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아직 가고픈 곳이 많은데... (해외여행)

튀르키예 패키지 여행 10일 - 5. 올림포스 산, 라오디케이아, 파묵칼레

새벽길 2022. 10. 20. 08:21

○ 22.08.29(월) 05:53
4시반 기상. 에어컨에 문제가 있어 추워서 눈을 떴다. 여전히 데이터는 못쓰고 있다. 샤워하고 짐을 정리한 후 일정 정리를 하고 있다. 내가 묵은 객실은 409호인데, 사람이 없으면 방번호가 녹색, 있으면 적색으로 나온다.

6시에 아침식사를 하면서 어제 카파도키아에서 묵은 호텔이 5성급 호텔인지에 대해 논쟁했다. 구글맵 등에는 5성급 호텔이라고 나와 있지만, 냉장고의 미흡한 상태, 에어컨 작동 문제, 얇은 덮는 이불, 나의 경우엔 샤워장 문이 제대로 안닫히는 문제 등이 있어 5성급 호텔로는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한국의 5성급 호텔에 비할 수 없지만 유럽에선 이 정도면 준수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아침식사는 괜찮은 편이다. 역시 과식했다. 

식사 후 짐 정리하고, 양치질 후 퇴실했다. 퇴실하기 전에 객실에서 창밖으로 일출 광경을 보았다. 이 또한 나름 멋진 광경이었다. 일출과 일몰은 새로운 장소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7시에 버스가 출발한 이후 바로 가이드가 오늘 일정을 소개한다.
건강식품 판매점에 들리고, 올림포스산 케이블카를 탑승한다. 점심은 양갈비로 하고, 이후 3시간반 정도 이동하여 파묵칼레에 도착한다. 
건강식품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인대, 물론 구매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전날 밤에 아무래도 속옷이 부족한 느낌이어서 간단하게 빨래를 했다. 런닝셔츠와 팬티, 양말이다. 그리고 바디샤워 겔로는 개운치가 않아서 런닝셔츠 하나를 목욕수건으로 사용하고 양말 등을 아침까지 최대한 마를 수 있도록 의자와 탁자, 침대 위에 올려놓았는데, 아침이 되어서도 다 마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들을 잘 싸서 다시 캐리어에 집어넣었는데, 목욕수건으로 사용하고 나서 세탁을 한 후 의자 위에 올려놓았던 반팔 티셔츠를 챙기지 못했음을 그 다음 호텔에서 다시 짐 정리를 할 때 알아차렸다. 그리고 가이드가 나누어준 여행일정표 또한 객실에 그대로 놔두고 온 듯하고... 일출 장면을 찍을 생각을 했으면서도 왜 빨래를 다 챙기지 못했는지... 뭐, 이 정도는 그리 대수는 아니었지만, 찝찝함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ㅇ 08:00
8시가 조금 못되어 건강식품 매장을 나왔다. 건강식품 매장은 안탈리아 근처의 사리수(Sarısu)에 있다. 큰 맘 먹고 관절, 골다공증에 효험이 있다는 로즈힙(Rosehip) 6통과 바세린을 샀다. 합쳐서 350유로로, 상당한 비용이다. 의료용품은 아니었지만, 나름 신뢰할 수 있을 듯하여 구매하게 되었다. 로즈힙은 하루 아침저녁으로 한알씩 두알, 한통에 1개월, 3개월 적용해 보름 떼고 다시 3개월 복용한단다. 다른 약과 함께 먹어도 상관이 없다 하고... (로즈힙의 효능,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https://m.blog.naver.com/myir0nlung/221710816768 참고) 여기에 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글루코사민도 보너스로 준다. 바세린은 입술 마를 때, 코 건조할 때, 발뒷꿈치 등에 바른다. 바세린은 살 필요가 없었는데, 왜 그 때는 살 생각을 했는지... 이렇게 건강식품을 사는 건 내 평소 성향과는 어울리지 않는데...


ㅇ 08:40
올림포스 케이블카를 타러 가면서 다시 지중해를 접하게 되었다. 
올림포스산이 2365미터인데, 700미터는 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나머지 1600미터를 올라가는 올림포스 케이블카(Olympos Teleferik)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코스의 케이블카란다. 80명까지 탈 수 있는 대형 케이블카다. 편도 운행길이는 4200m, 정상고도는 2365m, 남산케이블카와 비교하면 길이는 7배, 높이는 9배 규모다.


ㅇ 09:17
9시 정도에 700미터 높이의 케이블카 출발지점에 도착하여 줄서서 대기했다. 직원들이 9시 5분경에 먼저 올라가고 우리 일행은 9시 15분 첫 케이블카를 탄다고 했는데, 벌써 9시 20분이다.
정상 기온이 14도 정도라고 하고 바람도 분다고 하여 얇은 외투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고 했지만, 난 그냥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다.

줄을 서서 대기하는 중에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산의 신들이 모형으로 제시되어 있다.

선글라스에, 셀카봉까지 미리 장착해놓고 있으니 줄서서 대기하면서 심플노트에 글쓰는 게 좀 불편하다. 그래도 뭐...
9시 25분 표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왔는데, 케이블카를 청소하는 등 아직 시설점검중인 듯하다. 그리고 케이블카 크기도 80명 규모는 아닌 듯하고... 타는 인원이 많으면 마구 끼워넣는건가. 9시30분이 되었어도 탑승 움직임은 없다. 
그러다 9시 34분경에 탑승하여 35분에 출발했다. 올라가는 데 10분, 내려오는 데 10분이 걸린다. 우리 일행 외에 다른 사람은 네다섯명 뿐이다. 그래서 널널하게 올라갔다가 널널하게 내려왔다. 

바로 앞에 보이는 외국인들 외에는 모두 우리 일행이다.

가이드 말이 날씨가 이렇게 쾌청하여 지중해가 멀리 잘 보이는 경우도 없었고, 이번 투어처럼 케이블카를 전세낸 듯이 우리 일행만 탄 경우도 없었다고 한다. 9시 45분에 올림포스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있는 시설을 Tahtalı Ski Resorts라고 한단다.

케이블카 정거장이 자리잡고 있는 올림포스산 정상은 이 근방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옥상 전망대에 올라가면 사방을 훤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지중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컵라면을 먹었어야 하는데, 그냥 캐리어에 넣어놓고, 컵라면을 먹질 못했던 점은 아쉽다.
이미 올림포스산 케이블카를 탑승했던 이들의 블로그에 보면 케이블카가 절반쯤 올라가면 눈앞이 서서히 구름으로 뒤덮혀 구름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보고 이곳이 왜 '올림포스'인지, 왜 '신들의 산'이라 불리는지 온몸으로 장엄한 전율이 느끼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구름 한 점 없었다. 케이블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갈 일조차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신들의 산임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가이드는 날씨가 넘 쾌청하다고, 우리 일행은 운이 너무 좋다는 말을 연발했지만, 어느 정도 구름이 끼어 올림포스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전망대에 2365m 인증샷은 그럴싸했다. 서울 방향이라고 쓰여있는 표지판과 함께 사진 찍는 것도 좋았고... 다만, 거기서 대형 태극기로 퍼포먼스하는 것은 내 감성이 아니라서 나는 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이 가이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가이드는 작은 태극기를 들고 선두에 섰는데, 불가피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 또한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 이런 날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으려나. 

제우스 대신 헤라와 함께 인증샷
서울은 있는데, 도쿄는 보이지 않았다. 그 만큼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는 걸까.

나, 명희 누나, 영준 형, 계승이, 가이드님, 그리고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

 
ㅇ 10:46
10시 40분에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출발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30분 정도 이동하여 양갈비가 나오는 곳에서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다.
식사를 하러 가는 도중에 영준 형과 명희 누나, 그리고 계승이와의 톡방을 만들어 사진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 

ㅇ 11:17
점심식사를 하기 위한 식당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반드시 화장실을 들르란다.

8월 29일 점심을 먹은 Kuleli Restoran


ㅇ 11:54
점심을 먹은 식당은 Kuleli Restoran으로, 여기 양갈비는 먹을 만했다. 여기에 핫소스가 있었으면 하는 분도 있었지만, 그건 어르신 입맛이고, 나는 그냥 자체로 괜찮았다. 닭고기 수프가 조금 짜긴 했지만 따뜻하게 구운 빵을 찍어먹으면 간이 적당하다. 여기에 밥과 야채까지 하면 양갈비와 잘 어울렸다.

11시 57분에 파묵칼레로 출발했다. 가이드 말이 패키지 여행의 코스가 비슷하고 식사를 할 곳이 뻔해서 점심을 먹은 식당에 사람들이 많을 텐데, 우리 일행밖에 없었던 것도 특이하고 우리가 운이 좋은 거란다. 그러고 보니 이스탄불 외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본 적이 거의 없다. 
 
ㅇ 12:54
한참 여행일지 가운데 빠진 것을 쓰다가 졸음이 와서 잠깐 눈을 부치려다가 파묵칼레 가는 길이 괜찮다는 글이 있어 사진을 찍을까 정신차렸다. 하지만 아무래도 집중이 안되어 다시 졸았다.

ㅇ 14:46
가이드 말이 라오디케이아(발음이 맞나?)에 들렸다가 파묵칼레로 간다고 한다. 라오디케이아까지 한시간, 그리고 파묵칼레까지 10분 정도 남았다고...
졸다가 1시반경에 일어나 여행사진 및 일지 정리를 했다.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지금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정리할 시간이 없다. 쓸데없이 일할 생각 말고 지금은 여행에만 집중하자.
방금 전 우리 일행이 20여분간 쉬었던 곳은 Honey House라고 쓰여 있었는데, BAL EVİ & KIBYRA ANTIQUE RESTAURANT이라고 구글맵에 나와 있다. 여기서 가이드가, 실제로는 투어 회사가 퍼펙트팩을 신청한, 그러니까 선택관광을 모두 하기로 한 20명에게 오렌지쥬스를 쐈고, 이를 신청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가이드가 추가적으로 부담해서 24명 전원이 마실 수 있었다.

 

파묵칼레 가는 길이 예쁘고 초원 같다는 느낌이어서 셀카 찍기 좋다고, 20대 여성이 쓴 글이 있어 가이드에게 문의했더니 글쎄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긴 20대 여성이면 그런 게 예쁘게 보이고 핫플레이스라고 생각할 나이다. 나도 그냥 그저 그랬다. 
샤오미 폰으로 여행 단상을 적고 있었는데, 인터넷 접속이 원활치 않으면서 썼던 부분이 날라갔다. 동기화가 되는 건 좋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다시 쓰지 뭐.
 
ㅇ 15:43
데니즐리(Denizli)를 지나고 있다. 상징하는 동물이 장닭이란다. 이런 곳도 잠시 발만이라도 딛어보는 게 좋을 텐데...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데니즐리(Denizli)

잠시 후 라오디케이아에 도착하고, 이후 히에나폴리스를 지나 10분 후 파묵칼레에 도착한다.
가이드가 내일 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4시반 기상, 5시반 열기구투어 출발, 미리 짐도 싸놓을 것, 5시 25분까지 로비로 나올 것. 열기구를 타지 않는 4명은 6시 20분 기상. 갔다와서 식사를 하고 바로 8시 20분 출발.
파묵칼레는 목화밭 산지라 아웃렛 매장이 많은데, 여기를 방문한다. 양가죽신발이 저렴하단다. 미리 지인들의 의류 사이즈 알고 있으면 구매할 때 좋다고...
그리고 나서 에페소를 간다. 3시간 소요된다. 여기서 다섯번째 쇼핑으로 가죽공장에 간다. 가죽자켓을 사면 좋다. 에페소는 보존도가 좋다. 터키 지역에서 로마유적이 가장 크다. 사도 요한의 무덤도 방문한다. 
이후 한시간 정도 가서 마니사 힐튼호텔에 묵는다.

15시 53분 라오디케이아 고대도시(Laodikeia Antik Kenti)에 도착했다. 30분 정도 머문다고 한다. 라오디케이아의 핵심은 제우스신전과 일요일을 주일로 정한 공의회가 열린 교회인 Basilique centrale이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었다. 멀리 파묵칼레 석회 온천이 보인다. 셀카봉으로 독사진을 찍었는데, 무표정으로 찍은 게 영 별로다. 

라오디케이아에서는 이런 고대 그리스의 흔적을 처음 접하는지라 하나하나가 신기했다.
멀리 보이는 게 파묵칼레 석회 온천이다.
제우스 신전
제우스 신전 앞에서 모두 한 컷
일요일을 주일로 정한 공의회가 열린 교회인 Basilique centrale
무표정한 내 얼굴.ㅠㅠ

파묵칼레에서 다시 한번 선택관광으로 열기구투어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를 다시 할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었다. 왜 두 번씩이나 열기구를 타야 하는 건지... 그래서 애초에 선택관광을 모두 신청하는 퍼펙트팩을 하지 않고 몇 가지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과하다 싶다. 패키지 여행의 비용은 저렴하게 하면서도 선택관광으로 본전을 뽑으려는 여행사의 상술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물론 다시 튀르키예에 오지 않을 것이기에, 그리고 카파도키아에서와 파묵칼레에서의 열기구 탈 때의 광경이 다를 것이고, 다시는 열기구를 탈 일이 없을 것이기에, 파묵칼레에서 다시 한번 열기구를 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비용이 아까워서 그렇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게 있지 않나. 좋은 것도 여러 번 하면 효용이 감소할 수 있다. 
가이드는 날씨 사정 때문에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타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고, 열기구 투어가 두차례 계획되어 있어도 한번도 타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카파도키아에서의 열기구투어가 불발될 경우 파묵칼레에서 열기구투어를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는 게 적절하지 않은지...
 
ㅇ 16:39
파묵칼레로 이동한다. 파묵칼레로 가기 직전 방문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의 의미는 성스러운 도시로, 기원전 190년에 시작된 도시의 유적이다. 로마시대 때의 휴양도시로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한다. 여기는 이탈리아 팀에서 발굴하고 있는데, 지진 때문에 보존도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파묵칼레의 석회층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로마시대의 고대도시유적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한 지역이 이와 같이 복합적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흔하지 않은 경우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24명이 모두 카트로 이동했는데, 아마 자유여행으로 온 사람들은 대부분 도보로 다니는 듯했다. 나도 처음에는 다른 이들이 카트투어를 할 때 도보로 다니는 것이 더 다양한 곳을 다니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봤으나, 오늘은 그나마 덜 더운 날씨라고 하는데, 도보로 다니는 것은 조금 힘들 듯했다. 특히, 패키지 여행에서는 말이지.

여기 로마시대 원형극장이 에페소의 것보다 더 멋있다고 가이드가 그랬는데, 실제 그런 듯한 느낌이다. 원형극장은 1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둥근 관객석 위에서 내려다보는 파묵칼레의 전망이 황홀할 정도로 멋지다라는 평이 있었지만, 실제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원형극장 수용인원에 10배를 하면 파묵칼레에는 당시 10만명 넘는 인구가 살았음을 알 수 있다.

라우디케이아에서 물을 끌어다 쓴 흔적으로 보이는 수로도 있다. 
4시 54분 히에라폴리스에 도착하여 카트 타는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 일행은 두 대의 카트에 나누어탔는데, 운전석 다음의 자리에 앉은 나는 셀카를 찍으면서 다른 일행의 사진, 동영상도 함께 찍게 되었다. 확실히 카트로 이동하는 게 나은 것은 분명하다. 처음 간 곳이 원형극장이다. 원형극장의 아래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서 이동한 곳이 Necropole of Hieropolis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모양의 무덤들이 모여있는데, 당시 요양과 치료를 위해 히에라폴리스를 들렸던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 가운데 이곳에서 죽은 사람도 많았음을 보여준다. 무덤 가운데는 동아시아 양식의 무덤도 있어 여기까지 동아시아 사람들이 왔었다는 걸 알려준다. 물론 이것도 가이드가 설명해줘서 알게 된 사실이다. 무덤과 들풀들, 가끔씩 있는 고양이들은 조금 황량한 느낌을 준다. 

이후 3중 아치문인 지배의 문(Gate of Domitian)에 들러 사진 촬영을 했다. 물론 지배의 문 앞에서는 사진이 잘 나왔다. 하지만 지배의 문의 유적은 이 지역의 잦은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상태로 발견되었고, 모두 새롭게 지은 것이다. 그래서 지은 지 얼마되지 않은 유적 앞에서 사진 찍는 게 그냥 그저 그랬다.


ㅇ 18:19
지배의 문 관람을 마치고 목화의 성(cotton castle)이라 불리워지는 파묵칼레(Pamukkale)에서의 족욕에 나섰다. 파묵칼레는 하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계단식 야외 온천으로 유명한데, 바로 여기에서 족욕을 하게 된다. 클레오파트라가 파묵칼레를 방문한 것도 미와 건강을 위해 석회암 테라스, 온천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니 여기 족욕은 나름 유서가 깊은 셈이다. 물론 클레오파트라의 고대 온천 수영장은 가보지 못했고, 그냥 석회 온천에서 족욕하는 걸로 대체했다.

5시 50분에 6시 20분까지 족욕을 하고 오라고 하여 신발과 양말을 벗어 한 곳에 모아놓고 석회 온천의 거의 끝부분까지 갔다가 15분에 돌아왔다. 물은 미지근했고, 족욕이라기보다는 물놀이하기에 적당했다. 돌아오니 내가 맨 마지막이다. 그냥 둘러보는 수준이다.

6시 21분에 카트를 타고 버스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신혼여행을 온 듯한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석회온천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좋은 기억이 되기를...

화장실에 갔다와서 6시 34분 버스를 타고 숙소인 호텔(Adempira Termal & Spa Hotel)로 출발하여 10분 후에 호텔에 도착했다. 

저녁식사는 닭고기 바베큐와 구운 쇠고기가 나와서 잘 먹었다. 영준 형이 주문한 맥주와 계승이가 가져온 소주를 섞어 소맥을 마셨다. 튀르키예까지 와서 소맥을 마시게 될 줄은 몰랐다. 뭐, 안주가 그럴싸하니 그것도 괜찮다. 


ㅇ 19:47
저녁식사 완료. 또 과식했다.

ㅇ 이후 일정은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 안에서 기억을 되살려 작성했다. 더 늦어지면 기억도 안날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명희 누나는 먼저 들어가고 영준형, 계승이와 차를 마셨다. 주문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어 정작 주문한 것이 나오진 않았지만, 대체되어 나온 차도 마실 만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수영장과 온천장은 11시까지 이용 가능하단다. 실제 일행 중에서도 온천을 이용한 사람도 있었고, 수영장을 이용한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수영복과 수영모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 이는 청결을 위해서란다. 차를 마시면서 수영장을 보니 수영모를 착용하지 않고 수영하러 온 젊은 처자가 직원에게 지적을 당하는 모습도 보였다. 수영복은 가지고 왔고, 수영모는 1~2달러 정도에 간단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맘만 먹으면 수영장에 갈 수도 있었으나, 하루종일 무리를 해서인지 피곤했기에, 객실에서 샤워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객실에서 짐 정리를 하는 동안 수영장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리길래 수영장에 사람이 없어서 분위기를 돋우려 그러나 보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영장 옆 카페가 있던 공간에서 밸리댄스 등 공연을 했던 거였다. 공연이 있는 줄 알았으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가서 관람을 했을 텐데 말이지.
밤에 짐 정리를 하면서 어제 묵은 호텔에 티셔츠 하나와 여행사에서 나누어준 일정표를 놔두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여기는 와이파이가 그럭저럭 되는 편이다. 이날부터는 유심이 안되는 문제로 올텔에 아예 카톡을 보내지 않았다.
8월 30일도 열기구 타는 일정이 있어 일찍 일어나야 했다.
 
○ 22.08.30(화) 05:28
열기구 타는 장소로 가는 밴에 탑승하여 5시 30분에 이동했다.
오늘은 3시 50분에 기상했다. 어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수영장에서 분위기를 돋우려고 하는 줄 알았더니 밸리댄스 공연을 하는 거였다. 알았으면 나갔을 지도 모른다. 온천욕 하는 장소도 있었다는데, 많이 피곤해서 걍 자는 게 나았고, 나오라고 했어도 안나갔을 것 같다. 당구장도 있고, 오락시설이 꽤 있었는데, 이런 걸 미리 말해주었으면 그래도 참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제 밤에 객실(B블럭 2116호, 이 호텔이 엘리베이터가 없는데, 우리는 객실이 모두 지층이라 계단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에 도착하여 좀 쉬었다가 샤워를 하고 짐 정리를 하는데, 두 가지 불상사가 있었다. 왼손가락 중지에 상처가 난 거다. 짐도 옮기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모양이다. 물론 딱히 후시딘 연고 등을 발라야 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두면 아물 듯했다. 다른 하나는 이전 호텔에 티셔츠 한벌을 놔두고 온 것이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지금 생각해보면 둘다 여행중 있을 수 있는 사건이고 불상사라 하긴 어려운 것 같다)  

5시 37분에 열기구 타는 장소에 도착했다. 아니, 다시 이동하여 46분에 도착했다. 다들 굳이 다시 열기구를 타는 것에 대해 감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영준형 부부는 몸이 안좋아서인지 열기구투어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래서 총 18명이 열기구 투어에 참여했다.
열기구 투어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선택관광에 두 차례나 열기구 투어를 배치했어도 한번도 열기구를 타지 못하여 다시 튀르키예에 오는 사람도 있다고 가이드는 그랬지만, 파묵칼레에서의 열기구 투어는 대부분의 패키지 여행객들에게 아니함만 못한 투어로 기억될 듯하다.


ㅇ 07:20
6시 20분에 열기구에 올라 7시 5분에 땅에 내려왔다. 열기구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일출과 일몰을 서너차례 반복해서 볼 수 있었다. 카파도키아에서보다는 파묵칼레에서 열기구 조종하는 이가 탑승한 여행객들을 배려했달까. 하늘에서 본 파묵칼레 석회 온천도 그럴싸했다. 또한 원형극장도... 

오늘 파묵칼레에서 뜬 열기구는 내 눈으로 센 것만 27개에 불과했다. 카파도키아의 1/5~1/10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열기구를 타는 것만으로 보면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하지만 두번째 타는 것이다 보니 카파도키아에서 놓쳤던 부분에 집중하여 열기구 투어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괜찮았다. 특히, 어떻게 열기구의 바람을 채우는지도 볼 수 있었던 것은 흥미로웠다. 하늘에서의 일출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고...


ㅇ 08:20
열기구 투어 후에 호텔로 돌아와서 바로 식사를 했다. 영준 형 내외는 이미 식사를 했다고 한다. 다른 이들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하루 일찍 귀국해야 하는 사정을 새벽에 전해듣고 열기구 투어도 하지 않은 듯하다.

8시 17분경 버스가 출발했다. 오늘은 터키 건국 당시 첫 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일(victory day)이어서 공휴일이라고 한다. 거리 여기저기에 튀르키예 국기와 초대 대통령 케말 파샤의 초상화가 넘쳐난다.
가이드의 오늘 일정 소개.
네번째 쇼핑이 있는 장소에 간다. 면직물 판매장소다. 점심은 비빕밥으로 한단다.
이후 에페소(에파스)에 간다. 여기보다 더 더운 곳이라 31~32도 기온이라 한다.
귀족의 집 방문, 사도 요한교회 방문(요한의 무덤 터를 볼 수 있다). 이후 마니사로 이동하여 숙박. 어제보다는 좀더 일찍 호텔에 들어간다.
 
ㅇ 08:38
쇼핑가게 아웃렛 도착. 이름이 Toko baju Penta Peturun 인 듯한데...
 
ㅇ 09:32
파묵칼레 아웃렛에서 에페소 가죽공장으로 출발한다. 2시간반 정도 걸린다.
아웃렛에서 양가죽신발 등이 추천되었고, 함께 간 일행들은 점퍼, 벨트, 지갑, 신발 등을 골랐는데, 흥정이 안되어서 최종적으로 불발되었다. 나는 예전에 신은 적이 있는 신발과 유사한, 350유로 짜리 신발을 사려 했는데 150유로까지 할인이 되었으나, 그 아래로는 안되었다. 이렇게 사지 않은 걸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

 
ㅇ 11:29
잠깐 눈을 부치고 일어나 여행 사진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도로 양쪽에 즐비하게 심어진 것들이 올리브, 오렌지 나무라 한다. 내 눈으로는 잘 식별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