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노동, 고용, 노사관계

노조 상대 손배소 남용 막을 ‘노란봉투법’ 제정 필요

새벽길 2022. 8. 19. 18:52

붙일 말이 없다. 노란봉투법 빨리 제정하자.

 
https://sgsg.hankyung.com/article/2022081291971
[시사이슈 찬반토론] 불법 파업에도 손해배상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타당한가 (한경,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2022.08.15 10:00)
기업 활동에 피해를 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제한하는 법안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이 추진 중인 일명 ‘노란봉투법’이다. 이 법안대로라면 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는 데다 불법 파업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노조 파업권에 대한 가장 현실적 견제 장치가 파업 시 불법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규명으로, 통상 명백한 파업 손해 발생 시 사측이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걸 법으로 막으면 불법 파업을 용인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사유재산에 대한 훼손 방지와 손실 보상은 보편적으로 인정되는데, 노조를 예외로 하면 보편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입법 추진론자들은 노조의 파업권 존중 논리를 편다. 파업에 따른 배상책임을 덜어주는 법은 현실 타당한가.
[찬성] 파업 손배 소송, 노동자 부담 너무 커…소송 쉽게 못 하도록 '방어법' 필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추진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기본 내용은 노조 활동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린다.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 조합원을 돕기 위해 사회단체들이 나섰는데, 당시 노란 봉투에 지원 성금을 담아 보낸 것에서 유래한다. 그런 사정 그대로 노조가 파업을 끝낸 뒤에도 점거 등에 대한 손해배상 규모가 너무 클 때가 있다. 이런 상태를 막기 위해 노조 파업에 따른 손실에는 배상 책임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합법적 노조 활동 범위의 확대, 법원 결정 손해배상의 기준 제시와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상한액 규정, 노동자 개인과 가족 신원 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 파업 사태 때문이었다. 하청기업 노조의 파업 사태가 51일 만에 봉합됐지만 회사 측은 파업을 벌인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무려 7000억원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태세다. 회사 측은 이 손실에 대해 소송을 통해서라도 배상받지 않으면 스스로 배임죄에 걸린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판결 여하에 따라 노조 피해가 너무 크다. 이게 법 규정에 따른 현실이라면 결국 다른 법을 제정해서라도 이런 소송을 막아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가뜩이나 영세한 하청 노조 등의 노동자들은 무슨 수로 손해배상을 할 수 있겠나.
노동권이 정당한 권리로 자리잡은 만큼 파업권을 가로막는 장치 격인 소송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노동권 보호가 된다. 월 급여가 수백만원 수준인 노동자에게 파업 과정의 불법 여부를 문제 삼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가압류 청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해외에서도 이런 법을 만든 선례가 있다. 영국이 그렇다. 형사 처벌도 쉽게 발동되지 못하도록 제동 걸 필요가 있다.
[반대] 재산권 침해에 불법 파업 면죄부 주는 꼴…국제 기준과 멀어지는 입법
‘노란봉투법’은 문제가 많은 악법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법이 불법적 집단 행위로 인한 특정 경제 주체(기업)의 손해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사유재산권의 침해다. 재산권 보호는 대한민국 경제, 나아가 한국 사회의 기본 운영 원리다. 특정 계층이나 특별한 대상의 재산권은 보호되고, 특정 주체의 재산권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논리가 되면 법적 안정성이 없어진다. 그 자체로 위헌이다. 야당이 의원 숫자만 믿고 억지로 밀어붙여 법을 만든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이 날 수밖에 없는 엉터리법이 될 것이다.
이 법의 또 다른 문제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시로 불법을 불사하는 한국의 강성 노조가 그나마 불법 점거 등을 나름 자제하는 것은 기물 파손과 영업 방해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때문이다. 법이 있고, 소송이 가능해도 불법 행위는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다만 명백하게 불법 행위를 한 노동자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기에 작업장·영업장 파괴 같은 일이 조금은 자제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판에 노조의 파업에 따른 것에는 손해배상을 아예 못하게 하고 가압류 소송까지 제한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겠나. 법이 불법 행위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 돼선 안 된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특히 불법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직간접 손해가 얼마나 막대한가. 파업 피해에 대한 경제단체와 학계의 연구와 조사가 산처럼 쌓여 있다.
해외 사례가 있다지만,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영국 정도뿐이다. 한마디로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입법 움직임이다. 불법적 쟁의 행위를 기획·지시·지도하거나 손해의 발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사용자의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국회 자체의 법률 검토 보고서도 있다. 전면 철회가 답이다.
√ 생각하기 - 헌법의 기본권 '재산권'과 '노동 3권' 충돌…법이 불법 부추겨선 안 돼
[시사이슈 찬반토론] 불법 파업에도 손해배상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타당한가대우조선해양의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고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상반된 움직임이 나오는 게 걱정스럽다. 정부와 여당은 불법행위 엄단, 책임 규명 강화 분위기가 강하다. 친노조 입장을 견지해온 야당 쪽에서는 결국 손배 소송을 막는 법까지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기업 보호’와 ‘친노조’의 대립이다. 한편으로는 ‘재산권’과 ‘노동3권’의 대립이다. 재산권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고, 노동3권도 기본권이라는 주장이 만만찮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불법행위를 법이 부추겨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보편적 국제 기준과 달리 가면 대(對)한국 투자에서 해외 자본이 발길을 돌려 고립무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간에서 공정한 심판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은 정부도 국회도 언제나 중요하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54812.html
[왜냐면] 노조 상대 손배소 남용 막을 ‘노란봉투법’ 제정을 기다리며 (한겨레,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2-08-15 18:18)
거대 야당이 정기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을 다짐했다. 너무도 늦었지만,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사라져버린 우리 노동 현실을 제자리에 갖다 놓겠다는 정치권의 최소한의 약속이라 자못 기대해본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50여일 동안 목숨을 건 파업을 이어나가자 회사 쪽은 “8천억원 규모 손실”을 내세우며 손해배상소송을 거론한다. 10년을 근속해도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받을 뿐인 노동자들에게, 그것도 지난날 조선업 불황이 닥쳤을 때 상생의 약속으로 삭감에 응했던 임금을 호황기를 맞은 지금 원상회복이라도 시켜달라고 요구하는 바로 그 노동자들에게 8천억원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한다. 돈이 만능 척도가 돼버린 세상에서 당신과 당신 가족과 당신 주변의 모든 이들의 전재산을 헌납하고 생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그딴 노조 활동은 집어치우고 회사 명령에 충실한 노동 기계가 되든지 선택을 강요한다.
문제는 이런 ‘죽거나 나쁘거나’의 갈림길을 만든 주체가 바로 법원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노조에 대한 손배소 대부분은, 일자리를 빼앗는 정리해고에 대항하는 쟁의나 불법파견 등 원청기업의 횡포에 항의하는 하청업체 노조의 쟁의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노동쟁의권을 보장한 우리 헌법의 관점에서 보면 이 쟁의들은 의당 노조의 몫이며,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그런데도 법원은 ‘경영권’과 ‘사용자성’이라는 담론 조작을 통해 노동자들의 이 권리 주장을 불법으로 왜곡시킨다.
실제 헌법이나 노동법 어디에도 ‘경영권’이라는 말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헌법재판소가 직업 선택의 자유에서 끄집어낸 “영업의 자유” 혹은 “경영의 자유”의 기업-법원판 용어에 불과하다. 반면 쟁의권을 비롯한 노동3권은 헌법이 작정하고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다. 기업 쪽 재산권이나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것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노동자들에게 인간의 품위를 유지하는 노동에 종사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게 헌법의 의지다. 요컨대, 헌법은 경영권이나 재산권 문제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더 중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헌법 명령에 눈감아왔다. 경영권과 노동권을 동일한 수준에 놓는 것도 모자라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헌법이 전혀 알지 못하는 기준을 가져와 양자를 저울질한다. 정리해고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자의 고유 권한이기에 노동쟁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경쟁력은 곧 경영의 문제이며 따라서 그것은 ‘경영권’의 동어반복에 불과하지만,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권은 경영권에 양보해야 한다는 억지 판결을 내놓고 있다.
‘사용자성’이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원청기업은 하청업체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다. 그래서 하청노동자의 처우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기업의 협력이 필수다. 하지만 예의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보듯, 원청기업은 사용자가 아니라는 명분으로 노사 협상에서 사라져버린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노조와 아무런 실권도 없이 유령이 돼버린 하청업체만 앉아 실속 없는 신세타령만 교환한다. 이런 모습을 두고 우리 법원은 정상이라고 강변한다.
노조와 노동자의 삶을 비틀어버리는 거액의 손배소는 이런 법원의 비정상적 법 해석에서 비롯한다.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노동자의 권리를 일거에 부정하고 노동쟁의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해 천문학적 손배액을 부과하거나 가처분 결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을 밑바닥에서부터 들어낸다.
노동쟁의 범위를 확장하고 노조에 대한 손배액 상한을 설정하는 ‘노란봉투법’은 기업과 법원의 연합세력이 구사하는 이런 폭력을 차단하고자 한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쟁의권이 법원의 잘못된 법 조작에 의해 형해화하는 현실을 그나마 법률로써 바로잡고자 한다. 노동쟁의 자체가 불법이어서가 아니라, 사쪽에 경도된 법원이 불법이라 하기에 불법쟁의가 돼버리는 현실, 그 속에서 노동자가 죽어나가거나 삶의 근거를 박탈당하는 현실을 입법으로써 교정하고자 한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그 중심에 인간이 자리하고, 경제 질서 핵심에 노동자 사람이 살아간다. 2014년 손배소에 처단된 노동자들을 향해 시작된 노란봉투법은 이를 재확인한다. 조속히 입법돼 일그러진 우리 시대의 한켠이라도 제대로 펴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466
이수진 의원 ‘노란봉투법’ 발의 (매노, 연윤정 기자, 2022.08.16 07:30)
“월 200만원 하청노동자에 수천억원 손배·가압류, 노조탄압”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가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수진 의원은 지난 12일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평화적으로 해결된 이후 오히려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불법 여부나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는 쟁의행위 자체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형사사건으로 다루는 데다 쟁의행위 위법성이 인정될 때는 민사소송을 통해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고 있다고 이 의원은 비판했다.
반면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는 폭행·재물손괴 등의 행위에만 손해배상을 적용할 뿐 쟁의행위 자체에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을 적용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에도 그 소송가액의 한도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에서 사업주가 노조·노동자에게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활동에 대한 손배·가압류 신청을 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신원보증법 6조(신원보증인의 책임)에도 신원보증인에게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음을 규정했다.
이와 함께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수반되지 않은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 방식의 쟁의행의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형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의원은 “월 200만원을 손에 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게 수천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그 목적이 노조활동을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4874.html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지부, 서울 청담동 본사 고공농성 돌입 (한겨레, 박태우 신다은 곽진산 기자, 2022-08-16 11:43)
노조탄압 중단·손배소 철회 등 요구

운송료 인상을 내걸고 지난 6월2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옥상 광고판과 1층 로비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운송료 인상을 내걸고 지난 6월2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가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회사가 파업에 참가한 화물기사들을 계약 해지하고, 막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데 따른 조처다.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 100여명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옥상 광고판과 1층 로비를 점거했다. 건물 옥상과 하이트진로의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 프레시’ 광고가 걸려있는 광고판에는 ‘노조탄압 분쇄, 손배가압류 철회, 해고 철회 전원복직’이라는 대형 걸개 3개가 내걸렸다. 옥상에서는 조합원 10여명이, 로비에서는 60여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건물 외부에도 조합원 30여명이 대기중이다. 하이트진로지부는 요구 사항이 관철되기 전까지는 고공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공공농성 중인 조합원의 추락에 대비해 건물 외부에 에어매트를 설치한 상태다.
화물기사들은 지난해 12월부터 하이트진로 맥주·소주 운송 위탁을 맡은 자회사 ‘수양물류’ 쪽에 거리당 운송료 30% 인상과 공병 왕복 운송비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수양물류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2년 동안 운송료를 7.7% 인상하는 데 그친 데다, 최근 유가까지 오르면서 화물기사들의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수양물류 쪽은 “분기별로 유가를 반영하는 유류비를 제외하면 운송료가 소비자물가인상률 이상으로 올랐다”고 반박한다. 화물기사들은 2월부터 사쪽과 상조회를 통한 비공식 협상을 하다 협상에 진척이 없자 3월 화물연대에 가입했고, 그 뒤로도 교섭이 제대로 되지 않자 6월2일 파업에 돌입했다.
양쪽의 갈등은 회사 쪽이 지부의 파업에 ‘계약 해지’와 ‘손배소’로 맞서면서 격화됐다. 수양물류는 파업 후 일주일이 채 안 된 6월8일 화물기사 30여명이 속한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수양물류에 소속된 100여명 기사들과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하이트진로지부는 파업을 이유로 130여명을 해고한 것이라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지부 간부와 조합원 등 11명에 대해 제기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액을 지난달 27억원으로 늘렸다.
자택에 1억원 가압류가 걸린 박수동(42)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청원지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유가 인상 때문에 도저히 바퀴를 굴릴 수 없는 지경이라 파업을 했는데, 회사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남발하고 있다”며 “회사가 노조 무력화를 시도할 거라 예상해 크게 신경쓰진 않았지만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박 지회장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는 교섭을 게을리한 사측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쪽은 “불법행위가 가장 심한, 적극가담자 간부 4명과 조합원 3명을 대상으로 가압류를 했다”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5004.html
뻥튀기 파업피해…대우조선, 8천억이라더니 슬그머니 “1천억”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8-17 07:00)
[브레이크 없는 손배소 상]
“하청 노조의 조선소 점거로 하루 259억원씩 매출 손실이 발생해 총 피해액이 8천억원에 달한다.”
51일에 걸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이 끝난 지난달 22일,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피해’를 8천억원대로 집계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핵심 요구였던 ‘임금 대폭 인상’까지 철회하며 “개별 조합원이라도 소 제기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8천억원이 아닌 1천억원 미만의 손해배상소송(손배소)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8천억원 피해 주장의 근거가 된 하루 매출 259억원은 그해 목표 매출 6조6천억원을 한 해 영업일로 나눠 단순 계산한 액수로, 모든 조업을 멈춘 상황을 가정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파업 당시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의 5개 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중 실제 조업을 멈춘 곳은 제1도크뿐이었다. 선박 인도 지연배상금 역시 파업 당시 130억원으로 알려졌으나, 파업 종료 후 잔업·특근으로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5개 도크 중 1곳만 조업 멈춰…1천억 미만 소송 검토중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실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예고한 것보다 많이 줄어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청지회 쪽 법률 대리를 맡은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실제 인정 여부는 법원에서 다투겠지만 집행 가능성을 고려한 상식적인 청구액은 많아야 수억원 수준”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은 ‘손배소를 안 하면 배임’이라고 주장하지만 노조가 어차피 갚지도 못할 돈을, 수억원의 변호사 선임비와 인지대를 들여 진행하는 게 배임 소지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손배소 부풀리기’를 계기로 기업들의 무분별한 쟁의행위 손배소를 막기 위한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6일에는 하이트진로 맥주·소주를 운송하는 화물기사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하이트진로지부가 손배소 취소 등을 요구하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옥상 광고판과 1층 로비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6월2일부터 하이트진로지부가 이천·청주 공장 등을 돌며 주류 운송업무를 차단하는 파업에 들어가자, 이 회사의 주류 운송업무를 위탁받은 자회사 수양물류가 조합원을 상대로 27억원 규모의 손배소를 제기하고, 조합원 재산에 가압류를 걸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옥상점거 배경도 화물기사 상대 27억원 손배소
전문가들 역시 2003년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2009년 쌍용자동차, 2010년 현대자동차, 2011년 한진중공업부터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의 사례처럼 터무니없는 금액의 손배소로 조합원을 압박하는 기업의 노조 탄압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우려한다.
2010년 12월20일부터 약 3개월가량 이어진 한진중공업지회의 정리해고 반대 파업 당시, 사쪽은 지회를 상대로 158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이 가운데 90억여원은 지회 파업으로 선박 7척의 생산이 지연돼 물게 됐다는 ‘지체배상금’이었다. 그러나 선박 7척 가운데 6척은 지회의 파업이 시작된 2010년 12월10일 이전부터 납기가 지연된 상태였다. 법원은 납기일이 파업 이후였던 선박 1척의 지체배상금과 선박 건조 비용 등 59억원만 인정했다. 그사이 지회 조직차장이었던 최강서씨는 유서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고 적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노조는 거액의 손배소 예고만으로도 극심한 압박을 받지만, 기업은 근거 없는 손해배상을 주장했다가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손배소 목적은 피해보전 보다 노조 압박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평조합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전략도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대법원은 2006년 “단순히 노무 제공을 거부한 일반 조합원은 불법행위 책임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생산 현장 무단이탈 등으로 손실이 생기는 경우는 예외’라는 조건을 달았다. 기업이 이 조건을 활용해 개별 조합원의 책임을 강조하면 법원도 받아들이는 추세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항소심에서 조합원 등 139명을 상대로 50억원을 청구해 33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낸 이후(3심에서 소 취하),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 등 조합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고액의 소 진행 비용(인지대) 부담을 무릅쓰면서, 조합 기금이 거의 없다시피 한 사내 하청 노조 등을 상대로 소송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시민단체 ‘손잡고’가 지난 6월 과거 ‘조건부 소 취하’가 이뤄진 손배소 사건 35개의 취하 사유를 파악한 결과, 조합원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포기(17건)가 가장 많았고, 희망퇴직(11건)과 노조 탈퇴(5건)가 뒤를 이었다. 소 제기의 목적이 피해 보전보다는 ‘노조 활동 압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쟁의행위 영업손실·조합원 손배소 제외하는 노란봉투법 발의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과)는 “사측 파업 손배소는 상대방에게 오로지 해를 입힐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민법상 ‘권리남용’이나 다름없다”며 “개별 조합원까지 포함해, 불법행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영업손실까지 무분별하게 소를 제기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는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영업손실 등을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발의돼 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5007.html
“파업 영업손실 수백억” 마구잡이 손해산정 인정해준 법원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8-17 07:00)
[브레이크 없는 손배소 상]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8천억원이라던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1천억원 미만의 손해배상소송을 검토 중이며 이 마저도 실제 피해액보다 크게 부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법원이 노조를 상대로 한 기업들의 ‘손배소 부풀리기’를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해준 것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의 쟁의행위를 죄악시하던 1990년대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파업 기간 매출 부진과 각종 부대비용을 보전해 달라는 기업들의 무리한 주장을 수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8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로 현대차 아산공장 라인이 41분 멈췄다. 현대차는 “고정비 6100여만원이 낭비됐다”며 사내하청지회를 상대로 9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고정비에는 공장 가동과 무관한 감가상각비와 연구개발비 등이 포함됐지만, 법원은 사쪽 주장에 따라 “일단 모두 고정비로 본 뒤” 책임을 40%로 제한해 4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기업 손배소와 관련한 법원의 이런 판단들은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것이다. 1993년 대법원은 ‘파업이 없었다면’ 벌어들였을 매출과 그 기간 사용된 고정비를 모두 쟁의행위 손해로 판단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하루 매출 259억원을 모두 손실로 주장할 수 있었던 근거다. 또 1996년 대법원은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등 공장 가동 중단과 무관하게 지출되는 고정비도 “기업이 이익을 얻으리라 기대하고 지출했다가 회수하지 못한 비용”이라고 봐 손해 산정에 포함시켰다. 현대차가 이런 논리로 2010년부터 사내하청 노조를 상대로 10여차례 소를 제기해 대다수 사건에서 배상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도 “하루 평균 57억원가량 고정비가 점거농성으로 손실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제조기업들이 기계 고장 등 각종 변수에 대비해 재고를 마련하거나 잔업·특근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쟁의행위 발생→생산량 감소→판매량 감소’라는 법원의 전제는 현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앞선 2012년 ‘41분 공장 점거’ 사건을 봐도 라인이 멈춰 차 생산이 지연된 것은 추후 직원들의 휴일 근무로 메워졌고, 현대차는 전년도에 비해 1만3007대 많은 190만5261대를 생산했다. 그해 현대차는 전년보다 5.1% 증가한 8조4369억원을 벌어들였다.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등 고정비가 ‘손실’됐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판사 출신 최우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법한 쟁의행위 중 지출된 고정비용의 배상에 관한 검토’ 논문에서 “대다수 제조기업이 재고와 보충근로 등으로 판매량 저하 위험에 대비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파업으로) 생산량이 저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판매량 저하 사실까지 추정할 수 있다는 사고는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매량 저하가 인정되지 않은 사안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쟁의행위 손해배상 범위를 기업에 유리하도록 지나치게 확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 된다”고 덧붙였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55132.html
[사설] 또 노동자 고공농성 내몬 손배소, ‘점거’ 이면 봐야 (한겨레, 2022-08-17 18:11)
하이트진로의 소주·맥주를 운송하는 화물기사들이 16일부터 하이트진로 사옥 옥상 광고판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회사가 파업에 참가한 화물기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과 해고(계약 해지)를 철회하라는 게 핵심 요구다. 자회사와 하청업체 소속인 화물기사들이 지난 3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가입한 데 이어 6월2일부터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사쪽은 27억원 규모의 손배소와 가압류로 응수했다. 파업 노동자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돼온 손배·가압류가 또다시 노동자들을 벼랑 끝 고공 농성으로 내몬 것이다.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소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악습으로 지목돼왔다. 소송 자체가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하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실제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노조를 굴복시키려는 목적으로 손배·가압류를 남발해왔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때도 원청인 대우조선은 일찌감치 7천억원대 피해를 거론하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배소 카드로 노조를 압박했다. 파업이 끝난 지난달 22일에는 파업 피해를 8천억원대로 집계했다. 그러나 이런 피해 규모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파업 당시 거제 옥포조선소의 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5개 중 조업을 멈춘 곳은 한 곳뿐이었는데, 모든 조업이 중단된 상황을 가정해 피해 금액을 산정한 것이다. 피해를 최대한 부각시켜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에선 정당한 요구를 내건 파업일지라도 ‘불법’의 굴레를 벗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노동법과 법원 판례가 ‘합법 파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정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법원은 ‘점거’ 등 겉으로 드러난 불법 행위에만 엄한 잣대를 들이댈 뿐, 사용자의 교섭 회피 등 ‘불법’에 이르게 된 과정에는 애써 눈을 감는다. 하이트진로 화물기사 파업 과정에서도 과거 노조파괴 연루 의혹이 있는 본사 임원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손배소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제출돼 있다. 2015년부터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파업 한번 하려면 소송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5254.html
침묵·소송·해고… 하이트진로가 믿는 구석 ‘하청 노조니까’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8-18 16:09)
[브레이크 없는 손배소 하]
하이트진로 손배소 소장 보니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악의적인 분쟁”이라며 소송
본사 점거 조합원 경찰 고소
“우리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몸의 표현’을 쓴 것뿐입니다. 회사가 교섭 자리에 나와주면 지금이라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요….”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가 지난 16일부터 사흘째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진수 부지부장은 1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의 가장 쉽고 빠른 해법은 ‘교섭’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 설치된 소주 광고판에 ‘노조탄압 분쇄’, ‘손배·가압류 철회’, ‘해고철회 전원복직’이라고 쓴 대형 걸개를 걸어두고 건물 로비와 옥상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불법파업’ 전엔 교섭하지 않는 원청
통상 노조의 쟁의행위는 점거·고공농성으로 나아가는 순간 기업과 정부로부터 ‘불법행위’로 지탄을 받는다.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위험 부담도 크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이 이런 쟁의 방식을 택하는 배경엔 특수고용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 이를 악용해 불성실한 교섭으로 일관하는 기업이 있다.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의 파업과 점거농성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6월 조합원 11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소장을 확인해 보니,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운송료 30% 인상 요구 등을 담은 노조의 ‘교섭 요구 공문’을 받았음에도 “화물차주들과 교섭할 법적 책임이나 채무가 없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4개월 간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화물기사들과)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다”는 문구를 소장에서 네 번이나 사용했다. 또 노조가 이 회사의 주류 운송업무를 위탁받은 자회사 ‘수양물류’나 정부가 아닌 하이트진로를 향해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악의적인 분쟁”이라고 썼다. 노조가 충북 청주·경기 이천 공장에서 제품 출고를 막으며 파업을 이어가자, 하이트진로는 노조를 상대로 2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과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냈다. 수양물류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130여명에 대해 계약도 해지했다. 하이트진로는 수양물류 지분을 100% 보유한 데다 하이트진로 임원이 수양물류 임원도 겸직하고 있어 사실상 노조 요구에 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법적 의무만을 강조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소송과 해고(계약해지)로 대응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자회사 수양물류의 운송료 협상에 관여하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5조의 ‘부당한 경영간섭’(거래상대방의 생산량이나 거래 내용 등을 제한하는 행위)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종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화주이자 실질적인 운송비 부담 주체인 하이트진로가 운송료 협상에 관여하는 것을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경영간섭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본사 옥상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들을 업무방해·특수주거침입 및 퇴거 불응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는 임금 인상을 요구해 온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거제 옥포조선소 제 1도크(배 만드는 작업장)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청 노조는 6월2일 하청 사용자들을 상대로 절차와 내용을 모두 갖춘 합법 파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청업체가 사실상 임금 인상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고, 권한을 쥔 원청은 책임 당사자가 아니라며 대화를 거부하면서 6월22일부터 조선소 점거로 농성 방식을 바꿨다.
정당한 쟁의행위 지나치게 좁힌 대법원 판례
2001년 대법원은 ‘정당한 쟁의행위’의 기준을 목적·수단·내용·절차 등으로 세세하게 정하면서 쟁의행위가 가능한 주체도 ‘단체교섭의 주체’로 한정했다. 여기서 단체교섭의 주체는 통상 ‘한 사업장 내 노사’(근로계약관계에 있는 노사·1995년 대법원 판례)로 한정됐다. 그러다 보니 사내 하청 노동자처럼 원청 사용자가 사실상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경우마저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의 주체에서 빠지곤 했다.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 사용자도 단체교섭 의무를 진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린 바 있으나, 이는 행정법원에서 처분의 효력을 다투고 있다. 하이트진로 등이 ‘교섭을 안 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근거이자, 노동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개념을 원청 사용자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노조가 불법행위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던 제반 사정은 법원의 손해배상 소송 심리 과정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앞선 2001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하급심 법원은 먼저 노조의 쟁의행위가 이런 기준에 부합한 지 따진 뒤,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기업의 손해액과 과실을 따져 노조의 최종 배상 비율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교섭을 게을리 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 등은 배상 비율을 정하는 보조 근거로만 활용될 뿐이다.
2010년 현대자동차가 사내 하청 노조의 공장 점거에 대해 9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하청 노동자 최병승씨가 불법파견 소송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음에도 현대차는 사내 하청지회의 특별교섭 요구에 불응했다. 하청업체 폐업에 따른 해고 문제에도 답하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현대차가 단체교섭을 할 수도 있었다”면서도 “공장 점거 방식이 불법”이라며 노조의 배상 책임을 90억원으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현대차의 사태 악화 책임 등을 물어 배상액을 손해액의 60%로 정했다. 그러면서도 ‘손배소 청구금액이 고정비 손실 271억원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현대차의 주장과 증빙 내역을 받아들여 배상액을 줄이지 않았다. 노조는 수천만원의 인지송달료 등 법률비용에 부담을 느껴 상고하지 못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불법파업 판결 전, 사쪽 교섭 의무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전문가들은 쟁의행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다루는 법원의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쟁의행위에 설사 과정상의 불법이 있었더라도 그 배경엔 회사의 책임이 있는데 법원은 그런 사정을 피상적으로만 참작한다”며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도 원청 사용자가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임할 의무가 없었는지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5256.html
국회가 7년 묵힌 노란봉투법, ‘사용자 범위’ 넓혀 새로 발의한다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8-18 16:15)
손잡고, 노란봉투법 개정안 다듬어 공개
21대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이 새롭게 발의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으로, 이번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조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과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이 실질 사용자인 ‘원청’와 대화를 요구하며 오랜 투쟁을 벌인 데 따른 것이다.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손잡고’ 송영섭 법제도개선위원(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은 18일 국회 ‘조선업의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용자로 볼 수 있는 경우’를 단서조항으로 달았다. 구체적인 경우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와 ‘그 사업의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가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동조합 등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가 생긴다. 노조는 교섭 결렬로 쟁의행위를 벌이더라도 ‘불법’이 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가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으며, 결렬 시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새 개정안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에 ‘정리해고’도 추가했다. 지금까지는 임금이나 개별적 해고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한 노동쟁의만 합법으로 인정되고, 대규모 정리해고에 관한 쟁의행위는 불법으로 간주해왔다. 그동안 발의된 노란봉투법처럼 노조가 계획한 분쟁에 대해 회사가 노동조합 임원과 조합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영업손실 등 불법파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항목은 청구액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은 2015년 처음 발의됐다. 쟁의행위 손배소로 고통받는 노동자를 위해 시민 4만명이 14억원을 모금한 ‘노란봉투 캠페인’을 본떠 ‘노란봉투법’이라 불렸지만, 7년이 지나도록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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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3천년 일해야 갚을 수 있는데"...파업 손배소 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 (JTBC, 임소라 기자, 2022-08-18 16:17)
"노동조합 활동은 손해배상가압류 대상 될 수 없어야"
오늘 국회에서는 노동조합 파업 때마다 뒤따르는 손해배상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금속노조, 민주당 대우조선해양TF 위원들이 참석했습니다. 민주당은 논의 결과를 토대로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입니다. 먼저 오늘 자리에서는 손해배상제도가 노동자들의 쟁의권과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송영섭 변호사는 "50일 정도 파업을 했는데 손해액이 8,000억 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을 초월한다"라면서 손배소 제도가 "노동권 탄압의 이데올로기가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최저임금이 월 200만 원이라고 할 때 8,000억 원을 갚으려면 3만 3,000년이 걸린다. 노동자가 20세부터 60세까지 40년 동안 노동한다고 하면 800번이상 환생해야 갚을 수 있는 돈이다."
또 송 변호사는 발제문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손해배상가압류가 국제적으로도 비난 받고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발제문에 따르면 2017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보고서는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고 적시했고, 2017년 10월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규약 위원회 역시 우리 정부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지속되고 있는 등 쟁의 행위 참가 노동자를 상대로 한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어 우리 정부에 '파업권 침해에 이르게 되는 행위를 자제하고 쟁의 행위 참가 노동자에 대해 이루어진 보복 조치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송 변호사는 손배 가압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의 기본 방향이 "노동조합 활동은 손배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조경배 순천향대학교 법대 교수는 "영국과 같이 손해배상액의 제한과 같은 방식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라면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자체가 아니라 쟁의행위에 관한 합법성의 인정 범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조 교수는 "부당하게 해석될 수 있는 쟁의 관련 조항들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입법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우원식 대우조선해양TF단장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관련법 개정안을 19대 국회부터 발의했지만 번번이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 됐다"라면서 국회에서 다시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우 단장은 "국민의힘에서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만들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과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문제를 처리 했다"면서 "형사상 면책 불허 등 불법을 용인하지 안겠다"라면서 노동 문제에 강경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 내에서 여야 간의 제도 개선 논의가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지는 의문인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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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소 취하" vs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고소…평행선 (JTBC, 윤정민 기자, 2022-08-18 20:32)
[앵커]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하이트진로 제품을 운송하는 화물 노동자들이 본사를 점거한 지 오늘(18일)로 사흘쨉니다. 이들은 사측이 파업을 벌인 노조를 상대로 건 2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사측은 건물을 점거한 조합원들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윤정민 기자입니다.
[기자] 손배 가압류를 철회하라는 초대형 현수막이 걸린 하이트진로 본사 앞길에 1000여 명이 모였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입니다. 건물 옥상을 점거한 조합원들도 전화로 참여했습니다.
[본사 점거 화물연대 조합원 : 기필코 승리할 것을 다짐하겠습니다!]
지난 3월 운송료 30% 인상을 요구하며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에서 시작된 파업은 사흘 전 서울 본사 점거로까지 이어졌지만, 협상은 계속 꼬여가고 있습니다. 파업 강도가 높아지자 사측이 파업에 참여한 이들을 계약해지하고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에 나선 겁니다.
사측이 조합원 2십여 명을 대상으로 청구한 손해배상 액수는 처음엔 5억 원이었다가 지금은 27억원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현정희/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 손해배상을 27억 원이나 물리고, 노동조합을 포기하면 손해배상을 철회해 주겠다고 (합니다.)]
1인당 1억 원 이상인 셈입니다. 손해배상 문제는 협상에서 걸림돌일 뿐 아니라, 어렵게 합의에 이르게 되더라도,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남게 됩니다.
하이트진로 측은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도 노조와 협상 중이지만 정해진 건 없고, 아직 입장차도 크다고 밝혔습니다. 화물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게 아니기 때문에, 하청업체인 수양 물류와 노동자 간 운송료 협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도 계속 유지 중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어제(17일) 본사를 점거 중인 조합원들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71411
노동자에 '손배소 족쇄'…"800번 환생해야 갚을 돈" (JTBC, 박민규 기자, 2022-08-18 20:35)
[앵커] 이런 손해배상청구는 파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측이 악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을 만큼의 큰돈을 노동자들에게 직접 청구하는 겁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하이트진로 고공농성, 그리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공통적으로 따라붙은 건 손해배상 소송 문제입니다. 앞서 대우조선이 주장한 피해 액수는 8,000억 원이 넘습니다. 노동자들이 실제 갚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닙니다.
[송영섭/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 40년 정도 노동한다면 800번 이상 환생해야 갚을 수 있는 돈입니다. 평생 일하고 한 푼도 쓰지 않고 갚아야만 갚을 수 있는…]
지난 2009년 '쌍용차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발한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농성에 대해,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3년째 진행 중입니다. 100억 원의 청구액 가운데 33억 원이 2심까지 인정됐습니다.
[김득중/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2013년) : (소송을) 철회하지 않으면 쌍용자동차 누군가의 또 죽음을 예견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 아니냐…]
특히 지금까지 이런 소송 95%가량은 노동자 개인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권리 행사를 넘어 사측이 파업 참여 노동자를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해온 셈입니다.
국제노동기구 ILO는 이미 5년 전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제도 개선은 더디기만 합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며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배소를 금지하는 법안은 19대 국회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번 21대 국회에도 이미 4건이 나와 있습니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파업의 '합법성'을 더 넓게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조경배/순천향대 법학과 교수 : 다른 나라에서는 개인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는 거예요. 그런 문화가 없다는 거예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조합원 42명의 고용 승계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다시 한번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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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1849.html
“200만원도 못 버는데, 수천억이요?” 20년 용접공이 물었다 (한겨레, 거제/박태우 기자, 2022-07-21 15:42)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인터뷰
“회사 손배소는 노조를 깨려는 목적…
공권력 투입? 때리면 맞는 수밖에 없죠”
동료 조합원 “그래도 사람은 살려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 그곳에서 건조중인 원유운반선의 제일 밑바닥, 그 한가운데 놓인 1㎥ 철제구조물 안에 30일째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 20년차 용접공 유최안(41)씨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인 그는 180㎝의 큰 체구를 구겨넣은 채, 하청노동자의 임금인상과 하청노조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30일째 눕지도 일어서지도 못했다. “온 몸이 다 아프죠. 여기서 안 아픈게 이상한 거기 때문에 (이게) 정상이다 여기고 있습니다.” 구조물 밖으로 나온 그의 팔다리가 유난히 비쩍 마른 느낌이다.
21일 <한겨레>가 유 부지회장을 만난 날 오전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협의회’ 교섭 상황은 그의 건강 만큼이나 좋지 않았다. 교섭 6일째 였던 20일 조선하청지회는 29일째 도크를 점거해가며 요구해온 30% 임금인상 요구를 스스로 철회했지만, 하청업체 대표들은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예고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별도로 민·형사 소송을 언급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협상은 타결되는 듯했지만, 결국 밤 늦게 무산됐다.
유 부지회장은 매일 아침 동료조합원에게 교섭 상황을 전달받고 있다. “손배소요? (회사가) 돈 받을 생각이 있습니까?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버는 사람한테? 돈 받을 생각이 있는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죠. 노조를 깨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 부지회장은 회사가 노조를 압박하고 위축하기 위해 손배소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하청지회의 제 1도크 점거로 선박 진수(공정이 끝난 배를 도크에서 안벽으로 옮기는 작업)가 늦어져 7천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조선하청지회는 2017년 만들어졌지만, 조합원이 많이 늘어난 것은 최근 1~2년 사이다. 지난 2016년 이후 일상적인 저임금과 협력업체의 잦은 폐업에 따른 고용불안, 임금체불, 사업주의 사회보험 회사부담금 체납 등이 누적되자, 견디다 못한 하청노동자들이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용자들이 곱게 볼 리가 없었다. 조선소에 사람이 없다고 난리지만, 하청업체들 사이의 노조 조합원 ‘블랙리스트’와 이에 따른 채용거부는 이미 공공연한 얘기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손배소를 걸고, 임금을 가압류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회사가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조선업은 내년에도 힘들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유 부지회장은 “지금도 조선소 인력유출이 심각하다. 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여기(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많이 기대를 하고 있다”며 “회사가 제시한 인상률(4.5%)은 안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이상 사람들이 조선업에 대한 기대를 가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도크 농성장에서 만난 도장공 ㄱ(53)씨는 동료 조합원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사람을 살려야 할 것 아닙니까. 저위에 있는 사람들 다 내 도장공 동생들인데, 내가 저들만큼 용기는 없어도 최소한 이 사람들은 지켜줘야 안되겠습니까.”
조선하청지회는 손배소 면책요구와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보장이 받아들여진다면 협상을 타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임금 30% 인상”이라는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1873.html
“고액의 손배 소송, 식물노조로” 대우조선에 돌아온 노무전략 ‘망령’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7-21 16:49)
“7천억원 피해 봤다” 주장 대우조선 원청 손배예고
개별 하청업체도 업무방해 피해 손배소 방침 고수
임금 인상과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50일째 파업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협의회(하청업체 대표)와 파업 손해와 관련한 민형사상 면책을 두고 막판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쟁의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하는 사쪽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20일과 21일 하청업체와 한 교섭에서 △하청업체가 별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 △하청업체가 파업 조합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 및 징계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7일째 교섭도 결렬됐다. 
조선하청지회는 대우조선해양 원청에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통해 △손해배상소송 제기 범위를 조선하청지회 임원 5명으로 좁혀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2일부터 지회가 시작한 거제 옥포조선소 제 1도크(배 만드는 작업장) 점거로 선박 진수(공정이 끝난 배를 도크에서 안벽으로 옮기는 작업)가 늦어져 7천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쟁의행위를 벌이는 노동조합을 상대로 사쪽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65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노조 간부 배달호씨는 조합비와 임금, 살던 집까지 가압류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도 정리해고 투쟁을 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15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노조 조직차장이었던 최강서씨는 이를 문제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현대자동차도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을 점거한 하청지회를 상대로 90억원 손배소를 내 승소했다. 그 뒤로도 씨제이(CJ)대한통운, 아사히글라스 등 사쪽의 손해배상소송 제기 관행이 끊이지 않은 탓에, 지난 2014년엔 관련 피해자들이 ‘손잡고’라는 시민단체를 만들 정도였다.
회사 쪽의 손해배상소송은 파업에 대한 금전적 보상 요구라기보다는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에 더 가깝다. 2012년 삼성그룹의 ‘노사전략 문건’을 보면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를 만든 뒤 노조해산 유도”라는 문구가 나온다. 2011년 유성기업이 만든 ‘유성노조 가입확대 전략' 문건에도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면 소송의 당사자와 조합원들의 압박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민사책임이 면책되는`합법파업'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독일 등과 달리 한국은 면책 조항이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법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좁게 해석하는 탓이다.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좁게 해석한 한국 법원의 영향이 크다. 기존 판례들은 손해배상소송 면책이 가능한 ‘합법파업’의 조건을 좁게 규정하고 그 외의 쟁의행위는 모두 손해배상소송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왔다. 노동조합법에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더라도 노동조합이나 개별 노동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면책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는 법원이 정하는 세세한 파업 절차와 내용을 모두 지킨 ‘합법 파업’에만 해당한다. 하청 노동자의 원청 사업장 점거와 같이 현행법 틀 안에서 합법으로 판단 받기 어려운 쟁의행위에 대해선 여전히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211655011
대우조선해양 파업 협상서 걸림돌 ‘손배소’…노동계 “노조파괴 수단” (경향, 유선희 기자, 2022.07.21 16:55)
지난 20일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사측과 교섭에서 임금 원상회복(30% 인상) 요구를 사실상 철회했다. 대신 파업 종료 이후 사측이 노조원들에게 청구할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하청업체는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면책은 개별업체와 협의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협상은 더 이상 진전될 수 없었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0.3평에서 투쟁을 벌이는 유최안 동지(하청지회 부지회장)의 건강이 크게 걱정되는 상황에서 다 내려놓고 마무리하자고 판단한 뒤 조합원들을 설득시켰다”며 “그리고선 교섭에 들어갔는데 하청업체에서 ‘민·형사상 면책은 개별업체와 협의한다’는 안을 내놨다. 당초 하청업체는 원청에서 어차피 손배 등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니 굳이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바뀐 것”이라고 했다.
노조파괴 수단·쟁의행위 막는 ‘손배소’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가장 손쉬운 ‘노조파괴’ 수단으로 활용되곤 한다. 2011년 10월8일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 자문을 받아 만든 노조파괴 전략 문건에는 이런 내용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시민단체 ‘손잡고’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달 30일 연 토론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유성기업은 ‘불법행위 시 민형사상 법적대응을 통해 무력화’ 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로 만든 뒤 노조해산 유도” 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유성기업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4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쟁의행위는 본질적으로 사용자에게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손해를 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법원이 특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쟁의권 행사는 늘 ‘위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 법원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 정당성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법원은 1994년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해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정당성 요건을 면책의 근거로 내세운 것으로, 정당성 유무에 따라 불법행위가 된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2011년 정당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종래 형사사건에서 적용한 기준과 동일하게 제시했다. 정당한 쟁의행위는 우선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하고, 단체교섭과 관련해 근로조건의 유지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는 등 반사회성을 띤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야 한다고 했다. 조경배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는 “이는 결국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와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쟁의권 행사 자체를 원천적으로 범죄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쟁의행위의 폭을 협소하게 만들어 쟁의 관련 당사자들이 전혀 갚을 능력도 없는 거액의 금액을 배상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노동 권리는 합법적인 행사다. 그런데 그 권리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정당하다는 논리구조는 엉터리”라며 “파업 목적 정당성 유무에 따라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등 노동조합법에 수두룩한 형벌 조항은 삭제돼야 하고, 법원은 노동자 권리에 기초해 적극적인 법해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수 지회장 “노조 접으라는 신호냐” 비판
21일로 50일째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사측이 앞으로 진행할 손해배상 소송에 크나큰 부담을 갖고 있다. 집행부 5명은 이를 감수할 각오를 하고 있지만 일반 조합원들에까지 이를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선하청지회 김 지회장은 “원청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사실상 교섭을 타결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이는 백기투항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내놔라, 노동조합을 접으라’는 신호로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조선업이 불황일 때마다 임금 삭감과 대량해고 등 피해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하청노동자들이 “이를 원상복귀 해달라.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요구하면서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됐다. 22개 하청업체 소속 조합원 중 120여명이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참여했다. 유최안 부지회장이 0.3평 철제구조물에 스스로 몸을 가두는 것을 시작으로 6명 고공농성을 벌이고, 3명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끝장 투쟁’에 나섰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불법 점거”라며 조선하청지회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수천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했다. 손배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배임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8일 관계부처 합동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주요 업무시설을 배타적으로 점거한 하청 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고 재물손괴 등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장 김유정 변호사는 “그간 파업투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면책합의가 있었는데, 면책합의를 했다고 업무상 배임으로 (원청이) 수사나 기소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배임죄를 근거로 손배소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결국 소송을 무기로 향후 비정규직 노조 활동을 위축하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라고 했다.
 
https://www.news1.kr/articles/?4749744
대우조선 노사 '손배소' 문제로 막판 진통…과거 파업 손배소 사례 보니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2022-07-21 17:27)
"사측이 민·형사 책임 묻지 않겠다 약속 뒤집어" 협상 결렬
쌍용차 7년간 법정다툼…'파업 당위성·손해 입증' 손배소 쟁점
파업 50일째인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과 협력업체 사이 협상이 손해배상 청구소송 문제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노조는 파업 행위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 역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최종 협상 타결에 발목이 잡혔다.
통상 손배소를 포함한 법적 대응은 노사 간 실질적 책임을 묻기 위한 목적보다는 협상 수단 중 하나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소송 사례에 비춰 볼 때 이번 파업 역시 회사가 손배소를 제기하더라도 중도 철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협상 코앞에서 '법적 책임' 놓고 결렬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하청 노사는 전날(20일) 진행한 협상에서 민·형사상 책임 철회 문제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이날 재협상에 돌입했다.
통상 노사는 파업 철회 전 마무리 단계에서 '노조원을 징계하지 않겠다'거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민·형사상 면책 합의를 맺는다. 임금이나 처우 요구안이 아닌 면책 합의로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대우조선 하청 노조는 사측에 손배소를 포함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합의안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해당 법적 책임 면제 조항에 합의할 수 없다고 맞선 상태다.
노조는 당초 사측이 면책 합의를 수용했으나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이를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사의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파업에 따른 법적 책임을 노조에 묻겠다고 밝힌 만큼 사측의 추가 법적 대응은 없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날 협상 결렬 이후 홍지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원청(대우조선해양)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므로 하청업체가 (노조에 책임을) 물을 필요가 없다고 해서 믿었다"며 "(하청업체 측의) 안은 이를 뒤집었다. 민·형사상 손배를 묻는다는 것은 징계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하청 노조는 전날 12시간 동안 진행한 마라톤협상 끝에 임금 인상 요구안을 30%에서 5%로 낮추며 협상 타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결국 면책 합의 문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 "기업 손해 책임 물어야" vs "정당 파업 행위"
시민단체 손잡고에 따르면 국내 노동자 단체행동에 따른 손배소 판결 사례는 총 600건이 넘는다. 대부분 파업 기간 발생한 기업 손실이나 폭력행위로 인한 피해에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으로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했다. 
소송을 낸 한 기업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손해는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므로 파업 결과에 따른 책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제기하는 것"이라며 "사측 입장을 보다 강경하게 전하는 수단 또는 일종의 압박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업 이후 노사가 수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가는 사례도 있다. 2009년 쌍용차 노조의 정리해고 반대 파업 이후 회사는 노조와 조합원 139명을 상대로 50억원대 손배소를 제기했다. 7년간 이어진 소송은 2016년 회사가 해고자 전원을 복직 조치하면서 3심 소송 취하로 마무리됐다.
파업으로 인한 사측 손해 증명이 어렵거나 노사가 합의에 이르면 1심에서 소송을 끝맺기도 한다. 2018년 A사는 파업을 진행한 노조원 20여명을 상대로 15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파업 과정에서 노조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도 회사가 손해와 파업 사이 인과성을 입증하지 못한 점을 들어 노조 손을 들어줬다. A사는 항소하지 않았고 소송은 원고 패소로 1심에서 종결됐다.
이번 대우조선 파업 역시 본격적으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노조 파업의 정당성과 파업으로 인한 사측 손해 입증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노조를 상대로 손배소 제기를 예고했을 뿐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사이 진행 중인 소송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법과 판례는 파업의 주체, 절차, 목적, 방법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정당한 쟁의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쟁의행위 자체를 불법화하는 노동법 제도 아래에서 손배소는 항상 사용자의 선택 사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 손배소 청구액 상한을 법으로 정하는 반면 국내는 상한선이 전혀 없다"며 "유럽은 손배소 제도가 있음에도 소송을 제기하는 사용자가 많지 않다.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 보장될수있도록 제도와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2115090003591?did=NA
파업 후 손해배상 소송 '골치', 13년 지난 쌍용차는 아직 진행형 (한국일보, 박민식 기자, 2022.07.21 19:30)
2009년 파업 쌍용차, 노조에 손배소 제기
'강제진압' 경찰도 기물 피해 등 배상 소송
1·2심서 "노조 파업 불법, 47억 원 배상" 판결
경찰 인권침해사건 조사위 "소송 철회" 권고
인권위 "노동3권 위축 고려 판단해야" 의견
국회 '소송 취하 결의안' 통과... 대법원 판단 아직
"노사 간 온전한 갈등 해소에 걸림돌" 지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가 손해배상 소송 취하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와 별도로 파업 행위와 관련해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원·하청은 소 청구 취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한 것이다. 이처럼 파업 이후 노사가 사태 수습 과정에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발목이 잡힌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9년 5월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대하면서 총 77일 동안 장기파업을 벌였던 쌍용자동차 사태가 대표적인 경우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손해배상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노사 간 갈등과 후유증 해소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노동자들이 평택 공장을 점거하며 강력 반발하자 사측도 용역을 투입하며 맞섰다. 서로 물러서지 않아 폭력 사태로 이어졌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결국 경찰이 투입돼 강제 진압하면서 파업은 종료됐다.
이후 경찰은 쌍용차 파업 강제 진압과정에서 헬기와 기중기 등이 파손당했다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7억여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쌍용자동차 사측도 이듬해 파업기간 동안 생산 차질 등의 책임을 물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약 100억 원 규모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1심 재판부는 "쌍용차지부 노조의 파업은 목적과 수단에 있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며 "폭력적인 방법으로 파업에 가담한 쌍용차지부 노조 등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노조와 조합원이 물어내야 할 배상금은 사측에 33억여 원, 경찰에 14억여 원이었다. 눈에 띄는 건 경찰이 청구한 금액은 대부분 수용됐지만, 사측이 청구한 금액 100억 원 중에선 약 30%만 인정됐다. 애초에 노조 측을 압박하기 위해 피해 규모를 과장했거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것까지 무리하게 포함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 2심 판결에서도 노조와 조합원들은 패소했다. 사측에 대한 배상금은 33억여 원 그대로였고, 경찰에 대한 배상금만 11억6,000만 원으로 소폭 줄었다.
사측·경찰, 노조·조합원에 117억 원대 손해배상 제기
법원 판결에 시민사회는 크게 반발했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로 또다시 노동3권이 '파업의 정당성 요건'이라는 하위법령에 의해 짓밟혔다"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이번 판결로 인해 해고노동자들은 더더욱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손해배상 소송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도 나왔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해고자 복직과 손배가압류 철회를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의 쌍용차 파업 진압을 공권력을 남용한 과잉 진압이라고 판단하고 소송 철회를 권고했고, 이듬해 민갑룡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9년 경찰이 위법하고 부당한 강제진압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는데도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노동3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냈다.
인권위·국회 "노동3권 위축 우려... 소송 취하를"
지난해 8월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국회의원 142명이 "집회 시위의 자유와 노동권을 헌법에 보장하는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권리행사를 공권력을 투입해 가로막고 그 비용을 손해 명목으로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신중한 판단을 해달라는 탄원서"를 발표한 바 있다. 소송 취하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도 통과했다. 지난해 9월 예정됐던 대법원의 선고가 미뤄지며 쌍용차 손배 소송은 아직 진행형이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진행 중인 쌍용차 사례에서 보듯, 사측이 노조와 노조원에 거액의 손배소 제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노동조합의 합법파업은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 33조(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에 따라 민형사상 면책이 된다. 다만, 불법파업은 면책 대상이 되지 않아 사용자가 업무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불법파업은 파업의 수단이 폭력이나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를 수반한 경우, 혹은 법에 정해진 파업 절차, 즉 조정이나 조합원 투표 등을 거치지 않고 파업을 한 경우, 쟁의 목적이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되지 않은 경우 등이 해당한다.
노사 간 입장은 극명히 엇갈린다. 사용자는 손배·가압류가 무분별하고 폭력 등을 수반한 노조의 불법파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일부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이 제도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불법파업에 대해 손배·가압류를 할 수 없다면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폭력을 수반한 행동을 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주장이다.
"영국은 손해배상 소송액 제한... 외국은 손배 책임 경감 노력"
반면, 노동조합은 손배·가압류가 노동3권의 하나인 파업권을 부당하게 억제한다고 반박한다. 특히 파업의 정당성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인데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손배·가압류를 실시하면 당사자에게 극심한 재산상의 피해를 불러일으켜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법원 판결을 보면 손배·가압류가 원인무효가 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손배·가압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연예인이나 지식인, 일반인들이 주축이 돼 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캠페인(노란봉투·손잡고)을 벌이기도 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산업혁명의 고향 영국에서는 120여 년 전인 1901년 철도회사 노조의 파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1906년 노동당은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상 면책을 법으로 규정, 손해배상을 지렛대 삼아 노조를 통제하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은 현재 조합원 수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가액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통상적인 파업권의 행사가 아닌 폭행, 파괴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만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져 인정한다. 독일의 경우 노조의 민사상 면책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진 않지만, 노조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는 거의 없다고 한다.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자에 대한 보복과 위협 수단으로 악용, 남용되기도 하는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대전지법 최누림 판사는 2010년 발표한 논문에서 "선진국 대부분은 역사적으로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어떠한 방향으로든 경감하려는 시도를 해왔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202120005
대우조선 하청노조, 임금 인상률 낮춰 제안…손배 취하가 협상 최대 걸림돌 (경향, 조해람 기자, 2022.07.20 21:20)
노동부 장관 연이틀 현장 방문…협상 타결 분위기도 감지
전문가 “원청 대우조선해양·대주주 산은에 명백한 책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과 사측은 파업 49일째를 맞은 20일에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에 이어 이틀 연속 현장을 방문할 만큼 해결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노조 측이 임금 인상률을 낮춰 제안한 만큼 협상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 소송 취하’ 문제가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 산업은행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윤애림 박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원청과 교섭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이를 회피하는 원청에 있다”고 했다.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장)는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및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노조법상 사용자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윤 박사는 “하청은 원청에서 대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임금 인상 여력이 없고, 원청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예산집행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대금 집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산업은행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722073051530?input=1195m
대우조선 갈등 불씨 손배소…"노조무력화 의도" vs "배상불가피"(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2022-07-22 20:58)
"손해배상, 노조 무력화·보복 목적"…극단적 선택 이어지기도
사측은 배임죄 처벌 우려 들며 불가피성 주장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노사 간 극적인 합의로 타결됐지만, 막판 쟁점이었던 손해배상 청구 문제가 미결로 남으면서 갈등의 불씨가 남게 됐다. 사측은 불법 파업으로 인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실제로 배상할 능력이 없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이 같은 행위는 보복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는 이날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 금융동 6층에서 파업 종료에 합의했다. 사측을 대표한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발표한 합의문에는 임금 4.5% 인상, 명절 휴가비 50만원, 여름휴가비 40만원 지급 등 주요 의제가 두루 담겼다.
하지만 막판까지 팽팽한 이견을 보인 손해배상 소송 문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문에 포함하지 못했다. 사측은 불법 파업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으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고, 사측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동계는 손해배상 청구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억압하기 위한 악질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손해배상과 관련한 규정은 민법 제750조에 나와 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가 그것이다. 이번 사태의 경우 하청노조 파업의 위법·불법성에 대한 것부터가 논란인데, 노동계는 파업이 합법적인 쟁의행위인 만큼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이들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33조와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를 근거로 제시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직장 점거행위가 불법일 수는 있지만, 파업 자체가 불법이 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현재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하청노조가 배상하라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과 관련해서는 국가별로 판단이 조금씩 다르다. 영국은 1906년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의 규율을 위한 법률'(An Act to provide for the Regulation of Trade Unions and Trade Disputes)을 통해 노조에 대한 불법행위 소송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반면, 한국 대법원은 1994년 동산의료원 노조 파업과 관련해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전액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민사상 그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국한된다고 풀이해야 할 것이고,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에서는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적지 않게 이뤄졌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손해 배상을 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소송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근로자들은 전세 자금, 선산 등에 대한 가압류가 이뤄지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1년 한진중공업 투쟁 당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노조 간부 최모 씨는 이듬해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파업을 한 근로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노동 선진국에서는 있기 힘든 일로, 근로자와 노동조합을 길들여 무력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소속 윤애림 박사도 통화에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보복하기 위한 행태"라며 "조정 절차를 거친 끝에 합법적 파업으로 노무 제공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원청노조 대우조선지회의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결과도 주목된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개표를 진행했지만, 부정투표 의혹 때문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일부 중복투표로 추정되는 부정 의혹이 확인되자 이를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격화하며 약 3시간 만에 개표가 전면 중단됐다.
이에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2주간의 하계휴가가 끝나면 법원 판단 및 지회 내부 논의를 거쳐 재개표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2076.html
‘법과 원칙’ 외치는 윤 정부…대우조선 하청에 ‘손배폭탄’ 겨눌라 (한겨레, 신다은 기자, 2022-07-23 14:00)
대우조선 하청노사 ‘파업손해 면책’ 합의 못해
법무·행안·노동장관 “법과 원칙 따라 대응”
독일 등은 민사책임 면책 범위 폭넓게 인정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51일, 옥포조선소 제 1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 투쟁 31일이 22일 하청업체 대표들과의 협상 타결로 마무리됐다. 대우조선 하청노사가 파업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을 매듭짓지 못한 가운데, 정부와 대우조선해양이 협상 타결 후 일제히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나서 향후 추가 협상 과정에서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쟁의행위를 이유로 파업 노동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관행은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과 비극을 낳은 바 있다. 특히 독일 등 국가는 민사책임 면책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노사협상 과정에서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조선하청지회를 압박했던 정부는 협상 타결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결과라고 자평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공동 입장문에서 “이번 합의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분규를 해결한 중요한 선례를 만든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불법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도 “당사는 파업과정에서 발생된 제반 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의 기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2일부터 지회가 시작한 거제 옥포조선소 제 1도크(배 만드는 작업장) 점거로 선박 진수(공정이 끝난 배를 도크에서 안벽으로 옮기는 작업)가 늦어져 7천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하청업체와의 교섭에서 △하청업체가 별도 손배소를 제기하지 말 것 △하청업체가 파업 조합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 및 징계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하청지회는 대우조선해양 원청에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통해 △손해배상소송 제기 범위를 조선하청지회 임원 5명으로 좁혀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선하청지회쪽 교섭위원으로 참여한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면책 관련해서는 남은 과제로 남겨놨다”며 “앞으로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사쪽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지만, 쟁의행위를 벌이는 노동조합을 상대로 사쪽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관행은 이미 한국 사회에 여러 차례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노조를 옥죄기 위해 남발된 손배소로 인해 여러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등떠밀렸다.
지난 2002년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65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노조 간부 배달호씨는 조합비와 임금, 살던 집까지 가압류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도 정리해고 투쟁을 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15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노조 조직차장이었던 최강서씨는 이를 문제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음으로 항변하는 최씨의 호소에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다시 ‘희망버스’에 올라타 부산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같은 해 현대자동차도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을 점거한 하청지회를 상대로 90억원 손배소를 내 승소했다. 그 뒤로도 씨제이(CJ)대한통운, 아사히글라스 등 사쪽의 손해배상소송 제기 관행이 끊이지 않은 탓에, 지난 2014년엔 관련 피해자들이 ‘손잡고’라는 시민단체를 만들 정도였다. 
회사 쪽의 손해배상소송은 파업에 대한 금전적 보상 요구라기보다는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에 더 가깝다. 2012년 삼성그룹의 ‘노사전략 문건’을 보면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를 만든 뒤 노조해산 유도”라는 문구가 나온다. 2011년 유성기업이 만든 ‘유성노조 가입확대 전략' 문건에도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면 소송의 당사자와 조합원들의 압박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민사책임이 면책되는 ‘합법파업’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독일 등과 달리 한국은 면책 조항이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법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좁게 해석하는 탓이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좁게 해석한 한국 법원의 영향이 크다. 기존 판례들은 손해배상소송 면책이 가능한 ‘합법파업’의 조건을 좁게 규정하고 그 외의 쟁의행위는 모두 손해배상소송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왔다. 노동조합법에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더라도 노동조합이나 개별 노동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면책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는 법원이 정하는 세세한 파업 절차와 내용을 모두 지킨 ‘합법 파업’에만 해당한다. 하청 노동자의 원청 사업장 점거와 같이 현행법 틀 안에서 합법으로 판단 받기 어려운 쟁의행위에 대해선 여전히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207241131001
대우조선 ‘손배 폭탄’ 위기에...민주·정의당 “노란봉투법 제정해야” (경향, 김윤나영 기자, 2022.07.24 11:31)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 파업을 마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처한 ‘손해배상 청구 폭탄’ 위기를 계기로 ‘노란봉투법’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파업한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으로 21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손배가압류에 맞서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모금을 시작한 데서 이름을 땄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정부와 기업이 손해배상을 내세워 노동자를 협박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은 대기업의 재산권이 아닌 노동자의 파업권을 우선하는 정당,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8·28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고영인 의원도 SNS에 올린 글에서 “하청노조의 백기투항에 가까운 합의 과정을 지켜보며 가슴이 아프고 죄송했다. 얼마 전까지 정부여당이었던 민주당의 책임이기 때문”이라며 “만시지탄이지만 노란봉투법 제정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길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SNS에 “민주당은 대우조선해양 ‘상황 종료’라고 환호만 하고 정부의 공치사를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며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사측의 수백억 손배 가압류 폭탄을 금지하는 법안을 국제 노동기준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노동자의 파업권을 억압하는 손배·가압류를 정의당이 노란봉투법으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최저임금 받는 하청노동자는 1인당 18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감당할 수 없다”며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 무력화이자 국회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강병원·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노란봉투법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안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액에 상한선을 두는 내용을, 정의당안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2417450003957?did=NA
약자에게 가혹한 법 : 업무방해와 배임 (한국일보, 강철원 사회부장, 2022.07.25 04:30)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기자들에게 선배들이 자주 강조하는 말이 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이 단순히 약자라서 관심을 가지라는 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좀처럼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렵다고 이야기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처럼 알리고 싶은 사안을 일사불란하게 즉각적으로 홍보할 조직이 없고, 자신들 요구를 관철시킬 권력과 금력도 없다. 그래서 종종 막다른 상황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하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원들이 그랬다. 51일 동안 진행된 ‘선박 점거 농성’으로 조선소 기능이 멈췄다. 노조원 6명은 조선소 1독(dock) 원유운반선 탱크 20m 난간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유최안씨는 운반선 탱크 바닥에 만든 가로ㆍ세로ㆍ높이 1m 크기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두는 ‘옥쇄투쟁’을 했다.
‘떼쓰기’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역설적으로 그제서야 노동자들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이 주목하는 지점은 그들이 알리고 싶어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생계를 꾸리기도 어려운 저임금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열악한 작업환경 등 조선업체 하청 노동자의 현실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대신 과격한 투쟁 방식과 농성으로 인한 막대한 회사 손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연히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덧씌워졌다. 그래도 그들은 언론에 섭섭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최안씨는 협상 타결로 철제 구조물에서 나오자 “이렇게 관심을 받은 적이 처음이고 고맙다”고 말했다. 경제적 빈곤 상태와 불합리한 하청 구조가 제대로 알려졌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투쟁을 끝낸 그들 앞에는 가혹한 법이 기다렸다. 법과 원칙에 유달리 집착하는 현 정부는 ‘업무방해’와 ‘배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와 사측은 조선소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했으니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경영진이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민사소송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업무방해죄와 배임죄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남용되는 ‘갈라파고스법’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다. 경영진 쪽에서도 남용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낼 정도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 신입사원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채용비리 사건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이쯤되면 기업들 민원을 받아 정부가 폐지를 검토할 법도 하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없다. 노동자를 옥죌 수 있는 만능열쇠를 쉽게 포기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배임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경영 판단을 법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기업과 정치권이 수십 년 전부터 폐지를 주장했지만, 지금은 거꾸로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배임죄가 존재해야 파업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우조선 사태를 언급하며 며칠째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따지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행태만 문제 삼는다면 약자에게 더 큰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법과 원칙은 때로는 사회적 흉기가 될 수도 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7252139025
파업 참여한 대가 5억7800만원…노동자 발목 잡는 ‘손배소’ (경향, 유선희 기자, 2022.07.25 21:39)
하이트진로 “화물연대 파업으로 피해”…11명에 연대 책임
대우조선서도 ‘쟁점’…“쟁의행위를 형벌로 다루는 게 문제”
경기 이천공장에서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로 25년 동안 근무한 이진수씨(53)는 지난 6월17일 하이트진로 측으로부터 ‘5200여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장을 받았다.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한 이후 날아든 소장이었다. 이씨를 포함해 11명이 연대책임을 지고 내야 할 총액은 5억7800여만원이다. 이와 함께 하이트진로 측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도 냈다.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은 유가 폭등에 따른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3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먼저 부분 파업을 시작했고 지난 6월2일부터 전면 파업에 나섰다. 같은 달 7일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보다 닷새 먼저 시작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15년간 그대로인 밑바닥 운임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함께 연대하는 이천·청주공장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은 동종업계 수준과 비슷해지도록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는 중이다.
지난 3월 부분 파업에 참여한 화물기사들은 사측이 파업 기사 대신 동원한 운송차량이 과적 등 불법을 저질렀다며 이를 막아섰다. 하이트진로는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배소를 제기했다. 하이트진로는 전면 파업에 대한 손배소도 예고했다.
이씨는 2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몇십년 동안 최저 운임을 받으며 일했는데, 이를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이렇게 큰 죄냐”고 말했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 가공 공장인 전북 부안의 참프레 사업장에서는 지난 22일부터 김명섭 화물연대 전북지역본부 본부장과 유기택 참프레지회장 등 2명이 30m 높이의 사일로(저장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운송료 15% 인상 등을 두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다 사측이 손배소 제기를 예고하자 바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참프레는 노동자들 파업으로 100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화물연대 총파업이 마무리된 뒤에도 개별 사업장에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손배소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2일 임금협상 타결로 끝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사측의 ‘손배소 제기’ 문제였다. 사측과 물리적 충돌을 겪으면서 노동자들이 독(선박 건조 공간) 점거에 나선 것이 ‘불법’으로 규정됐고, 이것이 조합원들의 손배소 제기 문제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조경배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는 “마땅한 쟁의행위를 형벌로 다루는 것이 문제”라면서 “파업 자체에 대해서는 손배소를 제기할 수는 없겠지만, 직접적인 손해에 대해 문제를 삼는 부분은 이번 기회에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장 김유정 변호사는 “실제 사용자나 원청이 뒤로 빠지면서 ‘불법’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것은 동일하다”면서 “정부가 앞장서 민·형사상 책임을 독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회사가 노조 파업에 대해 손배소를 계속 들고나온다면 결국 노조활동을 위축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7260300085
[세상읽기] 노동자에게 지옥 같은 나라 (경향,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 2022.07.26 03:00)
“임금 4.5% 더 받자고 8100억원대 손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투쟁 끝에 지난 22일 임금 4.5% 인상을 골자로 노사 교섭이 타결되자 한 보수경제지가 내건 기사 제목이다. 8100억원은 사측이 주장하는 피해금액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숨이 막혔다. 실질임금을 삭감해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몰고 저 손실이 날 때까지 방관한 자들의 책임은 온데간데없이, 사실상 노동조합이 대폭 양보한 결과에 대해서까지 저런 평가라니. 이 나라는 노동자에게 지옥과도 같은 나라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한국에서 파업하는 노동자는 어지간해선 기업과 정부와 보수언론이 촘촘하게 쳐둔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 정규직 노조의 파업은 가장 손쉬운 과녁이다. ‘배부른 귀족노조가 생떼 부린다’고 비난하면 그만이다. 정규직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강요, 힘들게 일하는 비정규직들도 있는데 정규직이 이러면 안 된다는 질타도 당연히 따라온다. 그래서 정규직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파업을 벌이면 그건 또 불법이다. 예컨대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철도민영화 반대를 걸고 파업을 벌이려 들면 단박에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과 관련되지 않은 파업은 현행법상 불법이란다. 파업을 시도해봐야 철도·공항·병원 등은 충분한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 파업에 돌입해도 일정 비율의 노동자는 참여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필수유지업무 제도 때문이다.
정규직 파업에서 저들이 비난의 명분으로 삼았던 비정규직은 어떨까. 당장 이번 사태의 반응을 보라. 7년 전 대비 30% 삭감된 임금을 원상회복해달라는 요구에 하청업체는 원청에 책임을 돌리고, 원청은 하청업체의 일이라며 뒷짐만 진다. 정부는 노사가 협의할 문제라고 수수방관한다. 사측의 무성의한 교섭 태도에 질려 농성에 돌입하면 언론은 곧장 ‘귀족노조’ 딱지를 붙이고 사측이 산출한 피해 규모를 검증도 없이 보도하면서 압박한다. 정규직 노조를 비난할 땐 동정의 대상이 되지만, 파업에 나서면 귀족 소리를 듣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묘한 현실이다. 그리고 끝내 노동자가 양보해도 ‘임금 4.5% 더 받자고 8100억원대 손실’ 냈다는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몇 년간의 임금 삭감과 최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임금 감소나 다름없는 수준인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이 나라는 노동자에게 지옥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 모든 그물망을 뚫고 나와도 노동자에겐 마지막 그물망이 남아 있다. 손해배상 소송. 대우조선해양 파업에서 사측은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에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 십수년간 기업과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제기해 온 수천억원대의 손배소는 노조를 파괴하고 또 다른 노동자들의 파업참여 의지를 꺾는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작동해 왔다. 그러니 누군가에겐 첫 번째 그물망이다. ‘합법 파업’은 손배소를 면책받을 수 있지만, 합법으로 향하는 통로는 너무 좁고 험하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거나, 얌전히 파업하며 시간만 보내거나,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보려 점거농성을 시도했다가 손배소에 시달리거나. 어느 길로 가나 막다른 길이다.
이쯤 되니 새삼 깨닫는다. 저들은 노동자의 삶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노동자의 파업이 저들에게 지지받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지만, 덕분에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저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써 양보하고 타협해 봐야 바뀌는 건 없다. 그렇다면 굳건하게 가는 수밖에 없다. 파업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동료 하청노동자, 장사 안 돼도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응원한다는 동네 상인들, 주말을 기꺼이 바쳐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로 향한 노동자 시민들, 그리고 무엇보다 건 어깨 끝까지 풀지 않은 하청노동자 본인들,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향하는 길에 벽돌 하나라도 얹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그 굳건한 연대가 언젠가 반드시 이 지옥을 바꿔낼 것이라고 믿는다.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0505
노동자가 기다릴만큼 기다린 것, 기업의 ‘손배 가압류 협박’ 막는 ‘노란봉투법’ (노동과 세계, 조연주 기자, 2022.07.26 16:00)
정의당, “파업권 무력화하는 손배 협박 ‘노란봉투법’ 후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추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문제해결,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정치의 시간으로 만들겠다”
손잡고, “더 이상 입법 논의를 미룰 수 없어, 생명까지 파괴하는 악마적 제도 멈춰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끝났지만, 이들이 쏘아 올린 투쟁은 노랑봉투법 입법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파업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업 등이 손해배상 등으로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에 힘이 실린다. 정의당은 이를 후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 ‘이대로 살 수 없다’며 51일간 벌인 파업이 종료됐지만, 이들이 폭로한 충격적인 노동실태는 여전히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아직 노사가 아직 합의하지 못한 민형사상 면책,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합법적 파업을 수 억에서 수천억에 이르는 손해배상 등의 소송으로 억압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자,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일부 지도부 등은 노란봉투법 입법에 힘을 주고 나섰다.
‘노란봉투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행사한 것을 이유로 기억과 국가 등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뜻한다. 이름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손배 가압류에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모금을 시작한 데서 유래됐다.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지난 25일 열린 제11차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문제 해결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뒷짐 지고 방관하기만 한 대우조선과 산업은행,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협박에 하청노동자들은 많은 권리와 요구를 포기해야만 했다”고 한 뒤 “그런 하청노동자들에게 닥칠 경찰 조사, 손해배상 공방 등 ‘민·형사의 시간’을 하청노동자를 지켜내는 ‘정치의 시간’으로 이제 정의당이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후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노란봉투법’ 제정을 추진하겠다.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헌법적 권리인 파업권을 무력화할뿐더러 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최강서’, 그리고 서른세 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의 이름이 우리 정치의 책임으로 남았다. 19대·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까지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을 더 늦기 전에 제정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또한 “여야는 이미 손해배상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재작년 9월 제가 발의한 ‘쌍용차 국가손배 소취하 촉구 결의안’에 117명의 여야 의원이 동참하고, 손해배상 탄원서에도 142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며 “노란봉투법도 여야가 의지를 모은다면 곧장 제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집권여당도 노조에 대한 혐오와 갈등 조장을 중단하고 노란봉투법 제정 논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제 국회에 천막당사를 치는 마음으로 조선하청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에 서겠다며. 조선업의 오랜 병폐인 원·하청 구조와 임금체계를 바로잡고 더불어 대우조선 협력사 협의회와 조선하청지회가 합의한 ‘조선산업 비정규직 TFT’가 파리바게뜨의 전철을 밟지 않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볼 것을 약속했다.
앞서 이동영 정의당 비대위 대변인은 지난 23일 “손배와 가압류로 노동자 파업을 탄압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이 유일” 하다며 “최저임금 받는 하청노동자 1인당 18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감당할 수도 없고 상식적이지도 않다. 명백히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며, 국회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협약 위반”이라고 짚으며 “파업이 불법이 아니라 손배소송이 불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3일 “민주당은 정부와 기업이 손해배상을 내세워 노동자를 협박하지 못하게 하는, ‘노란봉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사측의 수백억 손배 가압류 폭탄을 금지하는 법안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이하 손잡고)는 26일 성명을 내고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과 합의 과정에서 ‘손배소’를 추후 협의사안으로 미뤄 탄압의 불씨를 남겨둔 것을 보게 된 뒤,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며 “정의당은 아예 “노란봉투법 제정” 피켓을 들고 입법에 앞장설 것을 공표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의원들마다 개별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늦었지만 늦은 만큼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가지고 입법 논의를 본격화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손잡고는 “더 이상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를 미룰 수 없다. 지금 21대 국회에서는 3개의 노란봉투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는 발의된 노란봉투법안들이 신속히 논의되고 입법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며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노란봉투법 입법 캠페인을 재개할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올 하반기 노란봉투법 입법이 되도록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고 했다.
이어 “노란봉투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행사한 이유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액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고 재산과 임금을 가압류까지 하면서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온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손배가압류가 가하는 고통은 노동조합의 파괴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유발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다. 우리는 배달호, 김주익, 최강서, 쌍용자동차 노동자 등 손배가압류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끝에, 또는 악마의 제도에 항의해서 죽어간 노동열사들을 기억한다.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 노동자들이 죽어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고 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727083900001?input=1195m
민주 "노란봉투법 추진해 대우조선 손배소·가압류 제한"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2022-07-27 11:57)
"윤석열 정부, 하청 노동자 투쟁을 정치적 기회로 이용"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관련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우조선해양 대응 TF 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TF 회의에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 정부의 형사처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만들겠다"면서 "노란봉투법 제정안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극단적인 상황을 꼭 막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용차의 수많은 노동자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몰아넣은 게 손해배상 소송"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말한다. 
우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우 의원은 "원·하청 노사협상 과정 속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정부가 지지율 하락을 회피하기 위해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정치적인 기회로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파업이 발생한 점에 대한 성찰보다, (정부의 노력에 대해) 자화자찬을 하면서 대립을 제 때 조율하지 못한 무능을 덮으려 한다"며 "건강이 악화한 하청 노동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점 등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TF 소속 양경숙 의원은 "대통령이 검찰 출신 아니랄까 봐 법과 원칙만 강조하고 있다. 사회갈등을 조정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여·야·정이 한뜻으로 조선업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TF 위원들은 또 국회에 조선업 구조혁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조선업 관련 구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https://www.ytn.co.kr/_ln/0101_202207271551143230
野 "노란봉투법 추진...대우조선 손배소·가압류 제한" (YTN 조성호 기자, 2022년 07월 27일 15시 51분)
더불어민주당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 관련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대우조선 대응 TF 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TF 회의에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과 정부의 형사처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만들어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극단적인 상황을 꼭 막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입니다.
우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원·청 노사협상 과정에서 정부 태도를 보면서 정부가 지지율 하락을 회피하기 위해 하청 노동자의 투쟁을 정치적인 기회로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 밖에 민주당 TF는 국회에 조선업 구조 혁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조선업의 구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2715190001808?did=NA
"파업 노조에 손해배상 소송 제한"…민주당 '노란봉투법' 제정 추진 (한국일보, 이성택 기자, 2022.07.27 16:30)
합법적 쟁의행위 이외 노조 활동도 면책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조합 파업으로 생긴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추진하겠다고 27일 밝혔다. 민주당 대우조선해양 대응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TF 회의에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 정부의 형사 처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만들겠다”면서 “노란봉투법 제정안 등을 적극 추진해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극단적인 상황을 꼭 막겠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또 “쌍용차의 수많은 노동자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게 몰아넣는 게 손해배상 소송”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뜻한다. 과거 사측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쌍용차 노조 등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 캠페인에서 유래한 말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 사태의 경우 51일 만에 가까스로 타협이 됐지만, 노조를 상대로 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여부가 막판까지 쟁점이 되면서 정치권이 움직이는 계기가 됐다.
합법적 쟁의행위 이외 노조 활동도 면책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강병원·임종성,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각각 발의한 노란봉투법이 계류돼 있다. 강병원 의원 안은 민사상 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노조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는 단체교섭과 합법적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만 배상책임이 면제되는데, 개정안은 면제 범위를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넓혔다. 절차를 밟은 쟁의행위가 아닌 노조의 집단 행동에 따른 기업 손해도 배상 책임을 면해주겠다는 뜻이다.
다만 '폭력이나 파괴를 주되게 동반한 경우'는 면책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밖에도 △집단적 행동에 관해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금지 △노조 존립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손해배상액 청구 제한 △손해배상액 경감 청구권 도입 등의 내용도 법안에 담았다.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먼저 노란봉투법을 추진해 왔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정의당의 후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00557
살인적 '손배·가압류'... 국회는 뭐하나 (경남도민일보, 김두천 기자, 2022년 07월 28일)
대우조선 하청 파업, 그 후 (2) 노란봉투법 제정해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국회가 수많은 노동자 죽음을 부른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족쇄를 끊어낼 수 있을까.
51일 만에 막을 내린 대우조선 하청 노사 간 합의에는 못다 해결한 과제가 남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 9명은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제1독 점거로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왔다. 대우조선 사측은 하루 매출 260억 원, 고정비 60억 원을 토대로 파업 기간 손실 액수가 7000억 원이 넘는다는 예측치를 내놨다. 대우조선은 파업 기간 경제적 손실을 강조하면서 하청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연일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이를 부추기고 있다.
대우조선 사태 후유증으로 남을 손해배상 책임 등을 풀어갈 해법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이 꼽힌다.
노란봉투법은 권리 보장에 나선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 또는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행사한 이유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액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고 재산과 임금을 가압류까지 하면서 노조 파괴 수단으로 악용해 온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자는 취지다. 손배·가압류 고통은 노조 파괴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유발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다.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최강서,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 33명이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에서 땅에서 죽어갔다.
사측 노조파괴 수단 악용
쌍용차 33명 목숨 앗아가
대우조선 하청 파업서도
원청 손해배상 청구 위협
노란봉투법은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한 차례 한 게 전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의 쌍용차 파업 진압을 공권력을 남용한 과잉 진압으로 판단하고 소송 철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청장의 공식 사과에도 '대법원 최종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소 취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예정됐던 대법원 선고가 미뤄지며 쌍용차 손배 소송은 아직 진행형이다.
국가폭력, 노조파괴, 불법파견 등 국가나 기업의 불법 또는 위법 사실이 드러났다 하더라도 저항한 노동자들에게 씌워진 손배소송 문제를 단 하나도 풀어내지 못했다.
이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에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손배·가압류는 권위주의 정부와 사용자 측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소를 제기한 것과 같은 '노동권 위축' 효과를 낸다. '손배소를 제기하겠다'는 위협만으로 회사는 교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소송 제한 입법 두 차례 폐기
이번 국회서도 발의 계류 중
민주·정의, 입법 의지 확고
세 번째 시도 통과할지 이목
노란봉투법을 향한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수밖에 없다. 21대 국회에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임종성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란봉투법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 안은 손배액에 상한선을 두는 내용, 정의당 안은 손배 청구 면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의당은 후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이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것을 천명했다. 민주당에서도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입법을 촉구했다.
국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환경노동위원회 구성은 16명 중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이다. 민주당 3선 전해철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들어갔다. 민주당에서는 우원식·이학영·진성준 등 전·현 을(乙)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위원장이 포진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이번 파업 중재에 힘을 쏟아왔다. 당 대우조선해양 대응TF(전담반) 이수진 의원도 포함됐다.
특히 우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장 시절 노란봉투법 입법을 추진했다. 민주당 대우조선해양 대응 TF 단장인 그는 지난 27일 TF 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제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극단적인 상황을 꼭 막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간 공조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임이자 의원이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은 점도 긍정적이다. 그는 이번 파업 사태 책임이 원청인 대우조선에 있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지난 26일 대정부질문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번 파업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조선소 하청의 다단계 구조,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열악한 근로 조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물론 노란봉투법이 환노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치는 동안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소급 적용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이번 파업이 20년간 파업 노동자를 죽음의 문턱에 옥죄어 온 비인간적 제도를 없앨 마지막 실마리가 되도록 이제 정치가 그 역할을 다해야 할 때인 건 분명하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2855.html
하청에 7천억 손배라니…“살고 싶다 했더니 죽으라 하는가” (한겨레, 박지영 기자, 2022-07-29 15:05)
“파업한다고 손해배상 소송…노동권 침해”
“국회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 통과돼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7천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예고한 대우조선해양과 ‘법과 원칙’을 강조한 정부를 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소와 손해배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죽이기에 나서는 원청과 정부는 탄압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29일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공동투쟁)’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최소한의 기본권과 존엄을 요구하며 싸워 왔다. 살기 위해 투쟁에 나선 이들을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으로 죽이려는 파렴치한 행위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지현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잘못된 구조를 알리고자 하는데, (원청과 정부는) 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소와 손배로 ‘법과 원칙’을 운운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족쇄를 채우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법과 원칙’은 자본의 배를 불리기 위한 법과 원칙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 짜내기 위한 법과 원칙인가”라고 했다. 
지난 23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파업 51일 만에 교섭타결로 파업을 종료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요구한 ‘임금 30% 인상’은 관철되지 못했고, 폐업한 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와 파업과정에서 발생한 민·형사 면책 합의도 뒤로 미뤄졌다. 정부는 교섭 타결 직후 “이번 불법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동투쟁은 고소와 손해배상소송으로 맞서는 원청과 ‘법과 원칙’만 강조하는 정부를 향해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공동투쟁은 “이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고 있는 파업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보복일 뿐”이라며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 위반으로 형사 처벌하는 것은 노동권 침해로 유엔사회권위원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권고한 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진짜 ‘사장’과 교섭할 권리, 그리고 파업에 나설 권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전면 보장되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공동투쟁은 노동자의 합법적인 파업 등에 대해 지나친 손해배상청구를 막기 위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동투쟁은 “아직도 국회에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손배청구를 막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수년째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3권에 대한 손배소를 금지하고, 폭력·파괴 행위만 예외적으로 손배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52878.html
[사설] ‘국제적 악명’ 노동탄압용 손배소송 막을 ‘노란봉투법’ 서둘러야 (한겨레, 2022-07-29 18:02)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지난 22일 50일 만의 교섭 타결로 종료됐지만 민형사상 책임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7천억원대 손해배상소송(손배소)을 예고했고, 정부는 고용노동·법무·행정안전부 3개 부처 장관이 나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비정규직 연대단체인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소송은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고 있는 파업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의 지적처럼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후적 탄압, 특히 손배소를 통한 압박은 국제적으로도 악명 높은 우리나라 특유의 악습이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가 이에 따른 고통 속에 분신 사망했고, 같은 해 손배소 철회를 요구하며 크레인 농성을 하던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도 목숨을 던졌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수많은 이들이 ‘죽음의 덫’과 같은 손배소·가압류의 압박으로 삶을 마감했다. 2019년 김승섭 고려대 교수 연구팀의 사회역학조사에서는 손배소·가압류를 당한 남성 노동자의 30.9%가 극단적 선택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는 파업에 대한 손배소 자체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소송의 한계를 규정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사회권위원회)는 2017년 우리나라의 업무방해죄 처벌과 손배소 등 파업 노동자에 대한 보복 조처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 같은 국제적 상황에 비춰보면 우리 현실은 후진국이라는 낙인을 피해 가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손배소가 가능한 불법 파업의 범위를 좁히고 소송 대상 범위와 액수 한도 등을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손배소·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노란봉투로 모금을 진행한 캠페인의 이름을 따 ‘노란봉투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여러 법안이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21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들이 다시 발의돼 있다.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을 무력화시키고 국제적 비난 대상이 된 노동탄압용 손배소를 국회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2207291417051
수천억 손배소송은 어찌해야 하나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2022.08.08ㅣ주간경향 1489호)
ㆍ대우조선해양 노동자 손배가압류가 ‘지워버린 것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51일 만에 마무리됐다. 지난 5~6년 동안 빼앗긴 임금을 원상회복해달라는 요구에 정부는 ‘불법’ 낙인을, 회사는 수천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이 같은 정부와 회사의 태도는 노사 합의로 파업이 끝나고도 계속되고 있다. 합의 이후 정부는 노사 양쪽을 압박해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노사 합의 과정에서 ‘불법’, ‘공권력 투입’을 정부가 언급한 것은 그 자체로 개입이다. 노동자만을 압박해 합의를 했고, 손배소의 불씨까지 남겨두는 결정적인 역할을 정부가 한 셈이다.
지워진 법과 원칙
손배가압류로 ‘불법파업’을 멈추겠다는 발상은 첫째, 파업이 불법이어야 하고 둘째, 파업이 모든 갈등상황의 원인일 때나 가능한 발상이다.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불법판단을 받은 바 없고, 파업이 갈등 원인도 아니다. 대통령이 주장한 ‘법과 원칙’에 따라서도 파업을 함부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애초에 노동권 행사는 헌법이 보장한 합법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손배가압류 소송은 ‘노동권 행사가 아닌 행위’에 대해서만 제기돼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6월 30일 ‘손잡고’는 1989년부터 최근까지 제기된 손배소 중 197건의 소송기록을 아카이브로 정리해 공개했다. 쟁의행위 사유별로 나눠보면 단체교섭·단체협약 관련 사안이 82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파견,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등 회사의 불법과 관련한 사안이 70건이었다. 해고 관련 사안은 43건, 집회·시위 관련 사안은 41건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쟁의행위가 노동권 행사가 부정됐을 때 발생한 셈이다. 그렇다면 노동권 행사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어땠을까?
전체 150건의 1심 법원 판단만 놓고 보면 회사가 오롯이 승소한 사건은 11건으로 회사가 패소한 사건(37건)보다 적었다. 이것만으로는 사법부가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폭넓게 보장해왔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법원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정당하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한 경우는 1건에 그쳤고, 나머지 36건은 회사의 입증이 불충분하다고 본 경우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1심 판단의 60% 이상(93건)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었다. 회사도 쟁의행위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고 노동자들의 배상책임을 일부 제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동자들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련 없는 쟁의행위로 분류돼 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가 65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 원청을 상대로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벌였다가 손해배상 책임을 진 바 있다. 쟁의행위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절차나 수단이 정당하지 않다고 본 경우도 40건에 달했다. 절차를 다 지켜도, 시설물 파손 등의 손해가 있을 경우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총파업 등 집회참가나, 사업장 내 집회, 1인 시위 등도 면책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8건 있었다. 물리적 손실이 없었더라도 회사 측에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본 판결도 27건에 달했다. 사실상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면책권이 발동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노동권 행사라고 하더라도 법원이 인정한 협소한 범위 내에서만 용인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판례가 쌓이면서 회사는 이제는 비용을 들여 소송을 청구하는 수고 없이 ‘손배소를 제기하겠다’는 위협만으로 노사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지워진 삶
헌법상 노동3권의 출발점은 단결권이다. 개인에게 부여된 기본권이지만 개개인이 행사할 수는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운다.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을 지게 된 개인은 회유와 협박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는 소송기록에서도 나타난다. 197개 사건 중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187건에 달했다. 이중 34건은 회사의 요구사항을 노동자가 수용하는 조건으로, 회사가 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회사는 희망퇴직이나 노조탈퇴,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포기 등을 요구했다. 반성문이나 대자보를 쓰도록 요구한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여 피고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해도 전체 손해배상 금액은 줄지 않는다. 회사의 회유에 응해 떠난 사람은 혼자 지옥을 탈출했다는 죄책감을 떠안고, 남은 사람들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노동자들은 소송기간 내내 거액의 손배소송을 내세운 회사의 ‘인간성 시험’마저 견뎌야 한다.
그 과정도 지난하다.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 26개월이 걸렸고, 최장 84개월이 걸린 소송도 있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노동자들은 이 기간 동안 ‘피고’로 살아야 한다.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2019년 고려대학교 보건과학과 김승섭 교수팀과 손잡고, 와락이 공동으로 조사한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236명 첫 실태조사’ 결과, 손배소송을 경험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30%가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소 제기 고집은 하청노동자들을 언제 끝날지 모를 소송의 굴레에 던져넣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워진 책임
회사로부터, 정부로부터, 사법부로부터 노동자들이 노동권 행사의 책임을 강요받는 동안, 쟁의행위를 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회사는 어떤 책임을 졌을까. 소송과정에서 회사의 불법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창조컨설팅 노조파괴시나리오에 대한 유죄판결이다. 그럼에도 노조파괴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제기된 손배소는 면책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됐다. 국가폭력도 마찬가지다. 경찰청장이 쌍용차 국가폭력을 사과했지만 국가는 손배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반면 경영실패, 오너리스크로 인한 손실에 대해 회사의 배상책임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맥락이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 이전에 분식회계 등 경영상 문제를 지적받았지만 경영진에게 배상책임을 묻진 않았다. 노동자에게만 엄격한 행위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노동권이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의미에 맞게 제도를 다시 세워야 한다. 합법적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이 해법이 될 수 있다. 2014년 시민들의 제안으로 19·20대 국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도 발의된 법안은 현재 상임위 계류 중이다. 사법부의 전향적 판결을 기다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국회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010300075
다시 만나는 노란봉투법 (경향,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2022.08.01 03:00)
2019년 문재인 정부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시 경찰의 강제진압을 인정했다. 조사위는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특공대가 동원한 테이저건, 다목적 발사기, 헬기, 기중기 등의 사용이 부당했으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과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를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해고와 강제진압, 손배·가압류로 인한 생활고와 트라우마로 30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잃은 후였다.
경찰은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손배소송은 취하하지 않았다. 오늘도 쌍용차 노동자들은 배상 지연이자를 포함한 100억여원의 손배액으로 고통받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의) 긴 고통의 시간이 통증으로 남는다”는 대통령의 공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노동탄압용 손배·가압류’를 규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을 제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 특유의 공감능력은 임기 말까지 높은 지지율로 이어졌지만, 문재인 정부의 무능력은 이런 온정주의적 태도에서 기인한다. 쌍용차 노동자들을 국가폭력의 피해자로만 바라볼 때 그들이 제기한 잘못된 기업의 경영관행과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손배·가압류의 근본적 해결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니 더 나쁜 형태로 되돌아왔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의 생존보다는 기업 경영의 어려움에 특히 더 많은 공감과 이해를 표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불법파업”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자 대우조선 사측은 “7000억원의 손해”를 입에 올렸다.
원청 소유의 조선소에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행위는, 원청 입장에서 제3자가 무단으로 시설물을 점거하고 생산을 중단시키는 불법적 행위로 간주된다. 어렵사리 파업을 통해 하청노동자가 원청인 대우조선을 교섭의 대상으로 지목한 이유는 노동자들이 손쓸 새도 없이 원청기업과 하청업체 간에 체결된 도급계약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이미’ 결정되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하청노동자의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을 제한하는 독소조항 또한 버젓이 있다.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자의 파업권은 계약서가 모든 것을 결정해버리는 원·하청 구조에서 유명무실해진다.
원·하청 구조를 정당화하는 ‘나쁜 법’에, 파업권 자체를 제한하는 손해배상이라는 ‘나쁜 법’이 더해져, 200만원 받는 노동자에게 7000억원 손해를 이야기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스스로를 0.3평의 철골감옥에 가둔 유최안 노동자는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어도 되레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법은 어디에 있는가?
노동자의 파업권은 시민으로서 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의무이기도 하다. 기업이 시민의 풍요로운 공존에 기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이윤을 취할 때, 생산의 거점에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행위 중 하나가 파업이다. 이러한 행위가 가로막힐 때 기업의 무제한적 이윤추구는 사회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워진다. 노동자의 파업권을 회복하는 것은 동료시민의 권리와 함께 나의 권리를 확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딱한 처지’에 대한 온정과 ‘법대로’식의 사법적 냉정함을 넘어 시민으로서 타인의 자리를 함께 옹호할 때, 좋은 법은 그렇게 우리에게 온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020300025
늦어도 너무 늦은 노란봉투법 (경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2022.08.02 03:00)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51일간 파업은 노사 합의로 끝났지만, 사측에서는 70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의 정당한 파업권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과 같이 그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노동자 대다수의 파업에는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33조나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한 면책 조항을 담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보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혔으니 배상해야 한다는 민법 제750조와 제760조를 우선 적용해온 게 우리나라의 관행이었다. 사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와 가압류의 악폐는 많이 알려져왔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가해지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2014년 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난 것을 본 배춘환씨가 한 언론사에 4만7000원을 노란봉투에 담아 보내면서 모금 캠페인을 제안했고, 그 뒤 112일 동안 약 4만7000명의 시민이 참여해 14억7000여만원을 모았다. 그때 만들어진 시민단체가 ‘손잡고’였고, 19·20·21대 국회에 법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19대 때 관련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단 한 차례 가진 이래로 매번 발의된 법안들이 폐기되었다. 노란봉투법의 입법운동은 손잡고와 손배가압류 당사자들만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도, 정의당도 이 법의 입법을 다짐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도 나서고 있고, 손배가압류의 당사자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도 나서고 있어 반갑다.
19세기 유럽 수준 노조탄압에 참담
그동안 노란봉투법은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다음에야 반짝 관심을 끌었다. 그때는 정치권도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의 입법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기간에도 국회에서 심의조차 되지 않았고, 문 대통령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국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취하라는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기업들이나 국가가 취하는 태도는 마치 18세기 후반~19세기 중반의 유럽을 보는 것 같다. 그때 유럽 각 나라에는 프랑스의 ‘르 샤플리에법’과 같은 단결금지법이 수백개씩 있었다. 이런 법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부터 불법화했다. 그러다 1824년 영국 의회가 단결금지법을 폐지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노동조합은 합법적 지위를 얻었고, 이후 유럽이 사회복지국가로 진입하는 데 노동조합의 역할이 지대했다.
한국에서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3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노동조합을 볼온시하고,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해 업무방해죄 등을 동원해 형사처벌하고, 노동자들이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왔다. 검경은 늘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왔고, 법원은 손해를 입혔으니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기업이 요구하는 임금가압류까지 인용해주면서 노동조합을 탄압해왔다.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은 고통 속에서 노동조합을 탈퇴하거나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고, 가정은 파괴되기 일쑤였다.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은 “법은 정의롭다고 알고 살았는데, 법마저 나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 같다”며 그 고통을 호소해왔다. 그동안 손해배상 가압류가 어떻게 악용되어 왔는지는 손잡고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만든 <아카이브 33.3>과 언론 기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야권의 입법 다짐에 일말의 기대감
최근 손배가압류는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들처럼 어디 기댈 곳 없는 노동자 최하층으로 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끝난 직후 군산의 참프레 노동자들은 스스로 농성을 풀었고, 10명의 조합원들은 해고를 받아들였다. 사측이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100억원의 손해배상으로 압박했고, 이를 두려워한 노동자들이 조합을 탈퇴했기 때문이다. 손배가압류는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고, 심지어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언제까지 19세기 유럽 수준의 노동조합 탄압을 이어갈 것인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입법되어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2/08/02/5EUVDALL4BEPXJDDMBHMVN5H7Q
불법파업 피해 입고도 손해배상은 ‘유야무야’… “노조 파업 남용 막으려면 몇십억이라도 청구해야” (조선일보, 채민석 기자, 2022.08.02 06:00)
‘손배소 철회’ 조항, 노사 협상 합의문에 단골로 등장
공장 가동 위해 노조 요구 들어주는 사측
”노조가 피해액 복구하기는 불가능… 현실적인 액수 청구해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51일 만에 마무리됐지만, 쟁점이었던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약 8000억원에 달해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배상 능력이 없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청구는 일종의 보복수단이라고 반박한다.
정부는 위법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했지만 손해배상 소송(손배소)에 대한 논의는 사측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를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에 나섰다. 기업이 손배소를 볼모로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 행위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손배소 조항이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합의를 위해 손배소를 면책하는 관행이 불법 점거 등으로 이어져 기업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불법파업의 범위와 손해액 산정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불법파업 피해 입고도 노조 ‘손배소 면책’ 요구 들어주는 사측
‘손해배상 소송 면책’은 노조의 불법파업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요구사항이다. 불법파업으로 피해를 본 사측이 법적으로 노조에 책임을 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이를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파업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사측이 공장 정상 가동 등을 위해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파업뿐 아니라 노사분규 합의 과정에서 노조 측은 대부분 ‘손배소 면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2명은 군산시 오식도동 참프레 공장 30m 높이의 저장고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며 손해배상금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 측과 ‘139억원 손해배상 철회’에 합의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임단협 타결 과정에서도 노사는 상호 제기한 고소·고발, 손해배상 소송 등을 모두 취하한다는 내용을 합의서에 담았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8일간 조선소 내 턴오버 크레인을 무단 점거했다. 같은 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광주본부 2지부 SPC지회 노조와 협상을 타결한 SPC도 노조 측이 요구한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철회·면제 조항을 수용했다.
산업계는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한 만큼 엄정한 공권력 집행과 함께 손배소 청구가 보장되고 실효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 주장대로 손배소 청구가 제한될 경우 불법점거 등의 파업 행위를 막기가 어려워지고, 결국 천문학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노동계는 노조 측을 상대로 사측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이 갚기 어려운 막대한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 전문가들 “불법파업 범위와 손해액 산정 기준 명확히 정해야”
전문가들은 추정 손실액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손배소를 청구하는 것이 사측의 현실적인 대응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가 불법파업의 범위와 손해액 산정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정해 손배소 청구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점거 등의 행위는 정당한 쟁의 행위가 아니기에 불법파업과 정당한 파업 행위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불법행위 범위와 손해액 산정 기준이 명확해지면 노조 측의 불법파업이 남용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는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사태를 봤을 때 명백하게 큰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측에서 노조 측에 손배소를 청구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다만 손배소를 청구한다고 해도 노조가 발생한 피해를 전부 복구할 여력이 되지 않기에 손해액 산정을 몇십억원, 몇억원까지라도 최소한으로 해서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법학 교수는 “노사 분규를 해결하기 위해 파업에서 실제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불법행위의 범위나 기준을 법적으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며 “객관적 불법을 저지른 노조 측에서 무조건적인 면책을 주장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고, 사측에서도 노조의 파업 등 기본권 행사를 억제하기 위해 ‘불법성’을 남용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은 “사업주가 정치적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파업을 일으키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파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냐. 정부가 나서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 파업을 막고,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280
[끝내자 손배·가압류 ①] 235억원 손배 고통, 주변의 연대로 이겨 냈다 (매노, 편집부, 2022.08.02 07:30)
최병승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80312554317179
"파업 손배는 민주주의 위기"라던 이정식, 장관 되니 "그걸 제가 말했나요?"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 2022.08.03. 13:37:41)
2016년 한국노총 사무총장 시절 발언…野 의원 지적에 "그걸 제가 한 거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385
[끝내자 손배·가압류 ③] 노동자 죽이는 ‘매뉴얼’ 되살아난다 (매노, 고동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대외협력실장, 2022.08.09 07:30)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1998
파업 손배와 노란봉투법 (한국기자협회, 전혜원 시사IN 기자 2022.08.09 19:20:23)
[이슈 인사이드 | 노동] 전혜원 시사IN 기자
2013년 12월,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배춘환씨는 시사IN에 보도된 한 기사를 보고 편집국장 앞으로 편지를 썼다. 쌍용차 노조가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였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편지에는 현금 4만7000원이 들어 있었다.
2014년 신년호에 이 사연을 실었다. 독자들이 4만7000원을 넣은 봉투를 보내왔다. 현행법상 언론사는 일정액이 넘는 모금을 주관할 수 없다. 아름다운재단에 의뢰했다. 모금 사이트가 오픈했고, 가수 이효리씨의 동참 편지가 공개됐다. 그렇게 한 사람이 4만7547명이 되고, 4만7000원이 14억6874만1745원이 됐다. ‘노란봉투 프로젝트-우리가 만드는 기적 4만7000원’ 얘기다(쌍용차 노동자에게 전달된 해고통지서가 ‘노란봉투’에 담겨 있었고, 예전에는 월급을 노란봉투에 담아 주었던 데서 착안했다).
손배 피해자들을 긴급 구제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을 정비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이어졌다. 그간 논의가 지지부진했는데,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으로 사측이 8100억원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란봉투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란봉투 캠페인 때 외국도 파업에 손배를 청구하는지 취재했다.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보고된 마지막 사례는 1959년이고, 그 전 사례는 1927년이다”(키스 유잉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교수). “노동조합이 손해배상을 청구받는 일은 매우 드물고 법원이 사용자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는 더 드물다. 대부분의 사례가 1950년대 것이다”(볼프강 도이블러 독일 브레멘 대학 교수). 외국에서 파업에 대한 손배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잘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파업이 불법인 경우가 별로 없다.
한국에서는 주체·목적·절차·수단 중 하나라도 위법하면 불법 파업으로 손배 청구가 가능하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대부분 나라에서 합법이지만 한국은 경영권을 침해해 불법이다. 사실 ‘불법 파업’이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평화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로서의 파업은 언제나 합법이다.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들은 대체로 손배 청구액이나 대상을 제한하는 내용인데, ‘합법 파업’이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다. 파업에 손배 청구를 할 수 없고 폭력·파괴행위에만 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있는데, 비슷한 법이 프랑스에서 위헌 결정이 났다.
한국처럼 파업권을 헌법적 권리로 보장한 프랑스는 이후 판례로 원칙을 세웠다. 첫째, 형법상 범죄행위나 파업권 행사로 볼 수 없는 행위가 아니면 손배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사실상 위 법률을 받아들인 내용이다). 둘째, 개인의 불법행위와 손해의 인과관계를 회사가 입증해야 한다. 핵심은 ‘불법 파업’에서 ‘불법’과 ‘파업’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파업 중 불법이 일어났다고 해서, 파업권만 행사했어도 발생했을 통상적 손해까지 모두 배상시킨다면 파업 그 자체를 처벌하는 것과 같다. 애초에 파업을 업무방해죄 같은 형벌로 다스리는 민주국가는 한국뿐이다. 다시 국회의 시간이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185
손해배상에 갇힌 노동자를 위해, 다시 ‘노란봉투법’ (시사인 777호, 나경희 기자, 2022.08.11 06:29)
한 독자가 〈시사IN〉에 보낸 4만7000원에서 ‘노란봉투법’이 첫발을 뗐다. 노동자가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당하지 않게 하려는 취지였다. 이번 국회에서는 통과될 수 있을까.

2013년 말 배춘환씨가 〈시사IN〉 편집국에 크리스마스카드와 함께 보내온 4만7000원.
ⓒ시사IN 조남
배춘환씨는 자녀가 셋이다. 2013년 말 겨울, 막내를 임신 중이던 그는 〈시사IN〉 편집국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냈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봉투에는 현금 4만7000원이 들어 있었다.
당시 배춘환씨의 남편은 새벽 2시에 집에 돌아와 아침 6시에 출근했다. 배씨는 과로에 시달리는 남편을 보며 ‘혹시라도 아이와 나만 남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종종 했다. 2013년 11월29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이 쌍용차와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노조에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기사를 읽고 남편을 떠올렸다. 47억원, 평생 새벽 2시에 퇴근해서 아침 6시에 일을 나가도 갚을 수 없는 돈이었다. “파업하면 자동적으로 ‘불법’이라는 수식어가 붙잖아요. 그때는 저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래, 파업은 잘못했지, 그런데 해고당한 사람한테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내라고 할 수가 있지?”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그 집 아이들이 걱정됐다.
배춘환씨의 편지가 소개되자 독자들은 너도나도 각자 봉투에 4만7000원을 담아 보냈다. 〈시사IN〉은 공익기금을 마련하는 단체인 ‘아름다운재단’에 모금을 맡겼다. 2014년 2월10일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됐다. 가수 이효리씨도 직접 쓴 편지와 함께 모금에 동참했다. 세계적인 석학 놈 촘스키도 47달러를 보내고 당시 미국에 유학 중이던 한국인 최초 우주비행사 이소연씨도 4만7000원을 보내왔다. ‘노란봉투 열풍’이었다. 모금을 시작한 지 16일 만인 2월25일 1차 목표액인 4억7000만원이 모였다. 이튿날인 2월26일에는 파업 노동자들에게 청구되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가 출범했다.
최종 목표액인 14억7000만원을 모으는 데는 111일, 약 넉 달이 걸렸다. 4만7547명이 모은 금액이었다. 노란봉투를 보낸 사람 중에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의원은 4만7000원을 보내며 이렇게 편지를 썼다.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짊어져야 했던 이 짐들을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한 시민이 호의로 시작했던 일이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의제로 발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국회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일명 ‘노란봉투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은 노조와 노조원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당하지 않게 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제19대 국회인 2015년 4월 은수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낸 발의안을 시작으로 제20·21대 국회에도 개정안은 나왔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나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법안 심사까지 올라간 건 19대 국회 단 한 번뿐이었다.
‘겁 없이 순진했던’ 배춘환씨는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던 국회의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실망했다. “시민 4만7000여 명이 노란봉투법에 대한 지지를 보내주셨던 거잖아요. 시민들의 지지와 국회의원들의 열의를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통과됐어야 하는데, 왜 안 됐을까요. ‘통과가 안 될 이유를 찾기가 어려운데 통과가 안 됐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노란봉투법 통과를 위해 오랫동안 고군분투해온 윤지선 손잡고 상임활동가 역시 그동안 법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말 그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노동자들의 피해를 입증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시민들 여론이 떨어져서도 아니에요. 피해는 입증할 만큼 입증했고 여론은 필요한 순간마다 호응해줬어요.”
20대 국회 때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해명했다. “전국적으로 큰 이슈가 있지 않은 이상 국회에서 (법안 논의에 대한) 수요가 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노란봉투법 적극 추진
지난 7월2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51일 동안 이어진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이 마무리됐지만, 손해배상 소송 문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해 약 8000억원 손실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7월25일 정의당은 노란봉투법 통과를 올 하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7월27일 노란봉투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배춘환씨의 뱃속에 있던 아이는 아홉 살이 됐다. 그는 최근 다시 뉴스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노란봉투법’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두 감정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이야기가 돼서 너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나요. 또다시 희망 고문 10년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하면 다음에 다시 주목을 받을 때까지 많은 노동자들이 손해배상을 당해야 하니까요.”
흘러가는 ‘시간’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금액 못지않은 압박이다. 시민단체 손잡고에서 정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기록 197건(전수조사가 아닌, 사건 번호가 확보된 재판만 대상으로 함)을 살펴보면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6개월이다. 이 중 가장 오래 걸린 재판은 2520일, 꼬박 7년이다. “원고 측(회사나 국가)이 100% 승소한 건은 197건 중에 11건밖에 안 돼요. 그런데 한참 뒤에 손해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이 나온들, 이미 사람들 인식 속에서는 ‘불법파업’만 남잖아요.” 윤지선 활동가가 말했다. 만약 노조 혹은 노동자가 패소한다면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재판 기간 불어난 이자까지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9년, 국회 구성이 세 차례 바뀌는 동안 노동자들의 시간은 변함없이 고여 있었다. 배춘환씨에게는 부채감이 쌓였다. “그래도 저희는 삶이 진행이 됐으니까요. 아이가 컸잖아요. 그런데 손해배상에 삶이 갇힌 분들을 보면 그때 왜 통과를 못 시켰을까 하는 생각이 여전히 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