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노동, 고용, 노사관계

국무조정실 ‘고용·노동 덩어리과제’, ‘재계 민원’ 받아쓰기

새벽길 2022. 8. 10. 04:09

라 할 말이 없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3832.html
[단독] ‘재계 민원’ 받아쓰기 정부…해고 쉽게, 부당노동 처벌 삭제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2-08-08 05:00)
[국무조정실 ‘고용·노동 덩어리과제’ 문건 입수]
해고 제한·부당노동 처벌 등 혁신대상 ‘덩어리규제’ 명시
노동부 등에 검토 요청…한 총리 지휘팀 이달말 현판식
윤석열 정부가 기업활동에 파급효과가 큰 범부처 복합규제인 ‘덩어리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국무조정실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해고 제한 규정,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등을 ‘덩어리규제’로 규정하고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규제혁신’을 내세워 해고 사유 확대 등을 추진할 경우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
7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무조정실의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목록을 보면, △해고 사유 확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기간제·파견 활용범위 확대 등 고용 유연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사관계 분야에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조항 개선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전면금지 신설이, 산업안전 분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사업장 안전 규제 중복 해소 등이 들어가 있다.
이는 경제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내용이면서, 동시에 노동계가 크게 반대해온 사안들이다. 대표적으로 해고 사유 확대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변경요건 완화)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 ‘양대지침’이라는 가이드라인으로 시행했다가 극심한 노사·노정 갈등을 빚었다. 그런데도 국무조정실은 사실상 경제단체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적은 듯한 내용을 덩어리과제로 정리한 뒤 고용노동부와 국책연구기관 등에 내려보내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조정실이 ‘규제혁신’의 방향을 규제의 관리나 합리화가 아닌 완화에 맞춰놓고, 담당 부처와 기관에 이를 뒷받침할 후속 연구과제를 정해준 셈이다.

국무조정실이 검토하고 있는 덩어리과제는 노동부가 그동안 밝힌 노동개혁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노동부는 자체 진행하고 있는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이외의 개혁과제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는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포함된 사항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해당 과제들은 국무조정실과 논의 중이며,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노동 분야 규제개혁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지난달 20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는 “우리나라 투자환경을 어렵게 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세제와 노동·환경·교육 분야의 규제 개혁부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무조정실이 검토 중인 덩어리과제가 규제개혁 명목으로 추진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이 만들고 있는 규제혁신추진단(단장 한덕수 총리)의 분야별 10개 팀 가운데 ‘고용노동팀’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 출신 퇴직 공무원이 팀장을 맡고, 노동부 퇴직 고위관료 역시 자문위원으로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단은 이달 말 현판식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무조정실은 8일 보도설명자료를 내어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목록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과제의 목록이 아니라 민간 건의사항 등을 실무적으로 정리한 자료”라며 구체적 목록도 “단순 예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3829.html
‘해고 완화’ 선 그은 노동부는 ‘패싱’…국무조정실 주도로 밀어붙이나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2-08-08 05:00)
이정식 노동부 장관 수차례 “해고 관련 내용 추진 안해”
사회적 대화 강조…국무조정실·경제부처 엇박자 행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개혁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킬 이슈’인 해고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해묵은 과제로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중략) (노동개혁이)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서 어느 일방의 숙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분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지난 6월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 언론 브리핑에서 ‘현 정부의 노동개혁이 지난 정부의 노동개혁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공식 답변이었다. 그러나 7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무조정실의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목록을 보면 △해고 사유 확대 △기간제·파견 활용범위 확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경영계 “일방의 숙제”들이 집약돼 있다. 국무조정실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패싱’에 가까운 고용노동 ‘규제개혁’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해고 사유 확대’가 그렇다. 이 장관은 해당 브리핑에서 해고 문제를 “킬 이슈”라고 언급하며 “해고와 관련된 내용은 어렵지 않나, 현재 추진과제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까지 밝혔다. 덩어리과제에 포함된 또다른 내용인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지난달 27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범위 확대를 검토한 바 없다”며 “노사관계 법제도 전반의 개선에 대해서는 추후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회적 대화 추진, 논의과제·세부운영방식 등은 노사정이 함께 논의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할 때마다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개혁과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는 태도다. 특히 정권 초부터 민감한 개혁과제를 추진했다가는 정치적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현재의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법 개정이 어렵다는 인식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무조정실과 경제부처들이 기업의 ‘신발 속 돌멩이’를 제거하겠다고 발벗고 나서면서, 노동부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신(新) 정부에 바라는 노동개혁 방안’(3월24일 작성)을 보면, 경총은 “노동개혁과 법제도의 선진화는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며 “관성적으로 ‘노사정 대타협이 좋다’ 식의 접근은 중요한 개혁을 지연시키고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8일 보도설명자료를 내어 “규제개혁은 주관부처가 중심이 되어 수행하는 것”라며 구체적 목록도 “정부가 이 과제를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하려 한다거나 국무조정실이 고용노동부를 ‘패싱’하려 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3830.html
박근혜 정부 ‘저성과자 해고 지침’ 데자뷔…노정 정면충돌 불가피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2-08-08 05:00)
국무조정실 ‘고용·노동분야 규제 혁신’ 뜯어보니
경총 문건 판박이…해고 사유·파견 확대 등 못박아
박근혜 정부 때 양대지침 연상…강행 땐 대혼란
7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무조정실의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는 사실상 경영계가 요구해왔던 ‘노동개혁’ 과제를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업들을 찾아 노동개혁 추진을 약속한 가운데, 이 내용이 ‘규제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그대로 추진될 경우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해고 사유 확대, 취업규칙 변경 쉽게
국무조정실이 고용노동부와 국책연구기관에 내려보낸 ‘덩어리과제’ 목록에는 ‘해고 사유 확대’와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이 포함됐다. 이 둘은 경영계가 “고용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며 줄기차게 요구해온 ‘노동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다.
<한겨레>는 국무조정실 덩어리과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추정해볼 수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신(新) 정부에 바라는 노동개혁 방안’(3월24일, 이하 ‘경총 문건’)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를 보면 “해고 사유는 계속 고용을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 행태상의 사유로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적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선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제한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로 ‘정당한 이유’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경총은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과 관련해서도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경우 집단적 동의 요건을 적용하지 않고 의견 청취로 갈음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것을 완화하자는 얘기다.
경영계의 이런 요구를 반영한 정책은 박근혜 정부 시절 ‘양대지침’이라는 가이드라인 형태로 시행됐다가 문재인 정부 때 폐기된 바 있다. 양대지침은 2016년 1월 발표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을 일컫는다. 공정인사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은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등 노동조건을 기업이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했다. 양대지침 추진은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고,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타협 이후 17년 만에 한국노총의 참여로 이뤄진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이 폐기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간제·파견 범위 확대
국무조정실 덩어리과제에 담긴 ‘기간제·파견 활용범위 확대’도 경영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것 중 하나다. 이와 관련된 경총 문건에는 “파견 업무 허용 규제 방식을 현행 포지티브 리스트(파견 허용 업무를 명시) 방식에서 네거티브 리스트(파견 불가 업무 이외에 모두 허용)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직접 생산공정에 파견을 허용하는 등 파견 허용 업무 확대”를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근로계약 과정에서 중간 착취를 막기 위해 파견 허용 업종에만 노동자 파견을 허용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한다. 기업들은 파견 업종을 늘려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는 대신, 싼값에 노동자를 사용하기 위해 이런 건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권리 대폭 제한
덩어리과제 중에는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대폭 위축시키는 내용도 포함돼, 실제 추진된다면 노동계와 큰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조항 개선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전면금지 신설 등도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2018년 11월~2019년 3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개정 논의 때도 노사 간 견해차가 워낙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이다.
더욱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의 경우 지난 5월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경영계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제도(부당노동행위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노동자·노조의 구제 신청)가 존재하는데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헌재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제도와 달리 부당노동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부터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 등에 비춰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노조의 사업장 점거 또한 대법원 판례에서 ‘부분적·병존적 점거’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전면금지가 추진되면 노조법이 규정하는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인 쟁의행위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도 마찬가지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국무조정실이 경영계의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정책 추진 과제로 옮겨 온 걸 보면, 노동 분야의 정책적 전문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노사 간에 아예 논의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을 규제완화 대상으로 추진하게 되면, 현 정부에 부담을 지우고 극심한 혼란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53831.html
[사설] ‘재계 민원’을 노동개혁과제로 올린 정부, 뒷감당 자신 있나 (한겨레, 2022-08-08 05:00)
윤석열 정부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신발 속 돌멩이’를 없애겠다며 규제완화 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노동분야에서도 국무총리실 차원의 대대적인 규제완화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토 대상에는 해고 사유 확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노동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검토 단계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노동권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보편적인 규범들마저 혁파해야 할 규제로 여기는 정부의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겨레>가 입수해 8일 보도한 국무조정실의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목록에는 해고 사유 확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기간제·파견 활용 범위 확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등이 담겨 있다. 하나같이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권에 큰 영향을 미칠 민감한 사안이다. 노동계로선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 자명하다. 실제 ‘해고 사유 확대’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의 경우,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였다가 노정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 노동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인 ‘9·15 노사정 대타협’이 폐기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덩어리과제’ 목록에는 그동안 경영계가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들이 살뜰하게 담겨 있다. ‘재계 민원 리스트’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정부 검토 목록에 오른 항목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3월 작성한 ‘신정부에 바라는 노동개혁 방안’과 겹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무조정실의 이런 행보는 노동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노동개혁 방향과도 어긋난다. 노동부는 노사관계 법·제도 전반의 개선을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이정식 장관도 지난 6월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노동개혁은 어느 일방의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국무조정실이 노동분야 규제완화를 강조해온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중에 따라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노동부를 ‘패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실행하는 것이 순리다. 정부가 재계의 대변자 노릇을 자처하면서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3939.html
고용노동 ‘덩어리과제’에…노동·시민단체 “검토 가치 없는 과제 즉각 폐기를” (한겨레, 박태우 기자, 2022-08-08 17:44)
<한겨레>, 국무조정실 ‘고용·노동 덩어리과제’ 문건 입수
국무조정실이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해고 제한 규제·사용자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등을 혁신이 필요한 ‘덩어리과제(규제)’로 분류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려는 과제 목록이 아니라 민간 건의사항 등을 실무적으로 정리한 자료”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동·시민단체에선 “재계 이익만 대변하는 규제완화 시도”라며 검토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 국무조정실은 보도설명자료를 내어 △해고 사유 확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조항 개선 등의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 목록에 대해 “각 분야별 규제개선 요구사항을 발굴하기 위해 (경제단체의) 건의사항 등을 참고해 만든 단순 예시사항에 불과하다”며 “고용·노동 분야 과제는 주관부처인 노동부가 관련 내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이해관계자 등과 충분히 협의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보도한 ‘덩어리과제’ 목록이 추진 과제가 아니라 참고 예시라는 주장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직 노동부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고용·노동 분야의 규제혁신 과제는 노동부 의견을 (앞으로) 존중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이 이 목록을 작성해 경제단체와 연구기관에 보냈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 6월29일이다. 이에 앞서 6월23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해고와 관련된 내용은 현재 (노동개혁) 추진 과제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장관은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이외 과제는 “노사정이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국무조정실이 앞장서 노사 간 이해대립이 첨예한 사항을 규제완화가 필요한 ‘덩어리과제’로 ‘예시’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의 고용∙노동분야 ‘덩어리과제’가 알려지자, 노동·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간 건의사항을 단순히 정리한 목록이라면 손배가압류 철폐와 노조전임자 타임오프 규제철회 등 노동계 주장도 포함됐어야 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의 본질은 ‘사용자 규제완화’로 정부의 규제혁신추진단 활동은 재계와 대기업의 기득권을 강화해주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출범 전부터 규제완화를 외치며 친기업·반노동 정책만을 제시한 윤석열 정부를 고려하면 단순 과제 정리로 보기 어렵다”며 “정부는 검토할 가치도 없는 시대착오적인 반노동 정책과제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1053933.html
[유레카] 규제 덩어리 : 이명박의 전봇대와 박근혜의 세월호 (한겨레, 전종휘 전국부 기자, 2022-08-08 17:16)
“선거 때 목포 대불공단에 가봤는데, 공단 옆 교량에서 대형 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전봇대가 서 있어 잘 안된다.”
2008년 1월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 간사단 회의 발언은 엠비(MB)식 규제 완화의 신호탄이었다. 당시 애꿎은 전봇대가 문제가 된 건 조선업 호황과 맞물린다. 현대미포조선 하청을 받아 배를 블록 형태로 제작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대형 선박을 잇따라 수주하자 예전 중소형 선박 건조 시절 세워진 낮은 전봇대 높이가 대형 블록 이동의 걸림돌이 됐다. 문제의 전봇대는 엠비 발언 바로 다음 날 뽑혀나갔다. 더디기만 하던 공단의 전선 지중화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한 2015년 이후 30% 삭감된 임금 회복을 요구하며 51일간 농성하다 끝내 4.5% 인상안을 받아들고 해제하기까지 정부가 보인 ‘느긋한’ 태도와는 매우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긴 2014년 3월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고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여기서 ‘암’과 ‘덩어리’엔 각각의 기의가 숨어 있다. 암은 반드시 없애야 할 나쁜 것으로서의 규제를 말한다. 덩어리는 규제를 개별적으로 손보면 효과가 약하니 문제 해결에 관련된 규제를 한묶음으로 없애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덩어리 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암덩어리 발언이 나온 지 37일 뒤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선박의 운항 수명을 연장하고 구조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등 그 전부터 진행된 규제 완화가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30일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며 기업 규제 철폐를 선언하고 나섰다. 6월엔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규제 개혁이 곧 국가 성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정부 국무조정실이 만들었다는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문건엔 노동자 해고사유와 취업규칙 변경절차 완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반노동적 내용이 가득하다. ‘규제 개혁’이라 쓰고, ‘규제 개악’이라고 읽는다.