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국제, 평화, 민족

볼리비아, 사회주의적 개헌안 통과

새벽길 2009. 1. 30. 10:01
남미 볼리비아 선거당국은 29일 국민투표에 부쳐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회주의 개헌안이 61.5%의 지지를 얻어 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선거법원은 이날 지난 25일 실시된 국민투표 개표가 거의 완료됐다면서 개헌안에 반대표를 던진 유권자가 38.5%에 달했다고 전했다. 또한 선거법원은 앞으로 토지소유를 5만㏊로 제한할지를 묻는 별도의 투표에서 약 80%의 찬성표가 나왔다고 밝혔다.
 
"볼리비아를 뿌리부터 개혁한다"는 취지 아래 추진되고 있는 개헌안은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 확대와 대통령 재선 허용, 원주민 권익 향상, 개인의 사유지 보유한도 규제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지난 25일 390만명 가까운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국민투표 집계 결과 개헌안은 찬성 61.68%, 반대 38.32%로 통과가 확정됐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안 국민투표 통과 의미를 강조하면서 "개헌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볼리비아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해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볼리비아의 사회주의적 개혁도 헌법개정을 통해 기존 질서를 바꾸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고, 개헌을 통해 토대를 굳혀 나가는 모양새는 볼리바리안 혁명의 기치를 내걸었던 차베스의 베네주엘라와 비슷하다. 다만 베네주엘라가 차베스 개인의 인기에 많이 힘입은 반면, 볼리비아에서는 원주민들의 지지가 개혁의 주요한 기반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오바마 정권의 출범으로 대미관계도 이전처럼 악화일로에 있지 않은 것도 사회주의적 개혁에 호재가 된다. 문제는 찬반 지역이 극명하게 구분된다는 점이다.
 
보수야권은 계속 반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는가가 관건일 터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는 모랄레스가 승리할 것이나, 그 전후의 시기에 어떠한 식으로 대응해나가는지가 모랄레스의 정치력을 보여줄 것이다.
 
브라질과 베네주엘라의 상황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나에게는 볼리비아가 사회주의적 개혁을 향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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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사회주의 개헌안' 통과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2009-01-26 15:51)
중남미 2번째 사회주의헌법 탄생..국론분열 우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회주의 개헌안이 25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를 사실상 통과했다. 현지 TV 방송들은 이날 밤 집계 상황을 전하면서 60% 안팎의 찬성률로 개헌안 국민투표가 통과될 것이라고 전했다. 볼리비아 선거법원도 개헌안 통과가 유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최종집계 결과가 나오려면 수일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밤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대중집회에 참석, "볼리비아는 모든 국민이 기회의 균등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며 지지자들과 함께 개헌안 통과를 축하했다.
 
사회주의 개헌안은 주요 산업 국유화와 토지분배를 통한 농업개혁 등 경제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제 강화를 인정하고 원주민의 권익을 크게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함에 따라 중남미 지역에서는 4개월 사이에 에콰도르에 이어 두번째로 사회주의 헌법이 탄생하게 됐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승리를 거둔 배경에는 볼리비아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면서도 오랜 기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돼온 원주민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헌안은 그동안 동부 산타크루스 주를 중심으로 유럽계 이민자 후손과 보수우파 야권이 장악한 지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으나 결국 대중적 지지를 최대 무기로 삼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최종 승리로 끝났다. 특히 개헌안의 국민투표 통과로 모랄레스 대통령은 오는 12월 6일 실시되는 대선 및 총선의 승리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야권은 "개헌안 국민투표 통과는 권위주의 국가의 등장을 초래하며 외국인 투자가들을 내몰아 남미 최빈국 볼리비아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며, 모랄레스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같은 중앙집권적 독재정치를 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이어 개헌안 반대 우세 지역이 볼리비아 국토의 3분의 2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이번 국민투표는 사실상 찬반동수를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심각한 국론분열 가능성을 제기했다. 야권 소속의 사비나 쿠엘라르 추키사카 주지사는 이날 밤 대중연설을 통해 사회주의 개헌안에 대한 불복종 운동 전개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벌써 반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