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어제 밤 귀가하면서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넘치는 빗물을 보면서 저지대나 반지하에 사는 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관악에서 반지하 집이 침수되어 발달장애인이 포함된 가족 3명이 사망했단다. 안타깝다.
ㅇ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서울 곳곳에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던 8일 밤에 자신의 페북에 "맛있는 찌개에 전까지…꿀맛입니다"는 글을 올렸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단다. 공직자라면 SNS도 눈치껏 해야 하는 것 아닌가?
ㅇ 도림천은 범람했겠다. 저번에 보니 물이 불어나는 게 한순간이던데, 설마 이런 난리통에 물가로 들어가는 이는 없겠지? 계속되는 폭우로 지반이 약해지면 발생할 수 있는 산사태도 걱정이다. 관악, 구로, 금천, 영등포, 동작, 서초구 등에 산사태 주의보, 경보가 발령되었다는데, 피해가 없기를...
ㅇ 어제 지하철역 침수나 누수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었고, 무정차 운행을 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어제 밤 귀가길에 지하철 탔을 때에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난 운이 좋은 편이었구나.
ㅇ 오늘 비가 오면 재택군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도 난리였겠구나. 지하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고, 도로 통제도 여기저기 있을 테니 교통 혼란이 있을 수밖에... 출근시간 조정이 불가피했겠네. 이런 날은 재택근무 공지를 내려야 하지 않나? 물론 행정,공공기관은 예외이겠지만...
ㅇ 이번 폭우를 기후변화와 연결시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해 토 다는 인간은 인간 취급해선 안 된다.
ㅇ 오세훈 서울시정을 보면, 서울시의 중대재해와 안전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안전총괄실 실장과 국장이 공석이고, 수방 및 치수 예산 986억원 가량을 감축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인재의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강남 일대 저지대는 2010년, 11년, 12년, 20년에 물바다로 변한 적이 있었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수일 전부터 예고된 집중호우에도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서울시의 피해 대책이 허술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2011년 오세훈 시장 재직 시 광화문 광장과 강남역 일대 침수, 우면산 산사태로 16명 사망 사건이 있었던 걸 감안하면 오세이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수긍이 된다.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책은 나올 수 없나? 하긴 이것도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라 긴축 중심의 기조에서는 쉽진 않을 거다.
ㅇ 10년 동안 박원순 시장이 수방 대책을 잘 세웠는지도 물론 따져봐야겠지만, 침수피해가 났을 때 전임 정권, 전임 시장 탓하는 게 상식적으로 적절한가? 이런 상황에서도 전임 정권, 전임 시장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포털을 장식하는 걸 보면 이 정권이 얼마나 민심과 멀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이들은 정신 못차리고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상대편 당 탓하는 건 왜 한결 같은지...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ㅇ 어제 밤에 어머니는 혹시 모르니 TV뉴스 켜놓고 상황을 주시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TV에서는 KBS1만 빼놓고 뉴스특보가 없다. 그냥 예능 프로들. 상황이 심각해진 후에야 뉴스들이 나온다. 서울시도 그렇지만 중앙정부 자체도 수해에 대비한 재난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런 적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어디에 있나? 코로나 대책만 자율방역이 아니라 호우 대책도 자율 수방 대책인가?
ㅇ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 광화문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와 비 피해 현장을 방문하려 했으나, 대통령 관저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음에도, 주변 지역이 침수되어 자택에서 고립되었단다. 이런 긴급상황에서 대통령이 집무실도 아니고 자기 집에서 고립되었고, 그래서 사저에서 전화로 지시한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할 때 국가안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 걸 기억하는데, 이번 수해는 안보 문제가 아닌가 보지? 국가재난 상황에 최고정책결정자, 최고 재난관리자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고, 비효율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 않나? 유사시 대통령이 고립되는 위험한 상황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재난 재해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대응능력이 있는걸까? 비상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겠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을 염두에 두었다면 이번 수해를 논란 해소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논란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관저와 집무실이 가까워야 하는 이유를 오히려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ㅇ 헬기 이동도 안전 문제와 소음 피해, 주민 불편 등을 우려하여 취소했단다. 이런 상황에서 소음 문제를 신경쓰다니 사안의 경중 판단이 안서나? 뭐시 중한디? 어제 밤에 술 마시고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ㅇ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어제 오후 9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실시간 보고받고 지침 및 지시를 내렸다"며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보고나 의전에 신경쓸 수밖에 없고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로 실시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단다. 그냥 회의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이동이나 전화 보고, 지시가 필요 없는 청와대에 있었으면 그런 변명 자체를 할 필요가 없었다. 아예 퇴근을 하지 않고 상황대기했으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ㅇ 대통령실은 사저에서 전화로 보고 받고 지시내린 것에 대해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했단다. 대통령 혼자 전화 하면서 상황 체크하는 곳이 상황실인가? 상황실이라면 최소한 관련 사건의 관계부처 관료들이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놓고선 9일 오전에 윤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을 찾아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했다고 나온다. 이왕 사저를 재난대책본부로 삼은 거 계속 그렇게 하지 그랬나?
한마디로 총체적인 부실 대처, 무능 대처다. 24% 지지율도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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