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사회, 문화예술, 일상

집무실 앞 시위 헌법정신 몰각? 기본권부터 배워야할 언론 (미디어오늘, 2022.05.14)

새벽길 2022. 5. 19. 01:13

으로도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시위가 행해질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 집무실 앞 시위에 대해 언론이 지적하고 있는 것들은 헌법상의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언론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 쪽(예전엔 청와대라고 했는데, 이제는 뭐라고 해야 할지가 애매하네. 국민의집?)이 모델로 삼았다는 미국 백악관 앞에서 행해지고 보장되는 시위와도 제대로 비교해보고... 소통의 장은 개뿔...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001
집무실 앞 시위 헌법정신 몰각? 기본권부터 배워야할 언론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2022.05.14 19:10)
[비평] 법원, 대통령 집무실 앞 시위 허용…청와대 폐쇄, 용산 이전 취지 ‘소통’ 아니었나
경찰, 대통령 눈치보느라 법원 판단까지 무시…일부 언론도 나서 시위 비난, 새 정부 눈치보나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에 단 하루도 머물 수 없다며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이유는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고, 국민의힘 의원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에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추가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규정부터 보자. 집시법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를 보면 일부 장소에 대해 100m 이내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11조 3호를 보면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등을 금지 장소로 명시했다. 기존 대통령은 청와대, 즉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한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이 규정으로 관저 100m 인근 집회가 금지되는 효과를 봤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이 공적인 업무를 보는 집무실(구 국방부 청사)과 대통령의 집인 관저를 분리했다. 그러자 경찰은 집무실에 관저가 포함된다며 용산 집무실 100m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0일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100m 집회금지 대상에 대통령 집무실도 명시하는 내용이다. 

▲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에서 용산 집무실 100m 집회를 허용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법무부 지휘를 받아 즉시항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도 경찰 주장을 승인한 것이다. 
‘소통’ 취지가 무색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고 여당과 경찰, 법무부까지 합세한 가운데 언론에선 이 사안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시위를 악습으로 규정, 법원 판단 ‘어이없다’는 문화일보
문화일보는 지난 12일 사설 “‘대통령실 코앞 시위 허용’ 황당 결정과 악습是正(시정) 과제”에서 법원 판단에 대해 “이것이야말로 ‘법률의 통상적 취지’를 벗어난 황당한 판단”이라며 “헌법정신까지도 몰각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이없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대통령실 이전은 국민과 소통을 확대하면서 투명한 국정을 펼치겠다는 윤 대통령 결단에 따른 점에서 집회·시위 등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도 새로운 전기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법원은 이런 전반적 상황을 종합해 시위 악습은 시정하면서 합리적 표현은 보장하는 방향으로 상급심에서 잘못을 바로잡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정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악습’으로 비난하며 “시정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소통을 확대하려고 하고 집회와 시위가 표현의 자유인 것을 인정하면 논리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인정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시위 악습’을 꺼낸 것이다.
집시법 위반 가상사례 끌어와 시위 비난한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지난 13일 사설 “‘민의의 전당’ 용산, 소음으로 얼룩져선 안 돼”에서 “윤 대통령이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적극 밝히거나 아예 시위 주최 측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자리를 정례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해 해결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각종 집회 주최 측이 확성기를 크게 틀며 집시법에 허용하는 범위 이상의 소음을 유발하거나 교통 정체를 일으키는 등 시민의 일상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무분별한 집회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도 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며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했기 때문에 시위를 금지하는 것을 무작정 옹호하진 못했다. 그런데 서울신문은 느닷없이 시민단체가 집시법을 어겼다는 전제 하에 집회에 대해 비난했다. 
용산 집무실로 이전한 뒤 시민들이 필요 이상의 소음을 유발하거나 교통정체를 일으켜 집무실 일대 시민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었나? 무분별한 집회가 악의적이고 반복해 열렸다면 해당 단체에 대한 비판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경찰은 집시법조차 지키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집무실 인근 집회를 금지해오고 있다. 현재 집시법 취지를 어긴 건 경찰이다. 
또한 일부 단체들이 집시법 취지에 어긋나도록 집회를 했다면 그 단체의 문제일 뿐이다. 서울신문은 용산이 “소음으로 얼룩져선 안 된다”며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성숙한 집회 문화가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역시 집회 문화가 성숙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집회에 나선 시민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서울신문의 사설은 논점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시위 자체를 비난했다. 이번 집무실 앞 집회 금지 논쟁 훨씬 이전부터 집시법 11조 자체가 국민의 저항권이나 표현의 자유를 위반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 3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국가기관 편의를 위해 시민의 기본권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집시법 11조 폐지를 주장했다. 
법원의 집회 허용으로 시민불편?
법원의 집회 허용 판단은 집시법에 대한 해석이자 경찰의 무리한 기본권 통제에 대한 경종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법원 판단으로 시민불편을 야기한다는 논지를 폈다. 
뉴시스는 12일자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허용…‘교통 지옥’ 용산 현실화”에서 “이에(법원 판단) 따라 용산구에서 생활하거나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교통 통제 등으로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법원 “집무실 100m 앞 집회 허용”… 삼각지, 시위 집결지 되나”(서울신문 12일자), “집무실 100m내 행진 허용…용산 시위 몸살 앓나”(국민일보 12일자), ““동네 갑자기 시끄러워졌다”…삼각지역 13번 출구, ‘집회 1번지’ 급부상”(데일리안 14일자) 등의 보도도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제공은 청와대에서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윤 대통령에게 있다. 용산을 중심으로 소통하겠다고 나선 만큼 집무실 인근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침 혼잡한 시간에 서초동에서 용산까지 출근하면서 교통혼란을 가중하고 있지만 이들 언론은 소통하겠다고 용산을 찾은 시민들을 비난하는 꼴이다.  
일부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비난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정부출범 직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과 비슷한 구조로 구성했다고 홍보했다. 백악관을 벤치마킹해서 소통을 강화했다는 취지였다. “백악관 닮은 용산”(조선 12일자), “백악관 본뜬 집무실”(중앙 12일자), “‘백악관처럼’ 참모들 수시로 들락날락”(뉴스1 12일자) 등 대통령실 입장을 그대로 전한 보도들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은 100m 집회 금지 규정이 없어 시민들이 백악관 바로 앞까지 접근할 수 있다. 
우왕좌왕 경찰 비판한 동아일보 “새 정부 눈치보나”
보수매체에서도 경찰의 과잉충성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동아일보 13일자 사회부 기자의 “대통령실 인근 집회 놓고 새 정부 눈치보는 경찰”을 보면 법원의 집무실 인근 행진 허용 판단 직후 경찰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가 ‘항고하겠다’는 입장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경찰 항고가 실효성이 없는데도 경찰 측 관계자가 “즉시항고는 의지 표명”이라고 실질 효과가 없음을 인정한 것도 함께 전했다.
동아일보는 “관저와 집무실의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는 점에서 경찰의 자의적 법해석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반대 의견에 귀를 닫고 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를 고수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소통 강화를 이유로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사실과 용산공원 담장을 낮춰 시민들과 눈을 맞추겠다고 한 점 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12일 사설에서 “숱한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국민에게 더 가까이’를 명분으로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였다면, 집무실 근처에서 국민들이 다양한 의사를 표출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옳다”며 “윤 당선자 쪽이 모델로 삼았다는 미국 백악관 앞에서도 시위는 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이 시민들의 입을 막을 게 아니라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 강행한 윤 대통령에게 질문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