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아직 가고픈 곳이 많은데... (해외여행)

튀르키예 패키지 여행 10일 - 3. 카파도키아 1

새벽길 2022. 9. 18. 03:24

○ 22.08.27(토) 03:47
3시20분경에 눈이 떠졌다. 한 네 시간 정도 잔 건가. 뱃속이 불편해서 그런 것 같다. 뭘 잘못 먹은 게 있나? 음식은 맛있게 먹었는데, 뱃속이 이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다. 
암튼 지금은 나름 편안하다.
조금 전 4시에 모닝콜이 울렸다. 그렇다면 5시에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내가 아주 일찍 일어난 것도 아니구나.


ㅇ 06:01
오늘은 6시에 버스가 출발한다.
가이드가 귀나이든으로 아침인사를 하면서 묵었던 호텔에 대한 얘기와 오늘의 일정에 대해 애기한다.
가이드가 이번 호텔의 컴플레인에 대해 얘기하자 여기저기서 불만을 토로한다. 청소가 잘 안되어 있어 먼지가 쌓여 있다, 파리가 들끓는다, 방에 에어컨이 없어 너무 덥다, 나의 경우엔 방음이 안된다 등. 베이파자르를 거치고자 하면 아야쉬에서 묵을 수밖에 없는데, 선택지가 우리가 묵은 곳과 애초에 예정되었던 곳 두곳뿐이라고 한다. 난 이 정도면 버틸만하다고 본다. 암튼 앞으로는 모두 괜찮은 곳이라고 하니 기대해본다.
포크와 나이프를 엑스자로 겹쳐놓으면 자리가 있다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국제매너가 있다고 한다. 도난 우려가 있으므로 가방을 놓아서 자리를 맡아놓지 않도록 조언한다.
다시 아침상황. 4시55분경에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이미 많은 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식사도 뷔페식인데, 먹을만했다. 터키에 와서 아침을 과식한다.

오늘은 이빨만 닦고 5시 40분경에 바로 퇴실했다. 객실을 나와서 방키를 반납하고 미국 사는 고종사촌동생에게서 카톡으로 연락이 와서 통화를 했다. 내가 튀르키예에 있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
그렇게 호텔을 나서는데, 가이드가 말을 건넨다. 안탈리아에서 유람선 투어는 나 이외에 다른 커플도 있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파묵칼레에서는 모두 카트투어를 신청해서 나 혼자 남아 있게 되는데, 카트투어를 대체하여 내가 다른 데를 가는 것도 마땅치 않아 고민된다고 얘기하더라. 나는 카트투어로는 정해진 곳만 가게 되어 다른 이들이 카트투어할 때 더 열심히 돌아다닐 거라고 답변했는데, 가이드는 8월의 날씨에 도보로 그렇게 다니기는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고심끝에 나도 모든 선택관광을 하게 되는 퍼펙트팩을 하겠다고 말했다. 파묵칼레 열기구투어(210유로)는 카파도키아에서의 열기구투어와 겹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게 되면 가격차이가 그리 나지 않고(140유로), 여기에 매일 마실 수 있는 생수비용과 마지막날 스카이팩 라운지 파티비용(50유로 상당)을 감안하면 크게 더 부담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 날씨에 카트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하고... 나중에 잔액을 별도 입금하기로 했다. (여행이 끝난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선택이었다. 굳이 필요하면 카트 투어만 하면 되었는데, 필요이상의 선택관광을 한 느낌이다.)
가이드가 버스 안에서 오늘 일정에 대해 얘기한다. 카파도키아로 이동해서 괴레메 야외골짜기, 파샤바계곡을 보고, 데린쿠유도 본다. 지프사파리투어가 있고, 저녁엔 밸리댄스를 관람한다. 여기는 서늘한 곳이고 술도 마실 것이므로, 따뜻하게 입고 나오라고 한다. 열기구투어는 내일 4시반에서 5시 정도에 출발하고, 내일 아침식사는 열기구투어를 하고 와서 한단다.
6시 25분경인데, 버스 왼편으로 일출이 장관이다. 해를 맨눈으로 똑바로 보기 어려운데, 버스 안이라 약간 선탠이 되어 있고, 태양이 구름과 적당히 섞여 보여서 장관을 이룬다. 가이드도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 한다.

6시 35분, 이제 앙카라 시내로 접어든다. 앙카라는 상대적으로 그리 볼 것이 없기 때문에 들리지는 않지만, 튀르키예의 수도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인지 알아두면 좋을 듯해서 오늘은 버스의 앞쪽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앙카라 시내에 들어가자마자 외곽으로 빠진다. 앙카라가 어떤지 알기 어려웠다. 

카파도키아 가는 길에 소금호수를 거쳐 가느냐고 가이드에게 문의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약간 아쉽다. 바로 옆인데, 호수 옆을 지나치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10분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걍 참자. 카파도키아까지는 3시간 남았다.
가이드에게서 카톡으로 온 걸 보니 퍼펙트팩을 위해 내가 추가로 입금해야 할 금액이 350유로, 원화로 468,310.50원이다. 지금 입금해야지. (와이파이가 되길래 바로 입금했다)

ㅇ 07:38
조금 전에 어머니께 어제 썼던 여행 일지와 사진을 텔레그램을 통해 보냈다. 카톡보다는 텔레그램이 나에게는 더 편하고 더 낫다. 그리고 카톡은 대용량 동영상을 보내기 어려운데 반해 텔레그램은 가능하다. 전통적인 의미의 국제통화는 안되지만, 텔과 카톡으로 어머니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보이스톡도 하고... 역시 문명이 좋긴 좋구나. 
이제 부족한 잠을 좀 보충해야겠다.

ㅇ 07:55
막 자려니 7시45분에 15분간 쉬어간다고 한다. 편의점 안에 무료 화장실도 있고...
여기가 marketplus라고 나오는데, 버스가 정차할 때에는 와이파이도 안되고, 에어컨도 안된다. 당연히 구글맵 검색도 안되고...

인터넷이 되어 구글맵으로 검색했더니 편의점은 지도에 나오지 않고 주유소로 검색하니 나온다. 주유소와 편의점이 함께 있다. 한국의 휴게소에는 많이 미치지 못한다.
 
ㅇ 09:26
앙카라와 카파도키아 중간에 소금호수(사막)인 투즈 골루(Tuz gölü)가 있다. 투즈 골루(Tuz Gölü)는 아나톨리아 고원에 있는 터키에서 두번째로 큰 소금호수로, 볼리비아의 우유니사막만큼은 아니지만 소금호수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카파도키아에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로 가는 바람에 이걸 보지 못했다. 대신 소금호수가 약간 보이는 것 같아서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맞는지는 확인이 불가하다.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소금호수라고 생각하고 싶다. 물론 투즈 골루는 물속에 살고 있는 조류 때문에 9~10월에 핑크빛을 띠게 된단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을 동안 버스에서는 가이드가 신청곡을 받아 틀어준다. 거의 모두 30여년 전의 노래들이다. 뭐, 들을만 했지만, 그냥 잠을 보충하기로 했다. 목베개가 없음에도 잠이 잘 오더라. 거의 한시간 정도 졸았나? 이제 한 20여분만 있으면 카파도키아에 도착한다. 먼저 데린두유를 보려나?
이 넓은 땅에 사람은 없고, 밀밭이 이어진다. 아니, 확실하진 않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여기서 벼농사는 어려울 테고, 뭔가 경작한 흔적이 있으니 말이다.
 
ㅇ 09:53
데린쿠유(Derinkuyu)로 가는 톨게이트에서 한참을 섰다. 데린쿠유까지 15분 정도 남았고, 데린쿠유에서 30분 정도 구경을 한단다. 그리고 30분 정도 더 가면 카파도키아가 나온다.
고도 4천미터되는 에르지에스산(Erciyes Dagi)이 화산폭발하여 카파도키아의 기묘한 기암괴석을 이루게 되었다. 지반이 매우 무르기 땜에 동굴을 파기 쉽다. 로마시대 박해를 받은 기독교인들이 200여개의 지하도시를 만들어 살게 되었다. 가장 큰 게 데린쿠유(Derinkuyu Underground City)로, 깊은 우물이라는 뜻이다. 힛타이트 시대에서부터 사람이 살게 되었다. 1960년도에 발견되었는데, (카파도키아는 고대 이름) 어느 소년이 깊은 우물에 빠진 닭을 찾으려고 하다가 발견하게 되었다고 해서 데린쿠유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2만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숨어 산 것으로 추정된단다. 다양한 삶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주의사항은 실내가 어둡기 때문에 머리를 잘 부딪힐 수 있고,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며, 앞사람과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내부는 15도 정도 되니까 얇은 외투를 걸치는 것도 좋다. 

ㅇ 10:57
30분 정도 이동해서 괴레메 골짜기로 간다.
데린쿠유는 정말 지하도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에서부터, 와이너리, 마굿간 등 동굴 안에서 살 수 있는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종교의 힘이 그런 것일까. 빨치산들도 생각나고...

거실에 해당하는 커다란 공간이다.

여기에서는 셀카를 찍지 못했다. 그리고 모자를 가져간 것은 내가 잘못 알아들은 거였다. 좁은 동굴에서 모자는 거추장스러웠다.
방금 전에 카이마클리 지하도시 (Kaymaklı/Nevşehir Merkez)를 지나쳤다. 여기는 데린쿠유에서 10km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 지하터널로 연결된, 두번째 지하도시란다.

카이마클리 지하도시 (Kaymaklı/Nevşehir Merkez). 버스 안에서 찍었다.

이제 카파도키아까지 15분 정도 남았다. 그리고는 버스로 이동하지 않는다. 지프사파리투어를 할 때에는 다른 이들은 보통 한창 네명씩 배정되었는데, BTS는 세 명이 한차에 타게 되었다. 이 또한 기대된다. 여기서부터는 선글라스를 써야겠다.
 
ㅇ 11:23
카파도키아에 거의 도착했다. 맨처음에 비둘기집으로 가득한 바위산인 우치히사르에 간다. 우치히사르에 곧 도착한다. 이는 지프사파리투어 중에 보게 되는 오르타히사르(Ortahisar)와는 다르다. 점심식사는 항아리케밥을 먹는다.

ㅇ 11:40
우리가 운이 좋아서인지 우치히사르 성(Uchisar Castle, Uçhisar Kalesi)도 방문객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사진 찍기가 훨씬 좋았다. 다만, 선글라스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던 게 문제다. 여기 꼭대기에 가면 카파도키아의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럴 시간까지는 없고, 또한 열기구를 타면 카파도키아의 전망을 볼 수 있겠기에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했다. 

우치히사르 성(Uchisar Castle, Uçhisar Kalesi). 가이드는 세계 최초의 아파트가 아닐까 하고 얘기했지만, 어떻게 저기에서 살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이제 식사를 한다. Sileme Kaya 식당인데, 검색이 안된다. 12시 10분경까지 식사를 마쳤다. 

항아리케밥이다. 카레맛이 나는 잡탕찌개라고 해야 하나. 다들 잘 드시더라.
항아리케밥을 만드는 과정을 눈 앞에서 시연한다.

여기에서 대기하다가 바로 12시 30분경 지프사파리투어를 하는 4륜구동 지프차를 올라탔다.
그리고 나서 네 군데를 돌았다. 처음 들린 곳이 피죤 밸리(비둘기 계곡, Güvercinlik Vadisi)다. 아무리 박해를 피해서라지만, 이런 곳까지 와서 거처를 마련하고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더라. 작은 구멍들은 비둘기들이 다닐 수 있는 통로라고 한다.

피죤 밸리(비둘기 계곡, Güvercinlik Vadisi)
여기에서 처음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두번째는 어디인지 기억해놓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날씨가 좋아서 멀리에 있는 에르지에스산(Erciyes Dagi)까지 보였다. 이 때부터 가이드가 '진짜로', '퍼펙트', '운이 너무 좋다'라는 표현을 남발했다. 

세번째는 Lavanta Panorama로 카파도키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탁트인 전망이 멋진 곳이다. 여기에서 오르타히사르(Ortahisar)라는, 카파도키아 시내 중앙에 자리한 90m 높이의 바위 성채를 제대로 볼 수 있다. 

Lavanta Panorama는 카파도키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탁트인 전망이 멋진 곳이다.
Lavanta Panorama에서 오르타히사르(Ortahisar)라는, 카파도키아 시내 중앙에 자리한 90m 높이의 바위 성채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판잘리크 킬리세 교회(Pancarlık Kilisesi, 석굴교회)이다. 여기에서 가이드가 개인별로 사진을 찍어준다. 판잘리크 계곡 보러가는 길이 예쁘다고 하는데, 우리가 탄 지프의 기사가 거칠게 차를 몰아서, 그리고 판잘리크 계곡을 보러간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연인들의 계곡 (남근석 계곡, Aşıklar Vadisi)은 갔는지 안갔는지 모르겠다.

이런 곳에 석굴교회를 지은 엄청난 신앙심이 느껴진다.
판잘리크 킬리세 교회(Pancarlık Kilisesi, 석굴교회) 내부에서 개인사진을 찍었다. 선글라스를 써서 다행이다.

석굴교회를 관람하고 나서 기념으로 간단하게 샴페인 한잔씩을 했다. 그냥 시원한 맛 정도다.


ㅇ 14:34
괴레메 야외박물관(Göreme Open Air Museum, Göreme Açık Hava Müzesi)으로 간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은 중세 시대에 화산암을 깎아 만든 예배당 단지로, 내부가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다. 여기는 내부는 찍을 수 없다.

보존상태가 가장 좋은 안불교회를 방문했는데, 그냥 그저 그랬다. 동굴 안에 이렇게 예배당을 만든 정성은 놀라운 것이지만,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큰 감흥은 없었다. Yilanli(Snake) Church도 마찬가지.

어둠의 교회(Dark Church, Karanlık Kilise) 외부. 내부의 프레스코화와 아치형 천장은 촬영 금지.

어둠의 교회(Dark Church, Karanlık Kilise)는 바위 동굴 내부에 지은 이 어두컴컴한 교회는 생동감 넘치는 프레스코화와 아치형 천장으로 유명하다. 그나마 보존상태가 제일 나았다. 오는 길에 낙타를 타보는 모녀 한 컷.

가이드는 이번 패키지팀이 날씨운이 좋다는 얘기를 자주 했는데, 정말 너무 맑은 날씨다. 

ㅇ 15:28
괴레메 야외박물관에 갔다 와서 이제 카페트학교로 가서 편하게 카페트 짜는 걸 구경하면 된단다.
애초에는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정보를 통해 가고자 했던 카페트가게가 있었는데, 패키지 일정상 그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투어의 첫번째 쇼핑으로 카페트 학교에 가서 괜찮은 게 있으면 살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천연염색재료를 사용하고, 이중매듭으로 하는 등 튀르키예 카페트는 유명하다. 그런데 가격을 물어본 결과 실크는 2000만원 가까이 하고, 가장 싼 것도 미리 사려고 계획하지 않았던 한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이었다. 튀르키예 카페트는 앤티크로서, 소장은 물론 재테크 수단으로도 유용하다고 했지만,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결국 매장 설명자는 나름 유창한 한국말로 설명을 잘 해주었지만, 우리 일행 가운데 카페트를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사사진 같은 느낌이다.
이걸 한땀한땀 짰다는 게 넘 신기했다.


ㅇ 16:27
카페트학교에서 나와 파샤바계곡으로 갔다. 파샤바계곡(Pasaba Valley)은 3개의 버섯모양의 바위로 유명하다. 스머프마을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Fairy Chimneys (Paşabağları Müze ve Örenyeri)라는 곳도 파샤바계곡에 포함된다.
파샤바계곡으로 가는 길에도 기암괴석들이 가득하다. 쌍봉낙타 모양을 한 바위도 있고...

가이드가 내일 열기구투어를 픽업시간이 확정되었기에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얘기한다. 5시 10분까지 나와야 하고, 4시에 기상하여, 미리 짐을 다 싸놓으라 한다.
16:49  파샤바계곡에 도착했다.
 
ㅇ 17:28
5시에 파샤바계곡에 들어가서 20여분 머물렀다. 30분까지 돌아오는 것이라 느긋하게 봤는데, 그 정도까지 길게 있을 곳은 아닌 듯하다.
다만, 여기에서도 바위를 파서 예배당을 만든 곳을 보았다. 아무리 로마의 박해를 피해서라고는 하지만, 이런 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저기를 다녀보면서 내가 당시의 기독교인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들에게 신앙은 목숨과도 같은 것일 터이다. 자신들에게 또다른 비전이나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석굴교회 등을 마련하는 것은 그들의 간절함이 반영된 것이었다는 거다. 그리 생각하면서 보니 또 다르게 보인다. 

파샤바계곡에도 바위를 파서 예배당을 만든 곳이 있다.

가이드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일 일정에 대해 설명한다.
4시 기상해서 로비로 모이는 시간은 5시 15분인데, 5시 10분까지 집합하고, 화장실에도 미리 다녀와야 한단다.
열기구 탈 때 멀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서서히 올라갔다 서서히 내려오기 때문이다(실제 그랬다). 열기구 타는 시간은 40분 정도이고, 돌아와서 식사 후 안탈리아로 출발한다. 안탈리아까지 8시간 정도 걸린다. 다만, 방 키 반납은 식사 후에 떠날 때 하도록 한다.
맑은 날씨가 예상되며, 새벽에는 다소 쌀쌀할 것이므로 얇은 자켓을 입어도 좋다고 한다.
안탈리아는 보통 40도를 육박하는데, 우리는 29도로 낮은 편이라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호텔에 도착하면 방 키를 받아서 잠시 쉬었다가 7시까지 식사하러 내려오면 되며, 8시에 밸리댄스 관람을 위해 나와야 하고, 서늘한 곳에서 공연이 진행되니 자켓 준비도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ㅇ 20:00
밸리댄스 구경하러 다시 버스를 탔다. 호텔 근처인지 알았더니 30분 정도 가야 한다고 한다. 공연장 갔다 오면 11시가 넘을 듯하다.
가이드의 밸리댄스 공연 소개. 
앞쪽에 약간 지루한 부분이 있고, 마지막에 혼자 추는 댄서의 춤이 하이라이트다. 최근 남성 밸리댄서도 영입되었다고 한다. 관객도 함께 추기도 하는데, 불려나오면 꺼려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오늘 공연에 터키 관객들이 많고, 한국인은 우리 뿐일 것 같다고 한다. 술 종류도 다양하게 있으니 취향대로 마시면 될 듯하다고...
특이한 터키 술(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도 맛보면 좋은데, 사자의 젖이라고 한다. 맥주는 무한리필로 마실 수 있는데, 내일 열기구 투어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마실 것을 주문한다.

나의 여행 단상.  
6시경 호텔의 내 객실(3403호)에 들어와 짐 정리를 대충 하고 샤워를 했다. 이 객실은 2인실(싱글베드 2개)인 듯한데, 크기는 어제 묵었던 호텔의 1/3도 안되는 수준이다. 캐리어를 제대로 놔둘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쓰지 않을 침대 위에 펼쳤다. 어매너티(샴푸, 샤워겔, 수건 등)는 그럭저럭. 
일단 저녁식사 때는 반바지를 입었다가 공연 보러 가기 전에 긴바지로 갈아입었다. 봐서 내일도 이걸 입을 생각이다. 
저녁식사하러는 10분 정도 일찍 나섰다. 같이 여행하는 모녀와 함께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윗층에서 타고 내려온 외국인 두명이 우리 보고 three person 어쩌고 하는 거다. 층마다 엘리베이터 앞에 쓰여진 대로 3명제한인데, 왜 5명이 타느냐는 거겠지. 그래서 모른척했다. 사실 4층 객실로 올라갈 때도 캐리어를 가진 우리 일행 5명이 빠듯하게 타고 올라갔는데, 그냥 몸만 가진 5명이 타는 게 뭔 문제일까. 이 호텔이 오래되어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0층인 식당(로비는 1층이다)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7시 정각에 맞춰 개장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3구역에 배정받았는데, 식당 문이 열리자마자 나이프와 포크를 X자로 겹쳐서 자리를 맡아놓고, 음식을 가지러 갔다. 피데라는 이름의 고로곤피자 같은 빵에는 줄이 너무 길어서 가지 않았는데, 이미 가지고 온 사람이 나눠줘서 이를 먹었다. 먹을 만하다.
옆자리의 자매 가운데 언니(부산 살고 40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고 한다)가 자신은 달걀 가운데 노란자를 먹지 않는다고 나에게 3개나 준다. 그래서 내가 가져온 달걀은 자신을 채플린이라고 불러달라는 분의 와이프에게 주었다. 역시나 오늘 저녁식사도 과식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다음날 새벽 열기구를 타게 된다.


ㅇ 20:41
공연장에 들어와 술을 마셨다. 와인은 별로다. 싸구려 와인인 듯하다. 나중에 인천으로 돌아갈 때에는 비행기 안에서 맥주 대신 와인을 시켜야겠다.
터키식 술도 별로고, 차라리 생맥주가 낫다고 생각했다.
8시 50분경부터 공연 시작.

여성인 줄 알았던 남성댄서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반전의 공연이 펼쳐져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주었다.
9시 25분경에 1부를 마치고 쉬었다가 9시 32분경 공연이 재개되었다. (동영상을 찍어서 업로드할 만한 괜찮은 사진이 없다)

사진작가님이 찍은 거다.


ㅇ 22:20
이번 밸리댄스 공연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여성댄서의 단독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공연이 있었으나, 너무 늦어지면 안될 듯하여 10시경에 바로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우리 일행 가운데 나와 동갑인 친구가 불러나가 여성 댄서와 춤을 추는 행운을... 내가 지목받았으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난 꽁무니를 했을 거다.
전체 공연 중에 밸리댄스가 전부를 차지하는 건 아니고 상당부분은 튀르키예의 전통댄스인 것으로 보인다.
암튼 흥미로운 공연이었다.
공연 보면서 생맥주 두잔, 화이트와인 한잔, 그리고 터키술 한잔을 마셨다. 내일 열기구를 타는데 컨디션에는 큰 영향이 없을 듯하다.
공연장은 예상대로 서늘했다. 반바지 입고, 긴팔 티셔츠를 입은 건 적절한 선택이었다. 내일 열기구 탈 때도 이 복장으로 가기로 했다.
들어가서 바로 자야지. 사실 피곤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