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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40주년에 즈음한 성찰 (라영재, 공공경제 16, 2023)

새벽길 2024. 2. 15. 03:19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40주년에 즈음한 성찰
라영재, 공공경제 _ 2023 | Vol. 16.
공자는 40세가 되어서 미혹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1983년 도입 이후 지난 40여년간 평가대상, 평가지표체계, 평가방식과 활용 등에서 확대와 변화를 거듭해 왔다. 현재도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정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강력한 성과관리 제도로 남아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경영평가제도도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동안 공공기관은 정부의 경영평가를 통해서 선진적인 경영시스템을 도입했고, 각종 정부 정책을 이행하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했다.
지난 8월 감사원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유사한 평가지표의 통폐합, 주요 사업 계량지표의 개선, 경영평가단 구성과 운영의 부적정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렇지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96건이 올라와 있다. 일부 법률 개정안들은 정부의 정책 사항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정부 부처들은 각종 정책을 시행하면서 공공기관에 선도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 정책의 변화나 공공기관 관련 법률의 제·개정에 따라서 평가지표나 평가 내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존립 목적은 공공성이나 효율성도 있겠지만,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Luc Bernier 교수의 지적과 같이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적 수단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정책의 책무성 평가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따라 맞춤형 성과평가를 통해서 공공기관의 혁신과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평가제도로 발전하려면, 지금과 같이 너무 다양하고 이질적인 것을 하나의 평가제도에 다 넣어서 평가하는 방식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정치적인 외풍이나 이해관계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40년간 계속될 수 있었던 비결을 꼽아 보라면, 기획재정부가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교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에 경영평가를 위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관리와 같은 공통 지표의 경우에는 경영학, 행정학을 전공한 교수나 공인회계사들이 평가할 수 있겠지만, 공공기관마다 각기 다른 사업을 수행하는데 일부 사업에만 전문성이 있는 교수 등 전문가가 평가 이외에 평가지표를 개선하고 경영컨설팅까지 하는 방식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단기적으로 평가위원의 전공을 고려해서 평가유형별 평가위원 수를 좀 더 늘릴 필요도 있는 것 같고, 평가위원 위촉 전후에 공공기관 사업에 대한 이해와 평가방식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성과급 배분을 위해 평가등급을 내는 단순한 평정 과정이 아니고, 공공기관의 경영실적 가치를 판단하는 평가(evaluation)임을 우리 모두 다시금 생각해 봤으면 한다.
현재 다양한 경제사회적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 성과를 경영평가라는 제도가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잘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매년 경영평가를 잘 받으면 앞으로 공공기관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은 담보될 수 있는 것일까?
공자는 50세에 천명(天命)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10년 후 경영평가 도입 50년이 되는 시기에는 경영평가를 통해서 공공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제도는 평가지표체계, 평가단 운영, 평가 결과의 공개 및 활용까지 전면적인 개편을 생각해 볼 시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