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민영화,시장화,재공영화

한전 적자, 전력 민영화, 가스/전기요금 인상 관련 글 4 (2022년 7월~9월)

새벽길 2023. 4. 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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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207021027001
원전 비중 확대, 거꾸로 가는 윤 정부 (경향, 주영재 기자, 2022.07.02 10:27)
탈원전과 전력요금 인상은 무관
재생에너지 비중 낮추는 나라
선진국 중에선 한국이 유일
정부·여당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방위로 공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아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했다며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원전업계는 전시다.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라고 비유하면서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전력요금 인상을 탈원전 탓으로 돌리는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열린 국민의힘 정책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탈원전을 추진해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전기요금을 한 번밖에 인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 발표자로 참석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가동 허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원전 가동률이 추락하고 부족한 발전량을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채우면서 한전이 적자를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 인상과 탈원전 큰 상관 없어
산업부도 6월 28일 한전의 영업손실에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비용 상승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날 한전 적자가 커진 것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기보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경향신문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에서다. 산업부 전력시장과 관계자는 “원전 발전량이 많았다면 비용 증가 요인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았겠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비용은 한국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감내하고 있다. 특히 연료비는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국제적인 수급 상황과 지정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산업부는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고, 원전 건설 지연 등으로 최근 5년간 원전 발전량이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6.8%에서 2021년 27.4%로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원전 이용률은 2017년 71.2%에서 지난해 74.5%로 70%대에 머물렀다. 이용률을 4%포인트 올리면 원전 1기를 추가 운영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원전 이용률을 무작정 높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낮은 이용률은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의 여파와 함께 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에서 다수의 공극이 확인되면서 불거진 안전상의 문제로 정비에 들어간 원전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한울원전 1·2호기의 가동이 늦어진 이유도 계측제어 시스템(MMIS)과 수소제거장치(PAR)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용률만 탓하는 건 입찰 비리와 부실시공을 문제삼기보다 안전 점검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전의 안전 기준은 더 강화되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원전 안전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이용률을 높이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의 원전 이용률은 한빛원전 2호기, 고리원전 2호기 등이 정상 가동되면서 84.1%까지 올라왔다. 이용률은 안전상의 이유로 정비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실제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 비중이 70% 수준을 보이는 프랑스도 6월 현재 원자력발전 비중은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 56개 원자로 중 27개가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계획된 점검일정에 따라 멈춘 15개를 제외한 12개 원자로는 내부 튜브의 부식 문제로 점검에 들어갔다. 일부 원자로는 폭염과 가뭄으로 냉각수 공급 문제와 배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시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췄다.
에너지 정책 분야의 전문가들은 탈원전과 전력요금 인상 간의 연관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전 비중을 그간 대폭 줄였다면 관계가 있겠지만 사실상 발전량을 기준으로 하면 차이가 없다”면서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랐다기보다는 석탄과 천연가스, 유류 발전 분야에서의 연료비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의 잘못을 짚는다면 에너지 가격을 제때 올리지 않은 부분이 크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말과 달리 탈원전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금지 등을 통해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탈원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홍종호 교수는 “독일, 대만처럼 가동할 수 있음에도 인위적으로 셧다운하는 게 탈원전이지, 원전 4기를 새로 짓고, 현재 있는 원전도 수명대로 다 돌리는 걸 탈원전이라고 부른다면 전 세계 전문가 누구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어쨌든 문재인 정부 5년간 전기요금을 정상화하지 않은 건 커다란 정책 미스였다”면서 “원가상승 요인이 계속 발생함에도 전기료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한 건 가깝게는 한전의 재무구조를 약화시키고, 결국엔 국민 모두의 부담을 키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쟁력·안보 측면도 재생에너지가 우위
정부는 지난 6월 16일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해 “감축 경로와 이행수단 등은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간 원자력 업계 전문가들이 원전 비중을 최소 30% 이상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재생에너지는 전 정부가 제시했던 30%에서 20%대로 낮추고 원자력은 24%에서 30%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믹스를 정할 때 발전원별 비용 변화 추세를 무시할 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시점에서 원자력의 균등화 발전단가(LCOE·설치비·연료비·폐쇄 비용 등 발전 전 과정에 걸친 비용을 발전량으로 나눠 계산)는 수명연장을 통한 장기 운영을 제외하면 태양광·육상풍력과 거의 비슷하거나 높은 것으로 나온다.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과 대규모 투자에 따른 학습곡선 효과에 의한 결과다. 2021년 한국자원경제학회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의뢰로 발간한 ‘균등화 발전비용(LCOE) 메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030년이 되면 태양광의 LCOE(3㎾의 경우 1㎾h당 56.03원)가 원자력의 LCOE(74.07원)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는 무료라고 할 수 있는 햇빛과 바람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에 유리하다. 발전·송전설비 확충에 초기 투자비가 크게 들겠지만, 발전단가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전력요금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대규모로 재생에너지를 갖춘 독일은 2017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국가의 하나가 됐다. 유럽의 전기요금은 2020년에 비해 2021년 3배 정도로 올랐다. 독일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요금(96.85유로/㎿h)이 상대적으로 낮다. 프랑스의 전력 송배전망을 담당하는 RTE는 “독일은 전력생산에서 석탄에 비해 가스 사용량이 적고, 풍력발전 단지의 규모가 커 시장 가격 상승폭이 더 적었다”고 평가했다.
원전이 저탄소 발전원인 건 맞지만 친환경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토지는 거의 활용이 불가능한 죽음의 땅이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처럼 원전이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월 15일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봤을 때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국제사회 추세”라고 강조했지만, 유럽연합은 원전을 그린투자 목록에 포함시킬지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유럽의회 경제위원회·환경위원회는 지난 6월 14일 원자력·천연가스 발전이 포함된 녹색분류체계(EU 택소노미) 안을 표결에 부쳐 76 대 62로 반대의견을 채택했는데 원전과 LNG 발전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당초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안을 내면서 사고저항성 핵연료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프랑스는 그 조건을 맞추려 핵연료 처분장을 마련하는 중인데, 그 비용만 프랑스가 새로 짓거나 지을 6기의 신규 원전 건설 비용(약 460억유로·62조2600억원)과 맞먹는다. 방사성폐기물관리를 맡는 프랑스 국가기관 ANDRA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 비용은 2020년부터 2155년까지 약 130년에 걸쳐 260억유로(약 35조2632억원·2019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절반이 초기 투자 비용이다. 하지만 경제의 실질 성장률이 -0.5%로 떨어지고, 사고가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비용이 583억유로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예상됐다.
원전은 해체 비용도 만만찮다. 영국 가디언의 지난 5월 20일 보도를 보면 영국은 노후 원전 7개를 해체하는 비용으로 235억파운드(약 37조원)를 예상하고 있다. 1호기당 해체 비용을 8700억원으로 책정한 한국과 6배 정도 차이가 난다. 프랑스 전력회사 EDF가 영국에 짓는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의 비용은 건설이 지연되면서 최대 260억파운드(약 41조원)까지 올랐다. 영국 감사원이 신규 대형 원전 사업을 “위험하고 비싼 불확실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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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국제 흐름 역행
탄소중립의 핵심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을 전력화하는 것이다. IEA는 2021년 펴낸 ‘2050 넷제로’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을 전력화해야 하며, 이때 전력생산의 90% 정도가 재생에너지에서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나머지 10%의 대부분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리라고 했다. 전력화로 전력 수요가 늘면서 원전의 전력 생산량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지만, 재생에너지의 역할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은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의 발전원으로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기저전원으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결코 재생에너지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확대한다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원전을 확대하는 중국도 2018년 재생에너지에 910억달러를 투자했고, 원전에는 65억달러만 투자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창원을 방문했을 때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서 원전업계에 38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6700억원 규모의 기술투자와 함께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전) 개발에 399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고효율 기술 개발에 지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미래도 불투명한 원전업계 수명연장에 예산을 쏟아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MR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아직 실험단계이고, 상용화는 원전업계에서도 2035년 정도를 예상한다. 방사능 폐기물이 기존 원전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형 원전은 1기 건설에 최소 7년에서 15년이 걸린다. 그나마 지을 땅을 확보한 후의 일이다. 대형 원전은 물론 SMR에 탄소중립의 주역을 맡기기엔 너무 오래 걸리고, 불확실하고 위험하다. 홍종호 교수는 “RE100(공급망의 전력사용을 재생에너지 100%로 충당한다는 기업의 캠페인)과 (수입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최선의 정책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라면서 “원전 확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655
'원전' 앞세운 새정부 에너지정책 이대로 좋은가 (이코리아, 윤수은 기자, 2022.07.06 14:57)
5일 발표된 새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찬반 논쟁이 뜨겁다. 새 정부가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까지 높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키로 한데 대해 환경단체들은 원전만능정책이라며 비판했다. 새정부의 원전 정책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것. 반면 학계 일각에선 환경단체의 이런 주장이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이코리아>는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이 옳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환경단체와 학계의 의견을 통해 살펴봤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에너지 정책 5대 방향은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 △시장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효율화 및 시장구조 확립 △에너지 신산업의 수출산업화 및 성장 동력화 △에너지 복지 및 정책 수용성 강화로 집약된다. 
구체적으로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는 기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설정한 2030년 총 발전량인 612.4TWh(테라와트시)를 그대로 둔 채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의 정상 가동 및 가동 중인 원전의 계속운전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재개하기로 했다. 또 원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고 독자적으로 소형 모듈원전(SMR)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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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산업통상자원부
반면 2030년 30%까지 비중을 높이려던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 목표는 재정립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2030년 30.2%로 설정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 환경단체 "원전만능론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역행"
환경단체들은 새 정부가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이전 정부와 비교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한 방향으로 발표한 점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세계적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는 ‘원전만능론’이라며 비판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 전문위원은 “기후위기가 환경 위기를 넘어 경제 위기라는 것을 새 정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주력 전원은 재생에너지로, 지난 해 증가한 전 세계 전력 설비 중 82%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였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6.3%로, OECD 평균인 31.6%에 한참 못 미친다.
장 전문위원은 “산업부는 주요 국가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목표량을 대폭 상향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하향시키려는 모순된 방향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RE100과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현실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OECD 꼴찌인 우리나라가 수출 경쟁력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원전은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주요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 2031년 한빛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포화될 예정이다. 원전 내부에서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하는 수조가 가득 찬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자체 규제 정비와 건설 기간 등을 감안하면 2025년까지는 임시저장시설을 건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하기 위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마련했지만 환경단체와 관련 지역 주민 등은 극렬하게 반발 중이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을 신설해 풀겠다는 구상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원전업계 평가다. 이에 폐기물을 처분할 공간도 없는데 발전소를 증설한다는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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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산업통상자원부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활동가는 “제시한 기간 사이에 신규 원전이 건설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기존 원전의 수명이 만료된다. 즉, 정부는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을 ‘계속운전’이라는 미명으로 무리하게 가동시키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낙후된 발전소의 수명연장으로 원전 위험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처분 대책이 없는 핵폐기물을 무책임하게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정부 에너지 정책은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추가로 줄일 수도 없으며, 러시아, 중국 등의 수입에 의존하는 우라늄이 재생에너지보다 에너지 안보에 효과적이라는 오판을 저지르고 있다”며 “그러는 동안 국제적으로 더욱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권 활동가는 “새정부는 40년 넘게 지속해왔으면서도 정부 지원이 없으면 산업 생태계가 망가진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사양산업인 원전 산업 세일즈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실효적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은 확대 아닌 예전 수준 유지
반면 현정부의 원전 정책은 예전 수준으로의 '복귀'이며,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해  입지적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은 원전 비중을 높이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정익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6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원전비중이 는다고 재생에너지가 준다는 것은 환경단체의 과장"이라며 "현재 재생에너지법 상 재생에너지사업자가 발전한 양은 우리가 다 써야 한다. 그 다음 총발전량 중 남아 있는 걸 원전이나 석탄, 가스 등에서 얻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2010년도 즈음 국내 원전발전량이 30%대였다. 현정부의 원전 정책은 예전 수준을 유지하자는 것이지 확대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국내 재생에너지의 경우, 설치할 때 보조금을 주고, 발전단가도 원전발전단가보다 2배 가량 높다. 또 지역의 태양광과 바람의 품질에 따라 영향이 있는데, 유럽은 스페인처럼 태양광이나 풍력이 좋은 덴마크 등 입지적으로 이상적"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이상적이라고 해도 물리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https://www.wikitree.co.kr/articles/769494
“민영화 아니냐…” 윤석열 정부 '전기요금' 대책, 거센 반발 쏟아졌다 (위키트리, 심수현 기자, 2022-07-06 09:48)
'원가주의' '시장주의' 강조한 윤석열 정부
한전 블라인드에 올라온 민영화 우려
윤석열 정부가 전력 시장의 '공공성'보다는 ‘원가주의’를 원칙으로 한 '시장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 한국전력공사 내부에서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원가주의 하겠다=전기요금 인상하겠다’ 아니냐. 한전의 판매 독점 깨겠다는 건 민간 판매회사 만들어서 설비는 한전 거 쓰면서 헐값에 민간이 쓰고, 돈 되는 대용량 고객들은 민간 판매사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그나마 판매단가 높은 산업용 고객 이탈 예정이다. 한전 민영화는 시작됐다”고 밝혔다.
또 한국철도공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코레일과 SR 분리 시점에 일어났던 일이다. 경쟁사 도입이 목적이라면서 SR투자사의 수익보증을 코레일이 했다. 가장 수익률 높은 구간을 SR이 가져가서 투자기관 풋옵션 행사할 때 코레일이 가지고 있는 SR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며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전도 민간 개방되면 수익률 좋은 곳부터 개방하고 투자자들 수익률은 한전이 보증해 주게 되면 한전은 시골 같은 돈 안되는 지역만 운영하게 될 거다. 민영화 아닌척하면서 확실히 죽이는 방법이다”라고 일침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 확립 입장을 밝혔다. 개편안은 전기가 소비자에게 제공되기까지 발생하는 전 과정의 소요비용을 반영하는 총괄원가 보상원칙 및 원가연계형 요금제로의 전환을 확립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또한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정해 정부에 제출하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의로 결정하는 정부 주도의 전기요금 결정 대신 전기요금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전기요금 결정의 전권을 부여하게 된다.
국내 전력판매 독점권을 가진 한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력시장 개방도 추진한다. 전력시장에서 한전의 독점적 기능을 제3자에게도 수행하도록 시장을 자유화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그대로 사업자로 존재하면서 민영사업자가 판매부문에 참여하는 형태로 경쟁력 확보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정책에 민영화 우려가 나왔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 국민 전반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들, 특히 철도·전기·가스·공항 등 민영화는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707/114329516/1
[광화문에서/김창덕]전기도매가 상한선이 정부가 말한 시장원리일까 (동아일보, 김창덕 산업1부 차장, 2022-07-07 03:00)
최근 민간 발전사업자들을 만나면 약속이나 한 듯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얘기를 꺼낸다. 발전사들이 한국전력공사에 공급하는 전기 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제도다.
발전사들은 원유, 천연가스, 유연탄 같은 원료를 사와 발전기를 돌린 뒤 한전에 전기를 팔아 이익을 남긴다. SMP에 상한을 두면 당연히 이익이 줄어든다. 지금처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생산비가 올라가는데 판매가는 그대로인 경우가 생겨서다. 자칫 비용이 매출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도 생길 수 있다.
한전이 천문학적 적자를 낸 것도 비슷한 구조다. 소비자들에게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탈원전 정책’ 같은 정치적 이유로 묶여 있었다. 대신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도매가는 계속 올랐다. 한전은 지난해 5조8000억 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는 1분기(1∼3월)에만 7조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정부로서는 한전 리스크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그 적자 일부를 발전사들에 전가하는 SMP 상한제라는 아이디어였다. 발전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을 정부도 예상 못 했을 리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MP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발전사업자들이 월 1400억 원 수준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에서는 그 규모가 43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중순 열린 산업부 자체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A 위원은 “가스발전을 하는 대기업도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주로 개인이나 영세업자들이 많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협회에서 더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강경한 의지를 보였고, 안건은 결국 통과됐다.
남은 절차는 대통령 직속의 규제개혁위원회다. 당초 8일이나 15일로 거론되던 위원회 일정은 예상보다 반발이 커서인지 아직 미정 상태다. 다음 달로 넘어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간발전협회는 SMP 상한제와 관련해 이미 대형 로펌에 법률자문까지 받았다. 이 로펌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영업의 자유 내지 재산권 침해’다. 구체적으로는 전기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목적의 정당성’이 부족하고, 천연가스 가격 통제 대신 전력도매가 규제를 선택한 ‘수단의 적합성’도 떨어진다고 봤다. 또 이번 고시로 기대되는 공익보다 민간발전사 손해가 더 커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도 불합리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도매요금 규제가 꼭 필요했더라도 공기업인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제한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며 “SMP 자체에 캡을 씌우면(상한제 도입) 민간 전력시장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부가 5일 배포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자료에는 ‘시장원리에 따른 전력시장 구조 확립을 위한 정책 틀을 마련했다’는 문구가 있다. 시장 플레이어들이 모두 반대하는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정말 ‘시장원리’를 지키는 일일지 한 번은 곱씹어 생각해 봤으면 한다.
 
https://vop.co.kr/A00001616251.html
“국민 보호” 전력공사 국유화하는 프랑스…윤 정부는 반대로 (민중의 소리, 조한무 기자, 2022-07-13 19:29:12)
민영화 논란 기름 부은 한전 지분 매각…공공성 훼손 우려 크고, 재무 개선 효과 미미
프랑스가 전력 공기업을 다시 국유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에너지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코로나19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한국은 정반대로 간다. 한국전력이 재무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출자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민영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공성 훼손 우려가 나온다. 재무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 에너지 가격 변동성으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3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일 전력공사(EDF) 재국유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 보유 EDF 지분을 기존 84%에서 100%로 늘린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국유화 방안과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EDF 재국유화에 대해 에너지 주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EDF는 2000년대부터 부분적인 민영화와 상장이 이뤄졌다. 이후 정부와 민간 주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갈등을 겪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 상승 국면에서 전력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민간 주주 요구를 정부가 거부한 게 대표적이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EDF 재국유화를 발표한 자리에서 “유럽의 문 앞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평화라는 게 얼마나 취약한지 일깨워준다”며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유럽 전역에서 전력 공기업 국유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공공서비스노조연맹(EPSU)은 EDF 재국유화에 대해 “필수 공공 서비스를 자유 시장에 맡긴 데 따른 전력 시장 모델의 붕괴를 보여준다”며 “자유화된 시장에서는 정당한 전환과 공급 안정성,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악화된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에 대한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통제와 소유권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민영화 바람이 분다. 한전과 자회사 등 전력그룹사는 지난 5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한전 재무 개선을 위해 한전 자회사와 출자 회사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실제 매각이 이뤄졌거나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한전의 출자 지분 매각은 민영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민영화 논란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이던 지난 4월이다. 인수위가 발표한 에너지정책 방향에 한전 판매 부문을 개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 기업이 전기를 팔도록 허용하면, 전기요금이 치솟을 우려가 있다. 국민 부담을 고려해, 필수재인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공공성이 무너지게 된다.
새 정부는 “민영화를 검토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불식되지 않았다. 공공기관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한전 등 14개 공공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하면서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방만 경영으로 재무 상태가 좋지 않으니 출자 지분과 부동산 등 자산을 팔고 인력도 조정하라는 얘기다. 일련의 민영화 논란을 보면, 이번 한전의 출자 지분 매각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한전기술 지분 과반 유지한다지만…끊이지 않는 공공성 훼손 우려
주목되는 매각 대상은 한전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이다. 주요 사업은 원전과 화력 발전소 설계다. 한전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가 주요 고객사다.
한전이 한전기술 지분을 매각해 민간 주주 비중이 높아지면, 수익성 추구를 위해 설계 단가를 올려받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발전사 입장에서는 발전 단가가 올라가는 것이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 오는 전력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전은 원가 상승 부담을 떠안거나, 전기요금에 반영하게 된다.
한전 보유 지분이 줄어들면서 한전기술의 사업 전환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기술 매출 비중은 원전과 석탄 발전에 치중돼있다. 지난해 한전기술이 진행한 해상 풍력 발전 단지 건설 사업과 해상 풍력 시범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8%에 불과하다.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한전기술도 변화가 필요하다.
민간 주주는 장기 이익보다 단기 이익 위주의 사업에 집중하라는 압박하게 된다. 당장 돈이 되는 원전에 집중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 한전은 한전기술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해, 공공성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한전기술 지분 65.77% 가운데 51%는 남겨두고 14.77%를 매각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사례를 들며 한전의 한전기술 지분 매각이 공공성에 미치는 영향을 역설한다. 프랑스 정부가 이미 상당 수준 지분을 보유한 EDF의 완전 국유화를 추진하는 것에서 정부의 공기업 지분 매각이 가져올 공공성 훼손 문제를 읽을 수 있다는 게 김철 사회공공성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설명이다. 그는 “50% 이상 지분을 유지한다고 해도, 매각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전의 한전기술 지분 매각을 완전 민영화 단초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례가 있다. KT가 대표적이다. 정부기관으로 출발해 국영기업으로 운영되던 KT는 정부 지분이 점차 축소되더니, 정부 계획하에 2002년 완전 민영화됐다. 현재 소액주주 비중은 60%를 웃돈다. 회사 경영이 수익성 논리로 흐르면서, 통신비가 올라가고 이익은 배당을 통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하진수 한전기술 노조위원장(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은 “2012년 한전기술 지분 추가 매각이 계획돼 있었으나 무산된 이후 새 정부에서 다시 추진되는 것”이라며 “KT 사례처럼 한전기술도 한전이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을 보유하다가 점차 완전 민영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도 “정부 기조가 바뀌어서 공공성을 무시하고 지분을 더 판다고 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했다.
원전 핵심 자회사 매각, 앞뒤가 안 맞는다
한전의 한전기술 지분 매각은 재원 확보 측면에서도 모순된다. 한전기술은 견실한 우량기업으로 평가된다. 지난해까지 5년간 연평균 27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 AA를 부여했다. 최상위 등급 바로 아래 단계로, 원리금 지급확실성이 높아 투자위험이 낮다는 의미다.
정부가 원전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한전기술 수익성 개선이 점쳐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첫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원전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일감을 조기 공급하라”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5일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원전 비중을 2021년 27.4%에서 2030년 3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현 정부가 줄곧 원전 확대에 대한 입장을 견지해왔던 만큼 신규 프로젝트 포함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원전 정부’에서 한전이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한전기술을 매각하는 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철 수석연구위원은 “한전기술은 계속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이윤이 남을 수 있는 곳”이라며 “적자 해소를 위해 매각하는 건 단기 이익을 위해 장기 이익을 훼손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하진수 위원장은 “한전기술이 보유한 세계 수준의 원전 설계 기술력은 국부”라며 “당장의 재무 개선을 위해 지분을 민간에 넘기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출자 지분 매각을 통한 한전 재무 개선 효과는 전반적으로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자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은 8천억원이다. 한전기술 매각 대금은 4천억원으로 잡았다. 최근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주가 반등 추이를 살펴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는 매각 주관사 선정 과정에 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경우 보유 지분 17.5% 전량에 대한 매매 계약을 최근 체결했는데, 이번 지분 매각으로 한전이 확보한 금액은 28억원에 불과하다. 한전KDN 등 비상장 자회사 지분은 상장 후 매각을 추진한다.
지분 매각을 통한 재무 개선 효과 8천억원은 한 분기에 수조원씩 쌓이는 한적 적자를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한전은 올해 1분기 7조 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 적자 규모가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한전의 출자 지분 매각이 ‘미봉책’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땜질 처방 말고 변동성 취약한 전원 믹스 개선해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전 적자 핵심 원인으로 석탄 발전과 원전 중심의 전원 믹스가 지목된다. 한전이 사들이는 전력의 발전원 중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으로 가장 크다. 신재생에너지는 8%에 못 미친다.
한전의 전원 믹스는 변동성에 취약하다. 석탄 발전 단가는 국제 시장의 화석연료 가격에 좌우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했다. 점차 발전 단가가 떨어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전력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한전 재무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한전이 떠안은 부채는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라며 “한전 재무 상태를 경영실패 탓으로 몰아가서 지분 매각과 사업 축소를 압박하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지언 활동가도 “체질 개선은 강조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한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지금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화석연료 청구서가 계속 날아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077
‘1500원 인상’ 전기료 둘러싼 논쟁에서 빠진 것 (시사인 775호, 전혜원 기자, 2022.07.25 06:53) 
오른 전기요금을 두고 탈원전 정책·한전 직원 연봉·민영화 등으로 논의가 불붙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쟁에서 빠진 단어가 ‘공공성’이다. 전기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를 토론해야 한다.
7월부터 전기요금이 올랐다. 전기요금은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여러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오른 것은 연료비조정요금인데, ㎾h(킬로와트시)당 5원 올랐다. ㎾h는 1000W짜리 가전제품을 1시간 쓸 때 발생하는 전력소비량으로, TV를 7시간 켤 수 있는 정도다. 아파트에 사는 가정의 경우 월평균 300㎾h를 쓰므로 월 1500원가량 부담이 늘어난다(300㎾h×5원=1500원).
왜 올랐을까? 말 그대로 연료비가 올라서 요금을 조정한 것이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는 발전을 담당하는 한전 자회사들과 일부 민간 발전사들에게서 전력을 도매로 사와서 판다. 그런데 2021년 발전량의 34.3%를 차지하는 석탄과 29.2%를 차지하는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두 연료의 수입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특히 LNG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전이 LNG로 만든 전력을 구매하는 데 쓴 금액은 2021년 1분기(1~3월)에는 4조6917억원이었는데 2022년 1분기에는 9조9436억원으로 5조2519억원(112%) 늘었다. 석탄(유연탄)으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는 데 쓴 돈도 2021년 1분기에는 3조9778억원이었으나 2022년 1분기는 6조8131억원으로 2조8353억원(71%) 올랐다. 한전이 올해 1분기 7조7869억원이라는 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배경이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국제유가와 반비례 관계다. 유가와 연동해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영업손실이 커지고, 유가가 내리면 이익이 나는 구조다. 반면에 전기요금은 그때그때 올리고 내리기가 어렵다.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신청하면 산자부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뒤, 산자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료비조정요금 제도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었으나 이 역시 한전이 산자부에 신청하고 산자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하는 구조는 똑같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최근 국민의힘 비공개 강연에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전기요금 인상을 열 번 요청했지만 단 한 번만 승인을 받았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통제를 우선시하고 지지율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선출 권력으로부터 전기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이유로 연료비 폭등에 더 취약한 에너지 공급 구조가 되어버렸다면, 독립적으로 전기요금을 결정한들 요금만 요동칠 뿐이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게 ‘탈원전’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값비싼 LNG 발전 비중이 늘어나 적자 폭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일단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했는지부터 보자. 탈원전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조기 폐쇄했다. 그러나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문재인 정부 동안 2017년 26.8%에서 2021년 27.4%로 0.6%포인트 올랐다. 2018년 23.4%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 역시 안전점검을 위해 원전이 줄줄이 가동 중단된 측면이 크다. LNG 비중이 커진 것은 석탄발전이 줄어든 것과 더 큰 관련이 있다. 2019년 12월부터 석탄발전소에 대해 정해진 용량의 80%까지만 발전하거나 아예 가동을 정지하도록 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석탄발전 비중은 2017년 43.1%에서 2021년 34.3%로 8.8%포인트 줄었고, 같은 기간 LNG 비중은 22.8%에서 29.2%로 6.4%포인트 늘어났다.
석탄·LNG가 한국 발전량의 60% 이상
2021년 기준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h당 56.15원, 석탄이 99.06원인 데 비해 LNG는 121.70원이다(폐기물이나 안전 비용은 고려되지 않은 수치다). 결국 상대적으로 값싼 원전은 소폭만 늘었고, 석탄은 줄었으나 여전히 발전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LNG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료비 변동에 취약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가격 변동이 큰 두 화석연료에 발전량의 60% 이상을 의존해온 한국의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비중을 지난해 27.4%에서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고, 현재 짓고 있는 원전 4기를 예정대로 준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한국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지난해 34.3%에 달했던 석탄발전 비중과 29.2%에 달하는 LNG(석탄보다 절반 정도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 발전 비중을 당장 대폭 축소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린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다.
더 어려운 조건은 이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전기차에서 보듯 지금껏 화석연료로 쓰던 에너지를 ‘전기’로 쓰는 ‘전기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2018년 총 전력소비량이 526TWh(테라와트시)였다면 2050년에는 1208~1257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은 전력 수요를 줄이는 일과 병행되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은 아직 이 길을 가본 적이 없다. 전기요금 인상은 전력 수요를 줄이는 유력한 방법 중 하나인데, 한국은 전기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싼 편에 속한다.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h(메가와트시)당 103.9달러로, OECD 평균 170.1달러의 61.1% 수준이며 34개국 중 31위다.
이런 이야길 하면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인상하라’는 반박이 나올지도 모른다. 주택용 전기요금을 비싸게 받아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에서 생기는 손실을 메워준다는 논리다. 과거 수십 년간 그랬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1994년 주택용 전기요금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의 비중은 53.7%였으나 지금은 90%를 넘는다(〈그림 1〉 참조). 한국이 특별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더 싼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물론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자체는 분명 싸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94.3달러로 OECD 평균 107.3달러의 87.9% 정도다. 비교 가능한 OECD 회원국 33개국 중 22위 수준이다(〈그림 2〉 참조). 다만 주택용 전기요금만큼 압도적으로 싸진 않다.

1973년 오일쇼크를 계기로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이 더 비싸지는 ‘누진제’를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도입한 것이 억울한 정서를 키운 건 사실이다. 주택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사용량의 15%에 불과하며 산업용이 55%를 차지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한국의 전기요금이 많이 싼 편이며 특히 주택용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빠진, 가장 논쟁적인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공공성’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7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용 전기 무상화를 주장했다. “한전과 발전사는 (서민을 위해) 적자를 보고 이를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 필수공공재는 세금을 내는 대가로 국민 누구나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한전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145조7970억원에 달한다. 올해 국가 예산 604조원의 2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적어도 주택용 전기를 공급하느라 생긴 적자는 ‘착한 적자’이기에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성이란 정말로 전기요금을 깎거나 무상화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게 해서 전력 소비가 유의미하게 줄지 않고 탄소배출 감축이 어려워진다면, 이는 공익에 부합할까? 흔히 ‘전기세’라는 말을 쓰지만 세금이 아니라 전기‘요금’이다. 전기 없이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우므로 공적인 성격이 있지만, 대가를 지불하고 쓰는 한정된 자원인 만큼 엄밀한 의미의 공공재는 아니다. 세금을 쓴다면 모든 가구의 전기요금을 보조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 빈곤층에게 쓰는 편이 더 타당할 수 있다.
전기의 공공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은 너무나 중요하고도 민감해서 제대로 마주하기가 부담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손쉬운 길을 택한 모양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때리기로 한 것이다.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도 필요하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타깃은 임금이다. “본인들 월급 반납하겠다는 건 한 번도 안 했지 않느냐(한덕수 국무총리).” 한전 일반 정규직의 1인당 평균 연봉은 2020년 결산 기준 8496만원으로 같은 해 전체 노동자 평균 연봉인 3828만원의 2.2배에 해당한다.
인건비 논란에 대해 최철호 전국전력노조 위원장은 “전체 비용 중에서 인건비는 3%밖에 안 된다. 장기근속자가 많은 데다 전체 2만3000명 중에서 관리자 5000명과 교대 근무자 6000명이 평균임금을 끌어올리는 면이 크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민간이 49% 참여하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공기업이다. 그런데도 기재부가 임금인상률도, 예산·인원·조직도 다 통제하고 관리해왔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면 기재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공약을 못 지키게 되니까 직원들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프레임이라고 본다. 인건비를 침소봉대하면서 부채의 주범으로 몰이붙이는 저의가 있다. ‘민영화’다.”
윤석열 정부가 7월5일 내놓은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는 “전력구매계약(PPA) 허용범위 확대” 등을 통해 “독점 판매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시장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전기요금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반면 추경호 부총리는 “철도·전기·가스·공항 민영화는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민영화인가, 아닌가?
“전기 공공성의 의미를 생각해볼 시점”
2001년 이전까지 한전은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발전), 생산한 전기를 변전소로 보내며(송전), 다시 전기를 각 가정이나 기업에 공급한 뒤(배전), 각 가정이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전기를 파는(판매) 모든 일을 독점해왔다. 그러다 IMF 구제금융 조건으로 화력발전 담당 자회사 다섯 곳과 원자력발전 담당 자회사 한 곳으로 발전 업무를 넘겼다. 송전·배전·판매는 한전이 그대로 가져갔다. 문제가 생겼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100%로 만드는 국제적인 프로젝트 ‘RE100’에 참여하려는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석탄이나 LNG, 원전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따로 사야 하는데, 한전은 석탄·LNG·원전·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일괄해서 사들인 뒤 평균단가를 매겨 판매해왔다. 이러면 기업이 한전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만을 따로 구매할 수가 없다. 이에 한전을 중간에 끼우면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 구매계약을 맺을 수 있는 ‘제3자 PPA’를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도입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분 매각만이 아니라 정부나 공기업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던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민간에 넘기는 일을 민영화라고 부른다면, 이를 민영화의 일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전기 판매를 사실상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데 다른 주체들이 더 들어오게 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최철호 전국전력노조 위원장이 그리는 미래는 퍽 어둡다. “종전 민영화가 공기업을 매각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돈 되는 부분만 분리하는 식이다. 철도공사가 강남발 알짜 노선을 SRT에 넘긴 것과 마찬가지다. 소비자한테 선택권을 준다는데, 월 100만원씩 요금을 내는 빌딩 고객은 대기업이 다 빼앗아가고, 한전은 월 1만원도 안 내는 지역 산간 고객들만 남아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될 거다. 당장 SK나 KT 같은 통신업자들이 결합상품을 내지 않겠나.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뒤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요금을 올릴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때문에 한전의 역할을 더 키우거나 아예 재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전국전력노조도 대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한전이 하도록 전기사업법을 개정하길 원한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다. 신재생에너지는 특성상 전력 생산량이 고르지 않다. 햇빛이 하루 종일 비치거나 바람이 매일같이 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이 발달하고는 있지만 제한적이다. 한국은 인근 국가와 송·배전 인프라를 공유할 수도 없어 이런 난점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기 공급량에 맞춰서 개개인이 수요를 조절하게 하고, 이에 따라 금전적 보상을 주기도 하는 ‘전기 수요의 관리’가 중요해진다. 한전이 화석연료와 원전으로 전기를 대량 공급하는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을 넘어서, 지역 공기업과 민간기업, 협동조합, 개인들이 지역 단위에서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판매하고 공급하는 ‘분산형 전원’ 시스템이 재생에너지와 더 친화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민영화할 것이냐 다시 국유화할 것이냐,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릴 것이냐 주택용을 올릴 것이냐를 넘어서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전기의 공공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공기업이 독점해서 싼값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공공성인가? (민간기업과 협동조합을 포함한) 다양한 행위자들이 작은 발전소가 되어 재생에너지를 사고팔면서도 적절한 공적 규제가 이뤄지는 미래는 공공성에 반하는가? 지금은 이런 논의가 들어설 공간이 별로 없다. 요금을 5원, 10원 올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를 고려할 때 어떤 전기요금과 규제, 전력시장을 만들지 그려봐야 한다.”
공공에 모든 걸 맡겼을 때 혁신이 더 잘 일어날까? 오래된 주제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한가운데에서는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는 질문이 된다. 2021년 발전단가는 태양광이 ㎾h당 93.4원, 풍력이 99.3원으로 원전의 56.1원보다는 비싸다. 기술 발전으로 단가가 싸지기 전까지는 많은 사회적 진통이 예상된다. 약 1500원이 오른 7월 전기요금 통지서 뒤에 숨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812_0001977730&cID=10401&pID=10400
[기자수첩]'부채 중독' 한전, 전기료 인상이 능사 아니지만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2022.08.15 09:23:00)
'신의 직장'에서 '부실 공룡'으로 일순간에 전락
정부 공기업 개혁 기조…뼈 깎는 자구노력 해야
상반기에만 14조 적자…요금 체계 일관성 필요
요금인상 감내한 국민에 보답 위해 결기 보여야
'신의 직장'은 어쩌다 부실 덩어리가 됐나. 한때 분기마다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곳이 좀처럼 적자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일 전력 판매 사업자이자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이야기다.
한전이 올 상반기에만 무려 14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적자는 20조원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명확하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전이 전력을 사들일 때 드는 비용이 판매하는 가격보다 비싸다는 뜻이다.
민간 기업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이런 기이한 상황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가 결정권을 쥐고 흔들며 수년간 전기료 인상을 미룬 탓에 한전은 결국 부채 중독에 젖어들었다.
국제 연료비는 무섭게 치솟으며 에너지 수급 불안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까지 치달았는데, 여론 등을 인식해 정치적 입김이 녹아들며 요금 인상이 미뤄진 데 따른 부작용이다.
한전의 재무 사정은 '탈원전으로 인한 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전임 정부 임기에 급속도로 나빠졌다. 부채(별도 기준)는 2017년 50조7578억원에서 2021년 68조5319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91%에서 145.7%로, 차입금 의존도는 21.4%에서 33.9%로 증가했다. 자기자본이 아닌 자금을 조달한 비중, 즉 빚으로 버텨나가는 부분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부실이 곪을 대로 곪은 이런 상황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때마침 정부는 공기업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공기업 방만 경영과 비능률, 모럴 해저드를 대수술하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갈아엎자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한전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하고 부채 증가 추세 완화를 위한 지출 효율화 등을 주문했다. 개혁 1순위로 지목된 한전은 지난 5월 내놓은 자구 노력 방안대로 알짜배기 해외 사업부터 출자지분, 부동산 처분과 긴축 경영으로 6조원대의 자금을 수혈하는 한편 추가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맨다 한들 천문학적인 적자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도 상당하다. 한전 내부적으로는 연료비·전력구입비, 감가상각비, 세금 등을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노력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4%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자구 노력에 고심하고 있지만, 한전 안팎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연료비 상황을 반영한 요금 조정 없이는 적자를 대폭 줄이기 쉽지 않다는 의미로 귀결된다.
물론 결단코 전기료 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다. 진정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행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게 첫 번째다. 이미 한전은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요금을 올린만큼, 이를 감내해 준 국민들에 보답하기 위한 결기를 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쉬운 선택'이 된다면, 공기업 부채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상황이 더 빈번해질 수도 있다.
다만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면 그런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다. 현행 연료비 연동제의 경우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오르면 요금을 올리고, 연료비가 내려가면 요금도 낮추는 식이다. 이를 통해 큰 적자를 막아줄 뿐 아니라 흑자를 낼 때는 전기료 인하로 국민 부담을 덜어주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원가주의 원칙은 새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가치이기도 하다. 결국 일관성을 갖춘 요금 관리 기조 확립이 공공 부문의 경쟁력을 지켜줄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54838.html
“전기요금 ‘탈정치화’ 위한 독립된 에너지 규제기관 필요” (한겨레,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2022-08-16 07:00)
제1회 사회적 합의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
‘탄소중립 위한 전력정책’ 토론회 개최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 개선” 공감대
유승훈 “물가 우선하며 늘 정치 개입”
조홍종 “금통위 준하는 인력·예산 독립”
임원혁 “준칙 확립 노력이 바람직” 신중
원가 기반 ‘요금 정상화’도 한목소리
정연제 “가격신호 상실…탄소중립 역행”
조영준 “합리적 전기소비 유도 한계”
홍혜란 “EU 에너지 절약 노력 배워야”
한전 독점 전력판매시장 개방은 이견
석광훈 “경쟁 없으면 규제개선 실패”
정세은 “선진국 실패한 민영화 우회”
산업부 “판매 개방·민영화 검토 안해”
학계·소비자·환경·재계 모두 한자리
‘사회적 합의’ 위한 정책 대안 제시
조영탁 “이념·진영적 접근 극복해야”
시대적 과제인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려면 전기요금을 원가(연료가격)에 기반해서 결정하는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데 학계 전문가와 소비자·환경·경제계 등 각계 이해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또 에너지 요금이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정해지려면 독립된 에너지규제위원회 신설 등과 같은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다수를 이뤘다.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해 경쟁체제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시장 개방이 전기요금의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의견과, 자칫 민영화로 이어질 경우 요금 급등과 전력공급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한겨레>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 3층 청암홀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정책 진단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제1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을 열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장이 ‘전기요금의 문제점과 상황진단’을 주제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장이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 개선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종합토론은 조영탁 한밭대 교수(전 전력거래소 이사장)를 좌장으로 해서 조홍종 단국대 교수,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세은 충남대 교수,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 강경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장이 함께 했다.
국민의 생활과 국가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력요금 정책과, 탄소중립 등 기후위기 대처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소비자·환경·경제계와 학계를 망라해서 여러 전문가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전기요금의 정상화와 규제기관 개선에 의견을 같이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축사에서 “전력공급 정책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토론회가 열린 것을 매우 뜻깊고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에너지 문제를 이념적·진영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정부와 시장 중에서 한쪽을 선택하는 이른바 이분법적 접근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언론에 대해서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기는 보도는 지양하고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을 계속해서 열 계획이다.
전기요금 정상화 시급하다
정연제 연구팀장은 “국제유가와 가스 등 글로벌 연료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한전이 역사상 최대 적자를 보였다”며 “한전의 부채와 전력채 발행 급증으로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생존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한전의 영업손실은 올해 상반기 14조원(연결기준)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연간 전체로는 20조~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연료가격 등락과 상관없이 값싼 전기요금이 계속 유지되면서 가격신호 기능을 상실하고 시장원칙을 통해 한정된 재화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전력소비 절감과 탄소중립 실현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필수 투자재원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정 연구팀장은 탈원전으로 인해 한전 적자가 늘었다는 주장에 대해 “진짜 문제는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전환 정책 자체에 있다”며 “한전 적자를 둘러싼 논쟁만 벌이고 정작 중요한 전기요금 정상화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고, 원자력 비중을 높인다고 해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전의 방만경영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총괄원가 중에서 한전이 통제할 수 없는 발전비용이 85%”라며 “한전의 효율적인 경영 노력이 필요하지만 적자 급증의 핵심은 전기요금”이라고 지적했다.
조홍종 교수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59%로 37개 회원국 중 36위이고, 글로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가격 시그널을 회복해서 수요 효율화를 하는 게 최선으로, 유럽은 에너지 가격 급등 이후 전기 사용이 30% 줄었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무조건 싼 전기가 복지라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탈피해야 하고, 전기요금이 인상돼야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지금의 에너지 공급 위기는 범위와 규모 면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심각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대처를 보면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모래성을 어떤 모양으로 쌓을 것이냐를 놓고 다투는 것과 유사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전력·가스 수요가 가격신호에 반응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도입해서 에너지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영준 원장은 “전기요금이 복지와 물가관리 수단으로 활용돼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합리적인 전기소비 유도가 불가능하다”며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에너지 수요가 전기에 의존하는 ‘전력화’가 심화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전기요금 결정체계 구축과 함께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 유지 등과 같은 에너지 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혜란 사무총장은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 에너지 절약조처를 발표했는데, 우리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국민의 행동이 변해야 하고 이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며 “원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에 그칠 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 목표 설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 개선
유승훈 학장은 “탄소중립 및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에너지산업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규제위원회의 출범이 불가피하다”며 “에너지요금은 물가관리 논리와 정치 개입이 일상화되어 있어서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탄소중립 시대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 확보, 재생에너지원의 변동성 대응, 에너지 시장 효율성 강화 등을 위해서는 전기뿐만 아니라 가스, 지역난방, 석유 등 에너지 분야 전반을 통합적으로 규제하는 에너지 거버넌스 구축이 긴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정 연구팀장도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연료가격 반영 등 ‘총괄원가 보상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것은 전기요금 결정 과정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전기요금을 정치적 이슈로 삼거나, 전기요금 인상을 정책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친환경 에너지 전환, 안정적 전력공급 등을 감안한 지속가능한 합리적 규제체제 마련이 절실하다”고 뜻을 같이했다. 조홍종 교수도 “인력과 예산이 독립적인 에너지요금결정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며 “금융통화위원회에 준하는 위원 임명 절차와 의결서 작성, 회의록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미국의 공공사업위원회(PUC), 영국의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 독일의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 등과 같이 에너지 부처와 별도로 의회와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에너지규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조정은 한전이 개정안을 올리면 기획재정부와 산업자원부가 조정한 뒤 전기위원회가 추인한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물가안정에 맞춰지면서, 정부가 2020년 말 도입한 연료비연동제(연료비 변화 추이에 맞춰 전기요금 결정)도 유명무실해져, 전기요금 결정의 ‘탈정치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임원혁 교수는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거버넌스 개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원가연계형 요금제 적용을 유보할 경우 미수금 보전대책을 의무화하는 등 준칙 확립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에너지규제위원회를 신설할 경우에는 여야와 주무부처 장관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해서 임기를 보장하고, 자격요건에 에너지 관련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세은 교수는 “물가안정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향후에도 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위원회를 독립적 기관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통합적인 에너지규제기관 설립은 전체 에너지정책의 판을 개혁하는 것이어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엇갈린 전력판매시장 개방
유승훈 학장은 “중소규모 고객에 대한 전력 판매는 한전이 혼자 맡고, 대규모 고객에 대한 전력 판매는 한전과 신규 판매회사가 공급하는 현행 판매구조에서 벗어나서, 보다 다양한 판매사업자가 등장해 상호 경쟁함으로써 소비자가 직접 판매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고, 소비자 편익이 증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화력발전의 경쟁체제를 유지하되 규모의 경제성 강화를 위해 현재의 5개 화력발전사를 2~3개로 재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력산업 구조의 재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조홍종 교수도 “외환위기 이후 발전부문 분할과 전력거래소 설립 등의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시작했다가 소매시장 경쟁체제 도입 등과 같은 후속 개혁이 중단됐다”며 “이제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과 같은 전력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비할 시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세계은행이 2018년 15개 개발도상국에 대한 조사 결과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독립적인 전력시장 규제기구는 유명무실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공기업이 전력, 가스 시장을 독점하는 사례는 없고, 우리도 지금부터 질서 있는 시장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에너지요금 안정을 통한 부족한 복지정책 보완, 제조업 지원 등을 목적으로 에너지 공기업과 국가독점 에너지시장에 기반해 설립된 한전과 가스공사 체제는 전력 공급과 수요의 유연성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긴축재정과 감세 정책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날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와 적자분을 정부 재정으로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방식의 자산매각(민영화)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세은 교수는 “전력판매시장 개방은 외환위기 이후 추진되다가 중단된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최종 목표였고 결국은 우회 민영화에 해당한다”며 “전력의 외부적 비용, 사회적 비용, 정책적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것인가는 판매시장 개방과 상관없이 국가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반대했다. 한전 노조가 전력판매시장 개방이 전력 민영화로 이어질 경우 앞서 민영화를 시행했던 미국과 영국처럼 요금 폭등과 공급 중단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임원혁 교수도 “화력발전 공기업의 부분 통합과 판매경쟁 도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등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전기요금 정상화와 교차보조 해소가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강경택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정부 차원에서 한전 판매시장 개방이나 민영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려면 50% 올려야 하는데 과연 가능한지가 문제인 것처럼 규제체계나 산업구조 변화의 필요성을 검토할 때 이행 가능성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lkp.news/news/articleView.html?idxno=23195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 "민간 발전사 체리피킹···한전·가스공사 부담 전가돼" (리버티코리아포스트 = 이화종 기자, 2022.08.26 14:13)
채희봉사장 "천연가스 산업의 공공성 약화·과도한 원전중시 정책 재논의 해야"
사회공공연구원 "단기 수익성만 추구하는 민간기업에게 맡겨서는 에너지 위기 초래"
사회공공연구원 "尹에너지 정책 노동자와 자연을 착취하고, 다른 가치를 희생시키는 방식"
LNG를 직수입하는 민간발전사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공기업 5사들은 동서와 남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하자 가스공사 채희봉 사장은 민간발전사들의 체리피킹과 정부의 비현실적 원전중시정책을 비판했다. 
체리피킹은 좋은 것만 골라 선택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로 가스공사는 그동안 직수입사들이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을 직수입 의사결정 기준으로 활용해 체리피킹 했다고 주장한다. 민간 직수입사들이 국제LNG가격이 상승할 경우에는 장기 및 현물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그로인한 부족량을 수급의무를 지고 있는 가스공사가 구매해 가스공사의 도입단가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채 사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문에서는 해법으로 민간발전사가 장기계약으로 도입한 LNG를 국내에서 민관이 협력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엉뚱하고 난센스에 가까운 해법"이라면서 "민간 직수입사들이 비싼 천연가스 현물을 들여오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수급관리 부담이 가스공사로 넘어오고 가스공사가 대신 비싼 현물을 사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민간발전사들의 체리피킹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전소들이 현물도입을 꺼리고 있는 것은 발전량실적에서 확연히 나타난다"라면서 "2022년도 상반기 직수입자들의 발전실적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전력공급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약 25% 줄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자 발전소가 발전을 안 하면 대신 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고 있는 발전공기업들이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라며 "2022년의 직수입자들의 발전량은  약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다시 한번 민간 직수입자들의 체리피킹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 민간직수입자들의 발전량 감소로 인해 가스공사로 전가되는 LNG 추가도입부담물량은 170만톤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스공사가 민간보다 천연가스를 훨씬 비싸게 사오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 왜 가스공사보다 더 싸게 사올 수 있다고 하는 직수입자들은 오히려 천연가스도입과 발전량을 줄이느냐"라고 반문했다.
◆ 채희봉사장 "천연가스 산업의 공공성 약화·과도한 원전중시 정책 재논의 해야"
채 사장은 민자발전사업자들과 더불어 정부의 과도한 원전 중시정책도 천연가스 수급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값싼전기’를 강조하는 정부의 원전중시정책이 오히려 공공요금을 인상시키는 화근이라는 지적이다. 채 사장은 "수요예측의 실패문제가 아니라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약화와  과도한 원전중시정책에 따른 중장기적인 천연가스수급위기 우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축의무가 없는 직도입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국가천연가스수급관리에 있어서 리스크요인이 엄청나게 커진 것을 의미한다"라면서 "미국의 경우 2014년 동절기 한파로 인해 용량요금을 받고 있던 발전사들이 연료를 확보하지 않아 전력공급실패가 야기되자 제도 개선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원자력비중 확대정책도 가스공사의 장기도입계약과 저장탱크확충을 위축시켜 미래 천연가스 수급불안을 가져오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원전비중을 비현실적으로 늘리게 되면 신규도입계약물량이 아예 없거나 오히려 기존의 장기도입계약물량을 처분해야 한다. 천연가스수요전망을 낮추면 천연가스 저장탱크 수요전망도 같이 줄어들어 미래에 탱크 부족현상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비현실적인 원전확대정책에 따른 가스공사의 장기도입계약위축 및 탱크부족, 직도입 확대정책과 직도입자의 비축의무 면제 등 두 가지 콤비네이션이 작동하면 미래 천연가스 수급위기는 피할 수 없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가스공사의 도입 물량이 증가하고 평균 도입단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국제LNG가격이 떨어질 경우에는 민간 발전사들은 초과이윤이 발생한다. 그런데 민간 발전사들은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지 않아 한전은 LNG가격이 떨어져도 단가하락의 효과를 받지 못한다. '정산조정계수'는 발전사들의 초과이윤을 방지하고 한전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결국 LNG가격 인상 시에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부담을 떠안고 하락 시의 수혜는 민간 발전사에게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이 떨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요금인상으로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사회공공연구원의 구준모 연구원은 "단기 수익성만 추구하는 민간기업에게 맡겨서는 에너지 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시기에 사회적, 정치적 정당성을 갖는 전환비용의 분담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에너지 공공성 강화를 중심으로 신속한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위험하고 폐기물 처리 방안이 없는 원전 확대, 은밀한 민영화와 추가적 민영화의 추진, 정의로운 전환이 실종된 시장주의·기술주의 정책 기조의 지속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면서 "경제 성장을 위해서 노동자와 자연을 착취하고, 다른 가치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부터의 탈피가 요구 된다"라고 평가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7382
[김경식의 실전 ESG] 전력 판매 경쟁 체제 도입해야 소비자도 살고 한전도 산다 (중앙선데이, 김경식 고철(高哲)연구소장, 한국ESG학회 부회장, 2022.08.27 00:56
8월 1일 전국전력노동조합(전력노조)은 긴급 성명을 내고 “전력 민영화 일련의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긴급’ 성명은 7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전력산업, 독점구조 해소하고 시장경쟁 원리 도입해 혁신 이끌어야 한다’는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이다. 전경련은 보도자료에서 “우리나라도 전력 소매부분 경쟁 도입을 시작으로 시장친화적, 혁신주도형 전력산업으로 한단계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배경은 7월 5일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발표에서 정부는 ▶시장 다원화 ▶가격기능 강화 ▶경쟁 여건 조성 등 경쟁과 공정의 원리에 기반한 전력 시장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 도매가격 결정 방식(계통한계가격·SMP)을 전기 판매사업자 등 수요 측이 참여하는 양방향 입찰제로 전환하고, 한전 독점 판매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전력 송전·배전망 이용의 중립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민간 전기판매 허용 정부안에 반발
정부 발표에도, 전경련의 보도자료에도 한전의 민영화 내용은 없다. 그런데 전력노조는 왜 ‘한전의 민영화 중단’이라는 표현을 한 걸까. 전력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공적 주체인 한전이 전담하던 전력산업 영역을 재벌에 열어준다는 것은 그들의 시장 장악력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전력산업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의 정책 방향 발표에서 독점 판매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전력 송전·배전망 이용 중립성을 높이겠다’고 한 부분을 곡해한 것으로 보인다.
송전·배전망 이용 중립성 재고는 쉽게 말해 민간도 전기를 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예컨대 A라는 기업이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전기저장장치(ESS)를 설치하고, 요금이 싼 심야에 충전을 한 뒤 전기 사용량이 많은 낮에 전기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들이 ESS를 설치해 똑같은 방식으로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이런 식의 전기 판매가 관련법상 불법인데, 정부는 이런 식으로 전기 판매처를 다양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전기 판매처 즉, 전기의 소매판매망을 늘리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판매처를 다변화하면 그 지역에서 생산해서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전원’이 가능해지고, 전기 생산과 소비 시간 간의 간격을 메울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도 활성화할 수 있다. 지금은 어떤가. 생산된 전기에 맞춰 소비를 해야 하는 구조여서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에 따른 비효율이 심각하다. 모든 전기 소비자는 요금이 비싼 줄 알면서도 낮에 생산되는 전기로 에어컨을 사용해야 한다. 소매판매망을 늘리면 이 문제를 차츰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소비자는 최적의 전기 소비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다. 시간대별 전기 부하율이 안정돼 발전소 추가 건설도 억제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 공장이나 사무실을 돌리는 RE100 달성률도 높일 수 있다. 환경친화적인 ESG 경영도 가능해진다.
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208/27/d9ba67e7-50c8-4d07-8982-cbc493370ee8.jpg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전력노조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전력노조는 전기 판매처의 다변화가 곧 한전의 민영화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전 정부에서도 전기 판매처 다변화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실패했다. 정부는 2016년 전력 소매시장 개방을 위해 관련법을 만들어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17년 정기국회에서 논의되었으나, 당시 민주당 이훈 의원이 발의한 ‘한전의 전력판매시장 독점 명문화’ 법안과 묶여 같이 논의돼다 두 법안 모두 폐기됐다(2017년 9월 21일 국회회의록). 이훈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실상 전기의 소매시장 즉, 전기 판매처 다변화를 막기 위한 법안이었던 것이다.
전기 판매처 다변화를 반대하는 전력노조 등은 판매처 다변화가 궁극적으로 전력산업의 민영화이고, 전기요금이 비싸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영화하고는 거리가 멀다. 일반적인 공기업의 민영화는 ▶경영권의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거나 ▶정부 소유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거나 ▶사업부문(조직)의 일부를 민간에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김윤자 외, 『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구조개편』). 그런데 어떻게 전기 판매처 다변화가 민영화라는 말인가. 오히려 판매처 다변화는 한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민간 은행뿐 아니라 우체국에도 예금과 보험 상품이 있다. 금융시장을 개방해 민간이 예금·보험을 팔고 있는데, 이 때문에 우체국 금융이 위축됐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안전성’에서 민간보다 더 나은 신뢰를 받고 있다.
판매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데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는 데만 100조원이 필요하다(산업통상자원부, 2017년).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변동성을 보완하는 ESS가 필요하고, 스마트그리드를 위해 스마트계량기(AMI)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는 2010년 확정한 국가로드맵상 2030년까지 국가단위의 구축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도 돈이 없어서 시범사업(2010~2013년 제주도, 2019~2022년 광주광역시 8000가구, 서울시 3000가구)만 하고 있다. 한 해 30조원 적자가 나는 한전 독점체제로는 감히 넘 볼 수 없는 규모다. 민간에 전기 판매를 허용하면 시장이 경쟁체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프라 구축이 이뤄질 것이다. 한전은 기존대로 한전의 역할을 그대로 하면 된다.
스마트그리드 통해 전기료 36% 절감
판매처를 다변화하면 전기요금이 비싸질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전력노조 등은 ESS 등 설비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오히려 경쟁이 붙으면 가격은 내려갈 수 있다. 정부 발표를 보면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소비자는 필요한 시간에 전기를 사용하게 되므로 에어컨을 사용하는 여름철에는 전기요금이 월 1만2150원(50㎾h)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2019년 10월 21일 보도자료). 지난해 월평균 307㎾h를 사용하는 4인 가족 기준 전기요금이 3만3512원이었는데, 이를 기준으로하면 약 36% 절감되는 것이다. 이는 밤에 남는 전기를 ESS에 저장했다가 낮에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낮에 전기생산이 넘쳐서 강제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태양광 전력을 ESS에 저장했다가 사용하면 더 내려갈 것이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가격신호, 즉 시장이다. 시장에 의해서 수요가 조절되고 그것이 전기 생산을 변화시키고 수익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한전을 쪼개서 민간에 매각하라는 게 아니다. 신규 수요조절 산업에 민간의 참여가 가능하도록만 하면 된다. 소비자는 한전의 기존 요금제도와 신규 요금제도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시장에서 자발적인 혁신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이 같은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의 존재 이유다.
 
전력산업 정책, 공급 위주서 수요조절 방식으로 바뀌어야
지난 1911년 전기사업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한 세기 동안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늘 ‘정부주도’로 추진돼 왔다. 1960년 출범한 장면 정부는 국영·민영 경쟁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구조개편에 방점을 두었다. 당시 주무부처였던 상공부가 반대하자 태완선 당시 부흥부 장관이 구조개편 작업을 주도를 했다. 그러나 상공부가 계속 반대하면서 급기야 장면 총리는 태완선을 상공부 장관에 임명했다(1961년 5월 4일).
태 장관의 구상은 복잡하게 난립된 발전·송전·배전회사를 한 회사로 통합, 국영화하되 신규 민영회사를 진입시켜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 구상은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됐고, 이후 출범한 군사정부가 이어 받아 1961년 7월 100% 국영 한국전력산업주식회사가 출범했다. 그해 말에는 대한전원개발 등 5곳의 민간 전기회사가 등장했다. 이후 20여 년이 지난 1982년 1월 정부는 경영 성적이 부진한 전력회사의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해 한국전력산업주식회사와 합병, 한국전력공사(한전)로 개편했다(오진석, 『한국 근현대전력산업사』).
이렇게 출범한 한전은 1997년 말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민영화를 전제로 한 전력산업구개편(구조개편)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발전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석탄 5개사로 분할했다(2002년 4월 2일). 당시 구조개편(안)은 2008년 12월까지 배전부문을 분할 및 민영화하고, 2009년 이후 완전한 소매경쟁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발전부문만 6개사로 분할돼 있고 나머지 분활·민영화는 중단된 상태다. 다만, 2010년 전후 급격한 전력 예비율 저하에 따라 민간 LNG 발전이 늘어났고,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전력판매는 한전 독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지난 100여 년 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특징은 국가 주도로 진행되었다는 점과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을 위해 ‘공급자’ 측 입장에서 논의되고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력산업 정책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조절’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공급 정책은 생산된 전기에 맞춰 소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가 심하다. 수요조절 시장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돼 소비자는 최적의 전기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계절별·시간대별 전력수요 변화가 전력 공급원을 선택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관련 산업을 육성시킬 것이고, 이는 석탄발전의 정의로운 전환에 필요한 일자리도 이어 받을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57829.html
[단독] 발전공기업 6개사 신재생에너지 투자 2조나 줄였다 (한겨레, 기민도 기자, 2022-09-07 05:00)
김용민 의원 “기후대응 역행…정권에 코드 맞춰”
한국전력(한전) 산하 6개 발전공기업들이 ‘재정 건전화’를 이유로 최소 2조1천여억원 규모의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투자를 축소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발전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한전 산하 6개(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발전자회사로부터 각각 제출받은 ‘2022~2026년 재정건전화계획’ 자료 등을 보면, 이들 회사는 2026년까지 최소 2조1751억원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각 발전사의 재정 건전화 계획에서 명시적으로 기술한 부분과 국외 사업 조정 관련 내용 등을 추가 확인해 집계한 액수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감축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부발전이다. 서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지분투자 축소와 철회 등으로 7614억원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동서발전도 신재생에너지 신규사업 철회 등 5031억원 규모의 사업을 축소할 계획을 세웠다. 한수원은 신재생에너지 신규사업 철회 등 모두 2929억원, 남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지분투자 절감 등 2581억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남동발전은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2244억원을 줄이고, 중부발전은 1352억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투자 감축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발전자회사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발전공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때에 관련 사업과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코드 맞추기’로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용민 의원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데, 이들 기업이 윤석열 정부에 코드 맞추기를 하며 오히려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포기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통해, 지난해 정부가 확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견줘 203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을 32.8%로 8.9%포인트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5%로 8.7%포인트 줄이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발전자회사 중 신재생에너지 투자 감축 규모가 가장 큰 서부발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이번 정부에서는) 그쪽(신재생)보다는 정부 운영 방향이 부채를 과도하게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어서 관련 사업투자를 축소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209081124001
사상 최대 영업이익 정유 4사, 올 상반기 ‘깎아준’ 전기요금만 2823억 (경향, 박하얀 기자, 2022.09.08 11:24)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에 한전 적자 ‘눈덩이’
정유사들 가격인하 등 고유가 고통 분담 외면
이장섭 “산업용 전기요금 획기적 개선 필요”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인 12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정유 4사가 같은 기간 2823억원의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공급 주체인 한국전력공사는 이 기간 14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기요금 인상의 요인이 됐다. 고유가로 역대급 이익을 올린 대기업들에 주어진 요금 감면 혜택이 결국 가정용 전기 이용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한국전력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 4사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전기요금 감면 혜택으로 본 이익은 3740억원가량으로 파악됐다. 시기별로는 지난해 1~12월 913억여원, 올해 1~6월 2823억여원의 수혜를 입었다.
올 상반기 전기요금 혜택을 기업별로 보면 SK에너지 708억3400만원, 현대오일뱅크 489억6000만원, GS칼텍스 683억4000만원, 에쓰오일은 941억9700만원이다. 혜택 금액은 한전의 전력구매 단가에서 정유사들에 판매한 단가를 뺀 차액에 정유 4사를 상대로 한 판매량을 곱해서 계산했다.
한전이 올해 정유사들에 판매한 전력단가(원/kWh)는 SK에너지 97.18원, 현대오일뱅크 98.62원, GS칼텍스 101.18원, 에쓰오일 97.19원이다. 한전이 올 상반기 발전사로부터 사들인 전력단가가 kWh당 146.2원인 점을 감안하면 정유 4사는 전기요금을 도매가보다 45~49원 더 싸게 사들인 셈이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전기요금 혜택은 총 912억7200만원이다. 기업별로는 SK에너지 238억4100만원, 현대오일뱅크 144억6100만원, GS칼텍스 165억8800만원, 에쓰오일 363억8200만원이다.
정유사들에 대한 전기요금 감면 혜택은 올 상반기에만 14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의 적자 폭을 키워 가정용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유 4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12조3203억원에 이른다. SK에너지가 3조978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GS칼텍스 3조2133억원, 에쓰오일 3조539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748억원 순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은 지난달 1일 국회에서 정유 4사, 대한석유협회와 ‘고유가 국민 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자발적으로 고통 분담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제안했지만, 정유사들은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정유사들은 영업이익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이 같은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이장섭 의원은 “원가 이하 전기 요금으로 정유 4사는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지만, 그 비용은 한전의 영업적자에 고스란히 반영된 상황”이라며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획기적 개편이 필요하고, 기업들도 하루 빨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