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국제, 평화, 민족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1년…여성은 지워졌고 경제는 파탄 났다

새벽길 2022. 8. 18. 05:21

레반 집권 지난 1년은 그렇다 쳐도 앞으로 꿈과 희망이 없는 미래를 어떻게 버틸 것인가? 아프간 여성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별다른 힘이 되지 못해서 안타깝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208142144025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1년…여성은 지워졌고 경제는 파탄 났다 (경향, 박은하 기자, 2022.08.14 21:44)
여학교 문 닫고 취업 제한도
인도적 지원 없인 생활고 심각
내전 끝났지만 치안 불안 여전

“빵, 노동, 자유” 외쳤을 뿐인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13일 여성인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여성들이 탈레반 대원들의 경고 사격에 황급히 몸을 피하고 있다. 카불 | AF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지 15일(현지시간)로 1년을 맞는다. 1년 사이에 여학교는 문을 닫았고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얼굴도 가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음악과 드라마는 금지되고 권선징악부와 도덕경찰이 부활했다. 국민 70%가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는 등 경제는 파탄이 났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에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몰려들어 글로벌 테러리즘의 요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 여성부터 지운 탈레반
탈레반은 재집권 후 가혹한 통치 방식으로 반발을 샀던 1996~2001년 집권기와는 다른 통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집권하자마자 장관부터 사무직까지 여성 공무원들이 일제 해고됐다. 여성 취업은 학교, 병원 등 일부 기관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권선징악부가 부활하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에 따른 각종 제한 조치들이 법제화됐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지난 5월 TV 앵커를 포함해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부르카로 가려야 한다고 명령했다. 여성은 남성 가족이나 친척이 동반하지 않으면 72km 이상의 장거리 여행이 금지됐다.
한국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7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여학생 교육은 사실상 금지됐다. 탈레반은 적절한 복장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여학교 개학을 무기한 연기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미래를 빼앗겼다’는 절망에 빠져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는 여성들의 시위가 열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얼굴을 가리지 않은 여성 약 40명이 이날 ‘8월15일 블랙데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빵, 노동, 자유” “정의, 우리는 무지에 지쳤다”고 외치며 교육부 건물까지 행진했다. 탈레반 무장대원들은 허공에 위협 사격을 하고 시위 참여자들을 구타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집권기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적이지 않은 것’들은 모두 퇴출됐다. 대중문화는 물론 민요 등 전통 문화까지 반이슬람적인 것으로 여겨져 금지됐다.
■ 인구 70%가 빈곤선 이하
아프가니스탄의 경제는 1년 사이 크게 파탄이 났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국제제재로 80억 달러의 자금이 동결됐으며, 이는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미국평화연구소 아프간 수석전문가 윌리엄 버드는 “아프간 경제는 1년 사이 20~30% 후퇴해 최근 더 하락하는 것은 멈췄지만 인구 대부분이 식량과 기타 필수품을 살 여유가 없으며, 인도적 지원이 없으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유엔개발계획은 현재 아프간 인구의 72%가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이 수치가 97%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극단주의 세력 요람되나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집권했을 때 일부 주민들은 20년 동안 이어진 내전의 종식을 환영했다. 하지만 아프간 전체적으로 보면 치안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 격인 IS-K는 지난 3~4월 라마단 기간 아프간 북부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연쇄 폭탄테러를 일으켜 1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다. 최근 카불에서는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사살됐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고 테러조직 수장을 숨겨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탈레반의 국제사회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특히 탈레반 재집권에 고무된 극단주의 세력이 아프간으로 몰려들어 아프간이 테러조직의 요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81617404752587
탈레반 집권 1년, 여아는 '초등교육만'…여성 직장은 '남성 친척'에 물려줘라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 2022.08.16. 18:12:36) 
여성인권 보호 촉구 국제사회 요구 무시…GDP 45% 해당하던 국제 원조 끊기며 국민 절반 굶주려
"당신의 직업을 물려 받을 남자 친척의 이력서를 보내시오." 영국 BBC 방송은 아프가니스탄 여성 공무원들이 탈레반 관리들로부터 남자 친척에게 자리를 내 주고 직장을 떠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공무원은 매체에 "17년간 열심히 일했고 석사 학위까지 마쳤다. 그것이 이제 0으로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이는 탈레반 정권이 여성을 경제 활동에서 축출하는 한 단면이자, 여성이 축출돼 남은 자리는 누가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실례다.
15일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탈레반 집권 1년을 축하하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엔 수백 명의 탈레반 전사들이 모여 행진했다. 그러나 자축의 이면에서 지난 1년간 아프가니스탄은 인구의 절반이 굶주리는 최악의 빈곤에 직면했고 특히 여성들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박탈당한 채 집 밖에서 '물리적으로' 존재가 지워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45%에 해당하는 국제 원조를 받아 왔던 이 나라의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재 해제가 필수적이지만, 여성 인권 보호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탈레반이 응하지 않으며 고통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 인권 보호는 원조를 재개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내 건 핵심적인 요구 사항이지만 탈레반 정권은 이를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여성 공무원, 여성 교사 등 많은 여성들이 직업을 잃었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성들은 노골적인 방해에 직면했다. 이슬람 질서 구축을 위한 '도덕 경찰' 구실을 하는 정부 조직인 '미덕 증진 및 악행 방지부'는 탈레반은 지난 5월 여성 뉴스 진행자들이 방송 때 눈을 제외하고 얼굴을 가리도록 하기도 했다. 앞서 악행부는 여성은 필요할 경우에만 집을 떠날 수 있고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복장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탈레반 쪽은 복장 규제에 대해 자신들의 집권 이전 여성들이 옷을 입는 방식이 남성의 성희롱을 조장했다며 이 조치가 "악행 방지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악행부는 탈레반이 집권 뒤 여성부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신설한 조직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여성들에게 직업을 내려 놓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출퇴근까지 방해하는 여성 이동권 제약은 여성의 사회·경제 활동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탈레반 정권은 7살 이상의 남성 보호자를 동반할 경우에만 여성의 장거리(75km 이상) 이동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여성의 이동권은 그 이상으로 제약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탈레반 전사들이 통근을 포함해 여성의 단거리 이동도 막아서고 보호자 없이 승차한 여성 승객을 태운 운전기사를 위협하는 등의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여성들이 남성 보호자가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직장에서 퇴출되고 집 밖 출입 자체가 어려운 탓에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여성들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뒤덮고 있는 빈곤 문제에서도 가장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탈레반 1기 집권 때 교육 기회 박탈당한 엄마, 2기 집권으로 학교 못가는 딸  
7학년 이상의 아프가니스탄 여성 청소년들은 지난 3월 여학생의 등교를 허용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이 뒤집힌 뒤 여전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적절한 교복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여학생 등교 방침을 철회한 탈레반 정권 아래 여성들에겐 사실상 초등교육만이 허용되는 셈이다. 
정권의 여성 교육 거부가 지속되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여성 청소년들의 미래에 대한 포부 자체가 꺾이고 있다. 누룰라흐 스타나크자이(45)는 3월 등교를 거부당한 딸들이 "이전처럼 학교에 가기를 열망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딸들이 '이제 내 미래는 불확실해요' 라며 곧 여성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탈레반의 지난 집권 당시(1996~2001년) 여성 교육 거부를 경험한 여성들은 이제 자신의 딸이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을 본다. 1996년 12살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여성 프로잔(37)은 8살 이상의 여성은 교육에서 배제하는 당시 집권 탈레반의 방침 탓에 졸지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됐다. 교사였던 그의 어머니는 태형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와 그의 자매들을 몰래 교육시켰다. 이제 그는 우주비행사가 되고자 하는 그의 딸 수라야(15)가 등교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프로잔은 "불행히도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25년전 어머니가 그랬듯" 인근에 사는 다른 여학생들을 모아 몰래 교육을 시킬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반면 최근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주를 취재한 <워싱턴포스트>는 이 지역에서 남학생들의 취학률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일년 사이 이슬람 경전 코란과 이슬람 율법을 가르치는 종교 학교가 크게 늘어난 이 지역의 한 학교는 규모가 두 배로 늘기도 했다. 경제난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을 졸업한 남성들까지 종교 학교에 등록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사회운동 경력이 있고 30대 중반에 학사학위를 가진 한 남성은 현 상황은 "후퇴이고, 우리를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갈 것"이라면서도 종교 학교에서 공부하면 구직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봐 입학을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에 대한 거듭된 구금과 탄압으로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찾아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여학생들에 대한 교육 금지에 항의하는 공개 시위를 벌이려던 여성들이 안전한 장소를 찾지 못해 결국 실내에서 작은 규모의 시위만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많은 여성들이 시위를 포기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며칠 전 길에서 비슷한 시위를 하다가 구타당한 뒤 부상에서 회복하는 중이며 나머지는 체포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절반이 굶주려…탈레반 전사들 "해방 위해선 고난 견뎌야" 
여성 인권 보장 등 국제사회의 핵심적 요구 사항을 탈레반 정권이 이행하지 않으며 GDP의 45%에 달하는 규모의 국외 원조를 받아 왔던 아프가니스탄의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제재로 9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고 원조도 중단됐다. 세계은행(WB)은 지난 4월 탈레반 집권 뒤 아프가니스탄 경제가 20~30% 가량 위축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며 인구의 절반이 굶주림에 빠졌다. 국제구호단체인 국제구조위원회(IRC)의 지난 5월 자료에 따르면 43%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하루에 한 끼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거의 200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 상태에 처해 있다. 단체의 설문에 응한 90%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은 가장 긴급하게 필요한 것이 식량이라고 답했다. 단체는 "현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지난 20년간의 전쟁보다 훨신 더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죽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제사회가 당장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15일 비키 에이큰 IRC 아프가니스탄 국장이 국제사회의 제재가 "여성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여성들이 굶주림에 죽어가는 것을 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카불의 한 의사는 <워싱턴포스트>에 "지금 사람들은 희망이 없다. 많은 이들이 울면서 나를 찾아온다"며 "구직 중인 남성들은 졸업장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여성들은 내게 신경을 안정시킬 약을 구걸하는데 약값으로 낼 돈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집권 1년을 축하하며 행진한 탈레반 전사들이 집권 뒤 경제가 나빠진 것에 대해 인정하긴 했지만 "해방되기 위해선 고난을 견뎌야 한다"며 "침략자(미군 등)들은 결코 경제를 나아지게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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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5 00:04
프간 여성들의 권리를 응원한다. 침묵하지 않고 탈레반의 탄압에 맞서 투쟁하는 아프간 여성들을 지지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2717190000414?did=NA
13세 딸 30세 남자와 결혼...탈레반 집권 1년 "여성의 모든 것 앗아갔지만, 침묵 않겠다" (한국일보, 전혼잎 기자, 2022.07.27 18:03)
앰네스티 탈레반 집권 여성 보고서
교육, 노동, 자유 등 영역서 권리 침해
탄압 맞선 여성들 시위…"침묵 않겠다"
아프가니스탄 중부 지역 출신의 코르시드(35)는 지난해 9월 '신붓값'을 받고 13세가 된 딸을 이웃의 30세 남성과 결혼시켰다. 딸의 신붓값은 단 670달러(약 88만 원). 결혼으로 "이제는 딸이 굶주리지 않을 것"이라고 오히려 안심했다는 코르시드는 다른 10세 딸도 결혼을 시켜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의 둘째 딸은 5학년까지 학교에 다녔으나 이슬람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여성 중등교육을 중단하자 집에 머무르고 있다. 코르시드는 "딸이 더 공부해서 가족을 부양하길 바란다"라면서도 "학교가 열리지 않는다면 딸을 결혼시켜야만 한다"라고 국제앰네스티에 전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27일 공개한 '천천히 찾아오는 죽음: 탈레반 집권하의 여성' 보고서에서 아프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앞세워 여성인권 탄압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직후에는 '히잡만 쓰면 여성의 학업과 사회활동이 가능하다'면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유화책을 펼쳤으나 올해 들어서 이슬람 질서 강화에 힘쓰는 모양새다.
국제앰네스티 조사단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아프간 34개 주 중 20개주에 거주하는 14~74세 사이의 아프간 여성 90명과 소녀 11명을 인터뷰했다. 또 탈레반이 운영하는 구금시설의 전·현직 직원,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아프간 전문가 및 언론인 등도 만났다. 보고서는 "탈레반은 1년도 되지 않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말살시켰다"라고 했다. 교육과 노동, 자유 등 모든 영역에서 아프간 여성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상황이다.
박탈된 여자아이들의 '미래'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중서부 헤라트의 한 학교 교실에서 히잡을 쓴 여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탈레반은 "여성이 히잡을 쓰면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 집 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며 유화책을 내놨으나 이후 이를 전면 부정하고 여성인권 탄압을 시작했다. 헤라트=로이터 연합뉴스
"여자아이들은 그저 미래를 원할 뿐인데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고등학교 교사 파티마(25)는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는 여학생들의 상황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에서는 여성 중등교육이 중단됐다. 탈레반은 새 학기 시작일인 올해 3월 23일 여학생 등교 재개를 약속했으나, 복장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돌연 취소했다. 탈레반 집권 이전인 2018년 중등교육을 받는 여성의 비율은 약 40%에 달했다. 툰두즈주의 사립 고등학교 교사 순불(21)은 "이전에는 우리 반에 40~50명의 여학생이 있었지만 지금은 5명도 채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라고 했다.
여성의 대학 교육은 허용됐으나 남성과 함께 강의를 들을 수 없으며 별도 출입문을 사용해야 한다. 일부 전공은 지원할 수 없고, 복장 규정도 생겼다. 카불대 학생인 브리슈나(21)는 "아바야(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국가의 전통 복식)가 바닥에서 4㎝ 이상 떨어졌다는 이유로 여학생을 대학 건물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교사나 학생을 향한 탈레반의 폭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이팻(22)과 남동생 나비드(16)는 영어 수업을 듣던 중 탈레반에게 '이교도의 언어를 배운다'라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다. 한 교사는 남녀가 어울리는 체육수업을 진행했다고 재판에 처해지기도 했다.
여학생의 '무기한 등교 연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열린 아프가니스탄의 성직자·부족 원로 등의 지도자 회의에서 모두 남성인 참석자 4,500명 중 여학생 중등교육 재개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단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교사와 학생들은 금지령에도 일종의 '지하 학교(underground schools)'를 열어 교육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마흐람(남성 보호자)' 없이 외출이 어려운 여성들은 학교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 등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성들의 '오늘'도 볼모로 잡혀
탈레반 집권 초기 여성은 장거리 여행 시에만 마흐람이 필요했지만 올해 5월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성은 집에 머무르라'는 방침이 생기면서 외출이 어려워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고 눈 부위만 망사로 뚫어 놓은 '부르카' 착용도 의무화됐다. 이전에도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 쓰는 두건 형태의 히잡은 있었지만 부르카는 가장 보수적인 여성 복장이다. 자이납(27)은 "평생 히잡을 착용했지만 얼굴까지 가리고 싶지는 않다"라면서 "이제 숨을 쉴 수조차 없다"라고 전했다.
직업을 가진 소수 여성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일하는 여성의 직장에 탈레반이 부정기적으로 방문, 복장과 옷을 감시한다. 카불에 있는 병원 간호사 샤브남(25)은 “간호복을 입지 말라고 해서 거부했더니 폭력을 휘둘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탈레반 반대 시위에 참여했고, 이를 이유로 병원에서 해고당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여성은 남성 환자를 돌볼 수 없다거나 여성 기자는 정부 자료에 접근권이 제한되는 등 실질적으로 근무를 계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2월 발표된 세계식량계획(WFP)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아프간의 여성가장 가구의 거의 100%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성폭력이나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소나 쉼터가 문을 닫으면서 오히려 피해자가 감옥에 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보호소 직원과 피해자가 함께 거리에 나앉기도 했다고 앰네스티는 전했다. 임신 9개월 차의 한 아프간 여성은 "남편의 폭행을 피해 보호소에 있었지만 이제는 갈 곳이 없다"라고 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이런 제도적 차별에 맞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탈레반 정부는 5월 "지난 9개월 동안 단 한 명의 여성도 정치적이거나 정부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수감되지 않았다"라고 밝혔으나 국제앰네스티는 최소 5명 이상의 여성이 정치범으로 투옥됐다고 본다. 실제로 체포됐던 한 여성 시위자는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며 '전부 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1일 보고서의 내용을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부 장관 등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탈레반은 수백만 여성들의 인권을 의도적으로 박탈하고, 이들을 제도적 차별 속에 빠뜨리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프간 여성들을 포기하는 일이며 전 세계의 인권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통제가 강화되면서 아프간에서는 여성의 시위를 보도하는 일마저 금지됐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에도 아프간 여성 12명이 탈레반을 향해 여성의 등교와 복직을 허용해달라는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기하지 않는 아프간 여성의 목소리는 여자아이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아프간의 16세 학생 소라야는 국제앰네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탈레반은 나의 꿈과 희망,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프간 여성들은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겁니다. 탈레반은 여성과 소녀들이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약하지 않고, 피해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차별과 불평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갈 겁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080201031339308002
탈레반 재집권 1년 맞은 아프간 … “인신매매 횡행·주민은 마약중독” (문화일보, 김선영 기자, 2022년 08월 02일(火))
아프간 언론인 카위시, 실상 밝혀
자유 잃은 여성들 자살 충동까지
오는 15일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1주년이 된다. 아프간은 탈레반 치하 1년 만에 경제난 속에서 여성 인신매매가 횡행하고 주민들은 마약 중독에 시달리는 ‘디스토피아’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탈레반계 인사’로 유명한 아프간 언론인 페르다우스 카위시(35)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경제는 죽어가고 있고 국민은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탈레반은 세계에서 가장 반여성적인 정권”이라며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탈레반 1차 집권(1996∼2001년) 당시로 회귀했다는 평을 듣는다.
탈레반은 지난 3월 모든 여학교의 문을 닫았고, 보건 및 교육 이외의 대부분 분야에서 여성 채용을 금지했다. 5월부터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법령을 공포했다. 한순간에 자유와 교육, 취업 기회를 잃은 아프간 여성들은 ‘자살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 아프간에 거주 중인 18세 공학도 여학생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여성 인권 후퇴와 동시에 아프간의 사회·경제적 위기 역시 심화하며 주민의 90%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일부 아프간 부모들은 미성년자인 딸을 매매혼시켜 경제난을 타개하는 등 인신매매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지난 7월 27일 펴낸 아프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7살 딸을 매매혼시킨 한 아프간 남성은 “탈레반 집권 전에는 비정부기구(NGO)와 정부 기관들이 돈을 구할 방법을 찾아줬지만, 탈레반 집권 뒤엔 방법이 없기에 빚을 갚기 위해선 딸을 결혼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사회가 탈레반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에 나서면서 경제가 마비되자 아프간에서는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 음성 재배가 횡행하고, 굶주림과 빈곤에 지친 아프간 주민들이 마약 중독에 빠지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아프간 정권에 대한 세계의 경제 압박이 장기화한다면, 탈레반 정권이 마약 재배를 양성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