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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절필선언, 시사360, 핵심관계자 대 미네르바

새벽길 2008. 11. 20. 16:56
미네르바 논란의 결정판은 아마 서화숙 칼럼이 될 것 같다.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은 20일자 칼럼에서 정보당국이 미네르바를 찾은 것은 그를 경제관료로 기용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 가상칼럼을 썼다. 물론 이 글에는 가상칼럼이라는 말은 없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소식통", "재야의 비공개 소식통", "청와대 소식통"으로 정보소스를 밝혀 사실상 가상으로 작성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 동안 청와대는 실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표현을 즐겨 사용하여 면피성 발언, 언론떠보기식 발언으로 일관하였다. 얼마 전에는 앞으로는 익명에 기대지 않겠다고 한 것 같은데, 여전히 그러하다. 그래놓고선 인터넷실명제를 하려고 하니 이 얼마나 모순된 행태인가. 서화숙 칼럼은 이러한 점까지 짚으려고 했단다. 
  
나라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으련만, 조선일보 등은 이에 기대어 인용보도를 하였다니,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네르바와 관련한 기사 몇개를 담아놓는다. 나의 짧은 코멘트까지...
정부의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미네르바가 경제에 관한 한 절필선언을 한 것은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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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11월 20일] 핵심관계자 대 미네르바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 2008/11/20 02:31:31)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당국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찾은 것은 그를 벌주거나 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관료로 기용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경제총괄책임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록 소망교회 신도라는 끈끈한 정으로 대통령과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부임 이래 경제를 살리는 일에는 별반 기여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여는커녕 엉뚱한 소리를 자꾸 하는 바람에 그나마 이명박 정부가 기득권을 옹호해주어서 여당편인 사람들조차 강 장관으로 인해 국가 경제 전체가 허물어지면 종부세 유명무실화나 연기금 증시부양으로 억지로 지탱해온 나라경제, 아니 여유자금투자경제가 통째로 날아가버리는 것 아니냐고 불안불안해하고 있다.
 
이제야 위기 인정한 장관
강 장관이 최근에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야구로 치면 "지금은 9회말은커녕 1회초"라고 발언한 것은 바로 이런 청와대의 기류를 눈치채고 그 자신도 미네르바로 변신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종전까지 강 장관은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미국의 금융계 지원으로 해소되며 한국 역시 심리적 불안감이 사태를 악화시킬 뿐 경제 기반이 튼튼하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반면 세계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 그 여파는 갈수록 커지리라는 것은 7월 이래 미네르바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미네르바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해 주요 금융기관이 부도나고 그로 인한 여파가 한국에까지 미칠 것을 예측했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주가는 코스피 지수 500까지 떨어지며 환율은 1달러가 1400원대까지 올라가면서 중소기업과 서민들부터 치명타를 맞을 것이라고 일찌감치부터 경고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예측이 맞다고 경제정책도 잘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예측조차도 맞지 않다면 현실파악 자체도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미네르바를 기용해서 정확한 현실진단을 한 후 향후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의 익명이 사이버는 단속?
종전까지는 미네르바의 발언에 대해 김경한 법무장관이 수사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국회에서 공언한 것과 이미 정보당국이 미네르바의 신상을 파악했다는 사실만 확인된 상태라 이 같은 청와대 소식통의 의견은 뜻밖이다.
 
한편 미국 최대 케이블뉴스 채널인 CNN이 이명박 대통령을 단독인터뷰**하여(원래 CNN은 합동인터뷰를 하려고 했으나 한국에는 대통령이 한 명 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물어본 결과 미네르바를 정보당국이 추적한 것은 입바른 소리로 국민심리를 동요케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답변했다고 재야의 비공개소식통이 전했다.
 
정부와 재야 소식통의 상반된 의견에 대하여 여론은 재야 소식통이 최근에는 정부 소식통보다는 사실관계가 맞았던 점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어린이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선경찰서를 방문하고, 공기업 파업은 안되며 시중금리는 떨어져야 한다는 발언은 직접 할지언정 인터넷 논객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사소한 일에까지 언급했을 리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미네르바 기용론과 재갈론은 사태추이를 지켜봐야 사실확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의 주요 보직을 맡은 비서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논평과 해설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을 남발한다. 가장 최근의 청와대 핵심관계자 발언은 18일 "대통령은 (중략) 공기업이 해고자 복직문제로 파업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 공간에서 익명을 즐기는 그들이 사이버 공간의 익명을 가장 심하게 단속하려는 이유는 알려진 것이 없다.
 
주**)연합뉴스는 17일 청와대 발표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CNN과 단독인터뷰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CNN이 유수의 언론사를 제치고 한국의 대통령을 인터뷰했다는 것인지 한국 대통령만 CNN과 인터뷰를 했다는 의미인지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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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08-11-17 미네르바의 절필선언
 
‘미네르바’가 지난 13일 다음 '아고라'에 <이제 마음 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라는 글에서 "경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기 때문에 입 닥치겠다”고 밝히자, 거의 모든 신문과 인터넷언론에서 미네르바의 절필선언을 다루었다. 미네르바가 정말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하긴 미네르바가 추천한 경제학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고 있고, 그 글에 대한 조회수가 10만은 간단하게 넘어간다고 하니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나야 아직 미네르바의 글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지난 8월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리먼브러더스의 부실과 환율 폭등 등을 정확히 예견해 '온라인 경제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꾼 '미네르바'가 지난 13일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며 절필을 선언하였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미네르바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된다"는 지적에 "수사할 수 있다”고 답변했고, 정보 당국자의 말을 통해 "증권사 근무와 해외 생활 경험을 가진 50대 초반 남성"이라는, '미네르바'의 신원이 공개되기도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경향과 한겨레는 미네르바의 절필선언을 들어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을 비판하였고, 다른 신문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 기조에서 '미네르바'의 절필선언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꼭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시대 같다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경영대의 대자보중에 이명박의 라디오 연설이 KBS에서 진행되는 점을 들어 괴벨스(KBS)방송이라고 지적하고 있더라. 
 
 
ㅇ 08-11-19 시사360이 별로였나
 
어제 집에 와서 시사360을 처음 보았다. 시사투나잇과 별로 다른 점을 못느꼈는데, 17일 첫방송에서 미네르바 신드롬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방송을 내보냈나 보다. 지난번 시사투나잇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극명하게 대조될 수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나가면 확실하게 맛이 간 것으로 찍힐 것임을 제작진은 몰랐나. 
 
'하지만 미네르바를 다룬 한 꼭지만을 가지고 시사360의 미래를 재단하는 것은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누리꾼들이 과도하다고 봤는데, 프레시안에 실린 김태동 교수의 글을 보고 시사360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어느 정도 균형감각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