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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제2,3의 광우병 사태

새벽길 2008. 9. 29. 17:17
멜라민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신문을 검토한 기사와 손미아의 참세상 기고글은 멜라민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식품검역체계에 관해 식약청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나오는 것은 저번 정부조직개편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말해주며, 식품안전에 대해 집단소송제를 반대해왔던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의 대응방안 중의 하나로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코메디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은 시위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과는 달리 립서비스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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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빼고 ‘멜라민 공포’1면머리 (미디어오늘, 2008년 09월 29일 (월) 06:44:38 류정민 기자)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나라 '제2 악재될라' 대책마련 부심
 
중국산 과자류에 위험물질인 ‘멜라민’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식품 안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시 한번 식품 안전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긴급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땜질처방’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호들갑을 떨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나 몰라라 하는 탁상행정 행태에 대한 우려이다.
 
‘멜라민 공포’는 29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을 차지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등이 관련 기사를 1면에 내보냈다. 광우병 파문에서 확인된 것처럼 식품 안전에 대한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이다. 아이들이 먹는 분유와 과자, 어른들이 주로 먹는 자판기 커피 등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멜라민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과도한 공포심리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위험성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중국산 식품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3면 <쌀밥·술 빼곤 거의 중국산…"식당 밥 먹을 땐 찜찜">이라는 기사에서 “멜라민 파문 이후 수입식품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불안'을 넘어 '먹거리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먹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긴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신문 1면 <모든 식품 유가공품 멜라민 검사>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멜라민 검사 대상 품목을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유제품 함유 가공식품으로 전면 확대했다. 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및 반가공 수입식품의 원산지와 OEM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하는 수입식품 전면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책를 면밀히 분석하고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언론의 몫이다. 상당수 언론은 이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일보는 4면 <식품안전대책 '재탕'…불신만 키워>라는 기사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28일 위해 식품 근절을 목적으로 발표한 '당정합동 식품안전+7' 대책은 이전의 정부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재탕'에 그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대책을 마련하고, 이후 손놓고 있다가 또다시 식품안전 사고가 터지면 앞서 발표했던 정책을 긁어모아 짜깁기하는 고질적인 '냄비행정'이 되풀이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4면 <집단소송제·수입품 전면표시제 도입>이라는 기사에서 “정치권의 멜라민 대책을 두고 '졸속 대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납 꽃게, 생쥐 깡 등 파문 때마다 각종 대책을 내놓고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온 점에서다. 실제 '식품 집단소송제'의 경우 이미 2004년부터 정치권이 이를 포함한 식품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관련 업계의 로비로 4년을 질질 끓다가 지난 5월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은 3면 <"문제 있는 품목 전수검사를">이라는 기사에서 “전 세계가 지난해 멜라민 주의보를 발령했는데도 식약청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 식약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황당하게 과자류에 멜라민을 넣을지 예상도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동네가게 "어떤 게 금지제품이죠?">라는 기사에서 “동네 슈퍼에서는 멜라민이 들었을 것으로 의심돼 '판매 금지'된 중국산 식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대책 따로, 유통 따로' 현상이 벌어지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3면 <'땜질대책' 뒤 흐지부지…국민건강 '허' 찔려>라는 기사에서 “식품 제조자에 대한 무한책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봄 '쥐머리 새우깡' 사고 때도 나왔던 대책의 하나”라며 “수입식품 전면표시제 등이 발표됐지만 '여론 무마용 대책으로 흘러나왔다가 다시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3면 <국민 불안 해소엔 힘 부칠 듯>이라는 기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멜라민 검사를 마치지 않은 중국산 유가공 제품이 아직 200여 건이나 남아 있는 데다 멜라민 식품의 회수가 완료되지 않아 멜라민 공포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보도 태도이다. 이들 언론은 지난주 토요일 지면까지만 해도 ‘멜라민 공포’에 주목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산 식품의 안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월요일자(29일자) 지면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멜라민 공포’가 관심의 주된 대상에서 밀려났다. 다른 신문들이 1면과 종합면 사설 등을 통해 ‘멜라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 중 29일자 지면에 ‘멜라민’ 관련 사설을 내보낸 신문은 없었다.
 
중앙일보는 6면 <20Kg 어린이 매일 한 통씩 '멜라민 과자' 먹으면 위험>이라는 기사에서 “커피 크림의 경우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더 적다”면서 “커피 크림만으로 이에 해당하는 멜라민을 섭취하려면 하루에 5000잔(EU 기준 4000잔)을 마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멜라민 위험은 대수롭지 않은 일일까. 광우병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람이 광우병으로 사망할 확률을 제시하며 공포를 가라앉히려고 했던 일부 언론의 모습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여당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멜라민 문제에 대해 무덤덤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멜라민을 둘러싼 국민적 의구심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을 홍보하는데 앞장서고 “멜라민 위험은 역시 별 것이 아니다”라는 보도태도를 보인다면 의혹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역할은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표백제가 검출된 중국산 찐쌀, 중금속과 잔류 농약이 검출된 중국산 한약재 등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이 그동안 숱하게 벌어졌지만 잠시 '호들갑'만 떨다 말곤 했다”면서 “먹을거리 안전문제는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의 문제로 여기고 식품행정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은 <중국발 멜라민 파문 '네 탓 타령' 말아야>라는 사설에서 “중국산이니까 못 믿겠다고 흥분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미국산 쇠고기 파문 때 식품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산이니까 믿고 먹어야 한다고 우격다짐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정부와 식약청은 멜라민 파문에 대해 '내 탓'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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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제2,3의 광우병 사태 (참세상, 손미아(강원대)  / 2008년09월29일 0시18분)
[칼럼] “인격화된 자본”의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광우병에 이어 멜라민이 우리를 또 한 번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고 있다. 멜라민 사건은 마치 우리에게 제2, 제3의 광우병이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예고 같다.
 
멜라민이 광우병과 매우 유사한 점은 첫째로 그 질병발생기전을 볼 때 그러하다.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변형된 프라이온(Prion)”은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동물성 사료제조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 변형된 단백질이 인체 특히 뇌의 조직에 침투되어 뇌세포를 물리적으로 상처를 주고 뇌실질에 침착하여 뇌세포를 스펀지처럼 뻥뻥 구멍을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그 병변을 “스펀지형 뇌변병증 (Bovine Sponsiform Encephalopathy)”이라 불린다. 광우병의 질병유발 기전과 유사하게도 멜라민은 중국자본가들이, 가짜로 단백질 비중이 높게 만들어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가공식품에 첨가하기 시작한 식용이 아닌 산업용 유해물질인데, 이 멜라민은 불용성 크리스털로써 신장의 세뇨관을 막히게 하고, 신세포를 직접 침착하여 물리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그러나 멜라민은 단지 신장조직의 물리적 손상만을 유발하는 것만이 아니다. 멜라민은 아직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지는 못했지만, 동물실험결과에서 비뇨기계암, 방광암, 피부암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왔다(Cremonezzi 등 2004, Aiani 등 2006, Melnick 등 1984, Perrella 등 1983).
 
둘째, 광우병의 위험물질인 변형된 프리온과 멜라민은 둘 다 자본가계급, 즉 “인격화된 자본”이 만들어 낸 탐욕의 산물이다. 둘 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자본가의 이윤획득을 증가시키려는 의도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다.
 
이미 몇 년 전 부터, 중국자본가들이 멜라민을 애완견 사료에 첨가한 것이 밝혀져 왔었고, 이 멜라민이 들어간 사료를 섭취한 동물들에게서 신장질환이 발생한 것이 보고되어 왔었다 (Brown 등, 2007). 자본에 대한 탐욕에 눈이 먼 그들이 이제 신생아들이 먹는 분유에도 이 유독물질을 넣었거늘, 광우병발생시의 영국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정부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으니, 이미 멜라민은 그동안 분유와 유제품뿐 아니라 단백질성분을 표기하게 되어있는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갔다고 봐야한다. 이번 멜라민 사태가 더욱 우리를 정신적인 공황상태에까지 몰아넣은 이유는 식품회사의 자본가들이 그 산업용으로 쓰이는 유독물질의 독성을 처음부터 알면서 넣었다는 데 있다. 법에서도 고의적 살해와 우발적 살해는 다르지 않은가?
 
바로 중국의 척박한 후발자본주의와 그것에 천착하고 있는 중국 자본가계급이 문제이다. 화학물질로 만든 계란, 발암성 물질이 들어간 양식어류들, 납덩이가 발견된 냉동게, 멜라민을 넣은 분유...... 이러한 일들은 정상적인 인간이 할 수 없는 짓이다. 이러한 일은 바로 “고의적인 살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오직 자연의 인간이 아닌, 소위 돈독이 든 “인격화된 자본” 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인 것이다.
 
그러나, 어디 중국의 자본가계급만이 문제이겠는가? 한국의 산업자본가와 상업자본가들은 어떠한가? 한국의 자본가들이 중국에 식품공장을 차렸을 때, 그들은 몰랐겠는가? 그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값싼 노동력을 쫓아서 아직 자본주의가 덜 발달한 중국에 진출한 그들, 오직 이윤추구에 눈이 어두워, 오히려 후발주자인 중국자본가계급의 저급함을 그대로 내버려두거나 오히려 따라하고 있는 한국의 자본가계급은, 전세계자본가계급과 함께, 중국자본가계급과 손잡은 공범자일 뿐 아니라, 그 비열한 중국자본가계급보다도 더 비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