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아직 가고픈 곳이 많은데... (해외여행)

2023년 몽골 홉스골 여행기 4 - 9월15일(호르고 화산, 자르갈지구르)

새벽길 2023. 10. 18. 07:38

23.09.15(금)

몽골에서의 셋째날이다.
아침에 이번 여행에선 별을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첫날 징기스칸공항에서를 제외하고는 계속 날씨가 흐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난로의 장작이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약 한시간 정도 지속되는 것 같더라. 난롯불이 계속 유지되려면 계속 깨어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다. 

아침에는 역시나 온천탕에 사람이 없다. 물론 물도 식었고...
몽골의 여행자숙소에서는 조식이 보통 이런 식이었다.
3일차 출발하려고 하면서 본 숙소의 풍경

7시 45분경 숙소를 출발했다. 자르갈지구르로 애초에 가려던 길은 험한데다 비까지 와서 포기하고 전날 왔던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간은 더 걸릴지 몰라도 안전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따져보니 안전뿐 아니라 돌아가는 것이 더 시간도 단축되는 듯 했다.
가는 도중에 힘든 난코스가 있어 중간에 휴식을 취했다. 길은 험하지만, 경치는 참 좋다.

그렇게 한시간 반쯤 되돌아오니 포장도로가 나왔다. 당시에는 언제 다시 비포장도로를 접할지 잘 몰랐지만, 포장도로는 더 속도감도 있고 갈 만했다. 더욱이 파란 하늘도 보여 이날 밤에는 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품게 했다. 아무리 울퉁불퉁하고 상태가 안좋을지라도 포장도로의 승차감이 훨 낫더라.
10시경 체체를렉에 도착했다. 무슨 행사를 하는지 군인들이 시가행진도 하는데, 뭐였는지는 아직도 잘... 체체를렉의 한 편의점에서 버너에 쓸 수 있는 가스도 사고 화장실도 가려 했다. 하지만 간식거리만 샀을 뿐 가스는 없었다.

체체를렉은 공항도 있고, 오랜만에 신호등도 볼 수 있는, 나름 큰 도시였다. 여행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유여행으로 쳉헤르 온천에 가려고 한다면, 울란바토르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체체를렉까지 온 후 쳉헤르 온천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타면 된다고 한다. 이것도 날이 좋을 때 가능한 것이고, 단지 쳉헤르 온천만을 가려고 한다면 굳이 추천하진 않겠다.
12시경 점심식사를 했다. 우리말고는 손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기와 함께 온 부부가 있더라. 아기가 넘 귀여워서 다들 아기를 안아보려 하고, 아이 사진을 찍었다. 점심 메뉴는 쇠고기 볶음(?). 이 메뉴말고 다른 메뉴도 없는 듯하다. 볶음고추장도 함께했다. 물론 여기에서도 수테차가 나왔는데, 조금 짠 느낌이었다.
식당 앞의 차도에서 차들이 지나가지 않기에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이런 것도 나름의 재미다.

점심식사 직후 5분도 못되어 촐로트 협곡에 도착했다. 주상절리처럼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흐른 자리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계곡이 상당히 장관이다. 촐로트 협곡은 총 길이 415km의 촐로트 강에서 가장 깊은 부분을 말하는데, 호르고 화산과 테르힝 차강 호수를 가는 길에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힘든 장소다. 여기서 그럴싸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리고 한시간반을 달려 호르고 화산(Khorgo Mountain, Хорго Уул)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테르힝 차강 호수 가는 길에 옆으로 빠지길래 자르갈지구르로 가는 지름길로 가나 했는데, 그게 아니고 호르고 화산을 찍고 가려는 거였다. 호르고 화산 가는 길은 비포장이라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산을 올라가는 것이기에 나름의 트래킹을 요한다. 일정이 빠듯하면 빼먹을 수도 있지만, 거대한 분화구와 눈 내린 설산의 장관을 한꺼번에 보는 맛이 쏠쏠했다. 이 근처에 와서 여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듯하다. 
호르고 화산은 해발 2210m, 분화구 높이 약 200m, 분화구 직경 약 200m, 분화구 깊이 약 100m의 사화산이다. 몽골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화산활동을 한 산이라고 하는데, 그 시기가 약 8천년 전이니 사실 화산이라 하기도 애매하다. 여기도 몽골인들이 신성시하는 곳 중의 하나다.

호르고 화산 올라가는 길에 본 주변 산 봉우리에 눈이 쌓여있는 풍경이 멋있었다.
멀리 테르힝 차강 호수가 보인다.

산에서 내려와서 화장실에 가려 했는데, 여성용 하나만 열려 있고, 나머지는 모두 잠겨 있었다. 9월 이후엔 사람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기념품가게도 열지 않았고, 화장실도 대부분 잠겨 있었던 거다.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점심식사를 하러 온 몽골 회사원들 가운데 몇몇 여성들과 줄을 서서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막상 일을 보려 하면서 푸세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참고 있을 수는 없었고...

암튼 자르갈지구르로 가려면 다시 돌아가야 했다. 가는 길에 비포장도로의 골이 너무 많이 패여서 힘들었다.

3시 45분 테르힝 차강 호수를 지나쳤다. 보통 여기서 1박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어차피 홉스골 호수를 목적으로 하기에 여기를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물론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10여분 정도 하차하는 건 당연했다. 실제 나름 볼 만했다.

그리고 다시 이동하려는데 먹구름이 몰려와서 비가 쏟아지기 직전에 무지개가 뜨더라. 그래서 이를 찍기 위해 차를 멈춘 김에 도로 위에서 설정샷.

목배게를 그대로 한 채 사진을 찍었다.

다시 자르갈지구르를 향해 이동하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한치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몰아쳤다. 이 때 '오늘 밤에도 별 보기는 틀렸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비포장도로가 나오면서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20여분간 비포장도로가 나와서 계속 이러면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싶은 순간, 다시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비가 온 후의 비포장도로는 차에 무리를 줄 정도의 구멍들이 많다. 이걸 피해 운전하느라 운전기사가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방금 전까지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는데, 조금 지나니 이 쪽은 비가 오지 않았다는 듯 화창했다. 도로 위에 야크들이 뛰어다니기도 하고... 이 때는 '이 분위기면 오늘 별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무엇보다 포장도로여서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실제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했다.
5시가 넘어 자르갈지구르로 가는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었다. 이 길 말고도 홉스골 가는 길이 있긴 하지만 시간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길은 개천을 따라 나 있었다. 자르갈지구르는 새로 만들어진 계획도시 같았다. 여기저기 공사중인 곳이 많았다. 물론 잠시 쉬어갈 겸 해서 길가에 있는 슈퍼에서 가스를 찾으려 했는데, 여기도 없더라. 근처 공터에서는 농구를 하는 아이들이 보이고...

그리고 나서 10여분 후 숙소에 도착했다. 애초에 예정했던 Jargal Jiguur Tour Camp 바로 옆에 있는 New Jargal hot spa Resort다. 동계시즌이라 자르갈지구르 투어 캠프는 폐장했고, 뉴 자르갈 리조트도 곧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했다. 자르갈지구르에서 1박을 하기로 한 것은 여기에 온천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뉴 자르갈 리조트도 온천욕이 가능하여 우리가 온다고 하여 물을 채운 듯했다. 실제 온천은 엄청나게 뜨거웠다.

개들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숙소에 짐을 가져다놓고 바로 저녁식사를 했다. 여기서는 주방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맘에 들었다. 더욱이 감자찌개와 호쇼르도 먹고 싶은 만큼 줬고,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었다. 반주로 하려고 가져온 맥주도 괜찮았고...

그리고 나서 온천욕. 온천은 거의 우리가 전세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가 질 무렵이어서 어렴풋이 별도 보이는 듯했다. 여기를 들른 건 정말 괜찮은 선택이었다.

온천물이 뜨거워서 물 속에 몸을 다 넣지 못하고, "앗, 뜨거"하고 있는 장면이 찍혔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나른했다.
역시 옥천욕은 맥주와 함께 하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이는 설정샷일 뿐 이날 온천욕하면서 맥주를 마시지는 않았다.

이 날의 핵심은 별을 보고 별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술을 마시다가 11시가 넘어 별을 보러 나섰는데, 정말 환상적이었다. 삼성 갤럭시를 통해서도 별 사진을 찍을 수 있구나 하는 걸 알게도 되었고... 이런 맛에 몽골에 오는구나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