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국제, 평화, 민족

이란 '히잡 의문사'에 세계 각지서 규탄 시위

새벽길 2022. 10. 18. 15:10


2022-10-11 02:56
란 여성들의 대단한 용기. 내가 이란 여성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01416154213450
이란 청소년 연이은 죽음에 커지는 분노 …시위 '구심점 부재' 우려도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 2022.10.14. 17:05:42)
정부, 시위 참여 청소년들 정신병원 강제 입원…이란 전 국회의장, 히잡 강제 비판하기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끌려 간 여성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한 달 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위에 참여한 10대 청소년들의 사망이 이어지면서 분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시위 참여가 두드러지며 이란 당국은 체포한 청소년들을 정신병원으로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정부의 강경한 입장엔 변함이 없지만 정치 엘리트층에서 히잡 강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며 내부 분열 조짐도 감지된다. 이번 시위에 구심점이 없는 것은 정부의 진압을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목표 달성도 쉽지 않게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앰네스티는 13일(현지시각)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 달 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 시위에서 적어도 23명의 10대가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한 10대 중 20명은 남성이고 3명은 여성이다. 피해자는 16~17살이 대부분이고 11살 어린이까지 총에 맞아 숨졌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달 20일부터 30일 사이 열흘 간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피해 상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세프도 지난 10일 캐서린 러셀 총재 명의로 성명을 내 이란 시위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살해 당하고 부상 당하고 구금됐다는 보고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데 대해 극도의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6일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가 구금한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이 알려진 뒤 한 달 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인권단체는 강경 진압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0명이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보안군이 발사한 총탄에 맞아 숨진 가운데 4명은 구타를 당해 숨졌다. 국제앰네스티와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이란인권단체(IHRNGO)의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달 22일 알보르즈주 카라지에서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16살 여성 사리나 에스마일자데는 보안군에게 곤봉으로 머리를 맞은 뒤 치명상을 입었고 그의 가족은 23일에 에스마일자데의 사망을 확인됐다. 보안군이 그의 머리를 반복해서 가격했고 피가 많이 났으며 병원에 이송되지 못한 채 인근 민가에서 치료를 받다가 그대로 숨을 거뒀다는 증언이 있었다. 보안군은 에스마일자데의 신원 확인을 위해 그의 주검의 얼굴 부분만을 보여줬고, 가족들은 이 때 그의 얼굴에 수많은 상처와 오른쪽 이마가 심하게 으스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달 7일 알보르즈주 지방 검사는 에스마일자데가 그의 할머니집 지붕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으며 보안군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것은 "적대적 매체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달 20일 테헤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16살 여성인 니카 샤카라미도 이날 밤 11시30분께 엄마에게 보안군에 쫓기고 있다고 다급한 전화를 건 뒤 실종돼 거의 열흘이 지난 29일에 가족에게 사망 사실이 알려졌다. 앰네스티가 검토한 매장 증명서에 따르면 샤카라미의 사망일은 실종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1일이고 사인은 "단단한 물체에 충돌한 것에 의한 다수의 부상"이다. 주검을 확인한 가족들은 샤카라미의 광대뼈, 코, 치아가 부러졌고 두개골도 부상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매체는 샤카라미의 죽음은 시위와 관련이 없으며 친척집 근처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것이 사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샤카라미의 어머니는 국영 매체가 보도한 영상 속 여성이 그의 딸이 아니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니카의 어머니 나스린 샤카라미가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당국으로부터 그의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하라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나 이 통화가 도중에 갑자기 끊겨 버렸고, 이 번호로는 전화 연결이 더 이상 되지 않는다는 국영통신사의 음성 메시지만 나왔다고 덧붙였다. 앰네스티는 17살 여성 세타레흐 타지크와 16살 남성 메디 모사비 니코도 시위 중 구타에 의해 숨졌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니카 샤카라미와 사리나 에스마일자데가 이란 반정부 시위의 새로운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고 13일 짚었다. 매체는 이들의 초상이 새겨진 벽보가 이란 전역에 비밀스럽게 퍼지고 있으며 시위대가 이들의 이름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청소년들의 시위 참여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당국은 체포한 청소년들을 정신병동으로 보내고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 CNN 방송은 유세프 누리 이란 교육부 장관이 11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금된 일부 학생들을 "심리치료기관"으로 이송했으며 이는 그들의 "반사회적 성격"을 "개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누리 장관은 구금된 학생의 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이들의 정신이 "개조된 뒤 수업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가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음에도 이란 정부는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지만 지배계층 내에서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알리 라리자니 이란 전 국회의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극단주의적" 정책이 대중의 극단적 반응을 불러왔다며 히잡 단속을 비판했다. 그는 "히잡에는 문화적 해결책이 있다"며 "문화 현상이 널리 퍼졌을 때 강경 대응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히잡을 착용했다고 덧붙였다. 라리자니 전 의장은 에브라힘 라이시 현 이란 대통령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의해 지난해 대선 출마를 저지당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란혁명수비대(IRGC) 출신으로 수십 년 간 이란 정계의 핵심 인사로 평가 받았다. <가디언>은  이란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 "균열"이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번 시위가 개혁 요구를 넘어서 이슬람공화국 자체를 폐지하고자 하는 봉기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함 알반디 런던정경대 역사학 교수는 이 방송에 "이는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아니다. 이는 이슬람공화국 종결을 요구하는 봉기"라며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봐 온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알반디 교수는 현재 이란 경제의 근간인 석유 산업 노동자들에게까지 번진 이 시위가 전 산업 부문에 걸친 총파업으로 번진다면 "국가가 완전히 마비되며 국가의 무력함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활동가들은 총파업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일부 상점과 석유 산업에서의 파업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란에서 석유 노동자들의 시위 가세는 1979년 이슬람혁명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이번 시위의 특징이다. 영국에 기반을 둔 방송 이란인터내셔널은 13일 특정 지도자가 시위를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시위를 쉽게 진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이슬람공화국 전복을 내세운 시위의 목표가 달성되기 더 어려워 보이며 설사 요구가 관철되더라도 이를 지속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2806.html
히잡 때문에 죽었다, 히잡을 벗었다…한달 맞은 이란 시위 (한겨레, 조해영 기자, 2022-10-16 07:29)
서울 강남구에 테헤란로가 있듯,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다. 테헤란 동북부에서 남북으로 뻗어 있는 3.8㎞ 길이의 이 길 맨 아래에는 서울의 이름을 딴 서울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의 카스라병원에서 지난달 16일(현지시각) 22살 마흐사 아미니가 사망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도덕경찰에게 붙잡힌 뒤 구타를 당해 숨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죽음은 이란 여성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이튿날부터 히잡을 거부하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분노는 이란 전역에 번져나갔다. 시위가 시작된 지 17일로 딱 한달이 된다.
9월 16일 아미니 사망…“경찰이 머리 때렸다” 보도
아미니가 테헤란 시내 한복판에서 체포된 것은 지난달 13일이다. 붙잡힌 지 몇시간 만에 병원으로 옮겨져 혼수상태로 사흘을 지내다 숨졌다. 이란 당국은 아미니가 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믿는 이는 거의 없다. 그가 숨진 뒤 “경찰이 구금시설에서 머리를 때렸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족들도 아미니에게 질환이 없었다고 말한다. 언론에 보도된 아미니의 진료기록을 본 의사들은 타격에 의한 두개골 파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낮에, 수도 한복판에서, 히잡이 머리카락을 완전히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끌려간 뒤 숨진 20대 여성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이란 여성들은 분노했다.
가장 먼저 히잡을 벗어던진 건 테헤란에서 차로 서쪽으로 8시간이나 달려야 나오는 도시 사케즈의 여성들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미니는 가족들과 여행차 테헤란을 찾았다가 비극을 맞았다. 지난달 17일 장례식에서 많은 여성이 히잡을 벗어 머리 위로 들고 흔드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여성들은 검은색, 흰색, 남색 등 히잡을 저마다 손에 쥐고 뜨겁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미니의 사진을 인쇄한 종이를 든 남성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미니가 숨진 테헤란 카스라병원 인근에서도 죽음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위는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7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파테미 광장의 분수가 빨갛게 물든 사진과 영상이 트위터에 공개됐다. 익명의 예술가가 이란 당국의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곳 외에 테헤란의 다네슈주 공원, 호나르만단 공원에서도 빨간 분수가 발견됐다. 테헤란/트위터

핏빛 물든 테헤란 분수…대학교서도 시위·총성
저항의 목소리는 이란인들의 생활 공간 곳곳에 스며들었다. 지난 7일 트위터에는 테헤란 시내에 자리한 곳곳의 분수가 새빨갛게 물든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익명의 예술가가 당국의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핏빛 분수는 파테미 광장과 다네슈주 공원, 호나르만단 공원 등 수도 중심부 곳곳에서 발견됐다. 구글어스로 보면, 주변의 시민들과 길게 뻗은 왕복 4차선 도로 위로 차들이 오가는 모습이 나온다. 대학 캠퍼스도 주요 전장으로 떠올랐다. 이란의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샤리프기술대학교엔 이제 시위대의 구호와 총성이 오간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각) 아미니의 죽음 이후 한 달째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수도 테헤란에 있는 샤리프기술대학교도 그중 한 곳이다. 위는 샤리프기술대학교 공식 누리집 갈무리, 아래는 같은 곳에서 2일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 테헤란/샤리프기술대학교 공식 누리집 갈무리, 트위터

테헤란은 43년 전에도 혼란한 ‘히잡 시위’를 지켜본 도시다. 1979년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열린 행진은 여성인권 억압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로 바뀌었다. 1978년부터 1979년 2월에 걸쳐 진행된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입헌군주제였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다. 그 대신 들어선 것은 이슬람 신정 체제였다. 그로 인해 여성인권은 급격히 후퇴했다. 팔레비 왕조 아래에서 복장과 취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유를 누렸던 여성들 사이엔 위기감이 커졌다. 바로 전날 혁명에 성공한 이들은 “가리지 않으면 처벌받는다”는 방침을 정해 발표했다. 이란 여성들은 자신의 머리를 드러내며 항의 행진에 나섰지만 흐름을 막진 못했다.
강경 진압에 사망자 200여명
그래도 온건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재임 기간 2013~2021년) 시절엔 단속이 심하지 않았다. 이란 여성들의 복장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지난해 8월 세속교육을 받지 않은 이슬람 성직자 출신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한 뒤 사회 분위기가 변했다. 7월 초 ‘히잡과 순결 칙령’이 발표되면서 단속이 강화됐다. 두달 만에 아미니가 숨진 것이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이어진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이는 이미 200명을 넘었다. 두바이에 사는 한 이란 여성은 <시엔비시>(CNBC)에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물러서지 않고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계속 싸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란 히잡시위 일지와 주요 시위가 발생한 지역

이 시위의 또 다른 전선은 ‘민족’이다. 아미니의 고향인 사케즈는 쿠르드족의 거주지를 뜻하는 ‘쿠르디스탄’의 일부다. 쿠르드족은 국가를 갖지 못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민족(약 3300만명)으로 튀르키예(터키)와 이란·이라크·시리아 접경 지역에 거주한다. 이들은 각지에서 분리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케즈의 시위에서 처음부터 “독재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죽음을” 같은 구호가 나온 이유다. 게다가 미국이 2018년 5월 이란 핵협정(JCPOA)을 일방 파기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가로막으며 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현재 이란의 물가 상승률은 무려 40~50%에 이른다.
지난달 30일 이란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또 다른 죽음이 전해졌다. 지난달 20일 시위에 참여했다가 17살 여성 니카 샤카라미가 숨진 것이다. 그는 “경찰에게 쫓기고 있다”는 말을 친구에게 남긴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소셜미디어에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는 등 여학생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저항에 나선 이란 소녀들이 시위가 벌어지는 위험하고 공적인 공간으로 당당하게 도착한 것은 예외적이고도 특별하다”며 “그들은 이슬람공화국이 그들의 몸을 지배하게 될 미래에 맞서 선제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일 올라온 한 영상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수십명의 여학생은 단상에 선 한 남성을 향해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친다. 이 남성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 민병대 관계자이고, 영상이 찍힌 곳은 남부 도시 시라즈의 한 여학교로 알려졌다. 테헤란에서 무려 900㎞ 떨어진 곳이다. 북부에서 시작된 시위가 이제 전역으로 넓게 퍼졌음을 알 수 있다. 시위가 벌어진 시라즈는 파르스주의 주도다. 파르스란 단어는 이란을 의미하는 페르시아의 어원이다. 한달 전 테헤란에서 발생한 한 여성의 죽음은 이제 그야말로 이란(페르시아) 전역을 흔들고 있다.
숨진 아미니는 고향 사케즈에 묻혔다. 그의 비석엔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상징이 될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이 말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세계 곳곳에서 이란과 연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이란에서 6000㎞ 넘게 떨어진 이곳에 재한 이란인 등 120명이 모였다. 이들은 아미니의 이름과 함께 “여성, 인권, 자유”를 외쳤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1017_0002049875&cID=10101&pID=10100
이란, '히잡 시위'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 한달…"43년만 최대 도전"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2022.10.17 12:32:54)
정치적 탄압 상징 '테헤란 교도소'서 무력충돌
언론인보호위(CPJ), 언론인 40명 체포 분석도
반정부 시위서 이슬람 통치 종식 요구로 확대
이슬람 지도부 43년, 가장 심각한 시험대 직면
"시위, 지도자 필요"…"당국, 물러서지 않을 듯"
'여대생 히잡 사망' 사건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16일(현지시간)로 한달째가 됐다. 이른바 'Z세대'라고 불리는 1020세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작했던 히잡 착용 의무화에 항의하던 시위는 석유 노동자들과 교도소 수감자들까지 동참하면서 반정부 시위 수준을 뛰어 넘어 이란 정권 전복을 위한 폭동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 반정부 인사들이 주로 수감된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에서 수감자와 교도관 사이 무력 충돌이 일어났다. 재소자들이 죄수복으로 가득 찬 창고 건물에 불을 지르면서 화염이 치솟았고, 이로 인해 수감자 4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교도소와 통하는 도로를 모두 차단했고, 소방 당국은 진화 작업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소동은 에빈 교도소 내 금융 범죄와 다른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들이 주로 수용된 건물에서 시작됐지만, 정치범과 반체제 인사들이 수용된 건물로 빠르게 확산됐다"며 "반체제 인사들은 불이 확산되기 전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란을 한 달 간 뒤흔든 이 시위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의 사망에서 촉발됐다. 아미니는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했다. 경찰은 아미니가 지병인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가족들은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며 반박했다.
이 사건은 반정부 시위에 불을 붙였다. 당국의 인터넷 차단과 폭력적인 억압에도 저항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는 2019년에 발생한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이자 최장 기간 지속된 시위다.
그동안 이란의 많은 배우나 감독, 예술가, 시인, 스포츠 스타 등은 이번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점차 10대 학생들과 정유·가스 노동자 등 연령과 직업을 초월한 것은 물론 국경까지 넘어 확산됐다.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되자 최근 이란 당국은 활동가와 언론인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16일 가디언이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자료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이란에서 최소 40명의 언론인이 체포됐다.
이번 에빈 교도소 사건을 보면, 단순 반정부 시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빈 교도소가 반체제 인사들과 외국인을 가두기 위해 50년 전 세워진 정치 교도소란 점에서다. 1979년부터 시작된 이슬람 통치의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로 변모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이란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았다. 이는 최근 이어진 반정부 시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3년의 이슬람 지도부 체제에서 가장 심각한 시험대에 직면한 상황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에 기반을 둔 NGO(비정부기구) '이란을 위한 정의(Justice for Iran)'의 책임자 샤디 사드르는 "시위대는 진정한 변화를 요구하며 지배적인 담론을 바꿨다"며 "이들은 이란 정치 체제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함 알반디 런던경제대 부교수는 "이슬람 공화국을 넘어 생각할 때"라며 "(이슬람 체제의) 개혁은 죽었다"고 말했다.
과연 시위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AFP통신은 "이란의 지도부가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지만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망했다. 현재 시위대의 규모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란 정부도 무력 탄압과 인터넷 차단 등의 억압을 계속할 것으로 봤다.
AFP통신은 "아랍의 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 반정부 시위는 거의 없었다"며 지도자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벨기에 브뤼셀의 비영리단체 카네기 유럽의 코넬리우스 아데바르는 AFP통신에 "이번 시위가 이슬람 공화국 종말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이 시위는 지속돼야 한다. 어떤 지도자가 있는 구조를 찾아야 한다"며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시위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요구 이상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무자비한 독재자를 쓰러뜨리려 했던 사례들이 이번 시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는다"며 "시위 행진들이 외치는 반체제 구호 때문에 이란 당국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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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209252137015
‘히잡 의문사’ 성난 이란 민심…13년 만에 최대 시위 (경향, 박효재 기자, 2022.09.25 21:37)
80여개 도시 확산, 최소 35명 사망…“신정통치 종식” 주장도
정부는 인터넷 끊고 강경진압…미 ‘핵합의 복원 협상’에 타격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된 20대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2009년 부정선거 항의 시위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 정부가 강경한 진압을 예고해 향후 시위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전체 31개주 80여개 도시에서 24일(현지시간) 동시다발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군경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경 5명을 포함해 이날까지 최소 35명이 숨졌다. 인권단체들은 최소 5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날까지 적어도 120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군경과 시위대 간 무력충돌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보안군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실탄을 사용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테헤란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찰이 창문을 향해 사격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시위대는 보안군을 구타하고 군경 차량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여성의 복장을 감시하는 ‘지도 순찰대’ 본부를 폭파했다. 북서부 소도시 오슈나비에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이란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군인들을 막사 밖으로 몰아냈다고 이란 인터내셔널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이슬람 공화국의 신정통치를 끝내자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테헤란 대학 시위대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 “히잡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가디언은 보안군과 시위대가 대규모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가 대통령 선거 부정에 항의해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인 2009년 ‘녹색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란 언론인 시마 사베트는 이란 인터내셔널 인터뷰에서 “2009년 녹색운동과 이번 시위의 가장 큰 차이는 시위대가 폭력 정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 이란연대 피루제 마흐무디 국장은 가디언에 “2009년과 달리 대도시만이 아니라 그동안 시위가 없었던 중소도시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처럼 많은 여성들이 히잡을 벗어던지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시위는 과거 시위와 달리 사상 처음으로 테헤란 북부의 부유층과 시장 상인 등 노동계급이 하나가 되고, 이란 주류인 페르시아인과 소수민족인 쿠르드·투르크족이 힘을 합치는 등 계층과 민족의 차이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란이 강경 보수 성향으로 회귀하고 경제 사정도 악화되자 국가 운영체제 자체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라이시 정부는 서방과의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반면, 히잡 의무착용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며 이를 단속하는 보안군에 대한 지원 자금은 늘렸다.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4일 “정부는 국가와 대중의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 이란 내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아미니 사망 사건을 처음 보도한 일간지 기자 닐루파 하메디를 포함해 현재까지 최소 17명의 언론인이 체포됐다. 이란 정부는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스마트폰 메신저 앱을 통한 시위 조직을 막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이번 시위로 이란 정부가 서방에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이란 정부가 시위를 폭력 진압하면서 미국이 협상에 즉시 복귀할 가능성도 낮아져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926012151009?input=1195m
이란 '히잡 의문사'에 세계 각지서 규탄 시위(종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오진송 기자, 2022-09-26 16:34)
미국·유럽 등으로 확산…이란 정부에 항의로 머리카락 자르기도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 미국의소리(VOA),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튀르키예,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여러 도시에서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미국에서는 이란계 미국인을 주축으로 23일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캘리포니아 UC버클리에서 각각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 주최자는 CNN 방송의 인터뷰에서 "이 시위는 기꺼이 비용을 치르고서라고 이란 정권을 뒤집으려할 준비가 된 사람들과의 연대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에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가로지르는 인간사슬을 만드는 시위가 열린다. 시카고에서 시위를 조직한 한 여성은 "이슬람 정권의 억압 아래 살고 있지 않은 사람으로서 우리는 소리를 높여 이란 국민의 목소리가 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 출신 이민자가 많은 튀르키예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이란 출신 이민자 300여 명은 아미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21일 이스탄불 주재 이란 영사관 앞에 모였다. 시위 도중 여성 최소 3명이 여성의 신체를 구속하는 이란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복종하지 않는다",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이란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손에 들었다.

튀르키예&nbsp;이스탄불&nbsp;항의&nbsp;시위[로이터&nbsp;연합뉴스&nbsp;자료사진.&nbsp;재판매&nbsp;및&nbsp;DB&nbsp;금지]

프랑스 파리에서는 24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이란 당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파리 중심가 트로가데로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는 경찰추산 약 4천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시위는 처음에는 평화적인 분위기로 시작됐으나 일부 참가자들이 인근 이란 대사관으로 향하면서 경찰과의 충돌로 이어졌다. 시위대 사이에선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슬람 공화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이란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이란인들이 쓰는 구호인 '여성, 생명, 자유!'를 이란 공용어인 페르시아어와 쿠르드어로 외치기도 했다. 프랑스 경찰은 최루탄과 진압장비를 동원해 이란 대사관으로 행진하는 시위대를 가로막았다.
프랑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일부 시위대가 수차례 이란 대사관 주변에 설치된 차단선을 넘으려 시도해 최루탄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냈다"면서 이 과정에서 시위대 한 명을 체포했고 경찰관 한 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강경 진압은 프랑스 내 반 이란 인권단체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가뜩이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주 유엔 총회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회담한 데 대해 반감을 보인 인권활동가들은 당국이 이란 정부를 비호하고 있다고 여긴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비슷한 시각 영국 런던에서도 주영 이란 대사관 접근을 시도하는 시위대와 경찰 간에 충돌이 벌어져 시위대 5명이 체포됐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란 대사관 외부에 설정된 경찰의 차단선을 돌파하려고 시도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런던 경찰은 시위대 다수가 '무질서를 유발하려는 집단적 의도'를 지닌 채 주영 이란 대사관 주변에 모였다면서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으려 시도하고 경찰관에게 물건을 던져 경찰 병력을 추가 투입했다"고 밝혔다.

영국&nbsp;런던&nbsp;시내에서&nbsp;의문사한&nbsp;이란&nbsp;여성을&nbsp;위한&nbsp;연대&nbsp;시위를&nbsp;벌이는&nbsp;시민들[로이터&nbsp;연합뉴스자료사진.&nbsp;재판매&nbsp;및&nbsp;DB&nbsp;금지]

아미니는 이달 13일 가족과 함께 테헤란에 갔다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조사받다가 경찰서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된 사흘 뒤인 16일 사망했다. 이란 경찰은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면서 심장마비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그가 경찰서에서 머리를 맞아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란 지도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지자 이란 정부는 강경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최소 4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으나, 이란 사법부 수장인 골람 호세인 모세니-에제이는 25일 관용 없이 단호한 조처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강경 진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EU 명의로 낸 성명에서 "비폭력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광범위하고 과도한 무력 사용은 EU와 회원국에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엄격히 제한하고 인스턴트 메시지 플랫폼을 차단하고 있다"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우려를 더욱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20927515200
번지는 이란 히잡 거부… 이슬람 체제 균열 부르나 [뉴스+] (세계일보, 구현모 기자, 2022-09-28 06:00:00)
사망·체포 늘지만 시위 80개 도시로 확산일로
20대 히잡 미착용 여성 경찰 체포시 사망 계기
젊은 세대 체제 불만·경제난도 원인으로 꼽혀
‘사망자 76명·체포자 1200명 이상.’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IHR)가 밝힌 이란 당국의 시위 강경 진압으로 26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사망하거나 체포된 인원 통계다. AFP 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히잡 의문사’로 인해 촉발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날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약 80개의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2009년 부정 선거 의혹에 항의하며 일어났던 ‘녹색 운동’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

한 이란 여성이 2022년 9월26일(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이란 영사관 앞에서 잘린 머리카락을 들어보이며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처럼 시위가 격화된 계기는 20대 여성이 히잡(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가 사망한 사건이다. 그러나 그 너머에는 이란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식 통제에 대한 반발과 경제난으로 인한 정부에 대한 분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히잡 벗을 자유 외치는 이란 여성들
지난 16일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경찰(Morality Police)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사인으로 심장마비가 추정된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이 진압봉으로 아미니 머리를 때렸다는 보도가 나왔고 유족들 역시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시위의 불길은 더욱 커졌다.
외신들은 이란 내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이 시위의 중심에 서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시위대는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히잡을 불에 태우고 머리를 잘랐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시위대는 ‘여성’, ‘생명’, ‘자유’를 구호로 외쳤고 테헤란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 거리에서 억압의 상징을 불태우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시위대는 또한 여성의 복장을 통제해 온 ‘도덕경찰’ 본부를 폭파하기도 했다.
히잡 미착용으로 인해 촉발된 시위지만 남성들도 히잡을 불태우는 여성에 환호하며 시위에 가담하고 있다. 이란의 축구 스타 사르다르 아즈문(바이어 04 레버쿠젠)은 자신의 SNS에 히잡 착용 의무화를 비판하며 “이게 무슬림이라면, 신이시여, 나를 이단자로 만들어달라”고 꼬집었다.
NYT는 이란 공화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테헤란 북부 고층 아파트의 부유층과 남부의 시장 상인들, 쿠르드족과 튀르크족 등 거의 모든 계층과 민족들이 뭉쳤다고 평가했다.
여성들이 시위 전면에 나선 까닭은 이란이 ‘히잡’ 착용으로 대표되는 이슬람 율법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왔기 때문이다. 이슬람권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외출 시 여성이 무조건 히잡을 쓰는 곳은 이란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적인 성향이었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히잡 착용 규범을 느슨하게 적용했지만 보수적인 율법 학자 출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집권 이후 여성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해왔다. 라이시 대통령은 강경한 시아파 해석에 근거해 도덕경찰의 권한을 확대해왔으며 지난달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의 사회적 권리를 박탈하는 새 법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과거와 같은 이슬람식 통제를 거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몇 년 전 테헤란 공항에 가보니 이란 젊은 여성들은 입국하고 나서야 히잡을 찾곤 하더라”며 “이미 사적인 영역에서는 히잡으로 대표되는 이슬람 문화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다른 중동국가들보다 여성 교육 수준이 높고 특히 대학교 수준의 이공계 교육을 받은 여성의 비율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며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에는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아도 되고 사회적 지위도 남성들과 동등하지 않았나. 여성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 정부의 통제에 대한 거부감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복장 규정 위반으로 구금됐던 여성이 숨진 것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테헤란=AP/뉴시스

◆정권 퇴진 운동으로 격화되는 이란 시위
이번 시위가 단순히 히잡에 대한 시위가 아니라 권위주의, 이슬람 정부에 대한 퇴진 운동 성격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의 부활로 경제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이 시위가 확대된 하나의 원인이라라는 관측이다. 앞서 이란은 2015년 서방 국가들과 맺은 핵 합의로 경제제재 해제되는 듯했으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합의에서 빠져나가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게다가 라이시 대통령 역시 이를 복원하는 데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란과 서방 국가들이 이란 핵 합의를 협정을 맺고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다 해제해 이란 국민들은 어떤 경제적인 혜택이 있겠다는 엄청난 기대감을 가졌다”며 “그러나 다시 경제제재가 부활하면서 경제난이 더욱 심해진 상황에서 히잡이라는 문화적 욕구가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 진화돼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928129400009?input=1195m
반정부 시위 선봉에 선 이란 여성들…정부는 강경진압 일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2022-09-28 16:33)
히잡 태우고 머리카락 노출…시위 현장서 삭발 퍼포먼스도
시위 계기 된 '히잡 의문사' 보도기자·전 대통령 딸은 체포되기도

이란&nbsp;테헤란의&nbsp;시위&nbsp;모습[AP&nbsp;연합뉴스&nbsp;자료사진.&nbsp;재판매&nbsp;및&nbsp;DB&nbsp;금지]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파장을 키워가는 가운데 현지의 젊은 여성들이 시위의 선봉으로 나서 눈길을 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곳곳에서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위에서 이란 여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 의사를 표출해 왔다. 히잡을 모닥불에 던져 태우거나 머리카락을 노출한 채 보안요원 앞에서 춤을 추는가 하면 시위 중 머리카락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 밤 지인을 모아 시위에 참여한다는 20대 여성 활동가 골샨은 "젊은 여성에게서 많은 분노가 보인다"면서 시위에 나선 이란 여성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지도자"라고 말했다.
30대 예술가 마리암은 자신의 친구들과 히잡을 태우고 머리카락을 밀었다면서 "(정부는) 나를 통제하거나 머리카락으로 나를 규정지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소셜미디어에는 관련 영상이 쏟아지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선 그런 이란 여성을 지지하는 연대 시위가 잇따랐다.
이번 시위의 직접적 촉매가 된 건 이달 13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헤란에서 체포된 쿠르드계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사흘 만에 숨진 사건이다. 그가 조사 중 머리를 거듭 얻어맞은 뒤 의식을 잃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란 지도부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왔고,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폭발적인 반향이 나온 데는 오랜 기간 히잡 착용 강요와 남성 우위 법률에 억압받으며 저항심을 키워 온 이란 여성들의 역할이 컸다고 현지 활동가들은 말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강제해산하고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연행하는 등 여전히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관련 당국은 시위 영상 공유를 막기 위해 일부 지역에선 인터넷 접근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전날 이란 당국은 공영 매체를 통해 사망자가 4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지만,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7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22일에는 아미니의 의문사를 최초 보도한 현지 일간지 기자 닐루파 하메디를 구금했고, 이날은 여성 활동가이자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의 딸인 파에제 하셰미를 시위 선동 혐의로 체포했다.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 당국은 이날 밤 최고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이란인터내셔널이 반관영 파르스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930/115733469/1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 13일째… 복장 단속 ‘도덕경찰’ 자취 감춰 (동아일보,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2022-09-29 08:48)
여성 억압 상징 ‘도덕경찰’ 초록색 승합차 테헤란 시내서 사라져
강경 진압 나선 이란 당국, 이라크 쿠르드 조직 공습
이른바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가 13일 째 이어진 이란에서 주로 여성 복장 단속을 담당하는 ‘도덕경찰(morality police)’이 거리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무차별적 히잡 의무 착용 단속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16일 돌연 숨진 채 발견된 마사 아미니(22) 사건을 기화로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악명 높은 도덕 경찰이 테헤란 거리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덕경찰이 사용하는 초록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승합차가 테헤란 도심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
도덕경찰은 복장을 비롯한 이슬람 풍속 단속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체포 및 구금 권한을 남용해 길에서 여성을 구타하거나 납치하듯 연행하는 마구잡이식 단속으로 악명 높다. 도덕경찰이 사용하는 초록색과 흰색 승합차는 여성 억압을 상징하게 됐다. 이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도덕경찰 단속 위치와 현황을 실시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유행할 정도로 기피 대상이다. 지난해 원리주의 강경파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단속은 더욱 강화됐다.
개혁주의 분석가 사이드 레이라즈는 FT에 이번 시위를 계기로 이란 정부도 히잡 단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더 많은 젊은이가 자유를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FT는 “도덕경찰이 당장은 자취를 감췄음에도 이란 당국이 히잡 착용 의무화 법안을 수정하는 데까지 이어지기는 힘들다”며 “향후 도덕경찰 역할을 두고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후 줄곧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반(半)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날까지 반정부 시위로 6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2000명 넘게 시위 참여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내부 단속을 넘어 반정부 시위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주변국 이라크 쿠르드 지역을 공습하면서 국제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나온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계 분리독립조직 거점을 탄도미사일과 무인항공기(드론) 등으로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은 이란 내 소수민족으로 아미니 역시 쿠르드족 출신이다. 현재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가장 활발한 곳도 쿠르드족 밀집 지역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들과 이라크 쿠르드계 조직이 연관돼 있다며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미국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 공습에 나선 이란 드론을 격추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라크 북부를 타격한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날 “이란 시위와 관련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당국은 불필요한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929088700009?input=1195m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 참여자들 머리카락 자르는 이유는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2022-09-29 13:26)
지난주 반정부시위 피살자 유족의 애도 모습이 계기
페르시아권 전통…"권력자 힘보다 분노 크다" 속뜻
공감대 널리 확대…"권력의 기준·아름다움 신경 안 쓴다"

미국&nbsp;뉴욕&nbsp;'이란&nbsp;히잡&nbsp;의문사'&nbsp;항의&nbsp;시위.&nbsp;지난&nbsp;27일&nbsp;미국&nbsp;뉴욕에서&nbsp;진행된&nbsp;시위에서&nbsp;한&nbsp;여성이&nbsp;항의&nbsp;표시로&nbsp;가위로&nbsp;자신의&nbsp;머리카락을&nbsp;자르고&nbsp;있다.&nbsp;[로이터&nbsp;연합뉴스&nbsp;자료사진.&nbsp;재판매&nbsp;및&nbsp;DB&nbsp;금지]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여성들이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항의 표시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이 같은 행동은 지난주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36세 남성의 여동생이 눈물을 흘리며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관 위에 흩뿌린 장면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중동,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여성들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 표시로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CNN은 이란 여성의 머리카락 항의가 이란에서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설했다.

머리카락&nbsp;시위를&nbsp;시작한&nbsp;것으로&nbsp;알려진&nbsp;여성[트위터&nbsp;동영상&nbsp;캡처.&nbsp;재판매&nbsp;및&nbsp;DB&nbsp;금지]

여성이 애도나 저항의 표시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은 1천 년 전에 집필된 페르시아어 장편서사시 '샤나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샤나메는 근대 페르시아어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대 이란 왕조인 사산왕조가 7세기에 아랍인들에게 멸망하기 전까지 페르시아 왕들의 전설과 역사를 약 6만 편의 운문으로 작성해 이란 문화의 구심점으로 꼽힌다. 이 작품에는 여성이 애도와 권력에 대한 저항 표시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국 웨일스에서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는 샤라 아타시는 CNN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서 영웅 시아바시가 살해되자 그의 아내 파란기스, 그와 함께 있던 소녀들이 불의에 저항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타시는 이 장편서사시가 1천 년간 페르시아 문화권에서 살아간 이란인, 아프간인, 타지크인의 일상에서 하나의 상징으로 이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페츠와 하카니 등 다른 페르시아어 서사시에서도 슬픔과 저항의 표현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이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머리카락 자르기를 "권력자의 힘보다 분노가 더 강할 때 나타나는 고대 페르시아의 전통"이라고 규정했다.
아타시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의 깊이를 더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한 애도 의식이라면서, 오늘날의 맥락에서는 "국민이 살해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이란 히잡 의문사' 항의 시위. 지난 2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이란 영사관 앞에서 항의 표시로 잘린 머리카락을 들고 서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의 말도 비슷하다. 이탈리아 볼로냐에 거주하는 이란 출신 화학 공학자 파에제 아프샨(36)도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그들이 정한 기준이나 그들이 정의한 아름다움, 그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 영상은 우리가 화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28일로 12일째에 접어든 이란 반정부 시위는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이란 내 40여 개의 도시에서 진행됐다. 이란 관영 매체는 군경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이 체포됐고 최소 4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일부 인권 단체들은 사망자 수가 7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929167300077?input=1195m
아프간서도 '이란 히잡 의문사' 규탄 시위…탈레반, 총쏘며 해산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2022-09-29 18:47)

29일&nbsp;아프간&nbsp;카불에서&nbsp;시위하는&nbsp;여성.[AFP&nbsp;연합뉴스&nbsp;자료사진.&nbsp;재판매&nbsp;및&nbsp;DB&nbsp;금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의 가혹한 탄압을 뚫고 '이란 히잡 의문사' 사건과 관련해 연대 시위를 벌였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 약 25명은 이날 수도 카불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최근 이란에서 의문사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아미니는 이달 13일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조사받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후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히잡은 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등만 가리는 스카프를 말하지만 때로는 부르카(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 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 등과 혼용되거나 이를 포괄하는 이슬람 의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란 경찰은 아미니의 죽음과 관련해 폭력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란은 물론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날 카불 시위 참여자 중 한 명은 "이란 국민과 아프간 여성 희생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이날 "이란은 봉기했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카불부터 이란까지 독재 정부에 노(no)라고 말하라"는 내용의 팻말도 들었다.
시위가 벌어지자 탈레반은 즉시 해산에 나섰다. AFP통신은 현지 통신원을 인용해 탈레반 대원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허공에 총을 쐈고 팻말을 빼앗은 후 찢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후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 들어 여성 인권은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레반 정부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음에도 지난 3월 새 학기 첫날 말을 바꿨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게 됐고, 여성에 대해서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됐다. 이런 가운데 경제는 더욱 망가졌고 가뭄과 지진 등 자연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827982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시위…과거와 다른 점은?[영상] (CBS노컷뉴스 최철 기자, 2022-10-05 14:16)
과거에도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는 자주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히잡 미착용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는 과거의 시위와는 사뭇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이란에서 3주라는 긴시간동안 시위가 이어지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입니다. 두번째로 여성들이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여학생들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습니다. 과거 침묵으로 일관하던 모습과는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이란의&nbsp;여학생들이&nbsp;"Woman,&nbsp;Life,&nbsp;Freedom"을&nbsp;외치며&nbsp;시위하고&nbsp;있다.&nbsp;해당&nbsp;트위터&nbsp;캡처

'히잡 미착용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반정부 집회·시위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이란에서 열흘 넘게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앞서 이란의 쿠르드족 마을인 사케즈 출신의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테헤란에서 여성 복장 규정을 단속하는 이슬람의 도덕 경찰에 의해 "부적합한 복장"으로 체포된 뒤 갑자기 숨졌다. 당시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신체에 달라붙은 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7일 아미니의 장례식 직후 시작됐다.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있었던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대통령 선거 직후에 벌어졌다. 당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부정선거 시비속에 성급하게 승리를 선포해 항의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규모 시위는 2019년 휘발유 가격 상승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로, 당시 이란 정부는 12일 동안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관련&nbsp;트위터&nbsp;캡처

두 번째로 이번 시위는 계층, 지역, 민족을 망라한 각계각층이 동참하고 있지만 특히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이번 시위에 여학생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며 관련 동영상과 사진 등을 게재했다.
가디언이 올린 영상을 보면 이란의 여학생들은 이란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교실 벽에서 떼어냈다. 다른 여학생들은 두 전·현 지도자의 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관련&nbsp;트위터&nbsp;캡처

끝으로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에 대체로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대응하며 미국의 탓으로 돌린 셈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최근 군 행사 연설에서 히잡 시위와 관련해 몇 주간의 침묵을 깨고 "이번 폭동은 계획된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계획했다. 이번 시위가 이란을 불안정하게 만드려는 외국의 음모"라고 발언했다. 
한편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최소 133명이 이번 시위와 연관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https://www.news1.kr/articles/4824183
하메네이 사진에 손가락 욕까지…이란 시위 이끄는 'Z세대'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022-10-06 09:53)
여학생들 대거 참여…소셜미디어 통해 시위 퍼져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여학생들이 시위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테헤란 샤리프 공과대학교에서 시위에 참여한 여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이들은 히잡을 벗고 반체제 구호를 외치며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불태웠다.
특히 이달 이란 대학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며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위가 번지고 있다. 샤리프 공과대학을 비롯해 마슈하드, 사난다즈, 쉬라즈 등 주요 도시의 대학에도 시위 물결이 이어졌다.
카라지의 고하르다시 지역에서는 "여성, 삶, 자유!(Woman, Life, Freedom!)"를 외치며 행진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또 SNS를 통해 퍼진 사진 속 여학생들은 전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사진이 걸린 벽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기도 했다.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은 시위에 여학생들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SNS의 영향력을 비난했다. 몬타제리 총장은 "요즘 시위에 10대들이 참여하는 건 소셜미디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는 현재 시위를 지지하는 유명인들의 SNS접속을 차단한 상태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IHR)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위로 최소 154명이 숨졌다. 또 1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히잡 의문사에서 촉발한 시위가 이슬람 강경 통치에 대한 반발, 부패, 경제위기 등 체제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지만, 이란 정부는 시위의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달 20일 시위에 가담한 16세 니카 샤카라미가 숨진 채 발견돼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609370001968?did=NA
줄리엣 비노쉬도 마리옹 코티야르도 '싹둑'…이란과 연대하는 여배우들 (한국일보, 이윤주 기자, 2022.10.06 10:00)
이란 반정부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프랑스 여배우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1,000명 이상의 프랑스 영화인들이 "이란 여성의 반란을 지지한다"는 탄원서에 서명한 후, 프랑스 여배우들도 이란 여성 시위에 연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포문은 프랑스 대표 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열었다. 비노쉬는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낸 영상을 지난 5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며 '이란 여성과 남성의 자유권을 위한 연대'란 메시지를 남겼다. 영상에서 비노쉬는 "자유를 위하여"라고 외친 후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낸다. 이어 보란 듯이 잘라낸 머리카락을 카메라를 향해 흔든다.
몇 시간 후 이자벨 아자니도 '자유를 위한 머리카락(HairForFreedom)'이란 해시태그를 붙여 자신의 머리카락 자르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여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는 인스타그램에 이자벨 아자니, 줄리엣 비노쉬의 영상을 차례로 게재하며 자신의 머리카락 자르는 영상을 마지막에 올렸다.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3일 만에 숨진 이후, 이란 반정부 시위는 전 세계 159개 도시로 확산됐다.
특히 많은 여성이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 영상에서 직접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연대에 나섰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애도나 저항의 의미를 담아 머리카락을 자르는 오랜 풍습이 전해진다. 여기에 최근 시위 도중 숨진 남성의 누이가 장례식에서 울면서 머리카락을 잘라 관 위에 뿌리는 영상이 퍼지면서 저항과 연대의 의미를 담은 삭발 의식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전날에는 이라크 출신 스웨덴 유럽의회 의원인 아비르 알살라니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연설하면서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알살라니는 "이란 여성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르드어로 "여성·삶·자유"라고 말하며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런던에서는 이란인을 포함한 2,500명의 인파가 트래펄가 광장에 집결했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한 이란 여성이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수백 명이 캄피돌리오 언덕에 모여 "여성·삶·자유"를 외치며 이란 시위대를 향한 지지를 표시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61598.html
10대 청소년, 유명인까지 가세…이란 히잡 반대 시위 ‘새 국면’ (한겨레, 김미향 기자, 2022-10-06 11:57)
교복 차림 여학생들, 교사에게 반발 시위
하메네이 등 최고 지도자 초상 모욕하기도
알살라니·비노쉬 등, 긴 머리 자르며 연대

지난&nbsp;4일&nbsp;이란&nbsp;파르스&nbsp;지역&nbsp;시라즈에&nbsp;있는&nbsp;한&nbsp;학교에서&nbsp;여학생&nbsp;수십명이&nbsp;운동장&nbsp;연단에서&nbsp;훈화하는&nbsp;교사를&nbsp;향해&nbsp;시위하고&nbsp;있다.&nbsp;로이터&nbsp;연합뉴스

히잡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 주검으로 돌아온 17살 여성 니카 샤카라미의 죽음을 계기로, 이란의 10대 여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젊은 학생들의 참여가 시위의 ‘제2의 기폭제’가 되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이란 사태가 새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5일 영국 <가디언> 등은 주요 외신들은 교복에 책가방을 맨 이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기관을 향해 우르르 행진하는 동영상을 소개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게 잡혔다 숨진 ‘마흐사 아미니’와 시위 도중 숨진 것으로 보이는 ‘니카 샤카라미’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걸었다.
또다른 영상에는 학교 운동장의 농구 코트로 보이는 곳에서 여학생 수십명이 모여 앉아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며 “여성, 생명, 자유” 등의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학교 운동장 연단에 올라 훈화하는 교사를 향해 수십명의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영상도 있다. 한 영상에는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학생들이 교실 벽에 걸린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사진을 향해 상대를 모욕하는 의미를 담은 손가락을 단체로 내보이고 있다. 모두 이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는 히잡 반대 시위 동영상들이다.
지난 3일, 이란 카라지의 한 고교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학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치며 교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4일 이란 쿠르디스탄 지역 사케즈의 한 거리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벌써 20일째 이어지는 이번 시위에서 10대 여학생들이 새 주체로 부각된 것은 ‘시위에 참여한다’며 지난달 20일 집을 나선 또래 여성인 샤카라미의 죽음 때문이다. 그가 ‘경찰에 쫓기고 있다’는 말을 남긴 뒤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며 10대 여학생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에 더해 샤라카미의 주검이 경찰에 의해 강제 매장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시위대는 더 격렬히 응집하고 있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시위대의 기세에 정부를 적극 대변해오던 이란 언론들도 의문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란의 강경 보수 일간지 중 하나인 <좀후리 에슬라미>(Jomhuri Eslami)는 4일 사설에서 “외국의 적들도 국내의 반대나 불만 없이는 도시를 폭동 상태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란의 혼란이 ‘외국의 적’ 때문이라는 라이시 대통령과 하메니이 최고 지도자의 인식에 이견을 드러낸 것이다.
영향력 있는 여성들도 이란 여성들의 시위에 지지의 뜻을 전하며 연대하고 있다. 이라크 출신 스웨덴 유럽의회(EU) 의원인 아비르 알살라니(Abir Al-Sahlani)는 5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연설하며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는 쿠르드어로 ‘여성·삶·자유’라고 외치며 “이란 여성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할 것”이라 말했다. 오스카상을 받았던 프랑스 유명 배우 줄리엣 비노쉬 역시 이란 시위에 연대하는 의미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669.html
한국에서 만난 이란 여성들 “우리는 모두 함께다” (한겨레21 제1433호, 신지민 기자, 2022-10-08 00:10)
시위에서 만난 3인의 이란 여성들
“불의에 대한 저항은 인권과 민주주의 지키는 힘… 국제사회 연대해줬으면”
2022년 10월5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 앞에서 한 이란 유학생이 어깨 아래까지 내려왔던 긴 머리카락을 귀밑까지 싹둑 잘랐다. 2021년 여름 이란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아이샤(24)는 9월 중순 고향 이란에서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다가 갑자기 숨진 20대 여성을 추모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냈다.
한국에서 공부가 끝나면 이란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 두렵지는 않았을까. 아이샤에게 묻자,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두렵지 않다”고 답했다.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친구들이 경찰에게 총을 맞은 거리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히잡 안 쓰면 진학도 취직도 못한다
성적 같으면 남성이 먼저 대학 가는 법도
세 사람은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화는 이란의 여성 인권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박씨마는 “이란 정부는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본다”고 말했다. 아이샤도 “이란엔 시험 점수가 동일할 경우 남성이 먼저 대학에 들어가는 법도 있다”며 “여성은 아이를 낳고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차단돼 일주일 동안 가족 연락 막혀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소 아중동연구부장은 최근 ‘이란 히잡 거부 시위 확산의 배경과 정치적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미 젠더 차원의 저항을 넘어섰다. 남녀 젊은이들이 함께 분노하며 거리에 나서고 있다. 청년 세대가 저항의 축이 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통제 못하면 자칫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아이샤, 박씨마, 엘레나는 이란 상황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호소했다. “국제사회가 함께 연대해줬으면 한다. 다른 나라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다.”(박씨마) “우리를 도와달라. 우리는 평화로운 민주주의 국가를 원한다.”(아이샤)
 
https://www.yna.co.kr/view/AKR20221009000900111?input=1195m
[테헤란 르포] 히잡 의문사 시위 4주…삼엄한 감시 뚫고 퍼지는 경적과 박수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2022-10-09 08:11)
테헤란 주요 광장마다 낮부터 인파…경찰, 특수 '진압 부대' 대거 투입
시위 여파 차량 정체 극심…시위대 "고비 맞아 변화의 목소리 모을 것"
도로에 빼곡히 늘어선 차량은 1시간째 움직이지 않았다. 교차로마다 배치된 경찰 특수부대는 지나는 차들을 면밀히 감시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순간 경적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차량정체로 악명높은 테헤란 시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경적은 무언가를 말하는듯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이어진 지 4주째를 맞은 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광범위한 시위가 다시 불붙었다.
이날 오후 3시께 테헤란 중심 도로인 발리아스르 거리와 샤리아티 거리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두 도로가 북부에서 만나는 타즈리시 광장에서는 이날 대규모 집회가 예정됐다. 경찰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광장 진입로를 폐쇄했다.
광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배치된 경찰은 검은색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고 원형 방패와 진압봉을 들고 있었다.
시위 장소에서 사진·영상 촬영은 매우 위험하다. 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는 이란 내 시위를 취재하다가 체포된 언론인이 최소 28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발리아스르 거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마흐야(43)씨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경찰이 배치되고 검문이 수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누가 물건을 사려고 나오겠느냐"며 "요즘 이곳은 항상 긴장감이 흐른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시작한 반정부 시위는 보통 저녁에 시작해 이튿날 새벽에 마무리됐지만 이날 테헤란 곳곳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인파가 모이기 시작했다. 통상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중부 아자디 광장은 물론, 그랜드 바자르, 서부 카라즈, 북부 타즈리시, 파크웨이 등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 영상을 보면, 시위대는 "눈먼 지도부에 죽음을", "여성의 삶에 자유를", "이 정권은 우리의 수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손뼉을 쳤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아이딘(32·가명)씨는 "오늘은 그동안 이어온 시위의 중요한 고비가 되는 날로, 한 번 더 이란의 변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낮부터 저녁까지 집회를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는 지난달 17일 촉발된 뒤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아미니의 고향인 서부 도시 사케즈를 비롯해 타브리즈, 우르미야 등 쿠르드계 이란인이 사는 지역에서는 경찰과 충돌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지난 4일 기준 최소 133명이 시위와 연관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강경 진압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는 잦아드는 분위기였다. 당국은 지난 4∼7일 시위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한때 인터넷 접속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도 했다.
시위는 향후 지속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국면을 맞았다. 이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테헤란 중심 도로인 발리아스르 거리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를 걷는 여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시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항의의 뜻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집 안에서 창문 밖으로 소리치는 방법으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는 매일 밤 계속됐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전국 주요 대학 학생들은 시위의 새로운 주축이 됐다. 이란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테헤란대와 샤리프 공과대에서는 학생과 경찰의 충돌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이란 최초의 여대인 알자흐라대를 찾아 "적들이 대학에 침투해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지만, 우리의 깨어있는 학생과 교수진은 적들의 꿈을 실현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테헤란 중부 도심에서는 공포탄이나 최루탄 발사 소리로 들리는 폭발음이 여러 차례 울렸다. 택시 운전기사 베흐루즈(50)씨는 "이 정도 시위는 이란에서 여태껏 없었다"면서 "어찌 됐든 시위하는 학생들과 경찰까지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1010_0002042304&cID=10101&pID=10100
이란 반정부 시위 4주째, 185명 사망…어린이 19명 포함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2022.10.10 00:53:27)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 4주째
31개州 중 17개州서 사망자 나와
9월30일 '피의 금요일' 90명 숨져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서 최소 185명이 숨졌다고 이란 인권단체가 9일(현지시간) 밝혔다. 외신들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IHR)은 대규모 시위로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18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사망자는 이란 31개 주(州) 중 17개 주에서 발생했다. 특히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 북부 마잔다란과 길란, 북서부 서아제르바이잔 주에서 사망자가 많이 보고됐다.
시스탄-발루치스탄주 자헤단에선 시 경찰국장의 15세 소녀 성폭행 의혹에 항의한 지난달 30일 시위에서 90명이 사망했다. 이란인권은 9월30일이 금요일이었던 점을 들며 "자헤단의 피의 금요일"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인권은 "보고된 사망자 수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보안 문제와 인터넷 차단으로 방해 받고 있다"면서 "많은 사건들은 여전히 조사 중이며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유엔 국제사절단을 구성할 것을 요청하면서 시위대 사망에 책임이 있는 지도자들을 기소하고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지난달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구금된지 사흘 만인 지난달 16일 숨졌다. 아미니의 가족은 "심각한 구타"로 숨졌다고 했지만 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직후 이란에선 반정부 시위가 격화, 4주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는 해외까지 확산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62063.html
[편집국에서] 시위한다, 거리에서 춤추기 위하여 (한겨레, 정은주 | 콘텐츠총괄, 2022-10-10 18:47)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 출신의 22살 마흐사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가족과 함께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체포됐습니다. 재교육 센터로 보내졌는데 교육장에 들어간 뒤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경찰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고 주장했지만 유족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의문사 사건은 일간지 <샤르그> 소속 닐루파르 하메디 기자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아미니의 의료기록을 본 일부 의사들이 머리를 맞아 죽었을 가능성을 말하면서 ‘히잡 반대 시위’는 이란 전역으로 번져갔습니다.
이번 시위는 두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오랜 기간(4주째) 시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2009년 부정 선거, 2017년 경제 문제, 2019년 연료 가격 인상에 대한 시위가 있었지만 몇주 만에 이란 정부에 의해 유혈 진압됐습니다. 이번 시위에서도 죽음이 잇따릅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이란 휴먼 라이츠’는 8일 현재 적어도 185명이 시위로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최소 19명이 18살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위가 갈수록 거세진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둘째, 처음으로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다른 집단이 함께 시위합니다. 2009년 반정부 시위가 처음으로 대규모로 열렸을 때는 대도시 중산층만 나섰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란 전역에서 남녀 할 것 없이 거리에 나서고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이 함께합니다. 이란을 떠났던 망명인, 유학생들도 힘을 보탭니다.
죽음의 위험에도 이란 시민들이 왜 거리로 나서는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이란 청년 세대를 연구해 책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2017)를 쓴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는 이란 가수 셰르빈 하지푸르의 노래 ‘위하여’를 소개했습니다. 무명 가수인 하지푸르가 시위를 지지하는 이란 시민들의 트위터 등을 모아 노래 가사를 썼다고 합니다. 이들은 평범한 삶을 되찾기 위하여 시위에 동참한다고 말합니다.
‘거리에서 춤을 추기 위하여/ 키스하기 두려워서/ 내 여동생을 위해 당신의 여동생을 위하여/ 쓰레기 줍는 아이와 그의 꿈을 위하여/ 부패한 경제를 위하여/ 오염된 공기를 위하여/ 웃는 얼굴을 위하여/ 미래를 위하여/ 이 강요된 천국을 위하여/ 수감된 지식인들을 위하여/ 이민 온 아프간 아이들을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긴 밤 뒤에 떠오르는 태양을 위하여/ 신경안정제와 불면증약을 위하여/ 남성·조국·번영을 위하여/ 소년이 되고 싶었던 소녀를 위하여/ 여성·생명·자유를 위하여’
지난달 28일 노래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48시간 만에 조회수 4000만회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하지푸르를 체포했고 이 노래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지워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1일 서울, 로스앤젤레스, 토론토, 런던, 파리, 도쿄 등 글로벌 연대 시위가 열린 전세계 도시에서 노래는 울려퍼졌답니다.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소 아중동연구부장은 이번 시위가 확대되는 이유로 경제난을 첫손에 꼽았습니다.(‘이란 히잡 거부 시위 확산의 배경과 정치적 함의’ 보고서) 2015년 이란 핵 합의가 타결되면서 이란은 잠시 개방과 발전의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그러나 2018년 미국의 탈퇴로 다시 고강도 제재를 받게 됩니다. 석유 수출 및 금융 거래가 막히면서 물가와 실업률은 치솟았고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인 부장은 “(미국의) 제재가 계속될 때는 저항경제를 유지하며 익숙하게 버틸 수 있었지만 한번 풀렸다가 다시 제재를 받게 되면 그 고통은 심화된다”며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작은 불씨로도 크게 발화할 수 있는 불안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란 히잡 반대 시위의 미래를 우리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각계각층의 지지를 받으며 이 시위를 이끌고 있는 젊은이들의 미래는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62327.html
[유레카] “여성, 생명, 자유” 이란 여성들은 포기한 적이 없다 (한겨레, 박민희 논설위원, 2022-10-12 14:15)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은 팔레비 국왕의 독재에 맞선 성직자, 지식인, 상인 그리고 수백만 여성들의 광범위한 참여로 성공했다. 하지만 곧 강경보수 성직자들이 권력을 장악했다. 성직자들이 통치하는 이슬람공화국 정부는 모든 여성이 히잡을 쓰도록 명령했고 1983년 이를 법으로 강제하고 처벌하기 시작했다. ‘도덕적인 복장으로 여성들의 존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히잡은 여성, 시민의 일상을 통제하는 정치적 도구가 되었다.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노래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것도 금지되었다. 이란 여성은 대학졸업자의 65%일 정도로 교육열이 높지만, 취업과 일상 곳곳에서 차별의 벽에 부딪힌다.
정권은 필요에 따라 여성에 대한 통제 수위를 조절했다. 2021년 대선에서 강경보수파 성직자 출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투표율은 48%로 역대 최저였고 테헤란에선 유권자의 26%만이 투표에 참여할 정도로 민심은 차가웠다. 라이시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억압적 통제로 강경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다. ‘도덕 경찰’을 강화해 지하철, 대학, 식당과 찻집 등 곳곳에서 ‘복장 불량’을 이유로 여성들을 위협하고 처벌했다.
9월16일 테헤란 지하철 역에서 머리카락이 삐져나오게 히잡을 썼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구금되었다가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분노하며 시작된 이란 시위는 이제 4주째 계속되고 있다.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진압으로 200명 가까이 숨졌다고 인권단체들은 전하고 있지만, 시위는 멈추지 않는다. 이란 여성들의 “잔, 젠데기, 어저디(여성, 생명, 자유)” 외침에 남성들이 함께 하고, 교수, 예술가, 운동선수, 언론인, 소수민족들까지 동참해 거대한 연대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노동자와 상인들이 파업에 동참하기 시작하고, 일부 개혁파 성직자들도 군경의 강경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시위는 더이상 ‘히잡 반대’에 머물지 않는다. 경제난, 부정부패, 통치 엘리트들의 위선을 비판하며, 신정통치 체제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거대한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이란 여성들은 포기한 적이 없다. 1979년 혁명 직후부터 히잡과 여성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1997년 대선에서 개혁파 후보 하타미를 당선시키기 위한 운동과 2009~2010년 강경보수파 대통령 아마디네자드가 재선된 대선 선거 부정 의혹에 항의하며 7개월 동안 계속된 ‘녹색운동’ 시위의 주역은 젊은 여성들이었다. 2006년에는 여성을 차별하는 법을 바꾸려는 ‘100만 서명’ 운동, 2014년에는 히잡을 벗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나의 비밀스러운 자유’ 캠페인에 나섰다. 2017년에는 거리에서 히잡을 벗은 채 1인 시위를 벌이던 여성들이 잇따라 투옥되었다. 이란 최초 여성 판사였지만 이슬람혁명으로 해고된 시린 에바디는 인권운동가들을 용감하게 변호해 200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번 시위를 ‘외세의 음모’로 규정한 이란 정부가 폭력으로 시위를 굴복시키더라도, 자유와 존엄, ‘보통의 삶’을 되찾으려는 이란 여성들의 열망과 용기를 빼앗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