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아직 가고픈 곳이 많은데... (해외여행)

2023년 몽골 홉스골 여행기 2 - 9월13일(징기스칸공항, 엘승타사라이)

새벽길 2023. 10. 7. 13:44

23.09.13()

 
아침에 집을 나설 때에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물론 비가 올 것 같았다) 비행기를 타려고 하니 비가 내렸다.
사실 그리 일찍 서두를 필요는 없었는데, 평소처럼 일찍 나섰더니 출국심사까지 다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선 시간이 9시반이었다. 보딩 때까지 2시간 이상 남은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는 다시 해외여행객이 늘어 출국을 하려면 많이 서둘러야 한다고들 얘기하지만, 온라인 체크인을 했다면 항공편이 출발하기 1시간 전까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충분할 듯하다.
사실 몽골로 출국하기 전날 저녁부터 이미 여행 기분에 젖어들었다. 해외 출국 항공편이 오전 시간일 경우 날을 새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모기 땜에 잠을 설치긴 했지만, 그래도 3~4시간 자기는 했다.
동행 중 2명은 10시 20분 항공편으로 먼저 출발했고, 11시반 TW421 항공편으로 나머지 3명이 출발했다. 내 좌석은 12A, 다른 한 명의 좌석은 정반대편 창가다. 나머지 한 명은 귀국하는 항공편이 확인 안된다는 이유로 온라인 체크인을 하지 못해서 좌석이 비행기 뒷쪽편이었다.
티웨이항공이 이런 대형항공기도 보유하고 있는지 몰랐다. 동행인 ㄱ의 얘기로는 중간에 기종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하물 제한도 23kg짜리 2개도 가능한 걸로 바뀌었고... 덕분에 귀국하는 길에 가지고 간 휴대용 아이스박스에 상당히 많은 짐을 넣어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나는 몽골에서 버린 게 별로 없었을 뿐더러(우산과 수건 한 장, 얼음팩, 속옷 한 벌 정도였다) 보드카 두 병과 골든고비 초콜릿을 샀더니 캐리어 하나에 23kg이 오바했던 것이다.
몽골로 가는 좌석이 9월에도 만원일 줄 알았더니 내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졸다가 비행기가 이륙하는 걸 느꼈다. 그만큼 이륙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더라. 인천공항에서 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공항까지는 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저가항공의 경우에는 기내식이 나오지 않으니 약간이라도 잠을 자두는 게 좋다. 내가 출국한 날은 날씨가 흐려서 아래 경치가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ㄱ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인 것 같은 대도시가 아래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 입국할 때 창가 좌석을 요구했는데, 오케이 하더니 창가 옆좌석을 주더라.
스마트폰을 보니 1시 37분인데, 그게 현지시간인지, 한국시간인지 처음에는 잘 파악이 안되었다. 하지만 직전에 곧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한다며 기내물품 판매를 종료한다고 했으니 현지시간임에 틀림없었다.
중국 쪽에 오니 날씨가 화창했다. 이륙을 11시 50분경에 했으니 도착시간도 조금 지연되려나 싶었는데, 역시 그랬다.
암튼 비행기에서 조금 졸았더니 피곤함은 가시더라. 하지만 배는 상당히 고팠다. 새벽 6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아무 것도 먹지 않았으니 그럴만했다.
대형항공기라 혹시 기내식도 주려나 기대를 했는데, 역시 그건 아니었다. 음식냄새만 나서 더욱 배고픈 느낌이 들더라.
1시 45분에 착륙준비를 위해 USB포트 사용이 정지되고 좌석 창문도 열어놓는 등 원래대로 해놓으라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 때는 예정대로 2시경에 도착할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몽골 날씨는 화창한 듯했고.. 그래서 공항에 도착한 후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선크림을 발라야겠다고 맘 먹었는데, 이를 잊어버렸다. 울란바토르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다시 설래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몽골여행은 대부분 패키지 투어라서 그러한지 여행사 관계자를 무사히 만나는지 여부만 확인되면 긴장할 게 별로 없을 듯하다. 자유여행에서는 하나하나의 일정들이 계획대로 될지를 체크해야 해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탈 때까지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패키지 몽골여행은 다르다. 다만, 이번 홉스골 여행은 내가 거의 모든 걸 결정하고 조율해야 해서 결정과 책임 부담이 있는 게 조금 어깨를 무겁게 했다. 뭐, 이 정도는 감당해야 하고, 실제 감당할 만했다. 다른 동행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2시가 넘은 시각, 비행기 안에서 징기스칸 공항을 찍었는데, 사진을 찍어도 스마트폰에서 찰칵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걸로 확실히 대한민국이 아닌 외국이 맞다는 걸 확인.
창밖을 보니 아래로 길의 흔적이 보이는데, 차가 다니는 것 같지는 않더라.

2시 20분경에 몽골땅을 밟았다. 20분 정도 지연된 셈이다. 입국심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수하물은 생각보다 늦게 나왔다. 내 캐리어는 맨마지막에서 두번째로 나오더라. 일찍 수하물 처리를 한 사람은 거꾸로 뒤늦게 나오는 것인지... 수하물을 찾아 입국장 밖으로 나오니 3시가 넘었다. 생각보다 30여분 일정이 늦어진 거다. 이래서는 엘승타사르하이 미니사막에 일찍 도착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하물 가운데는 파손된 캐리어도 두어개 보였다. 아무래도 충격에 약한 캐리어인 듯했다. 이는 어떻게 보상할까?

3시가 넘어 입국장에서 나오자마자 먼저 도착한 ㅇ모녀와 가이드, 운전기사를 만났다.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아서 징기스칸 공항에서의 세레모니는 하지 못했다. 공항 사진 등을 찍지 않았다는 얘기. 이미 한번 와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먼저 각자 7만원씩을 걷어 공동비용 35만원과 개인비용 3만원을 공항 2층 환전소에서 환전했다. 투그릭 환전은 굳이 달러로 바꾸지 않고 원화로 직접 가능하다. 울란바토르 국영백화점의 환전소에서 조금 더 좋은 가격으로 환전 가능하나 공항 2층 환전소와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공금 환전금액은 885,500투그릭. 이걸 가지고 7일간 술과 안주, 음료수, 컵라면 등을 사는데 썼는데, 마지막날 남은 4만 1120투그릭을 울란바토르 국영백화점의 노민마트에서 맥주를 사는데 쓰니 다 사라지더라.
그리고 나서 몽골에서 쓸 유심을 샀다. 여러 옵션 중에서 10일 7기가 짜리(9900투그릭)를 선택한 듯한데, 이 정도면 충분할 듯 싶었다. 실제 일주일동안 내가 쓴 데이터는 2기가가 조금 넘었다. 저번 7월 여행 때에는 동행한 이들에게 내가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바로 공유하느라 데이터를 많이 써서 4기가가 넘었는데, 이번엔 모두가 갤럭시여서 갤럭시의 퀵 쉐어 기능을 이용하여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했기에 그에 따른 데이터는 소모되지 않았다. 그리고 카톡에서 사진 등을 공유할 경우 일반적으로 저용량 저화질로 전송이 되는데(물론 설정을 통해 찍은 사람의 화질로 바꿀 수 있다), 퀵 쉐어 기능을 사용할 경우 원래의 사진이 그대로 보존된다. 전송속도도 더 빠르기도 하고... 암튼 데이터는 충분했다.
가이드인 아ㅇㅇ는 한국말이 상당히 능숙했는데, 한국에서 11년을 살았다고 한다. 운전기사인 바ㅇㅇ도 한국에 몇 차례 다녀왔다고... 가이드는 어려운 한자성어 등을 제외하고는 다 알아들었고, 운전기사도 우리가 나누는 대화 중에서 거의 5~60% 정도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계획에서는 최소한 오후 4시경에는 출발할 수 있도록 하자 했는데, 점심은 장 볼 때 하기로 해서 3시반경에 출발했다.
우리가 탄 스타렉스 차량은 공항에서 첫날 숙소가 있는 엘승타사르하이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울란바토르를 거쳤다. 울란바토르 중심지를 지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울란바토르에서는 교통체증이 심해서 장을 보고 늦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노민마트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노민마트에 도착한 시각이 5시가 가까웠다.
장을 보기 전에 먹은 점심은 호르쇼 3인분 6개, 김밥 세줄, 치즈떡볶이 2인분. 점심을 하기 전에 다들 약간씩 먹은 게 있어서 다 먹지 못하고 치즈 떡볶이 일부는 나중에 먹기로 했는데, 결국 버렸다. 역시 떡볶이는 바로 먹어야 한다. 사실 떡볶이도 한국에서와는 확실히 달랐고,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 호쇼르는 그럭저럭...

점심은 투어비용에서 제공되었지만, 음료수는 공금으로 처리해야 했다. 조금 빡빡한 느깜이랄까.
그리고 장을 보는데 33만 투그릭이 들었다. 다들 돈관리를 하려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가 총무를 맡게 되었다. 장은 사흘치를 봤다. 쳉헤르 온천과 자르갈지구르를 거치는 동안 대형마트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노민마트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장을 본 후 다시 길을 나선 시각이 6시가 넘었다.
여행사에서는 푸르공을 추천하는 듯 했는데, 여행사 소속 푸르공 기사들이 더 베테랑이고 상대적으로 고장이 적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홉스골로 가는 길에 비포장도로는 Altan-Ovoo에서 쳉헤르 온천 사이의 25km 구간, 자르갈지구르로 접어드는 구간에서 무릉까지, 그리고 홉스골의 하트갈에서부터 숙소까지의 50여km 구간 정도였고, 나머지는 포장도로였다. (아, 투어 도중에 허르고 화산과 오랑터거 화산을 보러 가는 길도 비포장도로였다.) 그래서 홉스골로 가는 길이 상대적으로 고비사막으로 가는 길보다 비포장도로는 적었지만, 비포장도로에 구멍이 많아서 도로 질이 상당히 좋지 않았기에 난이도는 더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오르터거 화산을 보러 갔다 오는 도중에 차가 빠져나오지 못해 한 시간 이상을 고생해야 했다.

암튼 포장도로를 질주하여 7시반경 Урьхан Лүн хоолны газар라는 푸드코트에서 화장실도 가는 등 한 차례 쉬고(여기는 푸세식 화장실이 아니다) 9시 50분경 숙소인 바안고비에 도착했다. 그나마 예정된 시각에서 그리 벗어나진 않은 거다. 숙소에 이렇게 늦게 도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짐도 풀지 않고 30여분 동안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는 그럭저럭.

이후 각자의 여행자 숙소로 가서 짐 정리를 한 후 동행끼리 술자리를 했다. 숙소는 남성 2명의 숙소와 여성 3명의 숙소 그렇게 2개였다. 그 사이에 11시반경 난로를 피웠는데, 너무 덥더라. 그래서 우리 숙소 밖에서 술자리를 했는데, 차라리 그게 더 나은 느낌이었다. 가이드인 아ㅇㅇ도 함께 했는데, 역시 몽골여행에서는 술자리가 제일 의미가 있다. 운전기사인 바ㅇㅇ는 참석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20대 때에는 많이 마셨는데, 결혼한 이후에는 많이 마시지 않는다고...

쌀쌀한 느낌도 있었지만, 난로불로 인해 후덥지근한 숙소 안에서 술자리를 가질 수는 없었다. 11시가 조금 못되어서부터 1시반까지 술자리를 가졌는데, 12시경에 난로 불도 꺼져서 안으로 들어온 것 같다. 밖에서 얘기하기엔 너무 시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ㅇㅇ투어 가이드인 듯한 분이 와서 좀 조용히 해달라는 부탁을 하더라. 역시나 안에 들어와서 술자리를 했지만, 방음이 안되어 다른 이들의 숙소에도 다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용히 얘기를 하기로 하고 1시반까지 술을 마셨다. 술자리에서 여러 다양한 얘기들을 나눴다. 물론 무슨 얘기를 했는지 지금은 잘 생각은 나지 않는다.

1시경에 여성들은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가고 ㄱ과 둘이서 마져 술을 마셨다. 패션이라는 보드카를 결국은 다 마셨다. 패션은 40도의 보드카로, 나중에 국영백화점에서 살펴보니 14만 투그릭 정도 하더라. 다른 웬만한 보드카의 3~4배 가격이다. 이를 포함하여 ㄱ이 에덴과 에복, 이렇게 3개의 보드카를 사서 그 중에 패션을 마신 것인데, 글쎄다. 난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 물론 ㄱ은 비싸면서도 괜찮은 술 같다고 했지만...
그건 절반 이상을 ㄱ이 마시고, 1/3은 내가, 그리고 나머지 약간을 다른 이들이 마신 듯하다. 난 오렌지와 섞어 마셨고, ㄱ은 원액 그대로... 다른 이들은 오렌지와 섞어 마셨다가 포기... 그리고 골든 고비인가 하는 로컬 맥주도 마셨다. 우리는 장을 볼 때 이틀을 마트에 가지 못할 걸 감안해서 24개를 샀는데, 이날 8개 이상을 마신 듯...
그리고 ㄱ과 둘이 술마시며 얘기할 때 또 다른 사람이 문을 두드려 시간이 넘 늦었는데 다른 숙소에 말소리가 다 들린다며 양해를 구하더라. 그 뒤에 좀더 볼륨을 낮춰 얘기를 하다가 패션 보드카 한 병을 다 마시고 자리를 종료했다. 그래도 세면과 함께 양치질은 하고 잠에 들었다. 그 때 시각이 2시가 다 되었다.
닌로를 피우지 않아도 충분할 듯 싶었다. 암튼 거의 3시간 이상 숙면을 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5시에 난로에 불을 넣으러 사람이 들어오더라. 그 때 잠시 깼는데, 10여분 있다가 ㄱ이 잠꼬대를 하는 바람에 또 깼다.
이날은 밤에 샤워를 하지 못했다. 너무 늦은 데다가 온수가 공급되지 않아 걍 세수만 하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몽골에서의 1일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