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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자 검거 성과급 논란, 그리고 전면 백지화 과정

새벽길 2008. 8. 9. 15:29
성과급이 이렇게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서울경찰청은 손수 보여주었다. 경찰 내부의 비판여론과 시민사회단체 및 야당의 거센 비판 때문에 철회하였지만, 경찰 수뇌부의 머리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인 셈이다. 그것도 나름 합리적이라는 김석기 신임 서울경찰청장이 고안한 것이라고 하는데, 어청수 경찰청장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그러했을 수도 있지만, 경찰이 이런 식의 발상을 하다는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다.
 
실제 8월 5일 촛불집회에서 경찰들은 색소가 든 물대표를 쏟아대기도 하고, 짐짓 소강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종로의 큰 대로에서 100여 미터를 쫒아가 시위대를 잡아내는 끈질긴 집착력을 보여주었다. 나야 무서워서리 중간 쯤에 있다가 대열에서 빠져 인도로 올라섰기에 지나간 경찰 뒤에서 진압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약간 판단이 느려 도로에 있었던 시위대와 깃발을 든 이들, 그리고 미리 채증하여 체포대상자로 찍힌 이들이 연행되었다. 여기에서는 항의 같은 것도 소용없다. 이전 시위 때처럼 왜 잡아가느냐며 도로에서 경찰에게 항의할 경우에도 짜알이 없기 때문에 일단 연행될 경우에는 방법이 없다.
 
이번 '시위자 검거 성과급' 논란은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그 관련기사를 담아온다. 서울신문이 단독보도를 한 후에 논란이 확산되었다. 물론 이것이 바로 인간사냥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은 5일 촛불집회에서 오창익 님이 발언했던 내용인데, 아마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알게 되었나 보다.
 
보론.
그나저나 이제는 무서워서 집회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다. 과거와 같이 사수대가 있고, 집회를 지켜낼 수 있는 간단한 보위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비폭력 기조 하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병 던지는 것조차 폭력으로 간주되는 현실이니 할 말 다한 것이다. 그래서 경찰들이 나타나 진압에 들어가면 속수무책으로 해산될 수밖에 없고, 마스크나 손수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물론 폭력화의 이면에서 청소년들의 참여가 눈에 뜨게 줄어드는 것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한겨레의 촛불집회 평가기사에서 청소년 카페 담당자들도 지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사소한 것마저 폭력이라고 우기고,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상황에서 5월달처럼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실망감이나 피로감 때문에 촛불집회의 열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대처도 큰 이유 중의 하나인 만큼 집회 참여자 수로 촛불집회의 열기를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안이 있는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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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자 검거 성과급’ 논란 (서울, 장형우기자, 2008-08-06  1면)
불구속 2만원 구속땐 5만원
  
서울지방경찰청이 시위 참가자를 검거한 경찰관들에게 연행인원 및 연행자의 구속여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마구잡이식 연행이 우려되고 있으며 ‘인간사냥’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5일 기존의 정규 경찰 기동단원과 시위진압 ‘경찰관 기동대’ 대원이 검거한 연행자가 불구속될 때 1인당 2만원씩, 구속될 때 5만원씩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성과급은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난 5월부터 소급해 산정된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5월 이후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사람들과 이들을 검거한 경찰관의 분류·집계 작업에 들어갔다.
 
촛불시위 90여일 동안 연행자는 1057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구속·불구속 및 사법처리 대상자는 이미 900명을 넘어섰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시위 현장 검거는 전의경이 아닌 직업경찰 기동단에서 전담해 왔다.”면서 “그러나 장기간 대규모로 계속된 이번 촛불시위에서는 전의경들이 검거 실적의 절반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번 성과급은 원래 전의경에게 지급하려고 했으나, 의무복무 중인 전의경에게 수당을 지급할 근거 규정이 없어 직업경찰인 기동단과 경찰관 기동대를 대상으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의 성과급 지급 방침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마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경찰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모든 집회 검거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촛불시위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성과급을 위해 경쟁적으로 검거에 나서다 보면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법집행이 과잉으로 이루어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경찰청 인권위원으로 활동했던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인신구속요건 등에 대한 합리적 판단 없이 마구잡이식 체포가 이루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또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신체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가 경찰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검거율 제고를 위한 성과급 지급 방침이 확정되기는 했으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세부내용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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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벌금 폭탄 알바·노역 할판 (한겨레, 길윤형 기자, 2008-08-08 오후 07:51:53)
1천여명 기소땐 최소 100만원씩 10억 넘어서 
 
대학생 김경희(21·가명)씨는 지난 5월31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진행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나섰다가, 경찰의 마구잡이식 집회 탄압에 항의하는 ‘닭장투어’에 참여했다. 같이 연행된 친구 송이송(21)씨는 ‘즉심’에 넘겨졌지만, 김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즉심에 넘겨진 송씨는 석방 3일 만에 벌금 5만원을 내고 끝났지만, 김씨에게는 그보다 수십 배 많은 벌금 판결이 예상된다. 벌금형은 전과 기록이 남고, 돈을 못 내면 수배자가 된다. 김씨는 “집에는 벌금 나온다고 얘기도 못 하고 걱정이 태산 같다”며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나 심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검·경은 지난 100일 동안 이어진 광우병 반대 도심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1288명을 연행해 17명을 구속하고 11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도로 점거 △경찰과의 충돌 △공용 물품 손상 등 몇 가지 기준을 적용해 혐의가 가벼운 사람은 약식 기소하고, 주동자들은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벌금은 100만~500만원 사이에서 차등 부과할 예정이다. 한 사람 앞에 100만원씩만 계산해도 벌금 총액은 12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장경욱 변호사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청년들에게 100만원 이상의 과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심한 처사”라고 말했다. 4억5천만원의 ‘벌금 폭탄’이 터졌던 2006년 평택 미군지기 확장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고유경 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박봉에 시달리는 활동가들에게 수백만원의 벌금은 생계의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평택 투쟁 때 수백만원의 ‘벌금 폭탄’을 떠안은 활동가들은 여름 내내 ‘노가다’를 뛰고, 벌금을 깎기 위해 판사 앞에서 “지난 일을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반성’해야 했다. 장애인 이동권 단체들은 1억원 넘는 벌금을 감당하지 못해 교도소에서 일을 하며 벌금을 때우는 ‘노역장 유치’ 투쟁도 검토 중이다.
 
촛불집회 과정에서 두 차례나 경찰에 연행됐던 장동혁 참여연대 간사는 “경찰이 인도에 서 있는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넣는 등 위법적인 연행 사례도 많아 법원에서 무더기 ‘무죄’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