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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과 제언 (08-02-10, 여성운동단체들)

새벽길 2009. 2. 13. 05:11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관한 글들을 담아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아래 글들은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역시나 남성인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도 잘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면 내 자신이 어떠했는지,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나는 2차 가해를 하지 않았는지 떠올리게 된다. 물론 개인적으로 할 일도 많고, 생각할 꺼리도 많다. 또한 이 사건이 공론화되고 폭넓게 논의된다고 하여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도 않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그냥 어설프게 넘어갈 일도 아니다. 
 
살아가다 보면 자칫 성폭력, 성희롱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것들을 자본주의 사회 아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너무 협소하게 좁혀서 말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내 자신에게는? 글쎄... 조심하면서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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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주노총에 실망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전희경 <오빠는 필요 없다> 저자, 2009-02-12 오후 3:42:31)
[한 페미니스트의 성토] '민주노총 편이냐' 묻는 사람들에게
 
사실 지난 일주일 동안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추이를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지리멸렬함이었다. '또?' '여전히?' 라는 심정 말이다. 물론 성폭력과 그에 따른 2차 가해들, 그로 인해 피해자와 그녀를 돕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지리멸렬과 전혀 관련이 없다. 지리멸렬한 건, '진보' 조직의 행태이고, 우리 사회가 반응하는 방식이다. 반복되는 피해, 반복되는 조직의 압력, 반복되는 이야기들. 이 와중에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참담함은 어느 자리에 놓여야 하는 것일까?
 
'동지'에게 성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자가 '진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다는 것에 경악하고, 믿고 신뢰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에 밤잠 못 이루다 결국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리고, 사회를 좀 더 살 만하게 변화시키고 싶었던 그 마음이 초라하게 닳아 없어져 버리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다가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적어도 나 자신과 내가 믿었던 것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악에 받쳐 몸을 일으키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완전히 너덜너덜해져서 '대체 성폭력 사건에 "해결"이란 있는 걸까' 자문하게 되었던 나날들.
 
보건의료노조 사건, 장원 사건, '나눔의 집' 혜진 사건, 일명 '새천년 NHK 술판 사건', 개혁당 사건, <시민의신문> 이형모 사건 등 1990년대 중반 이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했고, 발설이 금기시되어 왔던 운동 사회 성폭력 사건들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 말 운동사회 성폭력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했던 '100인위'를 비롯해, 많은 여성 활동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폭력 사건에 맞서 왔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부터 운동조직에 성폭력 관련 내규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성폭력은 당사자끼리 조용히 합의할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발 벗고 나서야 마땅한 문제라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사람들이 '2차 가해'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 민주노총 간부들이 내세운 '조직보위론'이 대대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달라진 면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치른 고통에 비해 변화가 너무나 느리다.
 
사실 난 민주노총에 실망하지 않았다. 동료들도 비슷했다. 격앙된 목소리로 "어떻게 진보진영에서 이런 일이!"라고 외칠 만큼 순진한 사람은, 적어도 내 주변에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어떤 여성들이 민주노총에게 실망하지 않았던 건, 민주노총의 '진보'는 젠더 문제에 대한 진보가 아니라는 오래된 역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노총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 은폐와 2차 가해는, 사실 운동 사회 성폭력에서 흔히 나타나는 '뻔한 수순' 중 하나였다. 너무 뻔하고 너무 전형적이어서 지겨울 정도다. 사회 변혁이라는 운동의 '대의'를 위해 참으라는 '대의론' (여성 인권은 '대의'가 아닌가?), 위기 상황이니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덮어야 한다는 '조직 보위론'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때문에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침묵당한 사건이 얼마나 많을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이것은 단순히 '운동권도 똑같군' 하고 냉소하며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냉소는 무척 쉬운 선택이다. 하지만 쉬운 선택으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성폭력과 같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 자신에 대한 인권 침해가 아니라) '민족의 수치', '집안 망신', '지역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 '조직의 명예 실추'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진보' 조직에 의해, 그 다음에는 '보수' 일간지와 정부기관에 의해 차례로 2차 가해가 자행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진보'와 '보수'가 공유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성폭력을 그 자체 중대한 인권 사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진보'나 '보수'의 대의(?)를 지키거나 훼손할 수 있는 '빌미'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최연희의 복당 논의를 하고 있다는 지난 1월말 보도에서 보듯, 성폭력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것도 '진보'나 '보수'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진보/보수' 라는 틀로 이 사건을 해석하는 한 변하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정말 고민하고 배워가야 할 것은,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이 무엇이며 그 고통을 중단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성폭력은 기존의 진보/보수 구도 속에서는 이해될 수 없는 고통이며, 해석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해결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나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부끄러움의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반(反) 성폭력 운동 역사와 피해자들의 용기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부끄러워해야 할 '조직의 망신'이다. 여성인권을 조직이 추구해야 할 '대의'로 사유하기 시작할 때, '진보 집단'이 젠더이슈에 대해 정말 '진보'하기 시작할 때, 그 때야 비로소 우리가 느끼는 이 답답함과 참담함은 출구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0일, 여성운동단체들의 <입장과 제언>이 발표되었다. 구체적이면서도 근본적이고 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한 이 제언이, 민주노총 안에서 피해자 입장에 서서 싸우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잘 쓰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이상 구체적인 고통이 진보/보수의 틀로 동원되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노총 편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피해자 편이냐 아니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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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민주노총이 성폭력 사건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2009년 2월 12일,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한 개인이 거대한 조직에 맞서 문제제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반인권적이고 부당한 사건을 당당하게 지적한 피해자의 용기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언론들이 계파갈등 등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가운데, 지금까지도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보호,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 2차 가해의 예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후 민주노총은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임원들이 성폭력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기에 앞서 가해자를 제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건을 수습하려고 했던 과정은 그 자체가 바로 성폭력 사건의 은폐와 축소이다.
 
그나마 임원 총사퇴, 재발 방지 계획 수립, 2차 가해에 대한 진상조사 등 민주노총이 뒤늦게 보이고 있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운동사회 내 반(反)성폭력 운동의 성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를 처벌하기만 하면 사건이 해결되는 것인가? 또는 지도부가 총사퇴하면 사건이 해결된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감수성을 민주노총이 아래로부터 만들어낼 수 없다면, 지금 밟고 있는 절차는 민주노총 내에서 성폭력 사건을 근절할 수 있는 예방책이 될 수 없다.
 
반성폭력 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형식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성별 간 권력관계에 대한 근본적 반성, 구성원 전체의 감수성을 키우는 인권교육과 성평등교육, 남성중심의 권위와 위계질서를 해체할 수 있는 조직구조 개편, 여성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조직문화 혁신 등의 노력을 반드시 함께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애써 만든 규약과 제도는 형식과 문서만 남은 채 성폭력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성폭력 사건을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혹시 지금까지도 민주노총 구성원들에게 조직이 입게 될 피해를 먼저 걱정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면, 성폭력은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에게 ‘사건의 올바른 해결’과 ‘성폭력 근절’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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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과 제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간부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우리 여성운동 단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놀라울 것 없는 일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간 많은 여성들이 우리 사회 성폭력과 남성중심적 조직문화에 대해 지난하게 문제제기하고 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가 여전히 강고한 가부장적 조직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는 사회운동단체들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많은 진보운동단체가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내부 규약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태도와 감수성은 여전히 매우 일천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우리 여성운동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민주노총 지도부 총사퇴로 종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며, 더 나아가 이것이 민주노총 내부의 권력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한다. 지금 민주노총은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이자 여성인권문제 그 자체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계기로 ‘여성인권이 존중되는 성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성폭력 사건에 대응해온 민주노총의 활동에 대한 입장과, 이후 민주노총의 변화를 모색하는 방식에 대해서 몇 가지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
 
2차 가해는 과연 몇 사람만의 문제인가
 
2월 9일 발표된 민주노총 기자회견문에서는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2차 가해자를 찾아내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2차 가해는 정말 몇 사람만의 일탈적인 행동 때문에 빚어진 문제인가? 2차 가해의 문제는 특정 몇 명에게 있는가?
 
엄혹한 시기를 내세워 사건의 공개를 주저하고 피해자 측에 내부적 사건 처리를 약속하면서도, 정작 언론에 사건을 유출한 것은 민주노총 간부들이었다. 안팎에서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민주노총 간부들이 술자리에서 이 사건을 여과없이 얘기하고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등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감수성 자체가 없음을 느꼈고, 더 나아가 여성인권에 대한 감수성과 총체적 인권의식이 부재함을 느꼈다. 이는 피해자의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비뚤어진 ‘조직보위론’
 
민주노총은 엄혹한 시기에 정부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민주노총 역할론과 조직보위론을 내세워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유보하고 피해자를 압박했다. 남성중심적 조직 안에서 여성인권은 부수적 문제이고, 사건 처리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과 목소리는 조직의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것인가?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에 대해 침묵하기를 강조하거나, 주변인들이 나서서 공론화하지 않기를 요청하는 것이 사회운동조직인 민주노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민주노총이 진정 지켜야 할 조직은 ‘조직보위’라는 이름으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압박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조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권침해도 생기지 않게 고심하는 조직, 사회변화를 요구하는 그 이상으로 조직원들에게 성찰과 변화를 요구하는 조직,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깨끗하게 해결하는 조직이다. 비뚤어진 조직 중심주의, 조직보위론으로 더 이상 개인의 인권을 억압하고 가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성폭력 발생의 근본 원인은 남성중심적 조직문화
 
많은 여성들의 반성폭력 운동에 불구하고 성폭력이 아직까지 발생하는 데에는 여성들을 주변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성폭력을 피해자의 탓으로, 개인이 조용히 해결하고 넘어갈 문제로 여기는 남성중심적 조직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원장까지 구속되는 가장 엄혹한 시기에 최측근 간부가 조직을 도왔던 여성에 대해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여성들은 조직 내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동료로 인정받기 보다는 성적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 같아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다.
 
조직 내 반성폭력 규약이 생겨난 지 거의 10년이 되어 가지만, 그 실상은 어떠한가. 성폭력 사건들은 더 많이 드러나고 해결되었을까? 성평등한 문화와 인식이 일상 속에 자리 잡았는가?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와 분리되어 있고, 개개인의 목소리보다 조직의 보위가 우선한다는 권위적 판단이 통용되는 조직문화 속에서는, ‘간부’나 ‘지도부’의 성폭력적 행동이 조직 내 권력적 위치를 이용해 정당화하고 무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화는, 성폭력 뿐 아니라 일상적인 차별, 배제, 소외, 성별 분업에도 허용적이기 쉽다. 또한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조직은, 성별 차이뿐 아니라 나이, 학력, 고용형태 등의 차이도 차별이 되는 문화가 배어 있기 쉽다. 성폭력의 발생은 그 전과 후의 무수한 일상의 차별과 억압을 드러내는 지표다. 이러한 문화가 송두리째 바뀌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향후 성폭력 사건의 예방을 약속할 수 없다. 근본적인 변화없는 총사퇴는 도리어 잠재적 피해자들에 대한 거대한 입막음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간부대상 성교육 등 민주노총이 제시한 대안은 이미 대안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이 사건을 계기로 조직 내 성인지적 감수성 교육과, 간부들에 대한 기본 교육프로그램, 핵심 간부 대상 교육, 가맹산하조직 간부 교육, 신규 채용자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성폭력 사건 발생에 대한 처리 매뉴얼을 가맹 산하조직에 배포하며 성폭력, 폭언, 폭력 금지 처벌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여성단체들이 이 대책으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이후 또다른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수 없다. 지도부차 총사퇴한 현 상황에서 제시한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대책일 뿐이다. 민주노총 <성폭력·폭언·폭행금지 및 처벌 규정>에는 이미 성폭력 예방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고, 이 규정에는 피해자 보호 및 비밀유지 조항, 엄격한 2차 가해의 방지, 가해자 처벌 조항 등이 있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뢰할만한 진정성있는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우리의 제언
 
우리는 그동안 사회변화를 위해 함께 투쟁해왔던 민주노총이 이런 불행한 사건을 맞이하게 된 데에 대해 심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는 민주노총이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인권이 존중되고 약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로 거듭나길 바라며 아래와 같이 제언한다.
 
10년을 되돌아 보고, 10년을 계획하는 ‘성찰과 미래 보고서’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주노총 내부에는 이미 성폭력 예방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존재하는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데, 교육을 조금 더 강화하고 매뉴얼을 배포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선 제도의 보완과 함께 이미 진행되어왔던 교육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성폭력을 예방하고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전담기구를 두고 이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규약 제정 이후 지난 10여년간 총연맹과 산하 조직 내의 성폭력 사건 처리 및 예방 교육 실태를 양적․질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평가해야 한다. 규정상의 교육과 내용들이 내실 있게 작용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확한 현실에 근거할 때만이 실효성있는 미래계획이 세워질 수 있고, 국민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성폭력 활동이 비대위 최우선 과제로 설정되어야 한다
 
<성폭력 폭언 폭행 금지 및 처벌 규정>에 따르면 민주노총 내 성폭력 예방 교육의 내용과 실행은 여성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 발표된 향후 계획에서 중요하게 제안된 내부 교육 역시 여성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여성위원회가 민주노총 내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으며 어느 정도의 역량이 결집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여성 사안이나 여성의 시각은 노동운동 조직문화 내에서 부차화되었던 문화 속에서, 여성위원회는 민주노총 운동의 변방에 자리잡아 여성과 관련된 사안을 분업하여 처리하는 기구가 되어 있지는 않았는가. 민주노총 내 남성중심적인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싸웠던 많은 여성들의 노고가 여성위원회에 녹아 있다. 그러나 여성위원회, 혹은 성폭력 예방을 위한 노력이 조직 내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비중, 다른 의미로 자리잡지 못한다면 이번 대책 역시 지난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새롭게 구성되는 비대위는 지도부의 총사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 사건의 해결을 우선과제로 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일상적 조직체질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상명하달식 전달이 의사소통의 주된 방식이 되고 있는 조직에서는 조직의 상층이 권력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직의 위계적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사람이 바뀐다 한들 구조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조직 내 성차별, 성폭력 문화의 문제는 핵심 간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조합원이 경험을 나누며 감수성을 함양하고, 일상 속의 대책을 함께 논의해야 하는 문제다. 핵심 간부들의 변화가 전 조직적 변화의 기본이고 출발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래로부터의’ 다양한 열린 토론과 경험 나눔이 없다면 이 역시 일방적인 결의와 하달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은 일상의 감수성이 변화해야 하는 문제에서는 무기력한 방식이 될 것이라 우려된다. 민주노총은 각종 모임과 온오프라인 소통 창구를 통해 그동안 조직 내에서 평가하고 새롭게 구성하고자 하는 문화가 많은 조합원의 집단적인 토론과 노력, 합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성폭력’을 말이 필요없는 천인공노할 비도덕적 일이라 간주하고 가해자만 격리하는 방식은 차라리 간편하지만, 그 속에 자리 잡은 일상의 문화를 면면히 성찰하고 재구성하는 일은 지난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성폭력은 이 과정을 통해서만 줄어들고 바뀔 수 있다.
 
우리 여성단체들은 민주노총의 향후 문제해결 활동이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민주노총이 이번 기회에 보다 민주적이고 성평등한 조직으로 거듭나길 고대한다. 
 
2009년 2월 10일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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