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국제, 평화, 민족

이란, 반정부 시위자 첫 사형 선고…최소 20명 ‘사법살인’ 위기

새벽길 2022. 11. 14. 15:00

란의 반정부 시위에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 것인지....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067093.html
이란, 반정부 시위자 첫 사형 선고…최소 20명 ‘사법살인’ 위기 (한겨레, 조해영 기자, 2022-11-14 10:24)
이란 전역의 반정부 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당국이 시위자에게 처음으로 사형선고를 내렸다. 현재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이 2천명을 넘는 만큼 추가 사형선고가 내려질 여지도 크다.
13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이날 “폭동”에 가담한 혐의로 시위자 1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폭동’은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부르는 표현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가 지난달 초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 내놓은 발언이기도 하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형선고인은 테헤란 법원에서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르고 공공질서를 해치며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사형이 선고됐다.
이날 사형선고와 함께 다른 이들에 대한 징역형 선고도 함께 내려졌다. 이란 사법부 웹사이트인 ‘미잔 온라인’은 “최근 몇 주 동안 ‘폭동’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사형선고와 함께 “피고인 5명에게 국가안보와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5∼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9월13일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두 달 동안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중이다. 히잡이 촉발한 여성인권 문제뿐 아니라 경제난과 이슬람 정권의 억압적인 정책, 민족 문제 등이 계속해서 시위의 동력이 되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326명이 숨졌다.
시위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길어지면서 이란 당국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체포와 기소가 이어져 현재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로 기소된 이들은 수도 테헤란의 1천명을 포함해 2천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이란의 전체 국회의원 290명 가운데 227명이 사법부가 이들을 상대로 결단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이틀 뒤인 8일 이란 사법부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분열을 조장한 이들에게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며 중형 선고를 예고했다.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된 뒤 뇌사에 빠진 사실을 보도한 기자와 아미니의 장례식을 취재한 기자도 반체제 선동으로 기소된 상태다.
인권단체들은 사형선고가 줄줄이 이어져 재빠르게 집행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적어도 20명이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흐무드 아미리 모그하담 이란휴먼라이츠 이사는 “사형이 서둘러서 진행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란 당국을 상대로 시위자에 대한 사형 선고는 받아들여질 수 없고,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강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아에프페>에 말했다.
유엔도 이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유엔은 이란 당국이 사형을 시위 진압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시위에 대한 억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형선고까지 가능한 죄목으로 기소하고 있다”며 “즉시 모든 시위대를 석방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1413000829219
이란 시위대에 첫 사형 선고…"최소 20명 사형 가능 혐의 적용"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 2022.11.14. 13:41:11)
시위 참여자 2000명 기소… 인권단체 "빠른 집행 우려"
이란에서 두 달 가까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참여자에 대한 첫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인권단체는 20명 이상이 사형 선고가 가능한 혐의에 직면해 있으며 사형 집행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신은 13일(현지시각)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미잔 온라인을 인용해 반정부 시위 참여자에 대한 첫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시위 참여자가 수도 테헤란 법정에서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르고 공공 질서를 어지럽히며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모의"한 것으로 인정돼 "신의 적 및 지상에서의 타락"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모의"한 혐의로 테헤란의 다른 법정에서 다른 5명의 시위 참가자들에게도 징역 5년에서 10년형이 선고됐다.
인권단체는 2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들이 사형이 선고될 수 있는 혐의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에 직면한 시민은 2000명에 이르며 이 중 절반이 테헤란에서 기소됐다. 노르웨이 기반 인권단체인 이란휴먼라이츠(IHRNGO) 책임자인 메흐무드 아미리 모가담은 에 "사형이 서둘러 집행될 것이 매우 우려된다"며 "국제사회는 이란 당국에 시위대에 대한 사형 집행은 용납될 수 없으며 무거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강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휴먼라이츠는 지난 12일까지 시위 관련해 보안군에 의해 살해된 인원이 22곳 주에 걸쳐 최소 326명에 달하며 이 중 43명은 어린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 3분의 1이 넘는 123명이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주에서 희생됐다.
지난 9월 쿠르드족 여성이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헤란에서 지도 순찰대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는 쿠르드족 거주지에서 수도 테헤란까지, 고등학생에서 석유 산업 노동자까지 참여 범위를 넓히며 두 달 가까이 가라 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오히려 진압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방식으로 시위의 불길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미국 CNN 방송을 보면 12일 시스탄-발루치스탄 주도 자헤단에선 66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9월30일 반정부 시위 당시 보안군의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수천 명 규모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211152148035
‘평균 연령 15세’ 시위대…‘공포’로 찍어 누르는 이란 (경향, 김서영 기자, 2022.11.15 21:48)
NYT “당국, 반정부 시위 참가 청소년에 가혹한 보복”
학교 급습해 학생 심문 구타
SNS 검사·‘부모 체포’ 협박
초등학교에 수류탄 공격도
마약 범죄자들과 함께 성인 교도소에 수감된 14세 소녀, 구금 중 구타를 당해 코가 부러진 16세 소년, 학교를 급습한 민병대에게 공격받은 13세 여학생…. 반정부 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시위 참가자에 대한 정부의 보복이 청소년에게 특히 가혹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변호사, 인권운동가, 청소년 등 24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란 당국이 시위에 참여한 18세 미만 청소년 수천명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는 종전의 다른 시위에 대한 진압과는 다른 양상으로, 정부가 청소년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정부가 밝힌 시위대 평균 연령은 15세다.
청소년들은 성인용 수감 시설에 수용됐을 뿐 아니라 구타와 강제 심문, 협박, 총격의 대상이 돼왔다. NYT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구금된 일부 청소년들은 성직자와 심리학자의 감독 아래 행동치료를 받아야 했다. 치료에 저항해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은 경우도 있다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성인 교도소에 수감됐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청소년은 500~1000명으로 추정된다. 시위로 사망한 청소년은 33명이라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지만 실제 숫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석연찮은 실종도 이어지고 있다. 16세와 17세 형제가 남동부 도시 자헤단에서 한 달 넘도록 실종 상태고, 15세 여성 청소년 3명 또한 며칠간 실종됐다고 NYT는 전했다.
학교도 안전하지 않다. NYT는 사복 민병대와 정보요원이 학교를 급습해 학생들을 심문, 구타하고 수색한 사례를 23건 파악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에 따르면 테헤란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달 쉬는 시간에 보안군이 던진 수류탄 공격을 받았다. 이 학부모는 “아이들은 거리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아이들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매일 불안해 죽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 14세 청소년은 그의 학교가 정보요원의 습격을 받은 이후 음식을 거부하고 두통과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등 트라우마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요원들은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있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찢거나 시위를 지지할 경우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했으며, 학생들의 책과 휴대폰을 검사했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열람해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이 청소년의 삼촌은 “그들은 아이에게 ‘부모에게 말하면 부모를 체포하겠다’고 했다. 이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임을 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공포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법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소년원에만 수용될 수 있고 소년법원 판사의 심문을 받을 수 있다. 이란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서명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는 국면에서 이 같은 원칙이 외면되고 있다. 이란아동권리보호위원회의 바람 라히미는 “그들은 아동에게 권리가 있다는 개념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보수적인 가정에서조차 그들이 아이들을 표적으로 삼는 방식에 격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1117055000009?input=1195m
이란 경찰 총기 발포·여성 구타…인파 몰린 지하철역 아수라장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2022-11-17 11:24)
'피의 11월' 3주년 기념일인 15일부터 '히잡 시위' 격화
이란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로 가득 찬 수도 테헤란의 지하철역에서 총기를 발포하고, 여성을 마구 때리는 내용의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AFP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동영상에는 놀란 시민들이 지하철역 출구를 향해 황급히 대피하다가 서로에게 뒤엉켜 넘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동영상에서는 총성이 들리지는 않지만, 가디언·AFP통신 등은 경찰이 시민을 향해 발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총격에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지하철 열차 밖에서 창문을 통해 촬영된 또 다른 영상에서는 경찰이 객실을 옮겨 다니며 경찰봉으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경찰봉으로 때리는 모습이 찍혔다.
AFP통신은 이들 동영상이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피의 11월' 3주년 기념일인 15일부터 시위대가 시민들의 광범위한 동참을 촉구하면서 시위가 더욱 격화하고 있다. 피의 11월은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다 유혈 진압 속에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AFP 통신은 15∼16일 양일간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벌어진 충돌로 이란 전역에서 최소 7명이 사망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16일 보안관 2명이 시위대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1500tasvir)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15일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는 시위대 수십 명이 모닥불을 주위를 돌면서 "우리는 싸운다. 우리는 이란을 되찾을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가 "올해는 피로 얼룩졌다. 호메이니는 끝이다"라고 외치면서 히잡에 불을 지르는 동영상도 있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성직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집권하면서 여성의 히잡 착용이 의무가 됐다.
한편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은 이란 히잡 시위 과정에서 1만5천 명이 체포되고,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은 이런 통계를 부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5명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111714353054277
이란, 히잡 시위에 초강경 대응…3명에 추가 사형 선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22.11.17 14:35)
WSJ "사형 선고 시위 참가자 최소 5명으로 늘어"
이란 사법당국이 이번주 들어 히잡 시위 참가자들에게 잇달아 사형 선고를 내리고 있다. 히잡 시위가 발발한 지 두 달째를 넘어선 가운데 당국이 초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인명 피해가 더 늘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사법 당국이 16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자 3명에게 추가로 사형을 선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이로써 사형선고를 받은 시위자는 최소 5명으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란 사법 당국은 지난 13일 시위 관련자 1명에게 처음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WSJ는 이란 당국이 초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사형 선고가 늘 수 있다고 예상했다.
추가로 사형 선고를 받은 세 명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 명은 자신의 자동차로 경찰관 1명을 치어 죽이고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라고 WSJ가 현지 통신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또 다른 두 명은 보안 요원을 칼로 찌르고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WSJ는 사형 선고를 받은 세 명에게 적용된 혐의가 모두 모호하며 과거 반체제 인사들에게 사형이 적용될 때 사용됐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이 과거 반체제 인사들을 적법한 절차 없이 사법 판결을 내려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는 그동안 진압 과정에서의 충돌 때문에 미성년자 52명을 포함해 최소 34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또 시위 발생 뒤 1만6000명에 가까운 시위자가 체포됐으며 이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아직 구금 상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위대는 '피의 11월' 3주년 기념일인 15일부터 더 격렬한 저항에 나서고 있다. 피의 11월은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다 유혈 진압 속에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란 국영 매체 IRNA 통신은 시위와 관련 보안 당국의 피해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IRNA 통신은 16일 오토바이를 탄 괴한 2명이 칼리니시코프 소총으로 보안요원을 쏴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IRNA는 "야당과 반정부 단체의 요청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시위를 틈타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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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3263.html
새벽 2시, 이란 여성의 긴급메시지…“우린 죽어, 복종은 안 해” (한겨레,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저자, 2022-10-19 07:00)
[테헤란의 사자들] ①시위대 음식 준비하는 40대 주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의해 구금돼 20대 여성이 사망한 뒤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21일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를 막고 불을 지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9월16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붙잡힌 22살 마흐사 아미니가 사망했다. 아미니의 진료기록을 본 의사들이 구타를 당해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란 여성들은 분노했다. 다음날부터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는 이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는 한 달째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 사망자는 2백명을 넘어섰고, 중고등학생부터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경험한 세대까지 거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왜 용맹한 사자처럼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가. 이란 청년 세대를 연구해온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가 시위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거리에 나선 ‘테헤란 사자들’이 답한다. 편집자
지난 9일 현지시각 새벽 2시 반, 한국시각 오전 8시에 마리얌은 왓츠앱 메시지로 전화를 걸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왓츠앱으로 전화를 받는 그의 목소리는 울음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이 잘못하면 총을 맞을 뻔했어요. 오늘 전국 바자르마다 유혈 사태가 터졌어요. 보안군이 쏜 총알이 2층 사무실 벽에 박혀 버렸어요. 정말 죽을 뻔했다고요.”
그녀는 쏟아내듯, 왜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란의 시민들이 맨몸으로 거리를 나설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했다.
“우리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이 정권 안에서는 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걸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이런 세상에서 더는 살게 할 수 없어요. 우리 아이들이 왜 자유 없이 정권의 노예로 살아가야 하나요? 지금 이곳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살 걱정을 하고 있어요. 빵조차 살 돈이 없다고요. 이렇게 사나, 이렇게 싸우다 죽으나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어요.”
그의 말대로 지금 이란에서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은 이 시위의 끝이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지금 정권이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유와 평화, 무엇보다 인권을 갈망하는 이란 시민들의 염원과 분노는 공포와 두려움을 이길 것이라 다짐한다. 이들은 다시 한 번 서로에게 구호를 외친다.
“Irani Mimirad, Zelat Nemipazirad!!(우리는 죽는다. 하지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101910544364197
43년만에 들끓는 이란 민심…'히잡시위', 정권 뒤집을 혁명되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2022.10.19 10:54)
시위진압에 혁명수비대까지 배치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최장기 시위
美와 핵합의 무산 우려에 경제난 가중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한 달을 넘어가고 있음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단순 민간 시위에서 정권 전복을 위한 혁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난 완화 기대감을 몰고 왔던 미국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협상도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의혹에 다시 미궁에 빠져들면서 생활고가 심해진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라크와의 접경지대에 거주 중인 쿠르드족이 무장저항을 시작하면서 자칫 대규모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정정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이란을 넘어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 중동 전역 국가들의 정세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혁명수비대까지 배치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시위대 진압을 위해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대도시에 혁명수비대 병력을 배치했다. 그동안 시위 진압은 이란 경찰과 혁명수비대 산하 민병대인 바시즈(Basij)가 맡아왔지만, 전국적 규모의 시위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혁명수비대 본대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수비대는 전시 특수작전이나 주요 고위인사 경호 등 특수임무를 맡는 이란 최정예부대로 이들이 시위 진압에 배치된 것은 이란 정권이 그만큼 큰 위험을 느끼고 있는 증거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한 달 넘게 이란의 31개주, 8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 테헤란부터 이스파한, 타브리즈 등 주요 대도시와 함께 이란 유일의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부셰르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이란 전역에서 230여명이 사망하고 7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3일 히잡 불량착용을 이유로 경찰조사를 받던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일명 ‘히잡 시위’가 이제는 점차 체제전복을 요구하는 반체제 시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위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일부 관료들도 시위가 점차 체제 전복을 요구하는 반체제 혁명으로 변하고 있다며 자칫 2011년 ‘아랍의 봄’ 사태처럼 대규모 민주화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모센 만수리 테헤란 주지사는 "시위가 본질적으로 혁명적으로 변했으며 정권교체를 표적으로 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멀어진 핵협상…경제난 가중 우려
히잡 시위가 반체제 시위로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장기화된 경제난으로 인한 생활고로 꼽힌다. 문제는 미국과의 핵합의 복원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지면서 경제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제기됐지만,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를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자 미국은 오히려 추가제재에 나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17일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이란제로 보이는 드론이 키이우(키예프) 시내를 공격했다는 보도를 모두 봤음에도 이란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이란은 이 문제에 대해 진실하지 못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무기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 협상은 다시 교착상태로 돌아갔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앞서 12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브리핑에서 "이란 국민들의 평화적 시위와 집회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편적 권리행사를 주목하고 있으며, 미국은 그들의 용기를 지원할 것"이라며 "이란핵협상 합의는 임박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핵합의 복원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이란의 경제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바히드 샤카키 샤흐리 이란 경제학자는 현지매체인 파라루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이란의 인플레이션율은 42%를 넘어섰다. 핵합의 복원 협상 타결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풀릴 경우에 한해 인플레이션율은 20%대로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은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왔다"며 "그러나 제재 해제가 불가능해지면 경제성장률은 0%대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50%대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장저항 나선 쿠르드족, 내전 확산 가능성도
특히 이란 북동부 지역에서 쿠르드족 반군세력이 이라크 쿠르드족과 연합해 무장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내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이라크와의 접경지역인 쿠르드족 거주지인 쿠르디스탄에 공습을 진행 중이라며 쿠르드 반군세력이 무장해제를 하지 않는다면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쿠르드족 대통령이 선출된 이라크와의 관계 악화도 예상된다. 지난 13일 이라크 의회는 쿠르드족 정치인인 압둘 라티프 라시드 대통령을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라시드 대통령은 선출 직후 친이란 시아파 정당연합체인 CF의 모하메드 시아 알 수다니를 신임 총리로 지명해 쿠르드족과 이라크 시아파 간 연립정권이 구성된 바 있다.
이란의 정정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전역에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각종 무장조직들의 세력도 위축되며 중동 전체의 정세가 크게 뒤흔들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란은 일명 ‘시아파 벨트(Shiite belt)’ 국가라 불리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적대 중인 수니파 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대치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1063479.html
히잡 시위, 남자도 나선 이유 “아미니도 내 친구처럼 잡혔을 것” (한겨레,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저자, 2022-10-20 11:00)
[테헤란의 사자들] ②히잡 반대하는 20대 남성
히잡을 벗고 머리를 질끈 묶은 10대, 20대 여성 시위대 곁에는 이란의 남성들이 섰다. ‘나의 누이, 너의 누이, 우리의 누이’를 위해 이들은 함께 시위에 나섰다. 한류에 빠져 이란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25살 남성 알리 레저(가명)는 밤낮으로 시위 관련 포스팅을 올렸다. 서울에서 열리는 주말 집회에 매주 참여하는 알리 레저에게 물었다. “왜 히잡 반대 시위에 함께 나섰나?”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이 시위는 지금까지 수년간 계속되어 온 시위의 연속 선상에 있는 거예요. 지금껏 사람들의 불만들이 쌓여온 것이죠.” 알리 레저가 답했다. 2009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한 녹색운동 때만 하더라도 이란인들은 이슬람 정권 내에서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체제 안에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분노로 가득 차 있어요. 이 분노가 사람들을 거리로 쏟아지게 하였죠. 이 분노가 너무 커서 죽음을 위협하는 정권이 두렵지 않아요.”
기성세대는 이란 사회에서 숨죽이며 두 얼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주도하는 ‘인터넷 세대’는 다르다. “요즘의 10대, 20대는 인터넷과 위성 채널을 통해 외국의 또래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매일 보고 자랐죠. 그런 아이들에게 보수적인 종교인의 말이 먹히겠어요? 지금도 미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시위 상황은 위험하고 힘겹지만 알리 레저는 다짐한다. 이란을 되돌리겠다고, 이란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꼭 보여주겠다고. “이란의 자유를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내보겠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1063678.html
“독재자에 죽음을”…우리의 구호가 불 꺼진 테헤란을 밝혔다 (한겨레,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저자, 2022-10-21 11:00)
[테헤란의 사자들] ③2009년 반정부 시위 참가자
2009년 6월, 이란 대선이 있던 날 나는 사키네의 가족과 함께 투표장에 갔다. 그 가족이 지지했던 개혁파 대선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를 지지하기 위해 그의 상징색인 녹색 옷을 함께 입었다. 사키네의 가족은 한껏 고무돼 있었다. 개혁파 대통령이 탄생하면 갑갑한 이란의 미래를 조금이나 바꾸지 않을까 그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그날 새벽, 보수파 대통령 아흐마디네자드의 승리 결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사키네의 여동생 퍼테메(가명)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펑펑 울었다. 다음 날부터 이란에서는 시내·외 전화는 물론 국제 전화도 끊겼다. 사키네의 거실에서 시청한 비비시 페르시안(BBC Persian) 방송에서는 분노를 표출하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밤 9시가 되자 골목마다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모두 집에 불을 끈 뒤 창문을 열고 이렇게 외쳤다. 동시다발적으로 외치기에 경찰차가 출동해도 시위자를 잡을 수 없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 함성들이 메아리쳤다.
그날부터 이란 대도시 거리에서 사람들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평화 시위, 침묵시위에 나섰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지 30년 만에 터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였다. 하지만 시위대에 돌아온 것은 총에 맞아 숨져가는 ‘네다’라는 여성의 죽음을 비참하게 목도하는 것이었다. 이 땅에 희망이 없다며 울던 퍼테메는 이듬해 미국으로 떠났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3792.html
독방 갇힌 ‘히잡 의문사’ 보도 기자…“그녀는 늘 여성 편에 섰다” (한겨레,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저자, 2022-10-22 12:00)
[테헤란의 사자들] ④의문사 최초 보도한 기자의 친구
하메디는 체포돼 교도소에 갇혀 있다. 이 용기있는 기자가 아니었더라면, 지금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이란 시민들의 봉기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닐루파 (하메디)는 기자로서의 일은 물론이고, 자연과 스포츠, 여행을 좋아하는 긍정적인 친구입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활기찬 사람이죠. 등반을 좋아해서, 이란의 최고봉인 다마반드 산을 정복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자연 환경과 보존을 늘 고민하는 친구이고요.”
하메디는 지난 9월16일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아미니의 부모가 서로 껴안고 울고 있는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혼수상태로 누운 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의 모습이 이란 사회를 뒤흔들었다. 지난 9월25일 하메디는 정보국 요원들에 의해 모든 전자기기를 압수당하고 트위터 계정 역시 삭제됐다. 그리고 이란의 정치범이 주로 수용되는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의 독방에 감금됐다. 에빈 교도소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전후 정치범이 수용돼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은 곳이다.
“닐루파 (하메디)는 정직하고 용감한 여성이에요. 그녀는 늘 여성들의 편에 서 있었죠. 체포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나 충격이었죠. 닐루파 (하메디)가 왜 감옥에 가야하나요?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기자라는 직업에 충실했을 뿐인데요?”
“만약 닐루파(하메디)가 석방된다면 당당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요. 네가 감옥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동안 우리도 너의 자유를 위해 잠시도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날이 곧 오겠죠?”
연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닐루파는 10월22일, 오늘 에빈 교도소의 독방에서 서른 한 번째 생일을 맞는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063922.html
“내 이름은 이란이다. 마흐사 아미니다”…베를린 10만명 외쳐 (한겨레, 베를린/노지원 기자, 2022-10-24 07:26)
22일 오후, 독일 수도 베를린 도심에 10만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22살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이 촉발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아미니는 지난 9월13일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붙잡힌 뒤 사흘 만에 목숨을 잃었다.
모처럼 해가 난 토요일 오후 3시. 베를린에 사는 토마스(40), 마리(37) 부부도 ‘여성의 삶과 자유를 위한 집단행동’(Woman Life Freedom Collective) 집회 시간에 맞춰 베를린 전승기념탑 앞에 도착했다. 얼마 전 태어난 두 딸도 유모차에 나란히 태웠다. “이런 집회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에요. 원래 정치적 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한테 두 딸이 생겼잖아요. 마음이 바뀌었어요.” 토마스는 “이란에서 잘못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두 딸을 위해서라도 인권, 그리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일어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미니가 숨진 뒤, 이란 전역에서는 이슬람 율법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시민들을 억압하는 에브라힘 라이시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날 시위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국제사회가 연대를 표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그동안 베를린에서 아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이란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는 있었지만 8만명 넘는 대규모 인파가 모인 것은 처음이다.

22일 오후 독일 베를린 도심에서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기 위한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1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몰렸다. 베를린/노지원 기자

이날 집회에는 애초 5만명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참가자는 2배 가까이 많았다. 베를린 경찰 당국은 이날 약 8만명, 현지 일부 언론은 1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베를린 말고도 다른 독일 지역이나 유럽 각국에서도 온 이들도 많았다. 남녀노소를 구분할 것 없이 다양한 이들이 몰렸다. 유모차를 끌거나 휠체어를 굴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시위대는 큰 소리로 아미니의 이름을 부르고 “국제적 연대”,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죽음을!”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는 베를린 전승기념탑에서 출발해 티어가르텐 공원 인근 도로를 돌아 다시 전승기념탑으로 돌아오는 4㎞ 코스로 구성됐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저마다 만들어 온 깃발, 펼침막, 손팻말을 흔들었다. “이란에 자유를”, “이란인의 목소리가 되자”, “이란의 거리에 가득한 피. 세계여, 일어나라” 등 시위대의 메시지는 분명했고 날카로웠다.
이날 집회에 이란 국기를 들고나온 한 여성은 인터뷰를 마친 뒤 이름을 묻자 “내 이름은 이란이다. 마흐사 아미니다”라며 “우리는 이란과 이란에 있는 모든 사람의 자유를 원한다. 현 정권은 더는 이란인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 여성은 이란에서 태어난 뒤 독일로 넘어와 40년 동안 살았다. 현재는 함부르크에서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현 정권은 수십 년 동안 우리 시민들을 죽였습니다. 젊은이들, 학생들,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어요.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란의 목소리가 되어주세요.”

22일 오후 독일 베를린 도심에서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기 위한 시위가 열렸다. 베를린/노지원 기자

행진하는 시위대 가운데서는 무지개 깃발도 펄럭였다. 퀴어(성 소수자) 활동 단체와 개인들도 많이 참여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뒤 세 살 때부터 베를린에 사는 나스(41)는 자신을 “퀴어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몸에는 아기 띠를 두르고 한 살배기 아기, 파트너와 함께 거리에 나왔다. “내 나라가 퀴어인 시민들에게 자유를 주길 원합니다. 이번에 처음 페미니스트 혁명이 일어나고 있어요. 계속될 것이고, 머지않아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3975.html
“역사는 이 용감한 세대의 이름을 기록할 것” ‘히잡 시위’ 교사도 파업 (한겨레, 김미향 기자, 2022-10-24 14:09)
이란 시위 한달째
한달 넘게 히잡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이란에서 교사들도 파업에 나섰다.
23일 <에이피>(AP) 통신은 이란 교원단체인 ‘교원노조조정협의회’가 이날 10대 학생 시위자들에 대한 정부의 무력탄압에 대한 항의로 수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한달 동안 이어지고 있는 히잡 반대 시위 과정에서 학생들이 잇따라 구속되고 때로 숨지는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란 교원노조조정협의회는 이란 교사들이 수업을 하는 대신 “여성, 생명, 자유”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한 교사는 교원노조에 공유한 편지에서 “학교가 병영 막사가 되었고, 초등학생들이 얼굴에 최루탄을 맞고 있다. 역사는 이 용감한 세대의 이름을 기록할 것”이라고 썼다. 교사들의 파업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도덕경찰에게 지난 9월 붙잡혔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와 같은 쿠르드족 밀집 거주 지역인 사난다지, 마리반, 케르만샤, 사케즈에 이어 서아제르바이잔주와 산악지역인 하마단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날 서부 케르만샤 지역의 한 고교생들은 거리로 나와 파업에 나선 교사들에게 “선생님, 자부심을 가지세요. 응원합니다”라고 외쳤다. 이 광경을 담은 동영상이 트위터를 통해 공유됐다. 이란 당국은 교사들의 파업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 독립 매체 <이란진실> 트위터 갈무리
이란&nbsp;교원단체&nbsp;소속&nbsp;교사들의&nbsp;수업&nbsp;거부.&nbsp;트위터&nbsp;갈무리

아미니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최근 시위는 애초 ‘히잡 착용 반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란의 보수화를 이끄는 에브라힘 라이시 정권과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생겨난 이란 이슬람공화국 체제에 대한 반대로 격화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도 처음엔 10대 학생이 중심이 됐지만, 이후 상인, 석유 노동자, 교사 등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한편, 이란 정부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이란 원자력청(AEOI)은 성명을 내고 남부 항구도시 부셰르에 있는 이란 유일의 원자력 발전소 부셰르 원전 운영회사의 이메일 서버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란 내부 해킹 단체로 알려진 ‘블랙 리워드’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해킹을 통해 얻은 부셰르 원전 관련 이메일, 건설 계획서, 보수공사 계약서 등을 공개했다. 이 해킹단체는 “최근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정부 시위로 체포된 정치범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4089.html
“조국은 우릴 버렸지만, 우린 이란과 함께할 겁니다” (한겨레,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저자, 2022-10-25 08:00)
[테헤란의 사자들]⑤이란 반정부 글로벌 시위 참가자
2022년 10월1일, 캐나다 토론토 한 도시에서만 5만명이 넘는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자들이 모였다. 2021년 기준 캐나다에 이란 출신이 40만명 살고 있으니까 8명 중 1명꼴로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마지드는 이제 캐나다 교포들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보면서 22살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먼 조국의 사건이 아니라 자기 일로 여긴다고 했다. 이란 히잡 반대 시위가 열린 토론토, 밴쿠버, 그리고 에드먼턴 지역에서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운집한 이유다.
이란 교포 공동체가 작은 캐나다 에드먼턴에서는 2020년 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건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13명의 희생자는 작은 교포 사회에서 누군가의 친구였고, 누군가의 가족이었다. 이날 이후 에드먼턴의 이란인들이 달라졌다. 강하게 연결되었고, 서로의 안부를 애틋하게 챙겼다. 마지드는 그동안 이란 정치에 무관심했던 에드먼턴의 이란인들이 이 사건 이후 급진적인 ‘전사’가 되어 투쟁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절대 시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드가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의 가장 큰 변화는 이란 여성이 주체적인 힘을 얻은 것이고, 개혁운동을 펼쳐온 이란 남성 역시 여성 이슈를 더욱 깊이 자각하는 것이라 했다. 또한 이란 안 시민뿐 아니라 이란 밖 시민도 이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마지드는 말했다.
“우리는 조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이란 사람들과 함께 있습니다”라는 글이 이란 교포의 소셜미디어에 다짐하듯 올라와 있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4264.html
“머리카락이 그렇게 치명적인가요?”…이란의 BTS 팬이 물었다 (한겨레,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저자, 2022-10-26 08:00)
[테헤란의 사자들] ⑥이란의 미래, 시위하는 10대

이란 10대들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이란 반정부 시위대의 노래인 셰르빈 하지푸르의 &lsquo;위하여&rsquo;를 부르고 있다. 출처:&nbsp; https://twitter.com/AlinejadMasih/status/1576911788964081664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가장 놀라운 광경은 시위에 참여한 교복을 입은 10대의 중학생, 고등학생일 것이다. 앳된 목소리로 ‘여성, 삶, 자유’를 외치는 이란의 소녀들은 어떠한 생각으로 용감하게 시위에 동참할 수 있었을까? BTS 멤버의 초상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18살 여고생 사라(가명)에게 이란 10대 소녀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 10대들이 생각하는 이번 시위의 의미에 관해서 물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한 탓에 수도 테헤란에 사는 사라를 왓츠앱으로 서면 인터뷰했다.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우리의 권리를 되찾는 과정이에요. 우리 모두 자유롭고 안전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은 자유로워질 권리를 이란의 소녀들과 소년들에게 주지 않아요. 행복하려면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나? 무엇을 입을지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우리의 머리카락이 그렇게도 치명적인가요?”
이란의 10대는 여느 사회의 10대와 다르지 않은 미디어 환경에서 자라왔다. 어쩌면 다른 어떤 세대보다 더 많은 해외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위성 채널과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적 시각을 지닌 이 아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이란 국내 미디어 콘텐츠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 경기를 즐기고, 한국과 터키, 미국, 영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 이슬람 규범과 규율을 강조하고 이란-이라크 전쟁 순교자의 이야기들로 가득한 학교 교과서을 가르친다고 한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우리는 자유를 원하고, 이란 사람들 모두가 평화를 누리길 바라요. 강요된 종교를 원하지 않아요. 특히 히잡 (착용)은 스스로 결정할 권리라고 생각해요. 마흐사 아미니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용기를 얻지 못했을 거예요. 왜 누군가가 종교적 규제를 위해 죽어야 하나요?”
사라는 안전 문제로 시위에 직접 참여할 수 없을 때는, 밤마다 집안에서 구호를 외친다고 했다. 이란의 중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의 교실 벽마다 걸려있는 최고지도자들의 사진을 찢었다. 교과서 앞표지를 장식한 ‘혁명의 아버지’ 이맘 호메이니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란 10대들은 도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항의의 표시로 히잡 속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보이며 친구들과 교실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인터넷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세대’라는 별칭이 있는 세대답게 사라는 시간 날 때마다 해시태그를 통한 온라인 시위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2022년 10월26일 국제 앰네스티는 이란 시위로 인한 10대 사망자는 적어도 23명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이란 아르다빌에 사는 15살 아스라 파나히는 학교에서 보안군의 곤봉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BTS 팬이었던 17살 니카, 일상을 유튜브에 담았던 16살 사리나, 총상을 입고 숨진 17살 아볼파즐까지. 그러나 아이들의 죽음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그들을 해시태그로만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끝>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4445.html
이란, 히잡 희생자 묘지로 수천명 행진했다…“경찰은 총을 쐈다” (한겨레, 정의길 선임기자, 2022-10-27 10:09)
아미니 사망 40일째 고향 도시서

이란에서 부적절한 히잡 착용을 이유로 체포됐다가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40일째를 맞은 26일 그의 고향 도시 사케즈에서 열린 추모시위. 추모자들이 아미니의 묘지로 행진하고 있다. 이 사진은 트위터에 올라왔다. AFP 연합뉴스

이란 경찰이 히잡 착용 강요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 경찰이 반정부 시위의 계기가 된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 40일째 되는 26일 열린 항의 시위 때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인권 단체와 목격자들 말을 인용해 <로이터> 등 서방 언론들이 보도했다. 경찰의 발포는 아미니의 고향인 이란 북서부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도시 사케즈에서 발생한 시위 때 일어났다. 아미니는 지난 9월 13일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붙잡힌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사흘만인 9월16일 숨졌고, 이후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26일 사케즈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아미니의 묘 근처에 집결해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실탄과 최루가스를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경찰은 아미니 사망 40일째 추모시위를 막기 위해 사케즈를 포함해 다른 쿠르드족 주요 거주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했다. 사망 40일째는 이란에서는 고인을 기리는 중요한 날이다.
시민 수천여명은 이날 사케즈에서 “여성, 생명, 자유”를 외쳤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특히, “쿠르디스탄(쿠르드족 주요 거주 지역)은 파시스트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이라는 구호도 나와 이번 시위가 쿠르드족 분리독립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사망한 아미니는 쿠르드족이다.
노르웨이에 있는 쿠르드족 인권단체인 헨가우(Hengaw)는 트위터에 추모자들이 지방정부 청사로 향해 행진했고, 경찰이 광장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 목격자를 인용해 “폭동 진압 경찰이 묘지에 모여있던 추모자들을 향해 발포했고, 수십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란의 관영 <이스나> 통신은 “제한적인 수의 사람들이 아미니의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경찰과 충돌해 해산됐다”고만 보도했다.
이란의 반정부 활동가들은 아미니 사망 40일 추모시위는 테헤란 등 다른 지역에서도 열렸다고 전했다. 테헤란의 여학교 내에서 경찰이 최루가스를 살포하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
아미니가 지난 9월16일 사망한 이후 이란 전역에서는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많은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인권 단체인 ‘이란 인권’은 적어도 어린이 29명을 포함한 234명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1014410003930?did=NA
이란 국민 배우도 히잡 벗었다..."반정부 시위 연대" (한국일보, 장수현 기자, 2022.11.10 16:30)
아미니 출신 쿠르드족 언어로 "여성, 삶, 자유"
이란 정부, 시위대 지지 유명인 잇따라 처벌

9일 이란 배우인 타라네 알리두스티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 알리두스티는 쿠르드족어로 "여성, 삶, 자유"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있다. 인스타그램 taraneh_alidoosti 캡처

이란에서 '국민 배우'로 통하는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히잡을 벗은 모습을 공개하며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9일(현지시간) 알리두스티는 인스타그램에 히잡을 벗은 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손에는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 언어로 "여성, 삶, 자유"라고 적은 종이를 든 채였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해 9월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가 쿠르드족 출신이다.
10대에 연기 활동을 시작한 알리두스티는 국제 영화계에도 잘 알려진 유명 배우다. 201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화 '세일즈맨'에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올해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오른 사에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알리두스티는 전부터 인권 문제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2016년 칸영화제 수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그가 페미니즘 지지를 상징하는 문신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나는 페미니스트가 맞다"며 "페미니즘은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권리와 개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대응했다. 2019년 유가 인상을 계기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정부가 폭력 진압하자 "우리는 시민이 아니라 포로"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흘 전 올린 게시글에서 배우 일을 중단하고, 시위를 하다 목숨을 잃거나 구금된 사람의 가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한 다른 유명인들이 최근 체포·구금된 것처럼 알리두스티도 곧 처벌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이란 여배우로는 처음으로 히잡을 벗은 모습을 공개하며 정부를 비판한 카타윤 리아히는 보안군에 집 수색을 당하고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유명 래퍼인 투마즈 살레히는 정부의 시위 폭력 진압을 비판하는 노래를 냈다가 '폭력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축구선수 호세인 마히니와 영화감독 마니 하기기는 시위대 지지 의사를 밝혔다가 각각 구금, 출국 금지당했다.
이란에서는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2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보안군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면서 이날까지 미성년자 46명을 포함해 318명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