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여성,소수자,인권,가족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2008년 7·8호 통권 33호 발간

새벽길 2008. 7. 27. 20:27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이 다시 나왔다. 통권 32호였던 2월호를 끝으로 곧 나올 듯하더니 5개월을 쉬었다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쉬기만 한 것은 아닌지, 판형도 바뀌었고, 다른 잡지들의 고민을 살펴 격월간 인권담론지를 지향하겠다고 한다.
 
나는 인권재단 사람의 5000원짜리 후원회원이라 이번에 다시 나온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이 배달되지 않는 게 맞는데, 아마도 저번 32호에
민주노동당을 넘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 민주노동당과 진보정당운동의 위기에 대하여라는 글을 썼다고 하여 원고료 대신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소중한 글들을 잘 읽었다.
 
현재 웹 또한 개편하고 있는 도중이라 그러한지 33호의 글 중에서 몇개 밖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른 이들과 공유했으면 하는 글귀들이 나온 글은 웹상에 모두 올라와 있다. 특히 스무살 세현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사람은 나이, 성, 학력과는 상관없이 삶 자체에서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다른 글들도 읽어볼 만하다.
 
나중에 촛불시위의 의미에 대해 다룬 횡단대화의 몇몇 내용들을 담아오고, 우리가 정확하게 그 사태의 의미를 알지 못했던 티베트 사태에 대해 잘 서술하고 있는 이남주 교수의 글, 그리고 분리교육은 차별임을 밝힌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말하고 있는 한상희 교수의 글은 나중에 웹에 올라오면 담아올 생각이다. 여유가 되면 <사람>을 구독하든지 아니면 <인권재단 사람>을 후원하든지 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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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경험이 국가형벌권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33호 | 2008년 7-8월호, 키라 |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연대는 함께 결합할 공동의 이슈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운동의 쟁점을 알게 된다는 것은 곧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이지요. 어떤 의미에서 연대는 다른 세상이 나에게로 들어와 나를 완전히 뒤흔들고 재구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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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벌주의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33호 | 2008년 7-8월호, 이호중 | 서강대 법대 교수)
 
최근에 도입된 전자팔찌, 치료감호제, 유전자정보의 등록 등과 같은 정책을 보면 단순한 처벌강화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국가의 감시권력을 강화한다는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범죄자’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 국가의 감시권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형국이다.
 
국가의 감시는 시민에 대한 복종과 강제의 전술이다. 감시받는다는 느낌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은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마련이지만, 감시는 그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감시를 통하여 축적된 정보는 누군가에 의하여 분석되고 분류·체계화될 것이다. 그렇게 축적된 정보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소위 ‘인물’의 유형이 만들어지고 그 인물의 선호도와 위험도가 측정되며, 위험한 인물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한 감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감시권력의 속성은 분류를 통한 통제에 있다. 분류는 예측과 재단을 통하여 시민들 모두에 대한 통제, 그리고 분류에 기초한 차별적 통제를 정당화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위험통제정책은 필연적으로 모든 시민에 대한 감시권력을 강화시킨다. 시민들은 ‘잠재적 피해자’의 입장에서 안전이 증대되기를 바라고 범죄피해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을 원한다. 하지만 그 정책은 역설적으로 모든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이러한 위험통제정책은 대단히 위험한 인권침해적인 정책이다.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은 그가 속한 사회적·계급적 지위에 의하여 분류되고 통제되었다. 그러나 위험사회에서 시민들은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분류될 것이다. 이것은 ‘선과 악의 대비효과’로 나타난다. 성폭력범죄를 놓고 보면, ‘연약한 아동’과 ‘파렴치한 성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동성폭력범죄자를 소아성기호증 등 정신적 이상을 지닌 ‘정신질환자’로 취급함으로써 ‘정상인’과 ‘위험한 정신장애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동성폭력에 관하여 시민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게 된다. 대다수의 아동성폭력범죄가 아는 사람에 의하여 발생하고 있고 청소년 또래에 의한 아동성폭력이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아동성폭력범죄자는 마치 ‘특별한 정신이상을 가진 낯선 성인’이라는 사회적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를 근거로 하여 그처럼 위험한 정신적 장애가 있고 파렴치한 범죄자를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시키는 강성 형벌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 이는 성폭력에 관한 잘못된 사회적 이미지와 담론을 형성하게 되며, 지극히 위험한 일부 몇몇 성폭력 범죄자만 제거하면 우리 아이들이 성폭력에서 안전한 세상에 살 것처럼 시민들을 호도하는 정책에 다르지 않다.
 
‘정상인’과 ‘위험한 자’의 이분법적 구도를 내포한 작금의 형벌정책은 결국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율적 삶의 공간을 축소하게 된다. 여성들에게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위험한 인물의 선별법을 가르쳐야 하는 세상이 될 테니 말이다. 이는 궁극에는 시민사회의 민주주의적 연대를 붕괴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범죄예방정책은 범죄자에 대한 가혹한 형벌을 통하여 단기간에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형벌권을 행사하는 국가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시민들 사이의 공동체적 유대를 강화하고 규범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메커니즘(교육, 복지제도 등)이 형벌제도와 함께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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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세현의 꿈 그리고 긍정의 힘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33호 | 2008년 7-8월호, 강곤 | 편집기자)
 
스무 살. 꽃 같은 시절이고 아름다울 때라고 말하는 것은 다 겪을 만큼 겪고 한참 지나온 사람들이나 하는 말일게다. 또 얼마나 많은 시련이 세현 앞에 기다리고 있을까. “마음이 건강해지니까 세상이 좀 다르게 보이고 내가 건강하지 못했을 때 만났던 사람하고 지금 만나는 사람하고 똑같은 사람인데도 느낌이 달라요. 그게 행복해요. 내가 바뀌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바뀌려고 노력하는 내가 행복해요.” 그러나 세현은 긍정의 힘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