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재미/노래도 부르고

지민주 - 파도 앞에서 /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선언

새벽길 2008. 12. 6. 21:53

오늘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5차 행동을 겸한 2008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선언자 대회 및 촛불문화제가 있었다. 민주노총은 무슨 민생대회를 한다고 명동으로 갔기에 (물론 명동도 썰렁했다는 후문. 게다가 민중대회도 아니고, 민생대회라니... 이런 신조어 또한 민주노총이 맛이 갔음을 보여준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성향이 어떠했을지는 상상에 맡겨둔다. 
 
거기에서 올해 가장 매서운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닭장차들이 집회가 시작할 때부터 삥 둘러섰기 때문에 외풍은 없었는데도 이 넘의 추위는 정말 위력적이었다. (전경들은 이렇게 외풍막이 정도로는 봉사가 부족했는지 일몰이 되어 권리선언자 대회를 마치고 촛불문화제로 전환한 뒤에는 불법집회를 하지 말라고 종용하는 한편(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참석자들이 안되어 보였나?), 엄청난 밝기를 가진 서치라이트로 문화제 현장을 비춰주었다. 난 또 일부러 밤무대를 마련해주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 정도 서비스는 해주지 않더라.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선언은 총 11조였다. 집회와 문화제 사이사이에 플랭카드로 각 선언문을 보여주고 이를 따라 외쳤는데, 당연하면서도 이명박 정권하에서 보장받지 쉽지 않을 듯한 내용이다. 비정규직이 아예 없어진다면 모르겠지만, 이것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권리들이 보장되어야 한다. 
 
- 분할당하고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
- 비정규악법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해고되지 않을 권리
- 비정규악법을 폐기하고, 비정규직이 일반화되는 사회를 거부할 권리
- 불안정 노동 철폐와 비정규악법 폐기를 위해 '스스로' 나서서 투쟁하고 연대할 권리
- 죽지 않고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 초과노동 없이 생활가능한 임금을 받을 권리
- 실질적인 사용자가 노동법상 책임을!
- 노동하는 모든 이들에게 근로기준법, 사회보험 적용!
-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을 권리
- 정치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할 권리
- 노동하지 못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생계를 보장받을 권리
 
여기에 공연을 하러 나온 이들은 추위를 녹여주는 화끈한 율동과 힘찬 노래를 선사하여 하나같이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특히 율동패의 공연은 굳어지고 움추려 있던 참석자들의 몸을 풀어주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 그 공연곡 중의 하나가 '파도 앞에서'이다.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힘차다. 노래보다는 함께 동반하는 율동 때문에 열광을 받는 듯하고...
  
오늘의 율동은 아래 링크한 2000년대 초반의 율동과는 많이 다르더라. 그런데 아직도 이런 노래들이 구태의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신선하게 다가오니, 내 감성 탓인가, 아니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분위기 탓인가.
 

 
지민주 - 파도 앞에서
 
나의 망망한 바다를 보면
우리 노동자들의 모습이
수평선 너머 조용히
출렁임도 없이 그렇게 다가오네.
 
멀리선 느낄 수 없네
부딪혀 오는 함성소리를
그래 가까이 오면 거대한 파도로
억압의 역사를 두드리네
 
아- 파도여 아- 파도여
철썩이며 그렇게 부딪혀라
험한 바위에 부딪혀 깨어져도
언제까지 나의 파도여 거침없는 나의 파도여
노동자의 바다여-
 
아- 파도여 아- 파도여
부서져도 또 다시 솟구쳐라
너의 미래가 폭풍이 될 때까지
언제까지 나의 파도여 거침없는 나의 파도여
노동자의 바다여-  

  
촛불을 든 다음부터 경찰은 지속적으로 문화제를 불법집회로 매도하면서 해산시킬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대도 촛불과 깃발을 들고 있으니 불법집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진압할 태세를 보였다. 아마도 동화면세점에 모인 사람들이 명동 쪽으로 집단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 같았다. 오는 길에 보니 무슨 기부콘서트를 청계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던데, 거기에 대해서 경찰은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았다. 단지 촛불문화제만이 불법집회니 해산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정치적인 성격의 문화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봉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문화제가 잘 마무리되었는지 끝까지 함께하진 못했지만, 참여하진 분들 추운 날씨에 많이 수고하셨다.
(원래 이 글을 진보블로그에 올리려고 했는데, mp3 파일의 용량이 커서 업로드가 안되어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