거대한 조형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투구를 쓰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말머리 상 ‘왕국의 혼’이었다.
고령군이 2015년 철기문화 상징인 대가야 기상을 표현한다며 청동으로 만든 높이 7m짜리 조형물이다. 말머리 상 옆으로는 대가야 최초의 왕릉으로 추정되는 지산동 73호분에서 출토된 봉황무늬 환두대도(環頭大刀·손잡이 부분에 둥근 고리가 있는 칼)를 묘사한 조형물도 보였다. 이들 조형물을 만드는 데 세금 6억5300만원이 들었다.
수억 들여 만들었는데 “흉물” 민원
애초 이 조형물은 고령군 대가야읍 관문에 위치한 교차로 길가에 세웠다. 하지만 주민들이 흉물스럽다는 민원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2017년 현재 위치로 옮겼다. 이후에도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조형물 눈동자가 무섭게 생겼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고령군 대가야읍 주민 김성덕(50)씨는 “말머리상을 가까이에서 보면 눈빛이 무섭고 밤에는 더 흉물스럽게 변해 기분이 좋지 않다”며 “비싼 세금을 들여 흉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위치를 옮긴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번개시장에 있는 2m 크기 누렁이 형상 조형물도 비슷한 처지다. 누렁이는 원래 1만원권 지폐를 물고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누렁이를 여러 차례 들이받으면서 지폐 모양이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누렁이 조형물은 2014년 ‘문화마을공동체사업’ 목적으로 설치됐다. 당시 ‘낙후된 번개시장 명성을 되살려줄 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상인 의견을 반영해 500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이후 각종 사고로 파손된 조형물이 수년째 그대로 방치되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9일 문화체육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공공조형물은 2만3700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작품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치단체장 ‘치적 쌓기’ 목적 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세금만 낭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름다움·작품성 미달 경우 상당수
아예 철거되는 조형물도 많다.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경주공항 인근에 만든 꽁치 꼬리 모양 조형물이 대표적이다. 이 조형물은 포항이 과메기 특구라는 점을 널리 알리자는 차원에서 2009년 3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추락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2019년 철거됐다.
서울시 여의도 한강공원의 영화 ‘괴물’ 조형물은 곧 철거될 전망이다. 1억8000여만원이 투입된 높이 3m, 길이 10m 규모의 괴물 조형물은 지난 10년간 흉물 논란에 휩싸여 있다가 최근 서울시 공공미술심의위원회가 철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김연아 선수와 전혀 닮지 않은 경기 군포 김연아 조형물(5억2000만원),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는 민원에 철거된 세종시 ‘흥겨운 우리가락’(1억500만원), 만든 지 7년 만에 최근 철거된 대구 순종황제 조형물(7억원)도 있다. 심지어 사기 전과가 있는 조각가에게 속아 복제품을 거액에 사들인 지자체도 있었다.
권익위 권고도 지자체 절반 무관심
일각에서는 공공조형물을 제작·설치하는 과정에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 정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공조형물 건립·관리 관련 조례를 만든 지자체는 243개 시군구 중 137곳에 그쳤다. 국민권익위가 2014년 공공조형물 관련 조례를 제정할 것을 지자체에 권고했지만, 절반가량이 이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배재대 최호택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특성이나 역사와 무관한 공공조형물 난립을 막고 주민과 충분한 소통 과정을 거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