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백기완 선생이 돌아가신 이후 페이스북이나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애도 분위기는 이른바 거인, 거목, 큰별로 묘사되는 이가 돌아가신 것에 비견된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4~50대 이상 연배에서 자신이 좌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운동권 언저리에 있었고, 지금도 왼쪽에 서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해온 나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2월 19일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백기완 선생 영결식장에는 500여명이 넘는 이들이 모였는데, 이 코로나 정국에도 그 자리에 나온 많은 이들에게 백기완이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가 각별했기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을 모아내는 자리는 이번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이다.
1995년 민주노총 창립과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등으로 노동자민중운동, 노동자민중정치의 제도화(?)가 이루어진 이후 백기완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었던 것은 더이상 현실적인 힘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약화되면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우리의 노동자민중운동에 백기완 선생만한 분은 없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얘기했듯이,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을 거치며 운동권 절반이 ‘정권의 인사’가 되었을 때도, 노무현 정권 시절 그야말로 재야가 사라지고 오롯이 노동자들만 남아 ‘철없는’ 투쟁을 할 때도, 백기완 선생은 현장과 함께하면서 늘 맨 앞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는 거의 유일한 어른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게 많은 이들에게 피상적으로 다가오는 백 선생에 대한 사회적 애도 분위기와는 별개로, 지금 현재 우리 운동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그 누구보다 백기완 선생의 별세를 아쉬워하고 가슴아파하며, 그가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했던 이유 아닐까.
백기완 선생에 관한 얘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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